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아와 송이는 할 말을 잃었다.두 자매의 얼굴이 어두워지더니 바로 제훈을 노려보았다.강현석의 표정은 한껏 가벼워 보였다. 강현석에게 있어 자매가 결혼하지 않는 게 더 좋은 선택이었다.“그래, 일단 세훈과 세윤의 좋은 소식부터 기다려볼게.”도예나가 이마를 잡으며 탄식했다.“제훈아... 엄마가 급하게 재촉하지는 않으마.”“...”제훈의 얼굴이 굳었다. 사랑하는 어머니는 이제 몰래가 아니라 대놓고 제훈을 눈치 줬다.제훈은 천천히 냅킨으로 입가를 닦으며 말했다.“아버지, 어머니. 저는 일이 있어 먼저 일어나 봐야 할 것 같아요.”강연은 수아를 향해 신호를 줬다.‘제훈 오빠는 화가 나서 도망가는 거야.’제훈이 강연을 향해 말했다.“송이야, 오빠 대신 설명해 줘서 고마워. 너랑 전서안에 대해서 얘기가 나올 때 나도 도울게.”“...”‘안돼!’‘내가 잘못했어 오빠!’‘지금이라도 사과하면 안 될까?’하지만 이미 늦어버렸다. 제훈은 미소를 지은 채로 가족들과 인사를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뒷모습은 마치 전쟁터를 향하는 사람 같았다.도예나가 나지막하게 말했다.“어머, 장난이 심했나 봐요.”“걱정하지 마.”강현석이 게살을 발라내 도예나의 밥 위로 올리며 말했다.“아마 바로 며느리 될 사람을 찾아갈 거야. 젊은 나이에 패기 빼면 남는 게 뭐 있겠어?”그 말에 도예나가 고개를 끄덕였다.“그쵸. 동생들이 결혼하고 싶어 난리인데 오빠가 애인도 없다는 게 말이나 돼요?”강현석의 손이 뚝 멈춰 섰다.‘지금이라도 제훈을 다시 불러오면 안 될까?’강씨 저택 입구.제훈이 핸드폰을 꺼내 들고 손쉽게 송예은의 연락처를 구했다.그리고 메시지를 보냈다.[15분 후 집 아래에서 기다릴게요. 제훈.]핸드폰을 다시 넣고 차키를 꺼낸 제훈은 집사와 도우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빠르게 어둠 속을 달렸다.그리고 금방 샤워를 마친 예은이 머리를 말리기도 전에 이 메시지를 받았다.수건으로 머리를 털며 버튼을 누르자 모르는 번호에서 온 메시지인 걸 확인했
차단?제훈이 눈을 가늘게 뜨고 다소 어두워진 얼굴로 핸드폰을 내려다보았다. 길게 늘어진 그림자가 조금 외로워 보였다.‘송예은은 대체 날 어떻게 생각하는 거야? 정말 내가 싫은 건가?’제훈이 입술을 오므리고 생각에 잠겼다. 도예나가 지금 눈앞에 있었다면 제훈의 눈에 담긴 혼란과 당황을 바로 알아차렸을 것이다.도예나의 말대로 제훈은 신의 아들이라 어릴 때부터 똑똑해 단 한 번도 패배의 쓴맛을 느낀 적이 없었다.그리고 현재, 정말 찾아온 패배의 쓴맛에 제훈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예은의 핸드폰을 해킹해 제 번호의 차단을 푸는 것쯤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하지만 제훈은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자신에게는 남다른 능력이 있고 이걸 자랑스럽게 생각했지만 예은의 뜻을 존중하는 방법을 배워야 했다.예은이 정말 본인을 만나고 싶지 않아 한다면 그때는 또 어떻게 하겠는가?제훈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어쩔 바를 몰라 했다.