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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 왕비의 모든 챕터: 챕터 831 - 챕터 840

3041 챕터

제 831화

“하루가 다르게 몸이 무거워지시지 않습니까? 소인이 부축해 드리겠습니다.” 상선이 원경릉을 태상황 앞까지 부축했다. “다섯째, 네가 초왕비 대신에 절을 하고 무릎을 꿇고 앉거라.”태상황이 말했다.태상황은 원경릉의 작은 몸집을 보며 혀를 끌끌 찼다.우문호는 원경릉을 대신해 태상황과 명원제에게 절을 했다. “초왕비는 몸이 무거울 테니, 움직이지 말고 저녁 식사 때까지 여기서 가만히 있거라.”태후가 말했다. “예!” 원경릉이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다가 다시 앉았다.“요즘 몸은 좀 어떤가?” 명원제가 물었다.“별로 좋지 않습니다. 피곤한데도 잠을 잘 못 자고 식욕도 없습니다.”“모든 여자들이 하는 임신에 넌 참 유별나구나. 어미가 됐으면 마음가짐도 달라져야지 언제까지 그렇게 어리광 부릴 거야? 임신도 마음먹기 나름이니 마음을 굳게 먹어라.” 명원제가 말했다. 임신과 동시에 여자는 호르몬의 노예가 된다. 임신하고 출산하면 여자 몸만 망가지지 남자들이 열 달 동안 달라질 게 뭐가 있는가? 전과 같이 일하고 밥 먹고 놀고 술 마시고 남자들은 부인이 애 낳는데 기분만 내지, 뭘 안다고 훈수질인가?원경릉이 명원제의 말을 듣고 조용히 고개를 숙인 채 한숨을 내쉬자 그걸 본 우문호가 명원제에게 말했다.“부황께서는 꼭 임신을 해본 것처럼 말씀하십니다. 임신을 해보지 않은 저희 남자들이 어떻게 임신과 출산의 고통을 알겠습니까?”우문호의 말에 명원제가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았다“그럼 너는? 너도 남자 아니냐? 임신과 출산의 고통을 네가 아느냐?” 명원제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소자, 매일 밤 자리가 불편해도 배 때문에 뒤척이지 못하고 한 자세로만 자야 하는 초왕비를 보니 마음이 아픕니다. 퉁퉁 부은 다리로 소자의 신발도 맞지 않는 그녀의 발을 보고 있으면 소자가 아이를 낳을 수만 있다면 대신 낳아주고 싶은 심정입니다. 전에는 몰랐는데, 이 세상에 모든 어머니는 위대하다는 것을 초왕비를 보고 깨달았습니다.”“위대하다고? 여자로 태어나 아이를 낳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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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832화

태상황은 명원제를 보는 원경릉의 눈빛을 보고 기분이 언짢았다. “눈빛이 왜 그러느냐?”“예? 아무것도 아닙니다.” 원경릉이 급히 눈을 내리깔았다. 태상황은 헛기침을 하더니 원경릉을 보았다. “몸이 무거울 텐데, 짐의 건강상태를 봐줄 수 있겠느냐?”“예! 당연하죠!”태상황은 심근경색에 고혈압이 있는 편이라 건강상태가 좋다고 할 수 없었지만, 원경릉은 늙은이에게 건강상태가 좋지 않다고 말해봤자 자극만 될 뿐이라고 생각해 말을 아꼈다.그녀는 태상황의 상태를 보고 약을 처방했다.“시간이 있으며 정화군주에게 가서 말동무를 해주거라. 그 상태로 혼자 있으면 위험할 것 같아.”원경릉은 태상황이 정화군주에 대해 말을 꺼낼 줄은 몰랐다는 듯 깜짝 놀랐다. 원경릉은 태상황에게 시간을 내서 가보겠다고 하며, 만약 시간이 없다면 사람을 시켜서라도 정화군주의 안위를 확인하겠다고 약속했다.원경릉이 건곤전에서 나오는 데 중년의 남자가 원경릉에게 인사를 했다. “왕비를 뵈옵니다.”원경릉은 미간을 찌푸리고 한참 동안 그의 얼굴을 보았지만 누구인지 생각나지 않았다.“저…… 누구시죠?”*섣달 그믐날 성대한 만찬이 펼쳐진 광명전(光明殿)에 원경릉이 조금 늦게 참석하는 바람에 사람들과 인사를 할 기회를 놓쳤다. 그녀가 자리에 앉자 저 멀리 혼자 참석한 제왕의 모습이 보였다. 그의 모습은 다소 쓸쓸해 보였다. 고개를 돌리자 주명양이 기왕의 옆에 앉아있는 모습이 보였다. 주명양은 원경릉을 노려보며 기싸움을 하려고 들었지만 원경릉은 그녀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주명양과 상반되게 기왕비는 평온한 표정으로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초연하게 앉아있었다. 구황자(九皇子)와 열여덟 공주도 있었는데, 구황자의 모습은 활력이 넘쳐 보였지만 눈빛에는 뭔지 모를 불안함이 보였다. 열여덟 공주는 덕비(德妃) 옆에 앉아 그녀의 귀여움을 받고 있었다. 공주에게서 나오는 맑은 기운이 마치 해바라기 꽃 같았다. 황후는 인자한 미소를 띠며 광명전에 온 사람들 하나하나를 보았고, 태후는 손자와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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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833화

