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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574화

작가: 유애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29 19:42:56
만불산의 여유

주진이 말했다. “편차가 클 리 없어요. 어떨 땐 며칠 차이, 길어 봤자 몇 개월 차이겠죠. 수정을 거듭해서 우리가 다음 번에 소용돌이에 인형을 던질 때 약간의 시간 편차를 둡시다. 예를 들어 선배가 자시에 물건을 던졌다면 편차를 계산해서 우리가 자시 15분으로 추정하는 거예요. 이렇게 편차가 줄어들게 하는 거죠!”

“그래, 네가 돌아가면 함께 테스트 해보자!” 원경릉도 희망이 조금은 있다는 것을 느끼고 기쁨과 기대가 가득 차올랐다.

“안타까운 건 인형이 처음에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다는 거지만요.” 주진이 아쉽다는 듯 중얼거렸다.

원경릉은 잠시 생각해보다가 말했다. “오히려 방법이 있을 거 같은데? 너가 돌아가면, 나한테 소형

카메라를 던지고, 그게 후에 네 손에 들어가면 열어서 보면 되잖아. 어쩌면 실마리를 찾아낼 지도

몰라.”

주진이 아주 환호했다. “그거 좋은 생각이네요!”

할 일을 다 끝내기에 모두 산에서 반나절을 놀았다. 아이들은 이렇게 완전하게 나가 노는 일이 드물기 때문에 아주 좋아서 난리가 나 보였다. 온 산을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눈늑대와 호랑이도 덩달아 흥분해서 함께 몰려다니니 그림자조차 안 보일 지경이었다.

어른들은 산기슭을 걸으며 담소를 나누었고, 원경주는 휴가를 온 마음으로 수려한 만불산의 경치를 만끽했다. 이 중 가장 행복한 건 동생이 곁이 있다는 점이었다.

속세를 벗어난 듯한 이곳은, 무성한 나뭇잎 사이로 비쳐 드는 햇살에 세월의 고즈넉함이 담긴 듯 했다. 우문호는 의자에 앉아 고개를 돌려 원경주와 얘기하는 원경릉을 바라봤다. 그녀의 아리따운 얼굴은 요 근래 정신없는 일정을 보내느라 다소 수척해졌지만 오히려 눈매가 더욱 선명해 보였는데, 특히 반짝이는 눈동자는 가늘어 마치 햇살과도 같았다. 가족과 함께 있다는 것이 원경릉을 이토록 기쁘게 했다.

한편, 우문호는 마음 속 깊이 행복함과 함께 서글픔이 밀려왔다. 전에는 먼 미래의 일에 대한 걱정과 근심이 없었지만, 생사의 고비를 넘고 보니 이렇게 순탄하게 그녀와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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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빠와의 이별만불산에서 돌아오자마자 원경주와 주진은 다시 가야 했다. 하지만 이번 이별은 그렇게 가슴 아프지 않은 게 주진과 원경주는 경호가 곧 열려서 원경릉과 아이들이 친정에 다녀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원경주는 떠나기 전에 우문호에게 할머니와 원경릉을 잘 보살펴 달라고 신신당부했다. 자신의 처남이 마음을 놓지 못하는 게 이해가 가는 우문호도 절대로 두 사람을 힘들게 하지 않겠다고 다시 한 번 확답을 주었다.원경주는 그제서야 안심하고는 원경릉의 어깨를 쓸어 내리고 그윽하게 바라보며 속삭였다. “우리 금방 다시 볼 수 있어. 내가 돌아가서 도와줄 사람을 무조건 찾을게. 이제 네가 가진 데이터와 주진이 발견한게 있으니 경호의 비밀은 금방 풀릴거야. 나는 네가 지금까지 집으로 돌아가는 일을 포기하지 않아줘서 너무 고마워. 넌 불가능한 일을 가능하게 만드는 사람이야. 인류에게 있어서 이건 기적과 같아.”원경릉이 눈물이 그렁그렁하더니 미련이 가득한 말투로 답했다. “집에 간다는 생각을 한순간도 잊은 적이 없는데 당연히 포기 못하죠..”“대단해!” 원경주가 동생을 안고 다음에 할머니를 안고나서야 손을 흔들며 모두와 작별하고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돌려 주진과 함께 갔다.할머니는 옆에서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그녀는 여기서 당연히 잘 지내지만 그쪽 세계의 친구와 가족들이 가끔 그립기도 했다. 경호의 비밀이 풀리면 그 세계에 돌아가 볼 수 있으니, 그녀가 비밀이 당장이라도 풀리기를 얼마나 기대하는지 아무도 모를 것이다. 원경릉도 눈물을 흘리자 우문호가 원경릉을 품에 안고 작게 속삭였다. “괴로워 하지 마. 처남 말 대로 우리는 금방 만날 수 있게 될테니까.”원경릉이 코맹맹이 소리로 “네.”하고 답했다.우문호는 원경릉이 괜히 싱숭생숭해 하지 않도록 돌아가서 일을 하지 않고 초왕부에서 원경릉과 함께했다. 우문호는 시공간이란 개념에 대해 인식이 아직은 모호해서 원경릉 곁에 서 얘기를 듣고 있으면 아직도 멍해진다. 하지만 그는 줄곧 한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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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의 왕비   제 2576화

