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어의가 원경릉을 보고 피로누적으로 인해서 잠을 자는 것이라고 하자 현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현비는 부중의 사람들에게 왕비를 잘 돌보라고 분부하고 수레에 올라탔다. 현비가 떠난 왕부에서 원경릉은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그녀는 만아와 사식이의 부축으로 침상으로 옮겨져 누가 업고 가도 모를 정도로 잠에 들었다. 현비는 궁으로 돌아가는 수레 안에서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그녀는 출궁을 하면서 다섯째를 설득해 호씨 집안과 혼인을 하게끔 하려고 했다. 하지만 예상밖의 상황에 이렇게 쫓겨나듯 궁으로 돌아오게 되다니. 궁으로 돌아온 현비에게 태후가 초왕비의 상태를 묻자 무사하다고 말했고, 자신의 집으로 돌아와 사람을 진북후부로 보내 내일 호 아가씨를 입궁하라고 분부했다.현비는 호 아가씨의 인품이 어떤지 두 눈으로 확인해보고 싶었다. 만약 그녀가 소문보다 성격이 견딜 수 있는 정도라면 빠른 시일 내 다섯째와 혼인을 시킬 계획을 세워야 한다. 시간이 갈수록 현비는 마음이 조급해졌다. ‘내가 살아있을 때, 내 아들 문호를 꼭 태자로 만들어야 해.’다섯째는 공주부 사건으로 근 1년 동안 황실에서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다. 지금 왕비의 임신과 동시에 경조부윤으로 파견되어 승승장구하나 싶었더니 또 곤장을 맞고 그 모양 그 꼴이 되다니. 현비는 바보 같은 다섯째만 생각하면 한숨이 나오고 눈앞이 캄캄했다. 그녀는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아들의 미래를 위해서 뭐라도 해야 했다. *다음날, 호 아가씨가 입궁했다. 호 아가씨는 빨간 단색 치마를 입고 검은 옷깃의 저고리에 털 망토를 걸치고 있었다. 쪽진 머리에는 적산호 비녀가 꽂혀있었으며 검은 피부에 짙은 눈썹, 반짝이는 눈동자 그리고 곧게 뻗은 콧대. 전체적으로 그녀의 모습엔 활기가 가득했다. ‘소문대로 대범하고 자유분방해 보이는군.’그녀는 무릎을 꿇고 현비 앞에 앉았다. “신녀가 현비마마를 뵙습니다. 제 이름은 호강연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현비마마 만수무강하시옵소
현비는 호강연의 말을 듣고 얼굴에 미소가 만개했다. 현비가 잠깐 눈을 감자 눈앞에 우문호가 태자로 책봉되는 순간이 그려졌다. 현비는 호강연의 손을 꼭 잡고 눈을 가늘게 떴다. “호 아가씨도 그렇게 생각하는 겁니까? 정말 다행입니다!”호강연은 활짝 웃으며 “예, 그 말씀을 줄곧 기다려왔습니다!”라고 말했다.현비는 그 말을 듣고 크게 기뻐했다. “오늘 본궁이 사람을 시켜 제비집을 준비해 두었는데, 마시고 계세요. 본궁이 사람을 시켜 황상을 모셔오겠습니다.”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현비는 방금 호강연과 나눈 대화를 황제도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호강연은 황상이라는 말에 얼굴이 창백해지더니 눈을 동그랗게 뜨고 현비를 보았다.“예…… 신녀 다 마셨습니다. 제비집은 진북에서 아주 귀한 겁니다. 이렇게 귀한 것을 준비해주시다니 감사합니다.”