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처가 대표님과 결혼했어요의 모든 챕터: 챕터 991 - 챕터 1000

1009 챕터

제991화

“말 한번 잘했네. 그래! 다 자네 탓이야!”이때 만약 육윤엽 주변에 뿌릴만한 물건이 있었다면 바로 허태준을 향해 던졌을 것이다.머리에 피도 안 마른 놈이 쥐도 새도 모르게 자기 친딸을 가로챘으니 화가 이만저만 나는 게 아니었다.육윤엽은 늘 이런 날이 올 거라고는 예상했었다. 하지만 이렇게 빨리, 그것도 눈치를 챌 새도 없이 모든 일이 벌어졌다. 허태준이 그를 안중에도 두고 있지 않은 것 같았다.김욱은 육윤엽이 쓰러지기라도 할까 봐 옆에서 계속 그를 진정시키려 애썼다.“삼촌, 참아요. 참아.”육윤엽은 깊게 숨을 들이쉬며 요동치는 심장을 겨우 진정시켰다.“자네 집안에 일은 다 처리했나?”육윤엽은 침착하게 물었다.그가 심유진과 허태준을 반대한 가장 큰 이유는 허씨 일가에는 워낙 문제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는 소중한 딸이 그런 요란스러운 부잣집 싸움에 휘말리게 하고 싶지 않았다.육윤엽은 YT 그룹의 파산된 것과 허태서가 체포하는 도중에 사살되었다는 소식을 각종 매체를 통해 알게 되었다. 하지만 허 씨네 중 다른 사람이 또 난동을 피우지 않을 거라고 장담할 수 없었다.“네. 다 처리됐습니다.”허태준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처리가 안 됐다면 아버님을 뵈러 올 용기도 나지 않았을 거예요.”허태준의 대답이 마음에 들었던 육윤엽은 코웃음을 쳤다.“자네가 저질렀던 잘못에 대해서 유진이는 이제 추궁하지 않던가?”육윤엽은 슬슬 허태준의 흑역사를 끄집어낼 생각이었다.허태준은 가시방석에 앉은 것만 같았다.변명할 여지도 없었던 허태준은 그가 이전에 저질렀던 일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있었다.그는 변명 대신 육윤엽한테 맹세했다.“다시는 똑같은 실수 반복하지 않겠습니다. 앞으로 몇 배로 더 유진 씨한테 잘해서 제가 저지른 일 다 잊을 수 있게 노력하겠습니다.”고작 허태준의 말 한마디만 듣고 그는 쉽게 단언할 수 없었다.하지만 허태준이 여태까지 해온 노력을 육윤엽은 다 봐오고 있었다.허태준을 대하는 심유진의 태도가 변한 것도 육윤엽은 잘 캐치하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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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2화

“결혼식은 언제 할 생각인가?”육윤엽은 뜬금없이 물었다.허태준은 너무 긴장한 탓에 혼이 나가 있었다. 그는 잠깐 머뭇거리다가 잔뜩 신이 나서 말했다.“아직 정하지는 않았습니다.”허태준은 입꼬리가 절로 올라갔다. 하지만 아직 반성하는 태도를 유지해야 했기에 열심히 입꼬리를 자제했다.“유진 씨의 의견을 들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둘이 재결합도 했는데 결혼식을 빨리 올리는 게 좋지 않겠나? 우리 딸이 언제까지 아무 명목도 없이 자네 곁에 있을 수도 없고.”허태준은 여전히 육윤엽의 눈엣가시였다. 하지만 심유진이 좋아한다니 반대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허태준도 일이 흐지부지 하게 될까 봐 하루빨리 결혼식을 올리고 싶었다. 반면 심유진은 경주에 계열사를 설립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서 다른 일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아버님, 제가 소소하게나마 선물을 준비했습니다.”허태준은 가방에서 문건 하나를 꺼내 육윤엽한테 건넸다.육윤엽은 눈을 가늘게 뜨고 문건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재산권 증여서?”육윤엽은 깜짝 놀랐다.허태준은 블루 항공 계열사가 있는 사무실 건물을 증여하려 했다.“지금 블루 항공에서 사무실 두 층만 사용하고 있지만 본사를 경주로 옮기면 건물 전체를 다 써야 할 겁니다. 그리고 저희 CY 그룹의 몇몇 부서가 같은 건물에서 업무를 보고 있기는 한데, 계약서에 사인만 하면 매달 임대료를 계좌이체 하도록 하겠습니다.”경주의 시내에 위치한 고층 건물은 엄청난 시세를 자랑한다.소소한 선물치고는 부담스러울 정도로 비쌌다.너무 비싼 선물에 육윤엽은 받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받자니 염치가 없어 보이고 안 받자니 심유진의 가치를 짓밟는 것 같아 갈팡질팡했다.“나는 자네 것 뭐든 받고 싶지 않네.”육윤엽은 고민하다가 좋은 아이디어가 생각났다.“이 건물 나한테 말고 유진이 한테 주게. 유진이한테 주면 내가 받은 것과 마찬가지 아니겠는가.”육윤엽은 심유진이 이 건물을 받는 게 자신이 받는것 보다 더 좋았다. 심유진이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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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3화

