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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 왕비의 모든 챕터: 챕터 2601 - 챕터 2610

3039 챕터

제 2601화

태상황의 말은 즉 원경릉 배 속에 아이가 딸이란 소리로, 증손녀의 할아버지로서 여아홍을 땅에 묻었다가 우리 복덩이가 시집갈 때 파내서 마신다는 말이었다.원경릉이 돌연 호기심이 발동해서 물었다. “폐하는 여아홍을 묻을 거라고 어떻게 확신하세요?”“과인은 알아.” 태상황이 단정적으로 말했다.“어떻게 아시는데요?” “50년 전에 관상가가 그랬어. 과인이 올해 손녀를 하나 더 볼 거라고.”“그럼, 미색이 낳는 아이일 수도 있겠네요.”“그럼, 손녀 둘을 보는 거지!” 아주 여유만만이다.원경릉이 배시시 웃으며, “미색이 쌍둥이면요!”태상황은 눈동자를 굴리며 허둥지둥하더니, “그럼, 셋이 더 생기는 걸로!”“미색도 딸을 낳나 봐요?” 원경릉은 아주 장난기가 발동했다.태상황은 원경릉의 말에 아예 대꾸하지 않기로 했다. 관상가의 말을 안 믿다니 천벌받지.원경릉이 일어나 세 어르신을 안으로 불러 맥을 짚어 보았다.소요공의 건강은 여전했으며, 심폐기능은 젊은 사람보다 오히려 나을 정도로 손발이 민첩하고 허리가 튼튼했다. 소요공은 이에 자만해서 자신이 백 년은 너끈히 살 수 있다고 했다.태상황이 일부러 못되게 말했다. “보통 건강한 사람이 먼저 죽더라.”소요공이 태상황에게 눈을 흘기며, “먼저 죽으면 복 받은 거죠. 두 사람 다 죽고 나 혼자 남으면 너무 외로울 테니까요!”태상황과 주재상이 고개를 들어 소요공을 보는 눈동자에 무언가 천천히 떠오르더니 무거운 얼굴이 되었다. 그들은 모두 마음속으로 짐작하고 있는 게 있었다. 어느 날, 그리 멀지 않아 세 늙은이 중 하나가 먼저 죽고, 둘이 남았다가 마지막엔 결국 혼자 남을 것을 말이다.어릴 때부터 함께 늙어간다는 건 하늘이 내려 주신 복이자 귀한 인연이지만 그것도 결국 다하는 날이 오기 마련이다.청진기를 들고 있던 원경릉도 순간 먹먹했다.주재상이 곁에 있는 희상궁에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괜찮아, 다음 생이 또 있으니까. 희망이 언제나 있지.”희상궁도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예, 다음 생이 또 있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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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602화

“선물은 너만 할 줄 아나 봐?” 태상황이 원경릉을 내려다보며 보며 말했다.원경릉은 아이들에게 또 금은보석을 주시려는 줄 알고 말을 서둘렀다. “아이들이 아직 어려서 지금 딱히 은자를 안 써요.”태상황은 아무 말 없이 궁인을 시켜 가져오라고 한 뒤 탁자에 깔아 놓았는데 이게 아무리 봐도…… 선물 같지 않았다.그저 돌멩이 4개였다.게다가 이 돌멩이들은 전부 평범하게 볼 수 있는 것으로 어화원 길가에 깔린 자갈만도 못한 게 진흙과 먼지투성이였다.단지 색은 다 달랐는데 그마저도 흔히 볼 수 있는 색이었다.애는 5인데 돌멩이가 4개면 어떻게 나누라는 거야?원경릉이 궁금해하던 참에 태상황이 만두에게 오라고 하더니 돌멩이 4개를 동생들에게 나눠주라고 하며, 어떤 동생에게 뭘 줄 건지는 만두가 스스로 정하라고 했다.만두는 돌멩이를 별로 대단하게 여기지 않아서 손에 들고 좀 까부르다가 순서대로 나눠줬다.삼대 거두는 이 모습을 상당히 진지하게 엄숙한 표정으로 쳐다봤다. 만두가 돌멩이를 전부 나눠주자 태상황이 주재상에게 물었다. "기억했지?”주재상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기억했습니다!”“그럼 됐어!” 태상황은 한시름 놓고 말했다. “남은 한 개는 배 속에 있는 아이에게 주지 뭐.”원경릉은 웃지 않을 수 없었다. 고작 돌멩이 몇 개를 뭐라도 되는 것처럼 어찌나 애지중지하는지 모르는 사람은 무슨 비취라도 되는 줄 알겠다.만두는 돌멩이에 그다지 흥미가 없었지만, 동생 넷이 다 가졌고 하나 더 있는 거는 뱃속에 여동생에게 준다니까, 자기만 없는 게 좀 기분 나빠서 태상황에게 매달려 물었다. “태조부, 이건 어떤 보물인데 왜 전 안 주세요?”태상황이 눈을 가늘게 뜨고 만두에게 말했다. “그건 말이다. 넌 이런 돌멩이를 아주 많이 가질 수 있고, 동생들 손에 있는 것도 네 것이거든. 언젠가 동생들은 이 돌멩이에 의지해서 먹고 살게 될 거다. 그때는 더 이상 밥 한 그릇가지고 서로 싸우지 않아도 되는 거야.”만두가 이번에도 잘 이해를 하지 못해서 어리둥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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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603화

