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Chapter 91 - Chapter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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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화 호의를 베풀었더니 권리인 줄 아네

백연서가 냉소를 머금으며 말했다.“잘잘못 문제가 아니라, 당신 집안 자체가 우리와 격이 맞지 않아서 그래요. 그때 성혜인이 회장님을 구하는 일이 없었더라면 승제와 엮이는 일이 있었을 것 같아요? 다들 잘 알고 있잖아요.”말 잘하는 소윤도 백연서 앞에서는 차마 입을 열지 못했다. 그저 반승제의 마음 하나 사로잡지 못해 성휘와 자신에게 이런 모욕감을 주는 못난 성혜인이 미울 뿐이었다.백연서의 시선에 성혜인이 들어왔다. 여전히 무심하게 서 있는 성혜인의 모습에 화가 더 끓었다. “1년 후에 무조건 이혼해야 한다는 계약서다. 설령 승제가 참지 못하고 널 원한다 해도 넌 고분고분 피임약을 먹어야 해. 성씨 집안은 승제의 아이를 가질 자격이 없을뿐더러, 난 내 손자가 사리사욕에 눈먼 집안에서 태어나는 꼴 못 본다.”도가 지나친 발언에 성혜인의 눈빛이 싸늘해졌다.“어머님. 그래도 어른이시니 어머님과 언쟁하고 싶지 않어요. 전 결혼 생활 3년 동안 투명 인간처럼 지냈다고 확신해요. 반승제 씨와 어떤 불화도 없었고, 어머님이 치욕스러운 말을 하셔도 웃으며 참았다고요. 하지만 오늘 아버지까지 불러서 이러는 건 도가 지나치신 거 아닌가요?”백연서도 스스로 이해가 되지는 않았다. 오늘 아침에 겨울이를 보고 나서 화가 치밀어오른 걸 보니, 강아지 때문에 트라우마가 떠오른 듯하다.그때부터 백연서는 얼굴을 잔뜩 구긴 채 성혜인의 체면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사실, 그녀의 큰아들도 겨울이와 같은 품종의 강아지를 길렀었다. 하지만 큰아들은 이미 6년 전에 세상을 떠났다.그녀는 눈을 감았다. 반승제는 그녀에게 생명줄과도 같은 존재다. 그런 아들을 반태승이 이런 여자와 엮어두었으니, 불만이 없는 게 이상할 지경이다.“성혜인. 그렇게 못 들어주겠으면 반씨 집안에서 2차 융자 가져갈 생각도 하지 마. 호의를 베풀었더니 권리인 줄 아네. 난 있는 그대로 말한 것뿐인데, 왜? 내가 일부러 당신들 모욕하는 것처럼 들리나 봐?”백연서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말을 뱉으며 자신의 가방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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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화 또 약속을 어겨?

이번 응급조치는 꽤 쉽지 않았다. 결국 5시 반이 되어서야 의사가 모습을 드러냈다.산소호흡기를 착용한 아버지를 보자 성혜인은 가슴이 아렸다.“선생님. 우리 아빠 많이 안 좋은 건가요?”그동안 회사 일에 치여 한 번도 건강검진을 받지 못했던 성휘는 아플 때마다 진통제로 버티고는 했다.성혜인의 기억에는 엄마가 살아있을 때부터 이러기 시작했다. 그때 엄마는 늘 어느 정도 벌었으면 충분하니 다 같이 사현에서 정원 하나 구입해 꽃 심으며 편안하게 살자고 타일렀다.하지만 아버지에게 시집갈 때까지만 해도 두 사람의 주머니 사정은 여의찮아 비웃음을 당하기 일쑤였다. 자기 아내에게 못 할 짓이라 생각한 성휘는 그 제안을 거절했었다. 부자가 되어 아내와 함께 잘 살고자 하는 원대한 꿈 때문이었다.성혜인은 예전부터 그 부분이 원망스러웠다. 엄마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전혀 모른다는 것.그렇게 회사가 흑자로 돌아설 때쯤, 엄마는 세상을 떠났다.반평생 고생만 했지만 호사는 누려보지도 못하고 소윤에게 자리를 내준 셈이 된 것이다.의사가 마스크를 내렸다.“환자분과 관계가 어떻게 되십니까?”“딸이에요.”다른 의료진들에게 성휘를 병실로 옮길 수 있도록 지시한 후, 자신의 진료실을 가리켰다.“상황이 좀 복잡하네요. 진료실로 가서 얘기합시다.”성혜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를 따라갔다. 그녀가 진료실에 도착해 문이 닫자, 의사는 한숨을 내쉬었다.“간암 말기입니다. 수술도 권해드리지 않는 수준이에요. 