“해결됐다고 볼 수도 있겠지?”허태준의 목소리는 평온했지만 절로 나오는 웃음은 숨길 수 없었다.“그럼 슬슬 결혼 준비하면 되는 거야?”여형민은 깜짝 놀랐다.“일단 상황을 좀 지켜봐야 할 것 같아.”심유진의 속마음은 아직도 오리무중이었기에 허태준은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없었다.“뭐 더 지켜봐야 할 게 남았어?”여형민은 아직도 꾸물거리는 허태준이 너무 답답했다.“너 이대로 더 끌었다간 너와 심유진 사이에 아이 하나 더 생기겠어!”허태준도 어쩔 수 없었다.“이게 내 마음대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게 아니야.”“뭐야 허 대표!”여형민은 눈을 번뜩이며 그를 쳐다봤다.“벌써부터 와이프 눈치를 보는 거야? 이게 자기밖에 모르던 허 대표가 맞아?”“와이프를 무서워하는 게 아니라...”허태준은 황급히 말을 바꿨다.“와이프의 의견을 존중하는 거지. 너 같은 남성우월주의가 뭘 알겠어.”순간, 여형민은 할 말을 잃었다.“그래. 네가 생각하고 싶은 대로 생각해.”그도 허태준과 일일이 따지는 게 입이 아팠다....허태준이 집에 도착하니 어느덧 새벽 2시였다.방은 한없이 깜깜했다.심유진과 별이는 이미 꿈나라에 있었다.허태준은 거실과 가까운 욕실에서 간단히 샤워했다. 잠옷을 미리 가져다 놓지 않아 그는 타워로 간신히 하반신을 가렸다. 그러고는 살금살금 침실로 들어섰다.침대 머리의 무드등이 어둡게 방을 비춰주고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어두워서 길도 겨우 보이는 정도였다.그는 재빨리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심유진은 깊게 잠들었다. 허태준은 이를 발견한 후에야 조심스레 다가가 뒤에서 껴안았다.따뜻하고 유연한 몸을 안고 있으니 그에게도 안정감이 찾아왔다.허태준은 그녀의 볼에 가볍게 뽀뽀를 한 후에야 만족스러운 듯 잠에 들었다....한밤중, 심유진은 화장실에 가려 잠에서 깼다. 그녀는 갑자기 침대에 누워있는 다른 그림자를 발견했다.“악!”심유진은 바로 자신을 안고 있는 허태준을 밀쳐냈다.졸지에 허태준도 그녀의 비명소리에 깼다. 그는 다급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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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4화

