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녀님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녀는 애써 북받치는 감정을 억누르려 했다.“진짜요?”그녀도 재단에 찾아가 투자를 부탁한 적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노인들의 그 어떠한 비용도 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는 그녀를 거절했다.그 이유는 자선하는 것이지 무료 공익이 아니라는 것이었다.이후로 다시는 재단을 찾지 않았다.그래서 이런 조건을 내미는 진예은에 어떻게 보답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진예은은 고개를 끄덕였다.“이렇게 말하는 것은 제가 진지하게 생각하고 제안하는 거라는 것을 꼭 말씀드리고 싶어요.”“너무 고마워서 어떻게 보답해야 할지 모르겠어요.”감동한 수녀님은 눈물을 흘렸다.진예은은 급히 몸을 일으켜 종이를 건넸다.“보답할 필요는 없어요. 수녀님이 견지하신다면 저는 있는 힘껏 도울 거예요.”...점심을 먹은 후 네 사람은 마을을 떠났다.시 중심에서 이아영과 나더와도 작별 인사를 했다.별장에 도착하니 진예은 아버지, 진철환은 늦도록 돌아오지 않는 그들이 걱정되어 애가 탄 상태였다.“어디에 있었던 거야?”진예은이 대답했다.“일이 생겨서 어느 한 마을에서 하루 묵었어요. 이렇게 무사하니 걱정하지 마세요.”진철환은 그제야 한숨 돌릴 수 있었다.“무사하면 됐어. 연락이 되지 않아 신고하려 했어.”“아마 마을이어서 신호가 잘 잡히지 않았던 것 같아요. 성인이고 재신이도 있으니 무슨 일이 있겠어요?”말을 마친 그녀는 반재신을 힐끔 보았다.반재신은 헛기침을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무슨 일이 있더라도 내가 잘 해결할 거여서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입꼬리를 올린 진예은은 진철환의 팔짱을 끼며 소파로 향했다.“아빠한테 상의할 것이 있어요.”진철환은 의아했다.“무슨 얘기?”진예은은 마을의 요양원에 대한 일을 진철환에 얘기했고 듣고 있던 그는 사색에 잠겼다.침묵을 지키던 그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네가 결정한 일을 아빠한테 상의할 필요 없어. 네가 어떤 결정을 하든 아빠는 너를 응원해.”아버지도 자신을 지지하는 모습
강유이는 알겠다고 했다.뽀로통해하는 그녀에게 한태군이 입맞춤했다.“착하지. 조금만 기다리면 내가 함께 놀아줄게.”강유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아래층으로 내려간 한태군이 유 집사를 불렀다.“이따가 와이프가 외출하고 싶다고 하면 함께 가주세요.”유 집사는 고개를 끄덕였다.“네.”한태군이 별장을 떠나고 유 집사는 주방으로 갔다. 주방에서 한창 강유이를 위한 점심을 차리고 있었다. 그러다 그녀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도우미가 인사했다.“유 집사님.”유 집사는 고개를 까딱였다.“다 됐죠? 내가 올릴게요.”도우미는 준비된 식사를 그녀에게 건네고 자리를 떠났다. 유 집사는 식사를 들고 위층으로 올라갔다. 노크하는 소리가 들리고 강유이의 허락 후 유 집사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강유이는 창가의 의자에 앉아있었다. 창으로 한 줄 햇살이 그녀의 옆모습을 비추고 있었다. 아름다운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소문으로만 들었던 왕비는 동방미인이 맞았다. 그러니 한태군의 총애를 한몸에 받고 임신도 했으니 자신의 왕비 자리를 더욱 굳건히 할 수 있었다.유 집사는 식사를 테이블에 내려놓았다.“사모님, 식사할 시간이에요.”강유이는 요즘 입맛이 없었다. 그래서 수프만 홀짝이고 내려놓았다.“오늘 외출하고 싶은데 함께 가시죠?”유 집사는 시선을 내리깔고 대답했다.“네.”두 대의 차가 강유이가 탄 도우미의 차 뒤를 따르고 있었다. 이것도 한태군의 뜻이었고 보디가드는 반드시 그녀의 곁을 조금도 비워선 안 된다고 했다.차는 국립무비 대학에 도착했다. 진예은은 강유이의 전화를 받고 내려왔다.“유이야.”강유이는 몸을 돌리며 진예은을 향해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그녀의 곁으로 다가간 진예은이 그녀의 손을 잡았다. 진예은 뒤에 서 있는 보디가드와 집사를 힐끔 보고 장난스럽게 웃었다.“참으로 못 말리는 오빠야.”강유이가 낮게 속삭였다.“너무 지루해서 별장에서 죽을 것 같아. 임신한 것뿐인데 이것도 안 된다 저것도 안 된다. 미칠 것 같아.”
