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소경의 남성적인 구릿빛 피부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는 잔뜩 굳은 표정으로 비통함을 애써 억누르고 있는 것 같았다.고단한 얼굴의 부소경이 아무 말 없이 신세희를 쳐다보았다.신세희는 여전히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자신은 항상 침착하고, 모든 걸 훤히 꿰뚫어 보는 안목을 갖추었다고 여겼지만 그의 앞에만 서면 마치 투명한 백지가 되어버리는 것만 같았다.지금도 부소경은 어머니의 병세가 악화한 것에 슬퍼했지만 절대 눈물은 보이지 않은 채 그저 가슴속에 비통함을 간직할 뿐이었다. 겉모습은 여전히 매끈한 수트 차림에 딱딱하고 차가운 인상이었다.하지만 그녀는 어떠한가?자신은 더러운 몸과 검게 그은 얼굴로 병실 문 앞에 서 있었다. 임서아의 함정에 걸려들거나, 조의찬에게 희롱당하거나, 그것도 아니면 서씨 집안 어르신에게 비난받는 신세였다.아니라면 민정연이라는 아가씨에게 야유받기도 했다.부소경도 마찬가지였다.부소경에게 여유가 생긴다면 과연 자신을 어떻게 처리할까?그는 속을 전혀 알 수 없었고 손속에 자비를 두지 않았으며 맺고 끊음도 확실했다.그녀는 전혀 그의 상대가 아니었다.사실 그녀는 그와 적대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운성 상류층의 그 어떤 사람도 마찬가지였다.하지만 그녀는 어느새 비열하고 욕심 많은 광대가 되어 추한 웃음을 머금으며 이 상류층에 놀아나고 있었다.그녀가 특별히 대리 구매한 담배 필터도 마찬가지였다.그건 마치 그의 눈에 들고 싶어 하는 추한 사람이라는 증거 같았다.그는 틀림없이 그 담배 필터를 받았을 것이다. 그는 과연 자신을 어떤 사람이라고 여길까?아니나 다를까 차디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우리 어머니가 마음 아파서 울고 있는 건 맞아?""당연하죠!"지저분하고 눈물 자국이 가득한 얼굴을 든 신세희가 말했다."그동안 당신이 우리 어머니를 돌본 것도, 지금 슬퍼서 흘리는 눈물도 모두 나와의 계약 때문이 아니고, 돈을 위해서도 아니라는 거지?"부소경이 물었다."......" 그는 대체 무슨 대답을 바라
출근 시간은 이미 지났고 더 이상 미룰 수 없을 때가 되어서야 신세희는 병원을 나와 회사로 출근했다.다행히 오후 내내 아무도 그녀를 괴롭히지 않았다.퇴근할 무렵, 디렉터를 대신해 디자인 팀을 관리하던 한 디자이너가 신세희에게 말했다."신세희 씨, 내일부터 일주일 동안 사무실에 출근하지 말고 공사장으로 가세요. 거기 일손이 부족해요."신세희는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그녀는 사실 공사장에 가고 싶었다. 공사장에서 일하는 것은 비록 힘들었지만 마음은 가벼웠다.그리고 공사장 식당은 밥도 많이 주었다.배 속에 아이가 있으니 자연스럽게 식사량도 늘어났다.하지만 공사장에 가면 점심에 하숙민을 보러 갈 수 없었다.퇴근 후 신세희는 바로 병원으로 달려갔다. 저녁이 다 되어갔으니 더 이상 하숙민을 보러 올 손님이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하숙민과 오붓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거라 기대했다.그러나 병실 밖에서 바라보니 부소경이 그녀의 손을 꼭 잡은 채 하숙민의 병상 앞에 앉아 있었다.하숙민은 여전히 의식불명의 상태로 몸에 기계를 가득 달고 있었다.신세희는 감히 들어가지 못했다.문득 하숙민은 더는 자신을 필요로 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확하게는, 부소경이 더 이상 그녀를 필요로 하지 않는 것이었다.그녀의 마음이 더 괴로워졌다.하숙민과 마지막 작별 인사할 기회도 사라진 셈이었다.극도로 씁쓸해진 신세희는 몸을 돌려 병원을 나가려다가 그녀의 뒤에 서 있는 엄선우를 발견했다.신세희는 그의 옆을 슬쩍 스쳐 지나갔다. 그녀는 마치 모르는 사람처럼 엄선우를 쳐다보지도 않았다.부 소경이 그녀를 필요로 하고, 그녀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었을 때는 사모님이었지만 지금은 죽이지 못해 안달 났으니 그녀는 엄선우에게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었다.오히려 생판 모르는 사람보다 못한 사이였다.신세희는 그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그러나 그녀가 채 한 발짝을 내딛기 전에 엄선우가 그녀를 불렀다."사모... 세희 아가씨... 아니, 신세희 씨,
