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대표님의 아내로 간택당했다: Chapter 1611 - Chapter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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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11화

한참 후에야 한소은의 손가락이 여자 아이의 손목에서 옮겨졌다.그동안 소녀는 울지도 않고 떠들지도 않고 그냥 조용히 한소은을 보고만 있었다.한소은은 침묵을 지키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천천히 일어섰다. 그녀의 괴로움을 보고 고 주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다만 관심을 담아 물었다.“쉴까요?”그러나 한소은이 입을 열기도 전에 옆에 있던 소녀가 겁에 질린 목소리를 냈다.“난 죽는 가요?”“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넌 죽지 않아!”아무 말도 하지 않던 모 선생이 입을 열었다.모 선생은 재빨리 다가와 그녀의 이불을 다시 정리하고 장난감을 다시 그녀의 손에 쥐어주었다.“넌 그냥 아픈 거야, 기침과 열이 좀 있는데 며칠 지나면 괜찮아질 거야.”“근데…… 우리 엄마 죽었잖아요.”소녀는 낮은 소리로 말했다. 목소리가 약간 떨리는 것을 보니 애써 참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도 어린 나이라 벌써 눈물이 핑 돌았다.한소은은 놀라서 고개를 돌려 고 주임을 쳐다보았다. 그러나 항상 온화했던 그도 고개를 돌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어린 소녀의 말은 사실이다.“너의 어머니 병은 너와 달라. 그러니까 말 잘 들어야 해, 약도 잘 먹고, 침도 잘 맞아야 하고, 그러면 곧 낳아질 거야! 어머니 말 잊었어? 용감하게 살기로 약속했잖아.”평소 냉담했던 것과는 달리 모 선생은 온화한 목소리로 말했다.소녀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고 아랫입술을 깨물었다.그 모습이 보기에도 안타까웠다.“너는 죽지 않을 거야, 분명 치료될 거니 안심해!”한소은은 그녀의 머리를 살짝 만지며 부드럽게 말했다.만약 그전엔 단지 주변의 가족과 친구들을 위해서 바이러스 해법을 찾으려고 한다면 지금의 한소은은 어떻게 해서든 이 어려운 문제를 반드시 이겨내겠다고 굳게 결심했다.‘아무리 어려워도 반드시 방법을 찾아야 해. 이런 아이까지 피해를 입게 해서는 안 돼!’방에서 나온 한소은은 기력이 빠진 듯 다리의 힘도 풀렸다.억지로 버티며 이 병동에서 나왔다. 세 사람 모두 침묵한 채 일련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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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12화

생각만 해도 이가 근질근질하고 그 사람들을 모두 죽여버리고 싶은 심정이다.“그건 특수 케이스예요.”아련한 한숨과 함께 고 주 임 마음도 아주 무거웠다.이런 나약한 어린 생명에 대면하고 그 누구도 슬프지 않을 수가 없었다.“왜 특수 케이스인데요? 안에는 60~70대 노인들도 있는데 그 소녀의 어머니는 기껏해야 30대? 근데 왜 죽었죠?”한소은은 지금 자신이 통제 불능 상태인 것을 잘 알고 있다.하지만 소녀의 어머니가 죽었다는 사실에 가슴이 너무 아팠고 목이 쥐어진 듯 숨을 쉴 수가 없었다.“그 환자분 원래 암이었어요.”옆에 있던 모 선생이 담담하게 말했다.한소은은 고개를 돌려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그를 바라보았다. “폐암 말기인데 바이러스까지 감염되어 몸이 더 허약해진 거예요. 그래서 병세가 빨리 악화되고 이틀을 못 버티고 돌아가셨어요.”고 주임은 가벼운 한숨을 내쉬었다.“이 아이는 어머니와 함께 있었기 때문에 감염되기는 했지만 증상은 가벼운 편이라 단순한 감기와 발열로 보여 아직 치료 중이예요.”“항체가 빨리 개발된다면 그녀에게든 여기 있는 모든 환자들, 심지어 바깥에 있는 건강한 사람들까지도 구원할 수 있어요.”