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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 왕비의 모든 챕터: 챕터 2581 - 챕터 2590

3039 챕터

제 2581화

우문호가 원경릉의 손에서 등롱을 받아 문틈에 끼운 뒤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당신 깨웠구나?”“자기가 없는데 나도 깊이 잠에 못 들지. 안에 있는 솥 보면 자기 주려고 탕 끓여 놨어. 어서 가져와!” 원경릉이 부뚜막 뒤에 솥을 가리키며 말했다. 솥 아래에는 장작불이 아직 꺼지지 않고 안쪽에 쌓여서 타고 있었다.우문호는 너무 배가 고픈 나머지 체면도 잊은 채 얼른 달려가 솥 뚜껑을 열었다. 안에는 탕이 있었고, 받침을 하나 집어 받친 뒤 소주방 작은 탁자에 앉아서 원경릉에게 물었다. “당신은 배 안 고파? 우리 같이 먹자.”원경릉이 고개를 흔들고 조심조심 옆에 앉아서 우문호에게 말했다. “자기 먹어, 난 배 안 고파. 밤에 음식을 못 먹겠어. 먹으면 위가 더부룩해서 잠이 안 와.”“개월수가 이렇게 되기까지 당신도 정말 고생 많았어.”“난 아직 괜찮아!”우문호가 다가가 입을 맞췄다. 그러자 촛불이 일렁이고 밤바람이 솔솔 불어와 원경릉의 머리카락을 날렸다. 우문호가 입 맞춘 곳이 마침 머리카락 위라 서로 웃으며 머리카락을 옆으로 젖히고는 다시 원경릉의 이마에 키스했다. “원 선생은 오늘밤에 내가 얼마나 정신이 없었는지 모를 거야. 소요공이 어느 나사가 빠졌는지 완전 미쳐 가지고 무려 마차로 성을 뱅뱅 돌았어. 문관들도 지쳐서 맛이 갔어. 다들 소요공한테 이를 갈고 있을 거야. 전에 문관들이 전쟁에 나가는 걸 반대해서 여러차례 곤란을 겪었던 걸 기억하고 방식을 바꿔 그들에게 벌을 준 거지. 오늘 걷다가 토한 관원이 얼마나 많았는데..”원경릉이 웃으며 대꾸했다. “그랬어? 난 또 소요공이 주책을 부리나 했지.”“그럴 리가 없지. 그 나이에 어디 주책이나 부리고 있겠어. 분명 다른 의도가 있었던 거야. 난 이제 그 세분을 아주 존경해.” 우문호가 고개를 파묻고 탕을 먹는데 안에는 고기가 있어 젓가락으로 열심히 집어 먹었다. 그런데 먹다 보니 소요공의 이번 행동에 의문이 드는 게 정말 그냥 주책이었나 싶었다. 원경릉이 우문호를 바라보고 웃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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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582화

시집가면 그 집 사람이라고, 우문령도 남편의 이익을 먼저 고려했다.이리 나리는 느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필요할 때가 되면 훼천과 멸지를 내보내야지.”반드시 장인의 뜻대로 되라는 법이 있나! 명원제가 훼천이라는 장기말을 늑대파에서 빼내 오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늑대파가 반드시 조정을 위해 쓰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지금은 이리율이 명원제의 사위인만큼 황실의 위엄을 헤치는 것이 되므로 늑대파가 다시는 그런 살인청부업을 하지 못할 것이다.또한 늑대파가 항상 위협적인 존재인 이유는 어느 날 이리율이 자리에 물러나면 누군가 늑대파를 찾아가 조정의 높은 관리나 황실 사람 누군가를 살인 청부하는 일도 불가능 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리 나리는 늑대파를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자신이 이생에 이룬 최대의 성취는 장사가 아니라 바로 늑대파기 때문이다.조정은 엄정한 기준으로 늑대파를 감독하지 않았는데 이는 늑대파가 지금 죽이려는 사람은 전부 극악무도한 죄인으로 법률의 손이 닿지 않는 지대까지도 늑대파가 처리해 주었다. 그리고 늑대파는 돈을 버니 이득이지 않겄나. 우문령은 더는 말을 꺼내지 않았다. 방금은 그냥 걱정했던 척 한 것이었다. 이런 문제는 이리 나리가 알아서 처리할 수 있으며 그가 처리하지 못하는 일이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우문령은 사실 지금 다른 일을 생각 중이었다.그녀가 살구 씨 같은 눈을 살짝 뜨자 고운 얼굴에 연지분을 살짝 바른 듯 발그레 했다. 우문령은 줄곧 분을 바르지 않아 정결하고 투명한 피부가 마치 백옥 같아서 살짝 도는 붉은 빛이 더욱 눈에 띄었다.이리 나리가 막 고개를 들어 우문령의 안색이 발그레한 것을 보고는 손을 뻗어 그녀의 이마를 짚었다. ”열이 나는 것이냐?”우문령은 속눈썹을 파르르 떨며 그의 손에서 전해져 오는 체온을 느꼈는데, 청순하고 귀여운 얼굴이 더욱 새빨갛게 변하더니 용기를 내어 입을 뗐다. “열 나는 거 아니에요. 전에 그러셨잖아요. 북막을 평정하고 나면 우리 진짜 부부가 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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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583화