현비는 당황한 표정의 호강연을 보고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녀가 세간에서 떠드는 것과는 전혀 다르게 겸손하고 예의도 바르다고 생각했다. 원경릉은 다섯째가 호 아가씨의 성격 때문에 혼인을 거절했다고 했는데, 그건 그가 호강연을 만나보지 못했기 때문이다.‘생각보다 얌전하고 성격도 소탈하니 좋은데…… 다섯째가 오해를 하고 있구나.’*명원제는 요 며칠 기분이 좋았다. 그 이유는 나귀빈 사건이 해결된 후 악몽을 꾸지 않게 되었고, 또 하나는 진북후측에서 트집을 잡지 않아 평온한 매일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목여태감이 출궁해 초왕비를 보고 와서는 배가 남산만 하니 장군을 낳을 것 같다고 전하자 그 기쁨이 말로 다 할 수 없었다.하지만 명원제 마음 한구석에 찝찝함이 남아있었는데, 그 이유는 셋째 때문이었다. 구사가 말하길 셋째가 정후부에서 소란을 피웠다는데, 그 말을 듣고 명원제는 낯이 뜨거워져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자식 농사가 제일 어렵다더니…… 정세보다 자식 관리가 더 어렵구나.’명원제가 궁궐화원에서 앙상해진 가시나무를 보며 찬바람을 맞고 있었다. 때마침 현비가 보낸 사람이 와서 호 아가씨
다섯째도 후궁을 들여야 할 때가 됐다. 명원제는 호강연에게 거침없이 궁금한 것들을 질문했고, 그때마다 호강연은 꾸밈없이 진솔하게 대답을 했다. 황제 앞에서 떨지 않고 당차게 대답하는 호강연의 모습이 명원제 마음에 들었다. 심지어 호강연의 모든 조건도 원경릉에 비해 떨어지지도 않는다. 명원제가 현비와 이야기를 나누자 호강연은 멀찌감치 떨어져 앉아 숨죽여 기다렸다. 호강연은 본래 원하는 것은 다 가져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기에 쟁취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이번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혼사란 자신의 의지대로 되지 않는 일이기에 자신만만한 호강연도 떨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전에 호강연의 아버지가 괜찮은 신랑감이 있다고 중매를 서겠다고 했을 때 호강연은 죽어도 싫다며 거절했다. 그녀는 줄곧 우문호를 기다렸다. 진북에서 경중으로 돌아왔으니 주사위는 던져졌다. 호강연은 원하는 것을 갖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명원제는 현비와 이야기를 한 후 마음이 통한 듯 방글방글 웃었다. 호탕한 웃음소리에 호강연이 힐끗 명원제를 보다가 놀라서 고개를 숙였다. 명원제는 그런 호강연이 매우 마음에 들었다. ‘당차고 똑 부러지는 성격에 생각보다 겸손하기까지 다섯째의 배필로 딱이다. 앞으로 황실에 법도와 규율을 잘 가르친다면 문제 될 것은 없겠어.’호강연은 명원제와 현비에게 인사를 하고 출궁 했고, 명원제는 그 길로 사람을 시켜 진북후를 입궁시켰다. 딸의 혼사를 걱정하던 진북후는 명원제가 혼사에 관련해 긴히 할 얘기가 있다고 하자 만사를 제쳐두고 궁으로 들어왔다. 진북후는 명원제가 자신을 급히 찾는다는 소리를 듣고 명원제가 호강연을 친왕의 부인으로 들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설마 회왕은 아니겠지. 회왕은 전에 병을 앓았기에…… 어떤 친왕의 부인으로 점지하셨을까.’진북후는 자신의 딸을 후궁으로 들일 것이라는 생각은 추호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진북후의 마음에 가장 드는 친왕은 우문호였다. 만약 우문호를 사위로 맞이한다면 딸이 후궁으로 들어가도 상관없다고
