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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631화

우문호는 매우 심란했다. 경호 길은 아직 조정이 끝나지 않은 상태로, 경호에 뛰어내리면 어떤 국면을 맞이하게 될지 둘 다 짐작할 수 없었다.하지만 원경릉 말 대로 주재상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황조부는 살아가지 못할 게 틀림없다.태산이 무너지는데 아바마마라고 버티실 수 있을까? 심지어 자기 때문에 생긴 일인데 말이다. 이런 생각들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아 더는 깊이 생각을 진전시킬 수 없었다.원경릉이 우문호의 손을 잡고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만약 시공간 속에서 길을 잃게 된다면 자기는 용태후께 가서 우리를 구해주시라고 해줘. 우리 만두는 우리가 집에 도착하지 못한 걸 알 거야. 지금 용태후를 찾아가 우리를 저쪽으로 데려다 달라고 할 시간이 없으니까 말이야. 이번 약을 드신 후에도 효과가 없다면 바로 우리를 경호로 데려가줘. 시간이 없어.”우문호는 원경릉을 위험에 노출시키고 싶지 않았다. 우문호의 결정에 따라 어쩌면 원경릉과 뱃속의 자신의 아이까지 잃을 수도 있다.“자기야, 내 말을 듣고 망설일 필요 없어. 옳은 일을 한다는 걸 우리는 잘 알잖아. 주재상에게 무슨 일이 생겨서는 절대 안돼. 주재상의 목숨은 다른 세사람의 목숨과 묶여 있어. 최악의 경우라 해도 우리는 다른 시공간에서 살아있어. 우리는 죽지 않을 거야. 그리고 자기는 우리를 찾을 기회가 있잖아. 이렇게 해야 한줄기 희망을 품고 건곤전의 저들이 계속 기다릴 수 있어.” 원경릉이 우문호의 손을 꽉 잡고 다시 한번 간절히 애원했다.우문호는 원경릉을 보니 가슴이 찢어지는 것만 같았다. 주재상이 다른 세 사람의 목숨과 엮여 있듯이 당신 모녀도 우리 부자 몇 명의 목숨이랑 엮여 있다는 걸 모르겠는가?“일단 이 얘기는 하지 말자. 아직 약을 드신 것도 아니니까. 약을 드시고도 효과가 없으면 그때 다시 얘기하기로 하자.” 우문호는 더는 얘기를 이어갈 수 없었다. 원경릉이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만으로 앞으로 나날이 전부 암흑처럼 깜깜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원경릉이 두 손으로 우문호의 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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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632화

이 말을 듣고 마음이 편안해졌는지 주재상은 다시 잠에 빠져들었다.주재상은 그렇게 해 질 무렵 또 한번 깨서 태상황을 불렀다. 희상궁이 역시 전처럼 대답하자 주재상이 눈을 뜨려고 안간힘을 쓰며 태상황을 찾으려 했으나 제대로 볼 수 없는 상태였다. 이를 본 태상황이 버둥거리자 우문호가 태상황을 일으켜 주재상의 침대 앞으로 데려갔다. 태상황이 주재상의 손을 잡고 가슴이 타는 목소리로 말했다. “과인 여기 있네.”그러자 주재상의 두 눈은 몽롱한듯 다시 감겼는데 입꼬리가 부드러워진 듯 했다. 태상황이 고개를 천천히 위로 들어 올리는데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비록 희상궁이 처음에 태상황은 괜찮다고 말했지만 주재상은 완전히 믿지 못한 표정으로 있다가 태상황 본인의 목소리를 직접 듣자 비로소 믿는 듯 했다. 우문호와 원경릉이 곁에 서 있었는데 콧잔등이 시큰해진 것 같았다. 도대체 서로 함께 어떤 시간을 보냈길래 지금 이토록 손을 놓지 않는 서로를 꽉 붙드는 건지 놀랍기도 했다.우문호는 원경릉의 말을 확신했다. 주재상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태상황은 정말 정말 살 수 없으니까 말이다. 그들 셋은 예전부터 한 목숨이었다.주재상의 상황이 비교적 안정적이게 되자 태상황은 우문호에게 그만 일 하러 가라고 쫓아냈다.