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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화

그의 실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의술의 신이라니. 강서준의 신분에 소인해는 저도 모르게 몸이 덜덜 떨렸다. 꿈에도 생각을 못 했다. ‘강서준이 이렇게 무서운 사람이었어? 어쩐지 소지한을 죽였는데도 소요왕이 찍소리도 못 한다 했어. 이제 보니 소지한을 죽인 자가 바로 소요왕도 꺼려 하는 흑룡이구나.’장현은 강서준이 떠나는 것을 보고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옷은 이미 식은땀으로 흠뻑 젖었다. 시선을 돌려 침대에 누워있는 소인해를 봤다. 얼굴은 상처투성이고 깊게 잘린 손바닥은 너무 끔찍해서 소름이 끼쳤다. 도망가고 싶었다.“가, 가지 마요, 사… 살려 주세요. 원하는 만큼 도, 돈을 줄 테니까, 저를 병원에 데려가주세요.”전까지만 해도 소인해는 죽고 싶었다.지금은 강서준이 사라졌으니 어떻게든 살아야 했다.돈을 준다는 말에 장현이 발걸음을 멈추었다. 강서준이 떠날 때 소인해을 죽지 못하게 하라던 말이 떠올랐다. 만약 지금 자신이 가버리면 소인해는 죽게 되고 강서준이 그 죄를 묻는다면 당해낼 방법이 없다. 하지만 살려주면 돈도 받을 수 있다. 이런 생각에 바로 휴대폰을 꺼내서 119 응급센터에 연락했다.한편 강서준은 소인해 별장에서 나오자마자 가면을 쓰고 QA, GB, ZA로 향했다.날이 밝아졌다.강릉 일가의 공원묘지, 강천의 무덤 앞에는 피로 범벅 된 사람 머리 세 개와 무릎을 꿇은 강서준이 있다.“할아버지, 소변학, 왕영귀, 조경산, 주덕평 모두 죽었어요. 우리 강한을 불바다로 만든 놈들을 제가 다 죽였어요. 하지만 제가 무능해서 아직 화월산거도의 행방을 찾지 못했어요.”“걱정 마세요, 제가 꼭 찾아낼 거예요. 4대 가문의 우두머리가 죽었다고 해도 절대 그 후손들을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 그들에게 절망이 무엇인지, 죽지도 살지도 못하는 심정이 무엇인지 뼈 저리게 느끼게 해줄 거예요. 그리고 고통에 시달리다 죽게 한 후 가족들의 망혼에게 제물로 바칠게요.”눈물이 하염없이 흘러 시야를 가렸다.기풍이 당당한 남황 흑룡이 천군만마를 상대할 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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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화

어느새 반쪽 하늘은 아침 노을로 물들었다 태양이 지평선 위로 서서히 오르더니 칠흙 같은 대지를 환하게 비추었다엊저녁, 강서준은 3대 가문의 우두머리를 찾아가 목을 따고는 바로 할아버지 무덤 앞에 와서 망혼들을 추모했다.오늘은 강중의 5대 지역이 들썩일 정도로 중요한 날이다. 그동안 소요왕의 즉위식에 대한 공식적인 발표가 없다가 오늘 아침에 갑자기 소식이 전해졌다. 바로 당일 정오에 강중의 한 군부대에서 즉위식이 열린다고 하니 이로 인해 큰 소란이 일어났다.수많은 사람들이 초청장을 받으려고 온갖 방법을 출동하는 시기에 공식적인 즉위식 날짜를 발표한 것이다. 그 직후 또 다른 역대급 뉴스가 강중을 휩쓸었다.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강중 뉴스 채널입니다. 엊저녁, 유명 그룹 회장 왕영귀, 조경산, 주덕평의 시신이 각자의 주택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시신의 특징은 모두 의자에 묶인 채 목이 잘리고 머리가 사라진 상태였습니다.” “관련 부서에서 이미 조사에 참여했고 조사 결과는 추후 본 방송을 통해서 보도하도록 하겠습니다.”짧은 뉴스였지만 큰 소동을 일으키기에는 충분했다.뭐라고?왕영귀는 4대 가문 중의 QA 그룹의 회장으로서 몸값이 수백억이고조경산은 4대 가문 중의 GB 그룹의 회장으로서 그 몸값도 수백 억에 달한다.