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귀국한 사모님 아이를 뺏는다!: Chapter 1311 - Chapter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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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11화

강현석과 도예나는 살짝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다가 함께 웃음을 터뜨렸다.“세윤아, 결혼은 네가 좀 더 성숙한 후에 얘기하는 게 어때? 넌 아직 너무 어려.”도예나가 웃으며 말했다.그들의 눈에 세윤은 아직 어린아이였다.아마 형이 결혼하고 싶다는 말에 자신도 말을 보탠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아니에요! 저도 다 컸어요! 이제 어린아이 아니에요.”세윤이 뾰로통한 얼굴로 도예나의 옷 끝을 잡아당기며 애교를 부렸다.“엄마, 저 진짜 결혼하고 싶은 사람이 생겼어요. 이름은 나이란이구요. 정말 좋은 아이예요. 우리 되게 잘 맞아요.”그 말에 도예나와 강현석은 또 깜짝 놀랐다.‘지금 진심인 건가?’‘그리고 나이란은 또 누구인 거지?’‘저 바보 같은 녀석이 속고 다닌 건 아닌지?’강현석과 도예나는 서로를 바라보며 걱정스러운 마음을 읽었다.“아버지, 어머니. 나이란은 송이의 매니저예요. 성격이 활발하고 세윤이랑 잘 맞는 상대에요.”세훈이 입을 열어 대신 해석했다.그러자 두 사람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급한 것 없어. 넌 아직 어리니까 네 형의 결혼부터 마치고 생각해 보는 게 어때?”강현석은 한 마디로 세윤의 말을 거절했다.세윤이 다시 입을 열기도 전에 수아가 먼저 나섰다.“아빠, 나는 큰오빠처럼 성숙했으니까 나는 안될까요?”“안돼.”강현석이 입술을 매만지며 단호하게 말했다.“수아야, 넌 넷째잖아. 오빠들도 아직 결혼하지 못했는데 네 순서는 아직 아니야.”“...”‘어째 나한테도 하는 말 같네?’“그러니까 나와 서안 오빠는...”“네 언니와 같은 대답이야.”강현석이 조금도 지체하지 않고 대답했다.그 목소리는 차갑기 그지없었다.수아와 강연은 서로를 바라보며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우리 아빠는 우리가 한평생 결혼하지 않길 바라나 봐.’‘이걸 어째.’수아가 입을 삐죽였다.“그러니까 아빠 말씀은 큰 오빠, 둘째 오빠, 셋째 오빠까지 결혼하고 나서 나와 송이 차례라는 말씀인 거죠?”“일단 저 아이들이 결혼한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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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12화

“뭐라고?”“...어?”‘오빠가 지금 뭐라는 거야? 내가 언제!’그러자 도예나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송이야, 셋째 오빠한테 어울리는 짝이라도 찾은 거야?”그러나 강현석은 인상을 찌푸렸다.“넌 어떻게 된 아이가 머릿속에 연애밖에 없는 거야? 학업, 사업이 더 중요하거늘!”강연이 거의 울먹이며 말했다.“내가 그런 게 아니라요...”강연이 제훈을 노려보았으나 제훈은 전혀 개의치 않아 했다.강연은 위험한 표정을 지으며 이빨을 드러냈다.“아, 어울리는 사람이 있긴 해요. 오빠한테 소개해 줄 수 있어요.”강씨 가문 사람들이 바로 기쁜 표정을 지었다.“송이야, 그게 누군데? 어떤 아인데? 제훈이 마음에 들어 할 것 같아?”도예나가 계속해서 물었다.제훈이 바로 강연을 바라보았고 그 얼굴에서 교활함을 읽고 나서는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강연이 말을 이었다.“셋째 오빠도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아요. 아주 예전에 연락처도 서로 교환했거든요. 