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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 왕비의 모든 챕터: 챕터 2651 - 챕터 2660

3038 챕터

제 2651화

그러자 우문호가 소리쳤다. “잘못인 줄 아시면서 왜 사과하지 못하십니까?”“짐은 천자니라!” 명원제가 일갈했지만 우문호는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닫. “호비 마마께는 사과하신 적이 있으시죠? 호비 마마마저도 하실 수 있는 일인데 왜 어마마마께는 하실 수 없는 겁니까?”명원제가 관자놀이를 누르는데 시퍼런 핏줄이 불끈거리고 말투도 차갑기가 이를 데 없었다. “다 떠들었어? 언제부터 짐과 비빈의 일에 태자의 의견을 들어야 했지? 짐이 어쩌다 태상황 폐하의 말씀은 들을 수 있지만, 네 의견까지 들어야 해? 넌 네 주제가 뭔지 알고 있느냐?”싸움이 커지는 것을 보고 목여태감이 얼른 앞으로 나와 우문호를 말렸다. “전하 그만하세요. 부자 지간에 말다툼이 생기면 화목을 해칩니다. 어서 잘못했다고 빌고 가시지요!”목여태감의 이 말은 우문호에게 권하는 말처럼 들리지만 사실은 명원제 보고 들으라는 소리로 부자의 정을 생각해달라는 것이었다. 아들된 도리로 어마마마를 위해 한 마디 하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며, 이 일은 집안일로 처리 해야지 물불 못 가리고 군신관계로 다뤄서는 안된다는 소리였다.목여태감이 명원제의 시중을 오래 들어왔기 때문에 목여태감이 명원제를 알듯 명원제도 목여태감의 말을 못 알아 들을 리가 없었다. 그래서 명원제도 분노를 조금 가라앉히고 우문호를 대했다. “넌 일단 돌아가거라. 짐이 있다가 장문전으로 가볼 것이니 더는 이 일로 소란하게 하지 말도록 하거라. 짐은 너와 부자의 화목을 상하고 싶지 않구나.”우문호가 한쪽 무릎을 꿇고 조금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바마마, 소신이 어찌 아바마마와의 화목을 상하게 하고 싶을 리가 있겠습니까? 그저 어마마마 생각에 마음이 아팠던 것으로, 지난 세월을 함께 해온 어마마마를 보시고 아바마마께서 평하시기를 온화하고 공손하며 검소하다고 하셨습니다. 어질고 덕이 있다고도 하셨죠. 그러나 자신의 남편을 지키고 싶지 않는 여인이 어디 있겠습니까? 어마마마는 아바마마를 떠올리고 서운한 마음을 삼킨 것입니다. 아바마마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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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652화

명원제는 주필을 손에 쥔 채 복잡한 심경으로 호비한테 가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막 아이를 잃은 명원제도 마음이 괴로워 누군가의 위로가 필요했다.예전이었으면 황귀비에게 가서 차를 마시며 얘기 하다 보면 지혜로운 황귀비가 명원제의 근심을 덜어주며 자신의 마음을 한결 가볍고 명랑하게 만들어 주었다.하지만 황귀비가 장문전으로 옮겨간 것을 보면 명원제에 대한 원망의 마음이 있는 게 분명했다. 지금 가도 아마 황귀비가 억울함을 호소하는 걸 듣게 될 것이고, 지금 속이 너무 시끄러우니 황귀비가 징징거리며 애원하는 것을 보고 싶지도 않았다. 물론 속으로 황귀비에게 미안한 마음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다.한참 뒤 명원제가 느릿느릿 고개를 들었다. “짐이 한동안 황후를 만나러 가본 적이 없구나.”“황후 마마는 금족 중으로 재상이 사고가 났을 때도 가보지 못했습니다. 폐하…… 께서 성은을 베푸사 황후 마마께서 재상을 보러 갈 수 있도록 허락하시는 것인지요?” 목여태감이 물었다.“짐이 황후에게 금족을 해제한지 오래 되었으니 가고 싶으면 가라고 해.” 명원제는 황후가 보기 싫어졌다. 방금 순간적으로 과거 시절이 떠올라 잠시 행복했지만 부부의 정이 다했으니 다시 본다해도 딱히 할 말도 없었다.“짐이 진비를 보러 가지.” 명원제가 벌떡 일어났다. 우문군이 죽은 뒤로 진비와 말 해 본 건 다섯 손가락에 꼽을 정도였다. 목여태감이 눈을 들어 아뢨다. “폐하, 장문전에 한 번 가보심이 어떠신지요?”명원제가 싸늘하게 목여태감을 노려보았다. “그 말은 진비에게 물어보는 것이 어떤가?”목여태감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명원제가 진비 궁으로 가겠다고 하시는 걸 굳이 장문전으로 가시라고 청한 걸 진비가 알면 목여태감을 아주 잡아 죽이려 들 것이다.진비는 황제가 다시 그녀를 찾아올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다.황제의 가마가 도착했다는 전언을 듣고 진비는 미친듯이 감동해서 정신없이 달려나갔다. 그리고정말 황제가 온 것을 보고는 눈물을 펑펑 흘리며, 부들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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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653화