원경릉이 겸연쩍어하며 말했다. “전 그냥 지금 분봉하시는 게 조금 이른 게 아닌가 싶었던 거예요 .”태상황이 말했다. “지금 분봉하는 게 좀 이르다고 볼 수 있지만 과인은 단지 쟤들이 나중에 서로 싸울까 봐 그런 게 아니야. 다섯 아이는 분명 앞으로 크게 될 인물들이야. 다섯 도시를 쟤들에게 준 건 북당과 북막이 정전 협정을 체결했기 때문에 아마 20년 못 가서 북막은 조약을 파기하려 들겠지. 그리고 이 다섯 도시는 우리 북당의 변경에 접해 있으니 우리에겐 가장 좋은 방어선인 셈이야. 쟤들이 다 자란 뒤에 저들의 능력이라면 다섯 도시를 전부 북당화시켜 놓을 뿐 아니라 북막을 방어하는 최고의 방패로 만들 수 있어. 이게 바로 과인이 세운 북당 20년 계획이네. 저 다섯 도시의 백성들은 지금부터 자신들의 왕이 누군지 알아야 해.”주재상이 옆에서 한마디 거들었다. “그래서 군사를 이끌고 조정으로 돌아오기 전에 이미 호 대장군에게 명을 내려 준비해 두도록 했습니다. 강북부 수주부 일부 백성을 다섯 도시로 이주시키는 것에 대해서요. 이주한 사람들이 현지 사람들과 통혼하고, 내륙 사람들이 계속 그쪽으로 이주할 수 있도록 장려해 다섯 도시에서 우리 북당의 인구를 늘려가는 거죠. 하여 다섯 도시에 북당의 뿌리를 깊이 박아 꽉 쥐고 놓지 않도록.”원경릉은 이 얘기에 조금 감동해 버렸다. 삼대 거두가 이처럼 멀리 내다볼 줄 몰랐기 때문이다. 20년 후 천하가 어떻게 될지 아무도 알지 못하지만 계획을 세우는 순간 앞으로의 길을 어떻게 가야 할지 알 수 있어 변수를 최대한 제어할 수 있다.삼대 거두가 이미 결정을 내렸다는 말에 원경릉도 왈가왈부하기 불편했다. 말이 분봉이지 아이들이 지금 갈 수 없으므로 사람을 보내 관리하는 수밖에 없었다.원경릉이 출궁해 우문호에게 이 일을 얘기했다.그런데 우문호가 벌써 알고 있었을 줄이야. 경축연 당일 태상황이 태자의 의사를 묻길래 괜찮겠다고 답했다는 것이다.원경릉이 서운해했다. “미리 알았으면서도 나한테 얘기 안 했던 거네.”“잊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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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604화