    주명취를 떠올리고원경릉이 차갑게 웃으며 물었다. “그래서?”우문호가 원경릉에게 말했다. “오해는 하지 마. 지금 뭘 하려는 게 아니라 일깨워주고 싶을 뿐이니까. 절대로 속지 말라고, 주명취에게 조금의 호감도 가져서는 안된다고 말이야. 주명취와 어릴 때부터 죽마고우였던 걸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답답한 게 구역질이 나.”원경릉은 그럴 거라고 생각 못했는데 우문호의 진지한 표정을 보니 진짜 속속들이 싫은 기색이 역력해 어이가 없어 웃음이 터졌다. “그래? 그럴 필요 없어. 지금 알면 됐지. 사람은 어짜피 다 죽는 걸. 됐어.”“맞아, 사람은 다 죽어. 그러니 됐다고 치는 수밖에.” 우문호가 ‘치는 수밖에’ 라는 말을 강조하는 게 역시 분이 안 풀리는지 조금 있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그렇다고 인정하지 않으면 어쩔 건데? 주명취가 나랑 일곱째를 속였고, 그때 하마터면 일곱째가 그 손에 죽을 뻔 했다고. 심지어는 당신이랑 우리 아이를 죽이려고 까지 했어. 그런데도 난 그저 됐다고 치는 수밖에 없는 거야. 주명취는 이미 죽었으니까.”씩씩거리며 여전히 분이 안 풀리는 목소리였다.그는 어엿한 태자로 죽은 사람한테 뭘 어쩌자는 건 절대 아니였다.그리고 주명취는 이미 치를 수 있는 최고의 대가를 치렀는데, 그것이 바로 죽음이다. 하지만 우문호는 계속 죽음이 가장 큰 대가가 아니라 죽음보다 더 고통스러운 게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 정말로 그렇게 주명취가 미워?” 원경릉은 원래 사람이 죽으면 모든 게 연기처럼 사라진다고 생각하기에 우문호가 지금도 주명취를 뼈 속 깊이 증오하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우문호가 잠시 생각하더니 입을 뗐다. “미워하냐 마냐는 정말 말할것도 없지만, 나는 단지 한 사람이 이렇게나 많은 악행을 저지르며 여러 명의 목숨을 없애기 위해 기도하고 실행하려 했다는게 믿겨지지가 않아. 비록 성공은 못했지만 이런 극악무도한 마음을 품고 실행에 옮기기까지 했으니 말이야. 난 그 자식 손에 당한 사람의 목숨이 훨씬 크고 귀할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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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의 왕비   제 2577화

    대군이 조정으로 돌아오기 전에 다친 장수가 먼저 경성에 도착했다.이때 홍엽이 직접 안왕을 호위했다. 이 둘은 원래 각자 흉계를 품고 칼을 겨누던 사이였는데, 어느 날 둘이 북당을 지키기 위해 함께 전장에 설 거라고 감히 누가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위왕과 순왕은 대오를 이끌고 삼대 거두의 귀환을 호위했다. 병사 10만명은 변경에 남겨두고 나머지는 전부 경성으로 돌아갔다.안왕이 경성으로 돌아올 무렵 안 왕비는 그가 한 쪽 팔을 부상당했다는 소식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 그리고 홍엽이 안왕을 호송해 오는 일정을 안 왕비에게 알려주었기에 그가 경성에 도착했을 때, 안 왕비가 딸 안지군주를 데리고 성문으로 마중을 나와 있었다.떨어지는 석양빛이 안 왕비의 얼굴에서 흘리는 눈물에 어렸다. 그녀는 입술이 바르르 떠는 와중에도 미소를 잃지 않고 말 탄 일행이 성문에 도착하는 것을 주시했다.안 왕비는 안지를 품에 안고 마차에서 안왕이 오기만을 기다렸다.안왕은 이제 상처에 별 문제가 없었으며 왕비가 성문에 마중나와 있는 것을 보자 허겁지겁 얼굴에 난 수염을 문지르더니 먼 발치에서부터 미소를 머금고 말을 타고 왔다. 안왕은 왕비를 한참 바라보고는 비로소 말에서 내려 서둘러 달려갔다.그는 먼저 안지를 껴안았다. 안지는 잠에 들었다가 놀라서 깨더니 멍한 표정으로 그를 한 번 쳐다보고는 이내 다시 잠에 들었다. 안왕이 고개를 숙여 안지의 볼에 뽀뽀하니 턱수염때문에 따끔거렸는지 부르르 떨고 그의 얼굴을 또 빤히 쳐다보고는 입을 삐죽 내밀고 다시 잠에 들었다.그러자 안왕이 웃으며 안지를 유모에게 안겨주고는 안 왕비를 바라보며 목멘 소리로 외쳤다. “드디어 돌아왔어!”안 왕비는 안왕의 텅 빈 소맷자락을 보지 않고 오로지 안왕의 얼굴에만 집중하려고 애썼다. 그러자 참아왔던 눈물이 흘러내리고 말았다. “네, 잘 돌아오셨어요. 당신이 정말 자랑스럽사옵니다!”안왕이 한 손으로 안 왕비를 안자, 안 왕비는 코 끝이 찡해졌다. 안왕의 몸에는 전화와 노숙의 냄새가 베어 있었다. 두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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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의 왕비   제 2578화

