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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621화

건곤전 안이 다시 소란스러워졌다.상선이 태상황이 피를 토한 사실을 알고 태상황의 곁에 있겠다고 한 것이다. 상선은 원래 중풍을 앓아 잘 걷지도 못했는데 지금 충격을 받고 입이 삐뚤어져 있었다. 원경릉이 상선을 돌봐야 하지만 방법이 없어 사람을 보내 할머니께 입궐하시라고 했다. 상선을 치료하는 김에 이쪽에 대한 의견도 구하기 위해서기도 했다. 상선이 들어온 뒤 도무지 태상황 곁을 떠날 생각을 하지 않고 소요공과 같이 건곤전을 지키는데, 건곤전에 침대도 두 개에서 세 개정도 깔았다. 침대를 깔 때 소요공이 원경릉에게 말했다. “어쩌면 나도 잘 견딜지 모르겠어.”그 말을 듣고 원경릉이 얼른 답했다. “그런 말씀 마세요! 어떻게든 저희를 위해서 버티셔야 합니다. 소요공께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정말 망가지게 되어 버릴 겁니다.”소요공이 웃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냥 해본 말이야, 난 쓰러질 리 없어. 아직 버틸 만 하네. 하하.”태상황이 캑캑 기침하더니 웃으며 말했다. “맞네, 내 장례는 네가 치르는 걸로 정해졌다.”원경릉이 이 말을 듣는데 가슴이 세차게 아파와 고개를 돌려 눈물을 훔쳤다. “그런 말씀을 하시면 듣는 사람이 얼마나 가슴 아픈지 걱정도 안 되세요? 여기 저 말고 다른 사람도 없는데 제가 황조부를 귀찮게 한 것도 아니고 대든 적도 없는데 저 괴롭게 이러실 거예요?”태상황이 원경릉을 바라보고는 당황해하며 물었다. “왜 우느냐? 과인이 농담 좀 한 걸 가지고, 과인은 안 죽는다. 주대유도 괜찮을 거야.”“저 안 울었습니다...” 원경릉이 약 상자에서 약을 몇 병 꺼내 놓았는데 이건 전부 오늘 주재상에게 쓸 약이였다. 그러다가 약 상자 바닥에서 옥시토신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깜짝 놀랐다. ‘어떻게 옥시토신이 여기 있는 것이지? 지금 출산을 앞둔 사람이 없는데 말이야.’“왜 그러느냐?” 우문호가 안으로 들어오다가 원경릉이 ‘헉’하는 소리에 약 상자를 보고 얼른 다가가 물었다.원경릉의 안색이 살짝 창백해져 있었따. “내 청진기 어디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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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622화

“가서 물어봐!” 태상황이 집요하게 말했다.우문호는 이게 주재상이 살수 있는 마지막 희망이기에 다시 명원제를 찾아갔다.명원제는 여전히 어서방에 있다가 우문호가 자금단에 대해서 묻자 몹시 당황했다. “자금단이 어디 있다고 그러느냐?!”우문호도 없다고 기억하고 있지만 태상황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니 와서 물어봤을 뿐으로 아바마마께서 없다고 하니 하는 수 없이, “태상황 폐하께서 아바마마께 아직 있을 거라고 하셨는데 아마 잘못 기억하셨나 봅니다.”명원제가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전에 남은 자금단 한 알을 호비에게 주었다. 열째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이 자금단으로 주재상의 목숨을 살릴 수 있다면 태상황의 방금 전 질문에 답이 될 것이다. 명원제는 우선 우문호를 보낸 뒤 사람을 채명전으로 보내 찾아보도록 명을 내렸다. 만약 있으면 바로 보내라고 말을 더했다.우문호가 나간 뒤 명원제는 바로 목여태감을 호비가 있는 채명전으로 보냈는데 호비가 몸이 좋지 않아 지금 황귀비 궁에 있다고 해서 다시 황귀비에게 향했다. 호비는 자금단이 필요하다는 말에 자초지종을 물었고, 태상황과 주재상이 아프다는 말을 듣고 화들짝 놀랐다. “태감이 가서 좀 찾아줘요. 