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의 모든 챕터: 챕터 461 - 챕터 470

1359 챕터

제461장

진몽요는 드디어 무언가를 알아챘다. "아… 누가 보낸건지 대충 알겠다. 그럼 나도 필요없어. 다시 돌려놓아야겠다." 설시간이라 그런지 시장에 장사하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온연은 아침시장에서 장을 자주 봤다. 자주 가던 가게가 마침 열려 있었다. 그녀는 채소를 고른 후 돈을 지불했다. 그때 가게 주인이 갑자기 등뒤에서 검은색 비닐봉지를 꺼내들었다. "자, 여기. 설인데. 여자애 둘이서 타지에서 힘들텐데. 우리 아들이 보내준건데 집에 가져가서 먹어." 딱히 비싼 물건인것 같지는 않았다. 온연이 몇번 사양했지만 결국 주인의 선물을 받아들었다. 그녀는 돈을 지불하고 자리를 떠났다. 진몽요는 내내 고개를 돌리며 주위를 살폈다. "이상하다? 우리가 가니까 바로 정리하고 집에 가는데?" 그 말에 온연도 고개를 돌려 주위를 살펴보았다. 모두 가게를 정리하고 있었다. 아직 이른 시간이었는데도. 그녀는 방금 받은 검은색 비닐봉지를 들여다 보았다. 그녀는 일의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값싼 비닐봉지안에 비싼 일등급 소고기가 들어있었다. 이 소고기는 국내에서 구하기 굉장히 어려웠다. 수입산이라 가격도 어마어마하게 비쌌다. 이런 귀한 고기를 아무한테나 선물로 준다고? 이 정도면 집이 중산층 정도는 된다는 소리인데… 근데 아침시장에 나와서 채소나 판다고? "내 생각엔 말이야… 경소경이 한짓 같아. 요리에 일가견이 있잖아. 걔네 가게에서 이 고기 먹어본적 있어…" 온연의 얼굴이 복잡해졌다. 진몽요는 아차 싶었다. "그럼 문 앞에 스카프도 경소경이 준건가? 경소경 혼자서 이짓을 했단 말이야? 목정침도 같이 오지 않았을가? 나 좀… 불안해… 집에 못 가겠어." 온연의 어깨가 축 처졌다. "목정침은 오지 않아. 적어도 지금은. 경소경이 왔다 간거라면 적어도 전화는 한번 해줘. 이 고기 엄청 비싸거든. 난 이 고기로 요리 못해. 경소경보고 와서 밥하라고 해." 뜻밖이었다. 진몽요는 온연이 이런 결정을 내릴줄은 상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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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2장

온연은 가게에 달린 악플들을 열심히 관찰했다. 한참을 관찰하던 그녀는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아니야. 아무래도 이 악플들 누가 악의적으로 쓴것같아. 대부분은 음식이 어떻다고 악플 달지 않나? 근데 이건 가게 위생이 별로라고 썼잖아. 주방이 더럽다느니, 위생이 별로라니. 손님이 주방을 어떻게 보겠어? 이상하지 않아? 주방은 안야가 매일 열심히 청소하고 있고, 컵이나 접시도 매일 열심히 소독하는데… 장난이 아닌것 같아. 누가 일부러 이런 짓을 하고 있는게 분명해." 진몽요의 눈이 커졌다. "아무래도 백소가가 한 것 같아! 이거 봐봐. 제일 처음 달린 날짜. 백소가가 가게에서 쫓겨난날이랑 같은 날이잖아. 그후로 거의 매일 악플이 달리고 있어. 매일 3개에 6개 정도. 아마 백소가가 주위사람들까지 끌어들이면서 한 짓같아. 정말 너무한다!" 아직은 가게의 별점이 4점대긴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가게에 지장을 줄 것이다. 온연이 고민에 빠졌다. 그녀는 가게의 이름으로 악플에 댓글을 달았다. '악플 다는거 유치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럴 시간 있으면 자기개발이나 더 하세요.' 그녀는 일부러 댓글에 백소가의 이름을 쓰지 않았다. 범인이 백소가가 아니라는 가능성도 베재할수 없었다. 악플에다 모두 댓글을 단 후 그녀는 가만히 기다렸다. 역시나, 20분 뒤에 백소가에게서 문자가 왔다. '당신네 가게! 꼭 망하게 만들어 버릴거에요! 월급 많이 준다고 사람 꼬셔놓고, 막상 들어가니까 이상한 이유로 자르기나 하고. 월급도 반토막내고! 내가 살아있는 한 매일매일 악플 달거니까 그렇게 알아요!' 진몽요는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손으로는 백소가에게 답장을 하고 입으로는 백소가를 욕하고 있었다. "너 이 개새끼! 내가 그 가게 차리려고 얼마나 개고생했는데. 고작 너 같은 거 때문에 내가 고생해서 차린 가게가 더럽혀진다고? 그렇게 잘났으면 한번 만나든가! 뒤에서 더러운 짓 그만하고!" 온연의 감정은 진몽요보다 침착했다. "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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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3장