행정부, 서구적인 이목구비를 가진 예쁜 여자가 문자를 받았다. 그리고 즉시 문자를 삭제했다. 유 집사는 그녀가 강유이의 주위에 심어 놓은 사람이라는 것을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소문으로만 듣던 왕비?실물을 영접하고 싶던 그녀였다.엘리베이터에서 내린 강유이 앞을 막아선 한 여자가 물었다.“당신이 왕비죠?”고개를 든 강유이가 눈을 가늘게 떴다.눈앞의 이 여자는 모르는 얼굴이었다.“누구?”여자는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저는 전하의 비서 세시아라고 해요. 저의 할아버지는 존함은 백작이고 아버지는 지금 내무부 장관이시죠.”강유이도 예의상 악수를 하려고 손을 내밀려는데 상대는 손을 내리며 미소를 지었다.“너무 많은 말을 해서 죄송해요. 전하는 지금 회의 중이시고 회사는 너무 바빠서 제대로 접대해 드리지 못할 것 같네요.”강유이는 허공에 멈춘 손을 거두며 아무렇지 않게 대꾸했다.“그럼, 회의가 끝날 때까지 기다릴게요.”그녀는 강유이를 건드리기 시작했다.“왕비가 이렇게 질척거리는 여자일 줄 몰랐네요.”“뭐라고요?”강유이가 눈썹을 치켜세웠다.“회사 때문에 힘들어하는 전하를 와이프란 사람이 이해해야 하지 않나요?”세시아는 팔짱을 끼더니 큰 키를 뽐내며 건방을 떨었다.“와이프로서 남편의 고통을 분담해야잖아요? 아무것도 해 줄 수 없으면서 왜 더 힘들게 하는 거예요?”그녀의 날카로운 말은 강유이의 마음을 난도질했다.주먹을 쥔 강유이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세시아의 말이 맞았다. 그녀는 회사 내부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하여 한태군도 그녀가 너무 이기적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을까 두려웠다.그녀는 하는 수 없이 몸을 돌렸다.세시아는 냉소를 지었다. 이렇게 나약한 모습으로 앞으로 다가올 충격을 감당할 수 있을지 더더욱 궁금했다.하지만 강유이는 엘리베이터 앞에서 갑자기 멈추더니 세시아를 돌아보며 말했다.“이봐요, 한가지 말해주고 싶은 게 있는데 잘 들어요.”세시아는 급히 표정 관리를 했다.강유이는 무심하게 말을 이었다.“내가 아
한태군은 코끝을 만지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얼마 전 궁에 들어갔을 때 아버지가 그를 찾았고 내각회의에 대해 언급했었다. 그 후 세시아는 회사에 왔고 그의 비서가 되었다. 그는 이 모든 것이 태라 가문의 짓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황실에 수많은 공헌을 바탕으로 충성하는 듯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조종하려는 것이었다.그의 외할아버지가 생전이었을 때 그들은 재무부 장관으로 책봉된 여준우에 불만을 품고 수작을 부린 적이 있었다.외할아버지는 본때를 보여주기 위해 태라 가문의 대신을 파면했고 그 일을 통해 그들은 한동안 숨죽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가 왕위를 계승한 지금 다시 고개를 들고 있었다.그들은 세시아를 한태군 옆에 붙여놓았을 뿐만 아니라 뒤에서 여론을 조작해 강유이가 왕비 자리에 오르는 것을 반대했다.그가 아직 ‘전하’가 되기 전에는 전혀 이런 태도가 아니었다.그의 표정에서 살기를 느낀 주혁이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형, 갈수록 날뛰고 있는데 가만있을 거야?”한태군이 눈을 가늘게 떴다.“귀족을 뿌리째 뽑는 것이 말처럼 쉬운 줄 알아? 평범한 귀족도 아니잖아. 할아버지가 살아계셨을 때에도 아무 증거도 못 찾을 걸 봐선 태라 대신이 그렇게 호락호락한 사람이 아니란 걸 알 수 있어.”턱을 만지던 주혁이 중얼거렸다.“귀족들 사이의 황권 쟁탈은 너무 어려운 것 같아.”한태군은 그의 어깨를 다독였다.“됐고, 넌 계속 감시해. 나에게 방법이 있어.”저녁, 한태군은 회사 밖으로 걸어나가고 있었다. 그때 세시아가 람보르기니에서 내리며 선글라스를 벗었다.“전하.”그는 걸음을 멈추고 심드렁한 표정으로 그녀를 보았다.“무슨 일 있어?”세시아가 다가오면 날카로우면서도 자심감 있는 미소를 날렸다.“혹시 시간 있으시면 저랑 저녁 함께하실래요?”한태군은 살짝 미소를 지었다.“미안한데 시간이 없네?”돌아서려는 그를 세시아가 잡았다.“아버지께서 우리가 함께 식사하기를 원하세요. 아버지 체면은 좀 세워 주시죠?