1년 정도 남았으니 마음의 준비를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성혜인은 머리에서 ‘쿵’하는 소리가 나는 것 같았다. 환청이 아닌가 하는 착각까지 들었다.‘말도 안 돼...’“확실한 거예요?”“검사상으로는 그렇습니다. 현재 암세포가 이미 전이된 상태예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서 그렇지 최근 2년 동안 분명 통증이 있었을 겁니다. 지금은 진통제 복용하면서 최대한 빨리 입원하는 수밖에 없어요. 그리고 절대안정이 필요합니다. 트랜스아미나제 수치가 높은 편인데, 밤샘 문제 때문입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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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화 손주며느리는 성혜인, 단 하나뿐

몇몇 사람들이 반태승을 부축하며 함께 걸었다. 걷던 도중, 반태승은 결국 참지 못하고 성혜인에게 전화를 걸었다.한편 성혜인은 복도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머릿속이 하얘진 상태였다.마침 울린 전화벨이 그녀의 정신을 깨웠다.성혜인은 뻣뻣하게 굳은 손가락을 움직여 조금 풀어준 뒤에야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하지만 한참 울리던 전화벨은 통화 연결 버튼을 누르기도 전에 끊어졌다.반태승의 전화를 받지 못한 성혜인은 급히 다시 전화를 걸어 사과했다.“할아버지, 죄송해요. 아빠가 갑자기 입원하셔서 병원에 오는 바람에 공항에 가지 못했어요.”이유를 듣게 된 반태승은 성혜인을 위로했다.“입원이라니, 무슨 일이니? 지금은 좀 괜찮아진 거야? 괜찮다. 오늘 저녁 약속에 오지 말고 아버지 잘 돌봐 드리렴.”성혜인은 붉어지는 눈시울을 가라앉히려 애썼다. 간암 말기라는 소식을 어떻게 전해야 할지 막막했다.‘외삼촌한테 말해야 하나? 아니야. 별로 사이가 좋지 않으시니까...’반씨 집안에는 더더욱 알릴 수 없었다. 반태승의 사랑을 받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 소식이 다른 사람의 귀에 들어가는 게 싫었다. 누군가는 고의로 동정을 사려한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그냥 몸이 좀 편찮으셔서 그래요. 아직 주무시고 계시네요. 할아버지, 다음에 죄송한 의미로 선물 사갈게요.”반태승은 허허 웃었다.“할아버지한테 예의 차릴 필요 없다. 나도 선물을 준비했는데, 승제 통해서 전해 주마.”성혜인은 다시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게 느껴졌다. 급히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봤다.“네, 감사해요, 할아버지.”‘할아버지’라고 불러주는 성혜인의 목소리에 반태승은 마음이 점점 풀렸다.전화를 끊은 후, 반태승은 상자를 하나 꺼내 반승제에게 건넸다.“혜인이 선물이니 반드시 전해주렴. 혜인이 아버지가 입원했다고 하네. 난 뭐라 말을 전할 수가 없으니 여유 있을 때 선물 들고 병원에 가봐. 사위면 사위다운 모습을 보여야지.”반태승은 진심으로 성혜인의 소식에 가슴 아파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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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화 혜원이만큼 철들지는 않았어

성휘는 꿈을 꿨다. 꿈속에서 그의 전 아내이자 성혜인의 엄마, 임지연을 만났다. 그 꿈에서 깨어나는 순간 죄책감이 물밀듯이 밀려왔다.얼마 전 임지연의 기일이었기 때문에 이런 꿈을 꾼 듯했다. 성혜인에게도 미안해졌다. 반승제는 훌륭한 사위지만, 딸이 싫어한다면 딸을 불구덩이에 밀어 넣은 것과 다를 바 없다.사실 성혜인은 어렸을 때부터 걱정 한 번 끼친 적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딸과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소윤의 눈에서 분노가 느껴졌다. 나이를 먹을수록 더 마음이 약해지는 것 같았다. 과거에는 몇 마디만 해도 고분고분 들었지만, 지금은 몸이 허약해진 상태인 데다 얼마 전 전처의 기일이었다 보니 약해지는 모습을 더 자주 보였다.하지만 예전에 그 여자에게 빼앗지 못했지만, 앞으로는 절대 성휘의 딸이 승전고를 울리도록 보고만 있지 않으리라 소윤은 결심했다.