섣달그믐날.CY 그룹에도 설 연휴가 찾아왔다. 심유진은 직원들의 급여 정산을 마치고 보너스도 줬다.연휴 첫날 오전, 허태준은 심유진과 별이를 데리고 집 청소를 한 후, 각자 짐을 싸고 허 씨네 별장으로 향했다.허 아주머니는 일주일 내내 본가로 내려와 설을 쇠라고 했다.그녀의 간절한 부탁에 심유진은 거절할 수 없었다. 허태준도 본가에 내려가기 싫었지만 심유진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허 씨네 별장에 도착하자 현관 양옆에는 한국 전통이 묻어있는 태극부채가 걸려있었다.별이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신나서 토끼처럼 뛰어다녔다.“이 부채 제가 직접 건 거예요.”별이는 부채를 가리키며 심유진한테 자랑했다.“그리고 여기 연에 태극마크도 제가 직접 그린 거예요.”별이는 현관문 안쪽에 붙여진 연을 보여주며 말했다.일찍이 허 아주머니는 별이가 예술적 소질을 발휘해 집 장식을 했다고 심유진한테 말했었다.심유진은 신난 별이의 모습에 이미 습관 되어 있었다.별이는 어릴 적부터 명절의 북적거리는 분위기를 좋아했었다. 매해 크리스마스 때에도 별이는 하은설과 함께 뒤뜰에서 나무를 캐고 집에 가져와 각종 장식품으로 장식하여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들었다.하지만 별이가 설날을 제대로 즐기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심유진은 이번 설을 통해 별이가 직접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어 좋은 경험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한편, 허 아주머니와 허 아주버님은 주방에서 전을 부치고 있었다.여러 가지 전이 식탁에 가득 쌓여있는 것을 보고 심유진은 허 할아버지 집에 갔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설 전날, 심유진은 허 할아버지가 좋아하는 애호박 전을 가득 부쳐줬었다.하지만... 허 할아버지는 젓가락조차 들지 않았었다.“무슨 생각 해요?”허태준은 깊은 생각에 빠진 심유진을 보고 손을 저었다.심유진은 씁쓸한 웃음을 내비쳤다.“그냥 갑자기 할아버지 생각이 나서요...”허태준은 잠깐 뜸 들이다가 금방 그녀의 뜻을 알아차렸다.“그때 제가 할아버지 좋아하시는 애호박전 부쳐드렸는데 한 입도 안 드셨
심유진은 허태준을 안아주며 위로를 건넸다.“내일 저랑 같이 납골당에 갈까요? 우리 전 좀 싸서 할아버지 뵈러 가요.”허태준은 심유진을 꼭 안았다. 그는 겨우 울음을 참고 입을 뗐다.“그래요.”허 아주머니와 허 아주버님은 일찍이 거실에서 서로 부둥켜안고 있는 둘을 발견했지만 서로 눈길을 주고받으며 흐뭇하게 웃었다.허태준이 겨우 진정된 후 심유진은 그의 손을 잡고 당당히 주방에 들어섰다.“아저씨, 아주머니.”심유진은 예의 바르게 그들을 불렀다.이윽고 허태준은 애초에 심유진과 이혼하지 않은 사실을 고백했다.허 아주머니는 장난스레 심유진을 혼냈다.“근데 계속 아저씨, 아주머니라고 불러?”심유진은 순식간에 얼굴이 붉어졌다.“어머니, 아버님!”“그렇지!”허 아주머니는 그제야 만족스러운 듯 답했다. 허 아주버님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피었다.“아침부터 대청소하느라 힘들었지? 너희 먼저 방에 올라가서 쉬고 있어. 밥이 다 되면 부를게.”허 아주머니는 다정하게 말했다.