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비는 자금단때문에 열째에게 계속 화가 나 있는 상태였다. 열째를 꾸짖었을 때 뛰쳐나가 고자질을 하는 게 지금 명원제가 곁에 있는 김에 몇 마디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열째는 서당에 보내 스승님께 지도를 받도록 했다.명원제도 열째를 제대로 가르쳐야겠다는 생각에 동의했다. 호비는 건곤전에 어떤 일이 발생했는지 모르고 있었지만, 곁에 있는 명원제가 자꾸 걱정스런 표정을 짓는 것이 주재상의 용태가 정말 좋지 않구나 생각하며 두려워 했다.자금단은 원래 주재상의 목숨을 구할 수 있었으나 호비 손에서 없어지고 말았다. 자신이 잘못했다는 심리적 압박감을 느꼈기에 약을 먹은 뒤에도 복통이 심해진 것이다.그때 목여태감이 와서 태상황의 뜻을 전달했다.명원제는 호비의 복통을 걱정해서 목여태감의 보고를 듣다가 어쩌면 주재상에게 효과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소리에 얼른 나섰다. “그럼 뭘 기다리느냐. 어서 가서……”명원제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호비가 명원제의 손등을 지그시 누르며 말했다. “그래. 뭘 기다리고 있어. 창고에 가서 인삼을 가져다 목여태감에게 주거라. 더 좋은 약재가 있으면 쓰시도록 같이 보내고.”목여태감은 한쪽 무릎을 꿇고 한동안 답하지 못했다. 목여태감은 명원제의 시중을 든 지 오래되었기에 명원제 얼굴의 미세한 표정 변화도 모두 읽어낼 수 있었지만 황제는 목여태감에게 황귀비 쪽에서 가져가라고 하고 있었다.명원제는 얼른 자세를 바꿔 말했다. “그럼 채명전에서 우선 가져가게.”목여태감이 속으로 안도하하며 답했다. “예!”목여태감이 물러나 채명전 궁인과 같이 창고에 인삼을 가지러 나갔다.명원제는 호비 안색이 복잡한 것을 보고 말했다. “몸이 이렇게나 안 좋은데 그 인삼은 만약을 위해 남겨두는 편이 낫지 않을까?”호비는 지금 총애를 받는 기쁨은 없고 오히려 복잡한 감정만 생긴 상태였다. “폐하 그럼 황귀비 마마는요? 황귀비 마마는 저보다 나이가 많은 데다 첫아이로 출산할 때 인삼이 더욱 필요할 겁니다.”“그래, 황귀비도 필요하지!” 명원제는 잠시 무엇인가
호비가 슬그머니 명원제의 손을 놓았다. 마음 속에 한줄기 실망이 싹 튼 것이다. 자신은 그녀를 수년동안 사랑해 왔고 심지어 생사를 함께 하겠다고 결정했다. 하지만 몇 년간 궁에 있으면서 황귀비가 자신을 세심하게 돌봐주는 것이 마치 엄마처럼 느껴졌다. 이런 비유가 맞지 않겠지만 호비는 일찍 어머니를 여의였기에고 황귀비를 자신의 어머니라고 생각해 왔다. 그래서 황귀비와의 감정에 각별히 신경을 썼으며 단순히 신경을 쓰는 정도가 아닌 황제의 사랑에 못지 않았다. 호비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일단 떠오르는 사람이 황제가 아닌 바로 황귀비일 정도였다.황귀비는 호비에게 안정감을 주는 측면에서는 황제보다 한참 위에 있었다. 호비의 사랑은 처음부터 비천해서 입궁할 때 황제 주변에 다른 여인들이 있을 것을 알았고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했지만 지금의 편애는 호비 마음에 자괴감을 들게 했다. 