진북후의 말을 듣고 명원제는 기분이 언짢았다. ‘아무리 진북 사람 성격이 호탕하고 직설적이라고 해도 너무 속이 뻔히 보이지 않는가?’진북후는 진북으로 가기 전까지만 해도 그저 장군에 불과했다. 진북으로 간 몇 년 동안 그가 많은 공적을 세운 것은 사실이지만 그로 인해 그의 가족들에게 물질적으로 많은 것을 제공했으며 풍요롭게 살 수 있게끔 해주었다. 그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더 큰 야망을 품다니.명원제는 여러 신하를 다루어보았기에 진북후의 페이스에 말리지 않기 위해 고개를 저으며 그를 보았다. “누구나 실수를 하기 마련이지. 짐이 초왕비를 친정으로 보낸 이유는 반성을 하라고 보낸 것이다.”“그렇습니까? 황상께서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초왕부의 일이니 저도 더는 얘기하지 않겠습니다. 황상께서 강연이와 이어주려는 친왕이 누구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황상께서도 강연이를 보셔서 아시겠지만 강연이는 고집이 세서 자신이 원하는 것은 꼭 차지해야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명원제는 찻잔을 들어 목을 축이며 “알지. 당차고 똑 부러지는 아이더구나. 그래, 결혼은 큰일이니, 후작이 걱정하는 것도 당연하다. 그래서 짐이 이렇게 후작의 생각을 먼저 들어보려고 이렇게 부른 것이 아니냐.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만, 현비가 자네 집 여식을 불러 담화를 했다고 하네. 두 사람이 말이 잘 통하는 것을 보니 가족의 연이 있는 것 같아서 말이네.”라고 말했다. “신도 딸아이의 말을 전해 들었습니다. 강연이도 현비마마를 존경하고 있어 현비마마의 진정한 며느리가 되고 싶다고 했습니다.”“그럼 진정한 며느리지 가짜 며느리도 있는가?” 명원제는 일부러 모르는 체하며 진북후에게 되물었다. “황상, 신에게는 딸 하나가 전부입니다. 그래서 뭐든 최고로 해주고 싶습니다. 만약 강연이가 초왕과 혼인을 하고 싶다고 하면 초왕의 정비로 보내고 싶습니다.”진북후가 과감 없이 말했다.명원제는 진북후의 붉어진 얼굴을 보고 화가 났지만, 이 또한 진북후의 모습이거니 하고 화를 참았다.명원제는 후회스러운 마음을
“인품은 두말 할 필요없이 좋습니다. 다만 우리 집안에서 노력을 좀 해야겠습니다. 황상께서는 초왕의 후궁으로 우리 강연이를 들이려고 합니다.”“후궁? 초왕이 이미 혼인을 했느냐?” 노부인이 물었다. 옆에 있던 하인이 노부인의 옆에 다가왔다.“마마님, 잊으셨습니까? 명월암에서 부인의 목숨을 구해주신 분께서 바로 초왕비이십니다.” 그 말을 듣고 노부인은 놀라서 하인을 바라보았다. “내가 어떻게 잊을 수 있겠는가? 기억하지!”이에 진북후는 의아한 표정으로 두 사람을 보았다. “초왕비가 왜요? 누가 모친의 목숨을 구했다는 겁니까?”노부인은 명월암에 있었던 일을 진북후에게 모두 털어놓았다. “내가 그 분이 아니었다면, 이곳에 있지도 못할 것이야.”“그런 일이 있었다니…… 초왕비가 우리 집안의 은인이군요.” 진북후가 말했다.“그렇다니까!”진북후는 마음이 착찹해졌다. “어떻게 하면 우리 강연이를 정비로 보낼 수 있을까요? 