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국한 사모님 아이를 뺏는다!의 모든 챕터: 챕터 1301 - 챕터 1310

1347 챕터

제1301화

“강연아, 네가 어쩐 일이야?”송예은은 강연을 보고 조금 놀란 눈치였다.강연은 며칠 동안 강씨 가문과 전씨 가문에 일이 생겨 잠시 집을 비운다고 미리 조혜영에게 언질을 해두었다. 그래서 예은은 당분간 강연이 돌아오지 않는 줄만 알았다.오늘 강연을 만나자 조금 의외라는 생각을 했다.“큼, 그게 본가에서 지내려고 짐 챙기러 왔어.”강연이 설명했다.“지금 나가려고?”“뭐 좀 사러 가려고 했는데 급한 건 아니야.”예은이 말을 이었다.“무슨 짐을 챙기려는 거야? 내가 도울까?”“그러면 고맙지.”강연이 입꼬리를 올렸고 머릿속으로 빠르게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오빠가 밥을 사주겠다는 사람이 바로 송예은인건가?’‘설마? 오빠랑 예은이는 겨우 한번 만난 사이인데 어떻게 알고?’강연은 생각에 잠긴 채로, 방으로 돌아와 예은과 짐을 정리했다.사실 챙길 게 별로 없었으므로 강연은 필요한 신분증이나 생필품을 대충 챙겼다.본가에 아주 큰 드레스룸이 따로 있었으므로 옷을 챙길 필요는 없었다.짐을 정리하고 예은은 강연을 따라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제훈의 차는 아주 눈에 띄었다. 강씨 가문의 제일 평범한 차라고 해도 고가 카이엔이었고 주차만 해도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강연이 앞으로 걸어가자, 주변 사람들은 그제야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강씨 가문 공주님을 데리러 온 거였어? 그럼, 뭐 이상한 것도 없지.’“제훈 오빠?”강연과 예은이 차창으로 다가갔고 짙은 선팅 탓에 안이 보이지 않아 차창을 똑똑 두드렸다.차창이 천천히 내려가고 제훈의 차갑지만, 청초한 외모가 드러났다.“모두 챙긴 거야?”덤덤하게 말했지만 목소리가 아주 듣기 좋았다.“네.”강연이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예은이 도와줬거든요.”제훈의 시선이 자연스레 예은을 향했다.그런데 사람들의 시선에 익숙해진 예은이었지만 제훈의 주시에 갑자기 긴장해졌다.마치 사냥감에 노려진 먹잇감이 된 기분이었다.예은은 애써 제 기분을 숨기며 속으로 역시 강씨 가문의 카리스마는 남다르구나, 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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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2화

강씨 가문 셋째 도련님이 어떻게 자신의 이름을 기억하는지 놀랍기도 했지만, 송예은은 제훈이 대체 자신에게 무슨 볼일이 있는지 궁금했다.차 문이 열리고 몸에 알맞게 맞춘 슈트를 입은 제훈이 걸어 나왔다. 긴 보폭으로 걸어오는 그의 기럭지에 보는 사람은 마음이 떨렸다.햇빛에 비친 제훈의 외모는 또 어떠한가. 뒤에 후광이 비쳐 들고 한시도 시선을 뗄 수 없었다.예은은 연예계에서 몇 년 동안 일하며 꽤 인지도가 있는 배우로 성장했고 그동안 잘생긴 배우들을 수없이 만났었다.기질, 외모, 기럭지, 서안을 제외하고 제훈과 비교할 수 있는 상대는 존재하지 않았다.예은은 어느새 입이 벌어졌다.정신을 차리자 어느새 제훈의 그림자가 예은의 앞으로 성큼 다가왔고, 얼굴은 차갑지만, 예상과는 달리 다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송이가 자주 송예은 씨를 언급했었습니다. 예은 씨가 가장 친한 친구이고 자주 송이를 도왔다고 들었는데 혹시 시간이 되신다면 밥 한 끼 같이 하시죠. 제가 감사의 마음으로 밥을 사겠습니다.”“네?”예은은 넋이 나간 표정이었다. 예쁜 눈망울에 의문이 가득했다.“아... 그게... 좋아요.”‘셋째 도련님은 쌀쌀맞기로 소문이 난 사람이 아니던가?’‘왜 갑자기... 이렇게 친절한 거지?’예은은 미처 발견하지 못했지만 제훈의 뒤로 남겨진 강연은 경악에 입을 딱 벌리고 있었다.‘정말 오래 살고 볼 일이네.’‘그렇게 차갑고 무뚝뚝하던 셋째 오빠가 먼저 대시하는 걸 다 보다니.’‘해가 서쪽에서 뜬 건가?’‘밥이라도 잘못 먹은 거야?’강연은 세윤과 제훈이 평생 솔로로 살 것이라고 내기를 했었다.그런데 강철 솔로에게 꽃이 피는 봄이 찾아올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강연은 소름이 돋은 팔을 내리쓸며 뒷좌석에 앉았고, 옆에 앉은 예은과 앞쪽의 제훈을 번갈아 보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참 신기한 일이었다.“예은 씨는 강연과 어떻게 만난 거예요?”제훈이 먼저 대화를 주도했다.강연은 바로 허리를 세우고 조용히 팝콘 먹을 준비를 했다.‘오빠가 먼저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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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3화