한소은을 바라보며 고 주임은 조용히 말했다.“이게 바로 우리 부서가 해야 할 일이예요.”그렇다. 그게 진짜 의미이다! 그녀가 이전에 저쪽 실험실에서 몇 번이고 멈추려고 했던 이유는 목표성이 틀렸다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한소은은 이 실험의 진정한 의미를 찾을 수 없었다. 한의학이든 서양의학이든 그것을 배우는 목적은 가능한 한 사람을 치료하고 인류를 행복하게 하는 것이지 세상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다.“알겠습니다!”한소은이 고개를 끄덕였다.“여기 한약을 달이는 기구가 준비되어 있는 가요? 없으면…….”“있어요!”그녀의 말을 끊고 고 주임이 말했다.“모 선생, 소은 씨를 한의과로 데려가주세요.”원래 없다고 하면 자기가 가져갔다고 말하려 했는데 여기 물건이 꽤 있는 것 같으니 한소은도 따로 수고할 필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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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13화

임상언이 돌아왔을 때 마침 복도에서 떠나려던 주효영을 만났다.지난번 이후로 매번 그를 보았을 때 주효영 눈에는 모두 약간의 노여움을 띠고 있었다.두 사람이 스쳐 지나갈 때 주효영은 갑자기 손을 뻗어 그를 막았다.“사장님께서 한소은을 찾아라고 하지 않았나요?”걸음을 멈추고 임상언은 뒷덜미를 문지르며 냉소했다.“사장님한테 가서 물어보시죠.”“내가 당신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를 거 같아요, 한소은을 찾는다고 나를 대신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 실험실에서 나는 대체 불가능해요!”그녀는 턱을 치켜들고 자랑스러운 얼굴로 말했다.공부에서 일에 이르기까지 어느 분야에서든 그녀는 최고이고 자랑거리였다. 그래서 마음속으로도 한소은을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었다.‘그냥 조금 인기 있는 조향사일 뿐이잖아. 한의약을 알고 원 어르신 옆에서 배웠다고 하여 뭐 어쩔 건데, 난 바이러스 연구팀에 있어.’오늘날 바이러스가 전 세계에 마구 퍼지는 것을 보면서 그녀는 왠지 모를 성취감을 느꼈다.언젠가 그녀는 세상에 이름을 알리고 그녀의 이름만 들어도 두려울 정도로 유명해질 것이다.“자신만만해 보이는데 뭐가 두려워요?”그녀를 곁눈질하며 임상언은 비웃음을 감추지 않았다.“당신…….”속마음이 들킨 주효영은 갑자기 안색이 변했다.“난 두렵지 않죠, 근데 당신은 잘 모르겠네요, 한소은을 찾아와야 하는데 걔 성격으로 순순히 돌아오겠어요? 기어이 떠나겠다고 제 발로 나간 사람을 어떻게 잡아요? 가능할 거 같아요?”임상언이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지금 한 말 사장님도 들었어야 하는데.”“사장님을 가지고 날 놀릴 필요 없어요. 나도 사장님도 다 같은 배 탄 사람이니까 내 충성은 말할 것도 없고, 근데 당신이라면…… 얘기가 다르죠!”임상언을 위아래로 한 번 훑어보고 나서 주효영은 갑자기 웃음을 지었다.“아드님, 요즘 잘 지내고 있나요?”“그건 당신이 걱정할 일은 아니예요!”임상언 눈빛이 갑자기 차가워지더니 비웃으며 말했다.“듣기로 부모님 사업이 요즘 잘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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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14화