오늘 조의찬은 매우 깔끔한 차림이었고 표정도 엄숙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작업 중인 것 같았다. 그의 앞에 측정기가 놓여있었다. 그는 진지한 표정으로 측정기를 보며 숫자를 측정하고 있었다. 길 한가운데 서 있는 조의찬은 신세희가 그에게 다가오는 것도 발견하지 못한 것 같았다.그녀와 부딪혀서야 그는 얼굴을 굳히며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당신이었어요? 지금 일하고 있는 거 안 보여요? 왜 내 품에 안기지? 철이 없군요, 신세희 씨. 공과 사는 구분해야지 않겠어요? 앞으로 특히 내가 일할 때는 소란 피우지 말아요."그의 말은 조금도 농담처럼 들리지 않았고 일부러 그녀를 조롱하는 것도 아니었다.그저 일에 몰두하고 있는 그의 품에 그녀가 안기니 불쾌한 것만 같았다.입술을 깨문 신세희가 사과했다."죄송해요.”말을 마친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조의찬을 지나쳐 공사장으로 향했다. 그녀는 원래 이틀 안에 월급을 받을 수 있으니 그에게서 받은 60만 원을 줄 수 있을 거라는 말을 하고 싶었다.그러나 일에 몰두한 조의찬이 귀찮은 기색을 내보이자 신세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쓸쓸하게 공사장으로 향했다.신세희가 멀리 떠나자 측정기 앞에 서 있던 조의찬은 비로소 건들건들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는 차 안에 있던 서신언에게 말했다.“시언아, 내려와!"차에서 내린 서시언이 조의찬에게 다가갔다."조의찬, 방금 엄청 그럴듯했어. 누가 보면 정말 건축가인 줄 알겠더라? 이 자식은 왜 이렇게 연기를 잘 하지? 골 때리네."까칠한 수염을 만지작거리던 조의찬이 껄렁껄렁한 말투로 서시언에게 말했다."봤냐? 방금 저 모습이 바로 내가 저 여자를 처음 봤을 때 그 모습이라고. 엄청 우울하고 금욕적이고 냉담하지? 또 얼마나 촌스럽고 불쌍하고 무력한지... 이게 바로 내가 좋아하는 모습이라고!""......"잠시 후 서신언은 눈을 깜박이며 조의찬에게 물었다."의찬아, 도대체 뭘 하고 싶은 거야? 난 네가 이해가 안 가. 저 여자는 네 사촌 형수야. 그런데 정말 건드릴 생각인 거
조의찬은 퇴폐적인 미소를 지었다."어쩔 수 없지, 운성에 널린 게 미녀들인데 내가 누굴 안 따먹어봤을 것 같냐? 너무 질리잖아. 서씨 집안 민정연을 한번 떠올려봐. 야, 넌 솔직히 민정연 같은 여자가 좋냐? 걸핏하면 투정에 잘난 척에, 함부로 건드리지도 못하고. 정말로 그 집안 아가씨면 인정. 그런데 걔는 성이 민씨잖아. 그 집안에 얹혀사는 주제에 거들먹거리는 꼴이라니, 정말 짜증 나지 않냐?""......"조의찬은 공사장 외곽에서 공사가 끝날 때까지 허세를 부리며 하루를 보냈다. 저 멀리 가방을 멘 신세희의 생기 없는 모습을 발견한 그는 또다시 그녀가 지나가는 곳에서 매우 진지하게 일하는 척했다.조의찬의 곁에는 부하들도 몇 명 있었는데, 마치 그에게 무언가를 상의하고 있는 것 같았다.신세희가 그의 곁을 지나갔지만, 그는 쳐다보지도 않고 일에만 집중했다. 몇 번이나 입술을 달싹이던 신세희는 결국 이야기하려던 것을 포기하고 곧장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공교롭게도 막 역에 도착하자마자 버스가 와서 그녀는 바로 버스에 오를 수 있었다. 얼마 뒤 조의찬과 서시언의 차가 그녀를 뒤쫓기 시작했다.그들이 예상했던 대로 신세희는 곧장 병원으로 달려갔다.저녁 무렵 하숙민의 병실 안은 매우 조용했다. 잠든 것인지 아니면 여전히 혼수상태에 빠진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그녀는 하숙민이 온몸에 기계를 잔뜩 단 채 수액을 맞는 모습만 병실 밖에서 몰래 지켜봐야 했다.하숙민의 침대 머리맡에는 양복 차림의 부소경이 엎드려 있었다.이런 광경을 보고 신세희는 감히 병실 안으로 들어오지 못했다.차마 부소경에게 그들의 계약에 관한 이야기를 꺼낼 수도 없었다.하지만 이틀째 하숙민을 가까이서 보지 못했기에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녀는 병실 밖 창가에 서서 의사가 병실 안에 들어가 부소경을 위로할 때까지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도련님, 이젠 정말 환자분을 무균실에 머물게 해야 합니다. 환자분 지금 상태라면 한밤중에 열이 아주 심해질 수 있습니다. 이렇게 밤새 여기 있어도