“여보, 너무 생각 많이 하지 말아요. 혜인이가 성격이 좋지 못해서 그렇지, 당신은 이미 혜인이에게 충분히 잘했어요. 사돈이 그렇게까지 화내고 있을 때 혜인이가 맞섰으면 사돈도 우리 체면을 이렇게까지 구기지는 않았을 거예요.”백연서를 떠올리자, 성휘는 입을 막고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백연서의 언행은 너무나도 지나쳤다. 하지만 성혜인과 반승제의 결혼으로 600억이라는 융자를 받았기 때문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백연서는 성씨 집안 자체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그런 악담을 쏟아낸 것이다.“여보. 혜원이가 당신 생각하는 마음을 봐요. 건강 문제만 아니었어도 벌써 찾아왔을 거예요. 입원했다는 말을 차마 꺼내질 못하겠다니까요. 한이에게도 전화하니 회사 일 너무 걱정 말고 푹 쉬라 하더군요. 한이도 열심히 배울 거예요.”성휘의 안색이 많이 나아졌다. 성혜원과 성한은 그래도 성혜인보다 철이 들었다. 승부욕이 강한 성혜인은 한 번도 성휘에게 의지한 적이 없었다. 아버지라는 존재감이 없다고 느껴질 정도로 말이다.“혜인이는 확실히 혜원이만큼 철들지는 않았어.”그때, 문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성혜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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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화 포레스트로 가죠

반승제는 속이 답답했지만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았다.“알았어요.”백연서 역시 옆에서 대화 내용을 듣고 있었지만 반태승의 건강을 염려해 아무런 반박도 하지 못했다.잠시 후, 반승제가 거실문을 나서자 그녀가 따라나섰다.“승제야, 병원에 정말 가볼 생각이니?”반승제의 발걸음이 멈췄다. 그는 이미 정원까지 걸어 나왔기 때문에 거실 안에서는 이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반승제는 시선을 아래로 떨어뜨리며 옅은 입술을 꾹 깨물었다. 그의 표정에서 마치 냉기가 느껴지는 것 같았다.“안 가요.”백연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곧이어 업신여기는 듯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낮에 성휘를 만났어. 그렇게 멀쩡하던 사람이 갑자기 웬 입원? 할아버지가 귀국하시니 일부러 속이려고 저러는 거야. 참 멋없는 행동을 많이 한다니까. 네가 정말 가면 그들 손에 놀아나는 것밖에 안 돼.”몸이 좋지 않은 반태승을 이용한다는 건 정말 참을 수 없는 행동이었다.“엄마, 알았어요.”반승제는 자리를 뜨고자 발을 내디뎠다. 그때 백연서가 한 마디 덧붙였다.“혹여 할아버지가 가보지는 않을까 싶어 네 물건 포레스트로 옮겨 뒀다. 너도 할아버지 상태를 봤으니 알겠지만, 심기 건드는 일은 없어야 해. 할아버지가 정말 가시기라도 하면 너도 가서 얼굴 좀 비추고. 어차피 성혜인은 네 침실과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게스트룸에서 묵을 거야. 내가 알아듣게 얘기해 뒀으니 허튼 짓 못 할 거야.”백연서는 성씨 집안을 언급하면서 짜증 난다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승제야, 성혜인 그 아이 그래도 예쁘장하게 생겨서 남자들 홀리기 참 쉬운 애야.”반승제는 성혜인의 성격을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몇 년 동안 성혜인이 다른 남자와 가까이 지내는 건 한 번도 본 적이 없기 때문에 백연서의 말에 긍정의 사인을 보내지 않았다.백연서는 말이 너무 많은 자신 때문에 반승제의 미움을 살까 싶어 한숨을 내쉬었다.“그때 엄마가 너와 윤단미 사이를 갈라놓는 게 아니었는데... 단미도 다시 돌아온다고 하니 둘이 잘 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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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화 밀당하는 거야?

