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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 왕비의 모든 챕터: 챕터 2561 - 챕터 2570

3039 챕터

제 2561화

우문호의 진통제우문호는 원경릉의 손바닥에서 열이 나는 것을 느꼈다. 그 따스한 기운은 내공과 마찬가지로 마르지 않는 샘처럼 우문호의 체내에 주입되어 고통을 많이 경감시켜주었다.그러자 우문호가 의아해하며 물었다. “당신 손바닥에서 어떻게 이렇게 열이 날 수가 있지?”원경릉은 얼른 손을 뺐는데 손바닥이 온통 새빨간 것을 보고는 스스로도 어리둥절했다. 우문호는 다시 원경릉의 손을 잡았다. 그렇게 손바닥을 서로 마주 하자 우문호의 고통이 조금 수그러드는것 같았다. “당신 손바닥에서 열이 전해지니까 통증이 가라앉고 있어.”원경릉도 의아해했다. “정말? 내 손이 그렇게나 신기하다고?”“당신 손을 잡고 있으면 별로 안 아파.” 우문호가 말했다.원경릉은 진통제 펌프를 보며 물어봤다. “진통제 효과 때문이지 않을까?”“아냐, 당신 손을 쥐고 있기 때문인 게 확실해!” 우문호가 시험삼아 살짝 원경릉의 손을 놓자 다시 고통이 엄습해져 우문호는 재빨리 원경릉의 손을 다시 잡았다. 손바닥의 뜨거움이 자신에게 전해지자 고통은 다시 줄어들었다. 우문호가 단정하며 말했다. “무조건 당신 손 덕분이야. 당신 손에서 나는 열이 내게 진통작용을 해. 원 선생, 이리 나리가 당신에게 내공 심법을 수련해 주신적 있어?”원경릉이 쩔쩔 매며 말했다. “수련하기는 했지. 맨날 땡땡이 쳐서 그렇지만...”“그럼 당신한테 심오한 내공이 있을 리는 없는데.. 대체 뭐 때문이지?” 우문호는 처음에 원경릉이내공을 전해준 것이라고 여겼으나 그녀가 심오한 내공을 가지고 있을 리가 없고 이리 나리라 해도 아마 이렇게나 큰 능력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정말 진통효과가 있어?” 원경릉은 자신의 떡들의 자가치유 능력을 떠올렸는데 또 다시 뱃속이 타 들어가는 듯했다. 그럼 열치료인가? 하지만 열치료라면 도대체 무슨 수로 원경릉의 손을 통해 우문호의 몸에 치료 열이 전달되는 건지 짐작이 가지 않는다. 지금 설명할 수 없는 일이 너무 많았다. 그러나 원경릉은 더는 따지지 않고 진통효과만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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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562화

주진의 대답저녁이 되자 모두 같이 횟불 앞에 앉아 이야기 꽃을 피웠다. 전장에서 일어난 여러 일을 얘기하자 처음에는 다들 흥겨워했으나 이번 전쟁의 승리의 댓가로 희생된 전우들의 이야기가 나오자 모두 침묵에 빠졌다. 결과적으로는 이겼지만 원래 그들은 원래 싸울 필요가 없었다. 북막 사람의 야심이 얼마나 많은 전우와 백성의 목숨을 앗아갔단 말인가?평화 교섭이란, 기본적으로 일진일퇴 시소게임이지만 패전국과 승전국의 교섭은 아주 간단했다. 패전국은 거의 아무 조건도 제시할 수 없었기에 북당이 조건을 제시하면 북막은 어쩔 수 없이 들어야만 했다.이번 협상은 안풍친왕이 삼대 거두를 데리고 일선에 나섰는데 그들이 남을 지나치게 업신여기는 사람들은 아니였지만 북막이 이번에 병사를 일으켜 도발한 것에 대해서는 반드시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할 것임이 틀림 없었다. 그래야만 그들이 두려움을 품고 다시는 야심을 품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북막 사람은 영원히 침략하지 않을 것을 약속하고 5개 도시를 배상으로 할양했지만 북당에 조공하는 것은 거절했다. 안풍친왕은 더욱 강력히 조공을 요구하지 않았다. 오히려 도시를 빼앗고 정전협의서에 서명해 변경에서 50년간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 것을 보장하는 것이야 말로 이미 죽은 장수와 병사들에게 최고의 대우라고 생각했다.협상이 끝나자 우문호의 상처도 상당히 좋아져서 조정으로 돌아가는 귀로에 올랐다.북당의 대승으로 명원제는 천하에 대사면을 실시하고 성지를 내려 대군이 조정으로 돌아오는 것을 기다리며 경축 행사를 거행하고는 온 나라가 함께 경축하도록 했다.우문호 등 사람들이 경성으로 돌아가자 백성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 백성들은 소리 높여 ‘태자전하 천세천세 천천세’를 외치며 극도로 열광했다.원경주는 이 상황을 보자 감탄을 금할 수가 없었다. 그들은 아이돌을 쫓아다니는 현대인에 조금도 뒤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그리고 그는 이제 매부를 상당히 만족스러워했는데 그것도 아주 만족스러워져서 매부에 대한 태도가 점점 좋아졌다. 주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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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563화

