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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630화

원경릉은 희상궁을 좀 재우고 싶었으나, 희상궁은 기어코 주재상 곁에서 떠나지 않고 그의 손을 꼭 쥐며 말했다. “아뇨, 전 여기서 이 분을 지킬 겁니다.”

불길한 말은 꺼내고 싶지 않았다. 그저 이렇게 곁을 지키는 수밖에 없었다. 아직 숨을 쉬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었다.

잠깐이라도 그게 어딘지 싶었다.

희상궁은 과거에 함부로 자신을 낮추고 하찮게 취급했던 일을 이 순간 진정으로 후회했다. 자신은 노비 신분이니 주재상에게 격이 맞지 않다고 우기다가 결국 일생을 잘못 살고 말았다.

원경릉은 외전으로 나가 눕더니 눈을 감고 잠시 휴식을 취해도 머리는 여전히 쉬지 않고 돌았다.

주재상이 이번 고비를 넘길 수 있을까, 태상황과 소요공, 그리고 희상궁은 어떻게 할까?

원경릉은 감히 상상할 수도 없었기에 뒷일을 생각하니 가슴이 칼로 찔러지는 것만 같았다.

그동안 수많은 비바람을 다 견뎌온 주재상이, 나라 안팎이 안정되어 일신의 무거운 짐을 벗을 찰나에 고작 도시 몇 개 때문에 이런 일을 당하다니!

원경릉은 그날 받지 말았어야 했다. 사양 했어야 했다.

죄책감, 걱정, 그리고 초조함에 괴로움이 겹쳐 불에 바짝 졸여지는 기분이 들었다. 뱃속에 열기는 그다지 심하지 않았지만 무거운 분위기를 아이도 느꼈을 지도 모른다.

아내를 아는데 남편만한 사람 없다고 원경릉이 이런저런 생각에 잠겼을 줄 알고 우문호가 오래전부터 와서 함께 있어 주었다.

원경릉이 눈을 뜨자 눈물이 조용히 흘러내렸지만 모두가 보고 있어서 원경릉이 어떤 반응을 보이더라도 알아챌 것이기 때문에 감히 소리내 울지도 못했다.

우문호가 손가락을 뻗어 원경릉의 눈물을 닦아주고 이마에 뽀뽀하고는 이마와 이마를 맞대고 목소리를 낮추어 부드럽게 말했다. “그러지 마, 금방 좋아질 거야.”

원경릉은 목이 메어 우문호의 귓가에 울먹이며 말했다. “절대 돌아가시게 하면 안돼. 나라를 위해서도 우리집을 위해서도 안돼... 우리 떡들을 임신하고 정말 죽고 싶었을 때 주재상께서 약을 보내주셔서 고난의 입덧을 넘길 수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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