그때 있잖아요. 나랑 세윤 오빠가 연회에 참석했다가 전정해를 만난 그날 밤.”제훈의 입가가 굳어버렸다.어느 날 밤 갑자기 모르는 여자가 친구 추가를 보내며 자신을 세윤이라고 착각했던 게 떠올랐다.단숨에 이상함을 감지한 제훈이 여자의 신상을 타고 강연과 세윤이 연예계에서 벌인 일까지 찾아냈었다.그 일은 그렇게 끝이 났지만 강연의 말에 여자의 신상을 찾다가 본 사진이 떠올랐다. 뱀처럼 생긴 얼굴형, 터질 것 같은 가슴... 제훈은 바로 머리가 지끈거리고 입가에 경련이 일어났다.‘강연, 정말 무자비하게 복수를 하네.’부모님과 형제들이 자신을 향한 표정을 읽은 제훈이 솔직하게 고백할 수밖에 없었다.“저도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요. 이미 고백도 했고요.”사람들은 깜짝 놀랐다.“정말?”“강철 솔로에게도 봄바람이 부는 날이 있구나?”“셋째 오빠 왜 이렇게 빨리 움직인 거야?”“그 아이가 누군데? 우리도 아는 사람인 거니? 연락처 좀 줄 수 있을까? 고백에 대한 대답은 받았고? 그래서 지금 무슨 사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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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13화

강현석은 말문이 막힌 것 같았다.“제훈이 충격을 받은 거로 보여?”강현석이 본 제훈은 하고 싶은 일은 반드시 해내는 아이였다. 제훈이 작정하면 그 여자 아이는 배길 수가 없을 것이다.“당연하죠.”도예나가 고개를 끄덕였다.“제훈이 보기에는 강하고 무덤덤해 보여도 사실은 제일 마음이 약한 아이라고요. 저 아이가 상처를 받으면 우리 몰래 홀로 상처를 삭힐 거예요.”그 말을 하는 도예나의 표정이 어두웠다.강현석의 입꼬리가 조금 실룩거렸다.제가 보는 제훈과 아내가 보는 제훈이 전혀 달랐으니, 강현석은 무슨 말을 하면 좋을지 몰랐다.강현석의 눈에 제훈은 상처를 받으면 똑같이 갚아주는 성격이지 홀로 상처를 삭히는 아이가 아니었다.마음이 약한 것은 맞았으나 복수를 하는 것도 제일 가감이 없는 아이기도 했다.하지만 강현석은 이런 말을 꺼낼 수 없어 도예나를 다독이며 제훈을 눈치 줬다.‘저 녀석 평소에는 가장 안심이 되었던 녀석인데 이런 일로 내 아내를 마음 아프게 하다니.’아버지의 경고를 받은 제훈이 어색하게 코끝을 매만졌다.어머니의 마음속에 자신이 이렇게나 순진무구한 이미지일 줄은 전혀 몰랐다.하지만 강현석처럼 아내에게 끔찍한 사람이 제훈의 변명을 들어줄 리가 없었다.제훈이 입을 열었다.“어머니, 그 아이는 절 거절하지 않았어요.”“그게 무슨 뜻이야?”“제 마음을 받아주지는 않았지만, 거절도 하지 않았으니 천천히 마음을 되돌리면 돼요.”제훈이 말했다.“그러니까 네가 세컨드 선택이라는 말이잖아.”도예나가 마음 아파하며 말했다.“큼, 그런 게 아니라요.”제훈은 울지도 웃지도 못했다.“너무 급작스러운 고백에 조금 놀란 것 같아요.”도예나의 걱정에 강연이 참지 못하고 말했다.“엄마, 제훈 오빠 말 듣지 마요. 오빠가 이런 일에 상처받을 사람으로 보여요? 오빠는 절대 호락호락하지 않은 사람이에요.”강연이 허리를 짚고 말했다.“수아 언니한테 가는 길에 예은이를 한번 만난 뒤로 제훈 오빠가 바로 예은이를 노렸어요.”“나를 데리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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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14화