해동 문제주진은 원경릉이 침묵하는 것을 보고 물었다. “제 말을 안 믿으시나요? 선배는 줄곧 신학이 허황된 거라고 생각하세요?”그러자 원경릉이 고개를 젓고 쓴 웃음을 지었다. “이렇게나 많은 일을 겪고, 용태후도 알게 됐는데 어떻게 내 관점을 고집할 수가 있겠어? 우리 인류는 세상이 크다는 걸 알아. 하지만 실질적으로 아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모르는 게 없다고 우기는 거야. 말로 지식을 답보 하게 만들 뿐이라고”“그렇게 생각하시다니 멋져요!” 주진이 원경릉을 주시했다. 원경릉은 여전히 미간을 찌푸리고 마치 뭔가 이해가 안된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나한테 또 뭐 묻고 싶은 거 있어?”곧이어 경릉이 주진에게 차분히 말했다. “사실 처음부터 얘기 했는데, 애들에게 자가치유 능력이 있어. 신체의 어떤 병도 고칠 수 있다는 거 말이야. 쟤들이 그렇다는 건 장생불사할 수 있다는 거잖아? 그럼 적어도 질병으로 죽을 리는 없고 외상도 급속하게 치유되니까 만약 나라면…… 그리고 네가 전에 얘기한 대로면 내가 해동됐을 때도 아이들처럼 불로불사 한다는 거 아냐?”주진이 웃으며 말했다. “그러면 좋은 일 아닌가요? 불사신이 되는 거잖아요!”원경릉이 미간을 찡그렸다. “하지만 우문호는 반드시 죽는다고.”주진이 원경릉을 보고 반쯤 농담으로 얼버무렸다. “그러니까 우리가 연구를 다시 시작하는 걸 진지하게 고민하는게 어때요? 선배도 알잖아요, 지금의 뇌로 현대로 돌아가서 계속 연구할 경우엔 성과가 클 거라는 걸, 선배는 상상도 못 할 걸요.”원경릉은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농담하지 마. 내가 끝이라면 끝이야.”주진이 웃으며 다시 설명했다. “네, 선배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거 알겠어요. 강요 안 해요. 하지만 선배가 걱정하는 게 확실히 존재하기도 해요. 단지 선배가 당장 그걸 걱정하는 건 좀 이른 감이 드는게, 지금 걱정할 건 해동한 뒤 마주해야 할 선택보다……”주진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다시 말했다. “진짜 걱정해야 할 건 해동자체의 성공 여부예요. 어쨌든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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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564화