아래층에 선 제훈은 말없이 불이 켜진 방을 올려다보며 침묵했다.그와 동시에, 예은은 핸드폰 알람 소리에 눈을 떴다.눈을 떠보니 얼굴에 붙여둔 팩은 말라버렸고 족욕 물도 차게 식어버렸다.“안돼! 내 얼굴!”예은은 빠르게 팩을 떼고 화장실로 달려가 세수했다. 다고 건조해진 얼굴을 만지며 예은은 어깨를 축 떨어뜨렸다.팩은 오래 하면 할수록 보습은커녕 오히려 더 안 좋은 효과가 생겼다.배우는 얼굴로 밥 먹고 사는 건데.예은은 말없는 울부짖은 끝에 다시 보습 스킨부터 얼굴에 발랐다. 머리에 얹어둔 수건을 풀자, 머리카락은 어느새 물기가 사라졌고 반쯤 젖은 머리카락에서 은은한 샴푸 향이 풍겼다.가운 차림의 예은이 머리카락을 매만지며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잠든 예은을 깨운 건 강연이 보낸 메시지였다.[송예은! 너 괜찮아? 제훈 오빠가 널 괴롭히지는 않았지?]머리카락을 매만지던 예은의 손이 뚝 멈춰서고 이어 표정도 경악으로 바뀌었다.‘제훈 오빠? 설마 그 메시지가 진짜...’예은이 얼굴을 굳히고 슬리퍼를 신은 채로 빠르게 창문 가까이
심장이 멎는다는 게 바로 이런 느낌인 것 같았다.‘강제훈이다!’‘제훈 오빠가 지금 집 앞에 나타난 거야!’예은이 바로 문을 열려고 움직이다가 갑자기 발걸음을 돌려 자신의 옷차림을 살폈다.젖은 머리, 가운 차림, 단정하지 못한 차림으로 어떻게 손님을 맞겠는가?예은의 얼굴이 화끈거리기 시작했다.“잠... 잠깐만요!”신발부터 갈아 신고 옷도 갈아입고 머리도 말리고 싶었다. 방은 오른쪽, 드라이기는 왼쪽, 너무 고민된 탓에 예은은 제 자리에 빙빙 맴돌았다.노크 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아까보다 빨라진 템포는 두드리는 사람의 마음을 대변했다.예은은 자리에 멈춰서서 울먹였다.‘그래, 그냥 현실을 받아들이자.’‘이런 내가 싫다면 어쩔 수 없는 거지.’‘번호를 차단하고 그렇게 오랫동안 기다리게 했으니 이미 화가 났을 거야.’예은이 앞으로 다가가 문을 열었다.문밖의 차분한 옷차림의 남자는 아직도 노크하는 제스쳐를 취하고 있었다.예은이 문을 열자 살짝 고개를 든 제훈의 얼굴은 조금 당황해 보였다.예은은 이런 제훈의 표정을 읽고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죄송해요. 아까... 아까는 노크 소리를 듣지 못하고.”그 말을 하는 자신의 혀를 깨물고 싶어졌다.거짓말도 너무 성의가 없었다.집이 이렇게 작은데, 어디에 있어도 노크 소리가 잘 들릴 것이다.제훈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시선을 거두며 말했다.“그럼 하던 일 계속하세요.”그 말을 끝으로 제훈이 몸을 돌려 떠나려고 했다.“제훈... 제훈 오빠 잠깐만요!”예은이 다급하게 제훈을 잡았다.제훈은 조금 의외라는 듯 고개를 돌리고 물었다.“왜 그러시죠?”복도의 어두운 불빛이 제훈의 옆선을 비췄고 평소보다 좀 더 따뜻한 인상으로 보였다.예은은 이런 제훈을 보며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할 것 같았다. 기분이 상한 제훈을 이대로 돌려보낼 수는 없었다.“아까... 아까 메시지는 제훈 오빠인 줄 모르고 스팸인 줄 알고 그런 거예요.”예은이 떠듬떠듬 말을 이었다.굳은 몸의 제훈이 천천히 몸을 돌리고 예은을