이리 나리는 가만히 우문령의 말을 듣고 있었다. 우문령은 점점 눈을 반짝였는데 볼도 더욱 발그레해 지는 것이 자신의 말이 진심이 가득하고 대충 넘기려는 게 아니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이리 나리는 천천히 우문령의 부드러운 손을 쥐며 말했다. “혼례를 치르고 몇년간 한 침대에서 같은 이불을 덮고 잤지만 한번도 당신에게 손 대지 않은 건 세가지 부분을 고려했기 때문이야. 첫째는 당신 몸이 좋지 않은 거야. 일단 당신이 나와 함께 몸을 나눈다면 아들 딸을 낳아 키워야 하는데, 거자탕을 다 알아봐도 전부 찬 성분의 약 위주더군. 그래서 제일 좋은 방법은 당신이 몸조리를 먼저 하고 나이가 더 차서 아이를 낫는 것으로 그게 덜 위험해. 두번째는 내가 비록 장사치나 절반은 강호인이라 할 수 있으나 우리는 신분이 다르고 자라온 배경도 다르다는 점이였어. 당신은 궁궐에서 존귀하게 자랐고 난 시장과 강호에서 이리저리 구르며 살았지. 당신이 만약 더러운 세속에 적응하지 못할 경우엔 우리는 혼인해서는 안되는 사이가 되는 거지. 세번째는 내가 방금 당신에게 말한 것처럼 어명으로 마지못해 나에게 시집와서 후회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됐어. 앞에 두개는 사실 별로 중요하지 않지만 당신이 날 사랑하는가 하는 것 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문제니깐. 그리고 우리가 서로 사랑하는지는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니까. 당신에게 후회할 충분한 시간을 준 건 우리가 진정한 부부가 되는 날엔 상대방의 손을 놓지 않고 평생을 함께 하자고 말할 생각이였어.” 우문령은 눈가에 물기가 맺혔다.이리 나리는 줄곧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이 아니였다. 심지어는 하루 종일 한마디도 안 하는 경우도 있어서 방금 그의 말은 한 글자 한 글자 우문령의 마음을 때려 영혼을 뒤흔들어 놓았다. 우문령은 전에 이리 나리가 자신의 몸을 보양 시키는 것이 자신과 몸을 나누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어서 하는 일종의 변명이 아닐까 추측했었다. 하지만 우문령은 차마 도저히 물어볼 수가 없었다. 한 번 뱉은 뒤 답을 듣고 나면 모른 척 되돌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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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584화