사람들은 원용의가 말에 치이든 밟히든 신경 쓰지 않았다. 아마 그 말의 주인도 제왕부의 후궁을 다치게 했다는 것을 보고도 인정하지 않았을 것이다. 원경릉은 제왕에게 내일 원용의를 보러 왕부에 가겠다고 말했다. 왕부로 돌아온 원경릉은 피곤한 나머지 간단히 씻고 침대에 누웠다. “맞다! 부황께서 어서방으로 불러서 뭐라고 하셨어?”원경릉이 우문호에게 물었다.“별일 아니었어. 빨리 자.”우문호가 손을 뻗어 그녀의 눈꺼풀을 쓸었다.원경릉은 너무 피곤해서 더 이상 묻지 않고 바로 잠에 들었다.출궁 한 제왕도 마차에 올라 왕부로 돌아갔다. 그는 연회 내내 원용의 걱정 때문에 음식도 몇 점 먹지 못했고, 술도 많이 마시지 못했다. 그는 우문호를 부축해 초왕부 마차에 태운 후 자신도 마차에 몸을 실었다. 제왕은 오늘따라 원용의의 부재가 크게 느껴졌다. 게다가 추운 날씨 때문에 마음도 싱숭생숭했다. 주명취 때문에 제왕부가 불타버리자 그는 한동안 손왕부에 살다가 나중에는 별당으로 이사를 했다. 별당은 담장이 높지 않았으면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넘어 들어갈 수 있었다.사실 제왕의 기분이 좋지 않은 이유는 연회에 오기 전에 원용의와 말다툼을 했기 때문이다. 원용의는 다친 다리를 치료하겠다며 원씨 집안의 소개로 용한 어의를 모셨다. 원용의는 날이면 날마다 모실 수 있는 어의가 아니라며 이왕 이렇게 된 거 제왕에게도 진료를 보라고 했다. 만약 어의가 제왕을 진맥 했다면, 제왕이 병에 걸렸다고 거짓말을 했다는 게 발각될 것이다. 그는 그게 두려워 백방으로 거절했다. 원용의는 그런 그를 보며 화를 냈고, 제왕도 화가 나서 원용의에게 ‘진맥은 너나 해! 네가 죽든 말든 나와는 상관없다!’라고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했다. 그 말을 들은 원용의는 충격을 받은 듯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제왕은 말을 내뱉으면서 아차 싶었지만, 자존심 때문에 그녀에게 사과하지 않았다. 제왕이 예전에 주명취와 지낼 때는 자신의 잘못이 아니어도 주명취의 기분이 상할까 봐 바로바로 용서를 빌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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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834화

