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의 모든 챕터: 챕터 1961 - 챕터 1970

2202 챕터

제1961화 간절함이 담긴 눈빛

다시 의식을 되찾았을 때, 그녀의 머릿속에는 순간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다시 도망갈까? 하지만 보겸이는 어떡하지?’장하리는 이미 아이의 첫 4년을 흘려보냈다. 하여 서보겸은 아직도 그녀가 다시금 그의 곁을 떠나는 건 아닐까 하고 두려워하고 있다.물론 아이를 데리고 함께 떠날까 하는 생각도 해본 적 있다. 하지만 지난 4년 동안 보겸이의 곁을 지켜준 건 장하리가 아닌 서주혁이었다. 그런데 서보겸이 과연 서주혁의 곁을 떠나려 할까?어떤 선택이든 완벽한 선택은 없었다.게다가 보겸이의 눈물을 마주하고 나니 장하리는 가슴이 갈기갈기 찢기는 기분이 들었다.그런데 그때, 서보겸이 장하리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구슬같이 투명한 눈물은 여전히 말캉한 볼을 타고 주르륵 흘러내리고 있었다.아이의 손에 쥐어진 사진은 다름 아닌 장하리의 사진이었다.순간 장하리는 서주혁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보겸이가 항상 그녀의 사진을 몸에 지니고 다닌다고.눈가가 찌릿해 나며 장하리는 저도 모르게 손을 들어 올려 서보겸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간다고 한 적 없어.”그러자 서보겸은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더니 간절함이 담긴 눈빛으로 장하리를 바라보았다.“정말이에요?”아이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마주하자 장하리의 마음속에 자리 잡았던 망설임도 순식간에 사라지고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긍정적인 답변을 받아낸 서보겸은 다시금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흘렸다.“왜 또 울어?”“기뻐서 그래요. 엄마가... 엄마가 나... 버리지 않아서...”눈물을 흘리며 이토록 힘겹게 말을 내뱉는 아이의 모습을 보며 속상하지 않을 엄마는 이 세상에 없을 것이다.게다가 장하리는 원래 냉정한 사람이 아니었다. 당시 어떤 환경에서, 그리고 어떤 마음에서 눈앞의 이 아이를 낳았는지를 떠올리면 저도 모르게 눈물이 차올랐다.하지만 장하리는 어른이다. 어른으로서 아이의 앞에서 쉽사리 눈물을 보여서는 안 된다. 그녀는 아이를 다독여주어야 했다.“엄마는 널 버린 적 없어. 다만 과거에 있었던 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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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62화 그녀가 웃었다