채명전 박달나무 궤 안에 있는 나무상자에 들어있어요.”“예, 소인이 가서 찾아오겠습니다!” 목여태감이 말을 마치고 서둘러 나갔다. 그렇게 한참을 뒤졌지만 찾아내지 못했다. 호비가 말한 상자에는 자금단이 아예 있지도 않았기 때문이다.사람을 보내 호비에게 이 사실을 알리자 호비는 배가 아픈 것을 참으며 서둘러 채명전으로 돌아왔다. 나무 상자가 분명 비어 있는 것을 보고 크게 화가 나서 궁인들을 불러 모아 심문을 했는데 누구도 자금단이 어디 있는지 알지 못했다.호비가 펄쩍펄쩍 날뛰며 황제가 자금단을 자신에게 주었을 때 목숨을 구하는 귀한 약인 것을 알았기에 채명전 궤 안에 넣어둔 채 아무도 건드리지 못하게 했다고 억울해 했다. 하지만 찜찜한 건 누구든 필요하면 언제든 꺼낼 수 있었다는 것이였다.자금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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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623화

열째가 처량한 모습으로 계속 잘못했다고 발자 명원제도 하는 수 없이 목여태감에게 말했다. “나머지 친왕들의 자금단은? 다 썼느냐?”목여태감이 대답했다. “태자 전하 것은 분명 썼을 것이고, 제왕, 예친왕, 손왕, 그리고 안풍친왕 전하 것도 태자 전하께 다 드렸습니다. 회왕 전하 것은 태자비 마마께 드렸고, 안왕 전하 것은 안왕비 마마께 드렸고 순왕 전하 것은 팔황자께 드려서 친왕 전하들의 수중에는 현재 자금단이 없습니다.”명원제가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그럼 넌 가서 없다고 전하고, 이 일은 언급하지 말도록 해라. 태상황 폐하께서 노하시지 않게.”목여태감은 마음속으로 매우 괴로웠다. 자금단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데? 이렇게 어이없을 수가. 정말 너무 아까운 노릇이다.“다시 더 찾아볼까요, 폐하? 지금 건곤전에서는 자금단을 간절히 찾고 있는데 소인이 다시 채명전으로 가서 찾아보는 게 어떨까요?” 목여태감이 물었다.명원제도 마음 속으로 초조하고 불안했다. 주재상의 상태가 걱정됐지만 자금단때문에 무슨 일이 벌어져 또 다시 태상황을 자극하지 않을까 걱정돼서 얼른 말했다. “찾지 마라, 찾을 필요 없어. 이대로 친왕들의 약은 거의 다 태자에게 줬다고 하면 태상황 폐하께서도 이해해 주실 거야.”목여태감이 고개를 들어 작은 소리로 말했다. “폐하, 그 말은 태상황 폐하께 고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친왕 전하의 약을 대부분 태자 전하께 드린 이유는 태자전하께서 여러차례 다치셨기 때문으로 태상황 폐하께서 이 얘기를 들으시면 황제 폐하의 생각을 곡해하실까 두렵습니다.”명원제가 목여태감을 노려보며, “곡해라니 무슨 뜻이냐?”목여태감은 명원제가 화가 났음을 알고 얼른 한쪽 무릎을 꿇은 뒤 물었다. “소인 다른 뜻은 없었습니다. 그저 소인은 다시 찾아보고 싶은 마음에 쓸데없는 생각을 했습니다. 더 찾아보다가 만약 찾지 못하면 그때 건곤전에 가는 것은 어떨까요?”그러자 명원제가 화를 냈다. “네가 또 사람을 보내 대대적으로 찾으면 짐의 열째가 자금단을 잃어버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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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624화

