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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남편은 억만장자의 모든 챕터: 챕터 1621 - 챕터 1630

2573 챕터

제1621화

“너희 엄마 볼일 보러 가셨어. 금방 돌아올 거야.”노동명은 거짓말을 둘러댔다.“우리 밖에서 너희 엄마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자.”우빈은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노동명은 아이를 안고 1층으로 내려온 후 재차 물었다.“우빈아, 간식 뭐 먹고 싶어? 아저씨가 사줄게.”“고마워요 아저씨. 우리 이모 집에 맛있는 간식이 너무 많아서 더는 살 필요 없어요.”우빈은 지금 대부분 이모네 집에서 밤을 보내고 다음 날 아침 강일구 아저씨가 학원까지 바래다준다. 수업이 없는 날에만 엄마와 함께 지낸다.이모네 부부는 그를 살뜰히 보살피며 수많은 간식거리를 사준다.“이모네 집에 것은 이모네 집에 것이고 아저씨가 사주는 건 아저씨 마음이야. 우빈이 아저씨한테 표현할 기회를 줘야지.”아이는 노동명을 쳐다보며 그의 말뜻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노동명은 더 해명하지 않고 그에게 물었다.“우빈이는 아저씨를 아빠로 생각해본 적 있어?”“저는 아빠가 있어요.”노동명은 말문이 막혔다.“알아, 아저씨도. 누구나 다 아빠는 있지만 어떤 사람은 예외로 아빠가 두 명이야. 우빈이도 아빠가 둘이면 안 될까? 아저씨가 우빈의 아빠 하면 안 될까?”우빈은 고개를 내저었다.“아저씨는 아저씨고 아빠는 아빠예요. 어떻게 아저씨가 아빠를 해요?”아이는 계속 말을 이었다.“저는 아빠 한 명이면 돼요. 둘은 싫어요. 엄마가 늘 말씀하셨거든요. 사람은 욕심을 부리면 안 돼요. 다른 사람 몫도 남겨줘야 해요. 그러니까 아저씨는 딴사람 아빠 해요.”“...”어린 녀석이 총명한 건 알겠는데 아직 나이가 너무 어려 도통 설명할 수가 없었다.“우빈아, 그러니까 아저씨 말은 아저씨가 너희 엄마를 무척 좋아해. 너희 엄마랑 결혼해서 새 가정을 이루고 싶어. 그럼 우린 한 가족 세 식구가 되는 거야. 우빈이도 그땐 아저씨를 아빠라고 부를 수 있어.”“그렇지만 저는 아빠가 있잖아요. 아저씨 우리 엄마랑 결혼하고 싶어요?”노동명이 웃으며 답했다.“맞아. 아저씨가 너희 엄마랑 함께하는 걸 허락해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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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2화

노동명은 할 말을 잃었다.“...”‘녀석 참, 왜 이렇게 고집이 센 거야?’“우빈아.”하예진도 두 사람을 발견하고 이리로 다가왔다.노동명은 여전히 마음이 안 놓인 듯 다시 한번 아이에게 비밀로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다만 아이는 그의 당부를 듣는 척도 않고 품에서 벗어나 바닥에 내려오더니 쪼르르 엄마에게 달려갔다.“엄마.”하예진은 아들을 향해 두 팔을 벌리며 활짝 웃었다.“우빈이 다 놀았어?”“네, 이젠 집에 갈래요.”“그래, 그럼 집에 가자.”노동명이 다가오자 하예진은 태연한 표정으로 그에게 고마움을 표했다.“동명 씨, 우빈이 돌봐줘서 고마워요.”“괜찮아, 우빈이 돌보는 건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야.”노동명은 손을 내밀어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우빈이는 아주 얌전한 아이야.”하예진은 웃으며 그에게 말했다.“동명 씨, 아이가 집에 가겠다네요. 우린 먼저 가볼게요.”노동명이 재빨리 대답했다.“내가 데려다줄게.”“아니에요.”하예진은 우빈을 안으며 노동명에게 인사하라고 했다.“예진아.”노동명은 엄마가 그녀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 무척 궁금했지만 하예진은 고개 돌려 가볍게 웃을 뿐 아이를 안고 떠나가려 했다.이에 노동명이 두 모자를 따라왔다.“엄마, 저 뭐 하나만 물을게요.”우빈이 입을 열자 노동명은 쥐구멍이라도 파고 들어갈 심정이었다. 이 녀석이, 몇 번을 말했는데 왜 한사코 안 듣는 걸까?굳이 제 엄마랑 말하려나 보다.“그래.”하예진은 노동명이 아이에게 뭐라 말한 지 전혀 모른 채 아이의 물음에 호기심을 느꼈다.“엄마, 아저씨가 우리 가족에 합류하고 싶대요. 저한테 동의하냐고 묻는데 저는 아직 어린애라 결정권이 없잖아요. 그래서 엄마한테 물으라고 했어요. 엄마만 허락하면 저도 동의한다고요.”말을 마친 아이는 노동명을 향해 외쳤다.“아저씨, 빨리 와요. 제가 지금 대신 엄마한테 묻잖아요.”“...”쥐구멍은 어디에?대체 어디 있냐고, 당장이라도 파고 들어가야 할 텐데.아니면 하늘에서 천둥이 쳐서 두 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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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3화