한밤중 경조부에서 온 비상 호출에 우문호가 원경릉이 깨지 않게 조용히 옷을 걸치고 나왔다. 그는 제왕이 암살을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성문을 봉쇄하고 범인 수색에 착수했다. 그리고 서일, 탕양, 조어의를 데리고 제왕이 있는 별채로 향했다.숨이 붙어있는 게 용할 정도로 제왕의 모습은 참담했다. 원용의는 하인을 시켜 팔황자의 자금단을 구해오라고 한 후, 침상에 누워있는 제왕을 보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녀는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듯 눈물을 닦고 따듯한 물에 수건을 적셔와 제왕의 몸을 닦았다.수건으로 피를 닦는 게 무색할 정도로 수건이 붉게 물들었고 제왕의 맥박은 점점 희미해져 갔다. “왕야. 칼에 찔린 곳은 총 여덟 군데입니다. 손과 발, 그리고 복부, 심장 부근에 분포되어 있습니다. 지금 상태로 보면 제왕께서 숨을 쉬고 있는 것만으로도 기적입니다. 지금 상황으로는…… 초왕비를 모시고 이리로 올까요?” 조어의가 물었다.우문호는 심장이 철렁했다. 그는 서일과 탕양을 불러 원경릉과 금군을 별채로 데리고 오라고 했다. 또 사람을 궁으로 보내 황상에게도 이 사실을 알렸다. 우문호는 제왕을 이렇게 만든 자들이 누구인지 밝혀야만 했다. 그는 밖으로 나와 순찰병을 불렀다.“자객은 잡았느냐? 몇 명이야? 어떤 무기를 썼어?”“소인이 이곳에 도착했을 때, 자객들은 이미 도망가고 없었습니다. 들고 달아나는 모습에서 특이점을 발견했는데, 그들이 들고 있는 칼이 전부 칼등이 휘어진 칼이었습니다. 그리고 말이 화살에 맞은 걸 보니 화살을 쏘는 데 능한 것 같습니다.”“휘어진 칼?”“예, 맞습니다. 그리고 제왕이 큰 부상을 입은 것은…… 제왕을 지키는 호위들이 전원 사망했기 때문입니다. 이로 미루어 보아 자객들은 뛰어난 무공을 지녔습니다.”순찰병의 말을 들은 우문호는 분노에 찬 얼굴로 기왕부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기왕부에서 그를 포위했던 자들이 모두 등이 굽은 칼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자객은 대략 예닐곱 명이었을 겁니다.”“현장에서 칼을 발견했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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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835화

“부황께서는 걱정하지 마십시오. 지금 경조부에서 경중을 샅샅이 뒤지고 있습니다.”우문호가 말했다.“넌 여기서 무얼 하느냐? 가서 자객을 잡아오든지, 증거를 찾든지 해야 할 것 아니냐!”우문호는 원경릉이 별채로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부황의 불호령에 군말 없이 탕양을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서일이 초왕부에 도착하자 만아가 원경릉을 깨우러 들어갔다. 곯아떨어진 원경릉은 제왕의 암살 소식을 듣고 놀라서 벌떡 일어났다. 그제야 그녀는 우문호가 이미 나갔다는 것을 알았다. 그녀는 둔한 몸으로 일어나 손에 잡히는 대로 옷을 꺼내 입고 약상자를 열어 약품과 기구들을 살폈다. 원경릉은 약상자를 만아에게 건네고 마차에 올라탔다. 새벽 공기는 차가웠고 해가 뜨지 않은 거리는 푸르스름했다. 심상치 않음을 느낀 건지 다바오는 왕부의 대문 앞까지 나와서 마차를 향해 짖었다. 원경릉은 그런 다바오가 신경이 쓰여 다바오를 데리고 제왕의 별채로 향했다.마차의 앞에는 서일이 뒤에는 만아가 마차 안에는 희상궁이 다바오를 잡고 있었다. 금군과 부병들도 원경릉의 안위를 위해 마차 양 옆에 바짝 붙어 그녀를 호위했다. 마음이 조급해진 원경릉은 장막을 걷고 서일에게 물었다.“제왕이 얼마나 다쳤느냐.”“여덟 번이나 찔렸다고 합니다. 조어의가 말하길 상처가 매우 깊고 출혈이 심하다고 해요. 제가 별채에서 출발할 때는 제왕의 호흡과 맥박이 희미해지고 있었습니다.”서일의 말에 원경릉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제발 심장과 대동맥은 다치지 않았길……’원경릉이 약상자를 열자 평소에는 볼 수 없었던 지혈제, 마취약, 구급약, 산소마스크, 수술용 칼이 보였다. 그녀는 약상자가 수술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무균실도 아니고, 수술을 어떻게 하지?’원경릉은 약상자가 자신에게 경고를 하고 있다고 느꼈다. 원경릉은 제왕의 상태도 걱정이 됐지만, 더 걱정스러운 것은 자신의 체력이 뒷받침해줄 수 있을지였다. 수술조건이 갖춰진다고 하더라도 며칠 내내 휴식을 취하지 못한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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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836화

