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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남편은 억만장자의 모든 챕터: 챕터 1611 - 챕터 1620

2573 챕터

제1611화

하예진은 차가운 눈빛으로 덤덤하게 지켜봤다.서현주의 연기를 주형인은 못 알아본 걸까?어쩌면 그는 서현주와 그녀 뱃속의 아이를 더 중히 여기는 거겠지.곧이어 주형인은 서현주를 차에 태우고 자리를 떠났다.하예진 일행과 작별 인사도 못한 채 그냥 가버렸다.하예진과 노동명은 주형인이 일찌감치 가버리길 바랐지만 우빈은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아빠가 분명 함께 놀아주겠다고 했는데 현주 아줌마가 불편하다는 한마디에 바로 그를 내팽개치고 아줌마와 함께 떠났으니 말이다.“엄마.”우빈은 하예진의 앞으로 다가와 두 팔을 벌려 안아달라고 했다.하예진은 아이를 안고 얼굴에 스친 실망한 표정을 보더니 잠시 침묵하다가 결국 주형인 대신 몇 마디 거들어주었다.“우빈아, 현주 아줌마가 몸이 불편해서 아빠가 병원으로 실어갔어.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아야 하거든. 안 그러면 진작 우빈이랑 놀아줬을 거야. 아빠는 우빈이랑 놀기 싫은 것도 아니고 우빈이를 사랑하지 않는 건 더더욱 아니야.”노동명은 입을 비죽거리며 속으로 구시렁댔다.‘주형인은 우빈이에 대한 사랑이 확실히 적잖아.’그는 서현주와 그녀 뱃속의 아이를 더 사랑하고 있다.방금 서현주는 틀림없이 아픈 척 연기했을 것이다.주형인은 한때 회사에서 사장질을 하며 사회생활 경력이 풍부할 텐데 그녀의 연기를 못 알아봤을까?결국 서현주를 더 중히 여기기 때문이다.우빈에게 부자의 정은 있지만 그리 많지는 않다.마음씨 착한 하예진이니까 그런 인간을 위해 몇 마디 편들어주지만 보통 사람이라면 아이 앞에서 전남편을 처참하게 험담했을 것이다.한편 노동명은 이런 하예진의 모습이 꽤 마음에 든다.부부가 감정에 금이 생겨 이혼은 했지만 하예진은 아이 앞에서 정말 단 한 번도 주형인의 험담을 한 적이 없다.왜냐하면 우빈에게 있어 부모란 이혼했든 아니든 주형인이 어떤 일을 저질렀든 결국 아이의 친아빠이니까.주형인이 아들에 대한 관심이 부족할지 몰라도 양육비는 선뜻 내주니 나름대로 아빠의 책임은 다하고 있다.“그러니까 아빠는 우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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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12화

“3층에 있었어. 1층에 맛있는 음식 많은데 먹고 싶은 거 없어?”우빈은 고개를 내저었다.아이는 지금 차고 넘치는 게 먹는 것과 노는 것이다.이모를 따라다니며 온갖 맛있는 음식을 싹쓸이했으니까.우빈이가 다른 물건을 살 생각이 없어 보이자 노동명은 곧장 아이를 데리고 3층으로 올라갔다.3층 한쪽은 키즈 카페고 다른 한쪽은 신발과 옷을 판매하고 있었다.일부 가장들은 이곳에 신발 사러 오면 아이를 키즈 카페에서 놀게 한다. 키즈 카페는 입장권도 있고 전문적인 직원들이 지켜보고 있어서 아이가 놀다 지치지 않는 한 절대 함부로 도망쳐 나올 일은 없다.설사 도망쳐 나왔는데 가장이 없다고 해도 직원들이 아이 스스로 가버리게 내버려 두지 않는다.가장들은 이 점에 대해 무척 안심하고 있다. 아이를 키즈 카페에 넣어두기만 하면 마트를 마음껏 쇼핑해도 된다. 옆에서 시끄럽게 보채는 아이가 없으니까.바로 이 때문에 더 많은 가장들이 이곳에 와서 소비하고 있다.하예진은 우빈의 입장권을 끊은 후 신발을 벗겨주고 안에 들어가서 실컷 뛰어놀게 했다.노동명은 썩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우빈이가 다른 애들한테 괴롭힘을 당하면 어떡해? 애들이 너무 많아.”“평상시엔 내가 늘 지키고 있어서 그런 일은 없을 거예요. 직원들도 지켜보고 있고요.”노동명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우빈의 작은 뒷모습을 빤히 쳐다봤다.아이는 들어가자마자 다른 친구들에게 쪼르르 달려갔다.귀여운 얼굴에 꿀 발린 말로 다른 친구들을 살살 녹이며 금세 한데 어우러졌다.노동명은 잠시 지켜본 후에야 안심이 됐다.이 아이는 사회생활 능력이 꽤 훌륭한 편이었다.“예진아, 마트 좀 둘러볼래?”노동명이 그녀에게 물었다.하예진은 고개를 내저으며 대답했다.“딱히 사고 싶은 건 없어요.”살 물건이 없으면 쇼핑할 의욕도 없다. 돌아다녀봤자 몸만 피곤하니 차라리 여기에 앉아서 아들이 신나게 뛰어다니는 걸 지켜보는 게 나을 법했다.“우빈의 장난감이랑 옷과 신발을 새로 사는 건 어때? 그리고 네 것도, 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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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13화