주덕평도 4대 가문 중의 ZA 그룹의 회장으로서 몸값이 만만치 않다.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소요왕의 즉위식 날에 누가 감히 극악무도한 짓으로 소란을 피운다 말인가?그것도 일개 백성도 아닌 강중에서 내노라 하는 유명 그룹의 회장들이다.이건 분명 소요왕과 적대하려는 짓이 틀림없다.게다가 얼마 전에 죽은 SW 그룹 회장 소변학까지,강중의 4대 가문의 회장들이 모두 죽은 셈이다. 이게 우연인가? 아니면 계획적인 살인인가?강중시병원.소인해가 제때에 응급실에 실려온 바람에 잘린 손바닥을 꿰어 맸지만 앞으로 힘을 쓸 수 없게 되어버렸다. 얼굴에 붕대를 감고 병상에 누워있는다.“인해, 큰 일 났어. QA, GB, ZS 회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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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화

소문학은 여동생이 왜 이렇게 벌벌 떨면서 두려워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확실한 건 소인해가 아버지를 죽인 자가 누구인지, 다른 가문의 회장을 죽인 자가 누구인지 알고 있는 듯했다.그때 떠오른 가문.강한 그룹! 소 씨 가문에 원한이 있는 동시에 3대 가문을 하는 가문.10년 전에 불바다에서 멸망한 그 강한 그룹.눈치를 챈 소문학은 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말없이 돌아서 가버렸다.소인해는 망연자실하고 누워 있었다.소 씨 가문을 다시 정상으로 올리려고 그렇게 노력했는데 이젠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목숨을 건질 수 있는 것만으로도 불행 중 다행이라고 여겨야 하나?“흑룡, 진짜 해냈어. 4대 가문에 대한 복수. 하긴, 10년 전의 일이라면 그 누구라도 마음속에 원한을 품었을 거야.” 소인해가 절망적으로 중얼거렸다.그 시각 한 군부대.소요왕은 다섯 개 별이 달린 전포를 쫙 빼입었다.“소요왕, 엊저녁 살인 사건이 일어났답니다. 살해당한 사람들은…”소요왕 측근이 다가와서 관련 사건에 대해 보고했다.“음?”소요왕이 눈살을 찌푸렸다.“흑룡 짓이야?”“네, 제가 조사한 바로는 10년 전 김초현이 불바다에 뛰어들어 강서준을 구해줬다고 합니다. 그 당시 불에 타서 얼굴이 망가졌는데 어찌된 일인지 얼굴에 상처 하나 없이 완전히 바뀐 뒤로 남황에 가서 군에 참가했답니다. 그 곳에서 시작해 10년 동안 전장에서 적을 무찌르고 수많은 공을 세워 백만 흑룡군을 통솔하는 흑룡으로 책봉되었답니다.”소요왕은 의아했다.“4대 가문과 무슨 악연이라도 있나?”“10년 전, 강한 일가가 불에 타 멸망한 것은 소 씨 가문과 4대 가문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소용왕이 생각에 잠겼다. 지금껏 강서준이 자신의 여자 김초현을 건드린 대가로 소지한을 살해했다고 알고 있었는데 이런 악연이 있었다니.김초현은 강서준을 구한 생명의 은인이고 소 씨 가문은 강한 일가를 멸망한 장본인이다.“소요왕, 이 사건을 어떻게 처리하면 되겠습니까? 즉위식 날에 강서준이 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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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화

