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정왕의 왕비로 환생하다의 모든 챕터: 챕터 901 - 챕터 910

3111 챕터

제901화

낙청연은 돌연 매서운 어투로 말했고 태후의 안색은 순식간에 창백해졌다.부진환의 입가에 티 나지 않게 미소가 걸렸다. 낙청연은 또 한 번 태후를 함정에 빠뜨렸다.낙청연은 아마 오래전부터 태상황의 건강 상태를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일부러 실패한 척하며 태후가 자신만만한 태도로 이 태의를 위해 장담하게 만든 것이다.그리고 현재,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태후는 도저히 빠져나갈 구멍이 없었고 설명할 방법도 없었다.바로 그때 밖에서 두텁고 위엄 있는 목소리가 들려왔다.“겨우 섭정왕비 따위가 감히 태후 마마께 이런 태도를 보인단 말이오?”고개를 돌려보니 다름 아닌 엄 태사, 엄태후의 오라버니였다.낙청연은 엄 태사를 여러 차례 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 엄 태사는 엄숙한 표정을 짓고 있었고 말수도 적었다.부진환은 느긋하게 입을 열었다.“엄 태사, 그렇게 다급히 낙청연을 탓할 필요는 없소. 낙청연은 태상황을 치료해 공을 세웠고 지금은 합리적인 이유로 이 태의와 태후 마마를 의심하는 것이니 잘못한 것은 없소.”“결과적으로는 태상황의 건강을 너무 염려한 탓이지.”“그렇지 않소? 엄 태사.”그의 마지막 한 마디에는 쉽게 알아차릴 수 없는 살기와 함께 엄청난 압박감이 느껴졌다.엄 태사는 문득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그는 엄숙한 표정으로 부진환을 보았다.“이 태의가 오진한 것은 죽어 마땅한 일이오. 하지만 태후 마마도 태상황의 병세가 걱정되어 실수를 범한 것이니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지.”이러한 상황에서는 이 태의를 지킬 수 없다고 판단한 엄 태사는 결국 최선을 다해 태후의 혐의를 씻어 그녀를 지키려 했다.태후는 안색이 창백하고 얼굴도 초췌하며 넋이 반쯤 나간 듯 보였다. 그녀는 엄 태사의 말에 맞장구를 치며 허약한 모습으로 말했다.“그래. 내가 당황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낙청연이 믿음직스럽지 않아 이 태의의 말을 들은 것도 사실이지.”이 태의는 절망이 깃든 얼굴로 눈을 동그랗게 뜨고 태후를 바라보았다.바로 그때 한 대신이 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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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2화

그 말에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대경실색했다.“무슨 말입니까?”“그런 말은 함부로 하면 아니 됩니다!”뭇 신하들은 깜짝 놀랐다.부진환 역시 놀랐다. 그는 미간을 구기며 그윽한 눈빛으로 낙청연을 바라보았다.태후와 엄 태사는 눈빛을 주고받았다. 그들의 눈빛에서는 긴장감이 엿보였다.그동안 아무도 모르던 비밀을 낙청연이 처음 입밖에 내뱉은 것이다.그러니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낙청연, 태상황을 해치는 것이 얼마나 큰 죄인지 아느냐? 그런데 아무런 증거도 없이 태상황께서 간악한 인간에게 해를 입었다고 하는 것이냐?”“증거가 없다면 넌 헛소리로 사람들의 마음을 어지럽힌 죄로 참수당해야 한다!”태후는 날 선 어조로 말했다.태후의 모습을 보니 증거가 없다고 확신하는 것 같았다.그들이 한 모든 일의 증거를 찾지 못할 것이라고 말이다.그러나 이 침전 자체가 증거였다.바로 이때 부진환이 다가와 낙청연의 손을 잡았다.“확실한 증거가 없다면 포기하거라.”부진환은 심각한 표정으로 그녀를 보았다. 그의 그윽한 눈빛에는 걱정이 가득했다.부진환은 그녀를 마주 보며 입 모양으로 말했다.“이궁의난.”그러고는 고개를 살짝 저어 보였다.부진환은 그녀에게 풍수 같은 것을 증거로 할 수 없다는 점을 일깨워주고 있었다.이궁의난이 있었으니 그녀가 이 모든 것을 까발린다면 엄씨 가문에 약점을 잡힐 것이다. 낙청연이 헛소리로 사람들의 마음을 어지럽히고 사술을 알고 있다고 말이다.그렇게 되면 그녀가 진짜 태상황을 구한다고 해도 자기 목숨을 지키지 못하게 된다.과거 부진환도 힘겹게 살아남았다. 심지어 엄씨 가문은 여러 차례 요사스러운 술법으로 궁정을 어지럽히고 그를 위험에 빠뜨리려 했다.그들은 이 방면에 아주 뛰어났고 항상 이러한 술수로 부진환을 죽이려 했다.엄 태사는 코웃음을 쳤다.“아무런 증거도 없으면서 헛소리를 한 것이오? 섭정왕비는 간이 배 밖으로 나왔나 보지!”차가운 목소리로 비아냥거리던 엄 태사가 말했다.“당장 태의원의 태의를 데려오거라!”부진환은 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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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3화