우빈의 말로 노동명과 하예진 모두 난감할 따름이었다.그녀가 바라보자 노동명은 활짝 미소 지었다.하예진은 어이가 없어 침묵하며 아들의 물음에 어떻게 대답할지 고민했다.“엄마.”우빈의 낭랑한 목소리가 다시 한번 울렸다.“엄마 동의 안 하는 거예요?”“우빈아.”하예진이 다정하게 말했다.“우빈이는 아빠가 있어. 동명 아저씨는 아저씨야, 우빈이한테 영원히 아저씨일 거야.”“예진아.”노동명이 불렀다.“동명 씨, 우빈이가 아직 어려서 잘 몰라요. 애한테 이런 말 삼가세요. 제 인생은 우빈이가 대신 결정해주는 것도 아니잖아요.”하예진은 사뭇 진지하게 말했다.이에 노동명이 미안함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예진아, 내가 잘못했어. 아이한테 지금 이런 말을 하는 게 아닌데. 하지만 너한테만은 진심이야. 우빈이도 너무 사랑스럽고. 이 아이를 꼭 친자식처럼 대할 거야.”“동명 씨, 제가 분명 말했죠. 새로운 감정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는다고요.”하예진은 그의 앞에서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동명 씨가 이해해주시고 그 마음을 접으셨으면 좋겠어요. 우린 안 어울려요.”윤미라의 말처럼 아무리 엄마가 아들의 고집을 못 꺾어 결혼을 승낙한다고 해도 며느리가 싫은 건 변치 않는다. 나중에 시집가게 되면 고부갈등이 계속 존재할 것이다.하예진은 자신의 출신을 개변할 수가 없다.게다가 그녀는 진짜 재혼 생각이 없다.전씨 할머니께 말씀드렸던 것처럼 결혼은 그녀에게 행복감을 가져다준 게 아니라 상처와 고통만 안겨주고 헌신과 희생 뒤엔 배신이라는 큰 ‘선물’만 남겨졌다.첫 결혼에서 큰코다치고 이제 겨우 벗어났는데 또다시 뛰어들 리가 있을까?지금의 그녀는 남자 없이도 충분히 잘살고 있다.“왜 안 어울려? 엄마가 대체 뭐라고 했는데? 너더러 멀리 떠나라고 다그쳤지?”“아무 말씀도 안 했어요. 제가 안 어울린다고 생각한 거예요. 동명 씨가 제게 잘해주는 건 매우 감격스럽게 여기고 있어요. 하지만 저는 동명 씨를 사랑하지 않아요. 동명 씨 마음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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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4화