“안 그러셔도 돼요.”심유진은 싱크대에서 손을 씻고는 팔을 걷어 올렸다.“제가 전을 부칠게요!”네 사람은 각자 할 일을 나누고 밥을 차리기 시작했다.허 아주버님과 허태준은 잡채와 밥을 짓고 심유진과 허 아주머니는 전을 부쳤다.허태준은 잡채에 들어갈 채소를 다 한 그릇에 담아놓고 간을 하면 별이는 진흙 놀이 하듯 골고루 비볐다.모두 화기애애하게 식사 준비를 하는 와중에 심유진의 휴대폰이 울렸다.심유진은 손에 묻은 기름을 앞치마에 대충 닦고 호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김욱한테서 걸려 온 전화였다.심유진은 반가워서 재빨리 전화를 받았다.“응. 오빠!”“지금 시간 돼?”김욱은 물었다.“시간 있지.”심유진은 그가 회사 일로 전화 온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녀는 그들한테 양해를 구하고 다급히 이층에 올라갔다.“무슨 일이야?”김욱 주변은 시끌벅적했다. 시끄러운 소리에서 희미하게 경주 사투리가 들려왔다.심유진은 걸음을 멈추고 들뜬 목소리로 물었다.“혹시 경주에 온
심유진은 그 두 사람을 그녀의 집에 재울 생각은 없었다. 게다가 그녀가 지내고 있는 집은 사실 허태준의 집이었다.심유진과 허태준이 지내는 집은 워낙 넓어서 두 사람쯤 더 들어와 지내도 될 크기였다. 하지만 육윤엽이 아직 허태준을 못마땅해하는지라 두 사람이 한 침실을 썼다간 불필요한 트러블이 생길까 봐 걱정되었다.심유진은 조용히 김욱을 한쪽으로 끌고 가 작은 소리로 물었다.“진짜 우리 집에서 같이 지내려고? 아버지랑 태준 씨가 싸우기라도 하면 어떡해.”“너 걱정이 너무 많은 거 아니야?”김욱은 심유진의 이마를 톡톡 치며 안심시켰다.“걱정하지 마. 삼촌 이미 현실을 다 받아들인 상태야. 예전처럼 폭력적이지 않아.”“진짜지?”심유진은 김욱의 말이 믿기지 않았다.“내 전 재산을 걸고 장담할게.”김욱은 손을 들고 맹세했다.심유진은 주춤하다가 고민 끝에 겨우 입을 뗐다.“그래. 하지만... 우리는 태준 씨 본가에서 이틀 동안 지내야 해.”심유진은 말하면서 고민에 빠졌다.한쪽은 지구 반대편에서 날아온 친아버지와 오빠이고, 다른 한쪽은 함께 설을 쇠기를 고대하던 시부모님 사이에서 누구를 모셔야 할지 선택하기 어려웠다.김욱은 심유진의 사정을 육윤엽한테 전했다.자초지종을 들은 육윤엽은 고개를 돌려 허태준한테 물었다.“나와 김욱이가 자네 본가에 가서 실례해도 되겠나?”“그럼요, 언제든지 오셔도 됩니다!”허태준은 머뭇거리지도 않고 바로 대답했다.“먼저 우리를 둘이 사는 집으로 데려다주게. 내일 나와 욱이가 자네 본가에 가서 같이 설날을 지내는 게 좋을 것 같네.”“네! 알겠습니다.”육윤엽의 명령에 허태준은 바로 행동으로 옮겼다....마침 아침에 대청소를 해서 집이 잘 정리되어 있었다.덕분에 심유진은 어깨를 펴고 육윤엽과 김욱을 데리고 집 안으로 들어왔다.“객실은 평소 비어있어서 좀 누추해요”허태준은 그 둘이 마음에 들지 않은 곳이 있을까 봐 조바심을 냈다.“불편한 곳 있으면 언제든지 저한테 말해주세요.”“괜찮네.”육윤엽은 온화한
