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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명의 왕비: Chapter 2611 - Chapter 2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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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611화

명원제는 머리를 이리저리 굴려보더니 퍼뜩 ‘태상황이 자신과 이렇게 많은 대화를 한 건 이미 뭔가 생각이 있어서가 아닐까?’ 싶었다.그래서 은근슬쩍 떠보았다. “아바마마, 어떻게 처리하면 가장 적당하겠습니까?”태상황이 담뱃대를 내려놓고 명원제에게 말했다. “어제 과인이 이미 생각한 게 5개 도시를 태자의 아들들에게 분봉하는 것으로 태손 말고 배 속에 아이도 받을 부분을 남겨두는 거야. 5개 도시에 호후와 셋째를 주둔시켜 서로 견제하고 끌어 주기도 하며 한쪽만 일방적으로 커지지 않게 하는 거야. 넷째는 계속 강북부에 주둔해서 조정의 눈이 되어 이 다섯 도시를 지켜본다면 우리 변경의 국토를 보다 잘 지켜낼 수 있어. 이게 제일 타당한 방안이지.”명원제가 놀라서 말했다. “아바마마, 그다지 타당해 보이지 않습니다. 황자에게도 분봉하지 않았는데 황손에게 먼저 분봉하는 예가 어딨습니까? 그리고 아바마마 말씀대로면 이 다섯 도시는 열째에게 분봉해도 통하는 얘기가 아닙니까? 똑같이 셋째를 먼저 파견해 호후를 잡도리해서 날뛰지 못하게 하면 뭐 문제될 게 있나요?”태상황이 바로 꾸짖으며 말했다. “그 차이를 방금 얘기했잖아. 만약 열째에게 나눠주면 호후는 자기가 주인 노릇을 하려고 들어 셋째는 안중에도 두지 않을 거야. 하지만 태자의 아들이란 같은 처지에 놓이면 야심이 생기기 쉽지 않아. 15년 후 아이가 자라 봉지로 가면 그들이 각각 도시를 하나씩 점할 것이고, 같은 배에서 난 형제가 서로를 지키고 도울 뿐 아니라 문제가 생기면 상의해 협력을 도모할 거야. 그들은 우리 북당을 위해 흔들림 없는 나라의 관문을 공고하게 구축할 거야. 다섯이 힘을 합하면 다섯보다 큰 법이거든. 네가 다섯 도시를 한 사람에게 분봉하는 것보다 훨씬 나을 거다.”태상황의 이 말을 다 듣고 명원제는 마음으로 설복당했다. 확실히 자신이 세운 계획보다 멀리 내다보고 있었다.하지만 문제가 바로 그 점이었다. 명원제는 이미 십황자에게 성지를 내렸는데 황제라는 사람이 어찌 자신이 내린 명을 이랬다저랬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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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612화

주재상이 소리쳐 막았지만, 명원제는 영 달갑지 않아서 사죄하고 싶지 않았다. 태상황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담뱃대를 들더니 옆에서 담뱃잎을 끌어와 안에 채워 넣었다. 이번 친정은 북쪽 사막의 모래바람이 거세서 개월 수로는 2달 남짓이었지만 얼굴과 손의 피부가 검게 그을리고 건조해졌다. 매일 직접 도검을 닦아서 손톱 끝에 칼에 생긴 거스러미가 무수하고 거스러미를 뜯어낸 작은 상처로 손가락 마디 두 개가 갈라져 있었는데 상처는 아물었지만 딱지가 남아서 아직 떨어지지 않았다. 마침 담배를 채우면서 손가락 마디 딱지가 담뱃대에 부딪혀 상처가 다시 벌어져 붉은 속살이 나왔다.태상황이 흘끔 보더니 두 손가락으로 담뱃대를 끼우고 바로 딱지를 뜯어버렸는데 딱지 가운데 약간의 피가 베어 나와 손가락 끝으로 눌렀다. 눈을 내리깔고 있으니 눈가의 주름이 더욱 서명해 보였다. 머리에 희끗희끗한 백발이 은빛으로 빛나고 몇 가닥 누렇게 마른 머리카락이 군데군데 끼어 있었다. 처진 입꼬리 부근에는 자잘한 흉터가 있어 고개를 드니 그 흉터가 반사된 빛으로 사라져 보였다.태상황은 담배에 불을 붙여 뻑뻑 피우더니 산전수전 다 겪은 얼굴은 연기 뒤에 감춰져 있고 목소리만 조용히 들려왔다. “응, 그만 가봐!”