호비의 사랑은 후궁의 수많은 마마들의 고독과 바꿔 이룬 것이기 때문이었다.특히 거기엔 황귀비가 있었다.호비가 입궁하기 전에 황제는 황귀비를 좋아했었다. 황귀비는 오래 자식이 없었지만 계속 총애가 식지 않았던 것만 봐도 알 수 있다.하지만 지금 황제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황귀비의 이익을 희생할 것을 택했다. 자신이 한때 사랑했던 사람인데 말이다.호비는 원래 기뻐야만 했지만 마음이 스산했다.인삼을 보내자 할머니가 보고 비로소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 인삼은 가능할 게 틀림없습니다. 시도해보지요.”내의원 약방에서는 이미 할머니를 도와 필요한 약을 다 준비해두고 눈늑대봉의 복수초를 기다리고 있었다.원경릉이 계속 주재상에게 약을 쓰는데 약 상자 안에 옥시토신때문에 마음이 여전히 불안했다. 누군가 문제가 생기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해서 자신에게 문제가 생기는 건가 두렵기도 했다.약 상자가 자신의 제어 하에 있지만 본인도 알지 못하는 잠재의식이 주변의 위기를 감지하는 것일지도 몰랐다. 그리고 이런 감각은 한 가지 일에 집중하면 다른 건 소홀하기 쉬운 원경릉 성격에 약 상자가 원경릉
원경릉은 희상궁을 좀 재우고 싶었으나, 희상궁은 기어코 주재상 곁에서 떠나지 않고 그의 손을 꼭 쥐며 말했다. “아뇨, 전 여기서 이 분을 지킬 겁니다.”불길한 말은 꺼내고 싶지 않았다. 그저 이렇게 곁을 지키는 수밖에 없었다. 아직 숨을 쉬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었다.잠깐이라도 그게 어딘지 싶었다. 희상궁은 과거에 함부로 자신을 낮추고 하찮게 취급했던 일을 이 순간 진정으로 후회했다. 자신은 노비 신분이니 주재상에게 격이 맞지 않다고 우기다가 결국 일생을 잘못 살고 말았다.원경릉은 외전으로 나가 눕더니 눈을 감고 잠시 휴식을 취해도 머리는 여전히 쉬지 않고 돌았다.주재상이 이번 고비를 넘길 수 있을까, 태상황과 소요공, 그리고 희상궁은 어떻게 할까? 원경릉은 감히 상상할 수도 없었기에 뒷일을 생각하니 가슴이 칼로 찔러지는 것만 같았다.그동안 수많은 비바람을 다 견뎌온 주재상이, 나라 안팎이 안정되어 일신의 무거운 짐을 벗을 찰나에 고작 도시 몇 개 때문에 이런 일을 당하다니! 원경릉은 그날 받지 말았어야 했다. 사양 했어야 했다.죄책감, 걱정, 그리고 초조함에 괴로움이 겹쳐 불에 바짝 졸여지는 기분이 들었다. 뱃속에 열기는 그다지 심하지 않았지만 무거운 분위기를 아이도 느꼈을 지도 모른다. 아내를 아는데 남편만한 사람 없다고 원경릉이 이런저런 생각에 잠겼을 줄 알고 우문호가 오래전부터 와서 함께 있어 주었다.원경릉이 눈을 뜨자 눈물이 조용히 흘러내렸지만 모두가 보고 있어서 원경릉이 어떤 반응을 보이더라도 알아챌 것이기 때문에 감히 소리내 울지도 못했다.우문호가 손가락을 뻗어 원경릉의 눈물을 닦아주고 이마에 뽀뽀하고는 이마와 이마를 맞대고 목소리를 낮추어 부드럽게 말했다. “그러지 마, 금방 좋아질 거야.”원경릉은 목이 메어 우문호의 귓가에 울먹이며 말했다. “절대 돌아가시게 하면 안돼. 나라를 위해서도 우리집을 위해서도 안돼... 우리 떡들을 임신하고 정말 죽고 싶었을 때 주재상께서 약을 보내주셔서 고난의 입덧을 넘길 수 있었어.
