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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명의 왕비: Chapter 2571 - Chapter 25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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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571화

달라진 우문호우문호는 반쯤 쪼그리고 앉아서 원경릉의 배에 귀를 대고 아이가 움직이는 소리를 들으며 조용히 말했다. “난 아이가 태어나는 걸 간절히 기다리고 있어. 그리고 딸이라면 정말 더는 바랄 게 없을 거야.”아이가 뱃속에서 몇 번 꼼지락거렸는데 마치 우문호의 말에 대답하는 것 같아서 우문호가 웃으며 고개를 들었다. “여자아이가 틀림없어, 딸이 그렇데.”“응, 나도 얘가 자기의 꼬마 행복이 같아.” 원경릉이 웃으며 말했다.우문호가 바로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꼬마 행복이란 이름이 별로 안 좋은 거 같아. 공주님한테 안 어울려.”“어? 이제서?” 원경릉이 웃음을 터트리며 눈을 반짝였다.“아이가 태어난 후 이름 지을 때는 할머니께 맡기는 게 어때?” 우문호가 제안했다.원경릉도 마침 그렇게 생각하던 참이였는데 우문호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니 정말 딱이였다.밤바람이 아직 좀 차서 두 사람은 잠시 얘기하다가 바로 소월각으로 돌아갔다.기라가 방에 붉은 초를 밝혀 두어 방안은 희끄무레했고, 따끈따끈하게 데워진 우문호의 약이 탁자에 놓여 있었다. 이 약은 할머니가 제조하신 것으로 특별히 기라에게 달이도록 해 우문호에게 먹고 자라고 했다.이 약은 상처를 치료하는 약이 아닌 보약으로 숙면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할머니께서 고심해서 만들어 주신 약이지만 쓴 걸 못 먹는 우문호는 코를 막고 먹었다. 다 마신 후 흠칫 놀라며 원경릉에게 말했다. “좀 다네, 이거.”“자기가 쓴 걸 못 먹는 걸 아시고 처방에 신경 써 주신 거야.” 원경릉이 손수건으로 우문호의 입가를 닦아주었다.“할머니께서 날 예뻐 하시네.” 우문호가 으쓱했다.“자기를 안 예뻐 하면 누굴 예뻐 해? 손자 사위라고는 자기 하난데!” 원경릉이 웃으며 핀잔을 줬다.“그럼 나도 당신한테 더 잘하고 할머니께도 더 잘해야 이렇게 잘해 주신 것에 보답이 되겠는 걸.” 우문호가 원경릉을 마주봤다.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난 뒤로 원경릉과 같이 있는 매순간이 너무나도 소중했다. 아무 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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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572화

경호로출발하기 전에 아이들의 능력을 한번 살펴본 주진이 원경릉에게 말했다. “아이들의 이런 능력이 어디서 오는지 이제 시시콜콜 따지지 마세요. 이 망망한 우주에 못 할 게 뭐가 있어요?”원경릉이 웃으며 말했다. “뭘 우주까지 끌어다 붙여?”주진은 오히려 웃음기 없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끌어다 붙이긴요. 그럼 제가 질문 하나 할게요. 우주에 대체 뭐가 있나요?”원경릉이 당황하며 답했다. “우주에? 행성, 물질, 그리고 에너지가 있지.”“맞아요, 에너지! 우주의 에너지도 사람에 의해 가져다 쓸 수 있다는 게 제 관점이에요. 소위 사람들이 알고 있는 신학이란 건, 초능력을 가진 신선 같지만 사실 그들은 단지 우주의 에너지를 가져다 쓸 뿐이에요.”우문호는 옆에서 듣다가 둘이 무슨 얘기를 하는지 이해가 안 가 출타 준비나 하러 나갔다.이번 출타는 경호를 분석하고 이해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떡들과 쌍둥이를 데려가야 했다. 온가족이 여행을 떠나지만 관아 일이 바쁘고 진료도 가야 해서 하루라도 환자들을 떠날 수 없기에 할머니는 함께 하지 못한다. 