    우문호는 말을 마치고 모두를 데리고 나갔다.홍엽은 눈을 내리깔고 이를 악물었다. 그들이 고작 이러고 가버린 걸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사람을 술자리에 청할 때 성의를 보이려면 적어도 몇 번은 권해야 하는 거 아닌가?잠시 후 대문이 다시 열리고 냉정언이 문 앞에 서서 쓸쓸한 눈빛으로 홍엽을 보고 말했다. “진짜 안 올 겁니까?”홍엽이 구유를 걷어차며 말했다. “잠시만요. 지금 옷만 갈아입고 가겠사옵니다!”우문호가 항복 주루에 마련한 술자리는 주변에 아무도 없었다. 조정대신이 사람을 아예 부르지도 않았던 것이다. 이는 홍엽이 많은 사람들과 같이 있는 걸 어색해하기 때문으로 술자리에 함께 한 사람은 전부 홍엽이 낯을 가리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이었다. 그가 이번에 직접 전장에 나간 것에 대한 답례기도 했다.홍엽은 늦게 달아오르는 타입이라 처음엔 어색하게 굴었지만 다들 전장에서 일들을 얘기하며 술이 몇 순배 돌자 분위기는 후끈 달아올랐다.냉정언은 아무 말도 안 하고 무표정으로 조용히 듣기만 하며 다른 사람들 잔을 채워주었다. 그러나 위기의 순간을 들을 때는 냉정언도 긴장하고 마는 게 마지막엔 승리한다는 걸 알면서도 과정이 정말 무시무시하기 때문이다. 홍엽이 결국 마지막엔 말이 제일 많은 사람이 되어서 안왕에 대해 바삐 얘기하기 시작했다. 본인이 안왕을 경성까지 호송해 왔기 때문이었다.그때 홍엽이 우물쭈물하며 우문호에게 말했다. “이 말을 해도 되는지 잘 모르겠는데…”우문호는 이미 술이 세 순배정도 돈 이후라 얼큰하게 취해서 손을 휘휘 저었다. “계집애처럼 왜 그러느냐. 할 말 있으면 하거라.”그러자 홍엽이 우문호에게 말했다. “사실, 저와 진대장군이 같이 안왕 전하를 만난 적이 있는데, 당시 안왕 전하는 분명 외세의 힘을 빌려 태자의 지위를 빼앗으려 하셨사옵니다. 그런데 결국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사옵니다. 혹시 왜 그랬는지 아십니까?”“왜죠?” 홍엽이 갑자기 이런 심각한 문제를 거론하자 모두 자기도 모르게 조용히 홍엽을 쳐다봤다.홍엽이 잔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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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의 왕비   제 2579화

    냉정언이 홍엽에게 답했다. “서일이 한 마디는 제대로 했군요. 그가 얼마나 간악한 인간인지 안왕에게 당한 사람 이야말로 말할 권리가 있다는 말, 말입니다. 섭정왕은 북당 내부의 일은 당연히 깊이 알리 없어요. 그리고 특정 부류 사람을 증오하지요. 그들이 바로 골육상잔을 일으키는 자입니다. 근데 안왕 전하는 섭정왕의 그런 금기를 범했으니 도와줄 리 없습니다.”다들 냉정언의 분석을 듣고 일리가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섭정왕은 대주 황실 사람으로 황위를 위해 골육상잔을 일으키는 자를 증오할 게 틀림없었기 때문이다.홍엽이 냉정언을 보고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대주 섭정왕에 대해 잘 아시는 군요.”냉정언이 미소를 짓고 의미심장하게 대답했다. “음. 많은 사람들을 잘 알고 있사옵니다.”홍엽이 살짝 당황했으나 이내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먼 산을 쳐다보았다.그들은 조금 더 술을 마셨는데, 가정이 있는 사람은 각자 집으로 돌아가려 하자 홍엽은 섭섭해 했다. 이제서야 막 분위기가 무르익는 참이었는데 다들 간다니까 나서서 말렸다.그러자 우문호가 손을 내저으며 거절했다. “안돼, 집에 임신한 아내가 있단 말이다!”서일과 구사도 손을 내저었다. “안됩니다. 저도 집에 임신한 아내가 있어요!”“안됩니다. 집에 갓난아이가 있어요.”세 사람은 말 그대로 굴비 엮듯이 줄줄이 꿰어져 자리를 떴다.냉정언이 일어나자 홍엽이 뿌루퉁한 표정으로 말했다. “냉대인도 집에 임신한 아내가 있는 건 아니겠죠?”냉정언이 답했다. “집에는 엄하신 아버지와 자애로운 어머니가 계시는데, 전 통금시간이 있어서 너무 늦게 들어가면 안 되옵니다.”홍엽이 기가 막혀서 툴툴 거렸다. “그래요, 저 혼자만 남는군요!”“괜찮으시면 우리 집에 가서 저랑 한 잔 더 하시죠.” 냉정언이 청했다.“사부님께서는?” “아직 계십니다!”“그거 잘 됐군요. 당신 사부님은 제 전우 시니까요!” 홍엽이 얼른 일어나 냉정언과 같이 나갔다.나가자 주막이 둘을 계산하라고 잡는데 냉정언이 못 들은 척하자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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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의 왕비   제 2580화