우문호는 매우 심란했다. 경호 길은 아직 조정이 끝나지 않은 상태로, 경호에 뛰어내리면 어떤 국면을 맞이하게 될지 둘 다 짐작할 수 없었다.하지만 원경릉 말 대로 주재상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황조부는 살아가지 못할 게 틀림없다.태산이 무너지는데 아바마마라고 버티실 수 있을까? 심지어 자기 때문에 생긴 일인데 말이다. 이런 생각들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아 더는 깊이 생각을 진전시킬 수 없었다.원경릉이 우문호의 손을 잡고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만약 시공간 속에서 길을 잃게 된다면 자기는 용태후께 가서 우리를 구해주시라고 해줘. 우리 만두는 우리가 집에 도착하지 못한 걸 알 거야. 지금 용태후를 찾아가 우리를 저쪽으로 데려다 달라고 할 시간이 없으니까 말이야. 이번 약을 드신 후에도 효과가 없다면 바로 우리를 경호로 데려가줘. 시간이 없어.”우문호는 원경릉을 위험에 노출시키고 싶지 않았다. 우문호의 결정에 따라 어쩌면 원경릉과 뱃속의 자신의 아이까지 잃을 수도 있다.“자기야, 내 말을 듣고 망설일 필요 없어. 옳은 일을 한다는 걸 우리는 잘 알잖아. 주재상에게 무슨 일이 생겨서는 절대 안돼. 주재상의 목숨은 다른 세사람의 목숨과 묶여 있어. 최악의 경우라 해도 우리는 다른 시공간에서 살아있어. 우리는 죽지 않을 거야. 그리고 자기는 우리를 찾을 기회가 있잖아. 이렇게 해야 한줄기 희망을 품고 건곤전의 저들이 계속 기다릴 수 있어.” 원경릉이 우문호의 손을 꽉 잡고 다시 한번 간절히 애원했다.우문호는 원경릉을 보니 가슴이 찢어지는 것만 같았다. 주재상이 다른 세 사람의 목숨과 엮여 있듯이 당신 모녀도 우리 부자 몇 명의 목숨이랑 엮여 있다는 걸 모르겠는가?“일단 이 얘기는 하지 말자. 아직 약을 드신 것도 아니니까. 약을 드시고도 효과가 없으면 그때 다시 얘기하기로 하자.” 우문호는 더는 얘기를 이어갈 수 없었다. 원경릉이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만으로 앞으로 나날이 전부 암흑처럼 깜깜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원경릉이 두 손으로 우문호의 목을
이 말을 듣고 마음이 편안해졌는지 주재상은 다시 잠에 빠져들었다.주재상은 그렇게 해 질 무렵 또 한번 깨서 태상황을 불렀다. 희상궁이 역시 전처럼 대답하자 주재상이 눈을 뜨려고 안간힘을 쓰며 태상황을 찾으려 했으나 제대로 볼 수 없는 상태였다. 이를 본 태상황이 버둥거리자 우문호가 태상황을 일으켜 주재상의 침대 앞으로 데려갔다. 태상황이 주재상의 손을 잡고 가슴이 타는 목소리로 말했다. “과인 여기 있네.”그러자 주재상의 두 눈은 몽롱한듯 다시 감겼는데 입꼬리가 부드러워진 듯 했다. 태상황이 고개를 천천히 위로 들어 올리는데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비록 희상궁이 처음에 태상황은 괜찮다고 말했지만 주재상은 완전히 믿지 못한 표정으로 있다가 태상황 본인의 목소리를 직접 듣자 비로소 믿는 듯 했다. 우문호와 원경릉이 곁에 서 있었는데 콧잔등이 시큰해진 것 같았다. 도대체 서로 함께 어떤 시간을 보냈길래 지금 이토록 손을 놓지 않는 서로를 꽉 붙드는 건지 놀랍기도 했다.우문호는 원경릉의 말을 확신했다. 주재상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태상황은 정말 정말 살 수 없으니까 말이다. 그들 셋은 예전부터 한 목숨이었다.주재상의 상황이 비교적 안정적이게 되자 태상황은 우문호에게 그만 일 하러 가라고 쫓아냈다.