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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616화

Penulis: 유애
그러자 우문호가 상황을 보더니 물었다. “전에 받았던 충격으로 이번에 부딪힌 상처가 더욱 심각해 진 거 아냐?”

원경릉이 목소리 낮춰 말했다. “전장에서 가벼운 뇌출혈이나 뇌진탕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그다지 심각한 상황이 아니라 약을 복용하고 조리하면 출혈을 흡수시킬 수는 있었어. 그런데 오늘 부딪히면서 원래 상처가 터져 출혈량이 많아진 것 같아. 지금 뇌압이…… 그러니까 출혈이 일종의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어서 좀 심각한 상황이야.”

희상궁이 입술을 덜덜 떨며 비통하고 초조한 눈빛으로 원경릉에게 물었다. “그럼… 죽나요? 그런 건가요?!”

이 말에 원경릉은 답하지 않았다. 그저 손을 뻗어 희상궁을 꽉 잡았는데 그제서야 희상궁의 손이 쇠붙이처럼 차가워져 있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건곤전 안은 미동도 없었고 공기마저 거의 질식할 것 같이 답답했다.

하지만 희상궁은 오히려 평온해지더니 손을 빼고 조금의 생기도 없는 주재상의 얼굴을 응시했다. 마음속으로 이미 결심이 선 모양이었다. 살아서는 함께 할 수 없었지만 죽어서는 그 사람이 혼자 외롭지 않도록 뒤를 따라 가겠다고 말하는 듯 했다.

우문호는 갑갑해져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의혹들이 이미 많이 쌓였기에 오늘 건곤전에서 발생한 일을 반드시 알아내지 않고서는 직성이 풀리지 않을 것 같았다. 건곤전 안에서는 알아보기 뭐하니 옷깃을 여미고 걸어 나와 밖에서 시중 드는 자부터 편전으로 불러냈다.

궁인은 자신은 아는 게 별로 없고 상선이 안에서 들었다고 하며 어쩌면 상선에게 묻는 게 더 나을 것이라고 했다.

싸움이 일어났을 때 상선은 안에서 태상황의 새 담뱃잎을 정리하고 있었다. 일이 터졌을 때 상선은 다른 사람을 통해 얼른 밖으로 옮겨졌다. 태상황이 피를 토하는 것을 보면 난리가 날 것이기 때문이었다.

상성은 태상황이 이렇게 심각한 줄 몰랐기에 그저 벽력같이 호통을 치실 때 다른 사람에 의해 방에 옮겨진 걱정만 하고 있었다. 마음 뿐이지 스스로 걸어서 건곤전으로 갈 수 없었으므로 소식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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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원제는 건곤전을 나와 침전으로 돌아가지 않고 바로 종묘로 향했다.역대 제왕의 초상화 앞에 꿇어 앉은 명원제의 마음은 차가운 쇠붙이처럼 굳어 있었다. 주재상의 중태가 하나하나 눈 앞에서 펼쳐지며 태상황의 분노가 극에 달했고, 태자를 폐하라는 고함을 치는 순간이 떠오르자 몸을 부르르 떨기 시작했다. ‘도대체 내가 뭘 잘못했다는 거야? 왜 태상황 폐하께서 이렇게나 격분하시는 건데?’한 마디도 하지 않고 30분간 꿇어 앉아 있으니 결국 목여태감이 다가와 말했다. “옥체를 보중하셔야 합니다. 그만 일어나세요. 벌써 반 시진이 꿇어앉아 계셨습니다. 폐하.”“짐이 도대체 뭘 잘못한 거지?” 명원제는 무뚝뚝한 눈빛으로 침통함을 억눌러지만 의문이 자꾸만 떠올랐다. “짐은 보위에 오른 뒤로 선조의 가르침을 준수하며 조금도 해이해 지거나 게으름을 피우지 않았다. 심지어는 물난리를 진압하고, 북방의 전란을 수습했으며, 관계수리를 진작시켜 농업과 상업을 발전시켰어. 수년간 거의 아침 조회를 거른 적이 없고, 자축년 회강에 홍수가 났을 때 짐이 직접 회강으로 가 막힌 물을 트게 지휘했다네. 그때 삼일 밤낮을 눈 한번 붙이지 않고 관군들과 같이 홍수와 싸우다가, 며칠을 고열로 앓는 바람에 밤에 급히 경성으로 돌아왔으나 잠시도 쉬지 않고 계속 이재민을 구제할 방법을 논의했네. 짐이 비록 태상황 폐하와 비교할 수 없지만 아무리 자문해 봐도 선조의 가르침을 잊은 적이 없다. 3년에 한 번 있는 수녀 선발조차 짐은 가능한 하지 않은 게 후궁의 암투가 화근이 되어 조정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여색을 멀리했네. 국본 건은 짐이 우문군을 잘못 봤지만 그건 결코 되돌릴 수 없는 실수가 아니지 않은가. 결국엔 적합한 사람을 뽑았으니 말이다.”“짐은 어진 인재를 기용해 상업을 진흥 시키고, 신예를 중용해 각 지역의 상인 연합을 도모했을 뿐만 아니라 대주와 군사적, 상업적으로 동맹을 맺어 공동 발전을 추진해서 성과를 거뒀네. 이건 찾아보면 다 알 일이야. 짐이 계획했던 모든 일들은 태평성대의 군왕