우빈은 매우 고집스럽다.애초에 주형인이 아이 앞에서 노동명의 험담을 할 때도 아이는 동명 아저씨가 아주 무섭긴 하지만 나쁜 사람은 아니니 아빠가 어떻게 말하든 아저씨에 대한 인상이 바뀌지 않았다.좋은 사람은 좋은 사람인 거고 나쁜 사람은 나쁜 사람이다. 나쁜 사람을 좋게 말할 수 없고 좋은 사람을 나쁜 사람이라고 할 수도 없다.“엄마 기분 안 나빠. 방금 뭐 좀 생각한 거야.”하예진이 웃으며 말했다.“봐, 엄마 지금 웃고 있잖아.”아이는 똑똑하면서도 예민했다.엄마가 웃으니 방금 자신이 한 말 때문에 화난 게 아니라고 믿었다.“엄마, 동명 아저씨가 엄마랑 결혼하고 싶다는데 진짜예요?”아이는 마음이 놓이자 선뜻 이런 질문을 해댔다.“...”하예진은 어이가 없었다.노동명도 참, 애한테 못하는 말이 없지. 우빈이가 고작 몇 살인데 이런 말을 알아들을 리가 있을까?아무리 아이가 노동명을 아빠로 받아들인다고 해도 아이의 결정이 그녀의 결정을 바꿀 수 있는 건 아니잖아.“그건 아저씨가 우빈이한테 장난친 거야. 마음에 새겨두지 마.”아이는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아저씨가 장난친 거구나.”“가자. 엄마가 이모네 집으로 바래다줄게.”하예진은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아들의 작은 손을 잡고 하예정의 집으로 향했다.“네.”우빈은 이젠 매일 이모네 댁에서 밤을 지새우는 것에 적응됐다.전태윤의 피크 별장으로 가야 하니 그녀는 스쿠터를 타지 않았다. 배터리가 부족해 가는 도중에 멈춰서면 골치 아프니까.그녀는 아예 새 차를 타고 아들을 피크 별장으로 실어갔다.하예정은 이제 막 심효진과 통화를 마쳤다.심효진은 당연히 투자를 확대하고 땅을 사서 회사를 건축하는 일을 찬성했다.“예정아, 난 너랑 소현 언니 완전히 믿으니까 두 사람이 알아서 결정하고 나한테 얘기만 해주면 돼. 난 전부 찬성이야.”하예정과 그녀는 십여 년의 우정을 쌓아와 지피지기와 같은 존재이다.성소현은 성씨 일가의 따님이고 성품도 좋은 데다가 하예정의 사촌 언니이니 그녀가 파트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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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5화

나오자마자 우빈이가 하예정의 볼에 뽀뽀하는 걸 보더니 아니 글쎄 세 살짜리 애와 질투하고 있었다.전태윤은 아이를 안고 먼저 방에 돌아가며 얘기했다.“이모부 하고 싶은 말이 뭔데요?”아이가 궁금한 듯 물었다.이어서 이모부의 장편 연설이 시작됐다.아이는 마냥 한심할 따름이었다.이모부가 한 말을 대부분 알아듣지 못했고 유일하게 캐치한 한 가지는 바로 우빈이도 남자기에 이모에게 자꾸 뽀뽀하면 안 된다는 뜻이었다.다만 이모인데 대체 왜?이모는 우빈에게 뽀뽀할 수 있는데 왜?결국 아이는 어른들의 세계가 참 복잡하다는 결론밖에 못 지었다.전태윤이 아이에게 한 말은 하예정을 어이없게 할 따름이었다. 그녀는 마지못해 남편에게 말했다.“여보, 우빈이 데리고 올라가서 씻어요.”“그래.”전태윤은 아이를 안고 위층으로 올라가며 계속 말을 이었다.“오늘 밤엔 이모부가 씻겨줄 거야.”“우빈이 장난감 가지고 가서 씻을 거예요.”“물총 챙겨.”“네.”어른과 아이가 사이좋게 조건을 상의하며 위층으로 올라갔다.이때 하예진이 동생에게 말했다.“제부 저러면 우빈이 버릇 나빠져.”“아니야. 많이 예뻐해도 원칙은 있어. 그냥 예뻐해 주는 건 아니야. 언니가 애 교육을 잘 시켜서 응석받이로 크지 않았어. 해야 할 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잘 알아.”우빈은 지금 만인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성씨 일가와 전씨 일가 모두 아이를 지극정성으로 살핀다.“너한테 할 얘기 있어.”하예정이 언니를 쳐다봤다.“동명 씨 어머님이 아까 밤에 잠깐 만나자고 해서 얘기 나누고 왔어.”동생 앞에서 하예진은 굳이 뭘 숨길 필요가 없다.하예정은 무슨 일이 생기면 그녀와 상의하고 그녀의 의견을 묻는다.언니인 그녀도 마찬가지이다.“사모님이 몇백억짜리 수표를 쥐여주며 언니더러 동명 씨 멀리 떠나래?”하예진이 째려보자 그녀가 웃었다.“드라마에서 자주 나오길래.”하예정은 언니가 윤미라와 만났다고 하여 절대 손해 볼 거란 걱정은 없다.“사모님이 많은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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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6화