명원제는 마음이 진정되지 않은 채로 일어나 인사하고 나가는데, 마음이 여전히 욱하고 치받쳐 올라 그만 참지 못하고 말했다. “아바마마께서는 잊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열째의 이름은 우문규로 아바마마께서 직접 지어 주셨고 열째에게 두터운 기대를 품으셨습니다. 짐은 이미 태자라는 가장 좋은 지위를 다섯째에게 주었는데 아바마마께서는 다섯 도시까지 다섯째의 아들들에게 주신다면, 편애가 지나치다고 사람들이 뒤에서 숙덕거리게 될 것이고 도리어 태자에게 좋지 않습니다. 그리고 짐이 열째를 위해 향후 계획을 세우고자 하는 것은 지나침이 없습니다. 법도에 따라 짐은 사실 호비의 신분을 높여 귀비로 책봉할 수 있으나 아바마마께서 호비를 좋아하지 않으시니 짐이 그리하지 않은 것입니다. 호비를 서운하게 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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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613화

건곤전은 아수라장이 되었다.내의원 어의가 전부 소집되었고 태상황과 주재상이 같은 전에 모셔졌다. 이는 소요공이 고집한 것으로 소요공은 눈이 벌게져서 소리 질렀다. “내가 반드시 둘을 지킬 테니 하나도 내 시선에서 사라지게 하지 마라!”소요공이 그간 보여준 성격은 상당히 평화로워서 이렇게 미친 듯이 울부짖는 것은 역시 처음으로 건곤전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놀라서 정신이 쏙 빠졌다.희상궁이 상황을 듣고 한달음에 달려왔다. 희상궁은 주방에서 오늘 탕을 준비하고 있다가 주재상과 태상황에게 문제가 생겼다는 말을 듣고 심하게 당황해서 이리저리 부딪히며 건곤전으로 달려온 것이었다. 침대에 누워 있는 태상황과 주재상을 보고 희상궁의 두 다리는 사시나무 떨듯 떨리고 전신에 경련이 일며 털썩 바닥에 주저앉아 도무지 일어날 수가 없었다.어의가 다가와 진맥하더니 태상황은 격노해서 기혈이 치솟아 피를 토한 것이라고 했다. 원래 체질이 좋지 않은데 전투를 치르고 피곤이 쌓여 정신력과 기쁨으로 간신히 버티다가, 이제 분노와 절망으로 전신이 모래시계처럼 빠른 속도로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다.어의가 이마의 땀을 닦더니 중풍이 아닌지 걱정했으나 다행히 아니라고 했다.주재상의 상황은 그다지 낙관적이지 못했다.앞쪽 이마를 탁자 모서리에 부딪히며 이마가 함몰되었는데 피는 멈췄지만 깨어나지 못하고 숨소리도 미약하고, 조금 뒤에는 귀와 코에서도 피가 나서 어의가 얼른 지혈했으나 지혈한 뒤에 상황이 더욱 나빠졌다.원판과 어의 몇 명은 명원제의 지시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는데 명원제는 의자에 앉아 사람이 완전 넋이 나가 있었다. 공허한 시선으로 어의가 지시를 기다린다는 말을 듣고 힘껏 의자 손잡이를 움켜쥐며 덜덜 떠는 목소리로 말했다. “어서……태자비를 불러라, 어서!”빠른 말 한 필이 궁에서 달려 나가 목여태감이 직접 초왕부로 갔다. 다른 말 없이 태자비에게 약상자를 챙겨 바로 입궐하자고 시간을 지체할 수 없다고만 했다.원경릉은 목여태감의 이런 당황한 모습을 본 적이 없어 잠시도 시간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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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614화

