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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 왕비의 모든 챕터: 챕터 771 - 챕터 780

3041 챕터

제 771화

“정화군주 다들 나갔습니다. 이제 일어나시지요.”원경릉이 말했다.원경릉의 말에 반응이라도 하는 듯 그녀의 속눈썹을 파르르 떨렸지만 그녀는 여전히 눈을 감고 있었다.잠시 후 정화군주의 눈에서 눈물이 한 방울 흘렀다. 눈을 꼭 감은 정화군주는 입술을 씰룩거리며 흐르는 눈물을 참았다. “이제 괜찮습니다. 아무도 당신을 해칠 수 없습니다. 이제 다 끝났습니다.”원경릉이 말했다. 누워있는 그녀는 몸이 들썩거릴 정도로 흐느꼈지만 눈을 뜨지 않았다. 원경릉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그녀의 옆에 앉아 눈물을 닦아주었다. 원경릉은 그녀가 탈진할까 걱정돼 수분을 보충할 수 있도록 수액을 놓아주고는 편하게 잠들 수 있게 했다. 수액을 다 놓은 원경릉은 밖으로 나와 한 사람만 방 안에 들어가고, 나머지는 밖에 있으라고 당부했다. *구사는 위왕을 왕부로 데리고 갔고, 정후부의 하인들은 그가 어지럽힌 정원을 치우고 있었다. 위왕이 정원에 있는 회화나무에 장검으로 상처를 내고, 꽃들도 모두 잘라버렸기에 정원은 엉망진창이 되었다. 원래대로라면 매화꽃이 예뻤을 정원에는 아무렇게 잘린 가지들과 아직 피지도 못한 꽃봉오리가 여기저기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희상궁은 원경릉을 부축하며 “왕비, 안색이 좋지 않습니다. 눈 좀 붙이시지요.”라고 말했다.원경릉은 고개를 저으며 “아닙니다. 왕부에 가야겠습니다. 왕야께서 또 열이 날 수도 있지 않습니까.”라고 말했다.사식이는 이 상황에서도 자신의 몸보다는 왕야를 챙기는 원경릉이 안타까웠다. “원누이, 어젯밤 한숨도 못 잤잖아요. 제가 왕부로 가서 왕야가 어떤지 살피겠습니다. 왕야께서 또 열이 나신다면 제가 이곳으로 오면 되지 않습니까?”원경릉은 무거운 몸을 이끌며 “아니야. 쉬더라도 왕부에 가서 쉬어야지. 여기에는 정화군주께서 쉬고 계시니까 방해하면 안 돼.”라고 말했다. 희상궁과 사식이는 원경릉의 완강한 태도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원경릉은 왕부로 돌아가는 마차에서 잠시 눈을 붙였다. 왕부에 도착하자 사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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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772화

열이 내리자 우문호는 깊은 잠에 빠졌다. 단잠에 빠진 그의 코 고는 소리는 마치 피리처럼 가늘고 길게 울렸다. 원경릉은 그의 추한 모습을 감상할 겨를도 없이 비몽사몽한 얼굴로 침상에 올라가 누웠다. 잠시 후 누군가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들은 원경릉은 침상에서 일어나 들어오라고 했다.“왕비, 현비마마께서 오셨습니다.”만아가 말했다.원경릉은 현비마마라는 말에 온몸에 소름이 쫙 돋았다. ‘현비마마라면 원주 원경릉을 싫어하는 시어머니?’그녀는 조용히 침상으로 나와 조심스럽게 우문호에게 이불을 덮어주며 그의 볼에 입을 맞추었다. “휙—” 순간 우문호의 손이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조용히 해. 나 자고 있잖아.” 우문호가 말했다.“참나, 알겠어!” 원경릉은 그의 얼굴을 톡톡 치며 말했다.그녀는 만아에게 자신의 옷매무새를 다듬어달라고 하고는 입가에 묻은 침자국을 닦았다. 현비마마는 출궁 할 때마다 화려하게 겉치레를 하기로 유명했다. 원경릉이 급히 밖으로 나오자 태감들과 궁녀들이 줄을 지어 서있었고, 원경릉이 나오는 것을 보고 하나같이 예의를 갖춰 인사를 했다. 원경릉은 고개를 숙여 인사를 받고는 치마를 잡고 다급히 본관으로 향했다. “현비마마께서는 지금 천자의 수레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사식이가 원경릉을 붙잡았다. “본관이 아니라 천자의 수레에 계신다고?”원경릉은 현비의 허세에 기함을 토했다. 왕부에 오면서 궁인들과 태감을 대동하는 것도 모자라 천자의 수레를 타고 오다니.원경릉은 속으로 현비의 허세를 욕했다. ‘역시 시어머니가 불편하고 싫은 건 현대나 지금이나 똑같구나…… 하기사 20여 년 동안 공을 들여 키운 아들을 맘에 들지도 않는 여인에게 장가 보냈으니 시어머니인 현비도 내가 마음에 들지는 않겠어……’그녀는 과거나 현대나 고부관계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고 생각했다. 춥고 바람도 거센 겨울, 12명의 금군이 현비마마를 태운 수레 앞에 두 줄로 서있었다.현비마마는 천자의 수레에 앉아있었고, 상궁이 초왕비가 나왔다고 하자 ‘응’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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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773화