그는 신세희를 꽉 움켜쥐고 자신의 품으로 힘껏 잡아당기며 실성한 듯이 웃음을 터뜨렸다"이 년아, 기억력이 그렇게 안 좋아서 어떡해? 너 대학 2년 동안 내게서 돈과 물건을 얻어내려고 많이도 들러붙었잖아. 그때는 서방님 어쩌고 잘도 불러놓고, 감방에서 2년 동안 썩었다고 그새 나에 대한 호칭이 바뀌었냐? 이젠 할아버지라고 부르기로 했어? 내가 그렇게 늙어 보여?""…당신 누구야! 놔! 안 놓으면 경찰에 신고할 거야!"눈앞의 노인은 임지강보다 스무 살은 더 많아 보였다. 그런데 대낮에 이런 말을 하다니. 신세희는 당장 이 뻔뻔한 자의 뺨을 내려치고 싶었다.그러나 늙은이에게 잡힌 팔을 도저히 빼낼 수 없었다. 60, 70대는 되어 보이건만 기운이 만만치 않았다.신세희는 조금도 벗어날 수 없다."경찰에 신고해? 돈이나 물건을 달라고 할 땐 왜 신고할 생각 못 했어? 감방 안에서 물건이 필요할 땐 왜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는데? 그런데 인제 와서 경찰에 신고하고 싶어졌냐? 신세희, 나 곽세건이 아주 만만하지? 내가 필요할 땐 입안의 혀처럼 굴더니 이젠 필요 없으니까 경찰에 신고하시겠다?"자신을 곽세건이라고 칭한 남자는 도적 떼 같은 모습으로 비열한 미소를 지으며 신세희를 쳐다보았다.무언가를 깨달은 신세희가 입을 열었다."당신, 대체 임씨 집안과 무슨 관계야!""네가 임씨 집안과 나를 연결해 줬잖아? 너를 위해서 내가 임씨 집안에 보탠 게 얼만데! 이 년아, 너 혹시 새로운 주인이라도 만난 거냐?"곽세건의 말투를 들어보면 신세희를 아주 잘 아는 사람 같았다. 마치 정을 통한 어린 옛애인을 대하듯 말이다.이것 또한 임씨 집안에서 파놓은 함정일 거라고 그녀는 매우 확신할 수 있었다.가슴 속에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그녀는 발을 들어 노인을 콱 밟았다. 그가 고통에 힘이 빠진 틈을 타 가방에 손을 집어넣은 신세희는 칼을 꺼내려고 했다. 그건 임씨 집안에서 다시 그녀를 해치는 걸 대비해 가방에 숨겨둔 작은 칼날이었다. 그녀는 당장 그녀의 할아버지뻘이 되는
"출발해!"곽세건의 명령이 떨어지자 기사는 즉시 차를 몰고 떠났다."곽 씨 노인네가 신세희를 데려갔어!"곽세건의 차가 막 떠나고, 멀지 않은 곳에서 신호등을 기다리고 있던 조의찬이 그걸 발견했다.파란불이 켜지자 조의찬은 즉시 차를 돌려 곽세건을 뒤쫓았다.서시언이 조의찬에게 주의를 주었다."곽 씨는 이름난 색마야. 너 좀 바짝 따라가야 할 거다."조의찬은 오히려 경멸하는 표정을 지었다"저 촌년을 다시 보게 됐어. 정말 대단하지 않냐? 이쪽에선 남성에서 가장 잘나가는 우리 사촌 형이랑 혼인신고를 했으면서, 저쪽에선 운성에서 소문난 선비 집안의 서 씨 도련님을 유혹하고, 지금은 심지어 곽세건이랑 아는 사이네? 곽세건이 누구야, 우리 사촌 형의 원수라고! 우리 사촌 형이 이렇게 잘나가지 않았을 때 저 자식은 형을 죽일 뻔했어. 지금이야 형이 곽세건이네 자산을 거의 3분의 1로 줄여버려서 거지나 다름없지만... 이렇게 병원 문 앞에서 신세희를 낚아챌 줄은 몰랐네. 참 대단한 여자야?"서시언이 퉁명스럽게 말했다."그런데도 건드리고 싶냐?"조의찬이 핸들을 툭 쳤다."지금은 죽이고 싶어졌어.""......"두 사람은 가는 길 내내 신세희에 대해 의논하면서 곽세건의 차를 미행했다. 곽세건이 나이트클럽 입구에 온 것을 발견한 조의찬이 서시언을 바라보며 말했다."여긴 곽세건의 소굴이야. 가서 저 늙은이를 한번 만나보자고."말을 마친 조의찬이 차를 주차했다.한편, 이미 신세희를 끌고 차에서 내린 곽세건이 입구에 도착하자 누군가 깍듯이 그에게 고개를 숙였다."곽 사장님, 오셨습니까."곽세건은 문지기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허리를 굽혀 신세희를 끌어안은 채 안으로 들어갔다. 뒤에 있던 곽세건의 부하 직원이 매니저에게 말했다."제일 좋은 방으로 안내해.""예!"매니저가 바로 준비하겠다고 알려왔다.엘리베이터 문 앞, 곽세건에게 안긴 신세희는 무표정한 얼굴로 침묵하고 있었다. 곽세건이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이 년이 이제야 얌전해졌네."신세희는 여전