명원제는 목여태감의 말도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일 문안드릴 때 짐이 말씀드리도록 하지!”목여태감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영명하십니다. 폐하!”명원제는 목여태감에게 준비시켜 호비 궁으로 향했다.호비는 며칠 계속 속이 좋지 못했다. 음식은 이미 상당히 조심했음에도 소화가 안 된 게 하루 이틀 만에 좋아질 기미가 안 보였다. 그래서 명원제는 최대한 직접 와서 호비가 수라를 드는 것을 지켜봤다.열째는 아바마마 곁에 착 붙어있는 걸 좋아해서 아바마마께서 오시면 품에 안겨 애교를 부렸다. 명원제는 다른 자녀들은 전부 장성했지만 이렇게 찰싹 붙어있는 어린 자식이 있어 기쁘기가 한량없었다. 명원제도 열째에 대한 총애가 가끔 도에 지나친다는 걸 알지만 아비 된 자로 자기 아들을 총애하지 않는 사람이 어딨나?“최근 뭘 먹었지? 이렇게 살찌면 곧 둘째 형 따라잡겠는데!” 명원제가 웃으며 십황자의 엉덩이를 툭 쳤다. 탱글탱글 한 게 아주 손맛이 있었다.십황자가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 “소자 둘째 형처럼 되고 싶지 않아요. 둘째 형은 돼지 같아서 보기 싫어요.”호비가 무서운 얼굴로 말했다. “입 다물어. 누가 너더러 그렇게 둘째 형에 대해 함부로 말해도 된다고 했어?”십황자는 호비의 꾸지람에 아무 말도 못 했다.명원제는 아들이 안되서 품에 안고 호비에게 말했다. “그렇게 심하게 말할 것까지 있나? 애가 악의가 있었던 것도 아닌데.”호비가 하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폐하, 애들 말은 악의가 없지만 옳고 그름은 가릴 줄 알아야 지요. 열째가 방금 한 말은 둘째 형을 존중하지 않는 거였어요. 왕야가 들었으면 얼마나 기분이 안 좋았겠어요?”명원제는 아들이 입을 삐죽거리며 울음을 터트릴 것 같은 모습에 호비가 아들을 너무 엄격하게 가르친다는 생각이 들었다. 별거 아닌 일로 애를 몰아붙여서 생각을 펼치도록 북돋아 주지 않았다. “둘째는 열째한테 따질 리 없을뿐더러 둘째가 돼지처럼 살이 찐 것도 사실이잖아. 절제를 못해 그런 것을 옆에 사람이 말도 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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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605화

호비가 의아한 나머지 고개를 들었다. “폐하, 그건 마땅하지 않을까 걱정돼옵니다."명원제가 손을 내두르며 말했다. “뭐가 걱정이야? 짐이 이미 결정을 내렸는데. 내일 일찍 태상황 폐하께 말씀드리도록 하지.”“하오나,” 호비는 이 일이 아무래도 마땅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자세를 똑바로 고쳐 앉아 말을 이었다. “친왕 전하들도 분봉이 있으나 봉지가 크지 않고 공을 세웠기에 분봉을 받았습니다. 열째는 전장에 나간 적이 없어 아직 나라에 공을 세우지 못했는데 단번에 다섯 도시나 주시면 폐하께서 편애하신다는 뒷말이 나올까 두렵습니다.”명원제는 호비가 기뻐할 줄 알았는데 이렇게 흥을 다 깨 버릴 줄 생각도 못 했다. 자기도 모르게 불쾌한 얼굴로 말했다. “누가 감히 뒷말해? 이 다섯 도시는 황량한 사막으로 척박한 땅이거늘 분봉을 해도 매년 들어오는 은자가 얼마나 되겠어? 짐이 정말 열째를 편애하려 들면 다른 곳을 분봉하지 하필 새가 알도 안 낳을 거 같은 땅을 줄까?”호비는 명원제가 화가 난 것을 보고, 자기와 열째를 위해 기껏 이런 호의를 베푼 것인데 언짢게 할 필요가 뭐 있나 싶어 나긋나긋하게 말했다. “정말 그리하신다면 신첩 열째를 대신해 황은이 망극하옵니다!”호비가 이렇게 말하며 감사의 예를 취하고 절을 올렸다!명원제가 손을 뻗어 호비의 손목을 잡고 일으킨 뒤 오동통한 뺨을 바라보며 정색하고 말했다. “짐이 열째를 다소 편애하는 건 인정해. 그건 열째가 당신 소생이기 때문이야. 짐은 열째에게 제일 좋은 걸 주고 싶지만 태자의 지위는 이미 정해져서 짐은 열째를 위해 국본을 흔들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그리고 다섯째는 아주 짐의 마음에 들어. 태자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야. 그래서 짐은 열째에게 다른 것으로라도 보상해 주고 싶어. 평생 걱정하지 않아도 되게. 앞으로 태자와 관계가 껄끄러워져도 적어도 열째가 갈 곳이 있는 거야. 그리고 그곳은 태자도 손을 뻗기 쉬운 곳이 아니지.”호비는 알았다고 했고 이렇게 많은 건 모르지만, 그 도시가 명원제의 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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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606화