애들은 악의가 없다지만 열째 말에 명원제는 뭔가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자신이 이 나이에 위태위태하며 황제를 맡고 있는 것도 솔직히 말하면 태상황이 자신에게 만족하지 못하는 게 두려웠기 때문이다. 많은 것을 하고 싶지만 함부로 저지를 수 없고, 정책 상 언제나 다소 보수적으로 생각해야 하기에 실수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다 보니 오히려 그가 정책을 펼치는데 이득이 되는 게 없었다.하지만 이런 생각은 그저 순간적으로 떠올랐을 뿐 명원제의 마음 속에 흔적을 남길 정도는 아니었다.단지 명원제는 지금 자신의 처제는 그저 태자일 뿐이지 북당의 황제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목여태감이 건곤전에 가서 자금단이 없다는 말을 하자 다들 실망한 눈치였다.순식간에 건곤전에 절망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태상황은 입술을 문지르며 아무 말을 하지 않았으나 의심에 찬 눈빛으로 아직 한 알이 남아 있음을 믿는 듯 했다.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없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있었다면 다섯째가 중상을 입었을 때 팔백 리 길을 마다 않고 달려가 전했을테니 말이다.원판 대인이 입을 열었다. “전하, 주지 스님께서는 어디 가셨습니까? 다시 오시라고 하실 수는 없는지요? 자금단이 없으면 자금단 처방이라도 있으면 분명 쓸모가 있을 것입니다.”우문호가 원판의 말을 듣고 고개를 들어 원경릉을 쳐다보자 원경릉의 마음 속에 번뇌가 피어 올랐다. 자금단 처방은 원경릉이 전에 주진에게 물어본 적이 있는데 다른 일이 방해해서 적어 두지 못했다. 그리고 주진이 말했던 약을 찾기 어렵다는 것은 기억하지만 그래도 희망이 있다. 원경릉이 만두에게 가서 주진에게 처방전을 물어보게 할 수 있음을 떠올렸다. 비록 귀한 약재라고 해도 어쩌면 궁중에 갖춰져 있을 수는 있다.소요공도 의문이 들어 물었다. “그래, 한동안 주지 스님을 뵙지 못한 것 같군. 어디로 유람을 가신 건가?”우문호가 말했다. “제가 얼른 호국사에 가서 스님들에게 주지 스님의 행방을 알 수 있을지 물어보지요.”“그래, 얼른 가보거라!” 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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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625화

우문호는 초왕부에서 거의 2시간 동안 만두가 깨어나기를 기다렸다.질서를 파괴할 수 없고, 시간이 같은 속도로 계속 흘러가기 때문에 여기서 두 시간이 흘렀다는 것은 만두가 그쪽으로 가서 두 시간을 보냈다는 것과 같았다.만두가 깨어났을 때는 이미 날이 어둑어둑해져 있었다.“어때? 물어 봤어?” 우문호가 만두를 일으키며 물었다.만두가 바로 침대에서 기어나와 문방사우를 찾았따. “기억했어요! 아빠가 다 기억하지 못하실 수도 있으니 제가 적어드릴게요.”“알았어, 서일, 서일아!” 우문호가 바로 뛰어나가 서일에게 문방사우를 가져오게 했다.서일이 얼른 달려가 문방사우를 가져오더니 열심히 먹을 갈았다. 만두는 종이 한 장을 펼치고 바로 종이 위에 써 나갔다. “복수초, 천년 인삼, 삼칠, 태운 지네, 적사단, 소목, 적작, 섬수, 벌집, 아교, 혈갈, 합일환화, 우슬, 투골초, 신근초, 홍화, 독활, 병편……”약방문에 총 18가지의 약재가 더해지고 마지막으로 약인(약효를 올리기 위해 중요한 보조 약재) 하나가 남았다.“이게 자금단에 필요한 약재라고?” 우문호가 들여다보고 묻는데, 귀한 것이기는 하나 그렇게 구하기 어려운 것들은 아니였다.만두는 우선 서일을 내보내고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아버지, 자금단의 처방은 이것보다 훨씬 복잡하지만 약인 딱 하나만 추가하면 효과는 자금단과 거의 비슷할 것입니다.”우문호는 만두가 서일을 내보낸 것을 보고 의아한 마음에 물었다. “약인이 뭐길래 서일 삼촌에게는 알리지 못하는 것이냐?”만두가 작은 소리로 대답했다. “신선한 눈늑대의 피로, 서일 삼촌은 재물을 탐하니 만약 눈늑대의 피가 무엇보다 진귀하다는 것을 알면 눈늑대를 팔아버릴 수도 있으니까요.”그러고 보니 그랬다.하지만 우문호는 눈늑대의 피를 사용한다는 말에 다시 눈살을 찌푸렸다. “눈 늑대의 피가 필요하다고? 그럼 눈 늑대 한 마리를 다치게 해야 하는 거잖아? 피가 얼마나 필요하지? 한 그릇이면 충분한가?”우문호가 그 말을 하며 검을 뽑았다.만두가 기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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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626화