“뭘 그리 잘난 척이야?” 손왕이 투덜거리며 자기도 모르게 손 왕비의 손목을 있는 힘껏 비틀었으나 본인은 이미 화가 난 상태라 인지하지 못했다. 그러자 손왕비는 오늘 입궁 전에 쌓였던 울분이 떠오르며 버럭 화를 냈다. “뭐 하는 거예요? 손목 아파 죽겠네. 그런 험한 눈빛은 해서 대체 뭐 할 건데요? 누가 마음에 안 들어서 그래요? 누가 잘난 척했다고? 제가 눈에 거슬린거 아니예요?”손왕이 손 왕비의 손을 놓고 불쾌한듯 투덜거렸다. “뭘 중얼중얼거려? 당신한테 한 얘기도 아닌데.”“그럼 누구한테 한 건데요? 다들 얼마나 기뻐하는데, 당신만 무슨 비교 짓인지 원!” 손 왕비가 화를 냈다.손왕은 아랑곳하지 않고 다시 우문호를 노려봤다. 조복 아래 늘씬하게 쭉 뻗은 몸매가 시원스러우면서도 귀티가 흘렀다. 그의 잘난 모습에 갈수록 질투가 불타올라 코웃음을 쳤다. “나도 내일부터 밥 안 먹고 살 뺄 거야. 저 녀석이 잘 생겼다고? 내가 살 빼면 백배는 더 잘 생겼어.”손 왕비가 눈을 흘겼다. 그가 살 어쩌고 하는 말을 어찌나 많이 들었는지 귀에 딱지가 앉을 지경이었다. “왜, 오늘밤부터 안 드시지 그래요?”손왕이 눈을 내리깔고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말했다. “그건 안돼. 오늘밤 궁중 연회에 나온 요리는 산해진미를 각종 요리법으로 맛을 극대화한 거라고. 이건 다시없는 기회야!”손 왕비가 악에 받쳐 서 소리쳤다. “에휴! 당신은 평생 뚱땡이로 살 거예요!”“당신은 입이 왜 그리 험해! 이 여자가 참으로 고약하군!” 손왕이 씩씩거렸다.“누가 저한테 먼저 시비 걸라고 했어요? 오늘 조복 뜯어진 거 굳이 저를 불러서 꿰매 달라고 했었죠? 수모가 당신 살찐 거 아는 게 창피해서 그랬겠죠. 근대 당신 살찐 거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당신이 어디 조복만 찢어 먹었어요? 살쪄서 미어지지 않은 옷이 얼나마 많은데! 그리고 당신이 시간 끌지 않았으면 오늘 우리가 늦지도 않았잖아요. 아바마마께서 절 째려 보셨다고요.” 손 왕비는 말을 꺼내면 꺼낼수록 더 화가 나는 모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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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585화

제왕은 그렇게 한대 쥐어박지 않으면 멋대로 상상의 나래를 펴는 인간이라 아내 원용의에게 한대 맞고 나서야 제정신으로 돌아왔다.회왕과 미색은 손을 맞잡고 명전 무대를 바라보며 우문호의 축사를 들었다. 우문호는 미리 원고 준비없이 떠오르는 대로 연설하다가 갈수록 격앙되었다. “북막은 수년간 북당의 변경을 여러차례 도발하고 압박해왔습니다. 기고만장하게 굴었으나 전쟁은 백성들을 도탄에 빠지게 한다는 생각에, 우리 북당의 군인과 신하들은 줄곧 양국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화의를 시도했습니다. 백성들이 갈 곳 없어 떠도는 고통을 겪어서는 안되니까요. 하지만 북막은 북당의 약점을 잡았다며 만만하게 여기고 대군을 일으키는 만행을 저지르고야 말았습니다. 다행히 태상황 폐하의 친정에 소요공과 주재상이 앞장서고 애국충정의 병사들이 목숨을 걸고 뒤를 따라, 병사와 백성이 일심동체로 적에 맞서 싸웠습니다. 결국 적을 북당 영토에서 몰아내는 조약이 성립되어 북당의 변방은 수십년간 평화를 지킬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 공로와 영광은 모든 병사들과……”우문호는 목여태감의 손에서 술잔을 받아 든 뒤 진중하고 숙연한 얼굴로 다시 말을 이었다. “특히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병사들의 몫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들은 자신의 선혈과 생명으로 우리 북당의 강산을 지켜냈습니다. 우리는 영원토록 그들의 이름을 가슴에 새겨야 합니다. 이 술은 그들을 위해 바칩니다!”문무 백관들은 엄숙하게 태자가 제주를 땅에 쏟는 것을 보며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순국 병사들의 넋을 기렸다. 태자의 신중한 한 마디 한 마디가 진정성을 더해 그들의 희생없이 오늘의 승리는 쉽게 얻을 수 없었음을 통감했다.회왕은 원래 조정 일에 관심이 없었다. 비록 나중에 황실 창고를 맡긴 했지만 태평성대에 은전을 쓰는 일은 별다른 풍파가 일어날 게 없었다. 그래서 평생 무장을 만날 일이 거의 없었는데, 이번에 전시 군량담당관을 맡으며 무장이 얼마나 어려운 일을 하고 있는지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북당의 강산을 지키기 위해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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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586화