호화로운 룸 안에 두 남녀가 있었다.60대의 비대한 노인인 곽세건과 여위고 볼품없는 신세희였다.그러나 조의찬과 서시언이 발견한 모습은 예상과는 정반대였다.곽세건은 땅바닥에 웅크린 채 고통스럽게 울부짖었는데 바닥에는 그가 흘린 피로 흥건했다.신세희는 깨진 술병을 들어 곽세건의 몸을 푹푹 찌르고 있었는데 그 장면은 꽤 끔찍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녀의 눈빛은 더없이 평온했다.조의찬과 서시언은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다.문을 걷어차고 들어온 이들이 안면 있는 두 도련님인 것을 본 곽세건은 구원자를 만난 것처럼 고통을 참으며 조의찬 곁으로 기어갔다."살려주십시오, 의찬 도련님. 빨리 제 사람들 좀 불러주십시오. 어서 저 미친년을 제압해서 당장 패 죽이란 말입니다! 제 명령이라고 전해주십시오!""......"깨진 술병을 든 신세희가 침착하게 조의찬을 바라보았다."의찬 씨, 아침에 당신을 만났을 때 사실은 이 말을 하고 싶었어요. 이틀만 있으면 월급이 나오니까 바로 당신에게 빌린 60만원을 돌려주겠다고요. 그런데 당신이 공사장에서 수치를 측정하느라 바빠 보여서 방해하지 않았어요. 지금은 그냥... 월급 나오면 직접 가져가세요, 모두 당신 거니까."신세희는 고개를 숙이고 힘없이 웃어 보였다."경찰에 신고해요. 아니면 저 새끼가 날 때려죽이게 내버려 둬도 되고요. 아무래도 좋아요. 전 얌전히 있을 거예요."말을 마친 신세희는 깨진 술병을 바닥에 던지며 그들의 처분을 조용히 기다렸다.그녀는 용서를 빌지 않았고 두려운 기색도 아니었다. 그저 차분하고 무감각하게 현실을 받아들일 따름이었다.조의찬은 문득 이 세상이 그녀에게 너무 잔인하고 무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녀는 발버둥 치지도, 애원하지도, 누군가에게 희망을 걸지도 않았던 걸까? 지금은 마치 생존 본능조차 억제된 것만 같았다.갑자기 마음이 쓰라렸다.그는 신세희를 품에 꼭 껴안았다."뭐래, 왜 이렇게 기억력이 안 좋지? 얼마 전에 내가 한 말 잊었어요? 당신한테 무슨 일이 있으면 날 찾아오라
뒤에서 이를 지켜보던 서시언은 말문이 턱 막혔다.서시언과 조의찬은 죽마고우였다. 온종일 조의찬이 신세희를 분석하는 걸 듣고 있자면 가끔 자신도 거기에 이입되어 꼭 마치 신세희가 조의찬의 말한 그런 사람일 거라는 생각이 들곤 했다.그러나 오늘 서시언은 신세희에게 깊은 감명을 받았다.그녀의 눈빛은 평온해 보였지만 굉장히 단호했다. 그녀는 매우 약했다. 힘이 없으니 누군가 그녀의 머리 위에 똥을 싸도 그저 당할 수밖에 없었다. 조의찬, 민정연이 한 짓이 그랬다. 그리고 부소경의 연인인 임서아는 더더욱 신세희를 억압하고 괴롭혔다.그러나 아무런 저항 능력이 없음에도 신세희는 한 번도 굴복한 적이 없었다.그녀는 전혀 두려워하는 눈치가 아니었다. 감옥에 가거나, 공멸하거나, 아니면 혼자 죽는 한이 있더라도 곽세건이 그녀를 범하고 모욕하는 걸 가만히 두고 보지 않았다.얼마나 강인하고 꿋꿋한 사람이란 말인가?조의찬을 지나친 서시언은 바닥에 쓰러져 피를 흘리고 있는 곽세건 곁으로 다가가 경멸을 담아 말했다."이봐요, 의찬이는 부씨 가문의 유일한 외손자예요. 부태승 어르신도 부씨 집안 넷째 도련님에게 여러 번 당부했죠, 어떻게든 의찬이를 잘 돌보라고요. 지금 당신이 조의찬과 맞선다면 결국엔 넷째 도련님의 총구에 스스로 머리를 갖다 대는 셈이에요. 목숨이 아깝지도 않나 보죠?""저 미친년이 나를 불구로 만들었다고!"고통에 겨워 땀을 줄줄 흘리던 곽세건이 외쳤다."일흔에 불구가 되는 게 뭐 어쨌다고."조의찬이 냉소했다."하지만 내가 다친 건...""치료비는 내가 댈게요."조의찬이 피식거리며 말했다."그래도 저년은..."곽세건은 여전히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당장에라도 술병으로 자신을 불구로 만들어버린 신세희를 죽여버리고 싶은 표정이었다."내 여자라고! 감히 내 여자의 털끝 하나라도 건드리면 당신 내 손에 뒈질 줄 알아!"조의찬이 야차 같은 얼굴로 말했다."......"곽세건은 조의찬이 신세희를 끌어안고 나가는 것을 두 눈을 뜨고 지켜봐야만 했다.