한달음에 말을 달려 입궐하니 해는 이미 뉘엿뉘엿 기울어 비단 같은 채색 구름만 수놓고 있었다. 바람이 심해 거리에는 바람소리만 들려왔다. 부자는 말 한 필을 같이 탔고 눈 늑대는 그 뒤를 따르는데 만두가 앞에 앉아 뒤에 채찍을 들고 있는 아빠에게 물었다. “스승님은 왜 다치셨어요? 누가 해치려고 한 건가요? 제가 주재상의 원수를 갚아야 하는데 말이예요.”“ㄱ그냥 실수로 부딪혀서 다치신 거야.” 우문호가 아들의 말에 답했다.만두가 ‘아’ 하더니, “나이가 많은 것도 영 골치네요. 걷는 게 마음 같지 않으니까요. 상선도 잘 못 걷던데 나중에 제가 경호에서 돌아오는 날엔 상선에게 바퀴 의자를 사줘야겠어요. 밀고 다닐 수 있게.” 라고 말했다. “바퀴 의자? 상선한테는 이미 하나가 있지 않느냐?”“그건 불편해요. 누가 밀어줘야 하잖아요. 제가 사려는 건 자기가 밀어서 갈 수 있는 거예요. 상선은 다른 사람에게 시중을 받는 거 싫어해요. 나이 든 사람의 마음과 건강 상태에 관심을 좀 가시세요, 아버지. 되는 대로 대충대충 주지 마시고. 주는 건 쉽지만 받는 사람의 몸도 편하고 마음도 편해야 되는 거라고요. 아니면 사는 게 얼마나 재미없겠어요.”우문호는 마음이 콩밭에 가 있는 채로 공허한 말투로 말했다. “스스로 밀고 다니는 바퀴 의자가 편하다는 걸 아빠가 어떻게 알아? 타 본 적도 없는데.”“그럼 아버지가 상선이라고 상상해보세요. 바퀴 의자에 앉아서 화장실을 가고 싶은데 누군가 불러 밀어달라고 해야 하면 얼마나 불편하겠어요? 아버지는 너무 꼼꼼하지 못하다는 어머니의 말씀이 다 맞으니까 고치셔야 돼요. 다른 사람의 입장에 서서 생각하면 아버지가 하시는 일을 다른 사람이 편안하게 느낄 거예요.”아들의 가르침을 받고 보니 이건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느껴지는 바가 없지는 않았다. “그래, 너 잘 났다. 어쩐지 상선이 널 예뻐 해서 맨날 군것질을 챙겨 뒀구나.” 자신의 떡들과 쌍둥이의 성격이 크게 삐뚤어질 리 없다고 믿는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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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627화

태상황이 바로 창고에서 고구려에서 보내온 인삼을 가져오라는 명을 내리자, 상자에 담긴 귀한 인삼이 줄줄이 들어왔다. 인삼을 건곤전에 가져올 때 할머니가 한 뿌리 씩 살펴보는데 제일 큰 게 대략 반 근(250g)정도로 심지어 어떤 것은 아기 모양인 것도 있어 향이 상당했다. 원판이 그 인삼을 들고 할머니한테 물었다. “이게 보기엔 비슷하죠?”할머니가 고개를 저었다. “아뇨, 이건 크게 자랐지만 햇수가 천년에 못 미쳐요. 백년삼 정도네요.”“그럼 어떻게 구별합니까?” 소요공이 묻자 할머니가 답했다. “제가 전에 천년 인삼 한 뿌리를 본 적이 있는데, 열자마자 인삼 향이 확 퍼지면서 향이 진하기가 이를 데 없고 사람 모양처럼 생겼습니다. 색은 거의 어두운 금색인데 무늬가 조밀하고 인삼 잔뿌리가 딱딱하며 매우 휘귀합니다. 하지만 보다시피 이 인삼의 잔뿌리는 다소 가늘고 부드러운 것으로 보아 백 년 남짓 된 것 같습니다.”원판은 식견이 풍부해서, 인삼의 좋고 나쁨을 감정하는 건 그도 가능했다. 하지만 몇 년 된 인삼인지 특히 정말 천년이 된 것인지 구별해내기란 쉽지 않았다.그래서 내의원을 이어받아 지금까지 좋은 삼을 적지 않게 봐 왔고 천년 인삼이라는 것도 많았지만 정말인지 아닌지 알 수 없었다.“꼭 천년 인삼이 아니면 안되는 겁니까?” 소요공이 물었다.“설사 천년이 아니더라도 적어도 훨씬 더 오래된 인삼이어야 이 처방에…….” 