수아와 송이는 할 말을 잃었다.두 자매의 얼굴이 어두워지더니 바로 제훈을 노려보았다.강현석의 표정은 한껏 가벼워 보였다. 강현석에게 있어 자매가 결혼하지 않는 게 더 좋은 선택이었다.“그래, 일단 세훈과 세윤의 좋은 소식부터 기다려볼게.”도예나가 이마를 잡으며 탄식했다.“제훈아... 엄마가 급하게 재촉하지는 않으마.”“...”제훈의 얼굴이 굳었다. 사랑하는 어머니는 이제 몰래가 아니라 대놓고 제훈을 눈치 줬다.제훈은 천천히 냅킨으로 입가를 닦으며 말했다.“아버지, 어머니. 저는 일이 있어 먼저 일어나 봐야 할 것 같아요.”강연은 수아를 향해 신호를 줬다.‘제훈 오빠는 화가 나서 도망가는 거야.’제훈이 강연을 향해 말했다.“송이야, 오빠 대신 설명해 줘서 고마워. 너랑 전서안에 대해서 얘기가 나올 때 나도 도울게.”“...”‘안돼!’‘내가 잘못했어 오빠!’‘지금이라도 사과하면 안 될까?’하지만 이미 늦어버렸다. 제훈은 미소를 지은 채로 가족들과 인사를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뒷모습은 마치 전쟁터를 향하는 사람 같았다.도예나가 나지막하게 말했다.“어머, 장난이 심했나 봐요.”“걱정하지 마.”강현석이 게살을 발라내 도예나의 밥 위로 올리며 말했다.“아마 바로 며느리 될 사람을 찾아갈 거야. 젊은 나이에 패기 빼면 남는 게 뭐 있겠어?”그 말에 도예나가 고개를 끄덕였다.“그쵸. 동생들이 결혼하고 싶어 난리인데 오빠가 애인도 없다는 게 말이나 돼요?”강현석의 손이 뚝 멈춰 섰다.‘지금이라도 제훈을 다시 불러오면 안 될까?’강씨 저택 입구.제훈이 핸드폰을 꺼내 들고 손쉽게 송예은의 연락처를 구했다.그리고 메시지를 보냈다.[15분 후 집 아래에서 기다릴게요. 제훈.]핸드폰을 다시 넣고 차키를 꺼낸 제훈은 집사와 도우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빠르게 어둠 속을 달렸다.그리고 금방 샤워를 마친 예은이 머리를 말리기도 전에 이 메시지를 받았다.수건으로 머리를 털며 버튼을 누르자 모르는 번호에서 온 메시지인 걸 확인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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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15화

차단?제훈이 눈을 가늘게 뜨고 다소 어두워진 얼굴로 핸드폰을 내려다보았다. 길게 늘어진 그림자가 조금 외로워 보였다.‘송예은은 대체 날 어떻게 생각하는 거야? 정말 내가 싫은 건가?’제훈이 입술을 오므리고 생각에 잠겼다. 도예나가 지금 눈앞에 있었다면 제훈의 눈에 담긴 혼란과 당황을 바로 알아차렸을 것이다.도예나의 말대로 제훈은 신의 아들이라 어릴 때부터 똑똑해 단 한 번도 패배의 쓴맛을 느낀 적이 없었다.그리고 현재, 정말 찾아온 패배의 쓴맛에 제훈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예은의 핸드폰을 해킹해 제 번호의 차단을 푸는 것쯤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하지만 제훈은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자신에게는 남다른 능력이 있고 이걸 자랑스럽게 생각했지만 예은의 뜻을 존중하는 방법을 배워야 했다.예은이 정말 본인을 만나고 싶지 않아 한다면 그때는 또 어떻게 하겠는가?제훈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어쩔 바를 몰라 했다.아래층에 선 제훈은 말없이 불이 켜진 방을 올려다보며 침묵했다.그와 동시에, 예은은 핸드폰 알람 소리에 눈을 떴다.눈을 떠보니 얼굴에 붙여둔 팩은 말라버렸고 족욕 물도 차게 식어버렸다.“안돼! 내 얼굴!”예은은 빠르게 팩을 떼고 화장실로 달려가 세수했다. 다고 건조해진 얼굴을 만지며 예은은 어깨를 축 떨어뜨렸다.팩은 오래 하면 할수록 보습은커녕 오히려 더 안 좋은 효과가 생겼다.배우는 얼굴로 밥 먹고 사는 건데.예은은 말없는 울부짖은 끝에 다시 보습 스킨부터 얼굴에 발랐다. 머리에 얹어둔 수건을 풀자, 머리카락은 어느새 물기가 사라졌고 반쯤 젖은 머리카락에서 은은한 샴푸 향이 풍겼다.가운 차림의 예은이 머리카락을 매만지며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잠든 예은을 깨운 건 강연이 보낸 메시지였다.[송예은! 너 괜찮아? 제훈 오빠가 널 괴롭히지는 않았지?]머리카락을 매만지던 예은의 손이 뚝 멈춰서고 이어 표정도 경악으로 바뀌었다.‘제훈 오빠? 설마 그 메시지가 진짜...’예은이 얼굴을 굳히고 슬리퍼를 신은 채로 빠르게 창문 가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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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16화