원경릉은 가슴이 철렁해 우문호의 부축을 받으며 얼른 다가갔다. 주재상의 이마가 함몰된 것을 보고 한숨을 쉬더니 상황을 물어봤다. 부딪힌 뒤로 귀와 코에서 피가 났다는 말에 놀라서 주재상의 귀를 보니 안이 솜으로 막혀 있어 얼른 꺼냈다.“태자비 마마 겨우 지혈해 놓은 것입니다.” 어의가 서둘러 말했다.원경릉이 고개를 홱 돌려 무서운 얼굴로 말했다. “귀에 출혈이 있는데 누가 지혈하라고 했느냐? 그러면 뇌압이 상승하게 되고……”원경릉은 하던 말을 멈췄다. 희상궁을 놀라게 할지 걱정돼서였다.하지만 희상궁은 이미 놀라서 허물어진 상태로 만약 가까스로 숨을 쉬고 있지 않으면 혼절했을 것이다.원경릉은 약상자를 열어 산소호흡기를 꺼내고 청진기로 심박을 쟀다. 심박이 상당히 미약해서 약상자에서 혈압계를 끄집어낸 뒤 주재상의 팔에 고정하고 재 보더니 원경릉은 자기 눈을 의심했다. 주재상은 혈압이 심각하게 낮고 쇼크 지수가 높았다. 얼른 수액을 걸고 다시 다른 검사를 진행했다.이런 일은 다른 사람들은 도울 수 없어 그저 비켜서 있었다. 방해가 되지 않으면 다행이었다.우문호는 아바마마도 한쪽에 앉아 계신 것을 봤으나 눈이 완전히 풀려서 자기도 모르게 다가가 위로했다. “아바마마 걱정하지 마세요. 원 선생이 있으니 황조부와 주재상은 괜찮을 겁니다.”명원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멍하니 고개를 끄덕이기만 했다. 그리고 우문호를 흘깃 보고 정이 가득한 눈을 보고 깊은 한숨을 쉬더니 고개를 돌렸는데 목젖이 조금 울렸다.우문호는 묵묵히 태상황 곁에 앉아 태상황의 손을 잡았다. 비록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나 태상황이 피를 토하고 주재상이 부딪혀서 다쳤다는 건 건곤전에서 뭔가 다툼이 일어났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분들이 누구랑 다툴 수가 있지? 아바마마와 태상황 폐하는 비록 가까이 앉아 계셨지만 심지어 눈도 맞추지 않았다.아바마마와 태상황 폐하께서 싸우셨나? 그럼, 주재상은 왜 부딪혔지? 우문호는 이번에 소요공을 봤다. 소요공은 건곤전 가운데 태사의에 앉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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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615화

계속 관찰하자는 한 마디를 들은 사람들의 마음은 무거웠다. 언제나 살려 낼 거라는 안도감을 줬던 태자비이기에 희망적인 말 한마디 없는 것을 보니 짐작 가는 바가 없지 않았다.태상황은 순간 가슴에 피가 솟구쳐 올랐다. 평생 주대유와 함께 겪어온 일이 두성없이 떠올랐고 별이 총총하던 밤, 속삭이던 어린 대유의 말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 난다. ‘평생 너랑 같이 마지막 숨을 다할 때까지 최선을 다할 거야.’어리고 학문이 뛰어나던 그 소년은 마침내 자신의 일생, 심지어는 목숨마저 북당을 위해 다 바쳤다.원경릉의 한 마디에 슬픔이 온몸을 타고 흘러 태상황은 혼신의 힘을 다해 한 맺힌 한 마디를 내뱉았다. “황제를 나가시라고 해라!”이 말은 사람들에게 원경릉의 한마디에 못지 않은 충격을 주었다. 아무도 고개를 들어 명원제를 똑바로 보지 못하고 목여태감이 조용히 다가가 전신에 힘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는 명원제를 부축해 일으켰다. 하지만 명원제는 헛발을 디디며 휘청거렸다..“아바마마!” 우문호가 얼른 달려가 목여태감과 같이 붙잡았다.명원제는 우문호가 붙잡는 것을 보고는 착잡한 마음이 들었다. 비통함, 망설임, 당황스러움 그리고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분노가 그 사이에 있었다.명원제는 우문호의 손을 쳐내고 걸어갔는데, 뒷모습은 매우 쓸쓸해보였다.우문호는 잠시 어안이 벙벙해져 소요공을 쳐다봤다. 일련의 사태를 소요공이 제일 잘 알고 있을 것이나 지금은 거의 허물어지기 일보 직전의 상태였다.소요공은 반평생 용맹을 떨쳤지만 당장 지금은 뭘 해야 좋을지 몰랐다. “내가 그랬어, 먼저 죽는 편이 낫다고!”라는 말만 계속 중얼거리고 있을 뿐이었다. ‘이것도 무슨 예언 같은 건가? 그렇다면 하지 마. 싫어!’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세 늙은이의 마지막은 바람 앞의 등잔처럼 위태로웠다. 그들은 가질 것 다 가지고, 누릴 거 다 누린 뒤에 조용히 침대에 누워 사람들과 작별을 고한 뒤 남은 사람들의 아쉬움 속에 이 세상을 하직해야 했다. 절대 지금 이런 모습은 아니다.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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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616화