할머니가 다시 자세히 보더니 다소 주저하며 말을 이었다. “이 처방의 일부 약은 상처에 혈액 순환을 돕고 어혈을 제거하는 것이고 일부는 심맥을 강하게 하는 것, 또다른 일부는 독을 해독하는 것이나 모든 약의 3할은 독임을 피할 수 없습니다. 인삼은 양기를 북돋아줘서 햇수가 오래된 인삼을 쓸수록 약의 부작용을 최대한 낮춰 주지요. 그래서 우리가 원하는 치료효과를 거둘 수 있게 되는 겁니다.”태상황이 할머니의 말을 듣고 다급한 마음에 원판에게 물었다. “다른 건 더 없나?”원판이 잠시 생각해보더니 말을 이었다. “태상황 폐하께 아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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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628화

호비는 자금단때문에 열째에게 계속 화가 나 있는 상태였다. 열째를 꾸짖었을 때 뛰쳐나가 고자질을 하는 게 지금 명원제가 곁에 있는 김에 몇 마디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열째는 서당에 보내 스승님께 지도를 받도록 했다.명원제도 열째를 제대로 가르쳐야겠다는 생각에 동의했다. 호비는 건곤전에 어떤 일이 발생했는지 모르고 있었지만, 곁에 있는 명원제가 자꾸 걱정스런 표정을 짓는 것이 주재상의 용태가 정말 좋지 않구나 생각하며 두려워 했다.자금단은 원래 주재상의 목숨을 구할 수 있었으나 호비 손에서 없어지고 말았다. 자신이 잘못했다는 심리적 압박감을 느꼈기에 약을 먹은 뒤에도 복통이 심해진 것이다.그때 목여태감이 와서 태상황의 뜻을 전달했다.명원제는 호비의 복통을 걱정해서 목여태감의 보고를 듣다가 어쩌면 주재상에게 효과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소리에 얼른 나섰다. “그럼 뭘 기다리느냐. 어서 가서……”명원제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호비가 명원제의 손등을 지그시 누르며 말했다. “그래. 뭘 기다리고 있어. 창고에 가서 인삼을 가져다 목여태감에게 주거라. 더 좋은 약재가 있으면 쓰시도록 같이 보내고.”목여태감은 한쪽 무릎을 꿇고 한동안 답하지 못했다. 목여태감은 명원제의 시중을 든 지 오래되었기에 명원제 얼굴의 미세한 표정 변화도 모두 읽어낼 수 있었지만 황제는 목여태감에게 황귀비 쪽에서 가져가라고 하고 있었다.명원제는 얼른 자세를 바꿔 말했다. “그럼 채명전에서 우선 가져가게.”목여태감이 속으로 안도하하며 답했다. “예!”목여태감이 물러나 채명전 궁인과 같이 창고에 인삼을 가지러 나갔다.명원제는 호비 안색이 복잡한 것을 보고 말했다. “몸이 이렇게나 안 좋은데 그 인삼은 만약을 위해 남겨두는 편이 낫지 않을까?”호비는 지금 총애를 받는 기쁨은 없고 오히려 복잡한 감정만 생긴 상태였다. “폐하 그럼 황귀비 마마는요? 황귀비 마마는 저보다 나이가 많은 데다 첫아이로 출산할 때 인삼이 더욱 필요할 겁니다.”“그래, 황귀비도 필요하지!” 명원제는 잠시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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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629화

호비가 슬그머니 명원제의 손을 놓았다. 마음 속에 한줄기 실망이 싹 튼 것이다. 자신은 그녀를 수년동안 사랑해 왔고 심지어 생사를 함께 하겠다고 결정했다. 하지만 몇 년간 궁에 있으면서 황귀비가 자신을 세심하게 돌봐주는 것이 마치 엄마처럼 느껴졌다. 이런 비유가 맞지 않겠지만 호비는 일찍 어머니를 여의였기에고 황귀비를 자신의 어머니라고 생각해 왔다. 그래서 황귀비와의 감정에 각별히 신경을 썼으며 단순히 신경을 쓰는 정도가 아닌 황제의 사랑에 못지 않았다. 호비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일단 떠오르는 사람이 황제가 아닌 바로 황귀비일 정도였다.황귀비는 호비에게 안정감을 주는 측면에서는 황제보다 한참 위에 있었다. 