그 말에 진 태위는 깜짝 놀랐다.“그러니까 이 꽃향기들이 태상황을 자극했다는 말이군요! 제가 기억하기론 태상황께서는 향기에 아주 민감합니다!”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였다.“그것은 이유 중 하나입니다.”“더욱 중요한 건 이 지독한 향기들이 사실은 이곳에 심어진 독성이 있는 꽃을 숨기기 위해서입니다!”그 말에 사람들은 전부 경악했다.낙청연은 허리를 숙이더니 화원에서 무언가를 찾았다. 곧이어 그녀는 무언가를 힘껏 뿌리째 뽑았다.줄기는 검은색 가시가 가득 뒤덮여 있고 꽃은 아주 화려했다. 다른 꽃에 비해 조금 작았지만 화원 안에 있으니 다른 점을 찾기가 아주 어려웠다.“이것은 명왕익(冥王翼)이라고 불리는 독이 있는 꽃입니다. 피처럼 빨갛고 꽃잎이 아주 아름다우며 향기가 짙지만 독이 있습니다. 처음 맡을 때는 중독되지 않지만 오랫동안 흡입하다 보면 독소가 깊숙이 침투합니다.”그것은 여국의 꽃이며 독왕(毒王)이 키워낸 것으로 쉽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천궐국에 숨어있는 사람은 여국 황실에서 보낸 사람일 것이다.평범한 사람이라면 이것의 씨를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사람들은 깜짝 놀랐다.엄 태사는 그것을 보더니 미간을 구기며 코웃음을 쳤다.“우습군! 보통 꽃처럼 보일 텐데 이곳에 있는 다른 꽃들과 무엇이 다르단 말이오?”낙청연은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엄 태사에게 꽃을 건넸다. “별다른 점이 없다고 생각한다면 이 꽃향기를 힘껏 맡아보시겠습니까?”엄 태사의 안색이 삽시에 변했다.그는 그 자리에 얼어붙어 서 있었다.낙청연은 정상적인 꽃 한 송이를 꺾어 엄 태사에게 시범을 보여줬다. 그녀는 꽃을 얼굴에 가까이 가져다 대더니 코끝으로 화심(花心) 부분을 힘껏 들이켰다.“이렇게 말입니다.”사람들이 엄 태사에게 시선을 던졌다.이 정도 요구라면 어려운 것 없을 것이다.하지만 엄 태사는 주저했다.그는 흐려진 안색으로 말했다.“또 무슨 짓을 꾸미려 하는지 모르겠군. 난 당연히 협조하지 않을 것이오.”낙청연은 가볍게 웃음을 터뜨리며 입꼬리를 끌어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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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4화