보무는 함께 경호로 출발했다.요즘 눈부신 햇살과 잔잔한 바람이 불어 날씨가 꽤 좋아 그들의 기분은 덩달이 좋아졌다. 원경주도 가는 길에 고대의 생활을 체험해야 해 처음에는 마음에 근심으로 가득찼지만 지금은 모든 것에 호기심이 가득했다.“역사를 읽은 것이랑 역사 속으로 들어간느 것은 정말 천지 차이구나!” 원경주가 원경릉에게 감탄의 말을 내뱉었다. 원경릉처럼 이렇게 긍정적인 성격이나 이곳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지, 자기 같은 사람은 전자제품이 하나라도 없으면 바로 돌아버릴 게 틀림없었다.원경주는 의사가 되어야 한다는 압박감이 심한 편이라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게임을 하기 시작했고 게임과 원경주의 전공은 전혀 맞지 않는 듯 싶지만 오히려 사람은 이렇게 전혀 상반된 체험이 필요했다. “공기가 진짜 좋네!” 원경릉이 웃으며 외쳤다.“맞아, 정말 좋아.” 원경주는 왼손에 경단이를 잡고 오른손으로는 만두를 잡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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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573화

경호 소용돌이의 비밀원경릉이 살짝 놀라며 물었다. “익숙하다고? 어디서 봤어? 현대에도 이런 호수가 있었던 거 아니야?”주진이 한참을 소용돌이가 있는 궤적을 들여다 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호수가 아니예요. 자세히 보세요. 두개의 블랙홀이 마치 합쳐지는 것 같지 않아요? 소용돌이 주변에 있는 물질들은 계속 소용돌이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데 아무것도 다시 나오지는 않잖아요.”원경릉은 주진의 얘기를 듣고 자세히 들여다보았는데 정말 아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호가 우주라면 두개의 블랙혹이 천천히 서로 다가가 합쳐지며 결국 어떤게 어떤 걸 삼킨 건지 모르게 될 것이다. 하지만 합쳐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각자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떨어졌는데 이것은 두개의 소용돌이가 부딪혀서 합쳐지는 과정에서 질량이 전혀 손실되지 않았다는 것을 뜻한다. 질량의 손실이 있다면 이렇게 다시 분열할 수 없기 때문이다.주진은 순간 전에 양여혜가 얘기했던 시공간의 왜곡을 떠올렸다. 시공간의 왜곡을 일으키는 원인이 무엇인지 양여혜는 알지 못했으나 만약 블랙홀이 합쳐지며 발생한 인력이 변화를 일으킨 거라면, 이런 인력이 지구에 영향을 미쳐 시공간의 왜곡을 가져올 가능성도 존재했다.주진은 휴대폰을 꺼내 동영상을 찍기 시작했다. 지금 나타난 이상 현상은 일상적인 상태가 아니라 당장은 심도 깊은 연구가 불가능했다. 따라서 원경릉의 지난 관찰 결과와 지금 진행된 변화에 근거해 추측하는 수밖에 없기에 법칙성을 찾아내는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주진은 호숫가에 엎드려 소용돌이를 하나하나 살피며 모든 소용돌이가 전부 곁에 있는 소용돌이와 만났다가 분열됐다가 하는 것을 발견했다. 이때 질량은 여전히 아무런 변화가 없으며 크기도 합쳐 지기 전과 다르지 않았다. 즉, 만유인력이 단기간의 왜곡을 야기해도 결과적으로는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말이다.마치 그들이 처음에 왔을 때 사소한 사고가 있었지만 결국엔 모두 돌아올 수 있었던 것과 같다.주진이 말했다. “전 돌아가서 천문데이터를 결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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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574화