밥상 위, 진몽요는 머리를 수그린 채 밥 먹는 것에 열중하고 있었다. 그동안 가게가 너무 바쁜 바람에 둘 다 밥을 제대로 챙겨 먹지 못했다. 요리 할 시간이 거의 없었다. 여기 와서 처음으로 밥 다운 밥을 먹어보는 것 같았다. 얼마나 먹었을까, 진몽요의 배가 불러오기 시작했다. 온연과 경소경은 이제 먹기 시작했는데… 그녀가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경소경이 당황했는지 그녀에게 물었다. "맛이 없어요? 주방에 재료가 부족해서 있는대로 만들어본건데. 입맛에 안 맞으면 그만 먹어요. 다음에 제대로 해줄게요." 온연이 진몽요 대신 그에게 대답했다. "우리 몽요 이제 옛날 같지 않아요. 예전만큼 못 먹어요. 그러니까 놀리지 말아요." 경소경은 옛날처럼 진몽요를 놀리지 않았다.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가게에 사람이 4명밖에 없던데… 힘들지 않아요? 그러게 왜 사서 고생이에요? 이렇게 사는 게 진심으로 바라던 생활이에요? 제도에서 디자이너로 사는것도 나쁘지 않잖아요. 왜 이렇게 자기를 못살게 굴어요? 무슨 꿈 때문이라고 하지 마요. 디저트 만드는게 꿈이라면 애초에 디자이너의 길도 걷지 않았겠죠. 너무 힘들면 다시 돌아가요." 온연이 웃어 보였다. "힘들긴 해도 보람 넘쳐요. 자유롭고요. 매일 이렇게 일하고 나면 자고 싶다는 생각밖에 안 들어요. 그래서 다른 생각 할 새도 없어요. 그래서 좋아요. 돌아가서 뭘 하란 거예요? 전 이제 디자이너는 하고 싶지 않아요. 목씨 집안 사모님도 하고 싶지 않고요. 이혼하지 않은 이유는 그와 했던 약속 때문이에요. 다시는 이혼 얘기 꺼내지 않겠다고 약속했거든요. 재혼하고 싶다면, 언제든지 찾아오라고 해요. 흔쾌하게 이혼해줄 테니까. 경소경씨, 혹시나 목정침 편 들려거든 그 생각 멈춰요." 자신이 생각했던 범위를 넘어서는 그들의 대화에 진몽요는 옆에서 한마디도 못 하고 있었다. 그녀는 그들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는 어색해 보이지 않기 위해 젓가락을 다시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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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4장