하지만 원경릉은 쉽게 떠나지 못하고 할머니와 같이 건곤전을 지켰다.태상황의 기분은 아직도 안 좋았는데, 주재상에 대한 걱정 보다 명원제에 대한 실망이 컸다.할머니가 태상황을 부축해 마당으로 나가 좀 걸으며 긴장을 풀어주었다. 그가 오랜 시간 심리적 억압 하에 놓여 있었기에 이렇게 얘기라도 나누지 않으면 특히 태상황의 나이엔 상당히 위험했다.…..채명전.호비는 약을 마신 뒤 장의자에서 휴식을 취하려고 했지만 자금단 생각을 도무지 떨쳐버릴 수 없었다. 그렇게 진귀한 약을 이렇게 허망하게 잃어버렸다 생각하니 속상했다.그래서 궁인들에게 분부해 밖에 떨어져 있는 건 아닌지 다시 찾아보도록 명했다. 열째가 채명전 안에서 만 논게 아닌 밖으로 나갈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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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633화

호비는 배가 아파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옆에 있던 궁인들은 애가 타서 소리를 질렀고, 호비는 아픔이 점점 퍼져 천천히 숨을 토했는데, 눈 앞이 오히려 더 캄캄해 지더니 그만 정신을 잃고 말았다. 한편, 건곤전에 있던 어의 두명이 갑자기 채명전으로 갔다. 아무 말 없었지만 원경릉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것만 같았다. 약 상자에 옥시토신이 아무 이유 없이 나타난다는 가능성은 없으니 안 좋은 일이 일어났을수도 있다. 그리고 지금 임신한 여자들은 아직 예정일이 되지 않았으므로 지금 출산한다면 조산이다. 아이가 살지 못할 것이다. 어의가 와서 황귀비에게 보고하니 황귀비도 얼른 일어나 약간 당황한 기색으로 자리를 떴다. 그러자 원경릉이 따라 나와 황귀비에 물었다. “무슨 일이죠?”황귀비가 목소리를 낮추었다. “채명전 사람이 와서 그러는데, 열째가 호비 배에 박치기를 해서 복통이 심각하대. 그래서 호비한테 한 번 가 보려고. 넌 나오지 말고 여기서 재상을 돌봐줘. 만약 정말 위험한 상황이면 폐하께서 널 부르실 테니까.”주재상도 수액을 걸어 놓아 금방 약을 바꿔줘야 해서 자리를 비울 수 없었다. “알겠습니다. 만약 무슨 일이 있으면 꼭 불러 주세요.”“알겠다.” 황귀비가 말을 마치고는 재빨리 무거운 몸을 이끌고 채명전으로 갔다.명원제는 어서방에서 회의를 하다가 호비가 배가 아파서 혼절했다는 말에 얼른 채명전으로 왔다. 열째가 호비에게 박치기해서 이렇게 됐다는 말을 들은 명원제는 벽력같이 화를 내며 호비의 시중을 들던 사람들을 전부 끌어내 곤장을 마구 쳐댔다. 그리고 호비 곁에 앉아 위로하며 손을 잡았다. 잠시 후에 호비가 깨어났으나 고통을 참을 수 없었고 출혈도 심했다. 급히 어의를 불러 진맥하자 어의의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명원제에게 어서 쑥을 태워 보태약의 (保胎藥: 유산을 방지하는 약) 양을 늘려야 한다고 전했다. “어서 쑥을 태우거라!” 명원제가 바로 명을 내렸다.명원제의 커다란 손이 식은땀이 흐르는 호비 얼굴을 만지작거리며 다독였다. “괜찮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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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634화

명원제가 미간을 찡그렸다. 처음엔 열째가 장난치다가 호비에게 부딪힌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부러 박치기를 하고 도망갔다는 것을 사실에 화를 참지 못했다. “열째는?!”궁인이 놀라서 덜덜 떨며 울먹였다. “마마를 들이 받고 십황자는 달려나가서 유모가 쫓아갔는데 아직 채명전에 돌아오지 않았습니다.”“당장 데려와!” 명원제가 호통을 쳤다.“예!” 궁인이 재빨리 십황자를 찾으러 사람을 보냈다.한참 뒤에 십황자가 왔는데 잔뜩 억울한 얼굴로 채명전에 들어오기 전부터 울기 시작했다. “아바마마, 아바마마, 소자가 잘못했사옵니다…!”