  • 명의 왕비   제 2618화

    “괜찮으십니다. 폐하께서는 아실 게 분명합니다!” 목여태감이 말했다.우문호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건가?”“태자를 들라 하라!” 안에서는 명원제의 목소리가 들려왔는데 완전히 지쳐버린 듯 했다.우문호는 정신을 다잡고 천천히 문을 밀어 안으로 들어갔다.명원제는 용상에 앉아 의자에 몸을 파묻고 우문호에게 물었다. “태상황 폐하와 주재상 상태는 어떠냐?”우문호가 꿇어 앉아 문안했다. “아바마마께 아룁니다. 태상황 폐하께서는 이미 괜찮으신 상태이지만, 주재상은 상황이 별로 좋지 않습니다.”명원제는 차라리 울상이 나을 듯한 미소를 지으며 심호흡을 하며 말했다. “주재상께 큰 일이 일어나선 안돼. 정말 만약 그런 일이 터지면 짐은 평생 자신을 자책할 것이야.”명원제가 우문호를 흘깃 보고는 외쳤다. “일어나거라!”우문호가 일어나 작은 목소리로 아뢨다. “아바마마, 주재상은 전장에서 상처를 입었는데 이번에 머리를 부딪히며 상처가 덧난 거라 원 선생도 그다지 자신이 없다고 했습니다. 만약 주재상에게 무슨 문제가 생기더라도 너무 자책하지 마세요. 누구 탓도 아닙니다.”명원제가 우문호에게 물었다. “다섯째야, 짐에게 사실대로 말해 봐, 짐이 너에게 지나치게 엄격했다고 생각하느냐? 아니면 짐이 편애한다고 생각해?”우문호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아바마마는 자신과 이런 류의 대화를 거의 하실 분이 아니었다. 우문호도 부자지간의 만남은 군신간의 만남으로, 임금이 신하에게 요구하는 것은 원래 엄격해야 한다고 믿고 그게 익숙하고 자연스러웠다.하지만 부자지간이라고 하면……?우문호는 차마 뭐라고 답해야 좋을지 몰랐다.“너도 짐에게 불만이 있느냐?” 명원제가 우문호를 뚫어지게 쳐다봤다.우문호가 잠시 생각하더니 이윽고 입을 열었다. “어제 찰떡이가 배가 아프다며 계속 소신에게 붙어 있길래 소신이 배를 쓸어주며 30분 동안 같이 있었습니다. 사실 소신이 어렸을 적에도 이와 같은 일이 있었지요. 비록 찰떡이는 꾀병이었지만 저는 정말 배가 아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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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의 명원제였다면, 우문호가 이렇게 닭살 돋는 얘기를 할 때 필시 그 자리에서 꾸짖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명원제는 그러지 않고 우문호가 말한 일이 정말 있었는지 기억을 되짚어보기 위해 머리를 쥐어짰다. 하지만 그런 일은 생각나지 않았다.“계속 얘기해 보거라, 짐이 정말 당시에 널 신경쓰지 않았느냐? 짐이 공무로 바빴던거 아니더냐?” 그러자 우문호가 다소 씁쓸한 눈빛으로 말을 이었다. “당시 아바마마께서 소신을 상관하지 않으셨다면 소신은 아마도 이 일을 기억하지 못할 겁니다. 소신이 아바마마께 배가 아프다고 했을 때 아바마마께서는 안색이 변하시며 소신이 꾀병을 부린다고 했지요. 아바마마께 거짓말을 해서 사랑을 독차지하려 한다고요. 그러자 아바마마께서는 사람을 시켜 소신의 바지를 벗기고 동궁 밖 굽은 나무에 묶어 두고 곤장을 때렸는데 그때 소신이 처음 곤장을 맞았습니다. 여섯 살이였는데 말이죠!”명원제가 놀라 멍해져 물었다. “그런 일이 있었다고?”“하지만 황조모께서는 이런 일로 아바마마를 원망해서는 안된다고 하셨습니다. 왜냐면 그 전날 큰형이 같은 수법으로 서당에 가기 싫어해서 아바마마를 속였기 때문이죠. 저와 달리 아바마마께서는 큰형이 서당에 가지 않는 걸 허락하시고 한 시간이나 함께 계셨습니다. 그리고 결국 큰형이 꾀병을 부렸다는 사실을 아시게 되셨죠. 그런데 다음날 제가 또 배가 아프다고 할 줄이야, 아바마마께서는 소신도 꾀병이라 생각하고, 모른척 했다가는 앞으로 황손들이 너도나도 이런 수법을 써서 아바마마의 총애를 얻으려고 할 테니 곤장을 때린 거라고 하셨습니다. 이건 황조모님의 말씀을 한 글자도 빼지 않고 말씀 드린 겁니다!”명원제에게 어렴풋하게 남은 인상은 당시 우문군이 서당에 가는 걸 제일 싫어했고 무술 연습만 좋아해서 매일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서당에 가지 않으려고 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녀석도 별다른 생각이 있었던 게 아니기 때문에 신나게 놀다가 항상 들키곤 했다.결국 당시 우문호가 같은 수법을 배워와서 꾀병을 부린다고 생각