“치료했습니다. 만약 치료하지 않았다면 아직도 열이 났을 겁니다.” 원경릉이 말했다. “그게 무슨 말이지? 계속 열이나라고 저주를 하는 것이냐?”현비는 걸음을 멈추고 몸을 돌려 원경릉을 보며 엄하게 말했다.현비가 갑자기 멈추자 원경릉은 깜짝 놀라 넘어질 뻔했지만 그녀는 가까스로 중심을 잡고 바로 섰다.“저주라니요! 제가 감히……”“그럼 그게 무슨 뜻이냐? 네가 임신한 몸으로 네 남편을 치료한 걸 공으로 인정해달라는 거야?”현비가 몰아세우자 원경릉은 당황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 희상궁을 보았다. 희상궁은 고개를 저으며 아무 말도 하지 말라는 표정으로 원경릉을 보았다.희상궁은 웃으며 현비를 부축하며 “마마님, 못 본 사이에 전보다 훨씬 젊어지신 것 같으시네요! 살갗이 희고 투명하셔서 쇤네가 잘 못 본 줄 알았습니다! 무슨 단약이라도 달여드십니까? 어쩜 이리 고우십니까?”라고 말했다.현비는 자신이 젊고 예쁘다는 말에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참, 희상궁도…… 본궁이 그렇게 젊어 보입니까? 어휴, 세월이 빨라요. 제가 벌써 마흔이라니까요. 단약은 무슨 하나도 챙겨 먹는 거 없는데, 아 참! 예전에 희상궁이 본궁에게 줬던 백풍단, 그건 참 좋더라고요? 그건 먹으면 눈가가 환해지는 기분이 들어요. 여기 봐봐요 희상궁이 보기에는 주름이 옅어진 것 같아요?”현비마마는 올해로 마흔 두 살이다. 희상궁은 현비의 얼굴을 이리저리 보았다. “어머! 세상에 피부가 아주 투명하십니다! 주름은커녕 진주같이 고와서 미끄러질 것 같아요!”현비는 희상궁의 손을 잡고 한숨을 내쉬었다. “황실에서는 입에 발린 소리 하는 사람이 많은데, 희상궁은 그렇지 않아서 참 좋아요. 항상 진실을 말해주니까요.”“마마님 쇤네는 황실에서 반평생을 살았습니다. 거짓과 위선이 얼마나 악한 것인지 잘 압니다.” 희상궁은 웃으며 그녀를 부축하며 안으로 향했다.원경릉은 왜 시어머니인 현비가 이렇게 예민하게 구는지 알고 있었다. 다섯째가 다친 것 말고도 호 아가씨(扈小姐)때문일 것이다. 시어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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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774화