소요왕의 즉위식 날에 3대 가문의 회장이 참담하게 살해당한 사건 때문에 분위기는 여전히 흉흉했다. 강서준은 공원묘지에서 나와 별채로 향했다. 샤워를 마친 후 깔끔한 옷으로 갈아입었다. 시간을 확인하려고 휴대폰을 꺼내 봤더니 부재중 전화 몇 통과 문자 메시지가 있었다. 아침 8시 넘었다.SA.김초현은 자신의 방 침대에 누워 휴대폰만 뚫어져라 보고 있다.밤새면서 기다렸지만 강서준은 전화도 문자도 없었다. 처음엔 전화하고 싶은 걸 꾹 참았다. 한데 날이 밝았는데도 연락이 없다니,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어 몇 번이나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다. 문자를 보내도 답장이 없다. 마음이 초조해졌다.“설마 내가 너무 심했나? 그래서 자존심이 상한 건가?” 김초현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후회됐다. 이럴 줄 알았다면 그런 심한 말은 하지 않았을 텐데.강서준이 김초현이 보낸 문자를 확인했다.‘서준, 미안해. 내가 어제 너무 충동적이었어. 일부러 그런 게 아니야. 돌아와.’강서준이 옅은 미소를 지었다.김초현에게 화난 게 아니다. 그녀가 흥분한 상태에서 더 설명하고 싶지 않았을 뿐이었다. 볼 면목이 없었다. 김초현은 자신을 구하느라 불구덩를 뚫고 들어왔는데 배은망덕하게 혼자 살겠다고 강물에 뛰어들었다. 그 뒤로 김초현은 강중에서 제일 못생긴 여인으로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어 비웃음을 샀다. 심지어 가족들한테도 무시당하면서 살았다.지금은 그녀가 좋다면 뭐든지 들어주고 해주고 싶다.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무릎 꿇는 건 절대 용납을 할 수 없다. 그 사람이 김초현의 할아버지라고 해도 말이다.고개를 빳빳하게 쳐들고 죽을지 언정 무릎을 꿇으면서 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이건 흑룡의 존엄이다.김초현에게 답장했다.‘미안, 이제 일어나서 전화 소리 못 들었어. 지금 갈게.’잠깐이라도 눈을 붙이려고 했는데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 바로 차량번호판이 없는 사업용 자동차를 몰고 SA로 향했다.단지 입구에 들어서자 많은 차들이 주차되었다. 그 차들은 SA 가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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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화

”서준.”김초현도 성큼 다가가 강서준의 손을 잡고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어제는 미안했어. 말이 심했지? 근데 어디 갔었어?”“이혁네 집에서 잤어.”“모자란 놈, 네가 무슨 낯짝으로 와?”김위헌이 의기양양하게 걸어오면서 강서준을 멸시하는 눈으로 보고는 차량번호판이 없는 차에 시선을 돌렸다. “설마 이 차를 몰고 즉위식에 가는 건 아니겠지? 창피하지도 않아? 그리고 너…”시큰둥하게 내뱉더니 김현을 향해 삿대질을 했다.“이거 봐, 너 아직도 이 똥차 몰고 다녀? 아주 그냥 집안 망신을 다해라.”뒤이어 김해가 따라오더니 김현과 강서준의 차를 보고 차갑게 말했다.“얼굴 들고 못 다니겠어. 누구 차에 빈 좌석이 있으면 그 차를 타고 가. 할아버지 말씀 아니었으면 너희들 데리고 가고 싶지 않아.”“우리 차는 자리 없어요. 누가 태워주지?”“그러니까, 김호 일가는 가지 않는 게 좋겠어.”서로 자신의 체면을 챙기느라 분주했다.김천용이 지팡이를 짚으면서 걸어왔다. 김호를 흘깃 하고는 김현의 차와 강서준의 SUB차를 못 마땅한 표정으로 봤다. “너희들은 따라오지 말 거라. 즉위식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큰 인물들이다. 이런 차를 끌고 가문의 체면을 깍지 마라.”“할아버지…” 김초현이 입을 열려고 할 때 강서준이 팔을 당겼다.“할아버지, 그럼 저희는 가지 않겠습니다.” 말투는 단호하지만 웃는 표정을 지었다.“서준, 뭐하는 거야?” 김초현이 째려봤다.“그래요, 창피한 저희가 빠질게요.”하연미도 눈치가 있는지라 냉대를 받으면서 뒤꽁무니를 따라 가느니 차라리 집에 남는 게 편했다.“출발해.”김천용이 맨 앞에 대기하고 있는 벤틀리에 탔다.SA에서 특별히 초청한 북팀이 북 치기 시작하면서 요란스럽게 출발한다. 그 소리에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맨 앞의 배너를 보더니 수군거리기 시작한다. “SA 그룹 대단하네. 소요왕 즉위식에 초청받다니.”“그러게. 말로는 김인영의 남자친구 박찬이 LU 그룹을 내세워서 받은 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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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화