  • 명의 왕비   제 2620화

    “둘째도 짐에게 맺힌 것이 있느냐?” 한참 뒤 명원제가 물었다.그러자 우문호가 미소를 지었다. “아마 둘째 형은 분명 좀 있을 겁니다. 자신이 그렇게 살찐 것도 다 아바마마 때문이니까요.”명원제가 이 말에 바로 불쾌해 했다.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 말거라. 어떻게 짐 탓이야?”우문호가 웃으며 말했다. “왜 아바마마 탓이 아닙니까? 그때 납팔죽(臘八粥:음력 12월 8일 부처가 도를 깨우친 것을 기리며 먹는 밤 대추를 넣은 죽)을 먹는데 둘째 형이 좋아해서 두 그릇 째 먹는 것을 보고 아바마마께서 한마디 하셨죠. 둘째 형이 알차게 먹는 모습이 참 보기 좋다고, 통통하게 살찐 것이 특히 귀엽다고 말이죠. 그때부터 둘째 형은 말랐던 적이 없었습니다. 다시 한번 아바마마께 귀엽다는 말을 듣기 위해서였겠죠.”그러자 명원제의 머릿속에 어릴 적 둘째의 모습이 떠올랐다. 동글동글하고 발그레한 얼굴이 꼬집어 주고 싶을 정도로 보기 좋았다.명원제는 가슴이 시큰거렸다. 그때의 귀여움이 지금은 돼지같이 되고 만 것이다.“둘째 형은 원래 누구도 상대하지 않았었는데 나중에는 원 선생을 좋아해서 걸핏하면 찾아와서 원 선생이랑 놀았어요. 왜냐면 아바마마께서 은혜를 베푸셔서 원 선생이 아바마마와 같이 수라를 들었거든요. 둘째 형의 내심 가장 큰 바램은 바로 아바마마와 수라를 드는 것이었습니다. 형은 아바마마께서 상대를 아주 탐탁하게 여기셔야 같이 수라를 드는 은혜를 베푸신다고 생각하니까요. 그렇게 죽는 걸 무서워하는 둘째 형이 원 선생이 사고를 당했을 때 자신의 몸으로 칼을 막아 원 선생을 구하려고 했던 건, 이런 이유가 없지 않았습니다.”“바보, 이 바보 같은 녀석이라고!” 명원제가 중얼거렸는데 눈시울이 시큰해져 있었다.우문호는 생각난 김에 다 말하기로 다짐 하고 얘기를 이어갔다. “열째가 지금 당연하게 얻을 수 있는 걸 우리 형제들은 어릴 때 아무리 노력해도 얻지 못했습니다. 비록 지금은 다 컸지만, 여덟째는 아직 아바마마의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고, 아홉째와 여동생도……

  • 명의 왕비   제 2621화

    건곤전 안이 다시 소란스러워졌다.상선이 태상황이 피를 토한 사실을 알고 태상황의 곁에 있겠다고 한 것이다. 상선은 원래 중풍을 앓아 잘 걷지도 못했는데 지금 충격을 받고 입이 삐뚤어져 있었다. 원경릉이 상선을 돌봐야 하지만 방법이 없어 사람을 보내 할머니께 입궐하시라고 했다. 상선을 치료하는 김에 이쪽에 대한 의견도 구하기 위해서기도 했다. 상선이 들어온 뒤 도무지 태상황 곁을 떠날 생각을 하지 않고 소요공과 같이 건곤전을 지키는데, 건곤전에 침대도 두 개에서 세 개정도 깔았다. 침대를 깔 때 소요공이 원경릉에게 말했다. “어쩌면 나도 잘 견딜지 모르겠어.”그 말을 듣고 원경릉이 얼른 답했다. “그런 말씀 마세요! 어떻게든 저희를 위해서 버티셔야 합니다. 소요공께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정말 망가지게 되어 버릴 겁니다.”소요공이 웃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냥 해본 말이야, 난 쓰러질 리 없어. 아직 버틸 만 하네. 하하.”태상황이 캑캑 기침하더니 웃으며 말했다. “맞네, 내 장례는 네가 치르는 걸로 정해졌다.”원경릉이 이 말을 듣는데 가슴이 세차게 아파와 고개를 돌려 눈물을 훔쳤다. “그런 말씀을 하시면 듣는 사람이 얼마나 가슴 아픈지 걱정도 안 되세요? 여기 저 말고 다른 사람도 없는데 제가 황조부를 귀찮게 한 것도 아니고 대든 적도 없는데 저 괴롭게 이러실 거예요?”태상황이 원경릉을 바라보고는 당황해하며 물었다. “왜 우느냐? 과인이 농담 좀 한 걸 가지고, 과인은 안 죽는다. 주대유도 괜찮을 거야.”“저 안 울었습니다...” 원경릉이 약 상자에서 약을 몇 병 꺼내 놓았는데 이건 전부 오늘 주재상에게 쓸 약이였다. 그러다가 약 상자 바닥에서 옥시토신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깜짝 놀랐다. ‘어떻게 옥시토신이 여기 있는 것이지? 지금 출산을 앞둔 사람이 없는데 말이야.’“왜 그러느냐?” 우문호가 안으로 들어오다가 원경릉이 ‘헉’하는 소리에 약 상자를 보고 얼른 다가가 물었다.원경릉의 안색이 살짝 창백해져 있었따. “내 청진기 어디있지?”