“예정아, 이래서 우린 자매인가 봐. 나도 똑같이 반박했어. 왜 내가 떠나야 하냐고, 왜 내가 희생해야 하냐고 되물었어.”“언니, 피하는 것만이 정답은 아니야. 지금 있는 그 거리에서 이사하지 마. 가게를 연 지도 한동안 됐고 이제 겨우 단골이 쌓여가는데 지금 이사하면 또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해.”“언니 마음만 잘 단속하고 동명 씨한테 넘어가지만 않으면 동명 씨가 아무리 애써도 소용없어. 만약 사모님 요구대로 우빈이 데리고 관성을 떠났는데 동명 씨가 평생 언니를 잊지 못하고 여생을 언니네 모자만 찾는 일에 전념하면 어떡할 거야?”“한동안 구애했고 아무런 대답도 못 들었어. 게다가 사모님이 계속 설득하고 말리고 계시니 시간이 지나면 포기하고 마음 접을 거야. 그땐 언니도 훨씬 홀가분해질 거고.”하예진도 똑같은 생각이었다.떠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동생도 같은 뜻이니 가게를 옮기지도 않고 관성을 떠날 일은 더더욱 없다.본인의 마음은 본인이 꼭 잘 단속할 테니까.동생에게 털어놓고 동생의 의견도 들으니 하예진은 더는 사모님과의 대화를 마음에 새겨두지 않았다.애쓰고 싶다면 윤미라 스스로 애쓰면 될 일이다.어차피 하예진은 이미 윤미라에게 맹세했다. 윤미라가 반대하는 한 절대 노씨 일가에 시집갈 일이 없다고 말이다. 설사 윤미라가 허락한다고 해도 하예진은 반드시 노씨 일가에 시집간다는 보장이 없다.“먼저 갈게. 내일 또 가게 문 열어야 해.”하예진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동생에게 말했다.“언니, 너무 늦었어. 그냥 여기서 자.”“이 길은 이젠 너무 익숙해졌어. 더 늦어도 혼자 운전해 갈 수 있어. 나 또 새벽에 일어나야 해서 너랑 제부 쉬는 데 방해돼. 특히 제부는 업무가 다망한데 제대로 휴식하지 못하면 다음 날 어떻게 일하라고 그래.”하예진은 동생의 호의를 완곡하게 거절했다.한사코 동생네 집에서 밤을 지새우지 않겠다고 하니 하예정도 어쩔 수 없이 언니를 배웅했다.“우빈이 어느 유치원 보낼지는 정했어?”하예정이 조카 유치원에 관해 묻자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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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7화

“알았어. 그럼 바로 태윤 씨한테 전할게.”하예정은 우빈의 학비 문제로 언니와 다투지 않았다.언니가 우빈을 관성 유치원에 보내겠다고만 하면 된다. 언니도 학비쯤은 부담할 수 있으니까.하예진의 말대로 우빈은 그녀의 아들이니 당연히 엄마가 학비를 부담해야 한다.만약 언니인 하예진이 학비를 부담할 능력이 못 된다면 아이를 관성 유치원에 보낼 생각도 없을 것이다.하예정은 언니를 너무 잘 안다.그녀가 지금 전씨 일가의 사모님이 되어 차고 넘치는 게 돈이라지만 언니는 끝까지 동생에게 돈 얘기를 언급하지 않고 스스로 해결할 것이다.하예진은 동생에게 돈 얘기를 꺼냈다가 자신 때문에 동생이 시댁에서 지위가 흔들릴까 봐 늘 걱정이다.하예정도 돈만 받고 가족들의 일을 해결해주는 사람이 아니다. 상대의 고민을 해결해주는 것보다 상대에게 스스로 해결할 방법을 가르쳐주는 게 더 나으니까.“예정아, 고마워들. 너희 부부 덕분에 우빈이가 좋은 유치원에 들어갈 수 있겠어.”하예진은 동생 부부에게 너무 감격스러웠다.“언니, 또 이런 말 하면 나 진짜 화낼 거야. 언니가 없으면 난 무슨 지경이 됐을지도 몰라. 우린 친자매야. 서로 의지하며 살아온 자매라고. 우빈이도 내가 키워온 아이라 친자식이나 다름없어. 아이의 교육 문제에서 나도 언니만큼 중시해. 우리가 능력이 없고 조건이 안 될 땐 좋은 학교를 바라보며 한숨만 쉬었지만 이젠 능력도 있고 기회도 생겼으니 당연히 제일 좋은 곳으로 보내야지, 안 그래?”하예진이 웃으며 말했다.“그래, 알았어. 이젠 그런 겉치레의 말은 안 할게. 늦었어, 너도 얼른 들어가서 자. 마중 나올 필요 없어. 처음 오는 것도 아니고, 이젠 이곳이 내 집 같아.”“언니는 말로만 자기 집 같다면서 몸이 나으니 가장 먼저 월세방으로 돌아갔잖아. 새집 사준다고 해도 기어코 싫다고 하고.”하예정이 투덜댔다.“나 혼자 살 수 있어. 네 마음만 받을게. 차 사는 것도 마찬가지야. 내가 쓸 일이 생기면 당연히 혼자 가서 뽑아. 너희한테 받을 필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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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8화

