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내 순결을 가져간 남자가 내 남편?: Chapter 111 - Chapter 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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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화

몸을 바로 세운 신세희는 자기와 부딪친 사람을 쳐다보다 안색을 굳혔다."죄송합니다."서씨 집안 어르신은 혐오를 가득 담아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다가 그녀의 앞을 막아서며 차갑게 비웃었다."저번에 보았을 땐 저속한 화장을 하고 있더니 이번엔 아주 꾀죄죄하니 더럽고 못나기 그지없구나. 넌 대체 뭐냐?"노인은 엄숙함 속에 인자함도 갖추고 있었지만 그녀에게는 전혀 우호적이지 않았고 오히려 한없이 까칠하게 굴었다. 신세희는 그를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노인을 지나쳐가려는 찰나 노인이 지팡이로 그녀의 길을 턱 막았다.신세희가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뭐 하시는 거예요?""내 물음에 답하거라!"노인은 딱딱한 말투로 그녀에게 명령했다.화를 억누른 신세희가 반문했다."어르신, 저를 아세요?""부 소경이네 계약 아내가 아니더냐! 자기 어미의 임종 전 소원을 들어준답시고 두 달 동안 너를 산 게 아니냐?"노인이 힐난하듯 물었다."그게 어르신과 무슨 상관이죠?"신세희가 또 반문했다."나는 몰라도 내 손자와는 관계있어! 소경이가 제 어미를 위해 널 사서 결혼까지 했는데, 그 기회를 이용해서 상류층에 접근하더니 내 손자한테도 꼬리를 치지 않았느냐. 뭐가 그렇게 성에 안 차서, 네 욕심은 끝이 없구나! 이 되바라진 것, 잘 듣거라.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 내 손자는 꿈도 꾸지 말거라!"신세희는 싸늘하게 노인을 쳐다봤다."당신도 제 말 잘 들어요. 네, 당신은 돈이 많죠. 저는 아마 그 돈에 깔려 죽고도 남을 거예요. 그런데 그게 그렇게 대단해요? 그 돈을 무덤까지 가져가시게요? 그렇게 당신 손자가 걱정되면 그냥 손자를 우리 안에 영원히 가둬버리세요! 절대 우리 밖으로 못 나오게 하란 말이에요. 그게 대체 저랑 무슨 상관인데요. 저요? 당신 눈에는 제가 천박해 보이겠지만 그래도 저한테 이래라저래라할 자격은 없거든요? 설령 제가 정말로 당신 손자랑 연애한다고 하더라도요!""너...! 좋아, 어디 한번 두고 보자꾸나."신세희는 헛웃음을 터뜨렸다.'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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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화

신세희는 이곳에서 누구와도 입씨름하고 싶지 않았다. 그저 빨리 하숙민을 만나고 싶어질 뿐이었다.민정연은 이내 흥미를 잃고 노인을 따라 들어갔고, 그 뒤로 방금 차를 세운 서준명이 다가왔다.지난번 그의 할아버지가 신세희를 만나지 못하게 가택에 연금한 뒤로 서준명은 한 번도 신세희를 따로 본 적이 없었다. 오랜만에 만나게 된 그는 굉장히 마음이 복잡해 보였다. 사실 대부분은 그녀에 대한 연민이었다."왜... 이런 모습인 겁니까?"서준명이 마음 아픈 표정을 지었다."서준명 씨, 경찰에 신고하기 전에 제 곁에서 떨어지세요.""......"잠시 머뭇거린 그가 진심을 담아 말했다."세희 씨, 화가 나신 건 잘 알고 있습니다. 이해합니다. 노부인의 일이 해결되는 대로 신세희 씨 일도 제가 잘 해결해보도록 하겠습니다.""......"서준명은 빠른 걸음으로 노인과 민정연을 따라잡았다.신세희는 그대로 병원 입구에 서서 20분을 기다렸지만 서씨 집안 사람들은 나오지 않았다. 점심 휴식 시간이 곧 끝나가니 오래 머물 수 없기에 마음이 급해졌다. 하여 그녀는 어쩔 수 없이 하숙민의 병실로 향했다.