  • 명의 왕비   제 2622화

    “가서 물어봐!” 태상황이 집요하게 말했다.우문호는 이게 주재상이 살수 있는 마지막 희망이기에 다시 명원제를 찾아갔다.명원제는 여전히 어서방에 있다가 우문호가 자금단에 대해서 묻자 몹시 당황했다. “자금단이 어디 있다고 그러느냐?!”우문호도 없다고 기억하고 있지만 태상황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니 와서 물어봤을 뿐으로 아바마마께서 없다고 하니 하는 수 없이, “태상황 폐하께서 아바마마께 아직 있을 거라고 하셨는데 아마 잘못 기억하셨나 봅니다.”명원제가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전에 남은 자금단 한 알을 호비에게 주었다. 열째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이 자금단으로 주재상의 목숨을 살릴 수 있다면 태상황의 방금 전 질문에 답이 될 것이다. 명원제는 우선 우문호를 보낸 뒤 사람을 채명전으로 보내 찾아보도록 명을 내렸다. 만약 있으면 바로 보내라고 말을 더했다.우문호가 나간 뒤 명원제는 바로 목여태감을 호비가 있는 채명전으로 보냈는데 호비가 몸이 좋지 않아 지금 황귀비 궁에 있다고 해서 다시 황귀비에게 향했다. 호비는 자금단이 필요하다는 말에 자초지종을 물었고, 태상황과 주재상이 아프다는 말을 듣고 화들짝 놀랐다. “태감이 가서 좀 찾아줘요. 채명전 박달나무 궤 안에 있는 나무상자에 들어있어요.”“예, 소인이 가서 찾아오겠습니다!” 목여태감이 말을 마치고 서둘러 나갔다. 그렇게 한참을 뒤졌지만 찾아내지 못했다. 호비가 말한 상자에는 자금단이 아예 있지도 않았기 때문이다.사람을 보내 호비에게 이 사실을 알리자 호비는 배가 아픈 것을 참으며 서둘러 채명전으로 돌아왔다. 나무 상자가 분명 비어 있는 것을 보고 크게 화가 나서 궁인들을 불러 모아 심문을 했는데 누구도 자금단이 어디 있는지 알지 못했다.호비가 펄쩍펄쩍 날뛰며 황제가 자금단을 자신에게 주었을 때 목숨을 구하는 귀한 약인 것을 알았기에 채명전 궤 안에 넣어둔 채 아무도 건드리지 못하게 했다고 억울해 했다. 하지만 찜찜한 건 누구든 필요하면 언제든 꺼낼 수 있었다는 것이였다.자금단이

  • 명의 왕비   제 2623화

    열째가 처량한 모습으로 계속 잘못했다고 발자 명원제도 하는 수 없이 목여태감에게 말했다. “나머지 친왕들의 자금단은? 다 썼느냐?”목여태감이 대답했다. “태자 전하 것은 분명 썼을 것이고, 제왕, 예친왕, 손왕, 그리고 안풍친왕 전하 것도 태자 전하께 다 드렸습니다. 회왕 전하 것은 태자비 마마께 드렸고, 안왕 전하 것은 안왕비 마마께 드렸고 순왕 전하 것은 팔황자께 드려서 친왕 전하들의 수중에는 현재 자금단이 없습니다.”명원제가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그럼 넌 가서 없다고 전하고, 이 일은 언급하지 말도록 해라. 태상황 폐하께서 노하시지 않게.”목여태감은 마음속으로 매우 괴로웠다. 자금단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데? 이렇게 어이없을 수가. 정말 너무 아까운 노릇이다.“다시 더 찾아볼까요, 폐하? 지금 건곤전에서는 자금단을 간절히 찾고 있는데 소인이 다시 채명전으로 가서 찾아보는 게 어떨까요?” 목여태감이 물었다.명원제도 마음 속으로 초조하고 불안했다. 주재상의 상태가 걱정됐지만 자금단때문에 무슨 일이 벌어져 또 다시 태상황을 자극하지 않을까 걱정돼서 얼른 말했다. “찾지 마라, 찾을 필요 없어. 이대로 친왕들의 약은 거의 다 태자에게 줬다고 하면 태상황 폐하께서도 이해해 주실 거야.”목여태감이 고개를 들어 작은 소리로 말했다. “폐하, 그 말은 태상황 폐하께 고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친왕 전하의 약을 대부분 태자 전하께 드린 이유는 태자전하께서 여러차례 다치셨기 때문으로 태상황 폐하께서 이 얘기를 들으시면 황제 폐하의 생각을 곡해하실까 두렵습니다.”명원제가 목여태감을 노려보며, “곡해라니 무슨 뜻이냐?”목여태감은 명원제가 화가 났음을 알고 얼른 한쪽 무릎을 꿇은 뒤 물었다. “소인 다른 뜻은 없었습니다. 그저 소인은 다시 찾아보고 싶은 마음에 쓸데없는 생각을 했습니다. 더 찾아보다가 만약 찾지 못하면 그때 건곤전에 가는 것은 어떨까요?”그러자 명원제가 화를 냈다. “네가 또 사람을 보내 대대적으로 찾으면 짐의 열째가 자금단을 잃어버린