“네. 그럼 우리 먼저 가볼게요.”심유진은 들고 온 가방을 챙기고 허태준을 데리고 집을 떠났다.“내일 아침 제가 데리러 올게요. 설날이어서 택시가 잘 잡히지 않을 거예요.”육윤엽은 거절 대신 한가지 요구를 말했다.“그럼 너 혼자와.”심유진은 멈칫하다가 한숨을 내쉬었다.역시 육윤엽은 변하지 않았다.“알겠어요.”그녀는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저는 아버지가 다 받아들인 줄 알았어요.”현관문이 닫히자마자 심유진은 투덜거렸다.“아직도 태준 씨를 싫어하시는 거였어요.”허태준은 심유진의 손을 꼭 잡으며 미소를 띠었다.“우리 천천히 해요. 아무래도 시간이 필요하죠.”허태준은 육윤엽이 하루아침에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바뀌기를 바라는 건 아니었다. 그는 일이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심유진의 입술은 삐죽 튀어나왔다.“뭐 아버지가 저를 막 대하는 것도 아니고 태준 씨가 괜찮다면 저도 괜찮아요.”허태준은 그런 심유진이 마냥 귀여웠다.“그럼 제가 마음이 급했다면 어쩔 생각이에요?”그는 고개를 숙이고 부드러운 눈길로 심유진을 놀렸다.“저는...”심유진은 육윤엽의 태도를 바꿀 방법이 도무지 생각나지 않았다.“천천히 하죠. 천천히 해!”육윤엽과의 부녀 관계를 끊을 수도 없으니 그녀는 결국 자포자기하며 외쳤다....심유진과 허태준 별장으로 돌아오자 허 아주머니는 적잖게 놀란 동시에 조금 심술이 났다.“너희 둘 왜 이렇게 일찍 온 거야? 왜 사돈이랑 더 같이 있어 주지 않고!”허 아주머니는 물어보면서 허태준을 탓했다.“사돈께서 멀리서 오셨는데 잘 모셔야 할 것 아니야!”심유진은 허태준의 편을 들어줬다.“태준 씨가 모시고 싶지 않아서 온 건 아니에요. 저의 아버지와 오빠가 오랜 비행으로 잠을 못 자서 많이 피곤해하셨어요. 대꾸할 맥도 없어서 저희를 내쫓으셨어요.”“아... 그랬구나.”육윤엽의 거친 성격을 잘 몰랐던 허 아주머니는 머쓱하게 웃었다.“그럼 어쩔 수 없지.”심유진과 허태준이 밖에 나갔다가 온 사이
심유진은 다음 날 아침 일찍 육윤엽과 김욱을 데리러 가야 했다. 그녀는 저녁밥을 먹은 후 방으로 올라가 샤워하고 잘 준비를 했다.하지만 침대에 누워 한참을 뒤척였지만 도통 잠이 오지 않았다.그때 허태준은 별이를 재우고 방으로 돌아왔다. 그는 방에 불이 아직 켜져 있는 것을 보고 의아해서 물었다.왜 아직도 안 자고 있어요?”심유진은 이불을 들춰 몸을 일으켰다.“저 지금 너무 걱정돼요.”그녀의 긴 머리카락은 헝클어진 채 근심 가득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뭐가 걱정돼요?”허태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내일 저의 아버지가 여기에 오시잖아요... 만약 어머니와 아버님과 트러블이라도 생기면 어떡하죠?”심유진은 내일 육윤엽과 허태준의 부모님이 싸우기라도 할까 봐 생각만 해도 머리가 뻐근했다.“아버님은 현명하신 분이니 걱정하지 말아요.”허태준은 심유진을 다독였다.“아버님께서 아무 이유도 없이 사람을 눈치 보게 하는 분은 아니잖아요.”허태준의 말에 심유진은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태준 씨가 아버지 눈치를 많이 보던데요?”허태준은 마른기침하며 핑계를 둘러댔다.“그것도 이유가 있으니까 그런 거잖아요.”허태준은 이미 겁에 잔뜩 질려 육윤엽이 없어도 감히 그의 나쁜 말을 하지 못했다. 심유진은 이를 이미 알아차렸다.“아무래도 오빠한테 전화해서 신신당부해야겠어요.”그녀가 충전 케이블을 뽑자 휴재폰 충전이 중단되었다.허태준은 다급하게 그녀를 뜯어말렸다.“두 분 이미 잠에 드셨을 거예요. 할 말은 내일 아침에 데리러 갈 때 해도 늦지 않았어요.”심유진은 고민하다가 휴대폰을 내려놓았다.“하긴. 그렇긴 하네요.”허태준은 심유진을 침대에 눕히고 이불을 목 끝까지 덮어주었다.“됐어요. 얼른 자요.”허태준은 방안의 불을 끄고 무드등 하나만 켜뒀다.“내일 할 일이 워낙 많아서 쪽잠을 잘 시간도 없을 거예요.”심유진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허태준을 쳐다봤다.그녀는 갑자기 장난꾸러기같이 웃었다.“저 잠 좀 재워주지 않을래요? 아무 이야기를 해