윤미라가 산책하다가 우연히 그녀의 월세방 근처까지 왔다고? 하예진은 절대 안 믿었다.일부러 그녀를 찾아온 게 틀림없으니까.하예진은 신나게 뛰놀고 있는 아들을 보다가 노동명도 힐긋 바라봤다.“사모님, 저 지금 밖이에요. 돌아가려면 시간이 좀 걸릴 거예요.”“그래요? 혼자 있어요?”윤미라가 상냥하게 물었다.그녀는 하예진의 전화번호를 몰라서 남편과 함께 일부러 하루 토스트까지 찾아가 간판에 적힌 번호대로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우빈이랑 함께 한빛 마트 3층에 있어요. 여기 키즈 카페가 있는데 아이가 무척 좋아하거든요. 마트 입구에서 우연히 동명 씨도 만나서 지금 같이 있어요.”윤미라는 아들이 또 한 번 우연을 가장한 만남을 성사해 하예진에게 질척대는 걸 알아채고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다만 그녀는 하예진에게 화내지 않고 차오르는 울화를 꾹 짓누르며 겨우 말을 이었다.“동명이가 거기에 있다니 그럼 동명이더러 우빈이 잘 보고 있으라고 하고 우린 따로 만나서 얘기나 나눌까요?”일부러 하예진을 찾아왔다는 걸 인정한 셈이다.하예진은 윤미라의 제안을 거절하지 않았다.통화를 마친 후 그녀는 노동명에게 말했다.“동명 씨, 저 잠깐 볼일이 생겨서 가봐야 할 것 같아요. 여기서 우빈이 잠시만 돌봐주세요.”노동명은 이미 엄마가 전화 온 걸 알아챘다.엄마가 그녀를 만나자고 한 이상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예진아, 나랑 같이 가. 같이 가서 우리 엄마 만나.”“우빈이는요? 이제 막 들어가서 실컷 놀지도 못했어요. 애 아빠가 놀아주겠다고 해놓고선 내팽개치고 가버렸어요. 겨우 속상한 마음을 추스르고 신나게 뛰어놀고 있는데 대뜸 데리고 가면 밤새 속상해할 거예요.”하예진은 윤미라가 자신을 찾는 이유를 대충 알 것 같았다.노동명이 따라오겠다고 하니 그녀는 마지못해 아들을 내세웠다.이에 노동명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동명 씨, 부탁이에요. 저 금방 돌아와요.”하예진은 더는 그에게 거절할 기회를 주지 않고 스쿠터 열쇠를 챙긴 후 자리를 떠났다.“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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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14화