그러자 우문호가 상황을 보더니 물었다. “전에 받았던 충격으로 이번에 부딪힌 상처가 더욱 심각해 진 거 아냐?”원경릉이 목소리 낮춰 말했다. “전장에서 가벼운 뇌출혈이나 뇌진탕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그다지 심각한 상황이 아니라 약을 복용하고 조리하면 출혈을 흡수시킬 수는 있었어. 그런데 오늘 부딪히면서 원래 상처가 터져 출혈량이 많아진 것 같아. 지금 뇌압이…… 그러니까 출혈이 일종의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어서 좀 심각한 상황이야.”희상궁이 입술을 덜덜 떨며 비통하고 초조한 눈빛으로 원경릉에게 물었다. “그럼… 죽나요? 그런 건가요?!”이 말에 원경릉은 답하지 않았다. 그저 손을 뻗어 희상궁을 꽉 잡았는데 그제서야 희상궁의 손이 쇠붙이처럼 차가워져 있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건곤전 안은 미동도 없었고 공기마저 거의 질식할 것 같이 답답했다. 하지만 희상궁은 오히려 평온해지더니 손을 빼고 조금의 생기도 없는 주재상의 얼굴을 응시했다. 마음속으로 이미 결심이 선 모양이었다. 살아서는 함께 할 수 없었지만 죽어서는 그 사람이 혼자 외롭지 않도록 뒤를 따라 가겠다고 말하는 듯 했다. 우문호는 갑갑해져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의혹들이 이미 많이 쌓였기에 오늘 건곤전에서 발생한 일을 반드시 알아내지 않고서는 직성이 풀리지 않을 것 같았다. 건곤전 안에서는 알아보기 뭐하니 옷깃을 여미고 걸어 나와 밖에서 시중 드는 자부터 편전으로 불러냈다.궁인은 자신은 아는 게 별로 없고 상선이 안에서 들었다고 하며 어쩌면 상선에게 묻는 게 더 나을 것이라고 했다.싸움이 일어났을 때 상선은 안에서 태상황의 새 담뱃잎을 정리하고 있었다. 일이 터졌을 때 상선은 다른 사람을 통해 얼른 밖으로 옮겨졌다. 태상황이 피를 토하는 것을 보면 난리가 날 것이기 때문이었다.상성은 태상황이 이렇게 심각한 줄 몰랐기에 그저 벽력같이 호통을 치실 때 다른 사람에 의해 방에 옮겨진 걱정만 하고 있었다. 마음 뿐이지 스스로 걸어서 건곤전으로 갈 수 없었으므로 소식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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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617화

명원제는 건곤전을 나와 침전으로 돌아가지 않고 바로 종묘로 향했다.역대 제왕의 초상화 앞에 꿇어 앉은 명원제의 마음은 차가운 쇠붙이처럼 굳어 있었다. 주재상의 중태가 하나하나 눈 앞에서 펼쳐지며 태상황의 분노가 극에 달했고, 태자를 폐하라는 고함을 치는 순간이 떠오르자 몸을 부르르 떨기 시작했다. ‘도대체 내가 뭘 잘못했다는 거야? 왜 태상황 폐하께서 이렇게나 격분하시는 건데?’한 마디도 하지 않고 30분간 꿇어 앉아 있으니 결국 목여태감이 다가와 말했다. “옥체를 보중하셔야 합니다. 그만 일어나세요. 벌써 반 시진이 꿇어앉아 계셨습니다. 폐하.”“짐이 도대체 뭘 잘못한 거지?” 명원제는 무뚝뚝한 눈빛으로 침통함을 억눌러지만 의문이 자꾸만 떠올랐다. “짐은 보위에 오른 뒤로 선조의 가르침을 준수하며 조금도 해이해 지거나 게으름을 피우지 않았다. 심지어는 물난리를 진압하고, 북방의 전란을 수습했으며, 관계수리를 진작시켜 농업과 상업을 발전시켰어. 수년간 거의 아침 조회를 거른 적이 없고, 자축년 회강에 홍수가 났을 때 짐이 직접 회강으로 가 막힌 물을 트게 지휘했다네. 그때 삼일 밤낮을 눈 한번 붙이지 않고 관군들과 같이 홍수와 싸우다가, 며칠을 고열로 앓는 바람에 밤에 급히 경성으로 돌아왔으나 잠시도 쉬지 않고 계속 이재민을 구제할 방법을 논의했네. 