그저 그의 얼굴보다는 자신의 이익을 더 중요하게 생각할 뿐이다. 그의 어머니가 여왕이 되었으니, 그는 왕자이고 그의 아이는 차기 왕이 될 것이다.당연히 그녀와 그의 아이만이 왕이 될 수 있다.세시아는 느긋하게 와인을 마셨다.“저랑 식사하면서 그런 얼굴은 곤란한데요?”한태군은 손가락으로 탁자를 두드렸다.“당신이 나와의 식사를 요구했고 거기에 응했다고 해서 당신과의 식사를 내켜 하는 건 아니에요.”세시아의 입가에 경련이 일었다. 하지만 조신한 이미지를 위해 미소를 잃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와이프 때문인가요?”그는 대꾸하지 않았다.두 손으로 깍지를 끼고 턱에 괸 그녀는 빨간 입술을 움직였다.“참으로 예쁜 전형적인 동양미인이지만 미모가 밥 먹여주지는 않죠. 전하의 신분으로 더 아름답고 능력 있는 여자를 만나 도움을 받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는데요?”세시아는 손을 내밀어 한태군의 손등을 감쌌다. 빨간색 네일을 한 손이 그의 피부에 닿았다.“나약한 그 여자보다 제가 전하에 더 어울린다고 생각하지 않아요?”한태군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그는 평온하게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당신을 선택하라고?”세시아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그 여자가 전하에게 줄 수 있는 것은 물론 줄 수 없는 것까지 드릴 수 있어요. 반씨 가문은 황실 내부 일에 끼어들 수 없잖아요? 전 와이프도 될 수 있고 사업 파트너이자 정치를 함께 의논할 수도 있어요.”한태군은 손을 빼고 냅킨으로 그녀가 만졌던 부분을 닦았다.“나에 대해 알아?”“천천히 알아가면 되죠.”그는 냅킨을 내려놓고 말했다.“난 여자에게 휘둘리는 스타일이 아니야.”멈칫하던 그녀가 다시 미소를 되찾으며 말했다.“전 간섭하지 않아요.”한태군이 입꼬리를 올렸다.“특히 당신같이 똑똑한 척하는 여자는 질색이지.”세시아는 낯이 뜨거워졌다.“전하, 무슨 뜻인가요?”한태군은 비스듬히 의자에 기댔다.“아버지를 앞세우면 날 조종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 너무 오만한 거 아니야?”“아버지 태라 대신
유 집사가 답했다."부인께서는 잠드셨습니다."그는 담담히 응했다."밥 먹었어요?"유 집사가 사실대로 답했다."드셨어요, 하지만 또 토했어요, 입맛이 여전히 좋지 않은가 봐요."한태군은 미간을 찌푸리고 재빨리 위층으로 향했다.침실에 오자 침실의 불은 꺼져있었다. 그는 샹들리에가 너무 밝아 그녀를 깨울까 봐 암 등만 켰다.강유이는 침대에 옆으로 누워있었고 잠든 상태가 불안해 보였다. 한태군은 침대 옆으로 걸어가 앉았다. 손을 뻗어 그녀를 만지려고 한순간 그녀가 깨어났다.한태군은 웃었다."잠든 거 아니었어?"강유이는 천천히 일어나 앉았다."돌아왔어?""응, 일 좀 처리했어."그는 외투를 아무렇게나 의자에 던졌다. 비록 숨기려는 건 아니지만, 단지 밥을 먹었다는 말을 할 필요가 없다 생각했다.강유이는 침대 머리에 기대어 그를 바라봤다."접대하러 갔어?"그는 멈칫하고 고개를 돌려 강유이를 바라보았다.강유이는 그에게 가까이 가 냄새를 맡고는 눈썹을 치켜올렸다."술을 조금 마셨고, 몸에는 여자의 향수 냄새가 남아있네, 향수는 Arman의 화이트 티를 썼고, 오늘에 그 섹시하고 예쁜 여비서랑 함께였지?"한태군은 미간을 주무르며 화가 나 웃음만 났다."너 개 코네, 가까이에 가지도 않았는데 향수 냄새까지 맡아낼 수 있고.""호호, 내가 안 맡아내면 말할 생각도 없었잖아 맞지?"그는 손바닥을 그녀의 손등에 포개고 작은 소리로 달랬다."유이야, 나 확실히 비서랑 밥 먹었어, 하지만 네가 생각하는 그런 건 아니야."강유이는 고개를 돌리고 말을 하지 않았다.한태군은 그녀를 품에 안고 말했다."화내지 마, 여보, 다음에 회사에 갈 때 잊지 말고 나한테 전화해 줘, 비서한테 가까이 가지도 않을게."강유이는 눈을 내리깔고 물었다."회사 많이 바빠?"그는 잠시 멈칫하고 눈을 내리깔아 그녀를 쳐다봤다."왜 그렇게 물어?"강유이는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난 오빠가 바쁜 줄도 모르고, 회사 일도 잘 몰라, 난 그저 오빠가 집에서 나랑 함
"당신..."미아가 입술을 오므리며 고개를 숙였다."내가 당신들을 그렇게 대했는데도 도와주고 싶어요?""일단 미아 씨도 동생을 위한 거잖아요, 동생의 치료를 위해. 물론 지갑을 훔치는 방법은 잘못됐지만, 구제불능의 정도로 나쁜 사람은 아니에요."진예은은 카드 하나를 탁자 위에 올려놓고 그녀의 앞으로 밀었다."이건 내가 빌려주는 3500만 원 이에요, 동생 수술 성공하고 시력 회복되면 일자리 하나 소개해 줄게요, 돈은 천천히 돌려줘도 돼요."미아는 카드를 들고 믿기지 않는 듯 그녀를 바라봤다."정말 절 도와주고 싶은 거예요?"그녀는 웃었다."돈도 빌려줬는데요? 지금 병원에 연락해서 수술 앞당겨 달라고 할 수 있어요, 거짓일 리 있나요?"미아는 갑자기 바닥에 무릎을 꿇었고 진예은은 재빨리 일어나 그녀를 부축했다."뭐 하는 거예요, 어서 일어나요."미아는 눈물범벅이 된 채 고개를 들었다."예은 씨 정말 좋은 사람이에요, 흑, 앞으로 예은 씨가 시키는 대로 다 할게요, 사람을 죽이라 해도 죽이러 갈게요!"미아는 그녀에게 부축 되어 옷소매로 눈물을 닦았다."