원경릉과 우문호의 결혼식“스카이 다이빙을 또 한다고? 나 안 해.” 원경릉이 손을 내저었다. 아직도 생각만 하면 가슴이 쿵쾅거렸고 우문호의 말을 곱씹어 생각해보니 좀 의아한 구석이 있었다. “자기 지금, 경성에 돌아가서 혼례를 치르겠다고 한 거야?”우문호가 원경릉의 어깨를 주무르며 볼에 입을 맞췄다. 그리고 쌍꺼풀 없는 눈을 가늘게 뜨고 신비하고도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맞아, 경성에 돌아간 후에 부모님께 말씀드려 우리 혼례를 치를 거야.”원경릉이 다소 믿기지 않는다는 듯 작게 내뱉었다. “왜..?”우문호가 안으로 들어가 원경릉의 어깨를 감싸고 진지하게 말했다. “즉흥적으로 떠오른 생각이 아니고 이전부터 마음 먹었던 거야. 전에 얘기했던 거 기억하지? 우리 아직 혼례를 치르지 않았잖아. 그게 늘 마음에 걸렸어. 당신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내 자신을 위해서이기도 해. 물론 우린 이미 행복하지만 행복은 다다익선 아니겠어? 정정당당하게 당신을 아내로 맞이하고 싶어.”원경릉은 더할 나위 없이 감동했다. 확실히 전에 결혼식 얘기를 하긴 했지만 너무 황당했었다. 둘은 이미 결혼한 사이로 그녀가 원래 몸 주인인 원경릉이 아니라는 걸 아는 사람이 누가 있겠나? 한번 결혼한 사람이 또 결혼하는 게 어디 있을까? 그리고 원래 얘기한 바로는 우문호가 보위에 오른 뒤 황후를 책봉하는 대례가 있고, 그것도 일종의 정통 혼례이므로 원경릉은 줄곧 그걸 얘기하는 줄만 알았다.그래서 그때도 그냥 웃어넘겼다. 우문호가 보위에 오르는 게 몇 십년 뒤 일수도 있기 때문에 그땐 둘 다 호호백발인데 결혼식은 무슨 결혼식이냐며 백발이 성성해서 혼례복을 입다니 사람들에게 웃음거리가 될 게 뻔할거라고 가볍게 생각했다. 원경릉은 그 뒤로 자신을 타일렀다. 결혼식 같은 건 그저 의식일 뿐으로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자기들은 충분히 행복하고 결혼식은 옵션일 뿐 굳이 필요 없다고 말이다.하지만 행복한 일이 더 생긴다고 나쁜 사람 누가 있을까? 결혼식은 자신이 우문호에게 정식으로 시집가는 절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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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565화

아이들을 현대로?우문호는 혼례식에 처남이 있다는 사실이 원 선생에게 얼마나 큰 의미인지 잘 알고 있었다. 사실 천재일우의 기회인 것도 맞는 게 혼례를 치르고자 마음 먹었을 때 마침 원경주가 왔기 때문이다. 마차에서 그와 얘기를 나눌때 시기 문제는 아예 언급한 적도 없었고 오히려 혼례 때 어떤 신분으로 나서는 게 좋을 지부터 상의했다. 아마 원경주도 혼례가 그렇게 긴 시간이 필요한 줄 몰랐을 것이다. 하지만 우문호는 서두르고 싶지 않았다. 경성에 돌아간 뒤 처리해야 할 일이 산더미고 이번에 북막과의 전쟁에서 완승을 거뒀으니 나라에서 경축행사가 있을 게 분명했다. 예부에서 경축행사 하나 준비하는 대도 시간이 촉박한데 동시에 원경릉과 혼례까지 겸한다면 제대로 해낼 수가 있을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생각하니 급격히 슬퍼졌다.저녁 수라를 마치고 원경릉이 주진을 찾아간 틈에 우문호는 탕양을 불러 묘안이 없는 지 찾아보라고 명했다.하지만 탕양은 우문호의 말을 듣고는 엄숙한 목소리로 충언을 올렸다. “전하, 소인은 전하와 태자비 마마께서 다시 혼인을 하시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옵니다.”탕양은 분명 자기 편을 들어 찬성할 줄 알았는데 우문호는 의아했다. “왜 그러냐?”탕양이 자세를 고쳐 앉아 정색하며 입을 열었다. “전하와 태자비 마마께서는 혼례를 이미 치르신 적이 있기에 이번 혼례를 보충 형식이라 치부할 수 없을 뿐더러 전하께서는 다음 보위를 이으실 적통 태자시옵니다. 태자는 등극하실 때만 혼례의식을 치를 수 있으므로 전하께서 혼례를 치르신다고 하면 큰 불경을 저지르는 것이 될 뿐더러……”탕양이 잠시 머뭇거리다가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 “황제 폐하를 저주하고 폐하의 퇴위를 강요한다는 의심을 살 수 있사옵니다. 전하, 전쟁에서 이겨 개선하는 마당에 전하를 드러내는 것은 가장 조심해야 할 일이옵니다.”우문호는 이번에 구사일생으로 죽다가 살아났고 더불어 전장에서 한동안 시간을 보내다 보니 사고의 중심이 자연히 전쟁에 있었던 지라, 황실 권력 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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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566화