“포레스트에 미리 전화해 둘까요?”“그렇게 하죠.”심인우의 물음에 반승제는 차분한 말투로 답했다. 하지만 곧 성혜인과 만날 생각해 표현할 수 없는 짜증이 밀려왔다.시간 약속을 철저하게 지키는 반승제와의 약속을 두 번이나 어겼기 때문이었다. 정말 버릇없는 행동이었다.심인우는 휴대폰을 꺼내 포레스트에 전화를 걸었다.유경아는 그의 전화를 받고 화들짝 놀랐다.‘오늘 여기에 오신다고?!’전화를 끊은 그녀는 다급히 도우미들에게 겨울이를 뒷집으로 숨기고 방안 구석구석 전부 소독하게 시켰다. 잠시 후 방에 털 한 올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마음을 놓았다.도우미들이 일을 깔끔하게 하는 편이기도 하고, 평일에는 매일 집안 소독을 하고 있기 때문에 30분도 채 되지 않아 모든 임무를 완수할 수 있었다.유경아는 안도한 듯 숨을 골랐다. 하지만 그때 성혜인이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는 게 떠올랐다. 전화로 이를 알려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휴대폰을 꺼내 드는 순간, 밖에서 자동차 엔진 소리가 들려왔다. 유경아가 황급히 밖으로 나가보니 낯선 차 한 대가 눈에 들어왔다. 검은색 마이바흐 차량이었다.반승제가 도착했다!유경아는 급히 휴대폰을 내려놓고 반승제를 맞이했다.“대표님.”반승제는 포레스트에 있는 모든 것이 어색하게 느껴졌지만, 아무런 관련도 없는 사람에게 감정을 표현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에 고갯짓으로 회답했다.유경아는 더욱 정중한 태도를 취했다.“낮에 대표님 어머니께서 대표님 물건들을 보내오시면서 셰프에게도 입맛 관련하여 당부 말씀 전해 놓으셨습니다. 불편한 점이 있으시다면 저에게 말씀해 주세요. 저는 회장님께서 사모님을 보필하고자 이곳에 있게 된 가정부입니다.”반승제의 시선이 유경아를 향했지만 어떠한 말도 덧붙이지 않았다.유경아는 차가운 시선을 느끼고 급히 그를 침실로 안내했다.“이곳이 대표님의 방입니다. 복도 끝이 사모님 방이고요.”반승제는 복도 끝에 시선을 두었다. 확실히 꽤 먼 거리라 서로 방해가 될 것 같지 않아 좋았다.그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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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화 아이는 언제 가질 생각이니?

반승제는 미간을 살짝 구겼다. 하지만 오래 생각할 것도 없이 몸을 돌려 테이블 앞으로 걸어가 업무 이메일을 계속 읽어 내려갔다.다음 날, 그는 일찍이 밑으로 내려왔다. 유경아는 서양식 아침 식사를 준비했다.반승제는 거실을 한 번 훑었지만, 이 집 안주인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유경아는 그의 생각을 읽은 듯 해명하고자 입을 열었다.“사모님은 어제 좀 피곤하셨는지 깨우지 말라 하시더라고요.”반승제는 곧바로 성휘의 입원 소식이 떠올랐다. 어젯밤 병원에서 늦게 돌아온 것 같았다. 하지만 성휘는 꾀병이 아니었던가?그는 차가운 표정으로 천천히 아침 식사를 마친 후 밖으로 나가 차에 몸을 실었다.포레스트에서 보낸 첫날 밤. 3년 동안 보지 못했던 아내는 얼굴조차 비추지 않았다. 그에 대한 감정을 억누르고 있는 것인지, 일부러 흥미를 유발하려는 술수인지 감이 안 잡혔다.만약 후자라면, 사람 잘못 봤다.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 영원히.반씨 집으로 향한 반승제는 심인우에게 지시를 내렸다.“점심때 뭐 좀 사서 병원에 다녀와요.”심인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다고 대답했다.그 시각 포레스트 안. 반승제가 떠나고 나서야 유경아는 성혜인 방의 문을 두드렸다.성혜인은 진작 세수를 마치고 유경아를 기다리고 있었다.“갔어요?”“네. 방금 가셨어요.”성혜인은 곧바로 아래층으로 내려왔다.“사모님. 대표님 어머니 말씀 때문에 숨으시는 거면 제가 회장님께 말씀을 드려볼까요?”“아니에요. 아주머니도 제 사람이니까 숨기지 않고 말씀드릴게요. 전 반승제가 좋아서 결혼한 게 아니에요. 