현비도 호씨 집안 여식에 대해 들은 바가 있었다. 항간에 도는 소문에도 호씨 아가씨가 진북의 도적 소굴에서 자랐기에 성격이 거칠고 제멋대로라고 했다. 그래도 현비는 다섯째가 계집 하나 제대로 다루지 못할까라고 생각했다. 아무리 호씨 집안 여식의 사람 됨됨이가 별로라고 해도 다섯째가 태자가 될 수 있도록 호씨 집안에서 힘을 써줄 수 있지 않는가. 몰락한 정후부보다는 든든한 호씨 집안을 처가로 두는 게 우문호가 태자가 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자, 입지를 다질 수 있는 기회다.희상궁은 원경릉이 난처해질까 봐 차를 가지고 들어오면서 “현비마마! 여인에게 특히 좋은 차를 가져왔습니다. 안에는 구기자와 계피 대추 등 몸에 좋은 것은 다 들어있습니다. 마시고 나면 피로가 풀리고 혈색이 좋아질 겁니다. 한 번 드셔보세요.”라고 말했다.현비는 희상궁이 주는 차를 한 모금 마셨다. “달지도 않고 맛이 딱 좋네요. 역시 희상궁의 손맛은 알아줘야 한다니까요? 희상궁, 시간이 있을 때마다 왕비를 설득 좀 해봐요. 여인의 미덕 중에 하나가 나눔, 배려 아닙니까? 질투심이 강한 여인을 누가 좋아하겠습니까?”“마마님 왕비께서는 통이 크십니다! 왕비께서 임신을 한 이후로 계속해서 왕야께 후궁을 맞이하라고 하셨는데, 왕야가 전부 거절하신 겁니다.”희상궁이 말했다.희상궁의 말을 듣고 현비는 다섯째가 했던 말이 생각났다. 현비는 슬쩍 원경릉의 배를 쳐다보았다. ‘임신을 한 걸 보니 영 몹쓸 물건은 아니군……’희상궁은 현비의 표정이 유해진 것을 보고 한숨을 돌리고 물러났다. 현비는 이왕 출궁 한 거 원경릉에게 훈계를 몇 마디 더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시어머니로서 현모양처가 되는 방법부터 이상적인 며느리가 되는 법까지 원경릉의 귀에 못이 박히도록 얘기했다.현비가 열변을 토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드르렁- 드르렁-”현비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원씨, 본궁이 지금 얘기하는 거 안 보입니까? 어떻게 본궁이 얘기를 하고 있는데 코까지 골면서 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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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775화

조어의가 원경릉을 보고 피로누적으로 인해서 잠을 자는 것이라고 하자 현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현비는 부중의 사람들에게 왕비를 잘 돌보라고 분부하고 수레에 올라탔다. 현비가 떠난 왕부에서 원경릉은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그녀는 만아와 사식이의 부축으로 침상으로 옮겨져 누가 업고 가도 모를 정도로 잠에 들었다. 현비는 궁으로 돌아가는 수레 안에서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그녀는 출궁을 하면서 다섯째를 설득해 호씨 집안과 혼인을 하게끔 하려고 했다. 하지만 예상밖의 상황에 이렇게 쫓겨나듯 궁으로 돌아오게 되다니. 궁으로 돌아온 현비에게 태후가 초왕비의 상태를 묻자 무사하다고 말했고, 자신의 집으로 돌아와 사람을 진북후부로 보내 내일 호 아가씨를 입궁하라고 분부했다.현비는 호 아가씨의 인품이 어떤지 두 눈으로 확인해보고 싶었다. 만약 그녀가 소문보다 성격이 견딜 수 있는 정도라면 빠른 시일 내 다섯째와 혼인을 시킬 계획을 세워야 한다. 시간이 갈수록 현비는 마음이 조급해졌다. ‘내가 살아있을 때, 내 아들 문호를 꼭 태자로 만들어야 해.’다섯째는 공주부 사건으로 근 1년 동안 황실에서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다. 지금 왕비의 임신과 동시에 경조부윤으로 파견되어 승승장구하나 싶었더니 또 곤장을 맞고 그 모양 그 꼴이 되다니. 현비는 바보 같은 다섯째만 생각하면 한숨이 나오고 눈앞이 캄캄했다. 그녀는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아들의 미래를 위해서 뭐라도 해야 했다. *다음날, 호 아가씨가 입궁했다. 호 아가씨는 빨간 단색 치마를 입고 검은 옷깃의 저고리에 털 망토를 걸치고 있었다. 쪽진 머리에는 적산호 비녀가 꽂혀있었으며 검은 피부에 짙은 눈썹, 반짝이는 눈동자 그리고 곧게 뻗은 콧대. 전체적으로 그녀의 모습엔 활기가 가득했다. ‘소문대로 대범하고 자유분방해 보이는군.’그녀는 무릎을 꿇고 현비 앞에 앉았다. “신녀가 현비마마를 뵙습니다. 제 이름은 호강연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현비마마 만수무강하시옵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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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776화