“여보.”허태준은 다시 한번 말했다.그는 반짝거리는 두 눈으로 심유진을 쳐다봤다.처음으로 여보 소리를 들은 것은 아니었지만 어느새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심유진은 일부러 허태준의 눈을 피했다. 그녀는 튀어나올 것 같은 심장을 부여잡고 투덜거렸다.“아직 결혼도 안 했는데 뭐라는 거예요.”“계속하고 싶었던 말이 있는데 못했어요.”허태준은 여우처럼 반달 같은 눈에 입꼬리를 올리며 말을 꺼냈다.그의 수상한 모습에 심유진은 괜히 긴장되었다.“내 옆으로 와봐요.”허태준은 목소리를 내리깔고 그녀를 불렀다.그의 부름에 심유진은 저도 모르게 가까이 다가갔다.거리가 좁혀지자 허태준은 그녀의 손목을 잡더니 재빨리 자신의 품에 끌어안았다.“악!”심유진은 맥없이 튼튼한 그의 가슴 근육에 부딪혔다.허태준은 그녀를 꽉 껴안아 그의 따뜻하고 촉촉한 콧김이 그녀의 볼에 부딪혔다.그는 자주 이런 투박한 방식으로 심유진을 껴안았지만 여전히 익숙해지지 않았다. 심유진은 매서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짜증 냈다.“좀 부드럽게 안아 줄래요?”언뜻 화난 것 같지만 자세히 들어보면 애교가 섞여 있다.“알겠어요.”허태준은 평소와 달리 온화한 태도로 수긍했다.“많이 아팠어요?”그는 고개를 숙여 심유진의 손목을 “호호” 불어줬다.그의 입바람은 산들바람처럼 간질간질했다.심유진은 그를 빤히 쳐다봤다.허태준의 긴 속눈썹을 너머로 마음 아파하는 눈빛이 보였다.정말 태양이 서쪽에서 뜨지 않고서야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다.“여보.”허태준은 멈칫했다.몇초의 정적이 흐른 후, 허태준이 조심스레 고개를 들자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허태준은 믿을 수 없어 입은 파르르 떨렸다. 그의 모습은 조금 우스꽝스럽기도 했다.“다, 다시 한번 불러봐 줘요!”허태준은 감정이 벅차올라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의 마음은 하늘로 치솟듯 기뻤다.그의 반응에 심유진의 얼굴도 덩달아 붉어졌다.심유진은 얼렁뚱땅 상황을 피하려 했지만 허태준은 기회를 놓칠 생각이 없었다.“다시 불러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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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5화

“저희가 이혼한 적이 없다는 게 무슨 말이에요?”심유진은 병원에서 쓰러졌을 때 여형민이 건넨 이혼합의서에 사인을 한 기억이 있다.당시 심유진은 술에 취해 있었고 허태준과 정소월 때문에 신경이 예민했었다. 그녀는 서류를 제대로 확인 할 겨를도 없이 바로 마지막 페이지에 사인을 했다.“형민이가 준 건 이혼합의서가 아니고 재산 양도 계약서예요. 그리고 저는 이혼합의서에 사인한 적도 없고요.”허태준은 자신의 작전이 성공해서 매우 흐뭇했다. 그는 심유진의 귀를 살짝 깨물었다.심유진은 여전히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그녀는 이혼이 성립되었는지 제대로 확인하지도 않고 출국했다. 하지만 심유진과 허태준은 6년 동안이나 별거했었고 몸이 멀어지니 마음도 멀어진 건 사실이었다. 하여 여형민이 건넨 서류가 당연히 이혼서류일 거라고 생각했다.게다가 그녀와 이혼을 하지 않으면 정소월과 결혼할 수 없는 일이었기에 자연스러운 절차라고 생각하고 사인했다.“뭔 재산 양도 계약서요?”허태준의 인성과 재력을 봤을 때 전혀 조건웅처럼 재산을 뺏지 않을 거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금전에 관한 얘기에 심유진도 어쩔 수 없이 경계심을 갖게 되었다.“유진 씨는 모르겠지만...”허태준은 차가운 입술을 심유진의 입술에 포개며 말했다.“유진 씨 지금 CY그룹의 51퍼센트 지분을 가진 최대 주주예요. 제가 유진 씨 기분 상하게 하면 언제든지 저를 회사에서 내쫓을 수 있어요.”이 충격적인 사실을 들은 심유진은 입을 닫지 못했다.“태준 씨, 그런 심각한 일로 장난치지 말아요.”심유진은 여전히 믿을 수 없다는 듯 허태준한테 경고했다.“저 장난치는 것 아니에요.”허태준은 잡고 있던 손을 놓았다. 하지만 심유진이 때리기라도 할까 봐 너무 멀리 떨어지진 않았다.“못 믿겠다면 서류를 가져다줄까요?”“보여줘 봐요.”심유진은 조금도 머뭇거리지 않고 말했다.“잠깐 기다려요.”심유진이 때리려고 하지 않자 허태준은 그제야 마음 놓고 서재로 향했다.그의 모든 중요한 서류는 모두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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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6화