호비는 가슴이 철렁해서 물었다. “왜 전에는 다섯째 형이 좋았는데 지금은 안 좋아? 다섯째 형이 너한테 잘 안 해줘?”십황자가 서러워서 울며 말했다. “다섯째 형은 앞으로 황제가 될 거기 때문이에요. 황제가 되면 형제를 싫어하게 된 대요. 왜냐면 형제는 다섯째 형이랑 황위를 다투니까요. 하지만 저도 다섯째 형이 두렵지 않아요. 전 아바마마께서 제일 총애하는 아들이니까, 다섯째 형이 절 못살게 굴면 아바마마께서 저 대신 화내셔서 다섯째 형에게 곤장을 때릴 거예요. 다섯째 형은 아바마마께 곤장을 맞을 거예요.”호비가 등골에 식은땀이 흐르며 물었다. “왜 그런 생각이 들었어? 누가 너한테 그런 말을 했을까?”십황자가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말했다. “모두 그렇게 말했어요.”호비가 이를 악물고 물었다. “모두라면 누구일까?”“밖에 있는 백성들이요.”호비는 크게 노하고 말았다. 십황자가 바깥의 백성을 언제 한 번이라도 만나본 적이 있다고? 심지어 백성이 어떤 사람을 가리키는 말인지도 모른다. 호비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꾹 참고 계속 십황자를 얼렀다. “자, 어마마마께 알려 주렴. 바깥에 백성들이 전부 이렇게 말한다고 누가 얘기해 줬니?”“옥 상궁이 그랬어요. 옥 상궁이 화본에 전부 그렇게 쓰여 있다고. 제가 저 자신과 어마마마를 지켜야 한다고 했어요. 그래서 아바마마께 잘해야 한다고. 아바마마의 환심을 사야 한다고 했어요.” 십황자가 말했다.호비는 아연실색해서 반듯하게 자세를 고치고 말했다. “알았다, 가서 놀아.”십황자는 어마마마가 화내지 않자 기쁜 얼굴로 말했다. “네, 소자는 가보겠습니다.”십황자가 나간 뒤 호비가 밖에 분부했다. “옥 상궁은 들라 하라!”“예!” 하인이 대답했다.호비는 가슴 속에 분노가 끓어올라 꺼질 줄을 몰랐다. ‘옥 상궁은 할머니가 안배해서 궁으로 들여보낸 사람으로 궁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옥 상궁이었는데, 어떻게 옥 상궁이 십황자 앞에서 그런 허무맹랑한 소리를 지껄일 수가 있어?’잠시 후 옥 상궁이 들어와 예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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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607화

호비가 이 말을 듣고 옥 상궁의 얼굴에 따귀를 때리고 봉황 같은 눈매가 분노로 이글거리며 말했다. “네가 아주 간이 배 밖으로 나왔구나. 감히 그런 대역무도한 역심을 품다니, 결단코 너를 곁에 둬서는 안 되겠다. 당장 짐 싸서 궁에서 나가.”옥 상궁은 호비가 이렇게 불같이 화를 내는 것을 본 적이 없어 순간 어리둥절했다가 억울한 심경으로 마지못해 말했다. “마마께서 오늘 쇤네를 오해하셨습니다. 내일 쇤네의 말이 참말이었음을 분명 아시게 될 것입니다. 폐하께서 이미 다섯 개 도시를 황자께 하사하신 것이야말로 최고의 증거로 마마께서는 이 좋은 기회를 꽉 잡으셔야 합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황제 폐하께서 황후를 폐하게 하시고 마마께서 등극하시……”호비는 옥 상궁이 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분기가 탱천해서 다시 옥 상궁의 얼굴에 따귀를 날리며 분노로 온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대역무도한 주둥이 다물지 못해? 간이 배 밖으로 나왔구나! 아주. 널 궁에 남겨두면 반드시 큰 우환이 될 것이니 조금도 지체할 수 없구나. 네가 안 가면 사람을 시켜 경성에서 쫓아낼 것이니 이생에 다시는 경성에 발붙일 생각은 하지도 마!”호비는 바로 명을 내렸다. “이리 오너라!”밖에서 두 명의 수행 태감과 궁녀가 들어와 예를 취하고 말했다. “마마 분부하십시오!”호비가 화가 나서 소리쳤다. “시위는 옥 상궁이 짐을 꾸리는 것을 지켜보고 다시는 십황자를 만나지 못하게 할 것이며, 짐을 꾸린 뒤 바로 경성에서 내보내도록. 지체해서는 아니 된다!”태감과 궁녀 모두 당황했다. “마마?”“어서 가서 하지 못해. 지체하지 말라고 했다!” 호비가 손을 내젓고, 옥 상궁이 멍하니 한쪽에 서있는 것을 노려봤다. 꼴도 보기 싫어 옥 상궁을 한시도 곁에 둬서는 안 되겠다는 마음이 더욱 굳어졌다. 이런 집념은 가르쳐서 되는 게 아니다.“예!” 궁인이 호비가 화난 것을 보고 더는 사정하지 못하고 얼른 나가서 시위를 불렀다.옥 상궁이 비통한 목소리로 말했다. “마마, 이렇게 하시는 건 십황자 전하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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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608화