하연미만 차에 타고 김호와 그의 아들은 집으로 돌아갔다.강서준은 군부대를 향해 달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먼저 떠난 SA 일행이 보이자 아주 여유 있게 뒤를 따라갔다.SA는 이류 가문에 속하지만 어느정도 재산은 보유하고 있어 죄다 명품 차를 몰고 다녔다. 박찬도 뽀대나는 차를 몰고 와서 SA의 체면을 세워줬다.그야말로 입이 떡 벌어지는 차 행렬이었다. 수십 대 차에 북까지 쳐대니 무슨 퍼레이드 따로 없었다.특히 맨 앞에 걸려 있는 배너가 눈에 확 띄어서 사람들이 가다 가도 멈춰서 돌아봤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휴대폰을 꺼내 들고 이 장면을 촬영해 자신의 모멘트에 올리기 바빴다. 그 덕분에 인터넷에서도 난리가 났다.“SA 대단해.”“강중에서 초청장을 기다리는 가문이 많고도 많은데 SA에서 받았다니 대단하다.”“이게 다 있는 집 사위를 둔 덕이지.”또 여기저기서 수군거렸다.김천용은 벤틀리 안에서 사방을 둘러싼 행인들을 흐뭇하게 쳐다봤다. 아니 너무 기뻐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 뒤에서 따라가는 SA 일행도 뿌듯했다.소요왕의 즉위식에 초대받았다는 것은 소요왕의 인정하는 가문으로 거듭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기야, 고마워.”김인영은 너무 기쁜 나머지 운전하고 있는 박찬의 볼에 뽀뽀를 했다. 박찬은 집에서 페라리 슈퍼카를 빌려온 것이 신의 한수였다. 그래서 더 의기양양했다.“인영, 내가 그랬잖아. 네 체면을 깍지 않는다고. 어때? 마음에 들어? SA에도 체면 세워줬지?”“응.”김인영은 감격의 눈물을 흘릴 뻔했다.“그런데 아빠가 그러셨어. 10억으로는 턱없다고 하셨어.”“돌아가서 할아버지한테 얘기할게. 좀더 보태 달라고.”“인영, 내 말은 그게 아니야.”“자기야, 우리한테 큰 도움을 줬는데 LU에서 믿지는 장사하면 안 돼지. 90억, 100억 정도는 우리 집에서도 내놓을 수 있어.”인영의 말에 박찬의 입꼬리가 귀에 걸렸다.차 행렬은 여전히 위풍당당하게 전진하고 북소리도 귀가 멍해질 정도로 지치지 않고 울렸다. 대로 양측으로 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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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화

모두가 아는 초청장이다.초청장도 등급에 따라 뒤에 서서 관람하는 일반석과 앞에 앉아서 관람하는 VIP석으로 나누어져 있다. 김천용이 들고 있는 초청장 때문에 여러 사람이 놀랐다.“이류 따위 가문이 어떻게 VIP 게스트 초청장을 받았지?”“어쩐지 오버한다 했어. 소요왕이 초청한 특별 게스트였네.”다들 소요왕과 SA의 관계가 보통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 않고서 어떻게 VIP 게스트 초청장을 받을 수 있단 말인가? VIP석은 진정으로 권위가 높은 자들만 앉을 수 있다. 그저 돈이 많다고 해서 차려지는 자리가 아니었다.“김 회장, 오랜만이네요. 잘 지내셨어요?”“천용 형님, 10년만에 뵙는데, 아직도 혈기 왕성하시네요.”초청장을 보고 적지 않은 거물들이 먼저 다가와 인사를 했다.김천용은 영광스러웠다. 이 순간, 자신이 이미 상류층 사회에 진입했고 바라보기만 했던 거물들과 접점이 생겼다고 느꼈다.뒤에 따라온 SA 일행도 이미 인생의 최고봉에 도달한 듯 얼굴에서 광채가 뿜어져 나왔다.