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태군은 코끝을 만지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얼마 전 궁에 들어갔을 때 아버지가 그를 찾았고 내각회의에 대해 언급했었다. 그 후 세시아는 회사에 왔고 그의 비서가 되었다. 그는 이 모든 것이 태라 가문의 짓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황실에 수많은 공헌을 바탕으로 충성하는 듯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조종하려는 것이었다.그의 외할아버지가 생전이었을 때 그들은 재무부 장관으로 책봉된 여준우에 불만을 품고 수작을 부린 적이 있었다.외할아버지는 본때를 보여주기 위해 태라 가문의 대신을 파면했고 그 일을 통해 그들은 한동안 숨죽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가 왕위를 계승한 지금 다시 고개를 들고 있었다.그들은 세시아를 한태군 옆에 붙여놓았을 뿐만 아니라 뒤에서 여론을 조작해 강유이가 왕비 자리에 오르는 것을 반대했다.그가 아직 ‘전하’가 되기 전에는 전혀 이런 태도가 아니었다.그의 표정에서 살기를 느낀 주혁이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형, 갈수록 날뛰고 있는데 가만있을 거야?”한태군이 눈을 가늘게 떴다.“귀족을 뿌리째 뽑는 것이 말처럼 쉬운 줄 알아? 평범한 귀족도 아니잖아. 할아버지가 살아계셨을 때에도 아무 증거도 못 찾을 걸 봐선 태라 대신이 그렇게 호락호락한 사람이 아니란 걸 알 수 있어.”턱을 만지던 주혁이 중얼거렸다.“귀족들 사이의 황권 쟁탈은 너무 어려운 것 같아.”한태군은 그의 어깨를 다독였다.“됐고, 넌 계속 감시해. 나에게 방법이 있어.”저녁, 한태군은 회사 밖으로 걸어나가고 있었다. 그때 세시아가 람보르기니에서 내리며 선글라스를 벗었다.“전하.”그는 걸음을 멈추고 심드렁한 표정으로 그녀를 보았다.“무슨 일 있어?”세시아가 다가오면 날카로우면서도 자심감 있는 미소를 날렸다.“혹시 시간 있으시면 저랑 저녁 함께하실래요?”한태군은 살짝 미소를 지었다.“미안한데 시간이 없네?”돌아서려는 그를 세시아가 잡았다.“아버지께서 우리가 함께 식사하기를 원하세요. 아버지 체면은 좀 세워 주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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