명원제는 진비 궁에서 저녁 수라를 들고 같이 앉아 옛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다 보니 어쩔 수 없이 힘든 추억이 떠올랐으나 다행히 명원제가 닥친 고통은 해소 되었다.“넌……넌 누구냐? 어째서 함부로……” 순간 대경실색한 목소리가 밖에서 들려오더니 곧 칼이 부딪히는 소리가 나다가 멈췄다.명원제가 살짝 놀라 주렴밖에 서있던 목여태감에게 분부했다. “가서 무슨 일인지 보고 오너라!”“예!” 목여태감이 돌아서자 퍼뜩 검은 그림자가 다가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어 그자를 견제하려는 찰나 검은 그림자의 손 날이 잽싸게 목여태감의 목덜미에 떨어졌다. 목여태감은 순간 둔탁한 통증을 느끼고 머리가 윙윙거리더니 기절해서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눈 앞에 검은 그림자가 누구인지조차 알아볼 겨를이 없었다.주렴이 걷히고 다시 내려지자 거대한 그림자가 주렴에 가려지는 게 이내 진비 궁 안으로 들어갔다.명원제 표정이 진노에서 경악으로 바뀌며 소리쳤다. “큰아버지?”진비는 깜짝 놀랐다가 들어온 사람이 누군지 보고 기분이 상해져서 말했다. “친왕께서 어찌 후궁으로 곧바로 쳐들어 오십니까? 이곳은 제 침전으로 친왕께서는 언행을 삼가 주셨으면 합니다!”안풍친왕이 냉담한 눈빛으로 진비 얼굴을 쏘아보자 진비가 바로 두려움에 벌벌 떨었다. “아니……”“나가!” 안풍친왕이 아무런 감정도 담기지 않은 목소리로 침전이 울리도록 묵직하게 말했다. 마치 메아리라도 들릴 듯 위력이 정말 대단했다.진비가 명원제를 보자 명원제가 손을 내저었다. “당신은 이만 나가봐!”진비는 안풍친왕이 좋은 뜻으로 온 것이 아님을 보고 얼른 예를 취하고 자리를 떴다.이제 침전엔 두 남자가 대치하고 있을 뿐이었다. 안풍친왕은 키가 190으로 훤칠해서 신장처럼 장대해 명원제라는 유약한 군주를 압도했다. 명원제는 자기도 모르게 한 걸음 물러서서 물었다. “큰아버지, 무슨 일이십니까?”명원제는 주렴밖에 바닥에 쓰러져 있는 목여태감을 흘끔 보고 순간 아차 싶은 예감이 들었다. ‘설마… 목여태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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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654화