여전히 타오르는 사랑주진은 원경릉의 제안에 당연히 찬성했다. 경호에 일단 길만 뚫리면 가고 싶을 때 언제든지 갈 수 있기에 경호를 통해 여기저기 다니고 싶기 때문이다. 원경릉이 주진과 얘기를 마치고 방으로 돌아왔더니 우문호가 얼굴을 잔뜩 구기고 있었다. “왜 그래?”우문호가 원경릉을 끌어 자기 앞에 앉히고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탕양이 우리 혼례를 당분간 하지 않는 게 좋겠대..”원경릉은 고개를 끄덕이며, “응, 그러지 뭐!”원경릉은 이유를 묻지 않았다. 탕양이 그랬다는 건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테니까.우문호는 원경릉의 따스한 눈매를 보자 한층 울적한 마음이 들었다. 원경릉에게 멋진 혼례식을 치러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결과적으로 그것마저 해내질 못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문호는 문득 깨달았다. 원 선생이 바란 것을 하나도 지금까지 해주지 못했다는 사실을 말이다.원경릉은 우문호가 울적한 것을 보고는 그의 짙은 눈썹을 손으로 쓸어주며 다독였다. “사실 혼례는 하던 안 하던 상관없어. 오빠랑 주진이 오래 머무를 수 없어서 결혼식에 참석할 수 없으니, 어차피 완벽한 결혼식이 아닌 걸? 경호의 비밀을 푼 뒤 친정에 갔을 때 거기서 결혼식 올리는 게 더 좋지 않을까?”우문호가 원경릉을 그윽하게 바라봤다. 형언할 수 없는 행운을 거머쥐었다는 기쁨과 행복감이 벅차 올라, “당신 내 마음속에 다녀간 거야? 원 선생은 정말 최고야. 내가 전생에 나라를 구한 게 틀림없어! 그러지 않고서야 어떻게 당신같이 좋은 사람을 만나겠어?”원경릉이 달달한 미소를 지었다. “어, 나랑 똑같은 생각을 했네.”두 부부는 활짝 웃으며 서로를 끌어안았다.우문호는 고개를 숙여 원경릉과 입을 맞추며 손으로 원경릉의 배를 더듬었는데 뱃속에서 아이가 기지개를 피는 듯한 소리에 후끈 달아오르다가 말았다.“원 선생.” 우문호는 천천히 원경릉을 품에서 내려놓고 그녀의 눈을 바라봤다.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원경릉과 키스만 하면 그녀를 품에서 놓고 싶지 않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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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567화

태자 일행의 귀환원경릉 오빠 원경주는 당분간 혼례를 치르지 않겠다는 소식을 듣고 다소 실망했으나 결혼식이라는 게 며칠 만에 뚝딱 되는 것도 아니고 자기도 시간이 충분하지 않기에 정작 참석 못하면 너무 아쉬울 것 같았는데 마침 다행이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원경주가 오히려 우문호를 위로하며 말했다. “괜찮네. 뭐, 둘이 우리 쪽으로 돌아갈 때 다시 성대한 결혼식을 올리면 되니까.”이제 전란도 끝났기에 우문호가 간절히 바라는 유일한 일은 혼례를 치르는 것 뿐이다.잠시 후 일행이 경성으로 돌아오자 성문 입구에 만조백관들이 마중으로 나온 데다가 백성들도 태자가 개선하는 모습을 서로 먼저 보겠다고 앞 다투어 싸우는 바람에 성문은 입추의 여지 없이 사람들로 꽉 들어찼다. 백성들의 격앙된 환호소리가 연달아 울려 퍼지는 가운데 마차 안에 사람들은 가리개를 젖히고 미소로 답례를 하느라 얼굴 근육이 다 마비될 지경이었다. 미색은 귀를 막고 옆에 앉은 회왕에게 소리쳤다. “귀가 다 먹을 지경이야!”회왕은 눈을 비비고 다시 밖을 내다봤다. 이 나이가 되도록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기뻐서 환호하는 걸 보는건 처음이었다. 자신이 주된 공신은 아니지만 이번 전쟁에 참여한 덕에 같이 영광을 누리게 된 것에 기뻤다. 원경주도 기뻐서 주진에게 말했다. “우문호는 정말 영웅이야, 동생이 당신과 결혼한 건 정말 큰 행운이네.”“서로한테 그렇죠. 태자에게 오늘이 있는 건 원 박사의 공이 크니까요.” 원경주는 동생과 우문호가 얼마나 많은 일을 겪어왔는지 잘 모르지만 주진을 통해 들은 한두 사건만 해도 동생 부부의 인생 역정이 진짜 만만치 않았을 거라고 감이 왔다. 만조백관들과 백성들에 둘러 쌓여 성으로 들어가며 원경주는 감격스럽고 또 감격스러웠다. 곧 할머니를 만날 생각 때문이였다. 사식이와 녹주, 그리고 기라가 사람들의 틈에서 겨우 빠져나와 있는 힘을 다해 마차에 대고 소리쳤다. 서일이 사식이의 목소리를 알아듣고 일어나 사방을 둘러보다가 사람들 틈에 오매불망 그리워했던 아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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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568화