태후와 엄 태사는 안색이 창백하고 표정이 경직됐다.그들은 할 말이 없었다.부진환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낙청연의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것이 증명되었군. 누군가 부황을 해치려 했고 궁 안의 사람이라면 전부 혐의가 있소. 부황과 사이가 가까운 사람도 마찬가지지.”“그러니 부황을 치료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낙청연뿐이오!”“태후 마마께서도 동의하시지요?”태후는 안색이 좋지 않았다. 태상황과 사이가 가까운 사람이라면 그녀가 아닌가!태후는 싸늘한 눈빛으로 낙청연을 힐끗 쳐다보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대꾸했다.“낙청연이 독이 있는 꽃을 찾았으니 태상황의 독 또한 해독할 수 있겠지.”“그렇다면 이 중임을 오늘부로 낙청연에게 맡기겠다. 만약 해독할 줄 몰라 무의미하게 시간을 끌게 된다면 절대 용서치 않을 것이다!”그 독은 오직 극소수의 여국 사람만이 해독할 수 있었다.그래서 태후는 낙청연이 해독할 수 없을 것이라 짐작했다.낙청연이 독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그녀에게 죄를 물을 속셈이었다.방으로 돌아간 뒤 태후는 사람을 시켜 태상황을 다른 방으로 옮길 생각이었지만 낙청연이 그녀를 저지했다.“지금 태상황의 거처를 옮기는 건 적절치 않습니다.”태후는 그녀를 노려보며 지붕을 가리켰다.“네가 한 짓을 보거라. 저렇게 큰 구멍이 뚫렸는데 여기서 어떻게 지낸다는 말이냐?”낙청연은 덤덤히 대꾸했다.“태상황께서는 신선한 공기를 마셔야 합니다.”부경한이 곧바로 입을 열었다.“모후, 낙청연에게 방법이 있으니 그녀의 말대로 하시지요.”태후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낙청연은 싱긋 웃더니 도발적인 눈빛으로 태후를 바라보았다.“태상황의 병을 치료해야 하니 관계없으신 분들은 이만 나가시지요.”“관계가 없다고? 내가 관계없는 사람이라 했느냐?”태후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낙청연은 덤덤히 대꾸했다.“태후 마마께서도 그리 생각하시는 것 같은데 제가 더 확실히 말해야 합니까?”“참으로 건방지구나!”태후가 호통을 치자 대신들은 찍소리도 하지 못했다. 오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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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5화

엄씨 가문의 세력을 생각하자 갑자기 그 문제가 떠올랐다.만족과 엄씨 가문은 필시 관련이 있었고 어쩌면 협력하는 사이일지도 모른다.만족 사람은 늑대 뼈를 선물로 바쳐 태상황을 해치려 했고 엄씨 가문은 그들을 위해 진천리를 없애버리려 한 것일까?추측에 불과하지만 반드시 미리 방지해야 했다.부진환도 미간을 좁혔다.“내가 돌아가서 사람을 보내 진천리 쪽의 소식을 알아보마.”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였다.부진환이 떠난 뒤 낙청연은 계속해 태상황에게 침을 놓았다.우선 처방을 내려 태상황의 목을 치료할 생각이었다.물론 그것은 태상황이 말을 할 수 없는 주요 원인이 아니지만 약을 달이는 일을 남에게 맡길 수는 없었다.그래서 낙청연은 직접 태의원에 가서 약재를 가져올 셈이었다.그러나 그녀가 도착하자 태의원은 마치 큰 적을 앞둔 사람처럼 다들 그녀를 아니꼬운 눈빛으로 보았다.낙청연은 곧장 안으로 들어가 약재를 받을 셈이었다. 한 의관(醫官)에게 물으려는데 상대는 재빨리 고개를 숙이더니 황급히 도망쳤다.어떻게 된 일일까?낙청연은 곧장 약방 안으로 들어갔지만 태의원의 약방은 너무 커 약재를 찾기 너무 어려웠다.한 젊은 태의는 그녀가 안으로 들어오자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약재를 받으러 온 것이오? 아니면...”“약재를 받으러 왔소. 혹시...”“쓸데없이 참견하지 말거라.”갑자기 낮은 목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눈앞의 젊은 태의가 끌려갔다.쌀쌀맞은 태의 몇 명이 낙청연의 앞을 가로막았다.“당신은 태의원 사람이 아니고 태의원이 사람이 당신을 이곳으로 데려온 것도 아니니 이곳에 들어올 수 없소.”“나가시오!”그들은 험상궂은 얼굴로 축객령을 내렸고 낙청연은 미간을 구겼다.설마 태의원이 이 태의의 일을 알게 된 것일까?아니면 누군가 그들에게 명령을 내린 것일까?“난 태상황에게 쓸 약재를 가지러 왔소!”사람들은 그 말에 경악하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대꾸했다.“태상황께서 쓸 약재는 우리 3품 태의가 이끌거나 폐하 또는 태후 마마께서 친히 명령을 내리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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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6화