만불산의 여유주진이 말했다. “편차가 클 리 없어요. 어떨 땐 며칠 차이, 길어 봤자 몇 개월 차이겠죠. 수정을 거듭해서 우리가 다음 번에 소용돌이에 인형을 던질 때 약간의 시간 편차를 둡시다. 예를 들어 선배가 자시에 물건을 던졌다면 편차를 계산해서 우리가 자시 15분으로 추정하는 거예요. 이렇게 편차가 줄어들게 하는 거죠!”“그래, 네가 돌아가면 함께 테스트 해보자!” 원경릉도 희망이 조금은 있다는 것을 느끼고 기쁨과 기대가 가득 차올랐다.“안타까운 건 인형이 처음에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다는 거지만요.” 주진이 아쉽다는 듯 중얼거렸다.원경릉은 잠시 생각해보다가 말했다. “오히려 방법이 있을 거 같은데? 너가 돌아가면, 나한테 소형카메라를 던지고, 그게 후에 네 손에 들어가면 열어서 보면 되잖아. 어쩌면 실마리를 찾아낼 지도 몰라.”주진이 아주 환호했다. “그거 좋은 생각이네요!”할 일을 다 끝내기에 모두 산에서 반나절을 놀았다. 아이들은 이렇게 완전하게 나가 노는 일이 드물기 때문에 아주 좋아서 난리가 나 보였다. 온 산을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눈늑대와 호랑이도 덩달아 흥분해서 함께 몰려다니니 그림자조차 안 보일 지경이었다.어른들은 산기슭을 걸으며 담소를 나누었고, 원경주는 휴가를 온 마음으로 수려한 만불산의 경치를 만끽했다. 이 중 가장 행복한 건 동생이 곁이 있다는 점이었다.속세를 벗어난 듯한 이곳은, 무성한 나뭇잎 사이로 비쳐 드는 햇살에 세월의 고즈넉함이 담긴 듯 했다. 우문호는 의자에 앉아 고개를 돌려 원경주와 얘기하는 원경릉을 바라봤다. 그녀의 아리따운 얼굴은 요 근래 정신없는 일정을 보내느라 다소 수척해졌지만 오히려 눈매가 더욱 선명해 보였는데, 특히 반짝이는 눈동자는 가늘어 마치 햇살과도 같았다. 가족과 함께 있다는 것이 원경릉을 이토록 기쁘게 했다. 한편, 우문호는 마음 속 깊이 행복함과 함께 서글픔이 밀려왔다. 전에는 먼 미래의 일에 대한 걱정과 근심이 없었지만, 생사의 고비를 넘고 보니 이렇게 순탄하게 그녀와 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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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575화

오빠와의 이별만불산에서 돌아오자마자 원경주와 주진은 다시 가야 했다. 하지만 이번 이별은 그렇게 가슴 아프지 않은 게 주진과 원경주는 경호가 곧 열려서 원경릉과 아이들이 친정에 다녀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원경주는 떠나기 전에 우문호에게 할머니와 원경릉을 잘 보살펴 달라고 신신당부했다. 자신의 처남이 마음을 놓지 못하는 게 이해가 가는 우문호도 절대로 두 사람을 힘들게 하지 않겠다고 다시 한 번 확답을 주었다.원경주는 그제서야 안심하고는 원경릉의 어깨를 쓸어 내리고 그윽하게 바라보며 속삭였다. “우리 금방 다시 볼 수 있어. 내가 돌아가서 도와줄 사람을 무조건 찾을게. 이제 네가 가진 데이터와 주진이 발견한게 있으니 경호의 비밀은 금방 풀릴거야. 나는 네가 지금까지 집으로 돌아가는 일을 포기하지 않아줘서 너무 고마워. 넌 불가능한 일을 가능하게 만드는 사람이야. 인류에게 있어서 이건 기적과 같아.”원경릉이 눈물이 그렁그렁하더니 미련이 가득한 말투로 답했다. “집에 간다는 생각을 한순간도 잊은 적이 없는데 당연히 포기 못하죠..”“대단해!” 원경주가 동생을 안고 다음에 할머니를 안고나서야 손을 흔들며 모두와 작별하고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돌려 주진과 함께 갔다.할머니는 옆에서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그녀는 여기서 당연히 잘 지내지만 그쪽 세계의 친구와 가족들이 가끔 그립기도 했다. 경호의 비밀이 풀리면 그 세계에 돌아가 볼 수 있으니, 그녀가 비밀이 당장이라도 풀리기를 얼마나 기대하는지 아무도 모를 것이다. 원경릉도 눈물을 흘리자 우문호가 원경릉을 품에 안고 작게 속삭였다. “괴로워 하지 마. 처남 말 대로 우리는 금방 만날 수 있게 될테니까.”원경릉이 코맹맹이 소리로 “네.”하고 답했다.우문호는 원경릉이 괜히 싱숭생숭해 하지 않도록 돌아가서 일을 하지 않고 초왕부에서 원경릉과 함께했다. 우문호는 시공간이란 개념에 대해 인식이 아직은 모호해서 원경릉 곁에 서 얘기를 듣고 있으면 아직도 멍해진다. 하지만 그는 줄곧 한가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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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576화