앞으로는 절대 지갑을 훔치지 않겠다고 맹세할게요, 만약 또 훔친다면 문을 나서자마자 차에 치여 죽을게요."진예은은 그녀의 어깨를 토닥였다."됐어요, 했던 말 거둬요, 난 믿어요."그리고 그녀는 무언가 생각난 듯 미아에게 물었다."그런데 미아 씨네는 부모님께서 안 계세요?"미아는 고개를 저었다."저는 고아였어요, 성인이 되기도 전에 어쩔 수 없이 일하러 갔고 동생은 제가 고아원에 있을 때 알게 됐어요, 아주 불쌍한 애예요, 8년 전 큰 눈이 내리던 날 부모님이 고아원 입구에 버리고 갔어요."진예은의 눈동자가 조금 흔들렸다. 그들이 친남매가 아니었다니."비록 혈연관계가 없지만 미아 씨가 동생한테 그렇게 잘해줄 줄 생각지도 못했어요.""동생도 나와 마찬가지로 부모에게 버림받았기 때문이죠."미아가 가족을 언급할 때의 눈빛은 차가웠고 그들을 버린 부모에게 아무런 감정도 없었다.진
진예은은 편지를 내려놓고 고개를 들어 염색을 하고 온 미아를 바라봤다."애쉬 빛 머리가 잘 어울리네요."미아가 웃으며 말했다."예은 씨 뜻대로 가서 색만 뺐더니 이렇게 됐어요.""동생 수술은 이미 안배한 거죠?"그녀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이미 안배했어요, 오래 기다릴 필요 없이 며칠 뒤면 바로 수술할 수 있어요."진예은은 몸을 일으켜 그녀를 향해 걸어가 손을 그녀의 어깨에 얹었다."면접 보러 내가 데리고 갈게요."미아는 그녀의 뒤를 따라가며 쉴 새 없이 재잘대며 물었다."제 업무는 뭐예요? 면접은 어디에서 봐요? 많이 어려울까요?"진예은은 차 앞에 서서 차 문을 열고 그녀가 먼저 타도록 했다."가면 알아요.""네."그녀는 얌전히 들어가 앉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차는 블루마운틴 저택에 도착했다.미아는 차창에 엎드려 이 거대한 정원을 보며 또다시 경악했다. 그녀는 정말 부자들의 생활 태도를 쇄신했다.진예은은 그녀를 데리고 차에서 내렸다. 정원 밖에서 꽃밭을 다듬고 있던 하인이 두 여자가 오는 것을 보고 일어나 물었다."누구 찾으세요?"진예은이 답했다."사모님 찾으러 왔어요."하인이 급히 말했다."그럼 두 분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사모님께 통보하러 가겠습니다."하인은 집에 들어오자마자 위층에서 내려오는 유 집사와 마주쳤다. 유 집사는 하인이 다급히 들어오는 것을 보고 물었다."무슨 일이야?"하인이 답했다."밖에 여사님 두 분이 사모님을 찾으신다고 해서요."유 집사는 멈칫하다 창밖을 통해 바깥을 힐긋 보았다. 그녀가 모르는 여자들이었다. 사모님의 친구분인가?그녀는 곰곰이 생각하다 답했다."들어오시라 해."하인이 통보를 한 후, 진예은은 미아를 데리고 거실로 들어섰다. 미아는 주위를 둘러보았고 눈앞이 어지러웠다. 그녀는 이런 곳에 사는 사람이 어떤 재벌 신분인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었다.유 집사가 그녀들을 훑어보았다."두 분은?"진예은이 미소를 지었다."성이 진 씨예요, 사모님 찾으러 왔으니까 통보
”유이야.”조민과 소찬이 술잔을 들고 다가왔다.“오늘 너무 예쁘다!”강유이가 웃으며 말했다.“고마워요.”조민이 술잔을 들며 말했다.“이건 나와 소찬 씨가 축하의 의미로 권하는 거야. 너와 한태군이 오랫동안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래.”강유이가 그녀의 잔에 자신의 잔을 부딪혔다.“저도 선배와 소찬 씨의 앞날에 행복할 일만 가득하길 바랄게요.”곧이어 남우와 반재언이 다가왔다. 두 사람의 뒤에는 진예은과 반재신 그리고 강성연과 반지훈까지 있었다.강성연이 유이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오늘 우리 유이 너무 잘했어!”그녀가 미소 지었다.“진짜요?”반지훈이 말했다.“우리 딸 정말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어. 넌 우리의 자랑이야.”강유이가 한 떨기 꽃처럼 어여쁘게 미소를 지었다.한태군이 그들 쪽으로 다가와 감사 인사를 전했다.“아버님, 어머니, 두 분께서 유이를 제가 주신 것에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이 잔 올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었다.“네놈 운 좋은 줄 알아!”그가 술잔을 들고 한태군이 내민 잔에 부딪혔다.“앞으로 내 딸한테 정말 잘해줘야 해.”한태군이 강유이를 바라보았다.“걱정 마세요. 제 생에 여자는 오직 유이 한 사람뿐입니다.”강성연도 미소 지었다.여준우와 진예은의 아버지도 인사를 건네러 다가왔다. 그들과 함께 정연 여왕과 한희운도 다가왔다. 여준우가 말했다.“아직 의식 하나 남았지?”강유이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남은 의식이 또 있어요?”그가 말했다.“베란다에서 하는 세기말 키스가 남았잖니. 너희 아직 그거 못했어.”한희운이 웃으며 말했다.“여준우 경, 어째 가족들보다 경이 더 조급해 하는 것 같습니다.”여준우가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전설 속의 세기말 키스. 우리 모두 한 번도 본 적이 없지 않습니까! 그 장면을 오늘에서야 보게 되었군요.”그의 말에 다른 사람들도 웃음을 터뜨렸다.남우가 의문스러운 듯이 물었다.“세기말 키스가 뭐야?”반재언이 그녀에게 설명해 주었다.“오래전 첫 번째