짐이 비록 태상황 폐하와 비교할 수 없지만 아무리 자문해 봐도 선조의 가르침을 잊은 적이 없다. 3년에 한 번 있는 수녀 선발조차 짐은 가능한 하지 않은 게 후궁의 암투가 화근이 되어 조정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여색을 멀리했네. 국본 건은 짐이 우문군을 잘못 봤지만 그건 결코 되돌릴 수 없는 실수가 아니지 않은가. 결국엔 적합한 사람을 뽑았으니 말이다.”“짐은 어진 인재를 기용해 상업을 진흥 시키고, 신예를 중용해 각 지역의 상인 연합을 도모했을 뿐만 아니라 대주와 군사적, 상업적으로 동맹을 맺어 공동 발전을 추진해서 성과를 거뒀네. 이건 찾아보면 다 알 일이야. 짐이 계획했던 모든 일들은 태평성대의 군왕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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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618화

“괜찮으십니다. 폐하께서는 아실 게 분명합니다!” 목여태감이 말했다.우문호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건가?”“태자를 들라 하라!” 안에서는 명원제의 목소리가 들려왔는데 완전히 지쳐버린 듯 했다.우문호는 정신을 다잡고 천천히 문을 밀어 안으로 들어갔다.명원제는 용상에 앉아 의자에 몸을 파묻고 우문호에게 물었다. “태상황 폐하와 주재상 상태는 어떠냐?”우문호가 꿇어 앉아 문안했다. “아바마마께 아룁니다. 태상황 폐하께서는 이미 괜찮으신 상태이지만, 주재상은 상황이 별로 좋지 않습니다.”명원제는 차라리 울상이 나을 듯한 미소를 지으며 심호흡을 하며 말했다. “주재상께 큰 일이 일어나선 안돼. 정말 만약 그런 일이 터지면 짐은 평생 자신을 자책할 것이야.”명원제가 우문호를 흘깃 보고는 외쳤다. “일어나거라!”우문호가 일어나 작은 목소리로 아뢨다. “아바마마, 주재상은 전장에서 상처를 입었는데 이번에 머리를 부딪히며 상처가 덧난 거라 원 선생도 그다지 자신이 없다고 했습니다. 만약 주재상에게 무슨 문제가 생기더라도 너무 자책하지 마세요. 누구 탓도 아닙니다.”명원제가 우문호에게 물었다. “다섯째야, 짐에게 사실대로 말해 봐, 짐이 너에게 지나치게 엄격했다고 생각하느냐? 아니면 짐이 편애한다고 생각해?”우문호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아바마마는 자신과 이런 류의 대화를 거의 하실 분이 아니었다. 우문호도 부자지간의 만남은 군신간의 만남으로, 임금이 신하에게 요구하는 것은 원래 엄격해야 한다고 믿고 그게 익숙하고 자연스러웠다.하지만 부자지간이라고 하면……?우문호는 차마 뭐라고 답해야 좋을지 몰랐다.“너도 짐에게 불만이 있느냐?” 명원제가 우문호를 뚫어지게 쳐다봤다.우문호가 잠시 생각하더니 이윽고 입을 열었다. “어제 찰떡이가 배가 아프다며 계속 소신에게 붙어 있길래 소신이 배를 쓸어주며 30분 동안 같이 있었습니다. 사실 소신이 어렸을 적에도 이와 같은 일이 있었지요. 비록 찰떡이는 꾀병이었지만 저는 정말 배가 아팠습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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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619화

예전의 명원제였다면, 우문호가 이렇게 닭살 돋는 얘기를 할 때 필시 그 자리에서 꾸짖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명원제는 그러지 않고 우문호가 말한 일이 정말 있었는지 기억을 되짚어보기 위해 머리를 쥐어짰다. 하지만 그런 일은 생각나지 않았다.“계속 얘기해 보거라, 짐이 정말 당시에 널 신경쓰지 않았느냐? 짐이 공무로 바빴던거 아니더냐?” 그러자 우문호가 다소 씁쓸한 눈빛으로 말을 이었다. “당시 아바마마께서 소신을 상관하지 않으셨다면 소신은 아마도 이 일을 기억하지 못할 겁니다. 