현비는 호강연의 말을 듣고 얼굴에 미소가 만개했다. 현비가 잠깐 눈을 감자 눈앞에 우문호가 태자로 책봉되는 순간이 그려졌다. 현비는 호강연의 손을 꼭 잡고 눈을 가늘게 떴다. “호 아가씨도 그렇게 생각하는 겁니까? 정말 다행입니다!”호강연은 활짝 웃으며 “예, 그 말씀을 줄곧 기다려왔습니다!”라고 말했다.현비는 그 말을 듣고 크게 기뻐했다. “오늘 본궁이 사람을 시켜 제비집을 준비해 두었는데, 마시고 계세요. 본궁이 사람을 시켜 황상을 모셔오겠습니다.”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현비는 방금 호강연과 나눈 대화를 황제도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호강연은 황상이라는 말에 얼굴이 창백해지더니 눈을 동그랗게 뜨고 현비를 보았다.“예…… 신녀 다 마셨습니다. 제비집은 진북에서 아주 귀한 겁니다. 이렇게 귀한 것을 준비해주시다니 감사합니다.”현비는 당황한 표정의 호강연을 보고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녀가 세간에서 떠드는 것과는 전혀 다르게 겸손하고 예의도 바르다고 생각했다. 원경릉은 다섯째가 호 아가씨의 성격 때문에 혼인을 거절했다고 했는데, 그건 그가 호강연을 만나보지 못했기 때문이다.‘생각보다 얌전하고 성격도 소탈하니 좋은데…… 다섯째가 오해를 하고 있구나.’*명원제는 요 며칠 기분이 좋았다. 그 이유는 나귀빈 사건이 해결된 후 악몽을 꾸지 않게 되었고, 또 하나는 진북후측에서 트집을 잡지 않아 평온한 매일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목여태감이 출궁해 초왕비를 보고 와서는 배가 남산만 하니 장군을 낳을 것 같다고 전하자 그 기쁨이 말로 다 할 수 없었다.하지만 명원제 마음 한구석에 찝찝함이 남아있었는데, 그 이유는 셋째 때문이었다. 구사가 말하길 셋째가 정후부에서 소란을 피웠다는데, 그 말을 듣고 명원제는 낯이 뜨거워져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자식 농사가 제일 어렵다더니…… 정세보다 자식 관리가 더 어렵구나.’명원제가 궁궐화원에서 앙상해진 가시나무를 보며 찬바람을 맞고 있었다. 때마침 현비가 보낸 사람이 와서 호 아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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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777화

다섯째도 후궁을 들여야 할 때가 됐다. 명원제는 호강연에게 거침없이 궁금한 것들을 질문했고, 그때마다 호강연은 꾸밈없이 진솔하게 대답을 했다. 황제 앞에서 떨지 않고 당차게 대답하는 호강연의 모습이 명원제 마음에 들었다. 심지어 호강연의 모든 조건도 원경릉에 비해 떨어지지도 않는다. 명원제가 현비와 이야기를 나누자 호강연은 멀찌감치 떨어져 앉아 숨죽여 기다렸다. 호강연은 본래 원하는 것은 다 가져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기에 쟁취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이번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혼사란 자신의 의지대로 되지 않는 일이기에 자신만만한 호강연도 떨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전에 호강연의 아버지가 괜찮은 신랑감이 있다고 중매를 서겠다고 했을 때 호강연은 죽어도 싫다며 거절했다. 그녀는 줄곧 우문호를 기다렸다. 진북에서 경중으로 돌아왔으니 주사위는 던져졌다. 호강연은 원하는 것을 갖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명원제는 현비와 이야기를 한 후 마음이 통한 듯 방글방글 웃었다. 호탕한 웃음소리에 호강연이 힐끗 명원제를 보다가 놀라서 고개를 숙였다. 명원제는 그런 호강연이 매우 마음에 들었다. ‘당차고 똑 부러지는 성격에 생각보다 겸손하기까지 다섯째의 배필로 딱이다. 앞으로 황실에 법도와 규율을 잘 가르친다면 문제 될 것은 없겠어.’호강연은 명원제와 현비에게 인사를 하고 출궁 했고, 명원제는 그 길로 사람을 시켜 진북후를 입궁시켰다. 딸의 혼사를 걱정하던 진북후는 명원제가 혼사에 관련해 긴히 할 얘기가 있다고 하자 만사를 제쳐두고 궁으로 들어왔다. 진북후는 명원제가 자신을 급히 찾는다는 소리를 듣고 명원제가 호강연을 친왕의 부인으로 들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설마 회왕은 아니겠지. 회왕은 전에 병을 앓았기에…… 어떤 친왕의 부인으로 점지하셨을까.’진북후는 자신의 딸을 후궁으로 들일 것이라는 생각은 추호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진북후의 마음에 가장 드는 친왕은 우문호였다. 만약 우문호를 사위로 맞이한다면 딸이 후궁으로 들어가도 상관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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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778화