허 아주머니는 밤낮으로 출퇴근하느라 바쁜 허태준과 심유진을 대신해 별이를 돌보는 경우가 많아졌다.심유진은 그나마 시간이 여유로운 편이었다. 가끔 일찍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오면 허 아주머니랑 마주칠 때가 많았다. 그럴 때마다 허 아주머니는 스쳐 지나가듯 언제 결혼할 것인지 물었다.재혼하게 되는 심유진은 다시 결혼식을 올리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없었다.이전에 조건웅과의 결혼식은 화려하진 않지만 꽤 그럴듯했다.아마 인생의 목표를 어느 정도 도달한 상태였기에 결혼식에 대한 로망이 없어진 것일 수도 있다.심유진한테 결혼식은 그저 시간 낭비, 돈 낭비, 체력 낭비였다. 그녀는 더 이상 결혼식에 대한 동경과 환상을 잃은 지 오래였다.그녀는 최대한 완곡하게 자기 생각을 표현했다.하지만 너무 완곡했던 탓인지 허 아주머니는 계속 눈치를 채기는커녕 끝없이 밀어붙였다.하는 수 없이 심유진은 허태준과 상의했다.“태준 씨가 아주머니한테 결혼식 안 올린다고 말해줄래요?”허태준은 심유진이 일하느라 바쁜 점을 고려했다. 그는 한 번도 심유진 앞에서 결혼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심유진이 먼저 결혼 얘기를 꺼내자 허태준은 의아하기도 했지만 섭섭하기도 했다.“왜 결혼식을 올리지 않겠다는 거예요?”허태준의 얼굴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저와 유진 씨의 관계를 숨기고 싶은 거예요?”허태준은 아직도 심유진이 가짜 이혼을 하자는 것에 대해 따지고 싶었다.“아니에요!”심유진은 허태준이 왜 그렇게 생각하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녀는 하는 수 없이 사실대로 얘기할 수밖에 없었다.“결혼식을 올리는 게 너무 귀찮고 힘든 일이잖아요.”“뭐가 귀찮아요?”허태준은 바로 반박해 나섰다.“제일 유명한 웨딩 플랜 회사에 의뢰할 거예요. 그분들이 알아서 다 준비할 테니 신경 쓰지 않아도 돼요. ”심유진은 사실 예쁘게 단장하고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만 하면 된다.“그렇게 결혼식을 올리고 싶어요?”심유진은 끝내 허태준한테 물었다.허태준은 입을 꾹 다물고 심유진을 뚫어져라 쳐다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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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7화

현재는 2월 중순, 5월에 결혼식을 올리려면 시간이 빠듯했다.허태준은 웨딩업계에서 유명하고 평판이 좋은 팀에게 준비를 맡겼다.그는 일주일간 상의를 거쳐 그의 생각과 요구를 제기했다.웨딩 계획팀에서 그의 요구를 모두 만족하기에는 난이도가 높았지만 최선을 다해서 결혼식을 완성하겠다고 했다....한편.허태준은 친구의 도움으로 하은설과 별이의 입양 관계를 풀어주고 별이의 이름을 허태민으로 바꿔 자신의 호적에 올렸다.하지만 심유진은 허태민이라는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허 씨에 태민이라는 이름을 붙이니 뭔가 조화롭지 못한 느낌이 들었다.심유진은 별이가 정식으로 호적에 오르기 전, 이름 성을 육으로 바꿔야 하지 않냐며 허태준과 실랑이를 벌였다.결국 그들은 선택권을 별이한테 주었다.그는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저는 아빠 성을 따를래요!”그 말을 들은 심유진은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모자 관계를 끊을까도 생각했다....일 년 중 가장 큰 공휴일인 설날.심유진과 하은설이 외국에서 같이 거주한 곳은 한인들이 많은 구역은 아니었다. 그러다 보니 경주에 있었을 때의 설날 분위기를 느낄 수 없었다. 심지어 가끔은 설날인 것을 잊고 평일처럼 지나 보낸 적도 있었다.하지만 올해는 달랐다.허태준의 부모님은 전통을 대대로 지켜온 분들이다.설날까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자 허 아주머니는 매일 별이를 데리고 마트에 갔다. 매번 그들은 트렁크가 가득 차도록 장 봤다.휴일을 마음껏 만끽하기 위해 그들은 서둘러 별이가 다닐 유치원을 찾지 않았다. 그동안 별이는 허 아주머니와 함께 다니며 설날 분위기를 즐겼다.그러다 심유진은 문득 별이가 마트에서 흘러나오는 설날 노래를 흥얼거리는 것을 들었다.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심유진은 매일 요구대로 업무보고를 써서 김욱의 메일로 보냈다. 가끔 글로 표현하기 어려운 부분은 화상채팅을 걸어 설명하다가 근황에 대해 얘기하기도 했다.설날이 점점 가까워지자 심유진은 김욱과 육윤엽의 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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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8화