“물 좀 마셔.”부드러운 말투로 장하리의 고개를 쓰다듬으며 컵의 가장자리를 그녀의 입술에 가져다 댔다.장하리는 무의식적으로 서주혁을 피하고 싶었지만 불현듯 그들을 지켜보고 있는 서보겸의 시선에 멈칫할 수 밖에 없었다.아이의 시선은 너무나도 간절해 보였다. 진심으로 부모님의 사이가 좋아지길 바라는 눈치였다.그런데 만약 장하리가 서주혁을 거부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서보겸은 분명 슬퍼할 것이고 슬프면 또 말없이 눈물을 흘릴 것이다.하지만 장하리는 더 이상 서보겸이 슬퍼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결국, 체념해버린 장하리는 묵묵히 고개를 숙인 채 서주혁이 건네준 물을 꿀꺽꿀꺽 마셔버렸다.이어 서주혁은 손끝으로 그녀의 입가에 묻은 물방울을 부드럽게 닦아주며 물었다.“더 마실래?”장하리는 묵묵히 고개를 가로젓더니 찐빵같이 퉁퉁 부어오른 서보겸의 작은 두 눈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보겸이에게도 한잔 따라줘요.”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서보겸에게도 물을 따라주려 하자 장하리가 다시금 입을 열어 서주혁을 말렸다.“다른 컵으로 바꿔요. 저 지금 입원했는데 보겸이도 저 때문에 옮으면 어떡해요?”그러자 서주혁은 가볍게 싱긋 미소를 짓더니 새로운 컵으로 바꿔주었고 보겸이도 말없이 컵을 들고 물을 홀짝홀짝 들이켰다.순진한 서보겸의 모습은 어린 짐승을 연상케 했다. 하지만 어린 짐승도 부모의 보호 속에서 자라는데 보겸이는...장하리는 또다시 마음이 욱신거렸다.세 식구 모두 병실에 나란히 앉아 있었지만 그 누구도 먼저 입을 열지 않았다.곧이어 잠이 쏟아져 오기 시작하고 장하리는 다시 침대에 누웠다.그러자 서주혁도 덩달아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의 이불을 걷어 올리며 부드럽게 물었다.“저녁은 뭐 먹고 싶어?”특별히 저녁 메뉴를 물어본 것도 이번 기회를 빌려 장하리와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기 때문이다.하지만 그의 의도와는 다르게 장하리는 지그시 눈을 감으며 대충 답했다.“아무거나 상관없어요.”“어... 그럼 수프 먹을래?”“무슨 수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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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63화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하지만 너무 오래 울었는지라 서보겸은 서주혁의 말을 들을 겨를도 없이 조수석에 앉자마자 깊은 잠이 들고 말았다.한편, 서주혁은 고요히 잠이 든 아이의 얼굴을 바라보며 흐뭇한 표정을 짓더니 안전벨트를 매어주고 서보겸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준 후에야 운전석으로 천천히 걸어갔다.어느덧 보름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장하리의 몸은 빠른 속도로 회복되었다. 게다가 병원에서 지내는 동안 매일 서보겸과 함께하며 아들에 대한 그녀의 애정은 날이 갈수록 깊어졌다.그날도 평소와 다름없이 서주혁이 서보겸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전방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를 발견하지 못한 채, 후방의 자동차까지 돌진해 오는 바람에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서주혁은 무의식 간에 서보겸을 온몸으로 감싸 안았다.깨진 바람막이 유리 조각이 서주혁의 팔에 꽂히고 붉은 선혈이 피부를 타고 흘러내렸지만 그의 품속에 안긴 서보겸에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곧이어 서주혁은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고개를 숙여 아들을 확인했다.“보겸아, 괜찮아?”다행히도 서보겸은 꽤 침착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오히려 서주혁의 팔에서 흐르는 피를 발견하고는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아빠... 많이... 아파요?”“아니야, 아빠는 괜찮아. 안 아파.”마침 그때, 서주혁의 휴대폰이 시끄럽게 울리기 시작했다. 장하리에게서 걸려온 전화였다.그러나 서주혁은 손이 끼어있는 탓에 전화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장하리가 먼저 전화를 걸어오는 건 극히 드문 상황이었기에 서주혁은 더욱 초조해졌다.“보겸아, 전화 받아줘.”그의 말대로 서보겸은 몸을 숙여 구석에서 굴러다니던 휴대폰을 주워들고는 전화를 받았다.그런데 같은 시각, 또 한 대의 차가 연이어 부딪치며 엄청난 굉음이 귀를 타고 들려왔다. 연쇄 추돌 교통사고였다. 게다가 그사이에는 사람들의 울부짖는 목소리도 뒤섞여 있었다.“엄마, 사고 났어요.”말이 끝나기 무섭게 휴대폰은 먹통이 되어버렸다.곧이어 구급대원이 도착하고 서주혁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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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64화 비켜요, 나한테 붙지 말고