“한소은이 약에 얼마나 민감한지 너 잘 알잖아, 그런데도 걔 차에 약을 타, 그건 걔한테 알려 차를 바꾸게 한 거랑 뭐가 달라, 너 정말 일부러 놓친 거 아니야?”그는 느릿느릿 몇 걸음 걸으며 걸상에 올라 그 위에 서서 임상언의 눈을 내려다보았다.“난 그냥 내 약이 걔한테 들키지 않을 거라 생각했어.”임상언은 침착한 기색으로 담담하게 그를 바라보면서도 조금도 당황하지 않았다.남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가면 뒤의 눈은 매우 음산하고 무시무시해 보였다. 그는 임상언을 잠시 노려보다가 갑자기 웃기 시작했다.“왜 상자에 뭐가 들어있는지 궁금하지도 않아? 내가 너를 위해 준비한 건데!”그의 말을 듣고 임상언의 마음속에는 갑자기 안 좋은 예감이 떠올랐다.상자를 들어 벌컥 열었는데, 안에는 작은 손가락이 있었다.핏자국은 말라버렸지만 모양과 크기로 보아 성인이 아님을 알 수 있다.머리 속에 폭탄이 던져진 것 같았고, 그 폭탄은 ‘쾅’하고 터졌다!임상언은 순간 그의 멱살을 움켜잡고 그를 번쩍 들어올렸다.“내가 건드리지 말라고 했지!”그는 울부짖으며 두 눈을 붉혔다. 이 사람을 찢어놓고 싶은 심정이다.짐승처럼 격노하는 임상언에게 남자는 겁먹지 않고 더욱 날뛰며 웃었다. 마치 임상언에 허공에 잡혀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있는 사람이 그가 아닌 것처럼 말이다.“왜 무서워? 겁먹었구나! 내가 경고했지, 날 거역하지 말라고, 그런데 내 앞에서 그런 수작과 잔꾀를 부려? 너의 그 독선적인 행동들 마지막에는 다 너의 아들에게 주어질 거야! 하하하하…….”“네가 감히 내 아들을 건드리면 내가 죽더라도 널 지옥으로 끌어드릴 거야!”임상언은 그를 높이 쳐들었고 눈빛은 점점 험악해졌다.남자는 힘들게 숨을 쉬며 힘겹게 말했다.“잘 봐, 그게 네 아들 거야?”임상은 멍한 표정으로 무의식적으로 그 상자를 보았다.작은 손가락은 확실이 성인 거는 아니다. 하지만 자세히 보니 임남의 것도 아니었다.임남의 손가락은 가늘고 피부색도 그렇게 희지 않았다.임남의 손가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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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15화

한소은은 이미 이틀 동안 눈을 붙이지 못했다.그녀는 눈앞의 약즙을 지켜보며 안에서 약간의 샘플을 꺼내 흰 생쥐 한 마리에게 조심스럽게 먹였다. 흰 생쥐가 약즙을 다 들이키는 것을 보고 나서야 그녀는 빨대를 내려놓고 쥐를 다시 관찰 상자에 넣었다. 그리고 허리를 굽혀 자세히 보았다.옆에서 줄곧 침묵하고 있던 모 선생은 궁금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정말 쥐가 먹은 게 소용 있을 가요?”한소은이 고개를 저었다.“아직 확실하지 않아요.”“확실하지 않으니 실험을 해야하는 게 아닐까요? 확신도 할 수 없는 약을 사람 몸에는 쓸 수 없으니까요.”한소은은 일어나 그를 한 번 보고 돌아서서 다른 생쥐들에게 먹이를 주었다.한소은은 며칠 동안 이 바이러스에 대해 알아보았다. 그러나 워낙 교활하여 맥박의 기복, 사람들의 나이와 체질에 따라 다른 변화가 생기기 때문에 더 신중하고 더 정확하게 하기 위해 그녀는 모든 사람의 바이러스 샘플을 추출하여 실험용 쥐에 넣었다.마찬가지로 생쥐도 서로 다른 레벨을 택했고 상대적으로 정확성을 높였다.그리고 상황에 따라 약성도 다르게 조정하였다. 한소은은 가능한 한 빨리 대응하는 해독제를 개발하여 이 역병을 빨리 사라지게 하고 싶었다!“솔직히 저는 이 실험에 대해 크게 기대하지 않아요.”그녀가 실험에 몰두하고 있는 것을 보고 모 선생은 책상에 몸을 기대며 담담하게 한마디 했다.“네.”한소은도 그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대답만 했다.“한약은 약 효과가 있다고 해도 너무 느려요. 빨리 변하는 바이러스라 약 효과가 나기도 전에 또 돌변할 가능성도 있고, 바로 말씀드린다면 약효가 바이러스 변이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뜻이예요.”모 선생은 사실 한소은을 적대하거나 그러지는 않았다. 단순히 믿음이 가지 않은 것이다.너무 어리기 때문이다!대단하고 유명한 한의사를 본 적이 없는 것도 아니고, 나이도 많고 경험도 많은 한의사는 많았다. 말하자면 모두 경험으로 쌓은 실력이다.이것은 서양 의학과는 달리 기기와 데이터가 없었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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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16화