  • 명의 왕비   제 262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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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경릉의 말은 그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고, 자리에 있던 관리들은 기쁨과 동시에 두려움에 휩싸였다. 이 대인은 땅에 엎드려 온몸을 바르르 떨고 있었다. 그는 살아생전에 자신이 황제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은 단 한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평소 차분하고 신중한 주 지부도, 그도 감정이 격해져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눈가에는 눈물이 가득했다.황후를 만난 것만으로도 큰 영광이라 생각했는데, 황제까지 오신다는 소식에 그의 마음은 흥분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원경릉은 평생을 경성에서 다섯째와 함께 있었기에, 그녀는 그저 그가 온다는 사실을 간단히 전했을 뿐이었는데 말이다. 그녀는 다들 걱정 없이 역병을 치료하고, 언제나 황제가 그들의 뒤를 든든히 지켜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들의 반응을 보니, 황제가 직접 오는 것이, 지방 관리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깨달았다.원경릉이 급히 말을 덧붙였다.“폐하게서는 그저 역병 때문에 온 것이니, 모두 각자 맡은 일에만 최선을 다하면 되네.”“예, 예, 마마의 명을 따르겠습니다.”주 지부가 눈물을 닦으며 답했다.그렇게 관아와 의서가 협력하여, 오계부를 조사하기 시작했다.원 할머니는 역병을 치료할 수 있는 처방을 몇 가지 내렸다. 경증 환자는 약차를 계속 마시고, 증상이 악화하거나 중증 환자는 그녀의 처방을 사용하도록 했다.전에 이미 근처 주부에 연락해 약을 보내라 명했고, 오계부에서 구비한 약까지 있으니, 이번 역병을 대처할 수 있었다.오계부 의서는 이번 역병을 과거의 역병과 동일하게 생각하고, 소홀히 한 것 외에는 준비가 충분했다.원경릉은 황제 일행이 저녁 무렵 오계부에 도착할 것이라 예상했다.주 지부는 원래 여러 관리와 함께 황제를 맞이할 예정이었지만, 원경릉이 이를 단호히 거부했다. 그녀는 황제가 미복 순행 중이니, 과하게 맞이하여 백성들에게 알리지 말라고 했다.그 말에 주 지부는 당황했다.황제가 오계부에 도착했는데, 아무도 맞이하지 않는다니, 어찌 그럴 수 있다는 말인가?그러나 그는 황

  • 명의 왕비   제3375화

    약을 쓰자, 주 지부의 열이 단번에 내려갔다.열이 내려가니 정신이 맑아져, 그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는 애써 자리에서 일어나 황후마마에게 예를 올리겠다고 고집 피웠다.원경릉은 그에게 누워 있으라고 말한 후, 역병에 관해 이야기하며 주 지부에게 이를 중시할 것을 당부했다.주 지부는 이를 듣고 깜짝 놀라 말했다.“소신은 매일 의서에 사람을 보내, 역병의 상황을 보고받고 있사옵니다. 매일 보고된 상황은 그다지 심각하지 않았습니다. 비록 역병이 발생했지만, 작년과 비슷한 정도였고, 약재도 충분한데, 어찌 이렇게 심각해진 것입니까?”“매년 역병이 발생했으나, 대대적으로 퍼지지 않아,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네.”원경릉이 답했다.“의서의 이 대인을 불러, 상황을 확인하겠습니다.”주 지부는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어제 이미 그를 찾아가, 환자 수와 사망자 수를 조사하라 명했네. 하지만 그는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모를 것이네. 자네가 사람을 보내, 관아에 와서 상황을 보고하도록 하게.”“예!”주 지부는 곧바로 사람을 보냈다.푸른 옷을 입은 남자는 관아에서 일하는 관리였기에, 그는 반 시진도 채 되지 않아, 관아 내에서 병에 걸린 자가 얼마나 되는지 통계해냈다.관아 내에서 역병 증상을 보인 사람은 총 열여덟 명이었고, 그중 두 명은 병세가 심각하여 이미 집에서 쉬고 있는 상태였다. 주 지부는 관아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병에 걸린 줄 몰랐고, 관리의 보고를 들은 후, 큰 충격을 받았다.의서의 이 대인은 하루 종일 쉬지도 않고, 바삐 움직였다. 서관 대인이 직접 오셨으니, 어떻게든 시키는 일을 완성해내야 했다.그는 사실 역병이 그다지 심각하지 않고, 그저 작년과 비슷하다고 여겼었다.하지만 여러 지역과 의원을 돌아보고 나서야, 이번 역병이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처음엔 그저 서관 대인에게 보고만 하려고 했지만, 병세가 심각해지자 그도 조급해지기 시작했다.하지만 짧은 시간 안에 인원수를 통계하