주명취를 떠올리고원경릉이 차갑게 웃으며 물었다. “그래서?”우문호가 원경릉에게 말했다. “오해는 하지 마. 지금 뭘 하려는 게 아니라 일깨워주고 싶을 뿐이니까. 절대로 속지 말라고, 주명취에게 조금의 호감도 가져서는 안된다고 말이야. 주명취와 어릴 때부터 죽마고우였던 걸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답답한 게 구역질이 나.”원경릉은 그럴 거라고 생각 못했는데 우문호의 진지한 표정을 보니 진짜 속속들이 싫은 기색이 역력해 어이가 없어 웃음이 터졌다. “그래? 그럴 필요 없어. 지금 알면 됐지. 사람은 어짜피 다 죽는 걸. 됐어.”“맞아, 사람은 다 죽어. 그러니 됐다고 치는 수밖에.” 우문호가 ‘치는 수밖에’ 라는 말을 강조하는 게 역시 분이 안 풀리는지 조금 있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그렇다고 인정하지 않으면 어쩔 건데? 주명취가 나랑 일곱째를 속였고, 그때 하마터면 일곱째가 그 손에 죽을 뻔 했다고. 심지어는 당신이랑 우리 아이를 죽이려고 까지 했어. 그런데도 난 그저 됐다고 치는 수밖에 없는 거야. 주명취는 이미 죽었으니까.”씩씩거리며 여전히 분이 안 풀리는 목소리였다.그는 어엿한 태자로 죽은 사람한테 뭘 어쩌자는 건 절대 아니였다.그리고 주명취는 이미 치를 수 있는 최고의 대가를 치렀는데, 그것이 바로 죽음이다. 하지만 우문호는 계속 죽음이 가장 큰 대가가 아니라 죽음보다 더 고통스러운 게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 정말로 그렇게 주명취가 미워?” 원경릉은 원래 사람이 죽으면 모든 게 연기처럼 사라진다고 생각하기에 우문호가 지금도 주명취를 뼈 속 깊이 증오하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우문호가 잠시 생각하더니 입을 뗐다. “미워하냐 마냐는 정말 말할것도 없지만, 나는 단지 한 사람이 이렇게나 많은 악행을 저지르며 여러 명의 목숨을 없애기 위해 기도하고 실행하려 했다는게 믿겨지지가 않아. 비록 성공은 못했지만 이런 극악무도한 마음을 품고 실행에 옮기기까지 했으니 말이야. 난 그 자식 손에 당한 사람의 목숨이 훨씬 크고 귀할 뿐이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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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577화

대군이 조정으로 돌아오기 전에 다친 장수가 먼저 경성에 도착했다.이때 홍엽이 직접 안왕을 호위했다. 이 둘은 원래 각자 흉계를 품고 칼을 겨누던 사이였는데, 어느 날 둘이 북당을 지키기 위해 함께 전장에 설 거라고 감히 누가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위왕과 순왕은 대오를 이끌고 삼대 거두의 귀환을 호위했다. 병사 10만명은 변경에 남겨두고 나머지는 전부 경성으로 돌아갔다.안왕이 경성으로 돌아올 무렵 안 왕비는 그가 한 쪽 팔을 부상당했다는 소식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 그리고 홍엽이 안왕을 호송해 오는 일정을 안 왕비에게 알려주었기에 그가 경성에 도착했을 때, 안 왕비가 딸 안지군주를 데리고 성문으로 마중을 나와 있었다.떨어지는 석양빛이 안 왕비의 얼굴에서 흘리는 눈물에 어렸다. 그녀는 입술이 바르르 떠는 와중에도 미소를 잃지 않고 말 탄 일행이 성문에 도착하는 것을 주시했다.안 왕비는 안지를 품에 안고 마차에서 안왕이 오기만을 기다렸다.