심장이 멎는다는 게 바로 이런 느낌인 것 같았다.‘강제훈이다!’‘제훈 오빠가 지금 집 앞에 나타난 거야!’예은이 바로 문을 열려고 움직이다가 갑자기 발걸음을 돌려 자신의 옷차림을 살폈다.젖은 머리, 가운 차림, 단정하지 못한 차림으로 어떻게 손님을 맞겠는가?예은의 얼굴이 화끈거리기 시작했다.“잠... 잠깐만요!”신발부터 갈아 신고 옷도 갈아입고 머리도 말리고 싶었다. 방은 오른쪽, 드라이기는 왼쪽, 너무 고민된 탓에 예은은 제 자리에 빙빙 맴돌았다.노크 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아까보다 빨라진 템포는 두드리는 사람의 마음을 대변했다.예은은 자리에 멈춰서서 울먹였다.‘그래, 그냥 현실을 받아들이자.’‘이런 내가 싫다면 어쩔 수 없는 거지.’‘번호를 차단하고 그렇게 오랫동안 기다리게 했으니 이미 화가 났을 거야.’예은이 앞으로 다가가 문을 열었다.문밖의 차분한 옷차림의 남자는 아직도 노크하는 제스쳐를 취하고 있었다.예은이 문을 열자 살짝 고개를 든 제훈의 얼굴은 조금 당황해 보였다.예은은 이런 제훈의 표정을 읽고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죄송해요. 아까... 아까는 노크 소리를 듣지 못하고.”그 말을 하는 자신의 혀를 깨물고 싶어졌다.거짓말도 너무 성의가 없었다.집이 이렇게 작은데, 어디에 있어도 노크 소리가 잘 들릴 것이다.제훈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시선을 거두며 말했다.“그럼 하던 일 계속하세요.”그 말을 끝으로 제훈이 몸을 돌려 떠나려고 했다.“제훈... 제훈 오빠 잠깐만요!”예은이 다급하게 제훈을 잡았다.제훈은 조금 의외라는 듯 고개를 돌리고 물었다.“왜 그러시죠?”복도의 어두운 불빛이 제훈의 옆선을 비췄고 평소보다 좀 더 따뜻한 인상으로 보였다.예은은 이런 제훈을 보며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할 것 같았다. 기분이 상한 제훈을 이대로 돌려보낼 수는 없었다.“아까... 아까 메시지는 제훈 오빠인 줄 모르고 스팸인 줄 알고 그런 거예요.”예은이 떠듬떠듬 말을 이었다.굳은 몸의 제훈이 천천히 몸을 돌리고 예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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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17화

제훈은 예은을 빠르게 소파 위로 내려놓았다.예은의 발을 이리저리 살피더니 핏자국을 발견하고 인상을 찌푸렸다.“집에 구급상자 같은 거 있어요?”“네.”예은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텔레비전 캐비닛 아래에 있어요.”제훈이 주변을 빙 둘러보더니 바로 캐비넛 앞으로 걸어가 약상자를 찾아냈다.면봉과 요오드, 반창고, 거즈를 들고 돌아온 제훈은 물건을 탁자 위로 올려두었다.이어 허리를 굽히고 슬리퍼를 벗기려 했다.예은이 깜짝 놀라 발을 안으로 움츠리며 말했다.“그... 그러실 필요 없어요!”“움직이지 마요!”제훈은 예은의 말을 무시하고 바로 발목을 잡아당겼다.슬리퍼를 벗기자 하얀 발이 드러났다. 예은의 발은 하얗고 부드러웠는데 발가락을 안으로 움츠리자, 솜덩이 같은 발이 퍽이나 귀여웠다.제훈은 말없이 상처를 주시했다.살짝 긁힌 곳에서 피가 새어 나왔다. 흰 피부와 상반된 빨간색이 눈에 띄었다.제훈은 어릴 때부터 독립적인 편이라 상처 치료에는 아주 능숙했다. 발목을 가볍게 쥐고 자신의 무릎 위로 올려 둔 후 면봉에 요오드를 묻혀 조심스럽게 닦아냈다.예은은 정신이 어질해졌다.태어나서 누군가 자신에게 이렇게 대해주는 건 처음이었다.어렸을 때부터 편견, 혐오, 욕설 속에서 자랐던 예은은 커서도 분노, 원망, 이득에 찌들었다.태어나서 처음으로 누군가 자신의 상처를 조심스럽게 치료해 주고 있었다.