“송예은! 너 오해한 거야!”강연이 예은의 손을 잡고 입을 삐죽였다.“셋째 오빠는 절대 악의로 말한 게 아니야. 넌 내 친구인데 오빠가 왜 널 조사하겠어? 그냥... 우리 과거에 대해 궁금해서 물어본 걸 거야.”그 말을 들은 예은의 얼굴이 조금 풀어졌고 고개를 돌려 제훈을 바라보았다.“셋째 도련님, 정말 강연이 과거가 궁금해서 그러신 거예요?”예은의 질문에도 제훈의 표정은 여전히 굳어있었다.백미러를 통해 겨우 화를 참고 있는 예은을 확인한 제훈이 조금 날카로운 시선으로 말했다.“평소 경계심이 많은 편인가요?”제훈의 물음에 예은은 조금 당황한 듯싶었다.“뭐라고요?”“저는 동생과 동생 친구한테 관심을 가지면 안 되나요? 저는 뭐 동생을 다른 사람과 만나게 하지 못하고 주변 인물에 악의를 가져야만 하나요?”“...”‘나는 드라마에서는 다 그러니까 혹시나 해서 그런 거지.’제훈은 시선을 거두고 나른한 목소리로 말했다.“송예은 씨 혹시 피해망상이라도 있는 거예요? 왜 이렇게 경계하는 겁니까? 말도 안 되는 드라마 너무 많이 보신 거 아니예요?”“...”예은은 독설을 퍼붓는 제훈을 흘깃 노려보고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제훈은 백미러를 통해 귀끝이 조금 붉어진 예은을 발견했다. 그리고 몰래 입꼬리를 조금 올렸다.화기애애하던 분위기를 얼어붙게 만든 제훈을 보며 강연은 속으로 생각했다.‘제훈 오빠처럼 완벽한 사람도 여자 앞에서 바른 소리만 해대는 무드 없는 남자였어.’그리고 다른 한편 걱정이 되기도 했다.‘예은이 제훈 오빠에 대한 인상이 나빠지면 어떡하지?’겨우 이성에 눈을 뜬 제훈이 이대로 포기할까 강연은 마음을 졸였다.“예은아.”강연이 예은의 옆으로 붙으며 손을 잡았다.“우리 오빠가 한 말 신경 쓰지 마. 무드가 없는 남자라 좀 직설적인 편이야.”강연의 말에 예은은 자신이 오해했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사과를 하기에는 조금 내키지 않았다.그래서 어색하게 미소를 지었다.이에 강연은 분위기를 띄워보려 계속해서 쫑알거렸다.“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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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4화