한데, 강서준과 김초현은 차에서 내리지 않았다.뒷좌석에 앉은 하연미가 이 장면을 보고 뾰루퉁 해졌다. 이런 꼴을 보려고 온 것이 아니다. 김천용의 표정을 보니 생각하지 않아도 김인영한테 큰 상을 내릴 게 뻔했다.“에휴, 인영이가 좋은 남자친구 얻었네.” 저도 모르게 탄식했다. 이에 강서준은 들은 척 만 척했다. 그저 모두가 입장하길 기다리고 있었다.지금 김천용을 받들어 주는 사람이 많을수록 나중에 더 처참해질 테니까.그사이에 이예천도 도착했다. 김천용이 들고 있는 초청장을 보고 능력 있는 손녀사위를 얻은 것에 내심 부러웠다, 하지만 내색하지 않고 대범하게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어르신, 별고 없으십니까?”“이 대표.”김천용은 황급히 다가와 반갑게 손을 뻗으면서 악수를 청했다. “이 대표, 천군과의 협력에 애써 주셔서 너무 고마워요. 앞으로도 SA와 천군이 계속 좋은 협력 관계를 유지했으면 좋겠어요.”“그야 당연하죠.”“며칠 지나면 이 늙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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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화

군부대를 정비하는 것은 5대 군부대의 임무로서 핵심 인물들은 모두 참석해야 한다. 본래 내부의 일을 외부 사람이 볼 수 없었다. 이번에 소요왕이 5대 군부대의 보스 자리를 물려받으면서 예외적으로 많은 좌석을 확보했다. 그러니 초청장에 적힌 번호를 보고 본인 자리를 찾아 앉으면 된다.입장하라는 말에 모두가 약속이라도 한 듯 김천용이 먼저 들어갈 수 있게 길을 내줬다. VIP 게스트라 각 군부대 리더들과 같은 좌석에 앉아야 하니 먼저 입장하는 게 당연했다. ‘이건…”김천용이 머뭇거렸다.“천용 형님, 뭐하십니까? 어서 입장하세요.”그제야 김천용이 반응했다.‘어떻게 된 일이야? 내가 먼저라고?’어쩔 줄 몰라 하더니 이내 크게 웃었다. 그리고 아주 자연스럽게 모두의 부러운 눈길을 받으면서 용머리 지팡이를 짚고 당당하게 걸어갔다.“부럽네요.”“SA 그룹 출세했군.”“장담하 건데 3년 안에 SA 그룹 주가가 적어도 몇 십 배는 오를 것 같아요.”뒤에서 작게 수근거렸지만 김천용은 똑똑히 들었다. 원래 체면을 중요시하는 사람한테 이런 말은 허영심만 더더욱 부풀게 한다.김천용이 맨 앞에 서자 다른 사람들이 그 뒤로 줄을 섰다.나란히 선 줄을 보고 부장이 우렁찬 목소리로 말한다.“주의사항 몇 가지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첫째, 입장 후 옆길로 회의장 맨 뒤쪽에 가십시오. 거기서 바닥에 표시한 구역에 따라 대기하고 계시면 됩니다. 둘째, 대기 시 절대 잡담을 하시면 안 됩니다. 셋째, 먼저 자리를 뜨면 안 됩니다. 셋째…”모두가 규칙을 귀담아들었다.“초청장 확인합니다.”김천용이 먼저 정교하게 만든 초청장을 내밀었다. 부장이 VIP 초청장을 보더니 벌떡 일어서서 각진 군례를 올렸다. “장관님.”장관님이라는 말에 김천용이 어리둥절했다.뒤에 줄을 선 사람들은 그저 부럽기만 할 뿐이다. 역시 소요왕과 보통 관계가 아니다. 군부대의 장군마저 깍듯하게 인사를 올리다니.뒤에 멀리 떨어진 SA 일행은 보고도 믿기지 않아 너도나도 휴대폰을 꺼내 들고 이 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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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화