    제일 기가 막혔던 건 명원제와 문무백관으로 태상황이 아직 궁에 들어가지 않았던 것이라 자기들도 못 돌아가지 않겠냐는 의문이 들었다. 태상황도 가두행진을 하는데 자기들이라고 어떻게 가두행진을 안 하나? 그들은 담담하게 떨어지는 석양과 태상황의 마차를 쳐다봤다. 온 경성이 타오르는 듯 사방팔방이 환호성으로 진동했다.소요공은 체력이 좋고 근래에도 무예를 거른 일이 없어서 한바퀴를 도는 동안 여전히 정력이 넘쳤으나 태상황과 주재상 및 명원제와 문무백관들은 완전히 기진맥진해서 머리만 대면 잠 들 지경이었다.한편, 안풍친왕 부부는 호위대 몇명을 데리고 성밖에서 산길을 따라 매화장으로 돌아가고 있었다.성에서 울려 퍼지는 시끄러운 환호성이 너무나 커 오죽하면 여기까지 들릴 정도였다.내내 아무 말도 없이 산을 반쯤 오르던 안풍친왕비가 더이상 못 참겠다고 소리쳤다. “이 짜증나는같은 군중들 같으니라고!”안풍친왕이 담담한 얼굴로 물었다. “저들이랑 같이 경성으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내 결정이 옮았지?”“분명 십팔매 생각이었을 거예요.” 안풍친왕비가 말했다.안풍친왕이 고개를 비스듬히 돌려 안풍친왕비에게 말했다. “당신이 가르쳤잖아!”“전 모르는 사람이에요!” 안풍친왕비가 말을 달리며 한 마디 툭 던지는데 불쾌함이 가득해 보였다.산 중에서는 호랑이의 포효소리가 들리고 구름을 뚫고 눈 늑대가 도약하는 것이 수백개의 시내가 하나로 모이듯 천군만마처럼 두 사람을 에워싸고 돌았다. 그 모습은 그렇게 위풍당당할 수가 없었다.한편 태상황이 궁으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거진 자시즈음이었다.해가 질 때 성에 들어와 자시가 되어서야 겨우 궁에 들어온 것이다. 다들 지쳐서 말도 꺼내기 귀찮아 보였다. 소요공도 둘을 따라 입궁하느라 집에 돌아가지 않았다. 그들이 경성으로 돌아오면서 경성에 도착하면 같이 신나게 한 잔 하자고 약속도 했다. 그들은 이 술자리가 빨리 시작되기만을 기다렸다.그래서 건곤전에 도착하자마자 자리에 앉기도 전에 흥에 겨워 주문부터 했다. “안주 많이 내고, 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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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오가 경성으로 돌아올 때 홍엽도 원숭이와 같이 돌아왔는데, 그도 풍도성에서 힘을 보탰다. 사실 홍엽이 안 가도 안풍 친왕이 모든 걸 다 준비해 둬서, 안풍 친왕 능력이면 안지여 정도 상대하기는 식은 죽 먹기였다.이리 나리 일행은 경성에 도착해, 우선 집으로 돌아가 공주와 천행이를 보고 가족이 함께 밥을 먹은 뒤 입궁해서 경과를 보고했다.사적인 원한은 한두 마디로, 벌을 받아 마땅한 사람은 지금 받아야 할 벌을 받고 있으며 아직 죽이지 않았다고 했다남은 건 정사를 논하는 것이었다.“어머니와 같이 풍도성에서 보름 정도 지내며 기본적인 민심을 파악했는데, 천문 세가는 백성들 사이에서 아직 명망이 높아 보입니다. 풍도성 백성들은 사실 세금이 너무 많고 경제가 번영한 성과가 전부 안지여 수중에 떨어지는 구조로 되어 있어 안지여의 통치에 불만이 있었다고 합니다. 조정에서 풍도성을 접수한 것에 백성들 대부분은 찬성하였습니다. 하지만 이제 천하태평이냐 하면 그럴 순 없는 것이, 일부는 성주가 자기들의 황제라 여기고, 조정이 풍도성을 접수한 것이 풍도성이 침략당했다고 여겨 나중에 약간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따라서 지부를 임명하실 때 신중하셔야 할 것입니다.”우문호가 말했다. “흠, 큰할아버지께서 천거한 사람이 있는데, 바로 박원이라네. 자네 생각은 어떤가?”그러자 이리 나리의 눈빛이 빛났다. “제 아버지가 추천한 사람이니 전 찬성입니다!”“아버지?” 우문호가 의아해하며 이리 나리를 쳐다봤다. ‘안풍 친왕비가 사부님이면 안풍 친왕은 사부의 남편 아닌가? 어떻게 아버지가 되지? 사부님의 배우자니 사모님이라고 부르는 게 더 맞지 않나?’“흠, 안풍 친왕은 제 아버지십니다!” 이리 나리는 더 설명할 생각이 없는지 어쨌든 그렇다고 주장했다. 그 오랜 세월 동안 한 번도 그를 아버지라 부른 적 없지만, 마음속에서만큼은 진정한 아버지였다.“하하하!” 우문호도 그저 웃으며 더는 묻지 않았다.이리 나리가 퇴청할 때 우문호가 이리 나리를 부르자 고개를 돌렸다. “무