항상 그와 거리를 유지하려고 하기에 마지못해 종일 우빈을 핑계 삼아 간신히 그녀 곁에 남아있다. 우빈이를 앞세우면 하예진도 어쩔 수 없으니까.“그건 네가 자초한 일이잖아. 그게 바로 자업자득인 거야. 저 좋다고 잘 만나보려는 은경이는 내버려 두고 굳이 예진 씨를 좋아해? 예진 씨는 너한테 마음도 없다는데 뻔뻔스럽게 계속 들이대는 거야? 신분이고 뭐고 다 필요 없어? 예진 씨한테만 질척대면 다야?”윤미라는 아들이 하예진의 마음을 얻지 못하는 게 전혀 안쓰럽지 않았다.하예진이 끝까지 버텨서 아들이 모진 괴로움 끝에 단념하기를 바랐다.“엄마, 난 손은경 씨한테 호감이 전혀 없어요. 예진이만 좋다고요.”“어디 한번 들어나 보자. 예진이 어디가 은경이보다 나아?”윤미라가 시큰둥하게 아들에게 질문했다.‘이 죽일 놈의 녀석이, 제 어미를 울화통이 터져 죽일 작정이지.’“손은경 씨는 손은경 씨만의 장점이 있고 예진이도 예진이만의 장점이 있어요. 사람마다 장점이 다 달라요.”노동명은 손은경이 싫은 게 아니다. 그저 본인 스타일이 아닐 뿐이다.손은경은 여강자 스타일이다.만약 그녀와 함께한다면 행복할 것 같지 못하다.물론 하예진도 지금 사업을 꾸준히 잘해나가고 있고 그 언젠가 여강자가 되겠지만 이 모든 과정을 그가 지켜봐 왔고 심지어 옆에서 함께 성장해왔기에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하예진의 성격과 손은경은 완전히 다르다.노동명은 하예진 같은 여자가 좋다.이유 따윈 필요 없다. 하예진이 손은경보다 잘난 점이 뭐가 있는지 굳이 찾아낼 필요가 없다.“엄마가 꼭 이유를 들으시겠다고 하면 나도 솔직하게 말할게요. 처음엔 우빈이라는 아이가 귀여워서 아이의 아빠가 되고 싶었어요. 새아빠라도 상관없고요. 이 점만으로 은경 씨는 예진이한테 안 돼요.”윤미라는 아들의 말에 기가 차서 표정이 다 굳었다.“노동명, 이 자식이 감히. 너 지금 날 화나게 해서 죽이려는 작정이지?”손은경은 미혼의 처녀인데 어딜 감히 애 딸린 여자와 비교하는 거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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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15화

하예진이 약속 장소에 도착했을 때 윤미라는 이미 그곳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하예진은 스쿠터를 세우고 헬멧을 벗은 후 윤미라에게 다가가 예의 바르게 인사했다.“안녕하세요, 사모님.”윤미라는 아들과 대판 싸우고 피가 거꾸로 솟을 것 같았지만 하예진의 앞에서는 여전히 교양있게 온화한 미소를 선보였다.“그래요, 우리 얼른 안으로 들어가요.”윤미라는 그녀를 안으로 들였다.하예진은 고개를 끄덕이고 윤미라가 먼저 걸음을 옮긴 후에야 뒤따라갔다.노진규는 함께 나오지 않았다. 아내가 잠자코 차에 있으라고, 절대 내리지 말라고 명령했으니 말이다.윤미라는 구석진 테이블에 착석했다. 이곳은 다른 손님들과 멀리 떨어진 자리라 한적하게 하예진과 얘기를 나눌 수 있다. 딴사람들이 엿들을까 봐 걱정할 필요가 없다.하예진이 자리에 앉은 후 그녀는 종업원을 불러와 주스 한 잔을 주문했다. 야심한 밤이라 커피는 삼갔다.“예진 씨 뭐 마실래요?”윤미라가 물었다.“온수 한 잔이면 돼요.”다이어트를 위해 하예진은 이미 오랫동안 저녁 6시 이후에 음식섭취를 하지 않는다. 이젠 다이어트에 성공했지만 몸에 밴 습관이라 쉽게 고치고 싶지 않았다. 괜히 요요가 오면 안 되니까.윤미라는 종업원에게 말했다.“온수 한 잔 주세요.”종업원이 떠난 후 그녀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저 돈 아껴주시는 거예요? 음료수라도 대접하고 싶었는데 고작 온수를 시켰네요.”“사모님, 그게 실은 애초에 다이어트하면서 저녁에 온수만 마셨어요. 그것도 아주 목마를 때만 마시고 다른 건 일절 입에도 안 댔어요. 살 빠지지 않을까 봐서요. 이제 힘겹게 살을 다 뺐으니 요요가 오지 않게 입단속 잘해야죠.”하예진은 무려 반년이란 시간을 공들여서 다이어트에 성공했다.실로 대단한 일이다.다이어트도 결국 견지가 답이다.윤미라는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칭찬을 남발했다.“예진 씨 지금 가서 다이어트 광고 찍어도 되겠어요. 처음 볼 때랑 아예 딴 사람 같아요.”하예진을 처음 봤을 때 그녀는 무려 100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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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16화