십황자가 달려 들어와 명원제 앞에 무릎을 털썩 꿇어 앉더니 닭 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렸다.명원제는 십황자에게 이미 상당히 실망했기에 참지 못하고 화를 냈다. “너는 어찌 이토록 마구잡이에 비열한 것이냐? 네 어마마마가 아이를 가지고 있는 것을 알면서 일부러 배를 들이 받다니.. 너는 어마마마가 가엾지도 않느냐?”십황자가 울먹였다. “어마마마께서 절 혼내고 때리셨어요. 아바마마도 절 때리지 않으시는데. 저도 무섭다고요… 그러니까 누가 절 때리래요?”자기 기분이 상한게 더 중요하다는 듯한 십황자의 얘기에 명원제는 등골이 오싹했다.십황자가 이렇게 심각한 결과를 초래했으니 자신의 잘못을 인정할 것이라고 명원제는 믿었다. 하지만 잘못했다는 소리는 입에 발린 말에 불과했고 조금의 반성의 기색도 보이지 않았다. 십황자는 자신이 총애 받는다는 것에 기대 세상에 무서울 게 없다 못해 어마마마조차 함부로 대하고 있었던 것이다. 명원제는 분노로 가득차 손가락 끝을 덜덜 떨었다. “어마마마가 널 혼낸 건 네가 잘못을 했기 때문이다. 잘못을 했으면 벌을 받고 혼나야지. 감히 반박을 하느냐! 짐이 너에게는 곤장을 못 때릴 것 같으냐?”명원제가 화가 나서 소리치자, 십황자는 그 자리에 굳어져 우는 것도 멈추고 당황한 눈으로 명원제를 바라봤다. 어쩔 수 없지만 억울하다는 눈빛이었다. 잘못을 인정하기만 하면 명원제는 당연히 그를 용서할 생각이었으나, 이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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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635화

호비는 말없이 다시 눈을 감고 황귀비를 잡은 손을 놓지 않은 채 자신의 곁을 떠나지 못하게 했다.목여태감이 명원제의 상처를 소독했는데 십황자가 젖 먹던 힘을 다해 문 거라 살갗에 이빨자국이 2개나 났다. 하지만 물린 상처는 명원제의 마음에 난 상처에 비하면 그렇게 아프지 않았다. 명원제는 자신이 그토록 총애하는 아이가 설마 자신을 깨물 거라고 생각도 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명원제에게는 자녀가 많다. 과거 우문군이 어렸을 때 명원제는 그를 총애했었다. 하지만 우문군은 명원제에게 말 한마디도 건방지게 하지 못했으며, 명원제에게 상처를 입히는 건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쑥을 태우는 냄새가 채명전을 가득 채워 황귀비가 재채기를 하자 호비가 얼른 황귀비를 놔주었다. “마마도 몸이 무거우실텐데 어서 나가세요. 김 쐬시면 안됩니다.”황귀비가 고개를 흔들었다. “괜찮아, 난 여기 네 곁에 있을 테니 마음 편히 해도 된단다.”호비가 황귀비를 얼마나 의지하고 있는지 황귀비도 잘 알고 있었다. 호비는 황귀비가 타는 냄새를 들이쉬어 기침하지 않도록 하녀에게 손수건을 가져다가 황귀비한테 주고 했다. 쑥을 태우고 약을 먹자 복통은 여전했지만 호비의 안색은 매우 호전되어 명원제는 그제서야 안심했다. 황귀비가 호비 손을 놓고 명원제에게 함께 있도록 한 뒤 어의와 얘기하러 밖으로 나갔다.“어의는 내게 사실대로 말하거라. 호비의 태아는 어찌되었느냐?” 황귀비가 묻자 어의가 어쩔 수 없이 말했다. “황귀비 마마, 호비 마마께서 요 며칠 속이 좋지 않으신 것은 몸이 차기 때문으로 설사를 며칠째 하시다 보니 태기에 영향을 주었습니다. 심하게 부딪히셔서 쑥을 태워 통증을 멎게 했으나 많이 위험할 것으로 생각됩니다.”황귀비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위험하다니? 네 말은 아이가 버티지 못할 수도 있다는 말이냐?”어의가 답했다. “마마, 버티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이 말을 듣자 황가비는 매우 다급해졌다. “하지만 호비가 방금 많이 좋아졌다고 했는데.”어의가 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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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636화