순간 멈칫하고 고개를 돌리자 장하리의 눈앞에 있는 건 다름 아닌 팔을 움켜쥔 채, 놀라운 눈길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 서주혁이었다.맨발인 상태에 피까지 줄줄 흐르고 있는 장하리의 모습은 영혼이 빠져나간 듯 어딘가 멍해 보였다.유리 조각이 팔에 찔리고 차에 끼어도 고통이 느껴지지 않았던 서주혁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엄청난 고통이 느껴지며 마음이 욱신거렸다.“하리야, 왜 그래? 나... 나 무서워. 무슨 일이야?”이윽고 장하리는 무어라 입을 뻐끔거리더니 갑자기 서주혁에게 다가가 그의 옷을 움켜쥐며 캐묻기 시작했다.“보겸이는? 보겸이는 어디 있어요?”식은땀으로 흠뻑 젖은 채 눈앞의 여인을 바라보며 서주혁은 다급히 장하리를 다독여주었다.“괜찮아, 걱정하지 마. 보겸이는 멀쩡해. 다치지 않았어. 괜찮아.”팽팽하던 기운이 한순간 풀리면서 장하리는 하마터면 그 자리에서 정신을 잃을 뻔했다.서주혁은 다치지 않은 손으로 다급히 그녀의 허리를 감싸며 말을 이었다.“병원에 데려다줄게.”“됐어요. 보겸이는요? 보겸이 보여줘요.”그러자 서주혁은 곧바로 고개를 돌려 멀지 않은 곳을 바라보았다. 같은 시각, 서보겸은 행인들의 품에 안겨 위로를 받고 있었다. 너무나도 예쁘게 생긴 아이가 사고에 휘말렸으니 도무지 그냥 지나칠 수 없었던 행인들이 차를 멈춰 세우고 아이를 위로해주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매우 놀랐는지 교통사고에 휘말렸음에도 불구하고 서보겸은 여전히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곧이어 서주혁이 다급히 외쳤다.“보겸아, 이리 와서 엄마한테 얼굴 보여줘.”아직 장하리가 찾아왔다는 것을 발견하지 못했지만 서주혁의 말 한마디에 서보겸은 곧바로 쪼르르 달려왔다.한편, 멀쩡히 뛰어다니는 서보겸의 모습을 본 순간 장하리는 눈시울을 붉히며 몸을 숙여 아이를 꽉 끌어안았다.서보겸은 장하리의 품속에서 숨이 막혔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장하리를 위로하듯 그녀의 등을 쓰다듬어주기 시작했다.생각지 못했던 아이의 행동에 눈이 아려오며 펑펑 울고 싶었지만 막상 이 순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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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65화 뺨을 맞고도 여자를 달래주는 남자

잠시 후, 세 사람은 나란히 병원으로 옮겨졌고 의사는 서주혁의 팔에 붕대를 감아주기 시작했다. 같은 시각, 그들의 얼굴이 전국 곳곳에 퍼지고 있다는 사실은 꿈에도 모른 채 말이다.원래도 규모가 큰 교통사고인 데다 사진 속에 서주혁의 얼굴도 담겨있으니 사고 뉴스는 진즉 온갖 실검을 뜨겁게 달구었다. 경제 뉴스를 조금이라도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서주혁의 얼굴 정도는 누구나 다 알고 있기 때문이다.“저 사람 서산 그룹 대표 아냐? 대박, 진짜 서산 그룹 대표 맞는 것 같은데? 사진은 누가 찍은 거지? 심하게 다치신 것 같은데.”“나만 저 사람 괜찮다고 생각해? 엄청난 부자인데도 먼저 치료를 받지 않고 현장에서 중상을 입은 환자들을 먼저 보냈잖아. 적어도 직권을 남용하지는 않았다는 거지.”“다들 상처만 보고 있는 것 같은데 나만 서 대표 뺨 때린 여자가 궁금한 거야? 뺨을 맞고도 화를 내기는커녕 오히려 여자와 키스하잖아. 쯧쯧, 전에 서 대표가 쌀쌀맞다는 사람들 다 어디 갔어? 유언비어를 퍼뜨려도 정도가 있지. 어느 집 대표가 뺨을 맞고도 입술을 들이밀어? 서 대표만큼 사랑꾼인 남자도 없을 거야.”“그럼 저 사람이 서 대표가 집안과 인연을 끊으면서까지 결혼하고 싶어 하는 여자인 거야? 그 옆에 있는 아이는 아들인 건가? 아이의 얼굴을 드러내지 않은 걸 보면 영상을 촬영한 사람도 아직 일말의 양심은 남아있나 보네. 그렇지 않았다면 그 아이도 앞으로 어딜 가든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구경하려고 할 거야.”“오 마이 갓, 나 다음 생에는 저 여자로 환생할래. 뺨을 맞고도 여자를 달래주는 남편이라니... 너무 부러운걸.”“어이, 위 댓글 정신 차려. 서주혁의 개인 인터뷰만 봐도 저 사람이 얼마나 냉정한 사람인지 뻔히 보이는데. 그런 남자를 사로잡을 수 있는 여자가 정말 일반인일 거라 생각해? 아마 저 여자도 그동안 갖은 고생을 겪었을 거야.”“맞아. 다들 정신 차려. 이런 계급의 남자도 사랑에 빠질 정도라면 저 여자도 그동안 엄청난 유명인이었을 거야. 너희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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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66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여자