제훈이 정말 화를 내는 게 아닌 걸 알아차린 강연은 안심하며 가슴을 두드렸고 송예은과 눈을 마주하며 웃음을 터뜨렸다.얼마 지나지 않아 또다시 재잘거리는 두 사람을 보며 제훈은 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곧 세 사람은 레스토랑에 도착했다.제훈은 키를 발렛한테 넘기고 뒷좌석 문을 열어 젠틀하게 두 소녀를 부축했다.예은은 조금 당황했으나 예의 바르게 말했다.“감사합니다.”“별걸 다.”제훈은 덤덤하게 말 한마디를 보탰다.“앞으로 날 너무 나쁘게 생각하지 말고요.”제훈은 말하며 방금 차에서 내린 예은을 단단한 두 팔로 가뒀다.키가 꽤 큰 제훈은 상대에게 압박감을 가져다줬다.제훈의 차가운 시선이 한 사람만을 향한다면 그 상대는 바로 소름이 돋을 것이다.그리고 이건 예은도 마찬가지였다.예은은 머리끝까지 소름이 돋았고 어느새 두 볼도 점점 붉어지는 것 같았다. 그리고 고개를 들지 않아도 제훈이 무슨 표정인지 예측이 갔다.차가운 얼굴에 옅은 미소를 지은 얼굴, 예은은 감히 고개를 들어 제훈을 바라볼 자신이 없었다.“안... 안 그럴게요.”그리고 예은은 마치 도망치듯 빠른 걸음으로 강연을 향했고 제훈에게서 떨어졌다.뒤에 남은 제훈은 낮게 웃음을 터뜨리더니 자신감이 붙은 얼굴로 둘을 지그시 바라보았다.레스토랑에서 강연은 세 사람이 좋아하는 음식 위주로 주문했다.제훈은 예은의 앞에 놓인 접시를 보며 물었다.“디저트 좋아하나 봐요?”딸기 케이크를 막 입에 넣은 예은은 조금 당황해하며 고개를 끄덕였다.“어렸을 때 집이 가난했는데 먹을 게 없어 설탕을 푼 물을 먹었어요. 그래서 그런지 커서도 단 음식이 좋더라고요.”담담하게 웃으며 말을 마친 예은은 다시 고개를 숙이고 조용히 디저트를 입에 넣었다.그 모습에 조금의 열등감이나 불편함은 느껴지지 않았다.제훈은 이런 예은을 눈에 담으며 더 깊은 생각에 빠졌다.예은의 가정사를 조사해 본 적이 있었다. 가정사가 아주 복잡해 어렸을 때부터 많은 고생을 한 것 같았다. 어른이 되고 강제로 연예계에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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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5화

하지만 송예은은 늘 준비를 하고 있었다.혈혈단신인 예은은 두려워할 것이 없었다.제훈은 예은이 열정이 넘치고 명석하고 결단력이 있으며 과감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예은은 선과 악을 정확히 가르고 원한 앞에서는 한치의 용서도 없었다.자신에게 적대적인 사람은 아무리 피가 섞인 가족이라고 할지라도 절대 자신의 피를 뽑아먹도록 내버려두지 않았다. 또한 자신에게 호의적인 사람은 아무리 낯선 사람이라고 해도 은혜를 갚으려 했다.외모는 화려하고 차가운 점이 있었지만, 강연과 같은 친한 친구들 앞에서는 가시가 돋친 가면을 벗어던지고 가장 연약한 면을 스스럼없이 보였다.늘 차갑고 당당해 보이던 예은이 친구들과 함께일 때에는 수다쟁이가 되어 스캔들에 대해 말하고 핫한 연예인을 좋아하고 응원했다는 것을 그녀의 팬들은 알지 못했다.예은의 연기는 일상에서도 이어졌다.제훈은 이런 예은이 보면 볼수록 마음에 들고 보기만 해도 설렜다.어쩌면 처음 눈을 마주친 순간부터 이렇게 될 것이라는 걸 예감했다.제훈은 대수롭지 않은 표정을 지으며 자기 디저트도 예은의 앞으로 당겼다.“좋아하면 마음껏 먹어요. 얼마든지 먹어도 돼요.”몸이 살짝 굳은 예은이 살며시 고개를 들어 제훈을 쳐다보았다.덤덤한 얼굴의 제훈이 말을 이었다.“여기 레스토랑 디저트는 조금 밋밋하네요. 다음에 강씨 저택에 놀러 오시면 대접할게요. 입맛에 맞을 거예요.”예은은 하마터면 손에 쥔 포크를 떨어뜨릴 뻔했다.‘제훈 오빠가... 날 집에 초대를?’연예계 생활을 오래 하면서 예은은 더 이상 아무것도 모르는 순한 양이 아니었다. 그 말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설마 강씨 가문 셋째 도련님이 나랑 자고 싶은 거야?”생각만 하려다가 예은은 얼떨결에 그 말을 입 밖으로 뱉았다.“자고 싶다”라는 말을 들을 강연은 바로 입안의 주스를 뿜어내고 연신 기침을 해댔다.제훈은 바로 인상을 찌푸렸다.“캑캑!”옆에 앉은 강연이 요란스레 기침하고 주변의 직원들은 몰래 조마조마해했다.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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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6화