솔직히 말하면 모두 다 가면을 쓰고 있어서 서로가 어떻게 생겼는지 모른다. 그래서 그렇게 어색해하지 않아도 된다. 그래서인지 더 재밌게 놀 수 있었다. 오늘 클럽의 불빛이 유난히도 어두웠다. 온연을 무대 위로 끌고 온 여자의 모습이 어느샌가 보이지 않았다. 주위에는 온통 무아지경으로 춤을 추는 사람뿐이었다. 커다란 무대에 사람들이 빈틈없이 꽉 들어찼다. 타인과의 신체접촉을 피할 수가 없었다. 무대 바닥은 흘러나오는 노랫소리에 따라 진동했다. 위에서 제대로 서있는다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진동에 따라 흔들어야만 겨우 균형을 유지할 수 있었다. 사람이 너무 많았다. 온연은 진몽요가 어디에 있는지 찾을 수가 없었다. 무대에서 내려가고 싶었지만 불가능한 일이었다. 어쩐 일인지 그녀가 무대 중앙으로 밀려버렸다. 갑자기, 누군가가 등 뒤에서 그녀를 끌어안았다. 변태라고 생각했던 그녀는 긴장감에 사로잡혔다. 이런 장소에서 이런 일을 겪는 건 평범하기 그지없는 일이니까! 그녀는 바로 상대방을 밀쳐버렸다. 그녀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어였다. "연아, 나야…" 등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전해졌다. 다정하고도 어두운 목소리였다. 마치 애정하는 물건을 다시 찾은 듯 행복함이 섞여 있는 목소리였다. 그녀의 몸이 얼어버렸다. 결국 그가 나타났다. 이런 곳에서 이러한 방식으로. 가면을 쓰고 있어 서로 알아볼 순 없었다. 하지만 그 한 번의 포옹이 그녀에게 미련을 남겼다. 어차피 보는 사람도 없고 신경 쓰는 사람도 없다. 그녀는 지금 이 순간을 꿈이라고 생각했다… 지금 이 순간을 오롯이 느끼고 싶었다. 몇분 뒤, 노래가 멈췄다. 무대 위에 노래하는 사람이 올라오자 사람들은 뿔뿔이 자리로 돌아갔다. 목정침도 그제야 그녀를 놓아주었다. 그녀가 뒤돌아 그를 찾을 때 목정침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마치 나타난 적 없었던 것처럼. 마치 그녀의 상상인 것처럼. 그가 진짜로 왔다 간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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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5장

온연의 얼굴이 눈물에 흠뻑 젖어버렸다. 그녀는 히스테리적으로 울부짖고 있었다. 맑은 목소리에 슬픔과 아픔이 섞여 있었다. 적막한 어둠에서 메아리치는 그녀의 목소리가 진몽요의 심장을 아프게 했다. 온연이 그녀 앞에서 복잡한 감정을 드러낸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사건이 발생했을 때도 잠시 울먹거렸을 뿐이었는데... 진몽요는 이제야 알았다. 온연이 그동안 얼마나 버티고 살았는지. "미안해… 연아… 내가 괜한 얘기를 꺼냈나 봐. 그만 울어, 응? 우리 돌아가지 말자. 못 들은 거로 해줘. 내가 계속 옆에 있어 줄게!" … 이틀이나 쉬었을까, 온연은 가게를 다시 열기로 마음을 먹었다. 목정침이 술집에 나타난 일이 온연의 마음을 심란하게 했다. 하루종일 아무것도 안 하면서 살고 싶지 않았다. 머릿속에 잡생각이 계속 들었다. 차라리 눈 코 뜰 새 없이 바쁜 게 더 나을거라 생각했다. 시간이 모든 걸 해결해줄거라고 생각했다. 과거도, 그 남자도 기억에서 지울 수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점점 더 그리워진다. 그에 대한 감정이 그냥 단순한 가족의 감정인 줄 알았는데… 이제 알았다. 그를 사랑하고 있었다는 것을. 그동안은 사랑이 뭔지 모르고 있었다. 그가 사랑이 뭔지 가르쳐주지 않았다. 새해라 그런지 가게의 매출이 평소와 같지 않았다. 배달주문이 첫 주문으로 들어왔다. 아직 안야와 이순의 출근 시간이 아니었다. 그녀는 진몽요한테 가게를 보라고 부탁하고는 배달을 하러 나갔다. 배달장소에 도착하자 그녀는 고객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는 빠르게 걸어졌다. 수화기 너머로 짜증 섞인 여자 목소리가 전해졌다. "배달이죠? 도착하셨어요? 그럼 집 앞까지 배달해주세요. 8층이에요. 엘리베이터 없으니까 걸어서 올라오세요. 안 올라오시면 악플 달거에요!" 전화가 끊겼다. 온연이 아무리 성격이 좋다고 해도 이건 참을 수가 없었다. 4층 이하면 배달해주고 5층부터는 고객한테 직접 내려오라고 분명히 안야한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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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6장