병실 입구에 이르자 의사와 가족, 병문안을 온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는 하숙민을 발견할 수 있었다.그들이 저마다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환자분, 제 말 들리세요?""숙민아, 삼촌이다, 숙민아? 네가 내내 고생만 한 걸 잘 알고 있다. 삼촌이 이제야 널 보러 와서 미안하구나, 내가 원망스럽지? 내 목소리는 들리니? 네가 얼마나 훌륭한 건축 엔지니어인데, 어떻게 이런 병에 걸릴 수 있단 말이냐?""큰어머니?" 서준명도 외쳤다."아줌마?" 민정연의 목소리였다.부씨 집안 다른 친척들의 목소리도 들려왔다.부소경도 마찬가지였다."어머니, 어머니, 눈 좀 떠보세요! 어머니!"부소경의 목소리는 처량하기 그지없었다.그 소리를 들은 신세희도 가슴이 철렁했다.부소경이 대체 왜 오늘 회사에 가지 않았단 말인가?F그룹의 모든 건 다 그에게 달려있었으니 어머니의 병이 악화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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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화

부소경의 남성적인 구릿빛 피부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는 잔뜩 굳은 표정으로 비통함을 애써 억누르고 있는 것 같았다.고단한 얼굴의 부소경이 아무 말 없이 신세희를 쳐다보았다.신세희는 여전히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자신은 항상 침착하고, 모든 걸 훤히 꿰뚫어 보는 안목을 갖추었다고 여겼지만 그의 앞에만 서면 마치 투명한 백지가 되어버리는 것만 같았다.지금도 부소경은 어머니의 병세가 악화한 것에 슬퍼했지만 절대 눈물은 보이지 않은 채 그저 가슴속에 비통함을 간직할 뿐이었다. 겉모습은 여전히 매끈한 수트 차림에 딱딱하고 차가운 인상이었다.하지만 그녀는 어떠한가?자신은 더러운 몸과 검게 그은 얼굴로 병실 문 앞에 서 있었다. 임서아의 함정에 걸려들거나, 조의찬에게 희롱당하거나, 그것도 아니면 서씨 집안 어르신에게 비난받는 신세였다.아니라면 민정연이라는 아가씨에게 야유받기도 했다.부소경도 마찬가지였다.부소경에게 여유가 생긴다면 과연 자신을 어떻게 처리할까?그는 속을 전혀 알 수 없었고 손속에 자비를 두지 않았으며 맺고 끊음도 확실했다.그녀는 전혀 그의 상대가 아니었다.사실 그녀는 그와 적대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운성 상류층의 그 어떤 사람도 마찬가지였다.하지만 그녀는 어느새 비열하고 욕심 많은 광대가 되어 추한 웃음을 머금으며 이 상류층에 놀아나고 있었다.그녀가 특별히 대리 구매한 담배 필터도 마찬가지였다.그건 마치 그의 눈에 들고 싶어 하는 추한 사람이라는 증거 같았다.그는 틀림없이 그 담배 필터를 받았을 것이다. 그는 과연 자신을 어떤 사람이라고 여길까?아니나 다를까 차디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우리 어머니가 마음 아파서 울고 있는 건 맞아?""당연하죠!"지저분하고 눈물 자국이 가득한 얼굴을 든 신세희가 말했다."그동안 당신이 우리 어머니를 돌본 것도, 지금 슬퍼서 흘리는 눈물도 모두 나와의 계약 때문이 아니고, 돈을 위해서도 아니라는 거지?"부소경이 물었다."......" 그는 대체 무슨 대답을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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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화