깍듯하게 군례를 하더니 갑자기 내쫓는다고?한참 신나게 동영상을 찍던 SA 일행도 어안이 벙벙해 뻥진 표정만 지었다.“소요왕의 초청장도 가짜로 만들어 내다니 진짜 어이없네. 이번에 처음이라 봐줄 테니 좋을 말 할 때 꺼지십시오. 아니면 대가리 날아갑니다.”부장이 차갑게 경고했다.김천용은 바닥에 넘어지면서 부딪친 곳이 아팠지만 참고 겨우 일어섰다. 그리고 박소를 향해 크게 소리 질렀다.“박소, 도와줘요. 당신이 나서서 서경군이 직접 우리 집에 보낸 초청장이잖아요.”가짜 초청장이라는 말에 박소는 김천용을 아는 척하고 싶지 않았다.“김천용 회장님, 무슨 그런 막말을 하세요! 당신이 가짜 초청장을 받은 것이 나랑 무슨 관계가 있다고 그럽니까!”박소의 말에 김천용이 당황했다.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사방을 두리번거리더니 박찬을 향해 달려갔다. 그리고 박찬의 손을 잡더니 또 도움을 청했다.“우리 손녀사위, 자네가 말해보게, 날 좀 도와줘.”박찬도 당황하기 마찬가지였고 어떻게 된 일인지 전혀 알지 못했다. 하지만 금세 눈빛이 바뀌더니 다급한 목소리로 물었다.“할아버지, 혹시 누굴 건드리셨어요? 초청장은 진짜인 게 틀림없어요. 분명 할아버지가 누구한테 밉보여서 이렇게 쫓긴 거예요.”“아, 아니 그런 적이 없는데.”김천용이 울먹울먹한 목소리로 말하자 박찬이 자신의 이마를 톡 쳤다.“아, 알겠어요. 혹시 SA가 밖에서 폭죽을 터트려서 소요왕의 비위를 상하게 한 건 아닐까요? 할아버지, 제가 그랬잖아요. 점잖게 오자고요. 그렇게 제 말을 무시하더니…”그 말에 일리가 있다.김천용은 후회됐다. 박찬의 말을 듣고 우쭐대지 말았어야 했다.상황이 변했다. 전까지만 해도 아부하고 부러워했던 사람들은 경멸하는 눈으로 쳐다봤다.보조좌석에 앉은 김초현이 운전석에 앉은 강서준을 의심스럽게 쳐다봤다.“서준, 구경거리가 이 거야? 진작에 알고 있었지? 어떻게 된 일이야?”“엊저녁에 한 말 거짓말이 아니야. 내가 윗선에 부탁해서 서경군이 초청장을 보낸 거라고.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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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화

김천용은 후회됐다. 너무 우쭐대고 일을 크게 만든 것이 후회됐다. 폭죽까지 터트리는 바람에 윗사람의 불만을 사서 즉위식에 참석할 자격을 박탈당했다고 여겼다.갑자기 빵빵하는 경적 소리가 들려 정신을 차리고 보니 강서준이 차를 몰고 오는 것이다.마침 화풀이할 상대가 필요했는데 잘됐다.김천용이 차 앞으로 걸어가더니 지팡이를 바닥에 내치며 화를 냈다.“못난 놈, 이 창피를 당하고도 모자라? 똥차를 밖으로 끌어내지 못해?”빵빵!강서준은 경적 소리만 냈다. 차 앞에서 욕을 퍼붓는 김천용을 보고 비키라는 의미였다.이때 하연미가 차창을 내리고 밖으로 머리를 쏙 내밀었다.“아버님, 왜 그러고 계세요? 옷에 왜 흙이 묻었어요? 설마 넘어지셨어요? 강서준이 그러는데 운전해서 들어갈 수 있다네요. 아버님 나이도 있으신데 이 차 타고 들어가실래요?”하연미의 말에 김천용은 화가 치밀어 올라 부들부들 떨기까지 했다. 김천용은 체면을 위해서라도 이 차에 타지 않거니와 그녀의 말을 믿지 않는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일부러 자극한 것이다.이때 김위헌이 다가와 호통을 쳤다.“강서준, 너 이 녀석. 죽고 싶어 환장했어? 썩 꺼지지 못해? 여기가 어디라고 이 딴 똥차나 끌고 오냐고! 죽고 싶으면 혼자 죽어. 우리까지 끌어들이지 말고!”김해도 어느새 왔는지 운전석 옆에 서서 강서준의 뺨을 치려고 했다.미리 눈치 챈 강서준이 재빠르게 차창을 올렸다.“서준, 그만 해. 할아버지가 이미 소요왕의 노여움을 샀어. 나중에 어떻게 수습하려고 그래?”김초현은 두려웠다. 군부대 안에 소요왕과 높은 분들이 있을 텐테.빵빵!강서준이 또 경적 소리를 울렸다. 다 물러나라는 신호다.하연미는 김천용이 차에 올라타지 않자 피식 웃었다.“잘한다 내 사위. 저 늙은이가 차에 타지 않을 줄 알았어. 운전하고 들어가도 돼. 경고하는 데, 이번에야말로 내 체면을 깍지 마. 아니면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야.”아직 군부대 밖에 줄 서 있는 사람들은 무슨 드라마 한 장면을 보는 듯했다.SA 집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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