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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6화

허 아주머니는 밤낮으로 출퇴근하느라 바쁜 허태준과 심유진을 대신해 별이를 돌보는 경우가 많아졌다.

심유진은 그나마 시간이 여유로운 편이었다. 가끔 일찍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오면 허 아주머니랑 마주칠 때가 많았다. 그럴 때마다 허 아주머니는 스쳐 지나가듯 언제 결혼할 것인지 물었다.

재혼하게 되는 심유진은 다시 결혼식을 올리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없었다.

이전에 조건웅과의 결혼식은 화려하진 않지만 꽤 그럴듯했다.

아마 인생의 목표를 어느 정도 도달한 상태였기에 결혼식에 대한 로망이 없어진 것일 수도 있다.

심유진한테 결혼식은 그저 시간 낭비, 돈 낭비, 체력 낭비였다. 그녀는 더 이상 결혼식에 대한 동경과 환상을 잃은 지 오래였다.

그녀는 최대한 완곡하게 자기 생각을 표현했다.

하지만 너무 완곡했던 탓인지 허 아주머니는 계속 눈치를 채기는커녕 끝없이 밀어붙였다.

하는 수 없이 심유진은 허태준과 상의했다.

“태준 씨가 아주머니한테 결혼식 안 올린다고 말해줄래요?”

허태준은 심유진이 일하느라 바쁜 점을 고려했다. 그는 한 번도 심유진 앞에서 결혼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

심유진이 먼저 결혼 얘기를 꺼내자 허태준은 의아하기도 했지만 섭섭하기도 했다.

“왜 결혼식을 올리지 않겠다는 거예요?”

허태준의 얼굴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저와 유진 씨의 관계를 숨기고 싶은 거예요?”

허태준은 아직도 심유진이 가짜 이혼을 하자는 것에 대해 따지고 싶었다.

“아니에요!”

심유진은 허태준이 왜 그렇게 생각하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녀는 하는 수 없이 사실대로 얘기할 수밖에 없었다.

“결혼식을 올리는 게 너무 귀찮고 힘든 일이잖아요.”

“뭐가 귀찮아요?”

허태준은 바로 반박해 나섰다.

“제일 유명한 웨딩 플랜 회사에 의뢰할 거예요. 그분들이 알아서 다 준비할 테니 신경 쓰지 않아도 돼요. ”

심유진은 사실 예쁘게 단장하고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만 하면 된다.

“그렇게 결혼식을 올리고 싶어요?”

심유진은 끝내 허태준한테 물었다.

허태준은 입을 꾹 다물고 심유진을 뚫어져라 쳐다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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