‘어쩜 이 곳은 한시도 방심할 수 없는 걸까.’원경릉은 약상자 안에 무기가 될만한 것이 있나 뒤적였다. 상자 저 구석에 후추스프레이가 보이자 원경릉은 그것을 꺼내 손에 꽉 쥐었다. 바깥 상황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녀는 몰래 장막을 열고 밖을 내다보았다. 마차에 달린 풍등 불빛에 금군들이 화살과 검을 방어하는 모습이 보였다. 장막이 걷힌 것을 본 검은 옷을 입은 자객들이 휘어진 칼을 들고 공중을 가르며 날아왔다. “왕비를 보호하라!” 금군이 소리를 질렀다.이 소리를 듣고 만아와 금군들이 우르르 달려와 마차를 에워쌌다. 자객들은 칼을 휘둘렀고 사방에는 피가 튀었다. 주변이 어두워서 누가 다쳤는지 판단도 되지 않았다. 그 순간 자객 하나가 마차 앞으로 다가와 만아를 찌르려고 했다. 만아는 날아오는 칼을 피하더니 주머니에서 가루를 꺼내 한 줌 뿌렸다. 놀란 자객은 주춤하며 뒤로 물러나 얼굴에 묻은 가루를 털었다.그 모습을 보고 있던 다른 자객이 합세해 만아에게 달려들었다. 원경릉을 호위하던 두 명의 금군은 원경릉을 보호해야 하기에 만아에게 달려갈 수 없었다. 자객의 수는 점점 많아졌고, 그에 따라 날아오는 화살의 개수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날카로운 화살 하나가 장막을 뚫고 날아들어와 마차를 관통했다. 놀란 희상궁은 원경릉을 보호하기 위해 그녀를 꼭 껴안고 눈을 질끈 감았다.원경릉은 배가 눌리는 느낌을 받고 희상궁을 밀어냈지만, 희상궁의 힘이 어찌나 센지 그녀는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 입으로 아미타불만 되뇌었다. 만아는 격렬한 몸싸움 끝에 부상을 입고 마차에서 굴러 떨어졌다.자객이 장막을 열어젖히고 들어서자 다바오가 달려들어 자객의 목덜미를 물고는 놓지 않았다. 자객은 끝내 피를 흘리며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왕비, 빨리 달아나십시오!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금군이 소리쳤다. 희상궁이 서둘러 원경릉을 부축했고 약상자를 든 원경릉은 뒤뚱거리며 도망쳤다. 빗발치는 화살을 가까스로 피하며 도망치던 원경릉의 머리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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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837화

원경릉은 숨을 헐떡이며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희상궁을 보았다.“희상궁, 저 배가 너무 아픕니다.”“왕비, 갑자기 배가 아프다니요?”“하…… 저는 더 못 걷겠습니다. 희상궁 먼저 가세요.” 원경릉이 벽에 기대 천천히 심호흡을 했다.그 순간에도 칼끼리 부딪히는 소리가 쩌렁쩌렁하게 들리고 사방에는 피 비린내가 진동했다. 희상궁은 원경릉을 업으려고 허리를 굽혔다가, 그녀가 임신을 했다는 것을 깨닫고 이도저도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만아가 다친 몸을 이끌고 두 사람에게 달려왔다. 만아는 이를 악물고 희상궁과 힘을 합쳐 원경릉을 부축했다. 그 순간 멀리서 말발굽 소리가 들렸다. 다바오는 아군인지 적군인지 몰라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냈고, 만아도 칼을 꺼내 원경릉을 지켰다. 십여 명의 횃불을 든 기병이 그들 앞에 멈추었다. 앞에 나와있는 우두머리 세 사람은 망토를 걸치고 있었으며 얼굴에는 살이 하나도 없었다. 그들은 두 손으로 고삐를 잡고 말을 진정시켰다.원경릉은 배를 부여잡고 위를 올려다보았다.‘기왕비……?’맨 앞에 있는 사람은 기왕비였다. 그녀의 뒤에는 십여 명의 사람들이 있었는데 다들 장검을 메고 눈이 이글거렸다.기왕비는 말에서 내리더니 원경릉의 팔을 잡아 자신의 어깨 위에 올렸다.“먼저 가마에 타세요.”희상궁이 기왕비의 뒤를 보니 하인들이 가마를 메고 오는 것이 보였다.원경릉은 자초지종을 묻지도 않고 급히 가마에 탔다. 기왕비는 그녀를 데리고 제왕이 있는 별채로 향했다.*명원제는 원경릉이 자객들에게 습격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크게 노하여 즉시 금군을 소집하고 온 성을 포위했다. 별채에 들어온 원경릉은 유산 방지 주사를 맞고 뱃속의 통증이 사라지기만 기다렸다. 잠시 후 그녀가 눈을 뜨자 눈앞에 명원제가 보였다.“제왕은 어떱니까?” 원경릉이 기진맥진한 목소리로 물었다.“상황이 좋지 않아. 아픈 걸 참을 수 있다면, 지금 가서 제왕을 살펴보거라.” 명원제가 말했다.그녀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지만 머리가 핑글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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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838화