더 이상 설서율의 울부짖음을 참을 수 없었던 반승제는 결국 두손 두발 다 들고 아이를 놓아주었다. 아마 모르는 사람이 들었다면 반승제가 아동학대를 한다며 진즉 경찰에 신고했을지도 모른다.그리고 반승제의 손아귀에서 벗어난 설서율은 조금이라도 늦을세라 뒤꽁무니를 빼고 말았다.두 아이가 활발하게 뛰어노는 모습을 보며 반승제는 순간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설우현 씨는 아직도 진행 중이래?”오랜만에 가족 단톡방을 열어본 성혜인은 순간 설우현이 오랫동안 메시지를 보냈음을 깨달았다.“아마도요.”이는 확실히 조금 의외였다. 설씨 가문은 워낙 유전자가 훌륭한 데다 성혜인이든 두 오빠든 모두 1등급이라 불릴 정도로 연예인 뺨 치는 외모를 자랑했다. 게다가 국내 최고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는데 설우현을 거절하는 여자가 있다고?“그 여자분 혹시 우현 씨 신분 모르는 거 아냐?”“알아요. 하지만 확실히 돈을 중요하게 여기는 여자분은 아닌 것 같아요.”“그러면 설우현의 능력이 마음에 안 드나 보네. 허허, 예전에는 여자들이 몰려들기만을 기다리더니 이젠 여자 한 명 손에 얻겠다고 갖은 고생을 찾아 하네. 쌤통이다.”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성혜인의 손바닥이 반승제의 뺨을 스쳤다.물론 화가 난 마음에 진심으로 때리는 것이 아닌 단지 부부 사이의 짓궂은 취미생활일 뿐이었다.반승제도 피하지 않았고 오히려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내 말 틀렸어?”설우현은 평생 너무 순조로운 삶을 살아왔다. 위에는 모든 것을 감당할 수 있는 형이 있고 그 아래에는 성혜인 같은 훌륭한 여동생이 있다. 그러니 사실상 설우현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평생 놀고먹어도 훌륭하게 생을 마감할 수 있을 것이다.아마 매일 200억씩 탕진하더라도 설씨 가문의 재산을 다 쓸 수 없을 것이다.물론 설우현에게도 많은 장점이 있다. 그는 대인관계가 매우 좋은 편이었다. 특히 플로리아의 아시아인들 사이에서 대인관계가 최상위급이었다.설기웅은 능력이 출중하지만 워낙 사람들과 접촉하는 데 서툴렀고 특히 화려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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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67화 여보, 나랑 집에 갈래?

“이번에는 잊기 쉽지 않을 거예요. 그나저나 우리 오빠한테는 왜 그렇게 관심이 많아요?”자신의 음침한 속셈을 들킬 수 없었기에 반승제는 재빨리 화제를 돌리며 말을 꺼냈다.“진율이와 서율이 보러 올 시간이 없을까 봐 걱정돼서 그러지. 진열이 우현 씨 좋아하잖아. 전에는 진율이도 우현 씨 따라 배워서 바람둥이가 될까 걱정했는데 우리 진율이 다행히도 그쪽이 아니라 울보로 자라서 참 다행이야.”착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성혜인은 순간 그의 말투 속에서 약간의 우쭐함을 느낄 수 있었다.“반승제 씨, 괜한 생각하지 마요. 우리 오빠 정말 크게 상심한 것 같은데.”“알았어. 네 오빠면 내 형이기도 하지.”그렇다고?그런데 왜 한 번도 그런 느낌을 받은 적이 없지?*같은 시각, 장하리는 의사가 서주혁에게 붕대를 감아주는 것을 보고 나서야 그가 얼마나 심하게 다쳤는지 알게 되었다.유리 조각이 살 속으로 파고들어 가 뼈가 희미하게 보일 정도였다.저도 모르게 눈살이 찌푸려지고 서주혁의 이마를 타고 흐르는 식은땀을 바라보며 옆에 있는 휴지를 가져다가 건네주었다.이윽고 서주혁이 고개를 들어 장하리를 바라보았다. 붉은 입술은 어느덧 창백하게 질려 핏기를 찾아볼 수가 없었다.“네가 닦아줘.”지금 만큼은 장하리도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고 손을 들어 서주혁의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정성스레 닦아주었다.장하리의 부드러운 손길을 느끼다 보니 서주혁은 저도 모르게 코끝이 찡해 났다. 시간이 영원히 지금, 이 순간에 머무른다면 얼마나 좋을까. 적어도 현재의 장하리는 진심으로 그를 걱정하고 아껴주고 있다.땀을 다 닦아주니 의사의 처치도 거의 끝나 갔다.오른팔을 다쳤기 때문에 일상생활에는 조금 무리가 갈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서주혁은 병원에서 머무르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에 특별히 의사에게 물었다.“선생님, 저 집에 돌아가서 요양해도 괜찮을까요?”“네, 하지만 상처에 물이 닿지 않도록 꼭 주의하시고 약도 제때 갈아줘야 합니다.”고개를 끄덕이고 서주혁은 무의식적으로 옆에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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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68화 그럼 보겸이 데리고 나가서 살게요

