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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못 마땅해 하는건 당연한

성혜인의 몸은 흠뻑 젖어져 있었고 긴 생머리에서는 물이 뚝뚝 떨어졌다. 신발을 신지 않은 발로 바닥을 밟고 있으니, 발목마저 뻣뻣해지고 있는 것 같았다.

그녀의 발은 하얬고 정갈하게 정리된 발톱은 너무 긴장한 나머지 저도 모르게 오므리고 있었다.

반승제는 의미심장하게 그녀를 쳐다 보았고 노트북을 닫으며 비웃었다.

“여보? 이제는 네 속셈을 감출 생각도 없나 봐?”

그의 시선을 느낀 성혜인이 고개를 내려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불빛 때문에 그녀의 속옷마저도 너무 적나라하게 보여지고 있었다.

창백하던 얼굴은 순식간에 달아오르더니 그대로 욕실로 다시 뛰어 들어갔다.

그녀의 수작 과정을 보고 싶지 않았던 반승제는 다시 자신의 노트북과 파일을 가져와 자리를 뜨려고 하였는데 파일 안에 있던 사진들이 흘러나와 바닥에 떨어졌다.

미처 주울 겨를도 없이 욕실의 문이 다시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갈아입을 옷조차 없었던 성혜인이 타올을 두르고 젖은 긴 머리를 올렸다. 그러자 그녀의 뽀얀 얼굴이 드러났고 그녀의 말과 행동도 전보다 많이 진정된 듯싶었다.

“대표님, 이번 일에 대해서는 사과할게요.”

성혜인은 고개를 숙이고는 키를 꺼냈다.

“방은 다른 방으로 준비해 드릴게요. 그리고 필요하면 이번 일에 대한 정신적 피해 보상도 할게요.”

그녀를 이승주 손에서 구해준 자신에게 감사의 표현을 하기는커녕 그녀가 ‘은혜를 원수로 갚고 있다’고 생각하는 그였다.

좋아하지도 않는 여자에게 이런 취급을 받자 화도 나지 않았다.

“정신적 피해 보상?”

반승제는 그녀가 한 말을 다시 반복하며 자신이 들은 게 틀림이없다는 걸 확인이라도 받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성혜인은 불안감에 타올을 쥐고 있던 손에 힘을 주는 바람에 타워에 주름이 잡혀져 있었다. 아직 몸 안에 약물이 남아 있을지도 몰랐기에...

고개를 들어 반승제와 눈을 마주치자 방금까지 말하려고 준비해 두었던 말들이 금세 공기 속 먼지와 함께 사라져 버렸다.

머릿속에는 그녀가 그에게 붙어 억지로 키스하던 장면이 스쳐 지나가자, 가슴속에서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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