  • 명의 왕비   제 3038화

    “우선 박원이랑 소홍천 의사부터 물어보자. 억지로 하게 하고 싶지 않아. 그동안 그들이 날 많이 도와줬으니 전부 원하는 대로 하자고.” 우문호가 말했다.“그러자!” 원경릉이 일어서며 말했다. “오늘 저녁 애들 데리고 어머님께 가서 수라를 들려면 빨리움직여야 해. 꾸물대면 늦을거야.”그러자 우문호도 계란이를 안고 일어섰다. “그래, 우리 황조모한테 가서 맘마 먹자.”우문호가 나가서 부르자 아이들이 달려와, 같이 왁자지껄하게 수라를 들러 황태후 전으로 갔다.황태후는 원래 우문호에게 할 말이 있었지만, 식사 자리에 아이들이 있어서 기다렸다가 저녁을 다 먹은 뒤 우문호와 아이들이 나가서 놀고, 원경릉이 황태후와 얘기를 나눌 때 말을 꺼냈다.“천행이가 태어난 지 얼마나 됐다고 부마를 풍도성으로 보낼 수가 있지.. 공주가 얼마나 괴로웠을까.”원경릉이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공주는 사정을 훤히 알고 있어서, 이리 나리께서 풍도성에 가는 걸 지지하셨는걸요.”“말은 그렇게 해도, 출산 후에 여자 곁엔 남편이 있어야 하는 법이야. 하지만 이것도 단지 우리 가족끼리 하는 얘기일 뿐이고, 조정 일을 내가 함부로 이렇다 저렇다 할 수 없는 노릇이지.”황태후는 이리 나리가 풍도성으로 간 진정한 목적을 전혀 몰랐으며, 단순히 어지러운 형국을 정리하러 갔다고만 알았기 때문에 순수하게 공주를 아끼는 마음에 이렇게 말한 것이다.“어마마마, 걱정하지 마세요. 이리 나리는 이미 돌아오는 중이래요.” 원경릉이 위로하자 황태후가 기쁜 표정을 지었다. “그거 잘됐네!”온 가족이 별빛을 받으며 천천히 소월궁을 거닐었다.계란이는 아빠 품에서 잠이 들었고, 아이들은 놀다 지쳐서 아빠 엄마를 따라 천천히 걷고 있었으며, 목여 태감이 궁인 둘을 데리고 뒤에서 조용히 따라오는 가운데, 궁 안은 인적이 드물어 밤이 되자 상당히 고요했다.“어마마마께서 공주를 아끼셔서, 이리 나리가 하필 이때 풍도성에 보냈냐고 하셨어.” 원경릉이 말했다.“날 원망하셨어?” 우문호는 품에 있는 아이가 깰

  • 명의 왕비   제 3037화

    늑대파 사람이 안지여와 소여쌍을 질질 끌고 나가는데, 소여쌍은 여전히 미친사람처럼 웃어대기만 했다.이리봉청은 그들이 끌려 나가는 것을 보자, 눈앞에 안지여가 자신을 데리고 소여쌍의 침대 앞으로 가서 소여쌍의 그 악랄한 말을 듣던 순간이 떠올랐는데, 눈 깜짝할 사이에 여리여리하고 아름답던 그녀가 이렇게 변해 버린 게 꿈처럼 느껴졌다.풍도성을 접수한 뒤 안풍 친왕은 관리들을 새롭게 임명했고, 더 이상 성주 같은 것을 두지 않고 조정과 이부에 적합한 인사를 선발해 풍도성 지부로 앉힐 것을 요청했다. 풍도성은 더 이상 이전의 독립 자치 지역이 아닌, 다른 주나 현과 마찬가지로 조정에 귀속되어 통일서 있게 다스리게 되었다.더불어 안풍 친왕은 별도로 서신을 써서 황제인 우문호에게 보냈는데, 풍도성을 추천하지만, 이건어디까지나 건의와 추천이니 황제가 생각하는 마땅한 사람이 있으면 안풍 친왕의 추천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동시에 안지여의 잔당들이 계속 나타났다.안풍 친왕이 이번에 이렇게 많은 사람을 데려오고, 호랑이와 눈 늑대, 회색 늑대까지 출동시킨 건 바로 모든 세력을 강화하고, 신속하게 진압해 풍도성을 조정에 복귀시키고 보름 만에 비적을 토벌하며 기본적인 숙청을 마무리하기 위해서였다.박원은 잔당의 남은 불씨가 다시 타오르는 것을 막기 위해서 안풍 친왕의 영패를 가지고 부근에 5천 명의 군사를 파견시켜 풍도성을 지켰다. 이리 나리는 자금을 지원해 천문 세가의 묘를 이장하였는데, 이전 무덤은 안지여가 고른 곳으로 폐허에 가까워, 그는 천문 세가 사람들이 그런 곳에서 안식을 취하기를 원하지 않았다.풍도성에 온지 거의 한 달가량 될 때쯤, 대군은 경성으로 돌아갈 채비를 했다.돌아가기 전에 미색이 안지여와 소여쌍을 보러 갔다가, 돼지우리에서 죽느니만 못한 삶을 사는 것을 보고 그제야 비로소 맺혀 있던 한이 풀리는 기분이 들었다.미색은 이리 나리와 어머님에게 알리지 않은 것이, 두 사람은 이미 안지여가 누군지 잊은 듯 보였기 때문이었다.