장하리의 선택은 전부 아이 때문이라는 것은 서주혁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장하리가 그의 곁을 선택해준 것만으로도 서주혁은 충분히 만족스러웠다.서주혁은 장하리의 마음이 여리다는 걸 잘 알고 있었고 마침 비열하게 그 점을 이용했던 것이다. 하지만 서주혁은 정말 장하리를 떠나 살 수가 없다. 막상 그녀가 떠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 숨이 막혀왔고 이 세상 그 어떤 것에 대해서도 흥미가 느껴지지 않았다.아이는 그가 가진 모든 카드였다. 하여 서주혁은 일부러 매일 서보겸을 데려와 장하리와 함께 지내도록 전략을 짠 것이다.그는 알고 있다. 서보겸이 얼마나 사랑스러운 아이인지. 게다가 장하리는 서보겸의 친엄마이다.다른 사람들도 아이를 보면 귀엽다고 기뻐하는데 하물며 가장 가까운 혈육인 장하리가 어찌 아이를 저버리고 갈 수 있겠는가. 지난 한 달 동안, 장하리는 정말 서주혁의 계획대로 서보겸과 점점 더 가까워졌고 게다가 오늘 발생한 교통사고가 가져다준 충격으로 장하리는 진심으로 두려웠다.자신의 섣부른 결정으로 한 가족이 산산조각이 나는 건 아닐까 두려웠던 것이다.한편, 서주혁은 장하리를 품에 꼭 껴안은 채 마음속으로는 오늘의 교통사고에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었다.과거 신예준 그 미친놈처럼 스스로 사고를 만들어 장하리를 몰아붙일까 하는 생각도 해본 적이 있다.하지만 그러기에 서주혁은 너무 두려웠다. 장하리가 그의 생사를 전혀 신경 쓰지 않을까 하고 두려웠다.서주혁이 장하리의 마음속에서 얼마나 중요하기에 장하리가 서주혁 때문에 결정을 번복하겠는가. 오늘날 마음이 약해지는 것도 모두 서주혁이 4년 동안 최선을 다해 아이를 돌본 것을 봐서였다.서주혁은 감히 도박할 수 없었다. 물론 그렇다고 서보겸을 희생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서주혁은 서보겸을 사랑한다. 아이를 내세워 위험을 무릅쓰게 하는 건 서주혁도 원하지 않았다.이번 교통사고는 서주혁이 계획한 것이 아니었지만 오히려 교통사고로 인해 모든 것이 서주혁의 계획대로, 그리고 좋은 방향으로 잘 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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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69화 나 그 사람과 잔 적 없어