심유진은 생각을 되짚어보고는 문득 허태준이 유럽으로 갔었던 일이 떠올랐다.하지만 허태준은 허택양의 일을 처리하러 유럽으로 가는 거라 핑계를 댔었다.“허태준은 너보다도 경우가 있는 사람이었어.”육윤엽은 코웃음 치고는 투덜거리기 시작했다.“너는 참 결혼하기 전부터 남편 생각밖에 안 하네.”“아이참...”심유진은 헛웃음 지으며 이를 꼭 깨물었다.그녀는 이미 들킨 바에 모든 사실을 다 털어버리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사실, 저와 태준 씨 이혼한 적 없어요. 저 이미 6년 전에 태준 씨와 결혼 했었어요.”허태준은 이 사실을 육윤엽한테 말한 적 없었다.심유진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육윤엽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너희 둘...”육윤엽은 가슴을 쥐어 잡고 괴로워했다.심유진과 김욱은 급히 다가가 물었다.“왜 그래요? 심장이 아파요?”육윤엽은 심유진의 뒤통수를 공격한 후에야 표정이 온화해졌다.그의 손이 너무 매웠는지 심유진은 아파서 눈물이 찔끔 났다.“앞으로 또 이런 중요한 일을 숨겼다간 더 아프게 때릴 줄 알아.”육윤엽은 험상궂은 얼굴로 겁을 주었다.심유진은 뒤통수를 쥐어 잡으며 대답했다.“다시는 안 숨길게요!”허태준의 부모님은 육윤엽과 김욱을 반갑게 맞이했다. 두 사람이 별장에 들어서서부터 허 아주머니는 차를 따라주고 과일을 내오며 쉬지도 않고 대접했다.육윤엽은 젠틀하게 허태준의 부모님을 대했다. 아무래도 오는 길에 심유진을 실컷 욕한 덕분일 수 있다.게다가 육윤엽은 두 사람의 선물도 준비해 왔다.그는 허 아주버님한테 비싼 브랜드 시계를, 허 아주머니한테는 경매에서 낙찰받은 비싼 보석 세트를 선물로 줬다.두 사람은 한참 거절하다가 끝내 심유진의 설득에 못 이겨 선물을 받았다.양쪽 부모님은 간단히 인사를 나눈 후,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이번에 여기에 온 것은 아이들과 같이 설을 보내고 싶어서 이기도 하지만 두 분과 결혼식에 대해 상의하려고 실례를 무릅쓰고 찾아왔습니다.그들이 중요한 얘기를 나누고 있을 때, 허태준과
설날에 모처럼 대가족이 한자리에 모이니 저녁이 되자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그들 모두 약주를 하자 허 아주머니는 육윤엽과 김욱을 모두 집에 못 가게 막았다.아침 일찍 일어나 쉴 새 없이 바빴던 심유진은 저녁이 되자 졸음이 쏟아졌다.허 아주머니는 피곤해하는 심유진을 발견하고 먼저 올라가서 쉬라고 했다.하지만 심유진은 주먹을 꽉 쥐며 졸음을 떨쳐내려 애썼다.“조금만 더 버텨볼게요.”심유진은 격식을 따지는 사람은 아니었기에 새해 카운트 다운을 하기도 전에 잠에 들었다. 하지만 올해는 먼저 자고 싶지 않았다.올해 그녀는 더 이상 떠돌이 처지가 아닌 가족과 함께였기에 더욱 이 소중한 순간을 조금이라도 더 만끽하고 싶었다.허태준은 눈썹을 찌푸리며 그녀를 극구 말렸다.“먼저 올라가서 눈 붙이고 있어요. 카운트 다운이 시작되기 전에 깨워줄게요.”