무슨 일인지 백소가가 알아챘을 때 온연은 이미 계단을 내려가고 있었다. 화가 머리끝까지 올라온 백소가가 소리를 쳤다. "이러면 내가 그만둘 줄 알고?! 전화번호 새로 개통해서 다시 주문할 거야! 매일매일! 그리고 매일 환불 요청할 거야! 어디 한번 해보자고! 누가 이기나!" 온연은 무척이나 담담했다. 감정의 파동이 없어 보였다. "네 마음대로 해. 젊은 사람이 그렇게 패기가 있어야지. 하고 싶은거 다 해. 이미 다 녹음했으니까. 신고 할 수 있는 거 알지? 젊어서 감옥 가는 것도 나쁘지 않잖아? 꼭 그렇게 되게 계속 노력해야 해. 알겠지?" 백소가와 같이 사는 여자가 무서웠는지 그녀에게 말했다. "그만하자. 우리 그동안 얼마나 잘 먹었어. 솔직히 말해서 맛이 없는 건 아니잖아. 계속 이렇게 악플 다는 것도 그만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음식에 이물질 나왔다고 사진 찍어서 올려도 이젠 소용없잖아. 이미 다 녹음 해놨는데. 우리 고소하려 할거야. 할거면 너 혼자 해. 우린 이제 안 할 거니까. 돈도 많이 들고, 그리고 디저트도 가끔 먹어야지. 그거 매일 먹기에는 우리 지갑이 감당 못 해." 친구가 하는 말에 백소가도 흔들렸다. 하지만 도무지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됐어. 나중에 얘기해. 돈 안드는 방법으로 다시 찾아보자!" 가게로 돌아온 온연은 기쁨에 노래를 흥얼거렸다. 그녀의 기쁜 모습에 진몽요가 온연에게 제안했다. "연아, 우리 며칠만 더 쉴까? 해 바뀐지 하루 지났어. 좀 쉬어도 되지 않아?" 온연이 손을 휘적거렸다. "쉬고 싶으면 너나 쉬어. 요즘 손님이 적어서 혼자서도 가게 볼 수 있으니까. 며칠 배달 안 하지 뭐. 맞다. 백소가 문제 해결했어. 아까 그거 백소가가 주문한 거더라." 진몽요가 그녀에게 엄지손가락을 들이밀었다. "역시 넌 참 대단하다니까. 난 싸우는 거 말고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데. 네가 안 쉰다면야 그럼 나도 여기서 일해야지. 가게에서 노나, 집에서 노나 그게 그거지. 난 보던 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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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7장