우리 강연이는 절대로 후궁으로 혼인시킬 수 없습니다. 아니면 은인이신 초왕비의 아이를 강연이가 친자식으로 받아들이고 잘 보살펴 은혜를 갚으면 되지 않겠습니까.”“뭐? 초왕비를 폐비시킨다는 말이냐?” 노부인은 진북후의 말을 듣고 크게 노했다. “네가 감히 인륜에 어긋나는 말을 입 밖으로 내뱉는 것이야? 그런 말을 어떻게 할 수 있느냐!”진북후는 모친이 화가난 모습을 보고 당황했다.“아니면 우리 강연이를 정비로 올리고 초왕비를 후궁으로 삼아도 되지 않겠습니까? 정후부 세력도 쇠해진 마당에 정비가 가당키나 합니까?”“그 입 다물라!” 노부인이 진북후의 뺨을 때리자 진북후가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정비로 잘 지내고 있는 초왕비를 폐비시키다니, 초왕 내외를 꼭 갈라놓아야 네 속이 시원하겠느냐! 강연이 신랑이 꼭 초왕일 필요는 없지 않느냐!”진북후는 모친의 붉어진 얼굴을 보고 그녀의 건강이 상할까 걱정했다.“아닙니다. 모친! 소자가 말을 잘못했습니다. 노여움을 푸세요!”노부인은 화가 가시지 않았다.“네가 다시 한번 그
호강연은 진북후의 호출에 올 것이 왔구나 하고 달려왔다. 그녀는 난생처음 느껴보는 감정에 온몸이 덜덜 떨리고 식은땀이 났다. “조모! 아버지!” 그녀는 예의를 갖춰 인사를 하고 조심스럽게 자리에 앉아 두 사람의 말을 기다렸다.진북후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딸을 보았다. ‘내가 이런 예쁜 딸을 낳았다니, 딸이 이렇게 커서 혼인을 논할 나이가 됐다는 것이 정말 신기하구나…… 지금 이 순간 호연이의 어미가 있었으면 참 좋았겠어……’진북후의 아내는 일찍이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강연아 자리에 앉거라. 부친과 조모가 너에게 긴히 할 말이 있다. 너의 의견을 물어볼 것이니 잘 생각하고 답하거라.”“아버지, 말씀하세요.”호강연은 긴장한 표정으로 입술을 깨물었다. “내가 네 아비로써 네 콧대가 얼마나 높은지 잘 알고 있다. 평민들 사이에서는 첩이라고 하지만 황실에서는 그것도 측비…… 후궁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말인데, 네 생각은 어떠냐?”진북후는 딸에게 후궁 자리를 말하기 미안한 마음에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괜찮습니다.” 호강연이 흔쾌히 답했다.“정말 괜찮다고?” 진북후는 믿기지 않는 듯한 표정으로 그녀를 보았다.호강연은 고개를 들어 그를 보았다.“자고로 혼인은 집안끼리 문제입니다. 제가 무슨 의견이 있겠습니까? 아버지 생각이 그러시다면 소녀도 따르겠습니다.”진북후는 붉어진 딸의 얼굴을 보고 호강연이 우문호를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래, 네가 그렇다면 초왕비를 모시며 화목한 가정을 이루면 되겠구나.’그는 호강연의 말에 웃었다.“그래, 그럼 잘 됐구나. 내가 내일 입궁해 황상께 말씀드리겠다.”호강연이 황제라는 말을 듣고 들고 있던 손수건을 움켜쥐었다.“황상…… 황상께서는 무슨 뜻이셨습니까?”“초왕이 임신까지 했으니 정비로 들일 수는 없고, 후궁으로 혼인을 허락하셨다.”“뭐라고요? 초왕의 후궁이요?” 호강연이 벌떡 일어났다.진북후는 부들부들 떠는 딸을 보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왜? 후궁이라도 좋다면서?”