허태준은 심유진이 무슨 마음인지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더 마음이 아프고 미안해졌다.허태준이 말리자 나머지 사람들도 그녀를 말리기 시작했다.별이 마저도 심유진의 손을 힘껏 잡아당기며 잠을 권했다.결국 심유진은 그들의 의견을 꺾지 못하고 일일이 인사를 나눴다. 그러고는 하품하며 침실로 향했다....“유진아! 심유진! 빨리 일어나! 12시야!”누군가 심유진의 뺨을 툭툭 치면서 깨웠다.심유진이 눈을 뜨자 눈앞에는 장난꾸러기처럼 웃는 김욱이 있었다.심유진은 김욱의 손을 치우고 그를 세게 때렸다.복수를 마친 심유진은 그제야 두리번거리며 물었다.“왜 오빠가 날 깨우러 온 거야? 태준 씨는?”“아래층에 있어. 별이가 태준 씨를 놔주지 않아서 내가 올라왔지.”김욱은 방금 맞은 곳을 문지르며 투덜거렸다.“이럴 줄 알았으면 깨우지 않는 건데.”“오빠가 먼저 날 때렸잖아! 내 탓 하지 마!”심유진은 이불을 젖히고 몸을 일으켰다.그녀는 헝클어진 머리를 정리하며 물었다.“지금 몇분이야?” 김욱은 휴대폰 화면을 켜고 말했다.“11시 59분이야. 이미 카운트 다운 시작됐어.”“이렇게 빨리?”조금만 잔줄 알
“새해 복 많이 받아요.”왜인지 심유진의 눈가는 촉촉해졌다, 그녀는 울먹거리며 말했다.“왜 그래요?”허태준은 그녀의 얼굴을 손으로 감싸며 어쩔 줄 몰랐다. 그는 그녀와 눈을 마주치며 물었다.“불꽃놀이가 마음에 안 들어서 그래요?”심유진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완전 좋았어요!”“근데 왜 우는 거예요?”허태준은 그녀가 우는 게 싫었다.심유진이 울면 허태준도 덩달아 마음이 아팠다.“너무 감동적이어서요.”심유진은 그의 품에 얼굴을 파묻으며 훌쩍거렸다.“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새해를 보낼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해요.”“사랑하는 사람...”허태준의 입꼬리가 점점 귀에 걸리더니 심유진의 허리를 더 꼭 껴안았다.“저도 사랑해요, 유진 씨.”그는 머리를 숙이고 심유진의 이마에 키스했다.심유진은 허태준의 몸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끼고 다급히 그를 밀어냈다.하지만 워낙 세게 껴안아 밀어 지지 않았다.“모두 아래층에서 기다리고 있어요.”심유진은 이성을 잃은 허태준을 일깨워 줬다.김욱은 그녀가 잠에서 깬 것을 알고 있다. 게다가 불꽃 쇼도 끝난 상황에 허태준과 위에 오래 무르면 다들 이상하게 생각할 게 뻔했다.심유진은 그 의심을 피할 수 있을 만큼 낯이 두껍지 못했다. 허태준은 그녀를 화나게 했다가는 본전도 못 찾을 것을 알기에 그녀를 놓아줬다.“잠시 후에 꼭 보충해야 해요.”허태준은 위협적으로 말했다.“어떻게 때울까요?”심유진은 웃음을 터뜨리면서 서둘러 내려가지 않았다.그녀는 까치발을 들고 허태준의 턱으로부터 그의 얼굴 곳곳에 키스했다.“이러면 돼요?”심유진은 허태준의 아랫입술을 깨물고 눈웃음치며 그를 유혹했다.“아니면 이렇게?”그녀는 허태준의 몸을 어루만지며 그를 달아오르게 했다.허태준의 검은 눈동자는 반짝 빛났고 몸에 뜨거운 피가 흘렀다.하지만 그는 꾹꾹 참으며 인내심 있게 심유진의 다음 유혹을 기다렸다.“우리... 스릴 넘치게 놀아 볼래요?”심유진은 허태준의 턱을 잡으며 그의 애간장을 태웠다.그녀는 마치 섹시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