안왕은 이제 상처에 별 문제가 없었으며 왕비가 성문에 마중나와 있는 것을 보자 허겁지겁 얼굴에 난 수염을 문지르더니 먼 발치에서부터 미소를 머금고 말을 타고 왔다. 안왕은 왕비를 한참 바라보고는 비로소 말에서 내려 서둘러 달려갔다.그는 먼저 안지를 껴안았다. 안지는 잠에 들었다가 놀라서 깨더니 멍한 표정으로 그를 한 번 쳐다보고는 이내 다시 잠에 들었다. 안왕이 고개를 숙여 안지의 볼에 뽀뽀하니 턱수염때문에 따끔거렸는지 부르르 떨고 그의 얼굴을 또 빤히 쳐다보고는 입을 삐죽 내밀고 다시 잠에 들었다.그러자 안왕이 웃으며 안지를 유모에게 안겨주고는 안 왕비를 바라보며 목멘 소리로 외쳤다. “드디어 돌아왔어!”안 왕비는 안왕의 텅 빈 소맷자락을 보지 않고 오로지 안왕의 얼굴에만 집중하려고 애썼다. 그러자 참아왔던 눈물이 흘러내리고 말았다. “네, 잘 돌아오셨어요. 당신이 정말 자랑스럽사옵니다!”안왕이 한 손으로 안 왕비를 안자, 안 왕비는 코 끝이 찡해졌다. 안왕의 몸에는 전화와 노숙의 냄새가 베어 있었다. 두 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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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578화

우문호는 말을 마치고 모두를 데리고 나갔다.홍엽은 눈을 내리깔고 이를 악물었다. 그들이 고작 이러고 가버린 걸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사람을 술자리에 청할 때 성의를 보이려면 적어도 몇 번은 권해야 하는 거 아닌가?잠시 후 대문이 다시 열리고 냉정언이 문 앞에 서서 쓸쓸한 눈빛으로 홍엽을 보고 말했다. “진짜 안 올 겁니까?”홍엽이 구유를 걷어차며 말했다. “잠시만요. 지금 옷만 갈아입고 가겠사옵니다!”우문호가 항복 주루에 마련한 술자리는 주변에 아무도 없었다. 조정대신이 사람을 아예 부르지도 않았던 것이다. 이는 홍엽이 많은 사람들과 같이 있는 걸 어색해하기 때문으로 술자리에 함께 한 사람은 전부 홍엽이 낯을 가리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이었다. 그가 이번에 직접 전장에 나간 것에 대한 답례기도 했다.홍엽은 늦게 달아오르는 타입이라 처음엔 어색하게 굴었지만 다들 전장에서 일들을 얘기하며 술이 몇 순배 돌자 분위기는 후끈 달아올랐다.냉정언은 아무 말도 안 하고 무표정으로 조용히 듣기만 하며 다른 사람들 잔을 채워주었다. 그러나 위기의 순간을 들을 때는 냉정언도 긴장하고 마는 게 마지막엔 승리한다는 걸 알면서도 과정이 정말 무시무시하기 때문이다. 홍엽이 결국 마지막엔 말이 제일 많은 사람이 되어서 안왕에 대해 바삐 얘기하기 시작했다. 본인이 안왕을 경성까지 호송해 왔기 때문이었다.그때 홍엽이 우물쭈물하며 우문호에게 말했다. “이 말을 해도 되는지 잘 모르겠는데…”우문호는 이미 술이 세 순배정도 돈 이후라 얼큰하게 취해서 손을 휘휘 저었다. “계집애처럼 왜 그러느냐. 할 말 있으면 하거라.”그러자 홍엽이 우문호에게 말했다. “사실, 저와 진대장군이 같이 안왕 전하를 만난 적이 있는데, 당시 안왕 전하는 분명 외세의 힘을 빌려 태자의 지위를 빼앗으려 하셨사옵니다. 그런데 결국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사옵니다. 혹시 왜 그랬는지 아십니까?”“왜죠?” 홍엽이 갑자기 이런 심각한 문제를 거론하자 모두 자기도 모르게 조용히 홍엽을 쳐다봤다.홍엽이 잔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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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579화