안풍친왕이 눈꼬리를 치켜 뜨고 말했다. “소리칠 필요 없네. 내가 이미 사람을 시켜 황성을 포위 했다. 모든 금군은 전부 내 통제 하에 있고 오늘밤 내가 자네를 죽이고 내일 보위에 올라도 자네를 도와주러 올 사람은 아무도 없어.”이 말에 명원제가 크게 분노했다. “감히 모반하겠다는 것이냐? 간도 크구나. 천하의 사람들이 침 뱉고 욕하는 것이 두렵지도 않나? 아바마께서 이 조서를 인정하실 리가 없어. 만약 짐을 죽이고 보위에 오르면 그건 역적이다. 두고두고 그 추악함이 잊혀지지 않을 것이야!”안풍친왕이 냉소를 지으며 승리에 대한 확신을 쥔 듯, 치켜 올린 눈매가 조금 과장된 미치광이 느낌을 풍기기 딱 이었다. “역사는 늘 승리한 사람이 쓴 기록이지. 내가 보위에 오른 뒤 사관들은 명원제가 제위에 있던 기간을 기록하며 공적도 덕도 없고 진부한데다 멍청했다고 기록할 거야. 그리고 내가 천명을 받아 어지러운 세상을 바로잡았다고 하겠지. 보위에 오른 뒤 우선 네 처첩을 죽이고 네 생전의 공적을 없애 버린 뒤 온 황궁을 피로 한바탕 씻어버리는 거야. 너에게 충성을 바친 사람을 전부 죽여 없애는 것부터. 과연 앞으로 누가 널 위해 한마디라도 할 수 있을지 두고 볼까? 역사도 내가 원하는 대로 쓰여지겠지?”명원제가 너무 놀라서 당황한 듯 물었다. “어떻게..! 그래서 방금 목여를 죽인 것인가?”“죽였지!” 안풍친왕은 마치 개미 한 마리 죽였다는 것처럼 별거 아닌 듯한 말투로 답했다.그러자 명원제는 순간 목에서 피비린내가 올라오면서 분노가 점점 폭발하기 시작했다. “너……”하지만 안풍친왕은 명원제를 비웃었다. “목여태감 죽이는 걸로 끝일 것 같아? 지금 후궁에 아마 피바람이 한차례 불고 지나갔을 걸. 네가 좋아하던 호비, 네 아들, 다른 비빈들도 아마 저 세상에서 황천을 건너고 있겠지. 좋은 시절은 다 갔어. 우문익.”명원제는 어지러워 하늘이 뱅뱅 돌며 목구멍을 타고 선혈이 넘어오는 것을 참지 못하고 그만 뿜고야 말았는데 몸이 몇 번 휘청거리며 정신을 잃기 직전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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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655화

명원제는 안풍친왕의 말에 소름이 끼쳐 등골에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 당장이라도 변명하고 싶지만 할 말이 없었다.안풍친왕이 계속 말을 이었다. “태자를 책봉할 때도 모든 친왕의 능력을 평가하지 않고 네가 편애하는 친왕 중심으로 정했지. 알랑거리는 사람을 높이 평가하고 다른 건 일체 고려하지 않은 채 주변 사람마저도 다 무시 했어. 결국 국본을 세우는 일로 형제가 치고 받게 만들다 못해 피바람을 불러 일으켰지. 우문호를 태자로 확정한 뒤로도 넌 마음에 들지 않았어. 늘 잘못 뽑았다고 생각해서 우문안 세력을 키웠지. 태자가 저지하지 않았으면 우문안의 야심은 지금도 여전했을 걸. 어디 문둥산의 일을 돌아볼까? 당시 나라에 조건이 열악하고 주변국에서 여러차례 침략이 있었지. 선비와 북막이 호시탐탐 노리고 있어 나라의 힘의 대부분이 전부 변경에 가 있는 상황이었어. 네가 보위에 오르면 민생을 수습하고 의료, 교육을 개혁할 수 있었지만 넌 아무것도 안 했어. 여전히 전에 아바마마가 어쩔 수 없이 하던 방법 고대로 할 뿐, 유일하게 태자비를 문둥산에 병자를 치료하러 보냈을 뿐이었어. 그러다가 넌 안전하다는 생각이 들자 개혁의 뜻을 세웠어. 요 몇 년 동안 넌 큰 실수를 한 게 없지만 큰 공을 세운 적도 없지. 당초에 북막에 출병하는 것도 넌 여러 번 핑계를 대며 미루다가 최적의 시기를 놓치고 말았어. 다행히 태자가 네 말을 안 듣고 몰래 무기개발을 진행시켰기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지금 이 북당의 황궁은 벌써 피바다가 되었고 네가 보좌에 올라 앉아 신하들에게 호령이나 할 수 있었을 것 같아? 그리고 네 핑계도 고작해야 등극하고 다음해까지 밖에 안돼. 회강 홍수 때 직접 재해지역을 가서 삼일 밤낮 침식을 잊었다는 걸, 사람을 시켜 노래를 만들게 하고 일년간 네 덕을 칭송하게 만들었어. 민간에 일년내내 네가 성군이라는 얘기가 돌면 뭐해, 지금 넌 제방을 보수하지 않아서 재해의 우환이 여전히 상존하는대. 그동안 네가 편안하게 지냈던 건 네가 운이 좋아 서가 아니라 주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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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656화