융자로 600억을 받은 일때문에 어머님도 절 싫어하시는 거고요. 그럴 만하죠. 할아버지가 완쾌하시면 곧바로 이혼할 거예요.”유경아는 어떤 말도 할 수가 없어 조용히 고개만 끄덕였다.성혜인은 아침 식사를 마치고 반태승의 선물을 챙겨 본가로 향하려 했다.그 시각 반태승은 홀로 본가에 있었다. 물론 의사와 도우미들도 함께 있었다. 귀국 후 컨디션이 좋았던 반태승은 성혜인을 보는 순간 기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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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화 정체를 들키는 날

반태승은 웃음기를 머금은 얼굴로 성혜인의 손을 두드렸다.“말하는 걸 보니, 승제와 아이를 가질 생각이 있구나?”성혜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진심 어린 눈으로 웃었다.“네, 있어요.”반태승의 얼굴에 웃음꽃이 만개했다.“그럼 됐다. 걱정 마렴. 아들이든 딸이든 난 다 좋다.”성혜인은 반태승에게 더 큰 기대를 주면 안 될 것 같아 말을 아꼈다.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는 순간을 그의 몸이 견딜 수 있을까 걱정됐기 때문이다.그녀는 적절한 타이밍에 화제를 돌렸고, 1시간 동안 말벗이 되어주다 본가를 떠났다.본가 입구를 나와 차에 오르려던 그때, 반승혜와 마주쳤다. 커다란 선글라스를 얼굴에 걸친 반승혜는 생각하지도 못한 사람의 등장에 놀란 듯했다.“페니 씨, 여기서 뭐 해요?”마침 성혜인이 차에 오르는 모습만 목격했을 뿐, 본가에서 나오는 건 보지 못했다. 성혜인은 바로 핑계를 댔다.“그림을 한동안 그리지 않았기도 해서... 영감 좀 얻으려고 와봤어요.”순진한 반승혜는 그녀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었다. 곧이어 짹짹대는 참새처럼 가십거리를 꺼내기 시작했다.“아, 참. 서수연 경찰에서 풀려난 거 알아요? 서수연 오빠가 직접 경찰서로 갔대요. 이번에 망신 제대로 당했죠, 뭐. 서주혁 그 사람도 성격이 별로 안 좋아요. 마주치게 되면 최대한 피해요. 물론 승제 오빠한테 전화하면 도와줄 거예요. 그래도 그 사람이랑 절대 엮이지 마요.”반승혜가 이렇게까지 말하는 걸 보니, 서주혁도 나쁜 사람인 것 같았다.“알았어요. 알려줘서 고마워요.”반승혜는 차에서 내리며 지척에 있는 본가를 가리켰다.“전 할아버지 보러 왔어요. 그럼 가 볼게요. 다음에 또 봐요.”성혜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했다. 그녀가 사라지고 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문득 조만간 정체를 들킬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할아버지는 성혜인을 불러 반씨 가족들과 함께 식사 자리를 갖자고 할 게 분명했다. 그때는 어쩔 수 없이 반씨 가족들과 얼굴을 맞대야 할 것이다.차에 올라타려는 순간, 반승혜가 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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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화 SY그룹의 프로젝트

반승제의 눈꼬리에서 짙은 조소가 느껴졌다.“할아버지, 직접 한 말이에요?”“그럼. 혜인이는 참 기특한 아이야.”한약을 건네준 반승혜는 당장 한마디 하고 싶었다. 기특하다고? 제원에서 반승제의 아이를 원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할아버지한테 이런 말까지 하더니,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게 틀림없어.’반승제는 할아버지의 건강을 염려해 분명 알겠다고 대답할 것이다. 물론 입 발린 말이겠지만.반승혜는 내일모레가 기대됐다. 도대체 얼마나 낯짝이 두꺼운 여자이길래 이런 말을 서슴지 않고 할 수 있는지 두 눈으로 똑똑히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하지만 반승제의 눈빛을 읽은 그녀는 말없이 가만히 있었다.