섣달그믐날.CY 그룹에도 설 연휴가 찾아왔다. 심유진은 직원들의 급여 정산을 마치고 보너스도 줬다.연휴 첫날 오전, 허태준은 심유진과 별이를 데리고 집 청소를 한 후, 각자 짐을 싸고 허 씨네 별장으로 향했다.허 아주머니는 일주일 내내 본가로 내려와 설을 쇠라고 했다.그녀의 간절한 부탁에 심유진은 거절할 수 없었다. 허태준도 본가에 내려가기 싫었지만 심유진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허 씨네 별장에 도착하자 현관 양옆에는 한국 전통이 묻어있는 태극부채가 걸려있었다.별이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신나서 토끼처럼 뛰어다녔다.“이 부채 제가 직접 건 거예요.”별이는 부채를 가리키며 심유진한테 자랑했다.“그리고 여기 연에 태극마크도 제가 직접 그린 거예요.”별이는 현관문 안쪽에 붙여진 연을 보여주며 말했다.일찍이 허 아주머니는 별이가 예술적 소질을 발휘해 집 장식을 했다고 심유진한테 말했었다.심유진은 신난 별이의 모습에 이미 습관 되어 있었다.별이는 어릴 적부터 명절의 북적거리는 분위기를 좋아했었다. 매해 크리스마스 때에도 별이는 하은설과 함께 뒤뜰에서 나무를 캐고 집에 가져와 각종 장식품으로 장식하여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들었다.하지만 별이가 설날을 제대로 즐기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심유진은 이번 설을 통해 별이가 직접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어 좋은 경험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한편, 허 아주머니와 허 아주버님은 주방에서 전을 부치고 있었다.여러 가지 전이 식탁에 가득 쌓여있는 것을 보고 심유진은 허 할아버지 집에 갔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설 전날, 심유진은 허 할아버지가 좋아하는 애호박 전을 가득 부쳐줬었다.하지만... 허 할아버지는 젓가락조차 들지 않았었다.“무슨 생각 해요?”허태준은 깊은 생각에 빠진 심유진을 보고 손을 저었다.심유진은 씁쓸한 웃음을 내비쳤다.“그냥 갑자기 할아버지 생각이 나서요...”허태준은 잠깐 뜸 들이다가 금방 그녀의 뜻을 알아차렸다.“그때 제가 할아버지 좋아하시는 애호박전 부쳐드렸는데 한 입도 안 드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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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9화