더구나 그 상대는 신분이 남다른 강제훈이었다.거실은 너무 조용해 시계가 째깍거리는 소리만 울렸다. 이어 두 사람의 숨소리를 제외하고 거즈를 감싸는 소리만 들렸다.“아직도 아파요?”상처를 치료하고 제훈이 나지막하게 물었다.예은이 고개를 저었다.아까 느꼈던 고통은 벅찬 마음에 가려져 느껴지지도 않았다.이깟 상처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앞으로 조심해요. 당분간 물 닿지 않게 하고요.”제훈은 다시 예은의 슬리퍼를 신겨주고 조심스레 발을 바닥에 내려두었다.“네...”예은이 고개를 끄덕였고 한참이나 있다가 말을 이었다.“고마워요.”제훈은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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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18화

송예은은 고의로 제훈의 연락처를 차단한 게 아니었다.지금은 왠지 차단하지 말걸, 이라는 생각도 들었다.이런 예은의 기분이 느껴지자, 제훈의 표정이 점점 밝아졌다. 제훈은 빠르게 약상자를 정리하고 손을 씻더니 방 구조를 살피기 시작했다.오피스텔은 큰 편이 아니었으나 전체적으로 깔끔했다. 구석구석 맞춤한 가구로 꾸민 오피스텔은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다.제훈의 시선이 벽에 걸린 액자로 향했다. 누군가 그린 그림을 액자로 걸어둔 것 같았다.그림 작가는 인물 스케치에 재능이 있으나 자세히 보면 전공으로 배운 느낌은 아니었다. 다만 이목구비를 아주 생동감 있게 표현한 것을 높이 살 수 있었다.“그건... 제가 마음대로 그린 거예요.”옷을 갈아입은 예은이 그림을 보고 있는 제훈을 보며 조금 부끄러워했다.“그림에 재능이 있네요.”제훈이 고개를 돌렸다. 예은과 눈이 마주친 순간 제훈은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연한 노란색의 편한 원피스로 갈아입은 예은에게서는 나른하지만 부드러운 느낌이 풍겼다.머리는 반쯤 마르고 반쯤 헝클어진 채로 어깨 위로 흐트러졌다. 피부는 조금 핑크빛이 돌았고 잡티 하나 없는 그 얼굴에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제훈은 가슴이 너무 뛰었지만 내색하지 않고 시선을 돌렸다.“아니에요. 그냥 취미일 뿐이에요.”예은이 웃으며 답했다. 하지만 그림을 보고 있는 예은의 시선이 조금 흔들렸다.이제 그림을 배우고 싶었던 나이는 훌쩍 넘겨버렸다.그래서 예은이 말을 돌렸다.“제훈 오빠는 무슨 일로 이 밤에 찾아온 거예요?”“얼굴이 보고 싶기도 하고 내일 저녁 약속을 잡으려고 온 겁니다.” 오피스텔로 오는 길에 강연이 제훈에게 이런 메시지를 보냈다. 내일 가족 모임에 송청아, 나이란, 안택은 물론 전서안까지 참가한다고 했다.이런 자리에 예은이 빠지면 섭섭했다.너무 대수롭지 않게 건넨 말에 예은은 별생각 없이 물었다.“어디인데요?”“주소는 따로 보내줄게요.”“아, 네.”제훈이 예은의 머리카락으로 시선을 돌리더니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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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19화

고개를 들어 제훈을 바라보는 예은의 시선에 의문이 가득했다.‘데이트가 아니라면 우린 무슨 사이지?’‘재벌이 후원하는 연예인?’‘데이트가 아니라면 그저 불장난?’‘날 지금 뭐로 보는 거야!’예은은 마음이 점점 복잡해지고 형언할 수 없는 분노가 차오르고 역겨운 기분마저 들었다.예은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제훈의 중저음 목소리가 머리 위에서 들렸다.“데이트는 잠시 미뤄두고 부모님 먼저 뵈러 가자.”“...”기분이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같았다. 