소신이 아바마마께 배가 아프다고 했을 때 아바마마께서는 안색이 변하시며 소신이 꾀병을 부린다고 했지요. 아바마마께 거짓말을 해서 사랑을 독차지하려 한다고요. 그러자 아바마마께서는 사람을 시켜 소신의 바지를 벗기고 동궁 밖 굽은 나무에 묶어 두고 곤장을 때렸는데 그때 소신이 처음 곤장을 맞았습니다. 여섯 살이였는데 말이죠!”명원제가 놀라 멍해져 물었다. “그런 일이 있었다고?”“하지만 황조모께서는 이런 일로 아바마마를 원망해서는 안된다고 하셨습니다. 왜냐면 그 전날 큰형이 같은 수법으로 서당에 가기 싫어해서 아바마마를 속였기 때문이죠. 저와 달리 아바마마께서는 큰형이 서당에 가지 않는 걸 허락하시고 한 시간이나 함께 계셨습니다. 그리고 결국 큰형이 꾀병을 부렸다는 사실을 아시게 되셨죠. 그런데 다음날 제가 또 배가 아프다고 할 줄이야, 아바마마께서는 소신도 꾀병이라 생각하고, 모른척 했다가는 앞으로 황손들이 너도나도 이런 수법을 써서 아바마마의 총애를 얻으려고 할 테니 곤장을 때린 거라고 하셨습니다. 이건 황조모님의 말씀을 한 글자도 빼지 않고 말씀 드린 겁니다!”명원제에게 어렴풋하게 남은 인상은 당시 우문군이 서당에 가는 걸 제일 싫어했고 무술 연습만 좋아해서 매일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서당에 가지 않으려고 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녀석도 별다른 생각이 있었던 게 아니기 때문에 신나게 놀다가 항상 들키곤 했다.결국 당시 우문호가 같은 수법을 배워와서 꾀병을 부린다고 생각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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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620화

“둘째도 짐에게 맺힌 것이 있느냐?” 한참 뒤 명원제가 물었다.그러자 우문호가 미소를 지었다. “아마 둘째 형은 분명 좀 있을 겁니다. 자신이 그렇게 살찐 것도 다 아바마마 때문이니까요.”명원제가 이 말에 바로 불쾌해 했다.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 말거라. 어떻게 짐 탓이야?”우문호가 웃으며 말했다. “왜 아바마마 탓이 아닙니까? 그때 납팔죽(臘八粥:음력 12월 8일 부처가 도를 깨우친 것을 기리며 먹는 밤 대추를 넣은 죽)을 먹는데 둘째 형이 좋아해서 두 그릇 째 먹는 것을 보고 아바마마께서 한마디 하셨죠. 둘째 형이 알차게 먹는 모습이 참 보기 좋다고, 통통하게 살찐 것이 특히 귀엽다고 말이죠. 그때부터 둘째 형은 말랐던 적이 없었습니다. 다시 한번 아바마마께 귀엽다는 말을 듣기 위해서였겠죠.”그러자 명원제의 머릿속에 어릴 적 둘째의 모습이 떠올랐다. 동글동글하고 발그레한 얼굴이 꼬집어 주고 싶을 정도로 보기 좋았다.명원제는 가슴이 시큰거렸다. 그때의 귀여움이 지금은 돼지같이 되고 만 것이다.“둘째 형은 원래 누구도 상대하지 않았었는데 나중에는 원 선생을 좋아해서 걸핏하면 찾아와서 원 선생이랑 놀았어요. 왜냐면 아바마마께서 은혜를 베푸셔서 원 선생이 아바마마와 같이 수라를 들었거든요. 둘째 형의 내심 가장 큰 바램은 바로 아바마마와 수라를 드는 것이었습니다. 형은 아바마마께서 상대를 아주 탐탁하게 여기셔야 같이 수라를 드는 은혜를 베푸신다고 생각하니까요. 그렇게 죽는 걸 무서워하는 둘째 형이 원 선생이 사고를 당했을 때 자신의 몸으로 칼을 막아 원 선생을 구하려고 했던 건, 이런 이유가 없지 않았습니다.”“바보, 이 바보 같은 녀석이라고!” 명원제가 중얼거렸는데 눈시울이 시큰해져 있었다.우문호는 생각난 김에 다 말하기로 다짐 하고 얘기를 이어갔다. “열째가 지금 당연하게 얻을 수 있는 걸 우리 형제들은 어릴 때 아무리 노력해도 얻지 못했습니다. 비록 지금은 다 컸지만, 여덟째는 아직 아바마마의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고, 아홉째와 여동생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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