진북후의 말을 듣고 명원제는 기분이 언짢았다. ‘아무리 진북 사람 성격이 호탕하고 직설적이라고 해도 너무 속이 뻔히 보이지 않는가?’진북후는 진북으로 가기 전까지만 해도 그저 장군에 불과했다. 진북으로 간 몇 년 동안 그가 많은 공적을 세운 것은 사실이지만 그로 인해 그의 가족들에게 물질적으로 많은 것을 제공했으며 풍요롭게 살 수 있게끔 해주었다. 그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더 큰 야망을 품다니.명원제는 여러 신하를 다루어보았기에 진북후의 페이스에 말리지 않기 위해 고개를 저으며 그를 보았다. “누구나 실수를 하기 마련이지. 짐이 초왕비를 친정으로 보낸 이유는 반성을 하라고 보낸 것이다.”“그렇습니까? 황상께서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초왕부의 일이니 저도 더는 얘기하지 않겠습니다. 황상께서 강연이와 이어주려는 친왕이 누구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황상께서도 강연이를 보셔서 아시겠지만 강연이는 고집이 세서 자신이 원하는 것은 꼭 차지해야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명원제는 찻잔을 들어 목을 축이며 “알지. 당차고 똑 부러지는 아이더구나. 그래, 결혼은 큰일이니, 후작이 걱정하는 것도 당연하다. 그래서 짐이 이렇게 후작의 생각을 먼저 들어보려고 이렇게 부른 것이 아니냐.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만, 현비가 자네 집 여식을 불러 담화를 했다고 하네. 두 사람이 말이 잘 통하는 것을 보니 가족의 연이 있는 것 같아서 말이네.”라고 말했다. “신도 딸아이의 말을 전해 들었습니다. 강연이도 현비마마를 존경하고 있어 현비마마의 진정한 며느리가 되고 싶다고 했습니다.”“그럼 진정한 며느리지 가짜 며느리도 있는가?” 명원제는 일부러 모르는 체하며 진북후에게 되물었다. “황상, 신에게는 딸 하나가 전부입니다. 그래서 뭐든 최고로 해주고 싶습니다. 만약 강연이가 초왕과 혼인을 하고 싶다고 하면 초왕의 정비로 보내고 싶습니다.”진북후가 과감 없이 말했다.명원제는 진북후의 붉어진 얼굴을 보고 화가 났지만, 이 또한 진북후의 모습이거니 하고 화를 참았다.명원제는 후회스러운 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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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779화