제훈은 예은을 빠르게 소파 위로 내려놓았다.예은의 발을 이리저리 살피더니 핏자국을 발견하고 인상을 찌푸렸다.“집에 구급상자 같은 거 있어요?”“네.”예은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텔레비전 캐비닛 아래에 있어요.”제훈이 주변을 빙 둘러보더니 바로 캐비넛 앞으로 걸어가 약상자를 찾아냈다.면봉과 요오드, 반창고, 거즈를 들고 돌아온 제훈은 물건을 탁자 위로 올려두었다.이어 허리를 굽히고 슬리퍼를 벗기려 했다.예은이 깜짝 놀라 발을 안으로 움츠리며 말했다.“그... 그러실 필요 없어요!”“움직이지 마요!”제훈은 예은의 말을 무시하고 바로 발목을 잡아당겼다.슬리퍼를 벗기자 하얀 발이 드러났다. 예은의 발은 하얗고 부드러웠는데 발가락을 안으로 움츠리자, 솜덩이 같은 발이 퍽이나 귀여웠다.제훈은 말없이 상처를 주시했다.살짝 긁힌 곳에서 피가 새어 나왔다. 흰 피부와 상반된 빨간색이 눈에 띄었다.제훈은 어릴 때부터 독립적인 편이라 상처 치료에는 아주 능숙했다. 발목을 가볍게 쥐고 자신의 무릎 위로 올려 둔 후 면봉에 요오드를 묻혀 조심스럽게 닦아냈다.예은은 정신이 어질해졌다.태어나서 누군가 자신에게 이렇게 대해주는 건 처음이었다.어렸을 때부터 편견, 혐오, 욕설 속에서 자랐던 예은은 커서도 분노, 원망, 이득에 찌들었다.태어나서 처음으로 누군가 자신의 상처를 조심스럽게 치료해 주고 있었다.더구나 그 상대는 신분이 남다른 강제훈이었다.거실은 너무 조용해 시계가 째깍거리는 소리만 울렸다. 이어 두 사람의 숨소리를 제외하고 거즈를 감싸는 소리만 들렸다.“아직도 아파요?”상처를 치료하고 제훈이 나지막하게 물었다.예은이 고개를 저었다.아까 느꼈던 고통은 벅찬 마음에 가려져 느껴지지도 않았다.이깟 상처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앞으로 조심해요. 당분간 물 닿지 않게 하고요.”제훈은 다시 예은의 슬리퍼를 신겨주고 조심스레 발을 바닥에 내려두었다.“네...”예은이 고개를 끄덕였고 한참이나 있다가 말을 이었다.“고마워요.”제훈은 조
송예은은 고의로 제훈의 연락처를 차단한 게 아니었다.지금은 왠지 차단하지 말걸, 이라는 생각도 들었다.이런 예은의 기분이 느껴지자, 제훈의 표정이 점점 밝아졌다. 제훈은 빠르게 약상자를 정리하고 손을 씻더니 방 구조를 살피기 시작했다.오피스텔은 큰 편이 아니었으나 전체적으로 깔끔했다. 구석구석 맞춤한 가구로 꾸민 오피스텔은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다.제훈의 시선이 벽에 걸린 액자로 향했다. 누군가 그린 그림을 액자로 걸어둔 것 같았다.그림 작가는 인물 스케치에 재능이 있으나 자세히 보면 전공으로 배운 느낌은 아니었다. 다만 이목구비를 아주 생동감 있게 표현한 것을 높이 살 수 있었다.“그건... 제가 마음대로 그린 거예요.”옷을 갈아입은 예은이 그림을 보고 있는 제훈을 보며 조금 부끄러워했다.“그림에 재능이 있네요.”제훈이 고개를 돌렸다. 예은과 눈이 마주친 순간 제훈은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연한 노란색의 편한 원피스로 갈아입은 예은에게서는 나른하지만 부드러운 느낌이 풍겼다.머리는 반쯤 마르고 반쯤 헝클어진 채로 어깨 위로 흐트러졌다. 