눈 깜빡할 사이에 신유리는 어느덧 18살이 되었다.벌써 대학교에 다닐 나이었다.그녀의 남편 부소경은 곧 쉰 살을 앞둔 사람이라 구레나룻이 하얗게 변해버렸다.그녀와 부소경 두 사람이 함께 파란만장을 겪은 시간도 어느덧 20년이 다 되어갔다.너무 빨랐다."영감."신세희가 그를 불렀다.부소경은 고개를 돌려 신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방금 날 뭐라고 불렀어?"신세희는 웃으며 대답했다."이제 영감 아니에요? 당신은 곧 50대이고 나는 이제 겨우 40대인데, 난 할멈이 아니지만 당신은 그냥 토종 영감이잖아요! 봐봐요, 당신 지금 구레나룻도 하얗게 변해버렸잖아요. 결혼식 날에 염색 좀 하는 게 어떨까 싶어요!""싫어! 난 남들이 나를 와이프밖에 모르는 남자라고 얘기하길 바란단 말이야! 그러니까 앞으로 나를 가꿔줄 생각은 절대 하지 마!"부소경은 자신보다 10살은 어려 보이는 와이프에게 말했다.하늘도 무심하지!신세희는 젊어서부터 지금까지 조금도 늙지 않았다!40대에 들어선 사람이 어찌 늙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하지만 부소경은 자신의 젊은 와이프를 보며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와이프와 결혼식을 올릴 날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그리고 마침내 그날은 경치가 예쁘고 날씨가 맑게 갰으며 딱 좋은 기온에 바람도 없었다.그날 두 신인은 남성 최고급 호텔에서 더블 결혼식을 올렸다.결혼식에 참석한 사람은 모두 남성 및 글로벌 인사들이었다.신세희와 부소경, 엄선희와 서준명은 모두 친척이 적었지만 네 명의 친척 친구들을 모두 불러 모은 덕이 남성 호텔 마당은 사람으로 가득 찼다.두 신인 커플이 사람들의 시야에 나타났다. 비록 젊은이는 아니었지만 새로웠다.엄선희의 부모는 기쁜 마음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의 엄선희가 또다시 돌아왔다.2년 동안 여러 번 수정을 마친 덕에 엄선희는 원래 모습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돌아왔다.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이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이번 결혼식의 모든 주최와 비용은 신세희와 부소경이 부담했다.엄
엄선희는 자신의 아이를 껴안은 채 고개를 들어 친 엄마를 바라보았다.그 순간 마음이 벅차올랐다.감격과 억울함 때문에 그녀는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렸다.그녀는 엄마에게 달려가 품에 안겼다. 이윽고 엄씨 어르신도 두 모녀를 꼭 끌어안았다. 한 가족이 성공적으로 상봉했다.아니, 이제는 다섯 명이고, 서준명까지 더하면 총 여섯 명이었다.여섯 가족은 함께 부둥켜안고 있었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이들은 참지 못하고 그만 눈물을 마구 흘렸다.간호사도 눈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한참 지나서야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엄선희를 놓아주었다."됐어, 얘야, 이제 집으로 들어가자. 우리 집으로!"나금희는 고개를 들어 엄선희를 바라보았다. 비록 원래 얼굴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그녀의 아이가 맞았다. 사오 년 전에 실종됐던 아이를 드디어 다시 만나게 되었다..그동안 엄선희는 희귀병을 앓게 되었지만 우연히 받은 치료 때문에 성공적으로 완치되었고 이로 인해 피와 혈액형이 바뀌게 되었다.엄선희는 죽을 운명이었지만 가짜 엄선희 덕분에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아무튼 그녀의 딸 엄선희는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행운아였다.4,5년 동안 겪은 고난, 그게 무슨 대수겠는가?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중에 파란만장을 겪어본 적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그 고난이 아이의 재산으로 될 이고 앞으로 아이는 이를 소중히 여길 줄 알고 아낄 줄 알며 모든 걸 알게 될 것이다.아주 좋았다.엄선희의 복귀에 엄씨 가문은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온 남성 사람들이 서준명의 아내가 돌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윽고 전해진 소식은 바로 얼마 지나지 않아 서준명과 엄선희가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다는 것이었다."이 일은 이미 남성 전체에 퍼졌어요. 결혼식은 대체 언제 할 것 같아요?"여유시간에 신세희가 장난식으로 엄선희에게 물었다.엄선희는 옆에 앉아있는 반명선을 보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명선 씨가 내 얼굴을 다시 원상 복구시켜 주겠대요. 하지만 천천히 되돌리려면 2년은 걸린대요. 난