아이가 고개를 끄덕이자 하예정은 얼른 바닥에 내려놓고 손을 잡은 채 방으로 돌아갔다.전태윤은 이제 막 위층에서 내려오며 이모와 조카를 보더니 활짝 웃었다.“녀석 빨리도 도망치네. 옷 갈아입히자마자 토끼보다 더 빨리 도망쳐. 처형은 갔어?”“네, 갔어요.”곧이어 부부가 소파에 앉았다.우빈은 두 사람 앞에서 혼자 장난감을 놀았다.“여보, 우빈이 유치원 말인데 언니가 당신더러 도와 달라요. 우빈이를 관성 유치원으로 보낼 수 있으면 그렇게 해줘요. 돈은 얼마가 필요하면 그때 가서 언니한테 말해주면 돼요. 언니가 비용을 부담하겠대요.”“내가 도울 수 없다면 말을 꺼내지도 않았어. 나한테 맡겨. 우빈이는 무조건 관성 유치원으로 보낼 거야. 비용도 신경 쓰지 마. 설사 비용이 생긴다고 해도 내가 대신 내면 돼. 학비는...”전태윤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하예정이 덥석 가로챘다.“언니가 우빈이는 제 아들이니 학비는 반드시 자신이 부담하겠대요. 엄마로서의 책임이래요 이건. 언니도 학비를 감당할 수 있으니 우빈이를 제일 좋은 유치원에 보내겠다고 하는 거예요. 우리가 언니랑 학비로 다투면 분명 우빈이를 관성 유치원에 안 보내려고 할 거예요. 여보, 당신이 내준 미션 나 너무 어려워요.”전태윤은 처형의 성격을 되새기며 말했다.“그래, 우리도 다투지 말자. 처형께 드리는 별장은 무조건 드릴 거야. 시간 날 때 집 보러 다니자 우리. 인테리어 다 된 거로 봐. 처형이 또다시 인테리어에 신경 쓸 필요 없게.”“그래요.”하예정은 남편에게도 오늘 밤 윤미라가 하예진을 만난 일을 알렸다.이에 전태윤은 전혀 의외가 아니라는 반응이었다.만약 전씨 일가와 성씨 일가가 없었다면 윤미라의 성격상 일찌감치 하예진을 관성에서 내쫓아버렸을 것이다.“처형과 동명의 일은 두 사람 보고 알아서 하라고 해. 사모님이 강압적으로 처형을 대하지만 않으면 우리도 끼어들지 말자.”하예정이 고개를 끄덕였다.하예진은 홀로 월세방에 돌아오다가 의외로 전남편 주형인이 집 문 앞에 서 있는 걸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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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9화