호강연의 충격 선언“아빠보다 어려요!” 호강연은 자신이 반한 남자를 나쁘게 말하는 걸 용서할 수 없었다. “그리고 아빠보다 잘 생겼어요!”“너……”진북후는 콧바람에 수염마저 홀랑 뒤집어져서, “나보다 어리든 잘 생겼든 무슨 상관이야? 어차피 중늙은인데, 올해 46이야, 넌 이제 고작 17이고, 너보다 무려 30살이나 더 많다고.”“29살이에요!” 호강연이 고쳐서 말했다.“29살이면 아버지벌 하고도 한참 남아, 할아버지도 될 수 있는 나이라고.” 진북후는 화가 나서 심근경색이 올 지경이다. “안돼, 그 얘기는 다시는 꺼내지도 마.”“황제 아니면 결혼 안 해요.” 호강연은 한마디를 살짝 던졌다.“혼인은 부모가 명하고 중매인이 말을 넣는 것이니, 네가 나설 생각 하지도 마라.”“누가 그래요?” 호강연이 한사코 부정했다.“네가 방금 그랬어.” 진북후는 있는 힘껏 탁자를 치고 두 눈을 왕방울만 하게 부릅뜨는데 안에 이글이글 불꽃이 타오른다.호강연도 탁자를 치고 눈을 부라리며, “전 그런 헛소리 지껄인 적 없거든요? 자기 인생은 자기가 주인이에요, 제가 누구한테 시집을 가든 제가 결정하는 거지, 아버지가 말한다고 끝이 아니에요, 어쨌든 폐하가 아니면 누구한테도 시집 안가요.”“이 망할 놈의 자식이!” 진북후가 손을 들어 따귀를 때리려고 했다.호강연은 자기 얼굴을 가까이 들이대며, “때려봐요, 때려봐. 그러면 바로 엄마 영전 앞에 목을 매고 다들 보게 할 테니까.”“네가 그럴 수 있을 것 같아?” 진북후가 거칠게 손을 내려놓았지만 말투는 상당히 약해졌다.“어디 해봐요 해봐, 내가 하나 못하나!” 호강연은 막 나가는 성격으로 아예 감출 마음이 없다.진북후는 발을 쿵쿵 구르며 어찌할 바를 몰라 호강연의 할머니에게 도움을 구하는데. “어머니, 뭐라고 좀 해주세요.”노마님도 상당히 놀라서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없는지라, “연이야, 어쩌다가 폐하께 시집을 가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냐? 잘 생기고 능력이 출중한 데다 마음씨도 빼어난 젊은 사람이 얼마나 많
당황한 진북후진북후는 자신의 딸을 보며 죽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이번에 경성에 돌아오며 그가 결심한 것은 호씨 집안이 당연히 누려야 할 영예를 쟁취하는 것이었다.진북후는 황제가 진북에서 자신이 거둔 업적을 중시하는 것을 알고 위풍당당하게 돌아와 오늘 궁에서도 전대미문으로 황제에게 억지를 부리는 간이 배밖에 나온 짓을 했으며, 비록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는 못했지만 계속 우기면 분명 이길 거란 것을 알고 있다.그래서 출궁해서 진북후부로 돌아오는 길에도 뜻만 있으면 반드시 이룰 것이란 생각에 가슴이 웅장했다.그런데 이게 웬 말이냐고. 발톱을 감춘 호랑이가, 발톱을 드러내고 몇 번 포효해보지도 못했는데 바로 자기 딸한테 한 방 먹어서 꼼짝 못하게 되었다.이게 뭐야? 진북후가 일부러 콧대 높은 분위기를 만들어서 황제가 애가 탔는데, 결국 황제가 호강연을 가지고 진북후의 애를 태우게 된 거 잖아?이건 진북후 인생에 찬물을 확 끼얹어 투지를 완전히 소멸시켜 버리는 것이다.진북후는 황제보다 고작 한 살 많은데, 황제의 장인이라니 이게 무슨 소리야?맙소사, 받아들일 수 없다.하지만 서럽게 울면서도 여전히 맹렬하게 타오르는 분노로 가득한 딸 얼굴을 생각하면 진북후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심지어 딸은 진북후에게 최후 통첩까지 했다. 만약 황제가 딸을 원하지 않으면 딸은 바로 출가해서 비구니가 될 것이다.이게 뭐야? 진북후가 딸을 황제에게 바치는 것도 모자라, 비굴하게 황제더러 자신의 딸을 데려가 달라고 애원하라는 거야? “안돼, 차라리 비구니가 되는 편이 입궁하는 것보다 나아.” 진북후가 매정하게 마음먹기로 했다.호강연은 결심했다는 듯 아버지에게: “결국 그러시다면 내일 절 명월암으로 데려가 주세요, 날 설득할 생각하지 마세요, 전 마음을 이미 정했으니까 아무도 설득 못해요.”말을 마치고 호강연은 눈물을 훔치며 돌아갔다.진북후는 멍하니 아무 생각도 못하고 노모를 바라봤다.노마님이 손을 놓는데 그녀라고 무슨 방법이 있을까? 어찌 되었든 호강연을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