재회원경주는 엉덩방아 찧은 걸 아파할 겨를도 없이 고개를 들자마자 할머니께서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그러자 코끝이 찡해지며 얼른 일어나 할머니에게 갔다. 할머니는 오랫동안 헤어졌던 손자를 보고 기쁨의 눈물을 주르륵 흘렸고, 원경주도 할머니를 와락 끌어안고 울먹였다. “할머니, 드디어 할머니를 뵙네요. 잘 지내셨죠? 몸은 어떠세요? 기분은 괜찮으시고요? 이곳이 낯설 지는 않으세요?”손자의 꼬리를 무는 질문에 할머니는 기쁘기도 하고 찡하기도 했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는 말처럼 손자 손녀도 그녀에겐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곳으로 와서 손녀는 만날 수 있었지만 손자는 두고 와야 했기에 더 마음이 아팠다. 둘은 서로를 오래오래 품에 안고 있다가 할머니가 원경주의 얼굴을 만지며 뒤늦게 질문에 답했다. “할미는 여기서 잘 지내고 있댄다. 다 익숙해졌고 몸도 건강하니 걱정할 필요 없다. 너희 엄마 아빠한테도 걱정하지 말라고 전해주렴. 엄마 아빠는? 잘 지내니? 엄마는 좀 어때? 병이 재발하지는 않았고?”할머니는 떡들을 통해 원경릉 부모의 상황을 대략 들어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손자 입으로 직접 듣고 싶었다.원경주는 눈가가 발개지며 더욱 목이 메어왔다. “다들 잘 지내세요. 엄마 병은 재발 안 한지 오래됐고, 지금 매일 즐겁게 지내시고 계세요. 늘 할머니와 이쪽 가족들을 그리워하면서요..”할머니가 작게 한숨을 쉬었다. 멀쩡히 잘 살던 일가족이 두 시공으로 나눠지게 될 줄이야.그나마 감사한 건 다들 잘 살고 있다는 점이였다.할머니와 자신의 손자를 물끄러미 바라만 봐도 다 알 수 있었다.오히려 떡들과 쌍둥이가 난리법석을 떨며 ‘아빠는 왜 안 오셨냐’고 물어 대자 원경릉이 열심히 설명해주었는데 이번엔 또 ‘할아버지는 왜 안 오셨냐’고 묻더니 또 희상궁을 오라고 붙잡더니 희상궁 대신 재상의 상황을 물어댔다.그 중 경단이는 역시 상황 판단이 빨랐다. “희상궁이 얼마나 재상을 그리워했는데요, 눈물로 밤을 지새며 꿈속에서도 재상 나으리 하고 불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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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569화