어의가 고개를 저었다. “호비 마마께서 일단 얘기하지 말고 소신에게 이렇게 하라고 이르셨습니다.”황귀비는 호비가 왜 태아가 불안한 상태임을 숨기려 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호비가 황제에게 알렸다고 해도 태아는 버티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어 황제는 그녀를 더욱 불쌍하게 여기고 사랑했으면 했지, 절대 그 일로 호비를 책망하거나 소홀히 여길 리는 없기 때문이다.“마마, 태자비 마마께 와서 보시라고 할까요?” 어의는 황귀비가 말이 없는 것을 보고 이렇게 건의했다.황귀비는 답하지 않고 천천히 미간을 찌푸리고 생각에 잠기더니 어의에게 물었다. “호비의 아이는 너희 내의원에서 최선을 다하면 1,2할의 자신은 있느냐?”어의가 우물쭈물하며 고개를 저었다. “소신은 자신이 없습니다!”황귀비는 너무 괴로웠으나 바로 분부를 내려, “폐하 앞에서 태자비를 청해 진찰한다는 말은 꺼내지 말아라. 지금 재상의 상처가 위중하니 태자비는 그쪽을 지켜야 하므로 호비 태중의 아이가 정말 위급한 상황에만 태자비를 청할 수 있네.”어의가 이해하지 못한다는 듯 물었다. “마마, 왜 그러십니까? 지금 태자비께서 와서 보시면 일말의 희망이라도 있을지 모릅니다!”황귀비가 냉정한 눈빛으로 소리쳤다. “내 말 대로 하거라. 폐하께서 묻지 않는 이상 네 입으로 태자비를 입에 올려서는 절대 아니 될 것이다!”어의는 아직 대답 전이었지만 뒤에서 명원제가 광분한 소리가 들렸다. “짐은 도저히 믿을 수가 없네. 황귀비처럼 욕심 없고 고요한 사람이 뒤에서 몰래 이토록 치밀하게 용종을 해치려는 음흉한 계책을 꾸미고 있었단 말이냐.”황귀비가 깜짝 놀라 퍼뜩 고개를 돌리자 명원제가 얼음장처럼 차가운 얼굴로 복도에 서서 끝없는 실망과 불신의 눈빛으로 황귀비를 쳐다보고 있었다.그 모습을 보자 황귀비가 흠칫 놀랐다. “폐하!”명원제가 분노해서 황귀비의 손목을 낚아채는데 눈에 이글거리는 분노가 황귀비를 잿더미로 만들고도 남을 지경이었다. “호비가 자네를 그토록 믿고 의지하는 걸 빌미로, 단순한 호비를 속이려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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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637화

명원제는 황귀비의 난처해 하면서도 격앙된 얼굴을 바라봤다. 황귀비가 언제 지금처럼 미친듯이 예민한 적이 있었던가? 더듬어 보았지만 없었다. 명원제는 당황스러워 어찌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요 며칠동안 터진 일로 명원제는 자신이 다른 사람들에게 이미 버림받았다는 생각까지 들었다.잠시 후 명원제가 고개를 흔들며 입을 열었다. “짐을 그런 식으로 생각하지 말았어야 했다. 짐은 그런 사람이 아니다. 네가 짐을 가장 잘 이해하고 짐을 가장 잘 헤아려야 하거늘.”“그럼 폐하께서도 신첩을 가장 잘 아셨어야 지요.” 황귀비가 살짝 턱을 들고 얼굴에 슬픔과 실망의 빛을 띠며 말을 이어나갔다. “용종을 해치려 했다는 한마디에 신첩은 가슴을 칼로 갈가리 도려내는 것 같습니다. 폐하께서 전에 신첩에게 물으셨죠. 호비를 총애하는 게 신경 쓰이냐고. 아직도 신첩에게 이 말을 물으신다면 신첩은 기쁘다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신첩이 생각하기로 폐하께서는 후궁의 다른 비빈들이나 막 입궁한 수녀들에게 물어보시는 편이 나을 것입니다. 지금까지 푸대접을 당해서 폐하의 용안 한 번 뵙지 못한 사람들에게 물어보세요. 신첩은 감히 모험할 수 없으니까요. 고명한 의술을 가진 태자비가 와서 호비 뱃속에 용종을 지키고자 해도, 어의가 조금의 자신도 없다는데 태자비라고 무슨 용 빼는 재주가 있겠습니까?”명원제가 말했다.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호비가 그렇게 당신을 믿는데 당신도 호비 생각을 해야지. 호비가 낙태를 하더라도 어의에게 태자비를 청하지 못하게 했으니 이 점에서 정말 짐을 실망시켰다.”