웨딩카가 지나가야 했기에 궁에서부터 대성당까지 가는 길에 기타 차량은 통행을 금지 시켰다.강유이가 창밖을 바라보았는데 길에는 혼란스러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그들 모두가 이 성대하고 엄청난 장면을 구경하러 몰려든 것이였다.그녀의 곁에 앉아있는 한태군은 네이비 더블 버튼 군복을 입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늠름해 보였다. 어깨에는 성 패트릭 훈장과 로열 빅토리아 훈장 등 여러 훈장이 달려있었다.그가 강유이의 손을 잡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손에서 땀이 나는데?”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나 긴장돼.”그가 그녀의 손을 잡아당기더니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내가 있잖아. 긴장할 것 없어. 마음을 편하게 가져.”강유이의 시선이 그가 입은 제복으로 향했다.“이 옷 오빠한테 너무 잘 어울린다!”한태군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내 신부도 오늘 너무 아름다워.”성당에 도착하자 한태군은 강유이와 떨어지게 되었다. 그는 아버지 한희운과 함께 여준우, 진예은의 아버지 등 황실 성원들 그리고 내각 대신들까지 함께 성당 서쪽 문으로 걸어갔다. 문 앞에 있는 광장에는 이미 수천 명의 초대 관객들이 몰려있었는데 그 장면이 너무나도 웅장했다.여준우가 웃으며 말했다.“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고, 결혼식도 전부 라이브로 방송되겠는데 유이 그 계집애 아마 지금쯤 우리보다 더 긴장하고 있겠죠?”진예은의 아버지가 그를 바라보았다.“하하. 내 눈에는 네가 더 긴장한 것 같은데?”그가 웃으며 말했다.“황실 결혼식은 처음이라서요.”열한 시 반이 되자 정연 여왕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신랑 한태군 일행이 도착할 때까지 대표로 성당에서 각 귀빈들과 인사를 나눴다.남우가 반재언 곁으로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저분이 바로 여왕 폐하셔? 엄청 예쁘시다. 나 실제로 처음 봐.”반재언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나도 처음 뵙는 거야.”“뭐?”남우가 깜짝 놀랐다.“그전에 한 번도 만난 적 없어?”“재신이
”참 형수님은?”소찬이 묻자 반재언이 대답했다.“지금 아버님 모시고 돌아다니고 있어. 나도 이제 가야겠네. 두 사람 편히 쉬고 있어요.”반재언이 자리에서 일어나 자리를 떠났다.소찬이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와이프가 생기더니 변했어!”“하하. 당신은 뭐 재언 씨와 다른 것처럼 말하네요.”조민도 자리에서 일어났다.소찬도 얼른 잔을 놓고 그녀의 뒤를 따랐다.“잠깐만요. 왜 나 버리고 혼자 가요! 같이 가요.”강성연과 지윤이 룸에서 나와 걸어가다 마침 복도에서 반지훈과 희승과 마주쳤다. 희승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오랜만이에요, 사모님.”강성연이 반지훈 앞에 멈춰 서자 반지훈이 그녀의 손을 잡아끌었다.“오랜만에 만났는데 얘기는 잘 했어?”“그럼요. 근데 당신 오후에 아버님과 여씨 가문에 간다고 하지 않았나요?”반지훈이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당신 기다리고 있었지. 가서 밥 먹자.”희승이 지윤의 곁에 나란히 서며 그들을 바라보았다.“회장님 사모님, 그럼 저희들은 먼저 아버님한테 가볼게요.”반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강성연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그녀와 나란히 복도를 걸어갔다. 포근한 햇살이 통유리로 된 창문으로 들어와 바닥에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두 사람의 그림자가 한데 꼭 붙어 좀처럼 떨어질 줄 모르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이틀 후, 드디어 모든 사람들이 기대했던 세기말 황실 결혼식 날이 다가왔다. 식은 아홉 시에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아침 일곱 시부터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궁에 도착해 있었다. 강유이는 커다란 메이크업 룸을 혼자 썼다. 네다섯 명의 탑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그녀를 위해 화장을 해주고 머리를 만져주었다.여덟 시가 되어서야 강유이는 드레스를 입을 수 있었다. 순백의 새하얀 드레스는 과한 보석과 레이스가 아닌 천연 실크 소재로 우아함을 극대화했다. 오프숄더 형 넥 라인으로 간단하지만 파격적인 미를 추가했고 소매는 칠부 정도 되었다.면사포 길이만 16피트 정도 되었는데 변두리가 레이스로 수놓아져 있었다.