“편하게 말씀하세요, 사모님.”윤미라는 다이어트에 성공해 화려한 미모로 컴백한 하예진을 보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예진 씨는 젊은 시절 경혜 씨랑 조금 닮은 것 같네요. 경혜 씨도 젊었을 땐 예쁜 여강자 스타일이었거든요. 얼마나 많은 어르신들이 경혜 씨를 욕심냈는지 몰라요. 다들 며느리로 삼고 싶었으니까요.”“그러다 결국 성씨 일가 어르신이 선공해서 경혜 씨도 지금 성씨 가문의 사모님으로 되신 거죠. 성씨 일가는 이젠 경혜 씨가 좌지우지하고 있잖아요.”성소현의 할머니도 애초에 성문철과 이경혜의 혼사를 찬성하지 않았지만 그분에겐 주도권이 없었고 남편과 아들이 전부 좋다고 하니 마지못해 동의했다.그 뒤로 고부사이가 줄곧 좋지 못했다.그러다가 성씨 그룹에 문제가 생겨 이경혜가 제 실력으로 그룹의 위기를 극복하고 나서야 시어머니도 그녀의 마음을 진정으로 받아들였다.성소현도 엄마가 금방 시집왔을 때 할머니께 갖은 시달림을 당했다고 했다.하예진이 웃으며 말했다.“이모랑 저희 엄마가 친자매이다 보니 서로 닮은 부분이 있는 것도 당연한 거죠. 저 또한 엄마 딸이라 이모랑도 조금 닮았을 겁니다.”그녀가 엄마를 언급하자 윤미라는 또다시 하예진의 사망한 부모가 떠오르고 고향에 있는 인간쓰레기 같은 친척들이 떠올랐다.“예진 씨 지금은 동명이한테 호감이 있나요?”윤미라가 불쑥 물었다.하예진은 윤미라가 오늘 그녀를 보자고 한 용의를 진작 알아챘다.그녀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솔직하게 대답했다.“사모님, 저는 늘 동명 씨를 가게 건물주로, 친구로 생각할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에요. 동명 씨가 싫지는 않지만 그건 절대 사랑은 아닙니다.”윤미라는 그녀를 빤히 쳐다봤다.재벌가에서 지낸 수십 년 동안 윤미라는 사람 보는 안목이 탁월하다. 하예진이 지금 한 말은 전부 사실임을 알 수 있었다.그녀의 눈빛은 티 없이 맑고 깨끗하며 잡티 하나 없었다.만약 그녀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면 감히 이토록 따가운 윤미라의 시선을 견딜 수 있을까? 하예진은 아마 그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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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17화

손은경이 노동명을 포기한 이유는 그가 하예진을 좋아하는 걸 알아챘기 때문이다.그녀는 거의 몸부림치지도 않은 채 바로 노동명을 단념했다.노동명의 독특한 취향을 그녀는 만족해줄 수 없으니 일찌감치 포기하는 게 상책이었다. 괜히 질질 끌었다가 미움만 사면 앞으로 두 사람의 비즈니스 협력에도 영향을 주니까.“사모님, 저도 대신 동명 씨를 많이 설득해보았어요. 은경 씨가 참 좋은 분이라고, 두 분 너무 잘 어울린다고 했거든요.”하예진이 설득한 건 맞지만 효과가 없었을 뿐이다.윤미라의 말로는 노동명이 독립적이고 고집이 세서 본인이 정한 일은 스스로 포기하거나 마음이 바뀌기 전까지 아무도 개변하지 못한다는 뜻이다.“예진 씨, 이건 예진 씨 잘못이 아니에요. 저도 알아요. 문제는 예진 씨가 아니라 동명이한테 있어요.”만약 하예진이 노동명에게 집착했다면 윤미라는 일찌감치 강압적으로 나오며 하예진을 내쫓았을 것이다. 그녀에게 얼마나 든든한 버팀목이 있든 아랑곳하지 않고!하지만 하예진은 노동명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러니 윤미라도 딱히 그녀를 어떻게 할 수가 없다.“다만 예진 씨, 제 부탁 하나 들어줄 수 있나요?”“무슨 부탁인데요? 말씀하세요.”윤미라는 이미 여기까지 말한 이상 더는 에돌지 않고 직설적으로 내뱉었다.“지금 있는 가게를 빼고 그 거리를 떠나 다른 곳에 가서 장사하는 건 어때요? 노씨 그룹을 멀리 떠나면 더 좋고요. 가게 이사로 인해 발생한 모든 손해배상은 제가 책임질게요. 그건 걱정하지 말아요. 예진 씨 새 가게는 어디로 정하든 다 돼요. 노씨 그룹만 멀리 떨어지면 돼요. 가게 인테리어 비용도 제가 다 책임질게요. 예진 씨는 일전 한 푼 쓸 필요 없어요.”노동명이 자신을 좋아하는 걸 금방 알았을 때 하예진도 가게를 빼고 멀리 이사 갈 생각을 했지만 결국 담담하게 받아들이기로 했다.노동명이 그녀에게 구애하는 이상 제아무리 가게를 빼고 딴 곳으로 이사한다고 해도 결국 끈질기게 따라올 사람이니까. 만약 안 그런다면 하예진은 하룻밤 사이에 짐을 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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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18화