황귀비는 더는 말이 안 통한다는 듯 자리를 뜨기로 했다. 의연하고 냉담한 눈빛이 산산이 부서지며 말했다. “폐하를 실망시켜드려 신첩 송구합니다. 신첩이 폐하께 대들고 폐하께 무례하게 굴어 덕을 잃었으니 후궁을 대표하는 것이나 다스리는 것에 합당하지 않습니다. 신첩은 장문전으로 옮겨 이제부터 밖으로 나오지 않겠습니다. 폐하 용서하지 마세요!”명원제가 다시 화가 난 듯 소리쳤다. “이십 여년의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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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638화

명원제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정확히 황귀비는 어의가 태자비를 부르지 못하게 했다.””저도 어의에게 태자비를 부르지 못하게 했을 겁니다!” 호비가 명원제를 보고 전신을 부들부들 떨며 말했다. “한달 전부터 좋지 않았지만 태자비에게 알리지도, 심지어는 입궁해서 진찰해 달라고 청하지도 않았어요. 알리지 않은 이유를 아시나요?”명원제가 당황하며 물었다. “무엇이냐?”호비가 복통은 억지로 참았지만 두 다리가 떨리는 것은 아무리 해도 참을 수가 없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는듯 미쳐 말했다. “왜냐면, 폐하께서 정사를 팽개치시고 제 곁에 계실 까봐 였습니다. 온 궁에 좋은 약재란 약재는 전부 찾아 저에게 쓰시고, 내의원 사람을 밤새 재우지 않고 제 곁에서 처방을 내리게 할 것이며 처방이 맞지 않으면 바로 죄를 물을 것입니다. 저를 달래 주시려고 전 원하지 않는 보석 장신구를 한 무더기 하사하실 게 틀림없고 저에게 뭐라도 보상해 주시려고 하셨을 겁니다. 마치 열째에게 다섯 도시를 하사하셔서 저를 안심시켜 주시는 것처럼요. 제가 폐하의 마음 속에 특별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는 걸 알려주실 겁니다. 폐하께서 열째를 지나치게 총애하셔서 열째는 사람들이 다 싫어하는 아이로 변했습니다. 전 그러고 싶지 않아요. 전 그저 여기서 조용히 살며 폐하께서 한가하실 때 가끔씩 저와 이런저런 말씀을 나눠 주시기를 바랄 뿐입니다. 폐하께서 저를 위한다고 하시는 것이 온 황궁을 혼란에 빠지게 하는 것을 왜 모르십니까?” “당신……” 명원제는 완전히 얼이 빠졌고, 호비의 격앙된 얼굴을 보자 가슴이 아팠다. 명원제가 호비를 위해 한 이런 일들을 뜻밖에도 호비는 한번도 감사히 받은 적이 없었다는 말인가?호비는 마음이 미어졌다. “전 8살때 폐하를 처음 뵙고 줄곧 마음에 두었습니다. 그 시간동안 저는 폐하를 떠나 먼 곳에 있으며 폐하의 업적을 듣고, 백성들이 폐하를 칭송하는 것을 들으며 존경하고 숭배하며 폐하가 아니면 시집가지 않겠다고 마음을 굳혔습니다. 하지만 제가 사랑한 사람은 영명하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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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639화

할머니의 말은 명원제가 편애를 했는지 여부에 대한 변명은 원천봉쇄하고 명원제가 잘못했다는 가정하에 잘못을 분석했다. 명원제가 어렵다는 눈빛으로 말했다. “더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옵니다!”할머니가 자애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저 나이만 많이 먹은 것을 핑계삼아 기탄없이 한 말씀 올리겠습니다. 무례한 죄를 부디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 태자 전하는 다음 군주시요 폐하의 아들이십니다. 폐하께서 태자에게 고생도 좀 하고 억울한 일도 좀 겪게 하셨으나, 기껏해야 마음이 조금 아플 뿐으로 폐하께 감히 따질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모두 폐하께서 임금이자 아버지임을 이해하기 때문입니다. 