몇 초 사이에 오르락내리락하는 기분에 예은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부모님을... 만난다고?’‘우리가 벌써 그런 사이인 거야?’‘부모님이라면 설마 그 소문으로만 듣던 강씨 가문 가주와 사모님인 건가?’‘날 마음에 들어 하실까?’예은은 자신이 순식간에 불구덩이에 빠져 허우적대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그게... 너무 빠르지 않나요?”예은이 더듬거리며 말했다.“우린... 우린...”“왜?”제훈이 깍지를 낀 두 손을 들어 올리며 눈썹을 치켜세웠다.“날 책임지지 않을 거야?”“그게 아니라...”예은은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어떻게 이렇게 된 거죠?”당황해 보이는 예은의 얼굴을 보며 제훈은 흥미진진하다는 듯 입꼬리를 올렸다.첫 만남의 예은은 차갑고 곁을 주지 않는 냉미녀같았다. 하지만 모든 위장을 벗어던진 예은은 그저 귀엽기만 했다.“언젠간 만나야 하지 않겠어? 조금 앞당길 뿐이야.”제훈의 다정한 말투에 예은은 화가 나지만 화를 낼 수 없었다.‘젠장, 너무 잘생겨서 욕도 나오지 않아.’“그만 걱정해.”제훈이 예은을 다독였다.“내일 우리 부모님을 만나는 건 너뿐만이 아니니까 부담가지지 마.”“네?”예은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한꺼번에 여러 여자를 데리고 가는 거예요?”“...”그렇게 카리스마가 넘치던 제훈도 이 순간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입꼬리를 실룩이던 제훈은 예은을 품 안에 넣고 꼭 껴안았다.“대체 하루 종일 무슨 생각만 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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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20화

제훈은 두 손을 위로 들고 뒤로 물러섰으나 입가에는 웃음이 가득했다.예은과 제훈, 두 사람의 오해가 드디어 모두 풀렸다. 제훈은 그 누구보다도 용감했다. 세훈처럼 짊어진 게 많지 않아 고민할 게 적었고, 상대를 위해 더 많은 시간을 들여 고민할 수 있었다.제훈이 가장 잘하는 건 결단력 있게 움직이는 것이었다.상대가 자신을 싫어하지 않는다는 걸 눈치채면 제훈은 빠르게 한 걸음 더 다가갔고 상대만 좋다면 바로 집까지 안고 튈지도 모른다.그리고 현재, 제훈은 성공적으로 예은과의 세 번째 만남에 가족 모임 약속까지 잡았다.예은이 머리를 말리고 나니 어느새 깊은 밤이 되었다.제훈은 교양을 갖춘 가문 도련님으로, 시간을 확인하더니 이렇게 말했다.“그럼 이만 쉬어, 난 먼저 가볼게.”예은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게 보였다.제훈이 눈썹을 치켜세우는데 예은이 갑자기 다급하게 제훈을 불러세웠다.“잠시만요!”제훈의 의아한 시선을 받으며 예은이 주방으로 달려가고 또 방까지 다녀오더니 큰 쓰레기봉투를 건넸다.“아래 분리수거를 하는 곳에 버려주세요! 감사합니다!”“...”검은색 봉투를 건네받은 제훈의 표정이 조금 구겨졌다.강씨 가문 셋째 도련님이자 국제 최고의 해커가 해보지 못한 일은 없었다.하지만 분리수거만큼은 스스로 해본 적이 없었다.“아래층으로 내려가 오른쪽 코너에 있어요. 분리수거 부탁드려요!”“...”‘그래.’‘내가 좋아하는 여자인데 뭘 해주지 못하겠어.’“그럼 일찍 쉬어.”제훈은 짧은 인사를 건네고 몸을 돌려세웠다.제훈이 떠나고 문이 닫히자 빠르게 방으로 돌아간 예은이 침대 위로 풀썩 누워 빠르게 타자를 시작했다.삼인조 톡 방.[송예은: 강연아! 나이란!][송예은: 살려줘! 나 진짜 홀린 것 같아!][송예은: 제훈 오빠가 내일 가족 모임 같이 가재!]한번에 연속 세 통의 톡을 남기자 빠르게 누군가 답장을 했다.[나이란: 망했어 망했어. 세윤 오빠도 나보고 같이 가자고 했단 말이야. 살려줘. 지금 후회하면 늦어버린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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