그녀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럼 나 결혼식 당일에 이 티아라 쓸래. 그러면 엄마의 디자인을 홍보해 줄 수도 있잖아.”한태군이 등 뒤에서 그녀를 껴안았다.“네가 원하는 대로 다 해도 돼.”…반씨 가문 사람들은 결혼식 이틀 전에 영국에 도착했다. 그들은 한태군이 안배한 호텔에 머물게 되었다. 황실에서는 호텔을 통으로 빌려 결혼식 때문에 일부러 해외에서 온 귀빈들을 위한 장소로 마련했다.구씨 집안사람들과 육씨 집안사람들도 왔고, 남강훈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연예계에서 강유이와 친분을 유지했던 윤수아, 우영, 주계진, 임석진도 초대되었다. 조민과 소찬은 당연히 초청자 명단에 속해 있었다.강성연이 레스토랑에 들어서자 웨이터가 그녀를 룸으로 안내했다. 룸 안에 앉아있는 남자를 발견한 그녀가 활짝 웃으며 다가갔다.“삼촌.”헨리가 천천히 몸을 돌렸다. 못 본 지 몇 년이나 되었지만 그는 아직도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다만 예전보다 살이 많이 빠진 것 같았다.강성연이 다가가 그와 포옹했다.“오셨어요.”헨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예전에 내가 네 결혼식도 참석 못 하고, 또 네 두 아들의 결혼식도 참석 못 했었잖니.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마침 영국에 출장 올 일이 있어서 이렇게 너를 만나러 왔단다.”그녀가 시선을 내려뜨리며 말했다.“와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몸은 좀 어떠세요?”그가 미소 지었다.“많이 괜찮아졌다. 지윤이와 희승이가 돌봐주고 있어서 조금 더 버틸 수 있을 것 같아.”그때 지윤이 문을 열고 룸으로 들어왔다.강성연이 고개를 돌려 지윤을 확인했다. 처음에는 놀라던 그녀가 다음 순간 눈물을 글썽였다.“두 사람도 와줬네요.”지윤이 그녀한테 다가갔다.“유이가 영국에서 결혼식을 올린다는 소식을 듣고 저와 희승 씨도 아버지 따라왔어요. 희승 씨는 지금 반 회장님과 같이 있어요.”헨리가 경호원에게 선물을 갖고 오라고 지시한 후 강성연에게 선물을 건넸다.“리비어가 올 수 없어서 참 안타까워했단다. 이건 걔가 너
한태군의 말에 나머지 사람들도 함께 웃었다.어느덧 밤이 깊어졌다. 온 도시가 화려한 네온사인에 둘러싸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강유이와 한태군은 저녁을 먹은 후 진원으로 돌아갔다.이제 막 샤워를 마친 탓에 강유이의 머리카락은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그러자 한태군이 그녀의 손에서 타월을 가져가더니 대신 머리를 닦아주었다.그녀는 화장대 거울 앞에 앉아 거울 속 남자를 바라보고 미소를 지었다.“태군 오빠, 나 결혼식이 너무 기대가 돼.”“그래?”한태군이 부드러운 그녀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쓸어내리며 말했다.“나 역시 기대돼!”“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성스러운 결혼식장에 들어서다니!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인 것 같아.”그가 소리 내어 웃더니 허리를 숙이며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그거 알아? 난 한평생 내가 꿈꿨던 모든 소원들을 이미 다 이뤘어.”강유이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소원인데?”한태군이 여전히 그의 귓가에서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너를 아내로 맞이하고, 너와 결혼식장에 들어가고, 우리 두 사람의 아이까지 만나게 된 거.”그녀가 멈칫거렸다. 따듯한 조명 아래 그녀의 볼이 붉게 피어올랐다.“설마 처음부터 다 꿍꿍이가 있었던 거야?”그가 대답했다.“어쩌면 네가 내 눈앞에 나타난 순간부터 난 너를 아내로 맞이할 줄 알았던 것 같아.”강유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끌어안았다.“나도 이번 생에는 오빠가 아닌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될 거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한태군이 천천히 고개를 숙이며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그의 따듯한 마음이 뼛속까지 전해지는 것만 같았다.“정말 영광이야.”…이틀 후, 한태군과 강유이는 영국으로 돌아갔고, 황실은 결혼식 준비로 한창이었다. 화제의 결혼식이다 보니 모든 언론이 그들을 주목하고 있었다.패션 계와 주얼리 계의 최상급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작품들이 줄지어 강유이한테 전해졌다. 명품 맞춤 드레스와 결혼식 때 사용할 각종 보석들이 발 디딜 곳 없게 전시된 채 그녀가 고