  • 명의 왕비   제3374화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도, 다섯째 일행은 여전히 도착하지 않았다.그래서 원경릉과 할머니는 다른 의관을 더 둘러보기로 하고, 몇 군데 더 돌아본 뒤 관아에도 갈 계획을 했다.그런데 한 의관에 들어서자마자, 푸른 옷을 입은 중년 남자가 다급히 뛰어오며 말을 걸었다. “수 의원, 대인께서 병세가 위중합니다. 어서 봐주셔야 합니다.”의원은 그 말을 듣자마자, 약상자를 집어 들고 다른 환자들을 그냥 남겨둔 채, 푸른 옷의 중년 남자와 함께 나가려 했다.원경릉이 그를 막아 세우며 말했다.“의관에 있는 환자들을 돌봐야 하지 않소? 우리 할머님께서도 의원이니, 지부 대인의 병은 할머님께서 봐 드릴 것이오.”푸른 옷의 사내는 초조한 듯 원경릉을 향해 소리쳤다.“말도 안 되는 소리 마시오!““대인의 병세가 급박한데, 혹여라도 지체되면 당신들이 책임질 수나 있겠소?”바로 그때, 원 할머니가 호패를 꺼내, 그의 눈앞에 들이밀며 단호하게 말했다.“길을 안내하거라!”조급한 표정을 짓던 푸른 옷의 사내는 호패를 보자마자 표정이 얼어붙었다. 이내 정신을 차린 그는 곧장 허리를 굽혀 예를 올리며 말했다.“서관 대인께서 오셨을 줄은 몰랐습니다. 무례를 범해 송구하옵니다.”“그만 사과하고 길 안내나 하시오.”원경릉이 말했다.“예, 예!”사내는 급히 물러서서, 예를 갖춰서 길을 가리켰다.“마차가 밖에서 대기 중입니다. 서관 대인, 이쪽으로 오시지요.”원경릉은 할머니를 부축해 마차에 올랐고, 곧장 관아로 향했다.지부 대인은 따로 사저가 없어 관아의 뒷마당에서 거주 중이었다. 혼자 지내는 데다 관아가 워낙 가까워 편리했기 때문이다.관아에 도착하자마자, 그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안으로 들어갔다.주 지부는 병세가 꽤 심각해져 있었다. 그는 어지럼증과 흉통에 시달려, 침대에 누운 채 말을 꺼낼 힘도 없었다.원경릉은 직접 치료에 나섰고, 약상자를 열어 체온 측정기와 청진기를 꺼냈다.푸른 옷의 사내가 의아해하며 물었다.“아가씨께서도 의원이십니까?”그러자 곁에 서

  • 명의 왕비   제3373화

    이 대인이 원경릉에게 의학을 잘 모른다고 반박할 틈도 없이, 원 할머니가 먼저 입을 열었다. "말대로 하게. 하루만 줄 테니, 그 안에 역병에 관한 모든 자료를 가져오게. 사망자 수도 포함되어야 하네." 이 말까지 듣자, 이 대인은 더 이상 반박할 수 없었다. 비록 조사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서관 대인이 멀리서 오계부까지 왔으니, 시키는 일은 해야지 대인의 마음에 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사람들을 보내 조사를 명한 후, 이 대인은 거처를 마련해 드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원경릉이 말했다. "괜찮습니다. 의서에 의원이 많지 않으니, 대인도 바쁘실 텐데요. 저희가 직접 오계부를 돌아보겠습니다." 이 대인은 그녀가 원 할머니의 힘을 빌려 위세를 부린다고 생각해, 대꾸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그녀의 말에 답도 하지 않고, 원 할머니에게 예를 올렸다. "어르신께서 머무실 계획이 있으시면, 부디 저에게 알려주시기를 바랍니다. 오늘 밤 대인을 잘 대접하라, 명을 내리겠습니다." "그럴 필요 없네. 일이나 보게." 원 할머니는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원경릉에게 말했다. "먼저 좀 돌아보다, 객사를 찾아 머물자꾸나." "예!" 두 사람은 역병을 조사하기 위해 다급히 이곳을 찾아왔기에, 먼저 각지의 의원을 직접 돌아보려 했다. 아마 다섯째 일행은 빨라야 내일이나 모레쯤 도착할 것이었다. 두 사람이 의서를 나서자, 이 대인은 뒤따라 나오려다 원 할머니의 날카로운 눈빛에 움찔하며 발길을 멈췄다. 두 사람은 오계부의 거리로 향했다. 거리가 꽤 번화했고, 사람들도 제법 많아, 대낮에는 조금 붐볐다. 그들은 곧장 의원으로 향했다. 의원 앞에는 약차가 많이 진열되어 있었지만, 환자는 얼마 없었다. 겉보기엔 역병이 퍼졌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원경릉은 안으로 들어가 의원에게 상황을 물었다. 그러자 의원은 요즘 들어 약차가 잘 팔리고 있고, 하루에 천 봉지가 넘게 팔린다고 답했다. 하지만 그도 역병