상처가 조금씩 아물어가며 서주혁은 밤중마다 저도 모르게 상처가 생겼던 부위를 긁고 싶어 이리저리 뒤척였다.서보겸은 두 사람 사이에 누워 잠을 청했고 장하리는 눈을 뜨지도 않은 채 싸늘하게 툭 내뱉었다.“자꾸만 움직이면 보겸이 깨어날 거예요.”서주혁은 기분이 좋진 않았지만 결국 입맛을 다시며 묵묵히 응할 수 밖에 없었다.한편, 서보겸은 침대에 누운 채, 단잠에 빠져 두 사람 사이에서 오가는 기운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또 한 달이 지나고 장하리는 서보겸을 데리고 제원의 한 파티에 참석하게 되었다.이는 원래의 신분으로 복귀한 후 참여하는 첫 공식적인 파티였다.서주혁은 한 무리의 남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여전히 그녀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한편, 장하리는 성혜인과 강민지와 번갈아 수다를 떨며 기분 좋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다행히도 그녀는 과거와 달리 많이 밝아졌다. 비록 서주혁에게는 여전히 싸늘했지만 서주혁은 장하리가 그의 곁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개무량했다.그리고 지금 느껴지는 마음의 고통은 결국 인과응보인 셈이다.이를 잘 알고 있기에 서주혁은 장하리의 행동에 간섭하지 않았고 계속하여 아무도 없는 구석에서 그녀를 훔쳐볼 뿐이었다.한편, 친구들과의 이야기가 끝을 향해 달려가고 그들의 남자친구가 다가왔다.유해은은 백현문에게 끌려갔는데 유해은이 아무리 짜증을 내며 그를 밀어내도 백현문은 여전히 접착제마냥 그녀에게 들러붙으며 멀어지려 하지 않았다.“유해은, 이제 그만해라. 아직도 스캔들이 부족해? 오늘 밤도 난 분명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었을 뿐인데 갑자기 바람을 당한 기분이 들더라고.”한편, 유해은은 최근에 큰 상을 받게 되어 기분이 좋은지라 일부러 손끝으로 백현문의 가슴팍을 쓸어내리며 입을 열었다.“안 당하면 되지.”유해은의 말에 백현문은 깊은 한숨을 푹 내쉬었고 다른 한쪽에 힘없이 늘어져 있던 손끝이 움찔하고 움츠러들었다.“그런 뜻 아닌 거 알잖아.”“그럼 무슨 뜻인데? 당신 말은 내가 허구한 날 남자들 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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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70화 여보, 나 아파.

같은 시각, 다른 사람들은 모두 떠나가고 장하리는 여전히 옛 동료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당시 너무 급하게 떠나는 바람에 옛 동료들과 제대로 된 인사 한마디 남기지 못했었다.한편, 서주혁은 멀지 않은 곳에서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장하리를 지켜보고 있었다.그때, 반승제는 술 한 잔을 들고 다가오더니 장하리를 향해 턱을 까딱하며 물었다.“마중 안 가?”이제 연회도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고 반승제도 이제 성혜인을 데리러 가야 하는데 서 대표가 가만히 있는다고? 설마 오늘 밤 장하리를 혼자 돌려보낼 생각은 아니겠지.그러나 서주혁은 고개를 숙인 채 하이볼에 담긴 술을 바라보며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행복해 보이는데 조금만 더 내버려 두지 뭐.”서주혁이 나타나는 순간, 장하리의 얼굴에 그려져 있던 행복한 미소도 곧 사라질 테니까.반승제는 원래 비굴하게 땅을 파고 들어가는 서주혁을 조롱하고 싶었으나 막상 그의 말을 듣고 나니 가슴이 먹먹해지며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시간이 흐르며 그들 중 오직 서주혁만이 줄곧 정해진 길을 따르며 냉정한 모습을 유지해 왔었다. 마치 미래의 모든 일을 진즉 준비해 놓은 것처럼 서주혁의 계획은 줄곧 철두철미했었다.과거 다들 여색에 빠져 온갖 연애에 정신이 팔렸을 때도 오직 서주혁만이 이성을 부여잡고 있었다. 그의 목적은 명확했다. 단지 그의 신분에 맞는 여자, 그리고 말을 잘 듣는 여자를 찾아 아내로 맞는 것. 서주혁에게 있어 남녀 사이 사랑의 감정은 줄곧 중요하지 않았다. 하여 타인이 자신의 감정 이야기를 털어놓을 때도 서주혁의 머릿속은 아마 연구실의 각종 데이터로 가득 찼을 것이다.그랬던 서주혁이 현재는 멀지 않은 곳에 서서 묵묵히 다른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는 장하리를 뚫어지라 바라보고 있으니 어딘가 모르게 마음이 아팠다.반승제는 순간 말을 멈추고 서주혁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려주었다.곧이어 반승제는 천천히 걸어가 성혜인을 데려갔고 곧이어 다른 사람들도 장하리와 얘기를 나누고 있던 사람들을 하나둘 데려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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