호비의 사랑은 처음부터 비천해서 입궁할 때 황제 주변에 다른 여인들이 있을 것을 알았고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했지만 지금의 편애는 호비 마음에 자괴감을 들게 했다. 호비의 사랑은 후궁의 수많은 마마들의 고독과 바꿔 이룬 것이기 때문이었다.특히 거기엔 황귀비가 있었다.호비가 입궁하기 전에 황제는 황귀비를 좋아했었다. 황귀비는 오래 자식이 없었지만 계속 총애가 식지 않았던 것만 봐도 알 수 있다.하지만 지금 황제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황귀비의 이익을 희생할 것을 택했다. 자신이 한때 사랑했던 사람인데 말이다.호비는 원래 기뻐야만 했지만 마음이 스산했다.인삼을 보내자 할머니가 보고 비로소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 인삼은 가능할 게 틀림없습니다. 시도해보지요.”내의원 약방에서는 이미 할머니를 도와 필요한 약을 다 준비해두고 눈늑대봉의 복수초를 기다리고 있었다.원경릉이 계속 주재상에게 약을 쓰는데 약 상자 안에 옥시토신때문에 마음이 여전히 불안했다. 누군가 문제가 생기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해서 자신에게 문제가 생기는 건가 두렵기도 했다.약 상자가 자신의 제어 하에 있지만 본인도 알지 못하는 잠재의식이 주변의 위기를 감지하는 것일지도 몰랐다. 그리고 이런 감각은 한 가지 일에 집중하면 다른 건 소홀하기 쉬운 원경릉 성격에 약 상자가 원경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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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630화

원경릉은 희상궁을 좀 재우고 싶었으나, 희상궁은 기어코 주재상 곁에서 떠나지 않고 그의 손을 꼭 쥐며 말했다. “아뇨, 전 여기서 이 분을 지킬 겁니다.”불길한 말은 꺼내고 싶지 않았다. 그저 이렇게 곁을 지키는 수밖에 없었다. 아직 숨을 쉬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었다.잠깐이라도 그게 어딘지 싶었다. 희상궁은 과거에 함부로 자신을 낮추고 하찮게 취급했던 일을 이 순간 진정으로 후회했다. 자신은 노비 신분이니 주재상에게 격이 맞지 않다고 우기다가 결국 일생을 잘못 살고 말았다.원경릉은 외전으로 나가 눕더니 눈을 감고 잠시 휴식을 취해도 머리는 여전히 쉬지 않고 돌았다.주재상이 이번 고비를 넘길 수 있을까, 태상황과 소요공, 그리고 희상궁은 어떻게 할까? 원경릉은 감히 상상할 수도 없었기에 뒷일을 생각하니 가슴이 칼로 찔러지는 것만 같았다.그동안 수많은 비바람을 다 견뎌온 주재상이, 나라 안팎이 안정되어 일신의 무거운 짐을 벗을 찰나에 고작 도시 몇 개 때문에 이런 일을 당하다니! 원경릉은 그날 받지 말았어야 했다. 사양 했어야 했다.죄책감, 걱정, 그리고 초조함에 괴로움이 겹쳐 불에 바짝 졸여지는 기분이 들었다. 뱃속에 열기는 그다지 심하지 않았지만 무거운 분위기를 아이도 느꼈을 지도 모른다. 아내를 아는데 남편만한 사람 없다고 원경릉이 이런저런 생각에 잠겼을 줄 알고 우문호가 오래전부터 와서 함께 있어 주었다.원경릉이 눈을 뜨자 눈물이 조용히 흘러내렸지만 모두가 보고 있어서 원경릉이 어떤 반응을 보이더라도 알아챌 것이기 때문에 감히 소리내 울지도 못했다.우문호가 손가락을 뻗어 원경릉의 눈물을 닦아주고 이마에 뽀뽀하고는 이마와 이마를 맞대고 목소리를 낮추어 부드럽게 말했다. “그러지 마, 금방 좋아질 거야.”원경릉은 목이 메어 우문호의 귓가에 울먹이며 말했다. “절대 돌아가시게 하면 안돼. 나라를 위해서도 우리집을 위해서도 안돼... 우리 떡들을 임신하고 정말 죽고 싶었을 때 주재상께서 약을 보내주셔서 고난의 입덧을 넘길 수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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