제왕의 배에서는 아직도 피가 흐르고 있었다. 원경릉은 자금단의 효과가 아직 남아있을 때 그에게 수혈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의 체력은 이미 바닥이 난 상태여서 손 하나 까딱하기 힘들었다. 제왕의 복부에 있는 상처는 처치하기가 어려운 부위였고, 원경릉은 내장의 손상 여부를 일일이 확인하고 봉합하기 시작했다. 바늘로 봉합을 시작하려고 하자 그녀의 눈앞이 새까매졌다. 원경릉은 감기는 눈을 억지로 뜨며 명원제를 보았다.“부황, 지금 당장 호국사의 주지스님을 불러주세요.”“그 사람을 믿어도 되느냐? 그도 너처럼 의술을 아느냐?” 명원제는 안쓰러운 표정으로 원경릉을 보았다.“적어도 상처를 봉합하는 건 할 수 있을 겁니다.”그녀의 몸 상태로는 이미 쓰러져야 마땅하다. 하지만 그녀는 제왕을 살려야 한다는 정신력으로 지금까지 버티고 있었다. 명원제는 한참 원경릉을 지켜보더니 조심스럽게 원경릉을 보며 입을 뗐다.“제왕이…… 죽을 수도 있느냐?”“그럴 수도 있습니다.” 원경릉이 대답했다.그녀의 단호한 대답에 황후가 꺼이꺼이 울기 시작했다. 명원제는 한숨을 내쉬며 원경릉을 보았다.“가서 좀 쉬거라.”원경릉이 의자에 앉아 눈을 붙이자 만아가 와서 제왕의 상처 부근을 닦았다.희상궁은 안팎을 오가며 원경릉의 시중을 들었고 기왕비도 곁에서 원경릉을 돌봤다.“근데 기왕비님은 제가 위험한 지 어떻게 아셨습니까?” 원경릉이 고개를 들어 기왕비를 보았다.용감하게 말을 타고 오던 기왕비는 어디 갔는지, 그녀는 입을 우물쭈물하며 원경릉의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실은 제가 항상 사람을 시켜 초왕비를 보호했습니다.”“보호?”원경릉의 미간이 찌푸려졌다.“그게…… 초왕비가 잘못되기라도 하면 안 되니까……”“기왕비님, 설마 저를 감시한 겁니까?” 원경릉이 물었다.기왕비는 난처한 표정으로 원경릉을 보았다. “어쩔 수 없었습니다. 전에 주명취 일도 겪었고! 초왕비가 나를 치료해줘야 하는데 나를 이렇게 두고 가버리면 안 되잖아요! 그리고 궁보다 기왕부가 더 초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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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839화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어렵게 받아낸 자백이다. 자백을 바탕으로 두 사람이 잠시 묵었던 여인숙을 뒤진 결과. 그 안에서는 서신 한 통과 일만 냥의 어음이 발견되었다. 서신의 필적은 대학사의 감정을 통해 기왕의 친필로 밝혀졌다.금군은 조사한 내용 모두 명원제에게 보고했고, 명원제는 기왕의 자필 편지를 보고 억장이 무너졌다. 분노한 그는 구사에게 명령을 내려 기왕을 잡아 옥에 가두고 처벌을 기다리게 했다.우문호도 원경릉이 자객의 습격을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원경릉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러나 명원제가 그를 돌려보내 혹시 잠복해 있을지도 모르는 다른 자객들의 행방을 추적하라고 했다.우문호는 알겠다고 하더니 순찰을 돌기 전 목이 마르다는 핑계를 대고 원경릉을 보러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그녀를 보더니 한달음에 달려와 그녀를 끌어안고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이만하니 다행이다.”우문호는 애써 담담한 척했지만, 그의 목소리는 분노로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난 괜찮으니까 빨리 가 봐.” 원경릉이 조용히 말했다.우문호는 밖으로 나가면서 그녀를 한번 더 돌아보더니 자리를 떴다.그는 밤새 금군들과 부병을 데리고 다리가 부서져라 뛰어다녔다. 그에 반해 기왕은 구사가 어명을 받고 방에 쳐들어갔을 때에도 술에 진탕 취해 주명양을 품에 안고 곤히 자고 있었다.그는 잠에서 깨 구사를 보고 상황 파악이 안 되는 듯 그에게 성질을 부렸다. “기왕. 자 여기, 제왕과 초왕비가 자객의 습격을 받았다는 성지입니다.” 구사의 말을 듣고 기왕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기왕이 끌려나가자 주명양은 어쩔 줄 몰라하며 발만 동동 굴렀다. 황제의 성지를 어찌 그녀가 거역할 수 있겠는가? 그녀는 잡히는대로 겉옷을 챙겨 입고 조부를 찾아갔다. 주씨 집안에서도 제왕이 피살될 뻔 한 사실을 알게 됐다. 제왕은 재상의 외손주이기에 그도 깜짝 놀라 바로 제왕에게 달려갔다. 그래서 주명양이 친정에 왔을 때 재상은 부중에 없었다. *수도의 백성들은 새해맞이 폭죽을 몇 개 터뜨리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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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840화

