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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0화

“본왕의 험담을 하고 있었느냐?”

부진환이 이곳에 온 것이 전혀 놀랍지 않았다. 낙청연은 일찍 그의 목소리를 들었다.

낙청연은 눈썹을 까딱이며 당당하게 말했다.

“전 사실을 말했을 뿐입니다. 험담을 한 적은 없습니다.”

가까이 다가온 부진환은 침상 위에 누워있는 태상황의 안색이 좋아 보이자 물었다.

“부황, 몸은 어떻습니까?”

태상황은 화가 난 듯 고개를 홱 돌리며 그의 말에 대꾸하지 않았고 부진환은 어이없다는 얼굴로 낙청연을 바라보았다.

낙청연은 눈썹을 들썩이며 자기랑은 상관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부진환이 말했다.

“이미 사람을 보냈다.”

“빠르면 5, 6일 내로 소식이 있을 것이다.”

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부황과 함께 있으마. 넌 이만 쉬거라.”

낙청연은 확실히 목이 말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태상황께서 기운이 있으시니 대화를 나누면 회복에 도움이 될 겁니다.”

“알겠다.”

부진환은 대답한 뒤 침대 옆에 놓인 의자에 앉아 부황과 얘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가 무슨 얘기를 하든 부황은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부진환은 몹시 곤혹스러웠다. 낙청연은 부황과 어떻게 그리 오래 대화할 수 있었던 걸까?

낙청연은 방에서 나온 뒤 후전(後殿)으로 가서 휴식했다.

곁눈질로 살피니 수상쩍은 그림자가 옆으로 지나갔다.

낙청연은 차가워진 눈빛으로 보지 못한 척 자리를 떴다.

-

수희궁 안.

야심한 밤, 엄 태사는 아직 떠나지 않았다.

겉으로는 태연한 척했지만 사실 그는 아주 초조했다.

드디어 태감이 소식을 전했다.

“오늘 섭정왕비는 태의원에서 돌아온 뒤로 줄곧 태상황과 얘기를 나눴습니다. 감히 가까이 다가갈 수 없어 무슨 얘기를 나눴는지는 듣지 못했습니다.”

그 말에 엄 태사는 깜짝 놀랐다.

“태상황과 얘기를 나눴다고? 태상황께서 말씀을 할 수 있게 됐다는 말이냐?”

태감은 고개를 저었다.

“태상황의 목소리는 듣지 못했습니다. 오직 섭정왕비의 목소리만 들렸습니다.”

“하지만 늦은 시간까지 얘기를 나눈 건 사실입니다. 무슨 얘기를 나눴는지는 알 수 없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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