“자고로 의원이란 사람을 구하고 세상을 구제하는 청렴하고 바른 일인데 이곳 태의원의 태의들이 이렇게 역겨운 줄은 몰랐군!”낙청연이 손에 힘을 주자 상대는 아픔에 비명을 질렀다.“놓으시오!”“감히 태의를 공격하는 것이오?”태의들이 우르르 몰려들려고 하자 낙청연은 매서운 눈빛으로 곧바로 손을 썼다.쿵-약방의 문이 벌컥 열리면서 태의 몇 명이 밖으로 나뒹굴며 앓는 소리를 냈다.사람들은 깜짝 놀라 멍한 얼굴로 천천히 약방에서 나가는 여인을 바라보았다.그들은 겁을 먹어 감히 가까이 다가가지 못했다.싸늘한 눈빛을 한 낙청연은 바닥에 쓰러진 사람들을 보며 경멸에 차서 말했다.“이렇게 역겨운 곳의 약재는 나도 쓰고 싶지 않소!”말을 마친 뒤 낙청연은 걸음을 옮겼다.바로 그때 낙청연의 맞은편에서 나이 지긋한 태의가 걸어왔다. 그는 한 태의의 부축을 받으며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나이가 많은 그는 머리가 하얗게 셌고 얼굴에 주름이 가득했지만 여전히 기세가 넘쳤다.그가 오자 사람들은 그를 향해 일제히 예를 갖췄다.“장원(掌院).”태의원에서 덕망과 지위가 높은 사람인 듯했다.“섭정왕비는 참으로 건방지군! 어린 나이에 의술 좀 할 줄 안다고 이렇게 안하무인이라니! 게다가 태의원에서 태의를 공격한 것이오?”“섭정왕이라는 뒷배가 있다고 해서 제멋대로 굴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오?”낙청연은 눈썹을 치켜올렸다. 그들은 역시나 그녀의 신분과 그녀가 오늘 뭘 했는지를 알고 있었다.그래서 일부러 그녀를 난처하게 만든 것이다.“난 태상황의 병을 알아냈소. 하지만 당신들은 그러지 못했지. 이것으로 내 의술이 고명하다는 건 증명할 수 없으나 당신들이 무능하다는 건 증명되었소.”“태의원에는 식충만 있는 것이오? 의술은 중히 여기지 않고 오히려 태의원의 약재를 자기들 것이라 우기면서 숨기니 말이오.”“내가 안하무인이라고? 당신들 도량이 좁은 것이겠지!”낙청연은 차갑게 말을 마친 뒤 걸음을 옮기려 했다.그녀의 말 몇 마디에 목 장원(穆掌院)은 화가 치밀어 가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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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7화

“콜록콜록...”장원은 괴로운 듯 기침했다.그는 여전히 화가 난 얼굴로 낙청연을 보았다. 깊게 숨을 들이마신 그는 그제야 힘겹게 입을 열었다.“태의원은 몇 년간 궁 밖에서 수많은 환자를 치료했소. 그런데 어찌 그들을 무능하다고 하는 것이오?”“난 인정할 수 없소!”“당신이 태상황을 치료할 수 있다는 것도 믿을 수 없소!”낙청연은 싱긋 웃으며 눈썹을 치켜올렸다.“그러면 나와 내기하겠소?”“내가 태상황을 치료하지 못한다면 무릎 꿇고 머리가 땅에 닿도록 절을 세 번 해서 태의원에 사죄하겠소. 어떻소?”그 말에 목 장원은 경악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더니 이내 대답했다.“좋소! 내기하지! 당신이 태상황을 치료할 수 있다면 난 더 이상 살아갈 면목이 없을 것이오!”그 말에 낙청연은 깜짝 놀랐다.“난 내기할 때 목숨을 거는 걸 즐기지 않소. 다른 것으로 바꾸시오.”목 장원은 잠시 고민하다가 대답했다.“당신이 태상황을 치료한다면 벼슬을 그만두고 더 이상 의술에 종사하지 않을 것이오! 우리 집안에서 여러 해 동안 모은 약재도 전부 당신에게 주겠소!”낙청연은 흔쾌히 대답했다.“좋소!”“하지만 내게 조건이 더 있소.”“따로 얘기를 나누겠소?”정무량은 깜짝 놀라며 다급히 그를 말렸다.“사부님, 이 여인에게 속으시면 안 됩니다!”목 장원은 코웃음을 쳤다.“날 감히 어쩌지 못할 것이다!”말을 마친 뒤 그는 몸을 일으켰고 낙청연을 안내했다.낙청연은 목 장원을 따라 어느 방에 도착했다.방 안은 조용했고 방문을 닫은 뒤 장원은 의자에 앉아 차를 따랐다.“내기를 하려면 내가 필요한 약재를 태의원에서 조건 없이 제공해주어야 하오.”장원은 고개를 끄덕였다.“좋소.”“그리고 당신을 진맥하게 해주시오.”낙청연은 그의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목 장원은 깜짝 놀라며 화를 냈다.“지금 날 모욕하는 것이오? 나는 의원이오!”나이도 어린 낙청연이 그를 위해 진맥할 필요가 없었다.낙청연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오해하지 마시오. 난 그저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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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8화

