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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62화 그녀가 웃었다

“물 좀 마셔.”

부드러운 말투로 장하리의 고개를 쓰다듬으며 컵의 가장자리를 그녀의 입술에 가져다 댔다.

장하리는 무의식적으로 서주혁을 피하고 싶었지만 불현듯 그들을 지켜보고 있는 서보겸의 시선에 멈칫할 수 밖에 없었다.

아이의 시선은 너무나도 간절해 보였다. 진심으로 부모님의 사이가 좋아지길 바라는 눈치였다.

그런데 만약 장하리가 서주혁을 거부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서보겸은 분명 슬퍼할 것이고 슬프면 또 말없이 눈물을 흘릴 것이다.

하지만 장하리는 더 이상 서보겸이 슬퍼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

결국, 체념해버린 장하리는 묵묵히 고개를 숙인 채 서주혁이 건네준 물을 꿀꺽꿀꺽 마셔버렸다.

이어 서주혁은 손끝으로 그녀의 입가에 묻은 물방울을 부드럽게 닦아주며 물었다.

“더 마실래?”

장하리는 묵묵히 고개를 가로젓더니 찐빵같이 퉁퉁 부어오른 서보겸의 작은 두 눈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보겸이에게도 한잔 따라줘요.”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서보겸에게도 물을 따라주려 하자 장하리가 다시금 입을 열어 서주혁을 말렸다.

“다른 컵으로 바꿔요. 저 지금 입원했는데 보겸이도 저 때문에 옮으면 어떡해요?”

그러자 서주혁은 가볍게 싱긋 미소를 짓더니 새로운 컵으로 바꿔주었고 보겸이도 말없이 컵을 들고 물을 홀짝홀짝 들이켰다.

순진한 서보겸의 모습은 어린 짐승을 연상케 했다. 하지만 어린 짐승도 부모의 보호 속에서 자라는데 보겸이는...

장하리는 또다시 마음이 욱신거렸다.

세 식구 모두 병실에 나란히 앉아 있었지만 그 누구도 먼저 입을 열지 않았다.

곧이어 잠이 쏟아져 오기 시작하고 장하리는 다시 침대에 누웠다.

그러자 서주혁도 덩달아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의 이불을 걷어 올리며 부드럽게 물었다.

“저녁은 뭐 먹고 싶어?”

특별히 저녁 메뉴를 물어본 것도 이번 기회를 빌려 장하리와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의도와는 다르게 장하리는 지그시 눈을 감으며 대충 답했다.

“아무거나 상관없어요.”

“어... 그럼 수프 먹을래?”

“무슨 수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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