모 선생은 더 의문스러웠다.솔직히 잘 알아듣지 못했다.“그 뜻은…… 그대로 방치하고 변이하게 놔둔다는 말씀인 가요?”모 선생이 고민하다 물었다.한소은이 고개를 흔들었다.“제 말은 우리 한약의 역할은 인체가 침해당한 오장육부를 조절하고 자신의 면역 기능을 동원하여 기를 보양하고 공격을 방어하는 뜻이예요. 모든 사람의 몸은 스스로에 대해 보호의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보통 감기는 약을 먹지 않아도 며칠 지나면 나아요. 그게 인체의 자기 보호와 방어이고요.”“하지만 이 바이러스는 이 방어기제를 파괴했고, 제가 지금 연구하고 있는 약의 역할은 사람의 방어기제를 복구해 신체가 능동적으로 대항하고 박멸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겁니다.”한소은 진지한 설명에 모 선생도 멍하니 듣기만 하였다.몇 초가 지난 후, 그는 입술이 움직였다.“그게 가능해요?”그가 듣기에 이것은 그야말로 헛소리 같았다!‘인체 방어 메커니즘이 복구되고 스스로 대항할 수 있으면 의사가 왜 필요해?’‘약물 개발, 그거 표적 바이러스를 공격하기 위한 거 아닌가?’‘역시 한의사는 믿음직스럽지 못하다니! 말도 안 되는 소리만 하고!’그는 여기에 머무르는 것조차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고 일어섰다.“저 일단 다른 부서로 가볼게요, 일 보시면 필요한 거 있으면 호출하세요.”“네.”한소은은 그의 경멸을 이해했고 따로 해석하지도 않았다.설명이 필요한 게 아니다. 아는 사람은 자연히 알고 믿지 않는 사람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니 설명해도 의미가 없다.관찰 데이터를 기록한 후 그녀는 실험실에서 나와 일련의 소독을 마치고 일반 작업실로 돌아갔다. 그리고 고 주임을 보았다.“소은 씨, 밤새운지 며칠 재예요?”“얼마 안 됐어요.”눈을 비비며 그녀는 걷잡을 수 없이 하품을 했다.“얼마 안 됐다니! 지금 눈에 붉은기가 가득한데.”고 주임은 정색하고 엄숙하게 말했다.“이러면 안 돼요! 임무가 급하긴 하지만 사람도 쉬어야 하니까, 이러다가 약은커녕 소은 씨가 먼저 쓰러질 수도 있어요!”“알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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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17화

‘이해는 한다만…… 서진 씨는 어떻하지?’거기에 돌봐주는 사람도 있고 경씨도, 의료진도 있지만 그래도 바이러스니까 밖에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도 모르고 하여 걱정이 되었다.다행히 핸드폰은 여전히 사용 가능하니까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이 상황에서 명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알겠습니다. 여기에 남을 게요.”고 주임이 한숨을 내쉬었다.“소은 씨, 그리고 모두에게 어려운 일이라는 걸 잘 알고 있어요. 그런데 지금 상황이 이러니 이해해주었으면 해요. 나도 여기에 같이 남을 거예요.”한소은은 고개를 끄덕이며 막 떠나려던 참에 다시 몸을 돌렸다.“혹시 잠복기는 어느 정도되나요?”“현재로선 7일 정도인데, 아시잖아요, 우리 데이터 부족한 거, 국내 케이스도 제한되어 있어 7일 이상인 거는 장담할 수 없어요.”그 말은 적어도 7일 동안은 이곳을 떠날 수 없다는 얘기다.한소은은 그녀를 위해 마련해 준 휴게실로 돌아왔다. 크지는 않지만 정말 고 주임이 말씀하신 것처럼 물건은 준비되어 있고 안에 샤워 가능한 작은 화장실도 있어 그래도 비교적 좋은 편이다.한소은은 손으로 허리를 짚고 앉았다. 뒷허리가 뻐근한 것 같았다. 이때 비로소 피곤함을 느꼈다. 아마도 긴장감이 풀려서 그런지 좀 졸리기도 하였다.원래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어 김서진에게 상황을 물어보려고 했는데 번호가 뜨기도 전에 위아래 눈꺼풀이 달라붙어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잠이 들었다.