아버지와 아들, 황제와 태자우문호는 아바마마의 귀밑머리가 희끗희끗 센 것을 보고는 자기도 모르게 가슴이 시큰 거렸다. 아바마마께서 직접 친정을 나선 것은 아니나 이번 전쟁이 그에게 주는 압박감은 전장에 있던 우문호보다 결코 가볍지 않았을 것이며, 아니 오히려 더 무거웠을 것이다.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한달의 시간동안 명원제의 귀밑머리가 부쩍 센 것이 한달 전보다 서너 살은 더 들어 보였다.부자가 자리에 앉아 서로의 소식을 묻고 이번 전쟁의 무시무시함에 명원제는 더욱 진중한 표정이 되었다.명원제는 또 우문호의 상처가 어떤 지 물었는데 상의를 벗고 상처를 직접 보여달라고까지 했다.우문호는 별로 내키지는 않았지만 자신의 아버지가 꼭 보겠다하니 옷을 벗고 상처와 흉터로 얼룩진 몸을 드러내 보여주었다. 그 상처들을 보자 명원제는 말할 수 없이 마음이 복잡하고 괴로웠다. 상처 대부분은 전장에서 생긴 것이지만 암살하려는 자에게서 입은 자상도 있었으며, 가장 가슴이 미어지는 건 다름 아닌 가슴에 새로 난 상처였다. 이 상처는 아직 아물지도 않아서 봉합한 흔적이 지네처럼 꿈틀거리는듯 해 보엿다. 물론 전에 몇 군데 상처에도 이런 봉합 흔적이 있었지만 오래 돼서 이렇게 보기만 해도 몸서리가 쳐질 정도는 아니었다.명원제는 태상황이 병환 중이던 해에 우문호가 자객에게 당했던 것을 떠올렸다. 당시 자객이 자백하기로 우문호 본인이 첫째를 모함하기 위해 자객을 고용해 일부러 연극을 벌인 것이라고 했다. 당시 명원제는 의심하지 않고 바로 그 말을 믿었으나 지금 돌아보니 가슴을 칠 일이었다. 자기 아들이 어릴 때부터 어떤 성격인지 아비라는 작자가 제일 잘 알면서 어떻게 그런 짓을 했을 거라고 생각했을까?이번 전쟁을 치르며 명원제는 마음 속으로 다섯째의 능력을 한 단계 더 인정하며 더이상 의심하지 않았다. 명원제는 수라를 들이라 하고 태자와 같이 밥을 먹었다.우문호는 아바마마께서 다른 사람과 함께 밥을 드시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따라서 이건 절대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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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570화

승전의 연회우문호가 웃으며 입을 열었다. “어찌 보위를 논하시옵니까? 몇 십년이나 뒤에 일어날 일인데요.”명원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뭔가 깊이 생각하는 눈빛이었다.우문호는 자연스레 혼사 얘기는 더 이상 언급하지 않았다. 탕양의 대꾸가 일리가 있었던 게 지금 우문호가 공을 세우고 개선한 상황에 혼례를 논한다는 건 어떻게 변명해도 사람들의 의심을 사기 쉬웠기 때문이다. 궁을 나오니 이미 날이 저물었고, 느릿느릿 말을 몰아 청란 대가를 지났다. 명원제는 우문호에게 초왕부로 돌아가는 길에 의장대를 붙어주려 했으나 우문호가 싫다며 사양했다. 경성으로 돌아오는 길에 이미 과분할 정도로 많은 환영을 받았기에 다소 피곤한 것도 사실이었다.그리고 이렇게 잠잠히 고요속에 번화한 경성의 거리와 착실히 살아가는 백성들의 일상 속에 스며든 태평성대의 따스함과 평온함도 보고 싶었다. 우문호는 이것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때론 생명을 기꺼이 내놓을 수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초왕부로 돌아오니 이미 수라가 준비되어 있었다.검마 남변객이 냉정언을 데리고 와서 냉정언이 자신의 제자라고 진중하게 소개했다.냉 대인이 검마를 스승으로 모시고 절하는 것을 보고, 그 자리에 있던 무림 인사들은 검마가 조정이 임명한 관리를 제자로 거두었다는 사실에 적잖이 놀라했다.때로 살아간다는 건 그렇게 매사 칼같이 잴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잠시 후 서일이 좋은 술을 잔뜩 준비하고 주방에서도 산해진미를 상 다리 부러질 정도로 차려 내왔다. 태자를 호송했던 무림 인사들은 초왕부에서 긴장을 풀 수 없어 어색해 하였는데, 서일과 탕양이 느긋하게 여유를 부리는 것을 보고는 곧이어 너도나도 긴장을 풀었다. 이윽고 초왕부는 웃음소리와 얘기 소리로 왁자지껄해졌다.우문호도 한 잔 들이키고 모두에게 술을 권하며 힘든 여정을 무사히 해내 주었음에 감사했다. 원경릉도 우문호를 말리지 않았다. 오늘밤 우문호는 분명 전과 달리 신중하고 더욱 겸손해 졌다.주연을 마치고 부부는 손을 잡고 마당을 거닐었다. 원경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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