출근 시간은 이미 지났고 더 이상 미룰 수 없을 때가 되어서야 신세희는 병원을 나와 회사로 출근했다.다행히 오후 내내 아무도 그녀를 괴롭히지 않았다.퇴근할 무렵, 디렉터를 대신해 디자인 팀을 관리하던 한 디자이너가 신세희에게 말했다."신세희 씨, 내일부터 일주일 동안 사무실에 출근하지 말고 공사장으로 가세요. 거기 일손이 부족해요."신세희는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그녀는 사실 공사장에 가고 싶었다. 공사장에서 일하는 것은 비록 힘들었지만 마음은 가벼웠다.그리고 공사장 식당은 밥도 많이 주었다.배 속에 아이가 있으니 자연스럽게 식사량도 늘어났다.하지만 공사장에 가면 점심에 하숙민을 보러 갈 수 없었다.퇴근 후 신세희는 바로 병원으로 달려갔다. 저녁이 다 되어갔으니 더 이상 하숙민을 보러 올 손님이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하숙민과 오붓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거라 기대했다.그러나 병실 밖에서 바라보니 부소경이 그녀의 손을 꼭 잡은 채 하숙민의 병상 앞에 앉아 있었다.하숙민은 여전히 의식불명의 상태로 몸에 기계를 가득 달고 있었다.신세희는 감히 들어가지 못했다.문득 하숙민은 더는 자신을 필요로 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확하게는, 부소경이 더 이상 그녀를 필요로 하지 않는 것이었다.그녀의 마음이 더 괴로워졌다.하숙민과 마지막 작별 인사할 기회도 사라진 셈이었다.극도로 씁쓸해진 신세희는 몸을 돌려 병원을 나가려다가 그녀의 뒤에 서 있는 엄선우를 발견했다.신세희는 그의 옆을 슬쩍 스쳐 지나갔다. 그녀는 마치 모르는 사람처럼 엄선우를 쳐다보지도 않았다.부 소경이 그녀를 필요로 하고, 그녀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었을 때는 사모님이었지만 지금은 죽이지 못해 안달 났으니 그녀는 엄선우에게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었다.오히려 생판 모르는 사람보다 못한 사이였다.신세희는 그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그러나 그녀가 채 한 발짝을 내딛기 전에 엄선우가 그녀를 불렀다."사모... 세희 아가씨... 아니, 신세희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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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화

오늘 조의찬은 매우 깔끔한 차림이었고 표정도 엄숙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작업 중인 것 같았다. 그의 앞에 측정기가 놓여있었다. 그는 진지한 표정으로 측정기를 보며 숫자를 측정하고 있었다. 길 한가운데 서 있는 조의찬은 신세희가 그에게 다가오는 것도 발견하지 못한 것 같았다.그녀와 부딪혀서야 그는 얼굴을 굳히며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당신이었어요? 지금 일하고 있는 거 안 보여요? 왜 내 품에 안기지? 철이 없군요, 신세희 씨. 공과 사는 구분해야지 않겠어요? 앞으로 특히 내가 일할 때는 소란 피우지 말아요."그의 말은 조금도 농담처럼 들리지 않았고 일부러 그녀를 조롱하는 것도 아니었다.그저 일에 몰두하고 있는 그의 품에 그녀가 안기니 불쾌한 것만 같았다.입술을 깨문 신세희가 사과했다."죄송해요.”말을 마친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조의찬을 지나쳐 공사장으로 향했다. 그녀는 원래 이틀 안에 월급을 받을 수 있으니 그에게서 받은 60만 원을 줄 수 있을 거라는 말을 하고 싶었다.그러나 일에 몰두한 조의찬이 귀찮은 기색을 내보이자 신세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쓸쓸하게 공사장으로 향했다.신세희가 멀리 떠나자 측정기 앞에 서 있던 조의찬은 비로소 건들건들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는 차 안에 있던 서신언에게 말했다.“시언아, 내려와!"차에서 내린 서시언이 조의찬에게 다가갔다."조의찬, 방금 엄청 그럴듯했어. 누가 보면 정말 건축가인 줄 알겠더라? 이 자식은 왜 이렇게 연기를 잘 하지? 골 때리네."까칠한 수염을 만지작거리던 조의찬이 껄렁껄렁한 말투로 서시언에게 말했다."봤냐? 방금 저 모습이 바로 내가 저 여자를 처음 봤을 때 그 모습이라고. 