얼마나 오래 잤는지 모르겠지만, 손의 진동이 그녀를 깨웠고 갑자기 놀라 눈을 떴을 때 그녀의 뇌는 이미 다운된 상태였다.몇 초가 지나서야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반응을 하고 핸드폰을 보았다. 진가연의 전화였다.그녀는 약간 부풀어 오른 관자놀이를 문지르고 몸을 일으켜 전화를 눌렀다.“여보세요?”“언니, 요즘 집에 안 갔어요?”진가연이 직설적으로 물었다.“응, 밖에 좀 볼일 있어서 요즘 돌아갈 수 없을 거 같아.”“그럼…….”머뭇거리다가 진가연은 말을 잇지 못하고 약간 망설였다. 한소은이 생각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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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18화

진가연은 지금 마음이 매우 혼란스러웠다. 아버지가 왜 다른 사람처럼 변했는지 모르지만 아버지의 변화는 사촌 언니와 관련이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지금 들어보니 단순히 변화 것만 아닌 것 같았다.녀는 갈 곳도 없고 털어놓을 사람도 없으니 한소은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한소은은 미간을 찌푸렸다.진가연이 처음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 당시 그녀의 모든 마음은 김서진한테 있었고 깊이 생각하지는 않았다. “지금 어느 위치야?”“저…….”진가연이 주위를 둘러본 뒤 말했다.“오동거리 도로변에 있는 밀크티 가게 앞에 있어요. 언니 나 정말 어디에 가야 할지 모르겠어요. 만약 다시 집에 돌아간다면 아버지가 또 날 가둬놓을 거예요. 나…….”“움직이지 말고 거기에서 기다려, 내가 사람 보낼 게.”한소은이 조용히 말했다.“걱정마, 일단 자리부터 잡고 천천히 얘기하자.”“네!”진가연이 얌전히 대답했다.“고마워요…….”뒤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한소은은 이미 전화를 끊었다.그녀는 이런 인사치레의 고마움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여자 혼자서 한밤중에 밖에서 이러고 있는 것은 정말 위험한 일이다. 그녀도 지금 밖에 나갈 수 없다. 그런데 그대로 진가연을 내버려둘 수도 없었다.전화를 걸어 부하들에게 차를 보내 진가연을 데려오라고 분부하고 진가연을 자신의 명의로 된 아파트로 보내라고 지시했다.호텔은 진정기가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런데 자기 집도 그렇게 마땅한 곳은 아니다. 이 모든 것이 준비되고 나서야 그녀는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한숨을 쉬었다.정말 너무 힘들다.에너지 소모가 많아 한소은은 흐리멍덩하게 또 잠이 들었다.잠이 든 후, 그녀는 아주 긴 꿈을 꾸었다. 한소은은 이 기지에서 떠나는 꿈을 꾸었다. 집에 돌아와 보니 진가연이 막 진정기에게 잡혀가고 있었다. 꿈속이라 진정기 얼굴이 흐릿하게 보였지만 표정은 흉악했다. 그리고 한창 다투고 있을 때 김서진도 돌아왔다.김서진은 건강을 회복한 것처럼 보였다. 한소은이 기뻐서 어쩔 줄 몰라하며 마중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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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19화

한소은은 물을 한 잔 가득 붓고 단숨에 반쯤 들이켜고 나서야 조금 진정되었다.한소은은 심호흡을 했다. 꿈속의 장면은 아직도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이 바이러스가 사람을 괴물로 만들지는 않더라도 모든 사람의 머리에 드리워진 그림자가 될 수 있다. 그쪽 정부에서도 남아시아의 현재 상황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전염 현상이 매우 심각하고 전염을 확대하지 않기 위해 각 지역을 봉쇄하고 있지만 여전히 전염 현상이 계속 나타나고 있었다.심지어 때로는 왜 그런지 알 수 없이 퍼지기도 하였다.