이게 과연 피한다고 될 일일까?근본을 해결하지 못할뿐더러 겉치레도 변할 건 없을 듯싶다.“사모님께서 동명 씨를 설득하시는 게 가장 현명한 방법인 것 같아요. 그러니까 사모님께서 좀 더 분발하셔서 동명 씨를 설득해보세요.”“...”하예진의 말을 들은 윤미라는 얼굴이 화끈거렸다.하예진더러 노동명의 곁에서 멀리 떨어지라고 했더니 그녀는 되레 윤미라가 제 아들을 설득하여 더는 본인에게 집착하지 말라고 한다. 본인은 그저 잠잠하게 살아가고 싶으니까.한참 후 윤미라가 애원에 가까운 어조로 하예진에게 말했다.“예진 씨, 제가 조금이라도 방법이 있었다면 이렇게 찾아오지도 않았겠죠. 동명이 그 불효자식이 고집불통이라 제 말은 귀에 들어가지도 않아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예진 씨를 찾아온 거예요.”“절대 예진 씨를 깔보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결혼은 서로 조건이 대등해야 해요. 예진 씨도 현명한 사람이니 이 점은 잘 알고 있겠죠. 아무리 지금 예진 씨가 안일한 삶을 살고 싶고, 재혼을 고려하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설사 재혼을 고려한다고 해도 동명이랑은 행복할 수 없을 거예요.”“두 사람은 계급이 다르고 함께 어울리는 환경이 달라서 연애할 때에는 모든 걸 극복할 수 있을 것 같겠지만 그 열정이 다 식으면 갈등이 서서히 생겨날 거예요. 게다가 저는 예진 씨를 며느리로 들일 수가 없어요. 예진 씨가 정말 동명이랑 함께하겠다고 하면 그땐 제가 시어머니로서 예진 씨한테 무슨 짓을 벌일지 감히 장담할 수가 없네요.”윤미라가 말을 마친 후 하예진이 대답했다.“알고 있어요.”“그럼 이 아들만을 위해서 살아가는 가여운 어미를 봐서라도 관성을 떠나줄 순 없나요? 보상금은 얼마든지 드릴게요. 부르는 대로 다 만족해줄 수 있어요. 동생네랑 그리고 이모네랑 연락을 유지해도 돼요. 그분들이 예진 씨 행방을 비밀로만 해주면 돼요. 동명이가 절대 찾지 못하게요.”윤미라는 하예진의 손을 잡고 애원했다.“예진 씨, 가여운 저를 위해서라도 한 번만 봐주세요. 여길 떠나만 주신다면 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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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19화