엄청 우울하고 금욕적이고 냉담하지? 또 얼마나 촌스럽고 불쌍하고 무력한지... 이게 바로 내가 좋아하는 모습이라고!""......"잠시 후 서신언은 눈을 깜박이며 조의찬에게 물었다."의찬아, 도대체 뭘 하고 싶은 거야? 난 네가 이해가 안 가. 저 여자는 네 사촌 형수야. 그런데 정말 건드릴 생각인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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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화

조의찬은 퇴폐적인 미소를 지었다."어쩔 수 없지, 운성에 널린 게 미녀들인데 내가 누굴 안 따먹어봤을 것 같냐? 너무 질리잖아. 서씨 집안 민정연을 한번 떠올려봐. 야, 넌 솔직히 민정연 같은 여자가 좋냐? 걸핏하면 투정에 잘난 척에, 함부로 건드리지도 못하고. 정말로 그 집안 아가씨면 인정. 그런데 걔는 성이 민씨잖아. 그 집안에 얹혀사는 주제에 거들먹거리는 꼴이라니, 정말 짜증 나지 않냐?""......"조의찬은 공사장 외곽에서 공사가 끝날 때까지 허세를 부리며 하루를 보냈다. 저 멀리 가방을 멘 신세희의 생기 없는 모습을 발견한 그는 또다시 그녀가 지나가는 곳에서 매우 진지하게 일하는 척했다.조의찬의 곁에는 부하들도 몇 명 있었는데, 마치 그에게 무언가를 상의하고 있는 것 같았다.신세희가 그의 곁을 지나갔지만, 그는 쳐다보지도 않고 일에만 집중했다. 몇 번이나 입술을 달싹이던 신세희는 결국 이야기하려던 것을 포기하고 곧장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공교롭게도 막 역에 도착하자마자 버스가 와서 그녀는 바로 버스에 오를 수 있었다. 얼마 뒤 조의찬과 서시언의 차가 그녀를 뒤쫓기 시작했다.그들이 예상했던 대로 신세희는 곧장 병원으로 달려갔다.저녁 무렵 하숙민의 병실 안은 매우 조용했다. 잠든 것인지 아니면 여전히 혼수상태에 빠진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그녀는 하숙민이 온몸에 기계를 잔뜩 단 채 수액을 맞는 모습만 병실 밖에서 몰래 지켜봐야 했다.하숙민의 침대 머리맡에는 양복 차림의 부소경이 엎드려 있었다.이런 광경을 보고 신세희는 감히 병실 안으로 들어오지 못했다.차마 부소경에게 그들의 계약에 관한 이야기를 꺼낼 수도 없었다.하지만 이틀째 하숙민을 가까이서 보지 못했기에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녀는 병실 밖 창가에 서서 의사가 병실 안에 들어가 부소경을 위로할 때까지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도련님, 이젠 정말 환자분을 무균실에 머물게 해야 합니다. 환자분 지금 상태라면 한밤중에 열이 아주 심해질 수 있습니다. 이렇게 밤새 여기 있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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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화

그는 신세희를 꽉 움켜쥐고 자신의 품으로 힘껏 잡아당기며 실성한 듯이 웃음을 터뜨렸다"이 년아, 기억력이 그렇게 안 좋아서 어떡해? 너 대학 2년 동안 내게서 돈과 물건을 얻어내려고 많이도 들러붙었잖아. 그때는 서방님 어쩌고 잘도 불러놓고, 감방에서 2년 동안 썩었다고 그새 나에 대한 호칭이 바뀌었냐? 이젠 할아버지라고 부르기로 했어? 내가 그렇게 늙어 보여?""…당신 누구야! 놔! 안 놓으면 경찰에 신고할 거야!"눈앞의 노인은 임지강보다 스무 살은 더 많아 보였다. 그런데 대낮에 이런 말을 하다니. 신세희는 당장 이 뻔뻔한 자의 뺨을 내려치고 싶었다.그러나 늙은이에게 잡힌 팔을 도저히 빼낼 수 없었다. 60, 70대는 되어 보이건만 기운이 만만치 않았다.신세희는 조금도 벗어날 수 없다."경찰에 신고해? 돈이나 물건을 달라고 할 땐 왜 신고할 생각 못 했어? 감방 안에서 물건이 필요할 땐 왜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는데? 그런데 인제 와서 경찰에 신고하고 싶어졌냐? 