  • 명의 왕비   제 3036화

    이리봉청에게 있어 모든 건 지나가지 않았고, 36년 전 일은 여전히 어제 일 같이 느껴졌다.“어머니, 그를 어떻게 처분하시겠어요?” 이리 나리는 이리봉청의 마음을 넘겨짚을 수 없어 함께 걷는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네 생각은 어떠니?” 이리봉청이 다시 되묻자 이리 나리가 원한에 사무친 눈빛으로 말했다. “제게 처분하라고 하면 전 그를 죽여 버릴 겁니다.”이리봉청은 알았다며 대답만 했다가, 다시 30분쯤 걷다가 정자에 앉아 을 때 말을 덧붙였다. “난 안 죽일 거야.”이리 나리가 약간 놀라서 물었다. “어머니, 또 마음이 약해지신 겁니까?”이리봉청이 고개를 흔들었다. “그 반대야. 그 인간을 죽이는 게 마음이 약해진 거지. 사실 며칠 동안 이전의 원한을 내려놓을 수 있을지 생각해 봤는데, 내려놓을 수 있다면 그 인간을 백번이라도 죽이겠지만, 난 그럴 수 없더구나. 아들아, 게다가 오늘 천문 세가 대문을 들어서는 그 순간, 더욱 마음을 굳혔단다.”이리봉청이 일어나 집안을 둘러봤다. 이곳은 그녀의 가족들이 살아 원래 온통 사람 소리로 가득한 곳이였다. 그들의 웃던 광경이 눈앞에 비치는가 하더니, 눈 깜박할 사이에 모두 사라지고 말았다. 그들은 다시 돌아올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 천문 세가는 큰 잘못을 저지른 것도 없는데 멸문지화를 당했고, 가엾게도 그 중엔 아이들이 많아서 제일 어린아이는 이제 태어난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았었다.이리봉청의 얼굴에 눈물이 타고 흐르며 가슴이 미어졌다. “그자와 소여쌍을 밖에 내버리고 사람을 시켜 지켜보도록 해. 죽게 두지 말고 계속 살려둬. 36년은 더 살면서 이 세상의 고생을 모두 겪어야, 내 마음에 맺힌 한이 풀리고 억울한 망자들도 안식에 들지!”이리 나리는 온몸으로 그 마음이 느껴져, 어머니가 눈물 흘리는 것을 더는 볼 수 없었다. “네, 전부 어머니께서 말씀하신 대로 할게요.”안지여와 소여쌍은 버려졌다. 짧은 며칠 사이에 안지여는 의기양양하던 성주에서 시궁창 쥐로 변해, 사람들이

  • 명의 왕비   제 3035화

    안지여는 풍도성 지하감옥에 갇혔다. 빛 한 줄기 없는 지하감옥에서 사방에 끝없는 어둠과 절망만이 안지여를 삼키고 있었다.훼천의 형벌은 12 시진 후면 사라져서, 앞으로 안지여는 그저 한 명의 폐인일 뿐이었다.안지여의 결사대가 성으로 공격해 들어오기 전에, 이리봉청은 오 선생을 찾아내 안지여가 저지른 모든 죄를 고백하게 하고 안풍 친왕이 친필로 받아 적었다. 안지여가 당시 천문 세가를 해친 경위를 소상히 써 내려간 뒤, 오 선생과 안풍 친왕의 직인을 찍고 인쇄해서 대중에게 공개했다.안지여의 죄악은 하늘을 찔러 백성들 모두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안지여의 결사대의 옛 부하들이 본래 성을 공격해 들어가 안지여를 구출할 계획을 세워놓았으나, 안지여의 죄상이 공포된 뒤로 많은 사람들이 해산하였다. 유일하게 무대장군만이 수천 명을 데리고 성으로 쳐들어왔지만, 안풍 친왕과 이리 나리가 이미 대비해둔 덕분에, 경성에서 굴러온 돌이 무대장군의 박힌 돌을 빼내는 전투를 벌였다.풍도성에 온 지 7일째, 안풍 친왕은 풍도성을 접수하고 성에 살던 사람을 쫓아내며 서민으로 강등시켰다.안지여와 소여쌍에 대한 처분은 이리봉청에게 넘겼다.안지여는 캄캄한 지하감옥에서 6일을 지내는 동안, 처음엔 침착한 척 가장했으나 사흘째가 되자 울부짖으며 악독한 저주의 말을 내뱉더니, 나흘째가 되자 용서해달라고 애원하며 참회했다.손발의 힘줄이 끊어진 안지여는 일어나 걸을 수도 없고 심지어 스스로 몫숨을 끊을 힘도 없었다.그 와중에 매일 누군가가 먹고 마시도록 해주고, 상처도 치료해 주어 살 수 있다는 부질없는 희망을 품게 했다.훼천의 말에 따르면, 진정한 절망은 살아도 죽느니만 못하고,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하는 것으로, 온 마음으로 죽기를 바라지만 살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었다가, 안간힘을 쓴 뒤 다시 절망에 빠지는 것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것으로, 사람을 한없이 죽였다 살렸다 괴롭힌다고 했다.결국 안지여를 죽일지 말지 여부는 이리봉청에게 달렸는데, 그녀는 안지여를 단번에 죽여 천문 세가