모든 일을 마치고 난 뒤 서준명은 갑자기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왜 그래, 아들?"서씨 부인은 이미 세 아들을 잃었고 남은 아들이라곤 서준명 한 명밖에 없었다. 그녀는 아들이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어머니, 그냥 운명이 장난치는 것 같아서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군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어요!"서준명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서씨 부인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왜 그러니, 얘야?"서준명은 울다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어머니, 이제야 알겠어요. 하늘이 왜 엄선희 씨한테 사오 년 동안 이런 수고를 겪게 만들었는지 알 것 같아요. 하늘은 비록 그녀에게 잔인한 고문을 내렸지만 마지막엔 결국 해피엔딩을 선물했잖아요. 그러지 않았다면 진짜 죽은 사람은 우리 엄선희 씨 아니겠어요? 나의 엄선희를 살렸잖아요."아들의 말에 서씨 부인은 감격 어린 말투로 말했다."그래, 결국 마지막에 행운을 맞이한 사람은 바로 우리 엄선희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하느님도 아껴주시는 엄선희. 준명아, 빨리 선희를 데려와, 그동안 그 애가 얼마나 수고가 많았겠니."서준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몸을 돌리자마자 그는 두 아이를 발견했다."아빠, 우리 엄마를 데려오려는 거예요?"단이가 서준명에게 물었다.서준명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미미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엄마 안 데려오면 내가... 진짜 아빠 때릴 거예요!"미미는 점점 박력 넘치는 모습으로 컸다.게다가 오빠도 그녀의 편을 들어줬기 때문에 서씨 가문 마당에서 고양이랑 다투든 강아지랑 다투든 그녀는 줄곧 이기는 쪽이었기 때문에 미미는 자신이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했다.서준명은 웃으며 미미를 품에 껴안았다."아빠는 맞는 거 무서워해. 그러니까 미미가 아빠 때리면 아빠는 아파서 울 거야. 그래서 아빠가 미미 말에 따를거야. 오늘 당장 엄마 데려올게, 어때?"두 아이는 엄마를 데려온다는 말에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엄마를 데려오기 전에 먼저 할머니와 할아버
죽기 직전까지도 가짜 엄선희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그녀는 두 눈을 똑똑히 뜬 상태로 자신이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지켜보았다.그녀는 자신의 계획이 이대로 틀어질 줄 미처 몰랐다. 결혼식만 마치면 진짜 엄선희를 대신해 남성에서 상류사회를 누리는 서씨 가문 사모님으로 될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총살당하고 말았다.과연 누구일까?그녀는 이유를 알기도 전에, 울 틈도 없이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그녀의 아쉬움은 결국 그녀의 몸에 영원히 파묻히고 말았다.얼마나 억울했으면 심장이 멈췄음에도 불구하고 두 눈을 감지 못한 걸까?서준명도 깜짝 놀랐다.그는 원래 미란다 무리를 한꺼번에 쓸어버릴 계획이었기에 오늘 경찰들도 이들을 죄다 잡아갈 생각으로 온 것이었다. 하지만 서준명은 이 타이밍에 미란다가 암살당할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범인은 대체 누구일까?서준명은 당황한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경찰들은 오늘 이곳에서 범인들을 완벽히 체포하려던 계획이었기에 츄리닝으로 무장한 경찰도 있었고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든 경찰도 많았다. 모두 미란다를 잡기 위해 출동한 경찰들이었다. 하지만 미란다 대신 미란다에게 총을 쏜 범인을 잡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차 안에 있던 구릿빛 피부 뚱보는 엄선희를 사살하려던 자신의 치밀했던 계획을 뚫고 이토록 많은 경찰들이 나타날 줄은 미처 몰랐다.그는 작전도구를 숨기기도 전에 경찰에게 그만 체포당하고 말았다.정말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미란다가 엄선희 얼굴로 성형하여 그녀의 신분을 도용한 사건은 우연히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인해 초라하게 마무리되었다.경찰은 구릿빛 피부 뚱보를 잡고 취조하고 나서야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는 해외에 있는 서준명의 세 형님이 엄선희를 죽이라고 보낸 사격수였다.이 남자는 남성에서 오랜 시간 동안 서씨 가문을 노리고 있었다.하지만 내내 엄선희를 발견하지 못했다.그러다가 어렵게 엄선희가 나타나 기회를 잡고 죽이게 되었으나 손쉽게 경찰에게 체포당하고 말았다.이게 대체 무슨 경우란 말인가!서준
두 여직원은 봉쇄형 유리차를 끌고 나왔다. 유리차 안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있었다. 다이아몬드는 유리를 뚫고 오색찬란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가짜 엄선희는 홀린 듯이 반지를 바라보았다.주얼리샵 맞은편에 주차하여 망원경으로 지켜보던 구릿빛 피부 뚱보도 덩달아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구릿빛 피부 뚱보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세상에! 저 여자를 얼마나 사랑하길래 저토록 비싼 반지를 선물하는 거야! 저 여자는 죽어 마땅해! 죽어 마땅하다고!"한편 주얼리 샵안, 서준명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바라보았다."내가 선물한 반지는 어때, 마음에 들어?"가짜 엄선희는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좋아, 여보 너무 좋아! 너무 마음에 들어!""이 반지는 원래 4년 전에 선물하려던 건데, 아쉽게 됐네, 그때는...""괜찮아, 여보. 지금도 마찬가지잖아? 비록 4년정도 늦게 선물 받았지만 결국 내 손에 끼워줬잖아. 이게 정말 최고 아니겠어?"가짜 엄선희는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말했다."빨리 껴봐, 보여줘!"