폐하께서는 반드시 태자 전하를 위해서 그러신 거니까요. 하지만 이번에 폐하께서 상처를 주신 분은 태상황과 주재상입니다. 두 분은 북당 강산을 위해 마지막 숨까지 다 바치신 분들이십니다. 그리고 제일 잘못하신 건 폐하께서 호비 마마와 십황자를 끌어들이신 것으로, 다시 한 번 태상황 폐하 면전에서 폐하의 편애를 인증하셨습니다. 태상황 폐하께서 폐하께 다섯 도시 일을 언급하신 것은 국사를 논하신 것으로, 북당의 이십 년 삼십 년 미래에 대한 계획이었습니다. 그런데 폐하께서는 십황자를 섭섭하게 할 수 없다는 데 중점을 두셨죠, 폐하께서 언급하신 건 집안일이었습니다. 신분이 바뀌어서 폐하께서 태상황의 위치에 계시고, 태자 전하가 지금 폐하의 위치에 있을 때 집안일을 위해 국사를 잊는다면 태자가 영 그릇이 덜 됐다고 안타까워하지 않으시겠습니까? 폐하께서는 기억하셔야 합니다. 폐하는 호비 마마의 황제이실 뿐 아니라 천하 백성의 황제시라는 사실을요.”“계속 말해보게!”그러자 할머니는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폐하께서는 태상황 폐하께서 편애하셔서 태자만 좋아하시고 십황자는 좋아하지 않으신다고 하셨지요. 그건 태상황 폐하를 이 집안의 늙은이로 밖에 안 보신 것입니다. 하지만 태상황 폐하는 많은 시간을 북당의 태상황의 신분으로 있으셨습니다. 그래서 폐하와 국사를 논하실 때 폐하께 한결같이 임금의 아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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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640화

명원제는 핏줄을 타고 불꽃이 손끝과 발끝까지 쫙 퍼져 나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명원제의 머릿속에 우문호의 결단력 있는 표정이 스치고 지나갔다. ‘과단성 있는 언행, 지혜로운 판단과 능력있는 사람이 바로 내 아들이다.’“폐하께서 직접 성지를 내려 정하신 태자 전하로, 태상황 폐하께서 하신 것이 아닙니다.” 할머니는 이 말을 마치고 일어나 예를 취하고 자리르 떠났다. 명원제는 눈을 감고 요 사흘 간의 일을 떠올리자 여러가지 감정이 교차했다. 억울함, 내키지 않는 마음 그리고 반성하는 마음도 있었으나 노부인의 말에 깨닫게 된 것이다. 이 말을 한 건 노부인이지만 사실 노부인은 태상황을 대신한 것으로 태상황은 여전히 명원제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뜻이다.명원제의 눈시울이 뿌예지더니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가마를 대령해라, 건곤전으로 가겠다!”향이 하나 탈 정도로 짧은 시간이 흐른 뒤 명원제는 건곤전 앞에 꿇어 앉아 머리를 조아렸다. “소신 벌을 청하러 왔습니다. 제가 뭘 잘못했는지 알았으니 아바마마 노여움을 푸시고 용서해 주십시오. 아바마마, 소신 들어갈 수 있게 허락해 주십시오!”잠시 후 건곤전에서 태상황의 묵직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편전에서 과인을 기다리거라!”명원제가 일어나는데 눈물을 참을 수 없어 한손으로 눈물을 훔치고 성큼성큼 편전으로 가서 밖에서 기다리는데 궁인이 나와 안으로 드시라고 했다. 명원제는 문을 밀고 들어가 바로 태상황에게 달려가 앞에 털썩 무릎을 꿇고 앉아 울먹였다. “아바마마, 소자가 잘못했습니다!”태상황은 자기 앞에 꿇어앉은 황제를 보니 만감이 교차했다. 자신이 노부인을 보내 명원제에게 그런 얘기를 전하도록 한 것은 만약 명원제가 노부인이 그런 말을 했다고 책망한다면 부자의 관계를 더이상 유지할 필요 없다고 이미 마음 먹었기 때문이었다.하지만 명원제가 깨닫는다면 북당의 미래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명원제는 북당의 황제가 아닌가!명원제가 슬픔과 격앙된 감정으로 눈물을 떨구고 있을 때, 태상황이 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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