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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660화

이번 성지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 학사가 초고를 완성하자 바로 도장을 찍게 해서 그대로 태자에게 보냈다.

다섯 도시로 인한 분쟁은 이렇게 파란만장했던 사건으로 일단락 지어졌다.

한편 저녁이 되자, 십황자가 와서 명원제에게 잘못을 빌었다. 이번에는 상당히 성의가 느껴지는 게 조그만 고개를 푹 숙인 채 바닥에 꿇어앉아 잘못했다고 빌며 용서를 구했다.

명원제는 곤장을 때려도 깨우쳐 주지 못한 십황자를 만두가 엄하게 꾸짖어 뉘우치게 할 줄은 몰랐다. 허탈하기도 했지만 기쁘고 안도의 마음이 들었다. 황태손이란 이름이 명불허전이었어!

명원제는 목여태감을 건곤전으로 보내 태상황 앞에서 황태손을 칭찬하자, 태상황이 다 듣고 나서 목여태감에게 몇 마디로 답했다. “그의 공이 아니야!”

목여태감도 숨기지 않고 돌아가서 그대로 명원제에게 보고하자 그가 한동안 멋쩍어하더니 무안한 말투로 목여태감에게 말했다. “짐은 그와 같은 황태손이 있는 게 가장 위안이 되고 기쁠 뿐이야.”

명원제의 가마는 장문전으로 향했다.

황귀비는 명원제를 안으로 들이게 한 뒤 기름 등에 불을 붙이고 탁자에 마주 앉았다. 황귀비의 표정은 평온했고, 아무 말이 없었다.

명원제가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돌아가, 여긴 당신이 살기에 적합하지 않아.”

“아니요, 좋습니다. 신첩은 평생 이곳에 있을 생각입니다!” 황귀비가 말했다.

“어째서 자신을 괴롭히는 것으로 짐을 벌하려고 하느냐?” 명원제가 황귀비를 바라봤다.

황귀비는 입가에 고요한 미소를 띠었다. “괴롭지 않습니다. 신첩은 정말 여기가 좋아요. 고요하고 절 옭아매는 잡다한 일이 없습니다. 매일 자유롭게 지내는 것이 지난날 수만 가지 일에 묶여 있을 때보다 지내기 좋습니다.”

명원제가 뭐라고 더 말하려 하자 황귀비가 명원제를 똑바로 쳐다보며 먼저 입을 뗐다. “폐하, 더는 말씀하지 마세요. 신첩은 옮기지 않을 것으로 여기가 좋습니다. 정리를 마치고 나니 여기는 꽃이 피고 새가 우는 곳으로 바깥의 소란스럽고 어수선함보다 낫습니다. 신첩이 황귀비에 봉해지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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