그러나 이어지는 남자의 덤덤한 목소리.“잘해보고 싶은 마음은 있어요.”“...”‘큰일이야, 더 바닥을 파고들고 싶어졌어.’‘이 대낮에 환청이라니.’강연이 깜짝 놀라 덜덜 떨리는 손가락으로 제훈을 가리켰다.“셋째 오빠... 어떻게... 어떻게 이럴 수 있어요?”예은이 고개를 끄덕였다.‘아무리 이게 꿈속이라고 해도 그렇지 강씨 가문 사람, 심지어 그 유명한 강씨 가문 셋째 도련님이 왜 나를 좋아하겠어?’‘배경도 없고 신분도 없는 2군 배우를 왜?’제훈이 손가락을 까딱하면, 아니 눈빛만 보내도 연예계 잘 나가는 여자 연예인들이 알아서 줄을 설 것이다.‘내가 정말 미친 거야? 왜 이런 환청이?’“어떻게 그냥 이렇게 솔직하게 말할 수 있어요?”강연은 원망스러운 마음에 소리를 조금 높였다.“고백이라는 건 시간과 공을 들여 천천히 해야 하는 거라고요. 이렇게 성급하게 했다가 도망가면 어쩌려고요!”“...”‘지금 무슨 소리하는 거야, 강연아!’“직설적으로 말하지 않고 안택처럼 십수 년을 옆에서 가만히 기다리기만 해야 하는 거야? 아니면 전서안처럼 네 앞에 설 자신도 없어 몰래 오랫동안 지켜보기만 해야 해?”제훈은 강연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다 겁쟁이들이야.”“...”“아니! 왜 멀쩡한 사람들을 디스하고 그래요?”제훈이 예은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난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바로 말할 거예요. 나를 제외한 다른 사람에게 마음을 줄 생각도 하지 못하게.”강연은 입을 떡 벌렸다.‘세상에, 우리 셋째 오빠 맞아?’‘20년 동안 사랑에 눈먼 장님 같더니 눈을 뜨자마자 이렇게 화끈할 수 있는 거야? 지금 완전 드라마 속 대표님 같잖아? 아니 조금 더 느끼한가?’강연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예은을 살폈다. 그러나 예은은 살짝 시선을 내리깔았고 귀 끝이 빨갛게 물들었다.‘설마, 예은이가 벌써?’식사를 마치고 제훈은 예은을 오피스텔로 바래다주고 강연과 함께 집으로 돌아갔다.예은이 차에서 내릴 때 제훈도 차에서 내렸고 강연은 홀로 차에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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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7화

제훈은 손을 들어 예은의 정수리를 쓰다듬었다. 옅게 지은 미소와 반짝이는 검은색 눈동자, 등 뒤로 비치는 햇빛까지 모든 게 완벽했다.“올라가요. 또 연락할게요.”예은이 고개를 끄덕이고 뚝딱거리며 오피스텔 안으로 들어갔다.엘리베이터에 오르고 예은은 층수를 누르는 것조차 잊어버렸다. 안에 한참을 갇혀있다가 엘리베이터가 올라가지 않자 그제야 알아차렸다.거울에 비친 붉은 얼굴을 보며 예은은 크게 심호흡하고 손을 들어 얼굴을 비볐다.‘이게 무슨 일이래. 정말 사람 마음 심란하게.’머릿속에 울리는 또 연락하겠다는 제훈의 목소리에 예은의 얼굴이 더 뜨거워졌다.그러나 예은은 제훈에게 연락처를 주지 않았고 본인도 제훈의 연락처가 없었으므로 어떻게 연락할지 의문이 생겼다.그리고 이 생각에 예은은 저도 모르게 자기 머리를 치며 후회했다.예은이 심란해서 하는 한편 차 안에서는.차로 돌아온 제훈의 옷깃을 강연이 냉큼 잡아당겼다.“빨리 바른대로 말해요! 언제부터 우리 예은이를 마음에 뒀던 거에요?”강연의 표정이 조금 날카로웠는데 마치 발톱을 드러낸 새끼 사자의 흉포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깊은 눈동자에는 흥분과 설렘이 드러났다.제훈이 몸을 느슨하게 풀며 입꼬리를 올렸다.“맞춰봐.”강연은 급해 발만 동동 굴렀고 어쩔 줄 모르는 새끼 사자처럼 으르렁거렸다.“그럼, 오늘 나를 데리러 온건 다 계획대로 움직인 거죠?”“계획이 그렇게 오래된 건 아니야.”제훈이 덤덤하게 말했다.“예은을 알게 된 지 얼마되지도 않았으니까.”“설마? 혹시 설마?”강연이 깜짝 놀란 얼굴로 말을 이었다.“설마 처음 만난 이후로 그다음 번에는 고백해야겠다고 생각한 거예요?”제훈이 몸을 돌려 강연의 이마에 땅콩을 먹였다.“정답.”강연이 제 이마를 감싸며 앓는 소리를 냈고 눈가에 눈물이 촉촉하게 배어났다.“우리 불쌍한 예은이 저 무시무시한 악마한테 노려지다니. 너무 불쌍해 엉엉.”제훈이 인상을 찌푸리더니 고민도 없이 또 이마에 땅콩을 먹였다.강연이 “와-”하는 소리와 함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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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8화