“인품은 두말 할 필요없이 좋습니다. 다만 우리 집안에서 노력을 좀 해야겠습니다. 황상께서는 초왕의 후궁으로 우리 강연이를 들이려고 합니다.”“후궁? 초왕이 이미 혼인을 했느냐?” 노부인이 물었다. 옆에 있던 하인이 노부인의 옆에 다가왔다.“마마님, 잊으셨습니까? 명월암에서 부인의 목숨을 구해주신 분께서 바로 초왕비이십니다.” 그 말을 듣고 노부인은 놀라서 하인을 바라보았다. “내가 어떻게 잊을 수 있겠는가? 기억하지!”이에 진북후는 의아한 표정으로 두 사람을 보았다. “초왕비가 왜요? 누가 모친의 목숨을 구했다는 겁니까?”노부인은 명월암에 있었던 일을 진북후에게 모두 털어놓았다. “내가 그 분이 아니었다면, 이곳에 있지도 못할 것이야.”“그런 일이 있었다니…… 초왕비가 우리 집안의 은인이군요.” 진북후가 말했다.“그렇다니까!”진북후는 마음이 착찹해졌다. “어떻게 하면 우리 강연이를 정비로 보낼 수 있을까요? 우리 강연이는 절대로 후궁으로 혼인시킬 수 없습니다. 아니면 은인이신 초왕비의 아이를 강연이가 친자식으로 받아들이고 잘 보살펴 은혜를 갚으면 되지 않겠습니까.”“뭐? 초왕비를 폐비시킨다는 말이냐?” 노부인은 진북후의 말을 듣고 크게 노했다. “네가 감히 인륜에 어긋나는 말을 입 밖으로 내뱉는 것이야? 그런 말을 어떻게 할 수 있느냐!”진북후는 모친이 화가난 모습을 보고 당황했다.“아니면 우리 강연이를 정비로 올리고 초왕비를 후궁으로 삼아도 되지 않겠습니까? 정후부 세력도 쇠해진 마당에 정비가 가당키나 합니까?”“그 입 다물라!” 노부인이 진북후의 뺨을 때리자 진북후가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정비로 잘 지내고 있는 초왕비를 폐비시키다니, 초왕 내외를 꼭 갈라놓아야 네 속이 시원하겠느냐! 강연이 신랑이 꼭 초왕일 필요는 없지 않느냐!”진북후는 모친의 붉어진 얼굴을 보고 그녀의 건강이 상할까 걱정했다.“아닙니다. 모친! 소자가 말을 잘못했습니다. 노여움을 푸세요!”노부인은 화가 가시지 않았다.“네가 다시 한번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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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780화

호강연은 진북후의 호출에 올 것이 왔구나 하고 달려왔다. 그녀는 난생처음 느껴보는 감정에 온몸이 덜덜 떨리고 식은땀이 났다. “조모! 아버지!” 그녀는 예의를 갖춰 인사를 하고 조심스럽게 자리에 앉아 두 사람의 말을 기다렸다.진북후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딸을 보았다. ‘내가 이런 예쁜 딸을 낳았다니, 딸이 이렇게 커서 혼인을 논할 나이가 됐다는 것이 정말 신기하구나…… 지금 이 순간 호연이의 어미가 있었으면 참 좋았겠어……’진북후의 아내는 일찍이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강연아 자리에 앉거라. 부친과 조모가 너에게 긴히 할 말이 있다. 너의 의견을 물어볼 것이니 잘 생각하고 답하거라.”“아버지, 말씀하세요.”호강연은 긴장한 표정으로 입술을 깨물었다. “내가 네 아비로써 네 콧대가 얼마나 높은지 잘 알고 있다. 평민들 사이에서는 첩이라고 하지만 황실에서는 그것도 측비…… 후궁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말인데, 네 생각은 어떠냐?”진북후는 딸에게 후궁 자리를 말하기 미안한 마음에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괜찮습니다.” 호강연이 흔쾌히 답했다.“정말 괜찮다고?” 진북후는 믿기지 않는 듯한 표정으로 그녀를 보았다.호강연은 고개를 들어 그를 보았다.“자고로 혼인은 집안끼리 문제입니다. 제가 무슨 의견이 있겠습니까? 아버지 생각이 그러시다면 소녀도 따르겠습니다.”진북후는 붉어진 딸의 얼굴을 보고 호강연이 우문호를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래, 네가 그렇다면 초왕비를 모시며 화목한 가정을 이루면 되겠구나.’그는 호강연의 말에 웃었다.“그래, 그럼 잘 됐구나. 내가 내일 입궁해 황상께 말씀드리겠다.”호강연이 황제라는 말을 듣고 들고 있던 손수건을 움켜쥐었다.“황상…… 황상께서는 무슨 뜻이셨습니까?”“초왕이 임신까지 했으니 정비로 들일 수는 없고, 후궁으로 혼인을 허락하셨다.”“뭐라고요? 초왕의 후궁이요?” 호강연이 벌떡 일어났다.진북후는 부들부들 떠는 딸을 보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왜? 후궁이라도 좋다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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