그들은 하루종일 바삐 돌아쳤다. 진몽요는 오늘의 매출을 계산했다. "연아, 오늘 꽤 많이 벌었는데? 맞은 편에 건물이 있어서 망하지는 않겠다. 며칠 뒤에 사람 뽑을 준비 해도 될것 같아. 솔직히 말하면 배달 어플이 중간에서 수수료 빼가잖아. 전화로 주문하면 더 많이 벌고 더 좋지 않겠어? 다음에 안야가 배달 갈 때 명함 좀 들고 가라고 해야겠다." 안야가 말을 꺼냈다. "몽요 사장님, 이미 드렸어요. 앞으로 전화로 주문하면 된다고 이미 말했어요." 진몽요는 준비해놓은 돈 봉투를 꺼냈다. "자. 오늘 일당." 안야는 기쁘게 돈 봉투를 받아들었다. 돈 봉투의 무게를 느끼자 그녀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이건… 너무 많아요… 아무리 세배라고 해도 이건 너무 많은데…" 진몽요는 가벼운 말투로 대답했다. "너한테 주는 거니까 그냥 받아. 연이랑 상의한 거야. 계속 여기서 열심히 일 해줘." 안야는 눈물을 글썽거렸다. 할아버지 말고 그녀에게 이렇게까지 잘해준 사람이 없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감사해요." 진심으로 대하는 것, 그게 인간 사이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다. 목씨 저택. 어둠이 드리우자 목씨 저택이 환하게 빛이 났다. 목정침은 창가에 조용히 앉아있었다. 탕위엔은 나른하게 그의 다리에 누워 자고 있었다. 목정침은 천천히 부드럽게 탕위엔의 등을 쓰다듬었고 탕위엔은 그릉그릉 기분 좋은 소리를 냈다. 이 모습… 예전이었다면 절대로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다. 온연이 떠난 후, 그는 탕위엔에게 애정을 퍼부었다. 탕위엔을 온연 대신이라 생각하는 것 같았다. 한쪽에 두었던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문자였다. 그는 핸드폰을 들어 확인하고는 이내 답장했다. '내일 가게로 다시 출근해. 열심히 일하고, 다른 남자가 걔한테 접근하지 못하게 해.' 문자를 보낸 후, 그는 몸을 일으켜 탕위엔을 의자에 올려두었다. 그리고는 밥을 먹으러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유씨 아주머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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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8장

이순이 웃었다. "아니에요. 아까 허리 숙이느라 숨 참아서 그래요. 그냥 숨 쉰 거에요." 그때 스무 살 넘는 젊은 남자 몇 명이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모두 정장을 빼어입고 있었고 목에는 사원 카드를 걸고 있었다. 무리에는 여자가 없었다. 그 점이 진몽요의 주의를 끌었다. 남자들이 모여서 디저트 가게에 찾아오는 일은 흔한 일이 아니었다. 보통 여자들이 디저트 먹기 좋아하지 않나? 여자친구 대신 사러 온 것이라고 그녀는 의식적으로 생각했다. "안녕하세요. 어떤 거로 드릴까요? 저희 가게에 요즘 새로 나온 메뉴가 많아요. 여자분들이 다 좋아하세요. 추천 필요하세요?" 제일 앞에선 깔끔하게 생긴 남자가 쑥스러워하며 대답했다. "저기… 그냥 제일 잘나가는 거로 사람수대로 준비해주세요." 진몽요는 눈썹을 들썩였다. "네? 여기서 드시려고요? 여자친구분 드리는 게 아니고요?" 같이 들어온 일행들은 이미 자리에 앉았다. "네? 여자친구 없는데요? 여자친구 찾으러 여기 온건데. 이 가게 직원 다 미인이잖아요. 직원이 몇 명 더 있던 걸로 기억하는데?" 진몽요가 입을 열기도 전에 이순이 영수증을 들이밀었다. 그녀는 영수증을 테이블에 쾅 내려쳤다. "잠시만 기다리세요. 금방 됩니다." 이순은 아무 표정 없이 그들에게 말했다. 인상이 좋지 않았음에도 그들은 그녀에게 추파를 던졌다. "번호 좀 알려줄래요? 그럼 연락하기 더 편하니까. 아니, 나중에 혹시라도 디저트가 먹고 싶으면 그냥 그 쪽한테 연락하면 되잖아요." 이순이 냉랭하게 대답했다. "저기 가게 번호 저장하시면 됩니다. 저기 벽에 쓰여 있네요." 거절당했음에도 하나도 어색하지 않은지 그가 웃으면서 말했다. "저기다 전화치면 그쪽이 받나?" 이순은 몸을 돌려 카운터로 발걸음을 향했다. "그때그때 한가한 사람이 받아요." 깔끔하게 생긴 남자는 주문을 끝내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주방 쪽을 두리번댈 뿐이었다. 진몽요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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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9장