피부는 조금 핑크빛이 돌았고 잡티 하나 없는 그 얼굴에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제훈은 가슴이 너무 뛰었지만 내색하지 않고 시선을 돌렸다.“아니에요. 그냥 취미일 뿐이에요.”예은이 웃으며 답했다. 하지만 그림을 보고 있는 예은의 시선이 조금 흔들렸다.이제 그림을 배우고 싶었던 나이는 훌쩍 넘겨버렸다.그래서 예은이 말을 돌렸다.“제훈 오빠는 무슨 일로 이 밤에 찾아온 거예요?”“얼굴이 보고 싶기도 하고 내일 저녁 약속을 잡으려고 온 겁니다.” 오피스텔로 오는 길에 강연이 제훈에게 이런 메시지를 보냈다. 내일 가족 모임에 송청아, 나이란, 안택은 물론 전서안까지 참가한다고 했다.이런 자리에 예은이 빠지면 섭섭했다.너무 대수롭지 않게 건넨 말에 예은은 별생각 없이 물었다.“어디인데요?”“주소는 따로 보내줄게요.”“아, 네.”제훈이 예은의 머리카락으로 시선을 돌리더니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
고개를 들어 제훈을 바라보는 예은의 시선에 의문이 가득했다.‘데이트가 아니라면 우린 무슨 사이지?’‘재벌이 후원하는 연예인?’‘데이트가 아니라면 그저 불장난?’‘날 지금 뭐로 보는 거야!’예은은 마음이 점점 복잡해지고 형언할 수 없는 분노가 차오르고 역겨운 기분마저 들었다.예은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제훈의 중저음 목소리가 머리 위에서 들렸다.“데이트는 잠시 미뤄두고 부모님 먼저 뵈러 가자.”“...”기분이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같았다. 몇 초 사이에 오르락내리락하는 기분에 예은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부모님을... 만난다고?’‘우리가 벌써 그런 사이인 거야?’‘부모님이라면 설마 그 소문으로만 듣던 강씨 가문 가주와 사모님인 건가?’‘날 마음에 들어 하실까?’예은은 자신이 순식간에 불구덩이에 빠져 허우적대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그게... 너무 빠르지 않나요?”예은이 더듬거리며 말했다.“우린... 우린...”“왜?”제훈이 깍지를 낀 두 손을 들어 올리며 눈썹을 치켜세웠다.“날 책임지지 않을 거야?”“그게 아니라...”예은은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어떻게 이렇게 된 거죠?”당황해 보이는 예은의 얼굴을 보며 제훈은 흥미진진하다는 듯 입꼬리를 올렸다.첫 만남의 예은은 차갑고 곁을 주지 않는 냉미녀같았다. 하지만 모든 위장을 벗어던진 예은은 그저 귀엽기만 했다.“언젠간 만나야 하지 않겠어? 조금 앞당길 뿐이야.”제훈의 다정한 말투에 예은은 화가 나지만 화를 낼 수 없었다.‘젠장, 너무 잘생겨서 욕도 나오지 않아.’“그만 걱정해.”제훈이 예은을 다독였다.“내일 우리 부모님을 만나는 건 너뿐만이 아니니까 부담가지지 마.”“네?”예은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한꺼번에 여러 여자를 데리고 가는 거예요?”“...”그렇게 카리스마가 넘치던 제훈도 이 순간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입꼬리를 실룩이던 제훈은 예은을 품 안에 넣고 꼭 껴안았다.“대체 하루 종일 무슨 생각만 하는 거야?”