“용서를 구해 봐요!” 회왕은 위왕의 이런 모습에 마음이 아팠다. 위왕 사건이 있었을 때 회왕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고 심지어 안부조차 제대로 묻지 못해 늘 마음이 쓰였다.위왕이 고개를 들어 회왕에게 말했다. “모든 잘못이 다 용서받을 가치가 있는 건 아니지. 또 모든 감정이 다 이전으로 되돌아 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이치야 그렇지만. 회왕은 내내 위왕이 안쓰러웠다. “봐요, 형도 이미 넷째 형을 용서했잖아요?”“그건 또 다르지.” 위왕이 고개를 흔들며 사람들 속에서 안왕의 모습을 찾았다. 안왕은 마침 유모 손에서 안지를 받아 품에 안고 뽀뽀하고 있었는데 행복으로 가득찬 미소를 짓고 있었다. “넷째가 날 해쳐서 미웠어. 그런데 미움은 쉽게 용서받을 수 있지만 나는 라라에게 상처를 입혔어. 상처로 고통받게 한 거지. 사람은 고통 뒤에 깨어나게 돼. 라라가 결국엔 깨어나 날 사랑한 자체가 잘못이었다는 걸 깨닫게 된 거야. 난 지금 오히려 라라가 날 사랑한 적이 없기를 바래. 그러면 적어도 나에겐 조그만 희망은 있을 테니까!”이렇게 말하고 잠시 후 다시 고개를 흔들며 말을 이었다. “아니다, 역시 라라가 날 좋아한 적이 없는 건 싫어. 라라는 날 좋아했으면 좋겠군, 그러면 좋겠어.”회왕은 위왕의 얼굴에서 슬픔인지 기쁨인지 알 수 없는 표정을 읽을 수 있었다. 그가 기억하고 있는 위왕은 늘 맹렬하고 신속해서 마음 먹은 일은 어떤 난관에 부딪혀도 해내는 사람이었다. 당시 정화 군주를 좋아했던 것처럼 말이다. 그때는 정화 군주와 함께 도피행각을 벌이기까지 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겁을 내고 있다.“이 얘기는 그만 하자. 내 얘기 해봤자 좋은 것도 없는데 정말 나한테 신경 써주고 싶다면 있다가 나랑 술이나 해.” 위왕은 비록 회왕의 호의를 잘 알지만 정말로 다른 사람이 자신과 라라의 일에 관심을 가지지 말아줬으면 했다.바꿀 수 없다면 이렇게 친구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위왕이 말을 마치고 발걸음을 옮겼다.회왕도 작게 한숨을 쉬며 정자를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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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587화

회왕이 화들짝 놀랐다. “혼담이라고? 혼담이 오간다는 말이야? 대체 어느 집이랑?”“몰라요. 다 들은 게 아니라서요. 이 사람이다 저 사람이다 말이 많지만 아닐 수도 있어요. 제가 보기엔 정화 군주의 안색이 초췌한 게 이 일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요. 그러니 원하지 않는 거 아닐까요?” 미색이 말했다.회왕은 마음속으로 아차 싶었다. 위왕이 이 사실을 아는 날엔 하늘이 무너질 게 틀림없었다.위왕이 얼마나 괴로워할지 눈에 훤했다.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가 다른 남자에게 시집 가서 다른 남자의 아이를 낳고 평생을 그자와 산다니, 너무 끔찍하고 미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일은 절대 형이 알아서는 안돼. 적어도 오늘은 아니야. 오늘밤은 전승을 축하하는 자리로, 형이 심리적으로 무너져서 실성이라도 하는 날엔 아바마마께서 질책하실 게 틀림없다고.” 회왕이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설마 다시 얘기할 리는 없겠지?” 미색이 그쪽을 흘끔 보자 최씨 부인과 다른 부인 몇이 담소를 나누고 있었는데 무슨 얘기를 하는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난 다섯째형 사람들을 찾아가 볼게. 오늘밤 어찌됐든 셋째형 잘 지켜줘. 아바마마의 경축연을 망가뜨리는 날엔 셋째형 아주 경을 칠 걸!” 회왕이 말을 마치고 얼른 우문호를 찾으러 갔다.우문호와 원경릉은 회왕의 말을 듣고 정말 너무 갑작스러운 소식이라 화들짝 놀랐다. 최씨 집안이 궁중에 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정화 군주의 혼사를 거론했으니 십중팔구 이뤄질 게 확실하다. 그렇지 않았으면 말도 꺼내지 않았겠지. 정화 군주의 명성을 해칠 테니 말이다.“원 선생이 정화 군주를 찾아가서 물어봐줘, 우리 형제들이 셋째가 최씨 집안 사람들이나 다른 내명부 사람 접촉하지 못하게 지키고 있을 테니까.” 우문호가 일사천리로 지시하자 부대는 둘로 갈라져서 빠르게 움직였다. 원경릉은 바로 정화 군주를 찾아가며 손 왕비, 회 왕비, 제 왕비, 그리고 안 왕비까지 황실의 동서들 중에 아홉째 만아와 요 부인을 제외하고는 다 불러냈다.그들은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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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588화