서준명이 제촉하며 말했다."하하. 알겠어!"말을 마친 서준명은 반지를 꺼내 정중하게 가짜 엄선희의 손가락에 끼워주었다.그순간 가짜 엄선희의 마음은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두근거렸다.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나른한 기분이었다.서준명!남성 두 번째 재벌이자 남성 귀공자인 서준명이 드디어 그녀에게 값비싼 반지를 선물한다고?와! 그녀는 너무 행복했다!…그 순간 가짜 엄선희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그녀는 행복에 젖어 서준명이 그녀를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듣지 못한 게 아니었다.그녀 자신을 엄선희라 생각하고 다닌 탓에 서준명이 그녀의 본명을 외칠 때에도 눈치채지 못했다.서준명이 또다시 물었다."미란다 씨, 행복해?""응? 당신..은..?"가짜 엄선희는 그제서야 서준명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자 순간 그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녀는 겁에 질린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홀 안 세 테이블에 빽빽이 앉아있던 사람들은 이 상황을 보고 깜짝 놀랐다.그들은 아직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눈치였다.왜 엄선희가 가자마자 경찰들이 몰려든 걸까?사람을 체포하러 온 게 아닐까?"아니에요, 형사님, 저희는... 남성 서씨 가문 도련님 서준명 씨의 친구들입니다. 서준명 씨 아내를 구해준 보답으로 집 두 채를 선물한다고 했는데, 혹시 잘못 찾아오신 건 아닌가요?"바로 그때 진미리가 용감하게 나서서 경찰들에게 물었다.아무도 진미리의 질문에 대답해 주지 않았다.몇몇 경찰들이 나서서 그들의 휴대폰을 몽땅 수거했다.한 명도 빠짐없이.진미리는 참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저희는 서준명 씨의 친구예요.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잖아요.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서준명 씨가 알면..."한 경찰이 차갑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저희가 잡으러 온 것은 바로 서준명 씨 친구들인 당신들입니다!""네? 왜요?"진미리는 의아했다.사실 그녀는 법을 잘 알지 못했기에 자신의 여동생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다!자신의 동생은 서준명의 아내와 똑같은 얼굴로 성형했고 서준명도 동생을 아내로 받아들였는데 이를 사기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돈도 한 푼 뺏지 않았는데?게다가 살인 방화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신분만 도용했을 뿐인데, 아니, 서준명이 가짜 엄선희를 아내로 인정했으니 신분 도용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신분 도용도 아니었다.때문에 지금 진미리와 그녀의 공범들은 자신이 죄를 지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경찰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진미리를 바라보았다."자신이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어찌 당신도 모르나요?"진미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우리는 서준명 씨의 친구들이에요. 게다가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고요. 서준명 씨도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아나요?""알죠, 서준명 씨가 신고했으니까!"진미리와 그녀의 동료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들은 하나같이 동상처럼 굳
"2천억이라니! 서씨 가문 형제들과 완전히 등 돌리려는 셈 아닌가! 서준명이 엄선희를 저토록 사랑하다니! 저 여자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어! 반드시 죽일 거란 말이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공손한 태도로 서준명의 큰형에게 물었다."사장님, 명령만 내리세요! 저 여자를 어떻게 죽일까요! 지금 당장 없애버릴까요!""안돼!"서준명의 큰형이 다급히 말렸다."지금은 죽일 타이밍이 아니야. 보는 눈이 많아서 자리를 피하기 어려울 거야. 나한테 충성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는데 너까지 잃을 수는 없어. 밖에서 처리하고 발 빼기 쉬운 곳으로 골라. 지금은 아니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곧바로 말했다."알겠습니다, 사장님. 사장님 말씀에 따를게요. 그럼 시끌벅적한 장소를 골라 저 여자를 죽여버릴게요!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통화를 마친 뒤 구릿빛 피부 뚱보는 은밀히 홀 안의 상황을 관찰했다.한편 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함께 사람들에게 술을 권하고 있었다.한 명 한 명 빠뜨리지 않고 모두에게 물었다.모두 전에 가짜 엄선희에게 도움을 줬던 사람들이었다.서준명은 전에 이 사람들에 대해 전부 조사를 마쳤었다. 사기조작단과 마찬가지였다!총 서른 명 정도였는데, 그중 절반이 넘는 사람들은 가짜 엄선희의 가족들이었다.오빠와 언니, 형수와 형부, 그리고 고모 일곱 명과 이모 여덟 명.남은 건 그녀와 오랫동안 함께 근무해 온 부하들이었다.