하지만 원경릉은 쉽게 떠나지 못하고 할머니와 같이 건곤전을 지켰다.태상황의 기분은 아직도 안 좋았는데, 주재상에 대한 걱정 보다 명원제에 대한 실망이 컸다.할머니가 태상황을 부축해 마당으로 나가 좀 걸으며 긴장을 풀어주었다. 그가 오랜 시간 심리적 억압 하에 놓여 있었기에 이렇게 얘기라도 나누지 않으면 특히 태상황의 나이엔 상당히 위험했다.…..채명전.호비는 약을 마신 뒤 장의자에서 휴식을 취하려고 했지만 자금단 생각을 도무지 떨쳐버릴 수 없었다. 그렇게 진귀한 약을 이렇게 허망하게 잃어버렸다 생각하니 속상했다.그래서 궁인들에게 분부해 밖에 떨어져 있는 건 아닌지 다시 찾아보도록 명했다. 열째가 채명전 안에서 만 논게 아닌 밖으로 나갈 수도
호비는 배가 아파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옆에 있던 궁인들은 애가 타서 소리를 질렀고, 호비는 아픔이 점점 퍼져 천천히 숨을 토했는데, 눈 앞이 오히려 더 캄캄해 지더니 그만 정신을 잃고 말았다. 한편, 건곤전에 있던 어의 두명이 갑자기 채명전으로 갔다. 아무 말 없었지만 원경릉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것만 같았다. 약 상자에 옥시토신이 아무 이유 없이 나타난다는 가능성은 없으니 안 좋은 일이 일어났을수도 있다. 그리고 지금 임신한 여자들은 아직 예정일이 되지 않았으므로 지금 출산한다면 조산이다. 아이가 살지 못할 것이다. 어의가 와서 황귀비에게 보고하니 황귀비도 얼른 일어나 약간 당황한 기색으로 자리를 떴다. 그러자 원경릉이 따라 나와 황귀비에 물었다. “무슨 일이죠?”황귀비가 목소리를 낮추었다. “채명전 사람이 와서 그러는데, 열째가 호비 배에 박치기를 해서 복통이 심각하대. 그래서 호비한테 한 번 가 보려고. 넌 나오지 말고 여기서 재상을 돌봐줘. 만약 정말 위험한 상황이면 폐하께서 널 부르실 테니까.”주재상도 수액을 걸어 놓아 금방 약을 바꿔줘야 해서 자리를 비울 수 없었다. “알겠습니다. 만약 무슨 일이 있으면 꼭 불러 주세요.”“알겠다.” 황귀비가 말을 마치고는 재빨리 무거운 몸을 이끌고 채명전으로 갔다.명원제는 어서방에서 회의를 하다가 호비가 배가 아파서 혼절했다는 말에 얼른 채명전으로 왔다. 열째가 호비에게 박치기해서 이렇게 됐다는 말을 들은 명원제는 벽력같이 화를 내며 호비의 시중을 들던 사람들을 전부 끌어내 곤장을 마구 쳐댔다. 그리고 호비 곁에 앉아 위로하며 손을 잡았다. 잠시 후에 호비가 깨어났으나 고통을 참을 수 없었고 출혈도 심했다. 급히 어의를 불러 진맥하자 어의의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명원제에게 어서 쑥을 태워 보태약의 (保胎藥: 유산을 방지하는 약) 양을 늘려야 한다고 전했다. “어서 쑥을 태우거라!” 명원제가 바로 명을 내렸다.명원제의 커다란 손이 식은땀이 흐르는 호비 얼굴을 만지작거리며 다독였다. “괜찮아, 괜찮아
명원제가 미간을 찡그렸다. 처음엔 열째가 장난치다가 호비에게 부딪힌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부러 박치기를 하고 도망갔다는 것을 사실에 화를 참지 못했다. “열째는?!”궁인이 놀라서 덜덜 떨며 울먹였다. “마마를 들이 받고 십황자는 달려나가서 유모가 쫓아갔는데 아직 채명전에 돌아오지 않았습니다.”“당장 데려와!” 명원제가 호통을 쳤다.“예!” 궁인이 재빨리 십황자를 찾으러 사람을 보냈다.한참 뒤에 십황자가 왔는데 잔뜩 억울한 얼굴로 채명전에 들어오기 전부터 울기 시작했다. “아바마마, 아바마마, 소자가 잘못했사옵니다…!”십황자가 달려 들어와 명원제 앞에 무릎을 털썩 꿇어 앉더니 닭 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렸다.