황귀비가 이렇게 말하다가 잠시 머뭇거리더니 얼른 고개를 들어 물었다. “그 옥 상궁은?”호비가 말했다. “어떻게 그냥 두겠습니까? 지난밤에 바로 경성에서 쫓아냈지요.”“그럼, 옥 상궁이 다른 누구와 많이 왕래했는지 물어봤어? 이런 말을 누가 옥 상궁에게 한 건 아니었을까? 옥 상궁이란 사람이 내 기억으론 자네 조모가 붙여서 들여보낸 사람인데, 자네 조모는 세상 이치에 훤한 분이시라 그분이 가르친 사람이 그럴 리 없어.”호비는 당황스러웠다. “물어본 적 없어요. 신첩은 옥 상궁 본인이 망령되게 생각했다고 믿어서 옥 상궁을 쫓아버렸네요.”호비는 배를 부여잡고 은근히 통증이 올라오는 걸 느끼며 물었다. “마마 생각에 뭔가 미심쩍으십니까?”“확신할 수는 없지만 마음을 놓을 수는 없어. 지금 조정과 후궁이 다 안정된 것처럼 보이나,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르는 법이거든. 누가 알아? 자네는 돌아가서 조신하게 있도록 해. 전심으로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아니면 전부 내보내고 한시도 곁에 둬서는 안 돼.” 황귀비가 타일렀다.“예, 알겠습니다. 신첩 지금 가서 바로 하겠습니다!” 호비는 머릿속이 복잡해지자 배가 더욱 아파와서 배를 누르며 시녀에게 와서 부축하도록 했다.황귀비가 상황을 보고 물었다. “왜 그래? 불편해?”“복통이에요. 전에 약간 아파서 어의를 불렀는데 체했다고, 신첩이 식탐을 부렸다고 했어요.” 호비가 풀이 죽어 말했다.황귀비가 기가 차서 말했다. “입단속을 잘해야지. 찬 음식은 많이 먹지 말고, 지금 배가 아프니 급히 돌아가지 말고 일단 쉬었다가 가. 내가 어의에게 와서 자네 진맥해 주라고 할 테니.”호비는 심하게 통증이 느껴져서 경솔하게 간단하게 말을 끝마쳤다. “그럴까 봐요. 마마께 수고를 끼쳐 죄송해요!”한편 명원제는 오늘 일찍 태상황에게 문안하러 갔다.어제 정해진 일에 대해 확실히 태상황에게 한마디 보고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문안하고 부자가 앉아서 얘기를 나누는데 주재상과 소요공도 아직 건곤전에 같이 있어 다 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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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609화