예를 들어 본다면 첫째 언니 송청아, 둘째 언니 나이란, 형부 안택... 그리고 나만의 귀염둥이 서안 오빠까지.서안의 문제가 곧 해결될 거라는 생각에 강연은 또 바보 같은 웃음소리를 터뜨렸다.‘서안 오빠가 부모님이 계신 틈을 타서 인사를 하러 오지는 않을까?’생각만 해도 얼굴이 붉어졌다.“쯧.”제훈이 강연을 바라보더니 바로 그 마음을 읽어냈다. 동생 잘 키워봤자 소용없다는 게 무슨 느낌인지 그제야 알 것 같기도 했다.강연은 몰래 얼굴을 붉힌 채로, 안으로 들어갔다.“왔어?”화실에서 돌아온 도예나가 두 사람을 향해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아버지가 오늘 저녁에는 같이 밥도 먹고 최근 일상에 관해서 얘기도 하자고 그랬어.”“알겠어요, 어머니.”제훈이 미소를 지은 채로 답했다.강연은 바로 도예나의 품에 덥석 안기며 칭얼거렸다.“엄마! 너무너무 보고 싶었어요! 오늘 저녁에는 같이 자도 되는 거죠? 하고 싶은 말이 엄청 많아요!”막내딸이 흥분에 겨워 퐁퐁 뛰어다니는 모습에 도예나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러나 딸과 하룻밤을 보내고 나면 세 날은 삐져버리는 한 사람이 떠올랐다.“그게... 아버지한테 먼저 물어봐봐.”그 말에 강연의 얼굴이 순식간에 축 처져버렸다. 검은 포도송이 같은 두 눈을 축 내려뜨리고 한껏 불쌍한 표정을 지었다.“아빠가 허락할 리가 없잖아요. 엄마밖에 모르는 아빠인데 진짜 너무해!”“뭐가 너무하다는 거야?”낮지만 듣기 좋은 남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강현석이었다.강현석과 세훈은 일 얘기를 한창 주고받고 있었다. 강씨 그룹 산업의 미래 발전과 계획에 대해 세훈에게 조언을 해주었다. 그러나 서재에서 나오자마자 막내딸의 불만 소리가 들려온 것이었다.딸 바보인 강현석이 모른 척할 리가 없었다.그러자 강연은 바로 도예나의 품속에서 쏙 빠져나와 애써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아무것도 아니에요. 이렇게 좋은 날씨에 나가지 않는 게 너무하다고 그랬어요.”“나가 놀고 싶어? 집사한테 준비하라고 할게.”강현석이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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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9화