신세희, 나 곽세건이 아주 만만하지? 내가 필요할 땐 입안의 혀처럼 굴더니 이젠 필요 없으니까 경찰에 신고하시겠다?"자신을 곽세건이라고 칭한 남자는 도적 떼 같은 모습으로 비열한 미소를 지으며 신세희를 쳐다보았다.무언가를 깨달은 신세희가 입을 열었다."당신, 대체 임씨 집안과 무슨 관계야!""네가 임씨 집안과 나를 연결해 줬잖아? 너를 위해서 내가 임씨 집안에 보탠 게 얼만데! 이 년아, 너 혹시 새로운 주인이라도 만난 거냐?"곽세건의 말투를 들어보면 신세희를 아주 잘 아는 사람 같았다. 마치 정을 통한 어린 옛애인을 대하듯 말이다.이것 또한 임씨 집안에서 파놓은 함정일 거라고 그녀는 매우 확신할 수 있었다.가슴 속에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그녀는 발을 들어 노인을 콱 밟았다. 그가 고통에 힘이 빠진 틈을 타 가방에 손을 집어넣은 신세희는 칼을 꺼내려고 했다. 그건 임씨 집안에서 다시 그녀를 해치는 걸 대비해 가방에 숨겨둔 작은 칼날이었다. 그녀는 당장 그녀의 할아버지뻘이 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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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화

"출발해!"곽세건의 명령이 떨어지자 기사는 즉시 차를 몰고 떠났다."곽 씨 노인네가 신세희를 데려갔어!"곽세건의 차가 막 떠나고, 멀지 않은 곳에서 신호등을 기다리고 있던 조의찬이 그걸 발견했다.파란불이 켜지자 조의찬은 즉시 차를 돌려 곽세건을 뒤쫓았다.서시언이 조의찬에게 주의를 주었다."곽 씨는 이름난 색마야. 너 좀 바짝 따라가야 할 거다."조의찬은 오히려 경멸하는 표정을 지었다"저 촌년을 다시 보게 됐어. 정말 대단하지 않냐? 이쪽에선 남성에서 가장 잘나가는 우리 사촌 형이랑 혼인신고를 했으면서, 저쪽에선 운성에서 소문난 선비 집안의 서 씨 도련님을 유혹하고, 지금은 심지어 곽세건이랑 아는 사이네? 곽세건이 누구야, 우리 사촌 형의 원수라고! 우리 사촌 형이 이렇게 잘나가지 않았을 때 저 자식은 형을 죽일 뻔했어. 지금이야 형이 곽세건이네 자산을 거의 3분의 1로 줄여버려서 거지나 다름없지만... 이렇게 병원 문 앞에서 신세희를 낚아챌 줄은 몰랐네. 참 대단한 여자야?"서시언이 퉁명스럽게 말했다."그런데도 건드리고 싶냐?"조의찬이 핸들을 툭 쳤다."지금은 죽이고 싶어졌어.""......"두 사람은 가는 길 내내 신세희에 대해 의논하면서 곽세건의 차를 미행했다. 곽세건이 나이트클럽 입구에 온 것을 발견한 조의찬이 서시언을 바라보며 말했다."여긴 곽세건의 소굴이야. 가서 저 늙은이를 한번 만나보자고."말을 마친 조의찬이 차를 주차했다.한편, 이미 신세희를 끌고 차에서 내린 곽세건이 입구에 도착하자 누군가 깍듯이 그에게 고개를 숙였다."곽 사장님, 오셨습니까."곽세건은 문지기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허리를 굽혀 신세희를 끌어안은 채 안으로 들어갔다. 뒤에 있던 곽세건의 부하 직원이 매니저에게 말했다."제일 좋은 방으로 안내해.""예!"매니저가 바로 준비하겠다고 알려왔다.엘리베이터 문 앞, 곽세건에게 안긴 신세희는 무표정한 얼굴로 침묵하고 있었다. 곽세건이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이 년이 이제야 얌전해졌네."신세희는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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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화