냉정언이 홍엽에게 답했다. “서일이 한 마디는 제대로 했군요. 그가 얼마나 간악한 인간인지 안왕에게 당한 사람 이야말로 말할 권리가 있다는 말, 말입니다. 섭정왕은 북당 내부의 일은 당연히 깊이 알리 없어요. 그리고 특정 부류 사람을 증오하지요. 그들이 바로 골육상잔을 일으키는 자입니다. 근데 안왕 전하는 섭정왕의 그런 금기를 범했으니 도와줄 리 없습니다.”다들 냉정언의 분석을 듣고 일리가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섭정왕은 대주 황실 사람으로 황위를 위해 골육상잔을 일으키는 자를 증오할 게 틀림없었기 때문이다.홍엽이 냉정언을 보고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대주 섭정왕에 대해 잘 아시는 군요.”냉정언이 미소를 짓고 의미심장하게 대답했다. “음. 많은 사람들을 잘 알고 있사옵니다.”홍엽이 살짝 당황했으나 이내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먼 산을 쳐다보았다.그들은 조금 더 술을 마셨는데, 가정이 있는 사람은 각자 집으로 돌아가려 하자 홍엽은 섭섭해 했다. 이제서야 막 분위기가 무르익는 참이었는데 다들 간다니까 나서서 말렸다.그러자 우문호가 손을 내저으며 거절했다. “안돼, 집에 임신한 아내가 있단 말이다!”서일과 구사도 손을 내저었다. “안됩니다. 저도 집에 임신한 아내가 있어요!”“안됩니다. 집에 갓난아이가 있어요.”세 사람은 말 그대로 굴비 엮듯이 줄줄이 꿰어져 자리를 떴다.냉정언이 일어나자 홍엽이 뿌루퉁한 표정으로 말했다. “냉대인도 집에 임신한 아내가 있는 건 아니겠죠?”냉정언이 답했다. “집에는 엄하신 아버지와 자애로운 어머니가 계시는데, 전 통금시간이 있어서 너무 늦게 들어가면 안 되옵니다.”홍엽이 기가 막혀서 툴툴 거렸다. “그래요, 저 혼자만 남는군요!”“괜찮으시면 우리 집에 가서 저랑 한 잔 더 하시죠.” 냉정언이 청했다.“사부님께서는?” “아직 계십니다!”“그거 잘 됐군요. 당신 사부님은 제 전우 시니까요!” 홍엽이 얼른 일어나 냉정언과 같이 나갔다.나가자 주막이 둘을 계산하라고 잡는데 냉정언이 못 들은 척하자 하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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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580화

제일 기가 막혔던 건 명원제와 문무백관으로 태상황이 아직 궁에 들어가지 않았던 것이라 자기들도 못 돌아가지 않겠냐는 의문이 들었다. 태상황도 가두행진을 하는데 자기들이라고 어떻게 가두행진을 안 하나? 그들은 담담하게 떨어지는 석양과 태상황의 마차를 쳐다봤다. 온 경성이 타오르는 듯 사방팔방이 환호성으로 진동했다.소요공은 체력이 좋고 근래에도 무예를 거른 일이 없어서 한바퀴를 도는 동안 여전히 정력이 넘쳤으나 태상황과 주재상 및 명원제와 문무백관들은 완전히 기진맥진해서 머리만 대면 잠 들 지경이었다.한편, 안풍친왕 부부는 호위대 몇명을 데리고 성밖에서 산길을 따라 매화장으로 돌아가고 있었다.성에서 울려 퍼지는 시끄러운 환호성이 너무나 커 오죽하면 여기까지 들릴 정도였다.내내 아무 말도 없이 산을 반쯤 오르던 안풍친왕비가 더이상 못 참겠다고 소리쳤다. “이 짜증나는같은 군중들 같으니라고!”안풍친왕이 담담한 얼굴로 물었다. “저들이랑 같이 경성으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내 결정이 옮았지?”“분명 십팔매 생각이었을 거예요.” 안풍친왕비가 말했다.안풍친왕이 고개를 비스듬히 돌려 안풍친왕비에게 말했다. “당신이 가르쳤잖아!”“전 모르는 사람이에요!” 안풍친왕비가 말을 달리며 한 마디 툭 던지는데 불쾌함이 가득해 보였다.산 중에서는 호랑이의 포효소리가 들리고 구름을 뚫고 눈 늑대가 도약하는 것이 수백개의 시내가 하나로 모이듯 천군만마처럼 두 사람을 에워싸고 돌았다. 그 모습은 그렇게 위풍당당할 수가 없었다.한편 태상황이 궁으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거진 자시즈음이었다.해가 질 때 성에 들어와 자시가 되어서야 겨우 궁에 들어온 것이다. 다들 지쳐서 말도 꺼내기 귀찮아 보였다. 소요공도 둘을 따라 입궁하느라 집에 돌아가지 않았다. 그들이 경성으로 돌아오면서 경성에 도착하면 같이 신나게 한 잔 하자고 약속도 했다. 그들은 이 술자리가 빨리 시작되기만을 기다렸다.그래서 건곤전에 도착하자마자 자리에 앉기도 전에 흥에 겨워 주문부터 했다. “안주 많이 내고, 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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