“또 다른 용건 있으세요? 없으면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우빈이가 키즈 카페에 있어서 애 데리고 집에 가야 해서요.”하예진은 심기가 약간 불편했다.노동명을 넘본 적도 없는데 윤미라에게 이런 요구를 당해야 하니 누군들 심기가 편할까?그녀는 고작 노동명의 상가를 임대했을 뿐이고 노동명과 제부가 절친한 사이이며 평소에 노동명에게 많은 도움을 받아 좀 더 열정적으로 대했을 뿐인데, 절대 그를 넘볼 생각 따위 없었는데 윤미라에게 이런 식으로 협박을 당할 줄이야.아무 잘못도 없는데 그녀가 왜 관성을 떠나야 하는 걸까?“가봐요. 스쿠터 조심해서 몰아요. 길에 차가 많을 거예요.”윤미라는 애써 다정하게 말했다.하예진은 스쿠터 열쇠를 챙기고 윤미라에게 인사를 마친 후 자리를 떠났다.그녀가 나간 후 노진규가 곧장 들어와 구석에 앉은 아내를 발견하고 성큼성큼 걸어왔다.“어떻게 됐어? 왜 이렇게 빨리 끝난 거야?”노진규는 하예진이 나오는 모습을 보았는데 차분한 표정에서 아무것도 읽어낼 수가 없었다.두 여자가 얘기가 잘 된 건지 갈피가 잡히지 않았다.“하고 싶은 말도 다 했고 얘기도 끝났어요. 내 소원대로 되진 못했어요. 예진이도 당신 아들이랑 똑같아. 절대 머리 숙이지 않네요. 본인 문제가 아니래요...”윤미라는 잠시 침묵하다가 말을 이었다.“확실히 예진의 문제가 아니죠.”그녀는 긴 한숨을 내쉬고 방금 하예진과 나눴던 대화를 전부 남편에게 알렸다.그리고 말미에 이 한마디를 보탰다.“예진이는 내가 허락하지 않는 한 절대 우리 집안에 시집오지 않겠다고 맹세했어요. 여보, 예진이 너무 교활한 것 같지 않아요? 내가 허락하지 않으면 우리 집안에 발을 들이지 않겠대요. 그건 동명이랑 내 사이를 이간질하는 거잖아요? 우리 모자 사이의 감정만 상한다고요.”“당신은 원래 반대했잖아. 당신이랑 동명이는 원래 사이가 틀어졌어. 예진의 잘못 아니야.”윤미라는 말문이 막혔다.하긴, 그녀는 아들과 하예진을 허락한 적이 없다. 그렇지만 하예진이 그런 맹세를 한 이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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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0화

윤미라가 말했다.“대체 무슨 안목인지 모르겠어요. 우리 아들이 얼마나 우수한데. 왜 마다해? 대체 얼마나 더 훌륭한 집안에 시집가려고?”“이혼한 여자는 반드시 재혼해야 해? 내가 볼 때 예진이는 이미 마음이 철저히 식었어. 그리 쉽게 새 감정을 받아들이지 않을 거야. 동명이가 포기하지 않는다고 해도 구애하는 데 몇 년은 걸릴 거야. 몇 년이라도 예진의 마음이 열려야 말이지. 그때 되면 당신은 두 사람 반대하는 게 아니라 얼른 동명의 마음을 받아주라고 예진이한테 애원할지도 몰라.”윤미라는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난 절대 그럴 일 없어요. 차라리 지구 종말이 더 빠르겠어요.”노진규는 속으로 중얼거렸다.‘무슨 말이나 섣불리 내뱉지 말아야 할 거야. 나중에 대가를 치를 거거든. 그때 가서 예진이한테 제발 우리 아들 받아달라고 애원하지나 마. 지구 종말이나 기다려.’...노동명은 키즈 카페에서 우빈이를 지키고 있지만 마음은 이미 딴 곳에 가 있었다.엄마와 예진이에게 찾아가 대체 무슨 얘기를 나눴는지, 예진이가 이 때문에 그를 더 거부하는 건 아닌지 너무 알고 싶었다.하지만 갈 수가 없다.우빈을 지켜야 하니까.하예진이 우빈을 그에게 맡겼으니 아이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그녀의 부탁을 저버리는 거나 다름없다.노동명은 두 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고 키즈 카페 입구를 서성이며 하예진이 돌아오는지 두리번거렸다.“아저씨, 아저씨.”우빈이가 놀다 지쳐 집에 가려고 했다.나오고 싶은데 키즈 카페 직원이 아이 홀로 내보내지 않았다.“꼬마야, 엄마, 아빠 있는지 한번 봐봐. 없으면 안에서 좀 더 놀래? 이따가 부모님 오시거든 다시 나오자.”우빈은 엄마는 안 보이고 입구에 서 있는 노동명을 발견한 채 큰소리로 그를 불렀다.노동명은 아이가 뒷전이고 머릿속에 온통 하예진이라 우빈의 목소리를 아예 듣지 못했다. 키즈 카페 주변이 또 워낙 시끌벅적하다 보니 아이의 목소리가 더욱 안 들렸다.이때 직원이 다가와 그의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 노동명은 그제야 고개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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