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현진, 강한서와 손성하는 화기애애하게 얘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작별 인사를 할 때, 손성하는 유현진에게 한복을 선물했다. 유현진은 한복을 선물 받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내내 잔뜩 들떠 자랑했다. “역시 손성하 선생님께서 보는 눈이 있으셔.”“누구랑은 다르게 말이야.”강한서는 유현진의 말을 들으며 눈에 저절로 힘이 들어갔고 그는 곧 과일로 그녀의 입을 틀어막았다. 그녀가 “우연”인 줄 알고 있는 그 만남은 사실, 강한서가 일부러 만든 것이었다. 당시 유현진은 송민영의 존재로 인해 강한서에게 선을 긋고 있었다. 그러니 강한서가 준비한 것이 분명한 일임에도 그녀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유현진은 무의식적으로 강한서가 자신을 좋아하지 않고 그녀에게 잘해주지도 않는다고 여기고 있었으니, 당연히 그가 자신의 일을 신경 쓰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니 지금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본다면... 강한서를 호구라고 불러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좋은 일은 자기가 다 하고, 결국 욕도 본인이 다 들었다. 유현진과 성안나는 절친한 사이는 아니었다. 그러니 성안나가 유현진의 편을 들어준 것은 강한서의 의도임이 뻔했다. 예전 유현진의 옷장에는 성안나가 디자인한 옷이 많았다. 주문 제작한 옷이든, 백화점에서 구매한 옷이든, 전부 강한서가 민경하를 통해 보낸 것이었다. 강한서는 옷을 잘 고르지는 못했지만, 그는 유현진의 안목을 믿지 않았다. 제일 좋은 것보다 제일 비싼 것을 고를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국내 최고의 디자이너인 성안나는, 당연히 강한서의 최선책이었다. 그런 고객을 위해 성안나도 당연히 그의 부탁을 들어주어야 했다. 업계 대가라고 할 수 있는 성안나가 나서서 얘기했으니, 유현진의 한복이 진짜인가 하는 문제는 더 이상 토론할 가치가 없었다. “유현진이 송성하 선생님과 그런 인연이 있었다니, 믿을 수 없어.”“그래도 한때는 강씨 집안 사람이라 보고 들은 게 많을 테니, 저런 소장 가치가 충분한 옷을 몸에 걸치고도 태연한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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