“뚱뚱하신 거 인정하죠. 하지만 겁 많다는 건 인정 못 해요. 절 위해 칼을 막아 서셨는 걸요.” 원경릉이 웃으며 슬그머니 정화 군주를 봤다. 손 왕비에게 손목이 잡혀 있으면서도 여전히 마음이 콩밭에 가 있는 모습이었다.손 왕비는 원경릉이 손왕을 칭찬하는 걸 듣고 기뻐서 점점 미소가 커졌다. “진짜 겁이 많은 걸. 그나마 동생을 보호해야 한다는 건 알아서 그렇지. 그래도 그 점은 괜찮은 편이야.”원용의는 계속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꽤 예민한 편이라 미색과 원경릉의 표정이 뭔가 어색한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손 왕비가 이렇게 열띠게 얘기하는데도 미색과 원경릉은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기 때문이다.호비 궁에 도착해 궁문을 지키는 하인에게 물어보니 호비가 오늘 나가지 않았다고 했다. 어젯밤 과식하고 배탈이 나서 그런지 명원제가 금족령을 내려 문밖 출입을 못 한다는 것이다. 밖이 이렇게 시끌벅적한데 떠들썩한 걸 좋아하는 호비가 나가지 못해 얼마나 속이 탈까 걱정이 되었다. 황실의 며느리들이 웃고 떠들며 안으로 들어가자 호비가 놀라며 말했다. “날 구해 주러 왔구나. 어서 애기 좀 해 봐. 밖에 굉장하지? 나도 진짜 나가고 싶은데 말이야.”모두가 방안으로 들어오면서 너털웃음을 터트리고 원경릉도 웃으며 물었다. “오늘 이렇게 들썩들썩 할 걸 아셨으면 어젯밤에 그렇게 식탐을 부리셨음 안되죠.”“진작에 좋아졌는데, 폐하께서 지레 놀라서 가지고!” 호비가 어쩔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눈동자에는 기쁨으로 넘실거렸다. 호비는 사실 이렇게 강압적인 사랑을 즐겼다.“아바마마께서도 마마를 위해서 그러시죠. 용종을 잉태하신 데다가 체기도 있으셨잖아요. 외출하시면 분명히 나가 노실 텐데 뱃속에 아이에게 좋지 않아요!” 손 왕비가 말했다.호비가 손 왕비를 한참 쳐다보더니 웃었다. “손 왕비, 오늘 입은 옷이 예쁘네. 혼례 때 입는 예복 같아.”손 왕비가 오늘 입은 옷은 친왕비의 조복이 아닌 붉은 석류 색 구름무늬 비단으로 만든 길상무늬 옷으로 커다란 모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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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589화