칠흑같이 어두운 밤.도씨 가문의 별장 뒷집 창고에서 찢어지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창백한 얼굴에 핏기가 싹 가신 마른 입술을 한 도예나의 불룩 나온 복부가 한차례 수축하더니 하체에서 빨간 핏물이 끊임없이 흘러나온다.임신한 지 여덟 개월밖에 안 됐는데, 왜 낳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드는지…….'설마 조산인가?'8개월 차 조산이 얼마나 위험한지는 말하지 않아도 뻔했다.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그녀는 일분일초도 지체하지 않고 손발을 동시에 사용하여 문 앞으로 기어가 있는 힘껏 문을 두드렸다."주씨 아저씨, 제가 곧 아이를 낳을 것 같아요. 제발 병원에 데려다주세요, 제발 부탁드려요……."문밖에는 사오십 대 중년 남자가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하지만 그는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큰 아가씨, 아가씨께서 아버지도 모르는 아이를 가졌는데 어르신과 사모님께서 병원으로 데려가 망신을 살 것 같아요? 시끄럽게 굴지 말고 그냥 가만히 있으세요!"도예나는 눈물이 걷잡을 수 없이 흘러내렸다.8개월 전, 그녀는 호텔에서 기자들에게 불미스러운 사진을 찍혀 도시 전체에서 가장 큰 웃음거리로 되었던 것!하지만 곧이어 그녀는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아버지는 그녀를 창피하다고 여겨 낙태를 강요했다!그러나 낙태하기 일 초 전, 그녀는 갑자기 몸을 뒤집어 병상에서 벗어나 그 길로 도망쳤고 자신이 죽을지언정 아이를 낙태하고 싶지 않았다.그러자 그녀의 아버지는 그녀를 이 작은 방에 가두고 될 대로 되라고 내버려 뒀다.그녀는 꼬박 8개월 동안 감금됐었고 단 한 발짝도 이곳을 벗어난 적이 없었다."주씨 아저씨, 제발 부탁드릴게요, 제 아이 좀 살려주세요, 그렇지 않으면 목숨을 잃을 거예요…….""주씨 아저씨, 제발 저 좀 도와주세요……."지속적인 진통에 도예나의 애원하는 목소리도 점차 작아졌다.그러나 문 앞을 지키는 사람은 마치 아무것도 못 들은 것처럼 태연자약하게 담배를 피워 댔다.도예나의 하체에서 피가 이따금 쏟아져 나오면서 그녀의 치마를 적셨
도예나는 아픔을 참으면서 숨을 한 모금 들이마셨다.고개를 숙여 하체를 바라보니 핏물로 적신 치마 아래에는 두 아기가 보였다.아기는 온몸이 핏물로 뒤범벅된 채 작은 주먹을 움켜쥐며 목청이 찢어질 듯 울고 있었다.바로 그녀의 아이였다. 그것도 쌍둥이!하지만 도예나가 기뻐할 겨를도 없이, 아이들은 갑자기 울음을 그쳤다.두 아이의 얼굴은 호흡곤란으로 청자색을 띠고 있었다."아가, 무서워하지마, 엄마 여기 있어……."그녀는 가슴이 바짝 타들어 가는 마음으로 벌벌 기어가 아이를 품에 안으려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도설혜의 발이 그녀의 손등을 세차게 밟았다."언니, 정말 재주가 좋네. 쌍둥이를 낳다니."아이들을 바라보는 도설혜의 눈빛에는 음산함으로 가득 찼다."그런데 정말 아쉬워. 이 두 아비 없는 아이들은 명이 짧은 귀신이라도 붙었나, 태어난 지 몇 초 만에 다른 세상으로 가버렸네.""말 같지도 않은 소리 하지 마! 내 아기들은 죽지 않았어!"도예나의 심장은 터질 것 같았다. 그녀는 손을 뻗어 아기의 얼굴을 한번 만져보고, 작은 엉덩이도 가볍게 두드려 보고 싶었지만 손이 아기의 부드러운 몸에 닿기도 전에 하녀 한 명이 들어와 차가운 얼굴로 바닥에 있는 두 아기를 들어 올렸다."둘째 아가씨, 이 두 죽은 아기는 어떻게 처리하는 것이 좋을까요?"도설혜는 두 아이가 죽든 말든 전혀 신경 쓰이지 않았다. 만약 죽는다면 도예나가 슬픔에 잠긴 모습을 볼 수 있으니 매우 통쾌할 것이고, 물론 이 두 아기가 살아 있어도 아무렇지 않았다. 아버지가 누군지도 모르는 두 자식을 데리고 도예나는 평생 떳떳하게 살지 못할 테니.도설혜의 시선은 무심코 두 아이에게로 향했다.그러다가 갑자기 움직임을 멈췄다.이 쌍둥이는 생김새가 완전히 똑같았는데, 오랜 시간의 영양실조로 작은 얼굴은 피골이 상접하고 얼굴선이 다 드러날 정도로 바싹 말라 있었다.하지만 이 두 얼굴을 보니, 괜히 성남에서 권세가 하늘을 찌르는 천하무적 대마왕 강현석이 떠올랐다.곧이어 한 가지 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