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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2화

“결혼식은 언제 할 생각인가?”

육윤엽은 뜬금없이 물었다.

허태준은 너무 긴장한 탓에 혼이 나가 있었다. 그는 잠깐 머뭇거리다가 잔뜩 신이 나서 말했다.

“아직 정하지는 않았습니다.”

허태준은 입꼬리가 절로 올라갔다. 하지만 아직 반성하는 태도를 유지해야 했기에 열심히 입꼬리를 자제했다.

“유진 씨의 의견을 들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둘이 재결합도 했는데 결혼식을 빨리 올리는 게 좋지 않겠나? 우리 딸이 언제까지 아무 명목도 없이 자네 곁에 있을 수도 없고.”

허태준은 여전히 육윤엽의 눈엣가시였다. 하지만 심유진이 좋아한다니 반대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허태준도 일이 흐지부지 하게 될까 봐 하루빨리 결혼식을 올리고 싶었다.

반면 심유진은 경주에 계열사를 설립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서 다른 일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아버님, 제가 소소하게나마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허태준은 가방에서 문건 하나를 꺼내 육윤엽한테 건넸다.

육윤엽은 눈을 가늘게 뜨고 문건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재산권 증여서?”

육윤엽은 깜짝 놀랐다.

허태준은 블루 항공 계열사가 있는 사무실 건물을 증여하려 했다.

“지금 블루 항공에서 사무실 두 층만 사용하고 있지만 본사를 경주로 옮기면 건물 전체를 다 써야 할 겁니다. 그리고 저희 CY 그룹의 몇몇 부서가 같은 건물에서 업무를 보고 있기는 한데, 계약서에 사인만 하면 매달 임대료를 계좌이체 하도록 하겠습니다.”

경주의 시내에 위치한 고층 건물은 엄청난 시세를 자랑한다.

소소한 선물치고는 부담스러울 정도로 비쌌다.

너무 비싼 선물에 육윤엽은 받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받자니 염치가 없어 보이고 안 받자니 심유진의 가치를 짓밟는 것 같아 갈팡질팡했다.

“나는 자네 것 뭐든 받고 싶지 않네.”

육윤엽은 고민하다가 좋은 아이디어가 생각났다.

“이 건물 나한테 말고 유진이 한테 주게. 유진이한테 주면 내가 받은 것과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육윤엽은 심유진이 이 건물을 받는 게 자신이 받는것 보다 더 좋았다. 심유진이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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