명원제는 십황자에게 이미 상당히 실망했기에 참지 못하고 화를 냈다. “너는 어찌 이토록 마구잡이에 비열한 것이냐? 네 어마마마가 아이를 가지고 있는 것을 알면서 일부러 배를 들이 받다니.. 너는 어마마마가 가엾지도 않느냐?”십황자가 울먹였다. “어마마마께서 절 혼내고 때리셨어요. 아바마마도 절 때리지 않으시는데. 저도 무섭다고요… 그러니까 누가 절 때리래요?”자기 기분이 상한게 더 중요하다는 듯한 십황자의 얘기에 명원제는 등골이 오싹했다.십황자가 이렇게 심각한 결과를 초래했으니 자신의 잘못을 인정할 것이라고 명원제는 믿었다. 하지만 잘못했다는 소리는 입에 발린 말에 불과했고 조금의 반성의 기색도 보이지 않았다. 십황자는 자신이 총애 받는다는 것에 기대 세상에 무서울 게 없다 못해 어마마마조차 함부로 대하고 있었던 것이다. 명원제는 분노로 가득차 손가락 끝을 덜덜 떨었다. “어마마마가 널 혼낸 건 네가 잘못을 했기 때문이다. 잘못을 했으면 벌을 받고 혼나야지. 감히 반박을 하느냐! 짐이 너에게는 곤장을 못 때릴 것 같으냐?”명원제가 화가 나서 소리치자, 십황자는 그 자리에 굳어져 우는 것도 멈추고 당황한 눈으로 명원제를 바라봤다. 어쩔 수 없지만 억울하다는 눈빛이었다. 잘못을 인정하기만 하면 명원제는 당연히 그를 용서할 생각이었으나, 이번
호비는 말없이 다시 눈을 감고 황귀비를 잡은 손을 놓지 않은 채 자신의 곁을 떠나지 못하게 했다.목여태감이 명원제의 상처를 소독했는데 십황자가 젖 먹던 힘을 다해 문 거라 살갗에 이빨자국이 2개나 났다. 하지만 물린 상처는 명원제의 마음에 난 상처에 비하면 그렇게 아프지 않았다. 명원제는 자신이 그토록 총애하는 아이가 설마 자신을 깨물 거라고 생각도 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명원제에게는 자녀가 많다. 과거 우문군이 어렸을 때 명원제는 그를 총애했었다. 하지만 우문군은 명원제에게 말 한마디도 건방지게 하지 못했으며, 명원제에게 상처를 입히는 건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쑥을 태우는 냄새가 채명전을 가득 채워 황귀비가 재채기를 하자 호비가 얼른 황귀비를 놔주었다. “마마도 몸이 무거우실텐데 어서 나가세요. 김 쐬시면 안됩니다.”황귀비가 고개를 흔들었다. “괜찮아, 난 여기 네 곁에 있을 테니 마음 편히 해도 된단다.”호비가 황귀비를 얼마나 의지하고 있는지 황귀비도 잘 알고 있었다. 호비는 황귀비가 타는 냄새를 들이쉬어 기침하지 않도록 하녀에게 손수건을 가져다가 황귀비한테 주고 했다. 쑥을 태우고 약을 먹자 복통은 여전했지만 호비의 안색은 매우 호전되어 명원제는 그제서야 안심했다. 황귀비가 호비 손을 놓고 명원제에게 함께 있도록 한 뒤 어의와 얘기하러 밖으로 나갔다.“어의는 내게 사실대로 말하거라. 호비의 태아는 어찌되었느냐?” 황귀비가 묻자 어의가 어쩔 수 없이 말했다. “황귀비 마마, 호비 마마께서 요 며칠 속이 좋지 않으신 것은 몸이 차기 때문으로 설사를 며칠째 하시다 보니 태기에 영향을 주었습니다. 심하게 부딪히셔서 쑥을 태워 통증을 멎게 했으나 많이 위험할 것으로 생각됩니다.”황귀비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위험하다니? 네 말은 아이가 버티지 못할 수도 있다는 말이냐?”어의가 답했다. “마마, 버티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이 말을 듣자 황가비는 매우 다급해졌다. “하지만 호비가 방금 많이 좋아졌다고 했는데.”어의가 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