그러자 민서율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여행 좀 다녀오니까 마음이 많이 차분해졌어요.”안예지가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네가 원하는 일이 다 잘 되길 바랄게.”그는 그저 미소만 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눈 깜짝할 사이에 월말이 되었다. 강유이 일행들의 여행도 어느새 끝이 나고 서울로 돌아오게 되었다.강성연과 반지훈은 정원 밖에 나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곧이어 도착한 아이들이 차례대로 차에서 내렸다. 강유이가 두 사람을 향해 달려갔다.“아빠, 엄마!”그녀가 두 사람을 동시에 끌어안았다.반지훈이 못 말린다는 듯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이렇게 안겨?”강유이가 눈초리를 휘며 대답했다.“엄마 아빠한테 저는 영원한 어린애죠.”강성연이 미소를 지으며 이쪽으로 다가오는 나머지 아이들을 바라보았다.“재밌게 놀았으면 됐어. 이제 안으로 들어가야지. 오늘 저녁은 다 같이 모여 떠들썩하게 밥을 먹을 수 있겠구나.”진예은과 남우는 집안으로 들어간 후 곧바로 위층으로 올라가 아이들을 살폈다. 희망이는 두 남동생과 함께 있었다. 세 아이는 깊은 잠에 빠져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따뜻하게 느껴졌다.아래층에서는 반재신 반재언 형제가 외출을 하고, 한태군이 거실에서 반지훈가 바둑을 두고 있었다.“아버님 이번 판은 제게 양보해 주십시오!”반지훈이 흰색 바둑알을 들고 판을 들여다보다 결심한 듯이 바둑알을 내려놓았다.“쓸데없는 소리 하지말게.”한태군이 웃으며 말했다.“다음번에는 제가 양보해 드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허튼수작 부리지 말거라. 난 네 양보 따위 필요 없다.”주방에서 과일을 깎고 있던 강성연이 거실에 있는 두 사람을 힐끗 바라본 후 다시 커피를 타고 있는 강유이를 바라보았다.“이제 곧 결혼식을 올리겠구나. 엄마가 너를 위해 서프라이즈 선물을 준비했어.”강유이가 멈칫거리더니 강성연을 돌아보았다.“어떤 서프라이즈 선물이요?”“아직은 안 가르쳐 줄 건데?”강유이가 조금
한태군이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두 사람을 여기에서 만날 줄은 몰랐네.”조민이 대답했다.“나랑 소찬 씨는 이곳에 온 지 좀 됐어. 유이가 인스타에 사진을 올려서 알았어. 너희들도 여기 왔다는걸.”강유이가 조민의 팔을 잡아당기며 자리에 앉혔다.“그럼 우리랑 며칠 더 같이 놀아요.”소찬까지 자리에 착석한 후 반재언은 그에게 진예은과 강유이를 소개했다.“여기는 우리 제수씨인 진예은씨고, 이쪽은 내 동생 유이야.”“형 결혼식 때 봤었어.”소찬은 당연히 기억하고 있었다.“형 동생이 내 와이프랑 같은 학교 출신이라면서? 와이프한테서 얘기 들었어.”조민이 그를 보며 말했다.“누구보고 와이프래요?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장담 못 하거든요?!”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약혼까지 다 했는데 다른 남자한테 시집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두 사람의 티격태격한 모습에 다른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유독 강유이만 멍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지금 무슨 소리들 하는 거예요! 약혼이라니. 선배 약혼했어요?”조민이 작게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응, 너한테 말하는 걸 깜빡했어.”“너무해요. 어떻게 그렇게 중요한 일을 나한테 말하지 않을 수 있어요.”강유이가 입을 삐쭉 내밀었다. 그녀는 조민이 약혼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조민이 그녀의 손을 감싸며 말했다.“너한테 서프라이즈를 해주려고 그랬지.”그녀가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돌렸다.“저 이제 선배랑 안 놀거예요.”조민이 울지도 웃지도 못한 채 옆에 앉아있는 한태군을 힐끗 바라보며 말했다.“빨리 네 와이프 좀 달래 봐.”한태군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강유이도 그저 장난으로 그런 말을 했을 뿐이었다. 그녀는 조민의 약혼 소식을 듣고 진심으로 기뻤다.적어도 이제 그녀는 자기만의 행복을 찾았다.…..한편, 서울 병원.민서율은 복도에서 의사와 이야기를 나눈 후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침대 머리에 기대앉아있는 어머니는 많이 초췌해진 상태였다.“어머니, 몸은 좀 어떠