그리고 명원제는 ‘농업을 크게 발전시키는 게 뭐가 나쁘다는 거야? 백성들이 배불리 먹기만 하면 국력이 커지는대.’라며 상업무역 경제도 놓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요 몇 년 계속 발전해 온 것이 다섯째가 이미 하고자 했던 거긴 하지만, 자신의 생각이 다섯째와는 상충되는 것도 없었고 심지어 공주를 이리율에게 시집보내 상인의 지위를 높여줬기 때문이다. 명원제는 자신이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일은 다 했다고 믿었다. 안풍친왕 말처럼 절박하지 않았던 건 국력이 받쳐주지 못해서 자신도 어쩔 수 없어서 였다. 명원제가 마음속으로 이렇게 되뇌는 동안 안풍친왕이 또 한마디 했다. “앞으로 20 년 시간은 전부 네가 발전하도록 주어진 시간이 아니야, 국내의 모순, 주변국과의 마찰 등 20년 동안 끊임없이 각종 모순이 터져 나올 것이야. 따라서 게을러서도 해이해져서도 시간을 지체해서도 안돼. 황제란 공 이 없는 게 바로 큰 잘못이다!”명원제가 당황해서 안풍친왕을 바라보고는 속으로 ‘자신에게 퇴위를 압박하기 위해 온 게 아닌가? 왜 아직 훈계를 하고 있지?’라고 생각했다. 안풍친왕이 다시 명원제에게 말했다. “이제 네가 어리석었던 걸 인정하나? 내가 방금 물었던 거 기억나? 왜 내가 그동안 오지 않다가 지금 에서야 왔는지? 넌 심지어 다른 가능성은 아예 생각도 못하고 있어. 그저 내가 황위를 탐하고 있었다는 생각이나 하지. 천하가 크니 매사엔 각각 이유가 다르고 모든 원인이 하나가 아니야. 네 머리에 든 게 내내 변하지 않고 제자리 걸음만 하다가 다른 가능성을 탐색하지 못하면 북당은 너처럼 영원히 정체돼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할 거다!”“그래서 퇴위를 압박하기 위해서가 아닌 겁니까?” 명원제가 물었다. 그러자 안풍친왕이 명원제의 어깨를 두드리며 설명했다. “나라에 위기는 항상 어디서나 존재한다. 한 번 잘 생각해 보거라. 자신은 크게 잘못한 게 없다고 떠들지만 말고. 널 처음 세웠을 때 네가 평범하다는 걸 알고 네 아바마마는 전심전력을 다해 널 위해 준비 해왔어. 여러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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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657화

안풍친왕은 말을 마치고 일어나 옷자락을 휘날리며 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바람처럼 사라졌다.비록 위기는 이미 물러갔으나 명원제는 조금도 다행이라 여겨지지 않았다. 안풍친왕이 가기 직전에 남긴 말이 명원제에게 커다란 압박감과 위협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황의가 한 말은 마치 명원제의 것이 아니라 훔쳐간 것이니, 안풍친왕이 언제든 다시 되돌려 받을 수 있다는 것처럼 느껴졌다.목여태감이 깨어나 후다닥 주렴을 젖히고 다급한 목소리로 외쳤다. “폐하!”명원제가 피로하다는 듯 손을 내저었다. “안풍친왕이었어!”바닥에 명원제가 토한 피가 뚝뚝 떨어져 있는데 마치 전에 태상황이 토했던 피 같았다. 명원제는 태상황이 그날 얼마나 격노했고 애가 탔으면 그렇게 피를 토했는지 비로소 이해가 됐다.목여태감은 안풍친왕이란 얘기를 듣고 다소 마음을 놓았다. “그래도 다행입니다!”주변에 있던 진비와 사람들도 달려와 가슴을 움켜쥐고 울었다. “너무 놀랐습니다. 너무 놀랐어요!”명원제가 진비를 보며 순간 진비를 찾아온 건 지혜로운 결정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안풍친왕 말 대로 직면하고 싶지 않아 피하고 있을 뿐이었다.정치를 펼치는데 있어서도 중요한 건 무시하고 쉬운 것만 했다. 실수할 까봐 두려웠던 것이다. 결과가 어마무시하기 때문에 재임기간 동안 큰 실수를 범하지 않으면 후세에 어리석은 왕이란 평가는 받지 않을 테니 말이다.“진비, 짐이 현명한가?” 명원제가 물었다.진바가 울다가 문득 어리둥절해 하며 답했다. “현명하시지요, 폐하께서는 성군이시고 영명하십니다. 천하백성들도 다 그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폐하.”“그건 그들이 진정한 성군, 진짜 강인하고 현명한 군왕을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야. 진짜 강대한 군왕만이 북당을 강대하게 변화시킬 수 있지. 짐은 재위 기간동안 늘 타협해 왔어. 매사에 타협하고 일단 타협을 하다 보니 국민들은 날로 연약해 졌지.” 명원제는 우는 것처럼 웃더니 휘청거리며 걸어 나갔다. 올해는 명원제가 등극하고 12년째로 요 며칠간 터진 일이 명원제가 1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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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658화