원경릉은 편채에 있었고, 손왕비와 기왕비가 그녀를 곁을 지키고 있었다. 안왕 내외가 들어가니 많은 사람들이 그들에게 인사를 했다. “초왕비께서도 자객에게 습격을 받으셨다는데 괜찮으십니까?”안왕이 물었다.원경릉은 안왕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습니다. 걱정해 주셔서 고맙습니다.”“새해부터 이게 무슨 일입니까. 이런 끔찍한 일이 일어날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어요! 세상에 어떤 정신 나간 사람이 자객을 보내 황실 사람을 죽이려고 합니까? 그것도 친왕과 임신한 친왕비를 말입니다!”손왕비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안왕을 보았다. “안왕, 소식 못 들었습니까? 조사 결과 이 모든 게 기왕의 소행이라고 밝혀졌잖아요. 그래서 황상께서 기왕을 옥에 넣으라고 명을 내리셨고요.” “뭐라고요? 범인이 큰 형님이라고요? 어떻게 큰 형님께서 그럴 수 있죠?” 안왕은 입이 떡 벌어졌다. 그는 설명이 필요한 눈빛으로 기왕비를 바라보았다. 기왕비도 그를 바라보며 면목이 없다는 듯 말없이 고개를 숙이고 바닥만 보았다.“저도 기왕이 한 게 아니었음 하네요. 황실 가족끼리 이게 말이 됩니까? 정말 믿을 수 없는 일입니다.”손왕비가 말했다.“형님일 리가 없어요. 그렇게 끔찍한 짓을 큰 형님께서 했을 리 없습니다!”원경릉은 안왕의 떨리는 목소리를 듣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형제끼리 이런 끔찍한 짓을 하다니 믿기 힘들겠지.’원경릉은 시선을 옮겨 안왕비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조용히 앉아 기왕비처럼 바닥만 보고 있었다. 안왕은 기왕이 저지른 게 아닐 거라며 머리를 쥐어뜯으며 밖으로 나갔고 안왕비는 그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원경릉은 기왕비가 의미심장한 눈으로 안왕의 뒷모습을 보고 있는 걸 보고 멍해졌다. 그녀는 그 둘의 관계를 애써 짐작하지 않으려고 했다.“액땜을 너무 크게 하는 것 같습니다. 새해 초부터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손왕비가 한숨을 내쉬었다.“손왕비님, 이제 우리도 그만 갑시다. 초왕비도 쉬어야죠.” 기왕비가 말했다.기왕비의 말에 별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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