병원에서 나온 후 주형인은 서현주와 함께 다른 백화점으로 가서 그녀가 사고 싶은 물건을 샀다.집에 돌아왔지만 줄곧 노동명과 우빈이가 친하게 지내던 장면이 떠올라 기분이 잡쳤다. 노동명이 진짜 아들을 뺏어가고 아빠 노릇을 할까 봐 걱정됐다.서현주가 잠든 후 그는 몰래 집에서 나와 간식거리와 장난감을 사서 바로 전 아내의 집으로 달려왔다.하예진의 마음은 되돌릴 생각이 없다.엎어진 물은 다시 담을 수 없으니 그와 하예진은 이번 생에 더는 불가능하다.하지만 아들은 그의 핏줄인데 어찌 전처에게 대시하는 남자와 그토록 친밀하게 지낸단 말인가? 노동명은 이젠 우빈의 아빠 자리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당신 아내 뱃속의 아이는 괜찮지?”하예진이 차분하게 물었다.주형인은 난감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응, 괜찮아.”“우빈이는 먹을 것도, 장난감도 부족하지 않아. 이렇게 많이 사 올 필요 없어.”“알아 부족하지 않은걸. 하지만 이건 아빠로서의 내 마음이야. 예진아, 내가 떠나고 우빈이 실망하지 않았어?”주형인은 아들에게 미안했다.전에는 아들과 함께한 시간이 너무 적었다.그때 마침 서현주와 불타는 사랑을 할 때라 모든 신경이 그녀에게 꽂혔다.이혼한 후에도 아들과 함께한 횟수가 손꼽힐 만큼 적었다.“조금 실망했는데 금방 나아졌어.”주형인은 아들이 자신이 떠난 것 때문에 실망했다고 하자 조금은 마음이 놓였다. 적어도 아들은 친아빠인 그를 신경 쓰고 있으니까.하예진은 전남편에게 온수 한 잔 따랐다.주형인은 잠시 침묵한 후 하예진을 바라보며 떠보듯이 물었다.“예진아, 너랑 동명 씨...”“왜?”하예진이 되물었다.“아니야, 아무것도. 난 왠지 너랑 동명 씨가 안 어울리는 것 같아서. 네가 재혼하는 걸 말리진 않는데 우빈의 친엄마로서 재혼한다면 아이도 데리고 가야 하잖아. 만약 불행한 결혼을 해서 내 아들이 상처받으면 어떡할까 두려워. 그래서 이렇게 얘기하는 거야.”주형인은 자신의 질투에 핑계를 둘러댔다.“예진아, 꼭 생각 잘하고 결정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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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30화

임신 전에도 시댁 식구들이 우빈을 관심하는 걸 꺼렸는데 이젠 임신까지 했으니 더 질색한다.서현주를 언급하자 주형인은 역시나 좌불안석이었다.그는 곧장 자리를 떠났다.전남편을 보낸 후 하예진은 문을 닫고 안으로 잠그며 마음속으로 은은한 쾌감이 들었다.전남편이 재혼하고 난리법석인 나날을 보내서일까?한편 그녀와 우빈은 점점 더 나은 삶을 보내고 있다. 이게 바로 전남편에 대한 최고의 복수이다.그렇게 밤이 지나가고 또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었다.이어진 며칠 동안 하예정이나 하예진이나 전부 바삐 보냈다.노동명은 여전히 매일 아침 하루 토스트에 와서 아침을 먹고 하예진에게 꽃과 갖은 선물 공세를 했다. 하예진이 받지 않아도 그는 매일 견지했다.전태윤은 우빈을 성공적으로 관성 유치원에 등록시켰다. 9월이면 우빈은 관성 유치원으로 다닐 수 있다.날도 점점 무더워지고 곧장 6월에 접어들었다.관성의 6월은 그야말로 찜통더위였다.신혼여행 중이던 소정남, 심효진 부부는 이런 무더운 6월에 부랴부랴 집으로 돌아왔다.소정남은 아내와 신혼을 더 즐기려고 일부러 전태윤에게 신혼 휴가를 두 달이나 받았다.신혼여행을 떠날 때 이들 부부는 밖에서 두 달 동안 실컷 놀다가 돌아오겠다고 했는데 한 달이 지나자마자 집에 돌아왔다.부부가 미리 신혼여행을 마치고 돌아왔다는 소식에 하예정은 바로 수상한 조짐이 들었다. 그녀가 소식을 접했을 때 마침 성소현도 본가에서 돌아와 이참에 두 자매가 함께 소씨 일가로 방문했다.소씨 일가에 도착하니 심효진이 침대에 누워있다는 말을 들었다. 이에 두 자매는 그녀에게 무슨 일이 생긴 줄 알고 화들짝 놀랐다.“아줌마, 저 올라가서 효진이 볼게요.”하예정은 초조한 마음에 친구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 알고 싶어 최민주와 더는 격식을 차릴 새도 없이, 의자에 얼마 앉아있지도 않고 바로 위층에 올라가려 했다.이에 최민주가 웃으며 말했다.“그래, 가정부랑 함께 올라가 봐.”소정남도 위층에 있었다.최민주는 가정부에게 분부하여 하예정과 성소현을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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