국내는 지금 일찍 발견했고 통제도 일찍 했지만 상황이 또 어떻게 변할지는 누구도 모른다. ‘계속하면 더 강해질 수 있지 않을까, 이 바이러스는 사람마다 반응이 달라서 정말 다루기 힘들어.’한소은은 또 관자놀이를 문질렀다. 도저히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아직도 병고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무거웠다.옷을 다시 입고 휴게실을 나선 그녀는 그 환자가 사는 구역에 이르렀다.여전히 그 칸막이고 답답하게 느껴지는 작은 방이다. 한소은은 들어가지 않고 문 밖에 서서 잠시 바라보았다.어린 여자 아이는 잠들지 않았다. 침대 위에 앉아 두 손으로 바비 인형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모 선생의 말로 그 인형은 그녀의 엄마가 그녀에게 남겨준 것이라고 하였다.지금 그녀의 작은 얼굴에는 즐거운 웃음이 가득했다. 구부러진 눈매도 보기에 매우 예쁘고 사랑스러웠다.밖에서 보고 있는 한소은도 참지 못하고 입꼬리를 굽혀 그녀의 웃음과 함께 웃음을 터뜨렸다.갑자기 어린 소녀가 고개를 들었다. 문 밖에 서 있는 한소은을 보고 어리둥절해하다가 입을 벌리고 크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그녀의 이런 모습을 본 한소은도 손을 흔들며 응했고 이어서 문을 밀고 들어갔다.“언니…….”“아줌마야.”한소은이 그녀의 호칭을 바로잡았다.“예쁘잖아요, 그럼 언니예요, 아줌마가 아니고.”소녀는 입도 달콤하고 웃음도 더 달콤했다. 한소은은 마음속까지 달았다.하지만 다음 순간, 소녀는 얼굴을 찡그리며 기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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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0화

간단하지만 소희에게는 너무 어려운 문제이다.“난 엄마 밖에 없어요.”작고 가벼운 목소리가 한소은의 가슴을 쥐어뜯었다.하소은은 심호흡 하며 최대한 자연스럽게 웃으려고 노력했다. “왜 엄마밖에 없어, 언니도 있잖아, 그리고 삼촌이랑 이모도 있고, 여기 의사 선생과 간호사 언니도 소희를 많이 좋아하고 아끼고 있어.”이 말을 듣고 소녀의 미소는 마침내 다시 돌아왔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이때 코에서 붉은 액체가 흘러나와 천천히 콧구멍에서 입술로 미끄러졌다. 한소은은 깜짝 놀라 무의식적으로 옆에서 휴지를 꺼내 닦았다. 소녀는 불편한 반응을 보이지 않은 채 멍하니 눈을 크게 뜨고 그녀의 움직임을 지켜보았다.“소희야, 너 코피 흘렸어!”한소은은 한 손으로는 어린 소녀의 이마를 누르고 다른 한 손으로는 휴지로 코피를 닦았다.그러나 그 피는 곧 휴지로 스며들었고 그녀는 다시 새 종이를 잡아당기고 다시 막았다. 그렇게 몇 번 반복했다.한소은은 비상벨을 눌렀고 그 소리에 곧 사람이 들어왔다. 들어온 사람들도 이 상황에 놀라며 급히 기구, 소독솜, 거즈를 챙겨왔다.가까스로 피를 멈추었지만 소녀는 혼수상태에 빠졌다.지금 상황으로 한소은이 도와줄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이미 소희의 맥을 봤고, 맥은 매우 불안정하고 허부하다는 것을 알았다. 이건 기허혈손의 증상이다. 그녀는 두 걸음 뒤로 물러섰다. 의사들의 지금 최신 의료 기기로 그녀의 몸상태를 확인하고 있었다.호흡이 한결 진정되고 나서야 한소은은 몇 걸음 물러서서 방을 나갔다. 이마에는 땀투성이고 이마의 땀으로 머리카락까지 젖었다.가슴이 마치 큰 바위가 눌린 듯 숨이 막혔다.아직 어린 아이인데 미친 바이러스의 고통을 겪어야 하니 정말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그 누구도 이 바이러스의 공격에서 피할 수 없다.조금 더 속도를 내지 않으면 다른 사람도 그렇고, 소희가 먼저 버틸 수 없게 될 지도 모른다.애가 어리지만 철도 들고 또…… 불쌍하기도 하였다. 한소은은 그 아이가 자기 눈앞에서 그렇게 다시 고통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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