서준명은 마음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정말 비겁하기도 하지!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자신의 모든 가족들과 친구들까지 동원하다니. 하지만 그들이 억울한 게 뭐가 있을까? 그들은 모두 가짜 엄선희가 계획한 사기단에 가담한 공범들이다.그들이 엄선희에게 입힌 피해는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그들은 그의 두 아이까지 해치려고 했다!서준명이 어찌 그들을 또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술을 한 바퀴 권하자마자 서준명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그는 곧바로 휴대폰을 떠내 연락을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시죠
서준명의 말에 진미리는 쑥스러운 말투로 말했다."휴, 어떻게 매번마다 서준명 씨한테 신세를 지겠어요, 아무... 아무것도 아니에요.""어머, 언니, 어려운 일 생기면 언제든지 얘기 하세요. 제 남편은 남성에서 두 번째로 능력 있는 남편이에요. 못 하는 게 없다니까요."가짜 엄선희는 고개를 들어 애교 섞인 말투로 서준명에게 말했다."내 말이 맞지, 여보?"서준명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보며 말했다."자기 생각은 어때? 당신이 선택한 남편인데 틀릴 리가 있을까?""당연히 없지!"가짜 엄선희는 행복한 표정으로 서준명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를 품에 안자 순간 역겨운 기분이 들었다.이 가짜 엄선희는 확실히 진짜 엄선희와 아주 닮았다. 만약 이 엄선희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한 상태로 있었다면 서준명은 당연히 그녀를 그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진짜 엄선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하지만 진짜 엄선희라면 그에게 이런 요구를 건네진 않았을 것이다.엄선희는 태어날 때부터 공주님처럼 자라 고생한 적이 없지만 탐욕스러운 사람은 아니었다.엄선희는 돈에 아무런 개념도 없는 여자였다.게다가 사치품도 사지 않는 사람이었다.심지어 그녀는 아주 훌륭한 가정교육을 받고 자랐기에 단 한 번도 자신의 능력범위를 벗어나는 가격의 사치품에 손대지 않았다.서씨 가문에 시집와서도 그에게 이것저것 요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자신의 남편을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하는 짓도 절대 하지 않았다. 남편의 자금을 외부에 흘러 나가게 하는 것도 모자라 난감한 일까지 시키다니!엄선희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이 가짜 엄선희는 탐욕스럽기 그지 없었다!그럴수록 너무 괘씸했다!하지만 이럴수록 서준명은 더더욱 표정을 가다듬고 가짜 엄선희를 보듬어 주었다."여보, 이 사람들을 사심 없이 도와주는 걸로 봐서 전에 당신한테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맞지? 그럼 나도 고마움을 전해야지. 이분들이 없었다면 평생 내 아내를 보지 못하고 살 뻔했으니까
가짜 엄선희는 자연스럽게 동의했다.3일 후, 그들은 남성에서 가장 크고 호화로운 호텔에서 엄선희의 은인들을 초대해 연회를 베풀었다. 그들 중 일부는 외지에서 온 사람도 있었고, 남성 현지인도 있었다. 서준명이 사람들을 대충 살펴보자, 익숙한 중년 여성이 있음을 발견했다.그 중년 여성은 미루나와 같은 집에 살며 미루니에게 DNA 검사를 제안한 여자였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손을 잡고 그 중년 여성에게 다가갔다. "저를 아직 기억하십니까?”가짜 엄선희는 즉시 그 중년 여성을 소개했다."여보, 여긴 나한테 많은 도움을 준 언니 중 한 명이야. 이름은 진미리. 이 언니는 내가 유산했을 때를 포함해 항상 날 보살펴 줬어. 내 생각에는 이 언니에게 집 두 채는 드려야 할 것 같아!” 그러자 진미리라는 중년 여성이 즉시 손을 흔들었다. "아니요, 정말 괜찮습니다. 선희 씨를 돌봐주었던 것도 제 공덕의 하나라고 할 수 있죠. 절대 돈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에요.” 진미리는 말을 하며 서준명을 바라보았다. “서준명 씨, 사실 저는 오랫동안 미루나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나는 그 여자가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때 엄선희 씨는 일이 있어 남성에 오지 않았기에 준명 씨와 미루나가 마주치는 걸 정말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DNA 검사를 하라고 권한 거고요. 요즘은 DNA가 가장 정확하잖아요? 그러니 DNA 검사를 하고 나니 미루나가 가짜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잖습니까. 요즘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니, 겉모습도 전혀 다르고,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억지로 남의 아내인 척하는 건 무슨 심보란 말입니까? 정말 말이 안 됩니다, 준명 씨와 선희 씨의 부모님 모두 현명하셔서 다행이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그 미루나에게 정말로 당할 뻔했습니다. 그럼 선희 씨도 힘들어서 울다 지쳐 쓰려졌겠지요…” 진미리의 말을 들은 서준명은 침착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럼 집을 두 채 드리면 될까요?” 서준명은 이미 사람을 보내 확인을 마친 상태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