건방지긴!낙청연은 나이도 어리면서 큰소리는 잘 쳤다.낙청연은 은침을 거두어들이더니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당신의 병은 치료하는 것이 어렵지 않소. 나도 이런 증상을 앓는 사람을 처음 보는 것이 아니오.”“그런데 내가 왜 당신을 치료해야 하오?”“내기가 끝나면 당신은 당신 가문의 모든 약재를 내게 줄 것이니 그때 가서 다시 고려해보겠소.”목 장원은 그녀의 말에 깜짝 놀라더니 화가 나서 덜덜 떨었다.“자네!”낙청연은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웃었다.“그러니 자꾸 화내지 말고 몸조리 잘하시오. 그렇지 않으면 내기가 끝나는 날까지 살 수 없을지도 모르니 말이오!”낙청연은 말을 마친 뒤 문을 닫고 밖으로 나갔다.장원은 나이가 많은데 비해 오기가 있었다.하지만 그가 어쩌다가 명왕익에 중독되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설마 엄씨 가문이 그를 조종하려고 독을 쓴 것일까?하지만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명왕익에 오랫동안 중독된다면 태상황처럼 되기 때문이다.그렇게 되면 죽은 것과 다름없게 되니 조종할 수 없게 된다.밖으로 나온 뒤 낙청연은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다른 태의, 장원의 제자를 만났다.“우리 사부님을 어떻게 한 건 아니겠지?”상대방은 눈을 치켜뜨면서 낙청연을 향해 적의를 드러냈다.곧이어 장원이 밖으로 나오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섭정왕비가 약을 가져가게 놔두거라! 약재일 뿐이지 않으냐? 속 좁다고 나무람을 당하는 것보다야 낫지.”“사부님! 괜찮으시다니 다행입니다!”낙청연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그를 힐끗 보더니 걸음을 옮겨 자리를 떴다.장원의 제자는 어딘가 수상쩍었다.낙청연은 곧바로 약방으로 가서 약재를 챙겼다. 어떤 이들은 불만을 품고 뭐라 하려고 했으나 장원이 도착하니 아무도 그녀를 막지 않았다.맨 처음 만났었던 젊은 태의가 걸어오며 말했다.“어떤 약재가 필요하시오? 내가 도와주겠소.”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인 뒤 자신의 처방을 그에게 보여주었고 그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그녀를 데리고 약재를 찾으러 갔다.낙청연은 약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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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9화