호화로운 룸 안에 두 남녀가 있었다.60대의 비대한 노인인 곽세건과 여위고 볼품없는 신세희였다.그러나 조의찬과 서시언이 발견한 모습은 예상과는 정반대였다.곽세건은 땅바닥에 웅크린 채 고통스럽게 울부짖었는데 바닥에는 그가 흘린 피로 흥건했다.신세희는 깨진 술병을 들어 곽세건의 몸을 푹푹 찌르고 있었는데 그 장면은 꽤 끔찍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녀의 눈빛은 더없이 평온했다.조의찬과 서시언은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다.문을 걷어차고 들어온 이들이 안면 있는 두 도련님인 것을 본 곽세건은 구원자를 만난 것처럼 고통을 참으며 조의찬 곁으로 기어갔다."살려주십시오, 의찬 도련님. 빨리 제 사람들 좀 불러주십시오. 어서 저 미친년을 제압해서 당장 패 죽이란 말입니다! 제 명령이라고 전해주십시오!""......"깨진 술병을 든 신세희가 침착하게 조의찬을 바라보았다."의찬 씨, 아침에 당신을 만났을 때 사실은 이 말을 하고 싶었어요. 이틀만 있으면 월급이 나오니까 바로 당신에게 빌린 60만원을 돌려주겠다고요. 그런데 당신이 공사장에서 수치를 측정하느라 바빠 보여서 방해하지 않았어요. 지금은 그냥... 월급 나오면 직접 가져가세요, 모두 당신 거니까."신세희는 고개를 숙이고 힘없이 웃어 보였다."경찰에 신고해요. 아니면 저 새끼가 날 때려죽이게 내버려 둬도 되고요. 아무래도 좋아요. 전 얌전히 있을 거예요."말을 마친 신세희는 깨진 술병을 바닥에 던지며 그들의 처분을 조용히 기다렸다.그녀는 용서를 빌지 않았고 두려운 기색도 아니었다. 그저 차분하고 무감각하게 현실을 받아들일 따름이었다.조의찬은 문득 이 세상이 그녀에게 너무 잔인하고 무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녀는 발버둥 치지도, 애원하지도, 누군가에게 희망을 걸지도 않았던 걸까? 지금은 마치 생존 본능조차 억제된 것만 같았다.갑자기 마음이 쓰라렸다.그는 신세희를 품에 꼭 껴안았다."뭐래, 왜 이렇게 기억력이 안 좋지? 얼마 전에 내가 한 말 잊었어요? 당신한테 무슨 일이 있으면 날 찾아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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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화

뒤에서 이를 지켜보던 서시언은 말문이 턱 막혔다.서시언과 조의찬은 죽마고우였다. 온종일 조의찬이 신세희를 분석하는 걸 듣고 있자면 가끔 자신도 거기에 이입되어 꼭 마치 신세희가 조의찬의 말한 그런 사람일 거라는 생각이 들곤 했다.그러나 오늘 서시언은 신세희에게 깊은 감명을 받았다.그녀의 눈빛은 평온해 보였지만 굉장히 단호했다. 그녀는 매우 약했다. 힘이 없으니 누군가 그녀의 머리 위에 똥을 싸도 그저 당할 수밖에 없었다. 조의찬, 민정연이 한 짓이 그랬다. 그리고 부소경의 연인인 임서아는 더더욱 신세희를 억압하고 괴롭혔다.그러나 아무런 저항 능력이 없음에도 신세희는 한 번도 굴복한 적이 없었다.그녀는 전혀 두려워하는 눈치가 아니었다. 감옥에 가거나, 공멸하거나, 아니면 혼자 죽는 한이 있더라도 곽세건이 그녀를 범하고 모욕하는 걸 가만히 두고 보지 않았다.얼마나 강인하고 꿋꿋한 사람이란 말인가?조의찬을 지나친 서시언은 바닥에 쓰러져 피를 흘리고 있는 곽세건 곁으로 다가가 경멸을 담아 말했다."이봐요, 의찬이는 부씨 가문의 유일한 외손자예요. 부태승 어르신도 부씨 집안 넷째 도련님에게 여러 번 당부했죠, 어떻게든 의찬이를 잘 돌보라고요. 지금 당신이 조의찬과 맞선다면 결국엔 넷째 도련님의 총구에 스스로 머리를 갖다 대는 셈이에요. 목숨이 아깝지도 않나 보죠?""저 미친년이 나를 불구로 만들었다고!"고통에 겨워 땀을 줄줄 흘리던 곽세건이 외쳤다."일흔에 불구가 되는 게 뭐 어쨌다고."조의찬이 냉소했다."하지만 내가 다친 건...""치료비는 내가 댈게요."조의찬이 피식거리며 말했다."그래도 저년은..."곽세건은 여전히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당장에라도 술병으로 자신을 불구로 만들어버린 신세희를 죽여버리고 싶은 표정이었다."내 여자라고! 감히 내 여자의 털끝 하나라도 건드리면 당신 내 손에 뒈질 줄 알아!"조의찬이 야차 같은 얼굴로 말했다."......"곽세건은 조의찬이 신세희를 끌어안고 나가는 것을 두 눈을 뜨고 지켜봐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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