  • 명의 왕비   제 3034화

    안지여의 이마에 파란 힘줄이 불끈불끈했으나 냉정을 가장했다. “내가 두려워할 줄 알았나 보지? 죽음도 두렵지 않은데 뭘 더 두려워하겠어?”“넌 두려울 것이야!” 이리봉청이 고개를 돌려 이리 나리를 보고 살짝 그의 팔을 잡았다. “내가 오는 길에 늑대파 사람이 그러던데, 천하에서 제일 잔혹한 형벌을 아는 사람이 늑대파에 있다고. 그게 사실인 것이냐?”이리 나리가 가볍게 답했다. “물론 사실이죠. 훼천이라고 합니다. 늑대골 출신이에요.”“안지여가 버틸 수 있는지 어디 한 번 보고 싶구나.” 이리봉청이 말했다.이리 나리가 엄숙한 태도로 명을 내렸다. “훼천!”그러자 훼천이 급히 나왔다. “이리 나리, 분부하시지요!”이리 나리는 그가 짐짓 냉정한 척하고 있으나 눈빛이 조금씩 허물어져 가고, 몸까지 부들부들 떠는 것이 아주 만족스러워 훼천에게 담담하게 말했다. “시작해!”안지여가 갑자기 큰 소리로 욕했다. “난 네 아버지거늘, 감히 나에게 손을 대다니, 천벌을 받아 마땅한 놈 같으니라고!”이리봉청이 이 말을 듣고 잠시 주저하는 눈빛으로 이리 나리를 바라봤다.이리 나리가 이리봉청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제 아버지는 오직 저를 키워주신 안풍 친왕뿐이십니다.”이리봉청이 살짝 안도했다. “저 인간이 단지 나만 해쳤으면 네 체면을 봐서 놔줬겠지만 천문 세가의 수백 명의 목숨을 앗아갔으니 난 용서할 수 없구나.”“이리봉청, 너 언제 이렇게 악랄하게 변했어? 죽이려거든 그냥 죽여. 난 천문 세가 사람을 죽이긴 했어도 그들을 괴롭히진 않았어. 네가 날 죽이려거든 깨끗하게 단번에 죽여!”안지여가 크게 노해 몇 번 몸부림을 치다가 상처가 벌어지는 바람에 배에서 선혈이 흘러나오고, 훼천이 가까이 다가가자, 눈에 두려움이 깊어졌는데, 늑대골 출신 훼천은 온몸에서 피비린내가 뿜어져 나와 안지여를 덜덜 떨게 했다.“이리율!” 안풍 친왕비는 시ㅈ가하기 전에 이리 나리를 불렀다. “내가 여기서 네 엄마와 같이 있을 테니 넌 먼저 나가 있거라!”이리 나리가 안풍 친왕비에게

  • 명의 왕비   제 3033화

    안지여에게 구원 병력이 없는 상황에서, 이리 나리 일행이 성을 제압하는 건 식은 죽 먹기였다.대오가 경성에서 출발하기 전에, 안풍 친왕비가 미리 사람을 풍도성으로 보내 각처, 특히 성 수비군과 군대에 잠입시켜, 음식에 효과가 천천히 나타나는 독을 풀어, 오늘 중독 증상이 나타나도록 독의 분량을 조절했다.적어도 내일까지는 안지여를 도우러 올 사람은 없었다. 독성은 적어도 이틀이 지나야 깨끗해지기 때문에 이틀 동안 그들은 설사와 전신 무기력으로 성에 무슨 일이 있다는 걸 알아도 와서 도울 수 없었다.그리고 그들이 기력을 회복할 때쯤이면, 안지여는 벌써 죽었을 것이다.안풍 친왕과 이리 나리는 성을 통제하고, 안지여 부부를 제압해 두 사람을 줄로 묶고 지혈시켜 주었다.안지여는 요 몇 년 동안 자신이 상당히 대단하다고 여겼다. 이는 풍도성이 부유하기 때문으로, 돈으로 많은 사람을 살 수 있었으며, 여러 곳에서 추켜세워 주었기 때문이었다. 그가 처절하게 패배한 적이 없었던 이유는 진정한 적이 없기 때문으로, 주변의 떠돌이 비적은 작은 마을 규모로 너무 작아서 소탕할 수 있었던 것이다. 결코 그가 능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적이 너무 약해서였다.조정 사람과 비교했을 때, 그는 제대로 훈련받은 적 없는 비적었기에 일격도 감당할 깜냥이 못됐다.이리 나리는 둘을 중정에 묶어 두었다. 온 바닥에 남은 음식과 깨진 기와가 널브러져 있는 것을 본 안지여는 마음속 깊이 분노가 일었다. 자신의 생일날, 그를 다치게 한 것이 바로 그의 친자식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더욱이 오늘 이렇게 많은 고수가 현장에 있었는데도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이런 결말을 맞다니 너무 불쾌했다. 이리 나리가 이리봉청을 부축하고 안지여 부부 앞으로 가서, 그녀가 안지여 부부를 내려다보자, 그들은 낭패에 달가워하지 않는 기색으로, 이리봉청은 분노하는 마음과 함께 서글픈 마음도 들었다. 그들을 죽이면 커다란 복수는 이뤄 천문 세가 망자의 원혼은 달랠 수 있었다.하지만 저들을 이렇게 쉽게