  • 명의 왕비   제3372화

    늦게 출발한 원경릉은 신속하게 오계부로 향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오계부 근처 주현에 도착하자마자, 할머니가 현지 혜민서로 가야 한다며 잠깐 멈추자고 했다. 그러고는 혜민서에 오계부로 약을 공급할 준비를 하게 했고, 명을 받으면 바로 오계부로 보낼 수 있도록 미리 준비를 당부했다. 혜민서 산하의 의료기관들은 지난 몇 년간 개혁을 통해 뚜렷한 성과를 거두었고, 지역 간의 연결도 긴밀해졌다. 특히 역병을 상대하는 체계가 가동되면 상부에서는 전력을 다해 의원과 약을 지원해줄 수 있었다. 신신당부한 뒤에야 원경릉과 할머니는 오계부로 재빨리 향했다. 곧이어 오계부에 도착했는데, 우문호 일행은 아직 도착하지 않은 상태였다. 오계부는 인구가 500만 명에 이르는 곳으로, 두 개의 주부가 통합된 지역이었다. 열대에 있어, 경작지가 많고 산이 많아 농업을 위주로 삼고 있었다. 그래서 조정은 이곳을 서부의 주요 곡창지대로 삼고 있었던 것이었다. 농업이 발달한 지역은 상대적으로 경제도 번화했고, 현지 백성들은 벼 외에도 감, 자두, 리치 등을 대량으로 재배하고 있었다. 리치는 신선할 때 먹을 수도 있고, 말려서 건과로 만들어 팔 수도 있기에, 어느 정도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었다. 오계부는 백월국과 인접해 있었는데, 백월국은 북당의 속국으로 사이가 우호적이며 경제 교류도 활발했다. 이는 양국의 번영을 촉진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오계부의 지부는 장씨 성을 가진 오계부 출신이었다. 장 지부는 훌륭한 관리이며 지역 백성들로부터 존경받고 있었다. 원경릉과 원 할머니는 오계부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지역 혜민서를 찾았다. 할머니는 혜민서의 서관(署館) 신분을 밝혔다. 그녀는 북당 각 주부의 의서를 총괄하는 인물이고, 총책임자이기도 했다. 혜민서의 이 의원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두 사람을 안으로 청한 후, 바로 예를 올렸는데, 마치 신선이라도 본 것처럼 목소리까지 떨고 있었다. "소인은 이자옥이라 합니다. 어르신께서 친히 오신 줄도

  • 명의 왕비   제3371화

    그녀는 일단 깊이 생각하지 않기로 하고, 냉 대인이 자세한 상황을 묻는 사이에 제 대인의 피를 뽑았다. 약상자는 기능이 꽤 다양하기에, 바이러스 검사도 문제없었고, 안에는 양여혜가 준 소형 현미경도 있었다. 하지만 바이러스 관찰이나 세균 배양에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지체할 수 없었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이 먼저 오계부로 향하고, 그녀는 이곳에 남아 제 대인을 치료하고 검사 결과를 기다리기로 했다. 그러면 바이러스든, 세균 감염이든, 결과가 나와야 제대로 된 치료 방안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미색이 말했다. "저도 이곳에 함께 남겠습니다. 제가 환자를 돌보는 것 정도는 도울 수 있지 않겠습니까?" "괜찮으니 먼저 가거라. 어쩌면 내가 더 일찍 도착할 수도 있으니깐." 원경릉이 말했다. 그녀는 혼자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지만, 미색까지 데리고 가는 건 무리였다. "우리가 먼저 출발하는데, 어찌 더 일찍 도착할 수 있다는 것입니까?" 미색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가능한 일이다. 원 선생은 늘 기적을 만들어내니." 우문호가 말했다. 그는 더 이상 설명하지 않고, 원경릉에게 다가가 조심하라고 몇 마디 당부했다. "알았소. 지체하지 말고, 어서 떠나시오. 오계부에 도착하면 곧바로 관아를 찾아가, 의원의 빠른 대처를 명하라 하시오. 만약 내가 먼저 도착한다면, 내가 관아를 찾아가겠소." "알겠소. 그럼, 먼저 가겠소!" 우문호는 그녀와 입을 맞추고 싶었지만, 보는 이가 많으니 그저 참을 수밖에 없었다. 서일은 황후를 홀로 두고 가는 것이 걱정되어, 우문호를 따라나서며 계속 물었다. "정말 황후를 이곳에 혼자 남겨도 되는 것입니까?" "그럼, 네가 남을 것이냐?" 우문호가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 "너도 원 선생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알고 있지 않느냐?" 회왕 부부도 걱정은 되었지만, 다섯째의 여유로운 모습에 자신이 있을 것이라 믿었다. 다섯째 부부는 늘 비밀이 많은 사람들이라, 그들은 더 이상 신경

