공유

제15화 정신이 좀 들어?

성혜인은 입술을 약간 벌렸고 약의 영향으로 인해 눈빛에 물기가 돌았다.

애써 잊으려고 했던 기억의 파편들은 반승제의 머릿속에서 스쳐 지나갔다. 며칠 전의 그날 밤에도 그녀는 이런 눈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무엇이라 표현할지 모를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

그리고 성혜인도 이 분위기를 타 그를 더욱 꼭 끌어안았다.

이승주는 반승제가 그녀를 밀어내지 않는 것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였다.

분명 낮에 반승제의 입으로 그녀는 자기 부인이 아니라고 부정하였는데 지금 이건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

이승주는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성혜인에게 말했다.

“페니 씨, 저 여기 있어요. 이쪽으로 와야죠.”

이승주는 성혜인의 반응이 약의 영향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성을 잃은 성혜인은 그 누가 데려간다고 하여도 반항조차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성혜인을 향해 손을 내밀던 이승주는 이내 반승제의 눈치를 보며 다시 손을 거두었다.

반승제도 바보가 아니니 그녀가 낮에 자신의 탈의실로 뛰어 들어온 게 이승주를 피하기 위한 것이라는 것쯤은 알고 있다. 그러니 그녀는 이승주의 여자친구일 리가 없었다.

"두 사람이 어떤 관계인지에 대해서는 당신이 가장 잘 알고 있겠죠..."

말이 채 끝나지도 않았는데 그는 말끝을 흐리며 자기 목에 매달려 있는 여자를 힐끔 봤다.

성혜인의 눈빛은 매혹적이었고 행동 또한 대담하였다.

그녀는 이미 반승제의 목을 잡고는 한 마리의 고양이처럼 그의 목에 매달려 자신의 몸을 맞대며 입술을 맞추고 있었다.

더웠다. 그녀는 불같은 자신의 지금 이 상태를 식히고 싶었고 때마침 눈앞의 남자는 얼음장 같이 차가웠다.

더운 기운에 그녀는 더 차가운 걸 원했다. 하지만 그녀의 지금 이 행동은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꼴밖에 되지 못하였다. 갈증이 났다.

그녀의 행동을 본 이승주는 아랫배가 당겨 오는 것을 느꼈고 성혜인의 청량한 분위기와 표정은 독을 품은 장미의 가시처럼 남자의 가슴을 찔러댔다.

설마 반승제도 그녀에게 관심이 있는 건 아닐까?

여자와 가까이하지 않는다고 그가 말하지 않았던가?

반승제는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그의 안색은 극도로 어두워지기 시작하였다. 이렇게 하다가는 실수할 것만 같았다.

반승제는 자꾸만 이곳저곳 만지작대는 성혜인의 손을 잡고 힘 있는 팔뚝으로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으며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그러고는 그녀를 데리고 다른 한쪽에 있는 엘리베이터로 향했고 이승주와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이승주는 그를 말릴 수도 더욱이 물을 수도 없었다. 반승제가 그가 맘에 든 그녀를 데려갔다. 아마 그가 자신의 여자친구를 데려갔다고 하여도 반승제와 얼굴을 붉힐 수가 없었을 것이다.

이승주는 천천히 주먹을 쥐었다.

결국 남 좋은 일만 시킨 것만 같은 느낌에 분노가 차올랐다.

약의 효능에 대해서는 그 누구보다 이승주 자신이 잘 알고 있었다. 오늘 밤 그녀는 그 누구와 있던 순한 양이 되어 있을 것이다.

뒤에 서 있던 두 남자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도련님, 저희는 그럼...”

“꺼져!”

눈앞의 만찬을 놓쳤으니, 이승주는 화가 나 미칠 지경이었다. 그는 그바로 호텔을 빠져나갔다.

엘리베이터에 올라탄 성혜인은 반승제에게 손목을 잡힌 탓에 그의 허리를 만질 수 없었지만, 그녀의 입술은 쉴 틈이 없었다. 그녀는 셔츠 사이로 나온 그의 살결을 핥고 있었다.

반승제의 반듯했던 표정은 삽시간에 어두워졌고 바로 총지배인을 불러 다른 방을 내어줄 것을 부탁하였다.

자신을 놓아준 것을 알아챈 성혜인은 갑자기 힘을 쓰더니 남자의 쇄골을 향해 달려들더니 자신의 이빨자국을 남겼다.

“아!”

“더워요...”

그녀는 몽롱한 눈빛으로 고개를 들어 눈앞에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눈가는 촉촉하고 눈꼬리는 내려가 가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눈을 반쯤 감은 채, 호흡을 가다듬었다. 엘리베이터가 도착하자 반승제는 그녀를 데리고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그대로 욕실로 향했고 손을 뻗어 찬물을 틀어주었다.

이 기회를 틈타 성혜인은 두 팔로 다시 그의 목을 감쌌다.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차가운 기운을 만끽하더니 다시 갈증이 생겨났고 자신의 입술을 그의 귓볼에 가져갔다.

“여보.”

반승제는 고개를 뒤로 젖히고는 그녀를 차가운 욕조 속으로 밀어 넣었다.

“아...!”

찬물은 그녀의 뜨거운 몸을 삽시간에 진정시켰고 성혜인은 차가운지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정신이 좀 들어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