태상황이 명원제의 말을 다 듣고 차를 한 모금 들이키더니, 천천히 담뱃대에 불을 붙이고 감도는 연기 틈으로 명원제를 보며 말했다. “황제가 이렇게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있어 과인은 위로가 되고 또 황제의 생각이 맞아. 단지 두 가지 문제가 있긴 하지만. 황제가 그렇다니 더는 묻지 않겠네.”명원제가 말했다. “물어보세요!”명원제는 이것도 상당히 멀리 내다본 생각이라 여기고 태상황이 분명 동의할 거라고 생각해서 다른 건 고려해 보지도 않았다.태상황이 물었다. “십황자의 나이가 다섯째와 스무 살 정도 나서 형제의 감정이 깊지 않다고 했는데, 일단 황제의 말이 맞는다고 쳐도 황귀비도 아이를 뱄으니 만약 십일황자를 낳으면 그때는 또 어떤 준비할 거지? 호비의 복중에도 용종이 있는데 황자라고 한다면 그건 또 어떻게 대비할 건가?”“그건……” 명원제는 거기까지 생각해 보지 않았지만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어 대답했다. “다섯째가 지금 황귀비 슬하로 적을 옮겼으니 황귀비가 황자를 낳으면 다섯째와 자연스럽게 가까울 것이고, 황자가 자라면 다섯째 형을 도와 정무를 볼 거라 그건 오히려 문제가 되지 않죠. 호비 복중의 아이는……짐도 당장 계획은 없지만 태어난 아이가 황자면 앞으로 다른 곳을 분봉하죠.”“말은 그럴듯해 보이지만 황귀비 마음에 황제가 편애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야 할 텐데!” 태상황의 이 말은 사실 기분이 나쁘다는 걸 내포하고 있었지만 명원제는 알아차리지 못했다.명원제가 덧붙여 말했다. “황귀비는 천성이 현숙한 여자로 품행이 고결해 그런 생각을 할 리 없습니다. 아바마마께서는 안심하셔도 됩니다.”“좋아, 첫 번째 문제는 이렇게 해결하면 아무 문제도 없구나. 태상황이 소요공에게 담뱃대에 담뱃잎을 채워 넣게 하고 계속 물었다. “두번 째 문제는 호후의 재능으로 그 다섯 도시 치리를 담당하는 게 가장 최적이야. 호후를 택한 점은 찬성하는 바야. 호후가 좀 시건방지고 전에는 무공이 뛰어나다고 설쳤지만 한번 경각심을 심어준 뒤로 조정에 최선을 다하는 것을 신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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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610화

진북후는 나라에 공을 세워 북방 영토를 정돈했지만, 그 정도 꼬물거림으로 대전쟁을 치르고 돌아온 삼대 거두와 아예 비교되지 않았다. 이번 전장의 상황은 생사가 몇 번이나 오가며 전투마다 치열하기에 그지없었다. 그런데 어떻게 둘을 비교할 수 있겠는가?명원제는 반쯤 농담, 반쯤 진심으로 말했다. “그럼, 어르신은 가실 의향이 있으신지요?”소요공이 흠칫 놀라 물었다. “폐하 진심이십니까?”명원제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어르신께서 가신다고 하시면 짐은 가능하다고 봅니다!”소요공은 웃으며 침묵하더니 같이 침묵을 고수하는 주재상을 힐끔 봤다.태상황이 웃음을 흘리며 얼음장 같은 눈빛으로 쳐다보며 말했다. “소요공이 원하고 말고가 어딨어. 성지가 내리면 가는 거지. 가봐, 가서 짐 싸. 어차피 과인은 평생 고독하게 지내는 게 익숙하니까 어릴 때 친구가 곁에 있는 거 안 어울려. 황제의 막내를 위해 애쓰는 편이 중요하지. 평생 고생만 해왔는데 마지막 몇 년 더 고생하는 게 뭐라고. 북당을 위해 온몸 바치고 죽으면 그만이야. 말년치고는 충실한 셈 아닌가!”이 말에 명원제는 등골이 서늘해져서 얼른 사죄했다. “아바마마 오해하지 마세요. 짐은 그저 농담이었습니다. 어르신을 어찌 고향 땅을 등지고 그런 변방의 척박한 땅으로 가시라 하겠습니까? 짐도 모진 인간이 아닙니다. 어르신은 아바마마 곁에서 만년을 보내셔야지요!”태상황이 웃으며 담뱃대에 연이어 불을 붙이더니 이번엔 좀 오래 빨며 말했다. “황제가 농담하는지 과인도 알지. 소요공이 저 나이인데 변방 도시를 안정화시키러 보내는 건 각박하고 박정한 짓이지 암.”명원제는 태상황이 화가 난 걸 알았다. 웃고 있지만 미소가 냉담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잠시 소요공 얘기는 그만두고 말을 돌렸다. “아바마마께서는 다섯 도시를 하사해서는 안 된다는 말씀입니까? 하지만 짐이 이미 성지를 내려 호비도 감사 인사를 올렸사옵니다!”태상황이 한숨을 쉬고 말했다. “그렇게까지 얘기하니 과인이 황제와 일일이 까발려서 분석해 보도록 하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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