“사실 다른 방법이 없다네. 나는 이번 일을 통해 황제의 포석이 근시안적이라는 걸 알았네. 집안과 나라도 구분을 못하고 말이야.” 태상황이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어 나갔다. “앞으로 정치를 펼치면서도 황제와 태자의 다툼은 계속 될 거야. 모순은 일정한 수준까지 쌓여만 갈 거고 상대적으로 황제의 십황자에 대한 편애는 갈수록 심해지겠지. 5년, 10년, 심지어 20년 뒤에는 태자를 폐하고 십황자를 세우려는 마음이 황제에게 일 것이고 그때 과인은 막을 수도 없어. 그저 속수무책으로 황제 손에 북당이 심연으로 빠져드는 걸 지켜보는 수밖에. 이점을 걱정하지 않았으면 이번에 황제에게 이렇게 심각하게 훈계할 필요는 없다.”안풍친왕이 위로하며 말했다.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말고 네 말년이나 잘 지낼 생각을 해. 나랑 네 형수가 상의했는데 십년간 여기 북당에 머물러 있을 수 있으니 만약 무슨 일이 생기면 내가 돌아와 태자가 보위에 오르는 걸 돕도록 하지. 너는 말이야, 이미 물러났으니 소일거리를 좀 찾아. 맨날 세 늙은이끼리 어울리지 말고, 같이 어울려 봤자 살날이 적다는 생각밖에 더해?”태상황이 어리둥절해 하며 물었다. “쟤들이랑 같이 안 어울리면 난 대체 누구랑 어울려 놀라는 것인가?”“좀 의미 있는 일을 하라고, 젊을 때 해본 적 별로 없는.”하지만 태상황은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않다. “과인이 젊을 때 안 해본 일이 어디 있어? 알면서 그래.”안풍친왕이 미소를 지으며 태상황에게 다시 물었다. “여자는 좋아해 봤어?”“왜 안 좋아해? 남자라면 다 좋아하지.”“네가 말하는 그런 가볍게 좋아하는 거 말고. 희상궁이랑 주재상 같이, 나랑 네 형수랑 같이 그런 사랑하는 감정 말이야.”태상황이 더욱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 “뭐가 달라?”“그녀와 얘기하는 게 너무 좋고, 아무 말 없이 그냥 같이 앉아 있기만 해도 아주 편안하게 느껴지는 게 다르지.”태상황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잠시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한 사람이 있긴 해.”“누구?”“대흥궁에서 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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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659화