  • 명의 왕비   제 3032화

    “그럴 필요 없을 것 같은데?!” 이리 나리가 검을 휘두르며 안지여를 겨누자, 안지여가 공중으로 뛰어올라 후퇴했다.공자들은 돕고 싶었으나 검은 옷을 입은 노인들에게 바로 제압당했다. 안지여는 이리율 것으로 그들은 주변 사람을 제압하기만 할 뿐 옆에 서서 전투를 관전하고 있었다.이리율의 무공이 얼마나 뛰어난지 그를 가르친 안풍 친왕 부부를 제외하고, 사실 많은 사람들은 모르고 있었다.이리율의 검법은 신속하고 맹렬해서 안지여는 상대하느라 쩔쩔매고 구석으로 몰리고 있었다. 성안의 호위들은 늑대 무리와 늑대파, 홍매문 사람들에게 막히는 바람에 안지여는 홀로 고전을 면치 못했는데 그래도 아직은 버틸 수 있었다.하지만 30분을 못 가서 안지여는 질게 틀림없었다.놀란 나머지 계속 실성해 있던 소여쌍이 갑자기 이리봉청을 향해 바싹 마른 손을 뻗어, 그녀의 목을 조르며 광적인 집착과 분노에 사로잡혀 성질을 부렸다. “멈춰, 다들 멈추라고. 안 그러면 내가 이년을 죽여버릴 것이니까!”소여쌍은 무공을 할 줄 알았지만 잘하지 못한 것이 어릴 때부터 계속 중병을 앓아 무공 연습에 소홀했고 성주 부인이 된 뒤로는 더욱 병기에 가까이할 일이 없었지만, 공력만큼은 아직 약간 있었다.소여쌍은 증오의 힘으로 이리봉청의 목을 졸랐는데, 소여쌍이 조금만 더 힘을 주면 이리봉청의 목을 부러뜨릴 것만 같았다.안풍 친왕이 차가운 눈빛으로 나서려 하자, 안풍 친왕비가 말리며 고개를 살짝 흔들었는데, 그럴 필요 없다는 뜻으로 뒤에 있던 사람들에게도 참으라는 눈짓을 하자 누구도 나서지 않았다.모두가 이리봉청이 제압당했다고 생각했는데, 그녀가 고개를 돌리자, 손가락으로 뭔가를 쥐고 있어 소여쌍의 어깨 위를 휘감고 팔을 눌러 소여쌍이 머리를 돌리게 했다. 이리봉청 손에 쥔 것은 바늘로, 그대로 소여쌍의 오른쪽 눈을 찌르고 들어갔다.소여쌍이 절규하며 이리봉청을 놔주고 선혈이 흐르는 눈을 움켜쥔 채 비틀거리다 바닥에 쓰러져 데굴데굴 구르며 새된 소리를 지르는데, 원망과 저주의 말을 끊임없이 쏟아

  • 명의 왕비   제 3031화

    풍도성 중정에는 안지여의 아들들과 사위가 그의 곁에 남았는데, 크고 작은 부상을 입어 점점 공포에 질려가고 있었다.‘이 사람들, 아주 대단하구나!’안지여는 이리봉청을 보고 비록 조금 냉정해 보였지만, 여전히 놀라운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갑자기 소여쌍이 큰 소리로 웃으며, 몸을 앞뒤로 흔들며 눈물을 찔끔거리더니 완전히 미친 사람처럼 갑자기 웃음을 멈추고 부들부들 떨리는 손가락으로 이리봉청을 가리키며 원망했다. “뜻밖에 네가 안 죽었단 말이지? 게다가 아들까지 있고. 참으로 황당하구나. 정말 너무 황당해. 원래 죽어야 했을 인간은 죽지 않고, 잘 살아야 할 사람은 36년간 괴로움을 당했어. 이리봉청 네가 날 비참하게 만들었으니 넌 이제 지옥에 떨어져야 해.”이리봉청은 소여쌍의 말을 들은 체 만 체했는데, 그녀 눈에는 지금 안지여만 들어왔다.안지여는 36년을 살아왔지만, 이리봉청에게 있어 36년은 마치 사라진 시간처럼 멸문지화의 원한이 어제 일 같았다.안지여도 이리봉청의 눈에서 분노와 악랄함을 보고, 처음으로 마음속에 두려움을 느꼈다.안지여는 억지로 감정을 가라앉히고 말했다. “네 사람을 데리고 가. 지난 일을 묻지 않을 테니. 그렇지 않으면 풍도성에서 곧바로 10만 대군이 올 것으로, 살아서 도망갈 생각은 꿈도 꾸지 않는 게 좋아.”이리봉청의 목소리가 낮게 잠겼다. “우리는 이 많은 사람들을 데리고 바로 네 성으로 쳐들어갈 수 있어. 넌 이미 졌어.”안지여가 웃었다. “졌다고? 그래?”안지여는 수하의 대장군이 믿음직해서, 그들을 당하게 놔줄 수도 있다고 여겼다. 대장군의 부대는 분명 치밀하게 준비되어 있을 것으로, 아마 지금쯤이면 궁수들이 이미 배치를 마치고 그들을 전부 쏴 죽이기 위해 기다리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이리 나리가 이리봉청의 손을 잡고 말했다. “어머니, 저자와 말 섞으실 필요 없어요. 앉아서 지켜보시기만 하면 됩니다!”말을 마치고 의자를 올리더니 이리봉청을 부축해서 앉혔다.안지여가 이리 나리를 보는데 복잡한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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