낙청연은 성백천을 보며 입꼬리를 끌어올렸다.“앞으로 약재를 가지러 오게 되면 당신을 찾겠소.”“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날 찾아오시오.”성백천은 정중하게 웃어 보였다.뒤이어 낙청연은 태의원을 떠났고 다시 태상황의 침전으로 돌아왔다. 그녀는 약을 달인 뒤 태상황에게 약을 먹였다.태상황은 비록 말을 할 수도, 움직일 수도 없지만 정신은 말짱했다.항상 이러고 지냈으니 아주 괴로웠을 것 같다는 생각에 낙청연은 그에게 말을 걸었다.“태상황께서는 누가 태상황을 해치려 하는지 눈치채셨겠지요?”“태상황께서는 의식이 있으니 고개를 끄덕이거나 고개를 젓는 것으로 의사를 표현하실 수 있지요. 그런데 왜 사람들에게 진실을 알리지 않은 겁니까?”태상황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낙청연은 자신의 추측을 말했다.“그들이 폐하나 섭정왕을 해칠까 봐 두려운 것입니까?”태상황은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끄덕였다.태상황은 낙청연이 이유를 알아맞힐 줄은 몰랐는지 칭찬하는 눈빛으로 그녀를 보았다.“친아들까지 해치려 한다면 너무 지독하군요.”태상황은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잠시 고민하던 낙청연은 어쩌면 다른 이유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태상황, 또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태후 마마 곁에 풍수에 해박한 고수나 비밀스러운 배경을 갖춘 이가 있습니까? 혹시 떠오르는 자가 있습니까?”태상황은 고개를 저었다.태상황조차 모른다니, 정말 깊이 숨은 자인 듯했다.“그러면 이 침전은 누가 배치한 것입니까?”태상황은 또 고개를 저었다.낙청연은 저도 모르게 한숨을 쉬었다.“태상황께서는 아무것도 모르시는군요. 황제면서 어찌 이렇게 경계심이 없습니까?”“제가 조사한다고 해도 진전이 없을 겁니다.”“게다가 태상황께서 언제 완쾌될지도 모르고, 이 독도 하루아침에 없앨 수 있는 게 아닙니다.”“태상황께서 완쾌될 때까지 제가 살아있지 못하면 어찌합니까?”낙청연은 혼자 중얼거렸다.사실 그녀는 태상황이 너무 고독하지 않길 바랐다.그녀의 말을 들은 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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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0화

“본왕의 험담을 하고 있었느냐?”부진환이 이곳에 온 것이 전혀 놀랍지 않았다. 낙청연은 일찍 그의 목소리를 들었다.낙청연은 눈썹을 까딱이며 당당하게 말했다.“전 사실을 말했을 뿐입니다. 험담을 한 적은 없습니다.”가까이 다가온 부진환은 침상 위에 누워있는 태상황의 안색이 좋아 보이자 물었다.“부황, 몸은 어떻습니까?”태상황은 화가 난 듯 고개를 홱 돌리며 그의 말에 대꾸하지 않았고 부진환은 어이없다는 얼굴로 낙청연을 바라보았다.낙청연은 눈썹을 들썩이며 자기랑은 상관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부진환이 말했다.“이미 사람을 보냈다.”“빠르면 5, 6일 내로 소식이 있을 것이다.”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였다.“내가 부황과 함께 있으마. 넌 이만 쉬거라.”낙청연은 확실히 목이 말라 자리에서 일어났다.“태상황께서 기운이 있으시니 대화를 나누면 회복에 도움이 될 겁니다.”“알겠다.”부진환은 대답한 뒤 침대 옆에 놓인 의자에 앉아 부황과 얘기를 나누기 시작했다.하지만 그가 무슨 얘기를 하든 부황은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부진환은 몹시 곤혹스러웠다. 낙청연은 부황과 어떻게 그리 오래 대화할 수 있었던 걸까?낙청연은 방에서 나온 뒤 후전(後殿)으로 가서 휴식했다.곁눈질로 살피니 수상쩍은 그림자가 옆으로 지나갔다.낙청연은 차가워진 눈빛으로 보지 못한 척 자리를 떴다.-수희궁 안.야심한 밤, 엄 태사는 아직 떠나지 않았다.겉으로는 태연한 척했지만 사실 그는 아주 초조했다.드디어 태감이 소식을 전했다.“오늘 섭정왕비는 태의원에서 돌아온 뒤로 줄곧 태상황과 얘기를 나눴습니다. 감히 가까이 다가갈 수 없어 무슨 얘기를 나눴는지는 듣지 못했습니다.”그 말에 엄 태사는 깜짝 놀랐다.“태상황과 얘기를 나눴다고? 태상황께서 말씀을 할 수 있게 됐다는 말이냐?”태감은 고개를 저었다.“태상황의 목소리는 듣지 못했습니다. 오직 섭정왕비의 목소리만 들렸습니다.”“하지만 늦은 시간까지 얘기를 나눈 건 사실입니다. 무슨 얘기를 나눴는지는 알 수 없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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