한편, 명원제는 사람을 시켜 안풍친왕의 움직임을 계속 감시했다. 그리고 안풍친왕비가 장문전으로 갔다는 말에 명원제는 심장이 쪼그라들었다. 그제서야 황귀비의 아버지가 나장군으로 과거 안풍친왕비의 부하였다는 사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군인사이에 상호를 감싸 주는 것은 상당히 끈끈했다. 특히 안풍친왕비의 성격은 거칠어서 만약 이번에 황귀비가 안풍친왕비 면전에 억울함을 호소하는 날엔 안풍친왕비가 어서방으로 들이닥칠 것이 분명했다. 명원제는 좌불안석으로 침전으로 돌아가지도 못하고 거의 해시(밤 9시~11시)까지 어서방에서 기다렸는데, 안풍친왕비가 건곤전으로 다시 돌아갔다는 말에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명원제는 다음날 아침 일찍 어서방에서 회의를 한 뒤 거의 점심때가 되어 관리들은 돌려 보내고, 호비 궁으로 발길을 옮겼다.그런데 채명전에 도착하기 전에 채명전 사람이 와 보고하기를 십황자가 상처도 아직 다 낫지 않은 채로 건곤전으로 달려갔다는 것이다. 태상황 폐하께 옳고 그름을 가려 황제 폐하를 벌해 달라고 고자질을 하러 간 것이었다.명원제는 이 말을 듣고 머리가 띵하고 울리며 십황자에 대한 분노가 치밀기 시작했다. ‘곤장 3대는 너무 가벼운 벌이었군, 목여태감이 제대로 힘 주어 때리지 않고 척만 했어.’하지만 목여태감도 십황자가 아직 이틀도 안돼서 또 문제를 일으킬 줄은 생각도 못했다.명원제가 건곤전으로 얼른 갈 수 밖에 없었다. 태상황이 화가 나서 심장발작을 또 일으킬까 걱정됐기 때문이었다.하지만 막 건곤전에 도착했을 때 갑자기 마당에서 울음소리와 황태손 만두의 상당히 엄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울긴 왜 웁니까? 억울한 게 뭐가 있어요? 잘못을 했으면 벌을 받는 게 당연하죠.맞기 싫으면 말을 잘 들으시면 되죠. 아들 된 자가 부모님 말을 안 듣고서 고자질할 낯짝이 있어요? 사내 대장부가 잘못을 했으면서 반성할 줄은 모르고, 울고 고자질이나 하지를 않나. 이거 해줘라 저거 해 줘라 창피하지도 않아요? 작은 아버지는 황조부의 아들이에요. 황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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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660화

이번 성지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 학사가 초고를 완성하자 바로 도장을 찍게 해서 그대로 태자에게 보냈다.다섯 도시로 인한 분쟁은 이렇게 파란만장했던 사건으로 일단락 지어졌다.한편 저녁이 되자, 십황자가 와서 명원제에게 잘못을 빌었다. 이번에는 상당히 성의가 느껴지는 게 조그만 고개를 푹 숙인 채 바닥에 꿇어앉아 잘못했다고 빌며 용서를 구했다.명원제는 곤장을 때려도 깨우쳐 주지 못한 십황자를 만두가 엄하게 꾸짖어 뉘우치게 할 줄은 몰랐다. 허탈하기도 했지만 기쁘고 안도의 마음이 들었다. 황태손이란 이름이 명불허전이었어!명원제는 목여태감을 건곤전으로 보내 태상황 앞에서 황태손을 칭찬하자, 태상황이 다 듣고 나서 목여태감에게 몇 마디로 답했다. “그의 공이 아니야!”목여태감도 숨기지 않고 돌아가서 그대로 명원제에게 보고하자 그가 한동안 멋쩍어하더니 무안한 말투로 목여태감에게 말했다. “짐은 그와 같은 황태손이 있는 게 가장 위안이 되고 기쁠 뿐이야.”명원제의 가마는 장문전으로 향했다.황귀비는 명원제를 안으로 들이게 한 뒤 기름 등에 불을 붙이고 탁자에 마주 앉았다. 황귀비의 표정은 평온했고, 아무 말이 없었다.명원제가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돌아가, 여긴 당신이 살기에 적합하지 않아.”“아니요, 좋습니다. 신첩은 평생 이곳에 있을 생각입니다!” 황귀비가 말했다.“어째서 자신을 괴롭히는 것으로 짐을 벌하려고 하느냐?” 명원제가 황귀비를 바라봤다.황귀비는 입가에 고요한 미소를 띠었다. “괴롭지 않습니다. 신첩은 정말 여기가 좋아요. 고요하고 절 옭아매는 잡다한 일이 없습니다. 매일 자유롭게 지내는 것이 지난날 수만 가지 일에 묶여 있을 때보다 지내기 좋습니다.”명원제가 뭐라고 더 말하려 하자 황귀비가 명원제를 똑바로 쳐다보며 먼저 입을 뗐다. “폐하, 더는 말씀하지 마세요. 신첩은 옮기지 않을 것으로 여기가 좋습니다. 정리를 마치고 나니 여기는 꽃이 피고 새가 우는 곳으로 바깥의 소란스럽고 어수선함보다 낫습니다. 신첩이 황귀비에 봉해지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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