반승제는 한약을 반태승에게 건넸다.“노력해 볼게요.”예전과 똑같은 대답이다. 하지만 어떻게 노력하는지 할아버지는 알 길이 없으니 능청스럽게 넘어가려 했다.“오늘 포레스트에 가봐야겠다. 네 놈이 정말 노력하고 있는지 두 눈으로 봐야겠구나.”반승제가 당황하는 장면을 예상했다. 하지만 대답이 의외였다.“네. 가 보셔야죠.”현재 반태승의 몸 상태로는 어디를 갈 수가 없는 상황이다. 그저 반승제를 떠보기 위한 말이었다.안색 하나 변하지 않고 대답하는 반승제의 모습에 반태승은 그의 말을 믿었다.“3년 전 네가 혜인이에게 눈길도 주지 않을 때도 혜인이는 나에게 볼멘소리 한 번 한 적이 없다. 이번 승혜 생일을 기회 삼아 다른 사람들에게 소개할 수 있겠구나. 그때 너무 성급하게 결혼식을 하다 보니 혜인이 얼굴을 모르는 사람들이 참 많다. 나중에 나가서 힘든 일 많이 당할 거야.”반태승은 성혜인에게 진심을 다했다. 그 모습에 반승제는 기분이 언짢았지만 반태승의 뜻을 거역할 수도 없었다.어차피 명목상의 부부일 뿐이니까. 성혜인도 그 명성으로 위세를 떨치고 다니지 않았는가.“할아버지가 만족하시면 됐어요. 지금 가장 중요한 건 할아버지 건강이에요.”“오늘 병문안은 다녀왔니?”“이따가 가려고요.”반태승은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잠시 후, 본가에서 나온 반승제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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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화 저항할 줄 아는 여자

“조 사장님, 이미 준비 끝났으니 걱정 마세요. 직접 이쪽으로 오시면 우리의 협력 관계는 바로 성사되는 겁니다.”조희준은 눈을 반짝였다. HS그룹은 국내에서 수년간 굳건하게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기업이다. 절반 이상의 인테리어팀이 HS그룹에서 물건을 가져오기 때문에 낮은 가격으로 그들과 협력사가 된다면 떼돈을 벌어들일 수 있을 것이다.“알겠습니다. 30분 안에 가겠습니다.”조희준은 헤벌쭉 웃으며 전화를 끊고 비서에게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곧이어 자신의 아우터를 챙겨 엘리베이터를 탔다.회사 로비에 도착하자, 차를 끌고 온 비서가 조희준의 앞에 멈춰 섰다. 그때, 뒤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조희준 사장님.”그대로 얼어붙은 조희준은 웃음기마저 사라진 채 고개를 돌렸다.성혜인에게서는 여전히 서늘한 기운이 느껴졌다. 그녀는 살짝 고개를 숙이며 입을 열었다.“전화를 안 받으시니 여기서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네요. 체결하기로 한 계약은 어떻게 됐나 해서요.”조희준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급히 손을 내밀었다.“페니 씨, 왔어요? 프런트에서 얘기를 안 해줬네요.”거짓말이라는 걸 성혜인은 알고 있었지만 어른들 사이에서는 이런 일이 없을 수가 없지 않은가.“사장님. 최근에 제가 새로운 의뢰가 들어와서 급하게 찾아오게 되었어요. 알다시피 반승제 대표님과의 프로젝트고요. 이번 협력은 서로 좋은 일이겠네요.”“페니 씨, 제가 지금 회의 때문에 출장을 가야 해서 시간이 없네요. 제가 출장 갔다 돌아오면 자세히 얘기해 보는 거 어때요?”핑계다. 이미 다른 기업을 찾은 게 분명했다. 하지만 아직 계약 체결을 한 게 아니니 성혜인을 붙잡아 둘 생각이었다.성혜인의 눈빛에 냉기가 스쳐 갔다.“제가 이 업계에 발을 들이고 나서 줄곧 사장님과 협력을 했기 때문에 꽤 가까운 관계라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혹시라도 더 좋은 협력 파트너를 찾으신 거라면 솔직하게 말해주세요. 그래야 저도 대비를 할 수 있으니까요. 반승제 대표님도 많이 재촉하고 계세요.”조희준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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