손 왕비가 정화 군주에게 말했다. “어째서? 누구한테 시집가려고?”“왜? 기뻐해 주지 않는 거야?” 정화 군주가 웃으며 물었다.손 왕비가 완전 폭발해서 소리쳤다. “내가 팔푼이냐. 기쁘긴 뭐가 기뻐? 그래서 누구한테 시집을 가는데? 어느 집안 몇 째? 성격은? 관직은 몇 품이야? 가족 관계는 복잡하지 않고? 시어머니는 문제 없으셔? 시누이가 못된 거 아냐? 상대는 재혼이야? 자녀는?”손 왕비 입에서 질문이 줄줄 쏟아지는데 나열하는 거 하나하나가 다 똑 부러지며 현실적이였다. 정화 군주 본인에게 가장 관심을 가진 사람은 누가 뭐래도 손 왕비였다. 정화 군주가 혼인한다니까 그녀를 대신해 중요한 문제를 전부 꿰뚫고 챙기려는 것이였다.정화 군주는 원래 농담조로 자연스레 넘어가려고 했다가 이렇게 수 많은 질문을 당하니 순간 당황스러웠지만 이내 감동하며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둘째 동서, 고마워.”“아직 날 둘째 동서라고 부를 줄 아는 사람이…… 아이고, 네가 이렇게 혼인을 해버리면 셋째는 어떡하란 말이냐?” 손 왕비가 속이 타서 발을 굴렀다.“늘 그 사람이 나한테 잘못했다고 했잖아. 내가 그 사람 상대하는 거 싫다며?” 정화 군주가 말했다.손 왕비 본인은 자기가 얘기해 놓고 자기 눈가가 빨개졌다. “전에는 확실히 잘못했지. 용서할 가치도 없었어. 하지만…… 네가 지금 시집을 가면 셋째 목숨을 빼앗는 거나 마찬가지잖아. 그럼 그 사람이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겠어? 그 사람이 널 사랑하니까 그런 일을 저질러서 널 아프게 한 거라는 건 이제 확실히 알겠어. 그래도 난 그 사람 용서 못해. 하지만 이 세상에 널 그렇게 사랑할 수 있는 사람, 다시는 못 찾아.”손 왕비의 말에 모두 마음이 아파왔다. 두 사람 일을 별로 알지도 못하는 호비마저 눈가가 붉게 물들었다. 안 왕비는 특히 마음이 더 괴로워져 뒤를 돌아 몰래 눈물을 훔쳤다. 위왕과 정화 군주가 이런 지경까지 떨어져버린 건 전부 자신의 남편 소행이기 때문이다.정화 군주가 유유한 목소리로, “나랑 그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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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590화

정화 군주가 안 왕비를 보고 한숨을 쉬었다. “봐요, 내가 이럴 줄 알았다니까. 다들 앞다퉈서 자기 책임이라 그러네. 요즈음 몇 번을 다시 생각해 봐도 그 말은 반만 맞아요. 전부 안왕 전하 잘못이 아니란 뜻이에요. 고지의 수법에 저도 태자비 마마도 걸려들지 않았는데 왜 그 사람만 걸려들었을까요? 그 사람이 대체 뭐가 잘못된 거였을까요? 저를 믿지 못한 게 잘못일까요? 그런데 그 사람은 왜 절 못 믿었던 거죠? 즉, 우리 부부 사이에 진작부터 문제가 있었고 고지는 그 틈을 파고든 거였어요. 그러니까 그 사람이 저를 완전히 믿도록 하지 못한 제 자신도 책임이 있어요. 이런 일이 태자 전하와 태자비 마마 사이엔 없었으니까요. 심지어 둘째 동서와 둘째 아주버님 사이에도 없었죠. 유독 우리에게만…… 아무튼 그래서 내린 결론이에요. 그럼 이제 누굴 탓할 수 있죠? 그리고 지금 누구를 탓한들 무슨 의미가 있나요?”말을 마치고 모두를 슬픈 표정으로 바라보다가 손뼉을 치며 외쳤다. “자자, 오늘이 얼마나 좋은 날인데요, 경축일이에요. 그런 일 들먹이지 말고 웃어요. 다 지난 일이니 연기처럼 사라지게 놔두세요.”모두 억지로 정신을 차리고 미소를 짓는데 손 왕비만 여전히 정화 군주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래서 대체 누구랑 혼인하는데?”정화 군주가 미소를 짓더니 진지하게 말했다. “전신!”다 어리둥절한 가운데 손 왕비가 넋이 나간 채 물었다. “뭐? 전신? 어느 전신?”정화 군주가 손 왕비에게 답했다. “모든 여자들이 시집가고 싶어하는 바로 그 전신.”다들 놀라 멍하니 있었는데 호비도 놀라며 의아하다는 듯이 정화 군주에게 물었다. “너, 넌 이게 어디 시집간다는 말이야? 앞으로 시집 안 가겠다는 거잖아?”원용의와 손 왕비도 얼른 이해했다. 민간에서 여자가 시집을 가고 싶지 않지만 사람들이 손가락질 하는 게 두려울 때는 직신, 수신, 화신 유선같은 신에게 시집을 가는 의식을 치르곤 한다. 이렇게 하면 친정은 실제로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그런 신을 경외하게 되어 보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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