심유진은 허태준을 안아주며 위로를 건넸다.“내일 저랑 같이 납골당에 갈까요? 우리 전 좀 싸서 할아버지 뵈러 가요.”허태준은 심유진을 꼭 안았다. 그는 겨우 울음을 참고 입을 뗐다.“그래요.”허 아주머니와 허 아주버님은 일찍이 거실에서 서로 부둥켜안고 있는 둘을 발견했지만 서로 눈길을 주고받으며 흐뭇하게 웃었다.허태준이 겨우 진정된 후 심유진은 그의 손을 잡고 당당히 주방에 들어섰다.“아저씨, 아주머니.”심유진은 예의 바르게 그들을 불렀다.이윽고 허태준은 애초에 심유진과 이혼하지 않은 사실을 고백했다.허 아주머니는 장난스레 심유진을 혼냈다.“근데 계속 아저씨, 아주머니라고 불러?”심유진은 순식간에 얼굴이 붉어졌다.“어머니, 아버님!”“그렇지!”허 아주머니는 그제야 만족스러운 듯 답했다. 허 아주버님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피었다.“아침부터 대청소하느라 힘들었지? 너희 먼저 방에 올라가서 쉬고 있어. 밥이 다 되면 부를게.”허 아주머니는 다정하게 말했다.“안 그러셔도 돼요.”심유진은 싱크대에서 손을 씻고는 팔을 걷어 올렸다.“제가 전을 부칠게요!”네 사람은 각자 할 일을 나누고 밥을 차리기 시작했다.허 아주버님과 허태준은 잡채와 밥을 짓고 심유진과 허 아주머니는 전을 부쳤다.허태준은 잡채에 들어갈 채소를 다 한 그릇에 담아놓고 간을 하면 별이는 진흙 놀이 하듯 골고루 비볐다.모두 화기애애하게 식사 준비를 하는 와중에 심유진의 휴대폰이 울렸다.심유진은 손에 묻은 기름을 앞치마에 대충 닦고 호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김욱한테서 걸려 온 전화였다.심유진은 반가워서 재빨리 전화를 받았다.“응. 오빠!”“지금 시간 돼?”김욱은 물었다.“시간 있지.”심유진은 그가 회사 일로 전화 온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녀는 그들한테 양해를 구하고 다급히 이층에 올라갔다.“무슨 일이야?”김욱 주변은 시끌벅적했다. 시끄러운 소리에서 희미하게 경주 사투리가 들려왔다.심유진은 걸음을 멈추고 들뜬 목소리로 물었다.“혹시 경주에 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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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0화

심유진은 그 두 사람을 그녀의 집에 재울 생각은 없었다. 게다가 그녀가 지내고 있는 집은 사실 허태준의 집이었다.심유진과 허태준이 지내는 집은 워낙 넓어서 두 사람쯤 더 들어와 지내도 될 크기였다. 하지만 육윤엽이 아직 허태준을 못마땅해하는지라 두 사람이 한 침실을 썼다간 불필요한 트러블이 생길까 봐 걱정되었다.심유진은 조용히 김욱을 한쪽으로 끌고 가 작은 소리로 물었다.“진짜 우리 집에서 같이 지내려고? 아버지랑 태준 씨가 싸우기라도 하면 어떡해.”“너 걱정이 너무 많은 거 아니야?”김욱은 심유진의 이마를 톡톡 치며 안심시켰다.“걱정하지 마. 삼촌 이미 현실을 다 받아들인 상태야. 예전처럼 폭력적이지 않아.”“진짜지?”심유진은 김욱의 말이 믿기지 않았다.“내 전 재산을 걸고 장담할게.”김욱은 손을 들고 맹세했다.심유진은 주춤하다가 고민 끝에 겨우 입을 뗐다.“그래. 하지만... 우리는 태준 씨 본가에서 이틀 동안 지내야 해.”심유진은 말하면서 고민에 빠졌다.한쪽은 지구 반대편에서 날아온 친아버지와 오빠이고, 다른 한쪽은 함께 설을 쇠기를 고대하던 시부모님 사이에서 누구를 모셔야 할지 선택하기 어려웠다.김욱은 심유진의 사정을 육윤엽한테 전했다.자초지종을 들은 육윤엽은 고개를 돌려 허태준한테 물었다.“나와 김욱이가 자네 본가에 가서 실례해도 되겠나?”“그럼요, 언제든지 오셔도 됩니다!”허태준은 머뭇거리지도 않고 바로 대답했다.“먼저 우리를 둘이 사는 집으로 데려다주게. 내일 나와 욱이가 자네 본가에 가서 같이 설날을 지내는 게 좋을 것 같네.”“네! 알겠습니다.”육윤엽의 명령에 허태준은 바로 행동으로 옮겼다....마침 아침에 대청소를 해서 집이 잘 정리되어 있었다.덕분에 심유진은 어깨를 펴고 육윤엽과 김욱을 데리고 집 안으로 들어왔다.“객실은 평소 비어있어서 좀 누추해요”허태준은 그 둘이 마음에 들지 않은 곳이 있을까 봐 조바심을 냈다.“불편한 곳 있으면 언제든지 저한테 말해주세요.”“괜찮네.”육윤엽은 온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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