약 1시간 30분 후, 강씨 가문 사람들이 모두 식탁 앞에 자리 잡았다.강연과 세윤이 참지 못하고 벌써 젓가락을 손에 쥐고 허겁지겁 입에 넣었다.다른 사람들은 여전히 우아한 자태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손놀림이 평소보다는 빨랐다.“와아 진짜 너무 맛있어요!”강연이 입에 넣은 고기를 씹으며 말했다.“엄마는 호텔 셰프들보다도 솜씨가 좋아요. 엄마가 해준 밥을 얼마나 먹고 싶었는지 몰라요.”도예나가 웃으며 구운 고등어를 손질해 강연의 밥 위로 올렸다.“맛있으면 많이 먹으렴. 아직도 키가 클 나이잖아.”강연은 냉큼 밥 한 숟가락을 입에 넣었다.강씨 형제가 밥을 먹으며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니 도예나는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그동안 자신의 병을 치료하고, 칩의 해결 방법을 찾느라 세계 곳곳을 돌아다녔고, 아이들을 집에 남겨둔 채 제대로 챙겨주지 못했었다.아무리 듬직하고 성숙한 세훈과 제훈이라고 할지라도 겨우 스무 살을 넘긴 남자아이였으며 아직도 부모님의 손길이 필요한 나이였다.오랜만에 보이는 아이다운 모습에 도예나의 눈 끝이 붉어졌다.“엄마가 만든 요리를 이렇게 좋아한다니 앞으로 자주 해줘야 겠는걸.”그 말에 세훈부터 강연까지 모두 젓가락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어머니, 앞으로 자주 해주겠다는 말씀이세요?”세훈의 반응이 가장 빨랐다. 애써 흥분한 마음을 진정시킨 목소리였지만 기대 섞인 목소리가 조금 드러났다.“그러니까 집에 더 머물 예정이라는 뜻인 거죠?”나머지 아이들도 조심스레 도예나를 바라보았고 역시 기대 어린 얼굴을 하고 있었다.“당분간 집에 있는 건 아니고.”도예나가 강현석과 시선을 마주했다. 그러자 아이들이 실망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쭉 집에 남을 예정이야. 이제 어디에도 안 가.”그 말에 실망한 얼굴들이 갑작스러운 기쁨으로 변했다.“아아! 엄마 정말 어디에도 가지 않는 거죠? 앞으로 아빠랑 다 같이 집에서 지내는 거 맞죠?”강연은 젓가락을 내려놓고 바로 도예나를 끌어안고 애교를 부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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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10화

제훈은 표정을 살짝 찌푸린 채로 말했다.“콧물이 어머니 아버지 옷에 묻잖아.”“괜찮아. 엄마 아빠가 이런 걸 신경 쓸 리가 없어. 난 언제나 엄마 아빠 보물인걸!”세윤이 헤헤 웃으며 말했다.강현석이 이런 세윤을 살짝 흘겨보며 말했다.“다 큰 어른이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비록 말은 이렇게 했지만, 강현석은 세윤을 밀어내지 않았다. 말속에서 담담한 웃음이 느껴졌다.도예나도 웃음을 터뜨렸다.“언제 다 클래?”강씨 가족의 웃음소리는 한참 동안 이어졌다.식사를 배불리 마치고 그들은 중요한 이야기를 시작했다.“아버지, 어머니 하고 싶은 얘기가 있어요.”첫째 세훈이 이 말을 꺼낼 때 목소리는 평소답지 않게 떨리고 있었다.“저... 결혼하고 싶어요.”“결혼?”강현석과 도예나가 깜짝 놀라 되물었다.두 보배 딸이 연애하는 건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수아는 연주회에서 안택에게 공개 고백을 했고, 강연은 전씨 가문 전서안에게 깊은 마음을 품고 있었다.그러나 몰랐던 건 제 아들도 결혼하고 싶은 상대가 있다는 것이었다.“세훈아, 결혼하고 싶은 상대가 누구인 거니?”도예나가 부드럽게 물었다.“어머니도 알고 있는 사람이에요. 송청아라고.”“청아? 그때 그 청아를 말하는 거니?”도예나는 기억 속의 사람을 끄집어내며 더 깜짝 놀랐다.“그러니까 다시 만나는 거야?”세훈이 조금 부끄러운 마음에 얼굴을 붉힌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쉽지 않은 선택이었겠어.”도예나가 감탄하며 말했다.“우리 잘난 왕자님이 고개를 숙이는 게 어디 쉬운 일이었겠어?”두 사람이 헤어진 사실을 강씨 가문 사람들은 조금이나마 알고 있었다. 그리고 몇 해 동안 세훈이 청아를 놓지 못했지만, 또 먼저 손을 내밀지는 못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세훈이 드디어 한 걸음을 내딛었다는 사실에 도예나와 강현석은 기쁜 마음이 들었다.도예나의 농담 섞인 말에 세훈이 얼굴을 붉힌 채로 시선을 피했다.강현석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잘했네. 다 컸어. 이제 더 성숙한 방법으로 문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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