투호 판을 벌인 사장이 말했다.“오천 원에 세 번 던질 수 있어요.”“그렇게나 비싸요? 오천 원에 세 번밖에 던지지 못하다니!”진예은은 어쩐지 손해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투호 판 사장이 고개를 들고 말했다.“저희가 여기서 제일 쌉니다. 다른 집에서는 만 원에 세 번 던지게 하는걸요.”강유이가 진예은을 잡아끌며 말했다.“오천 원에 하자. 사장님도 장사하는 게 어려우실 거 아니야. 우리 재미로 한 번 해보자.”결국 그녀는 사장에게 만 원을 건넸다.“기회는 총 여섯 번입니다.”사장이 화살 여섯 개를 그녀에게 건넸다. 가지런히 놓인 여러 개의 항아리 옆에는 명중했을 때 가질 수 있는 선물이 놓여있었다. 강유이는 그중 팔찌가 갖고 싶었다. 비록 가짜겠지만 디자인이 예뻤다.그녀가 고심 끝에 화살을 던졌다. 하지만 화살은 항아리를 빗나가고 말았다.그 뒤로 연속 두 번 더 던졌으나 모두 다 실패했다.이제 화살은 세 개 밖에 남지 않았다.강유이의 자신 없는 모습을 본 남우가 그녀의 손에서 화살을 가져가며 말했다.“내가 할게요.”그녀가 팔찌 옆에 놓인 항아리로 화살을 던졌고, 화살은 단번에 항아리 안으로 들어갔다.성공이다!흥분한 강유이가 폴짝폴짝 뛰며 말했다.“새언니 정말 대단해요!”“훗. 이 정도쯤이야.”남우가 눈을 찡긋해 보이며 물었다.“또 어떤 게 갖고 싶어요?”강유이가 진예은에게 물었다.“예은아, 어떤 게 마음에 들어?”진예은이 선물을 살피다가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저 머리핀이요. 저게 제일 예쁜 것 같애요.”남우가 다시 머리핀 옆에 있는 항아리를 향해 화살을 던졌다. 그리고 정말로 그 머리핀을 명중했다.강유이가 그녀의 손을 꼭 붙잡고 잔뜩 흥분하며 말했다.“진짜 백발백중이네요. 새언니, 이제는 새언니 마음에 드는 걸로 골라요.”남우가 턱을 쓰담으며 말했다.“그러면 저는…”그녀의 시선에 백옥 청자가 들어왔다.“저걸로 하죠.”그녀가 들고 있던 화살을 슝 던지자 쨍그랑하는 소리와 함께 항아리 안으로 빨려
늦은 밤의 산속은 무척이나 고요했다. 평안한 야영장에는 오직 풀벌레 소리만 잔잔하게 들려왔다.텐트 밖 잔디 위에는 랜트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평온하고도 아늑한 분위기였다.강유이는 몸을 뒤척거리며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때 한태군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며 품에 안았다.“잠이 안 와?”“응.”그녀가 그의 품에 가만히 기댔다.“태군 오빠, 나 화장실 가고 싶은데 무서워서 못 가겠어.”한태군이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그럼 내가 같이 가줄게.”두 사람이 텐트 밖으로 나왔다. 한태군이 손전등을 들고 그녀와 함께 한참을 걸었다. 두 사람은 우거진 숲 앞에 도착했다. 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며 말했다.“여기서 기다리고 있어.”한태군이 고개를 끄덕였다.“무슨 일 있으면 불러.”그녀는 숲 안으로 들어갔지만 무서워서 멀리 가지는 못했다.볼일을 본 후 강유이가 서둘러 달려와 그의 팔짱을 꼈다.“됐어.”한태군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텐트로 돌아가던 중 그녀가 고개를 들고 밤 하늘을 바라보며 손으로 가리켰다.“저게 북두칠성인가?”한태군도 고개를 들었다.“응, 맞아.”강유이가 배시시 웃었다.“역시 산속이니까 별이 엄청 잘 보이는 것 같아.”“두 사람 밤늦게 자지도 않고 별구경 하는 거예요?”남우가 텐트 안에서 나오며 묻자 강유이가 그녀를 바라보았다.“새언니도 아직 안 잤어요?”“네. 아까 귀신 이야기한 것 때문에 무서워 잠을 못 자겠잖아요…!”남우가 생수 한 병을 따서 마셨다.강유이와 한태군이 서로를 마주 보더니 웃음을 터뜨렸다.“새언니 설마 그런 이야기에 무서워해요?”남우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말했다.“여기는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산골짜기라고요! 보통 때와는 다르잖아요.”강유이가 포도 한 송이를 들며 말했다.“걱정 마요. 우리 큰오빠가 새언니를 지켜줄 거예요.”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한태군과 함께 텐트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고개를 돌린 남우는 그제야 두 사람이 들어가 버린 것을 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