  • 명의 왕비   제3370화

    원경릉은 밖으로 나가, 오계부에 역병이 생긴 것 같다고 전했다. 오계부는 서쪽에 자리 잡고 있어, 기후가 더운 탓에 가끔 역병이 생기긴 했었지만 백성들은 고뿔 치료에 쓰이는 약초로 끓인 차를 즐겨 마시기에, 대규모로 역병이 돈 적은 없었다. 냉 대인이 말했다. "오계부에서는 이 상황을 조정에 알리지 않았습니다. 비록 해마다 역병이 생기긴 하지만, 빠르게 통제해 왔으니, 이번에도 예전과 같은 상황이지 않겠습니까?" 원경릉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런데 이번엔 더 심각할 수도 있습니다. 제 대인의 형도 역병으로 돌아가셨고, 그와 가까이 지낸 사람들도 병에 걸렸습니다. 이렇게 관아에만 역병에 걸린 자들이 많으니, 예전보다 더 심각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해마다 역병이 생겼으니, 그에 대한 대응책도 이미 있을 것입니다." 원경릉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해마다 역병이 생겼지만, 대대적으로 유행하지 않았기에, 현지 관리들이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겨 쉽게 통제될 것이라 생각하고, 방심할 수도 있으니깐요." 우문호가 물었다. "원 선생, 역병을 어떻게 통제해야 한다고 생각하오?" "역병 상황이 안 좋을 것이라 추측할 뿐, 정말 오계부의 상황이 어떠한지는 아직 모르네. 제 대인은 여전히 고열에 시달리고 있어, 수액을 맞히고 해열제를 먹였소. 냉 대인과 함께 들어가 상황을 자세히 물어봐야겠소. 하지만 꼭 마스크를 끼고, 병을 막아야 하오." 원경릉은 유행성 독감이나 변이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일 것이라 의심하고 있었다. 그녀가 살던 세계에서는 A형 독감의 대규모 변이가 십수 년마다 한 번씩 발생했는데, 그런 변이 독감은 현대에서도 의료 체계에 큰 부담이 되곤 했다. 그러니 지금 이곳에서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만약 역병이 다시 시작한다면, 가능한 한 빨리 통제해야만 했다. 원경릉의 말을 우문호와 냉 대인은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도

  • 명의 왕비   제3369화

    원경릉은 청진기를 꺼내 그의 폐를 확인해 보았는데, 남녀가 가까이 접촉하는 것이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한 제 대인은 이내 손을 뻗어 그녀를 막으려 했다. 하지만 병세가 심해 아픈 데다가,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묘한 위압감을 풍기는 의원의 단호한 눈빛과 기운에 그만 압도당하고 말았다. 원경릉은 앞쪽을 청진한 뒤, 그에게 옆으로 돌라고 한 다음에 꼼꼼히 살피고 미간을 살짝 찡그렸다. "며칠을 아프신 것입니까?" 제 대인은 꽉 막힌 코 때문에 콧소리를 내며 천천히 몸을 돌리고 답했다. "며칠 사이의 일입니다. 오계부를 떠날 때도 멀쩡했는데, 밤새 달리고, 말을 오래 타다 보니 고뿔에 걸렸나 봅니다." "기침 말고, 가슴 통증도 있습니까?" "예. 이곳이 아픕니다!" 제 대인은 가슴 근처를 손으로 누르며 말했다가, 숨쉬기가 어려운 듯 손바닥을 움직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도 아프고, 온몸 뼈마디도 다 아픕니다." 그러자 원경릉은 더 자세히 증상을 확인한 뒤 말했다. "약을 준비할게요. 수액을 좀 맞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수액이요?" 제 대인은 멍하니 원경릉을 바라보았다. "예. 질문은 하지 마시고, 그저 치료에 협조만 해주십시오. 병세가 꽤 심각한 편입니다." 원경릉은 제 대인이 폐렴이라 확신했고, 중증 폐렴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제 대인은 병이 심하다는 말에 초조한 표정을 지으며 다급히 말했다. "의원 나리, 제발 최선을 다해 치료해 주십시오… 저에게는 아직 모셔야 할 노모가 있습니다. 지난달 병으로 형님께서 세상을 떠난 터라, 형님의 자식들도 제가 돌봐야 하니, 절대 이대로 목숨을 잃을 수는 없습니다." 원경릉이 답했다. "최선을 다할 테니, 걱정하지 마시고 치료에만 집중하시지요!" 제 대인은 감동을 받은 듯 감사 인사를 올렸다. "정말… 감사합니다." 원경릉은 곧바로 약을 지어 수액을 준비했다. 수액을 맞는 동안, 제 대인은 여전히 놀란 모습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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