남자는 아무 핑계나 대기 시작했다. "그냥 배달시키기 편하잖아요." 안야는 온연의 전화번호를 그에게 주며 말했다. "매일 가게로 전화 쳐서 주문하시잖아요? 온연 사장님, 평소에 주방에 계시느라 바빠서 주문받으실 시간 없으실 거예요. 그냥 평소대로 가게로 연락하세요." 남자는 조심스럽게 전화번호를 저장했다. "알겠어요. 고마워요." 가게로 돌아온 그녀는 이 사실을 온연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하지만 가게가 너무 바쁜 바람에 그만 잊어버리고 말았다. 저녁, 곧 문 닫을 시간. 온연의 핸드폰으로 문자 한 통이 날라왔다. '우유 한잔 주세요. 설탕 조금 넣어서요.' 주문이 왜 내 핸드폰으로 들어왔지? 그녀는 의아했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답장했다. '어디로 보내드리면 될까요?' 빠르게 답장이 왔다. '맞은편 건물이요. 먼저 만드세요. 다 만드시면 구체적인 주소 알려드릴게요.' 우유 한잔, 만들기 너무 쉬웠다. 그냥 데워서 포장만 하면 된다. 우유를 주문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준비를 끝마친 그녀는 그에게 문자를 보내 자세한 주소를 물어봤다. 그때 문자가 왔다. '배달 안 해주셔도 돼요. 당신 주려고 시킨 거니까. 연락처 추가해줄래요? 돈 보내드릴게요.' 그녀의 머리가 멍해졌다. 갑자기 목정침 생각이 났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아닌 것 같았다. 목정침이 이런 행동을 할 리가 없었다. 그럼 누구지? 그녀는 전화를 걸었다. 한참이 지나서야 전화가 걸렸다. 그녀는 친절하게 물었다. "누구세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숨소리가 몇 번 들리더니 몇 초 뒤 남자 목소리가 들렸다. "아마 기억 못하실 수도 있는데… 가게에도 몇 번 갔었어요. 배달주문도 많이 했었고요. 다른 게 아니라 그냥 친해지고 싶어서 연락드린건데… 괜찮을까요?" 목정침이 아닌 걸 확인한 그녀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마음속에 왠지 모를 실망감이 차올랐다. 수화기 너머에 있는 남자가 누군지 알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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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0장

깜짝 놀란 진몽요는 입안에 물었던 음식을 책상에 떨어트렸다. "당신 아니에요? 그럼 누가 잘못 배달한 거겠네요? 이미 열어서 먹었는데. 그게 아니라면 누가 독이라도 타서 준거겠죠? 어떡해요? 나 이제 곧 죽어요!" 경소경이 갑자기 큰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마음 놓고 먹어요. 제가 한 게 아니긴 한데 사람 시켜서 한 거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그쪽에 2호점 냈거든요. 저녁에 퇴근하고 집에 가면 배고플 거 같아서 만들어서 보내라고 했어요. 아마 너무 늦어서 그냥 놓고 간 것 같은데." 진몽요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왜 이렇게 못 됐어요? 주면 주는 거지 놀래키기는 왜 놀래켜요. 됐어요! 배고파 죽겠어요! 밥이나 먹을래요. 끊어요!" 전화가 끊긴 후, 온연은 진몽요의 이마를 밀었다. 그녀의 행동을 멈추었다. "아까 네 말투, 경소경이랑 통화하는 네 말투가 어땠는지 알아? 왜 이렇게 못됐어요~ 둘이 나 몰래 연애라도 하는 거야? 여기에 2호점 낸 것도 너 때문인 것 같은데? 너 밥 먹이려고?" 진몽요의 눈빛이 반짝거렸다. "그… 그래? 막말하지 마. 그거 그냥 내 원래 말투잖아. 나 때문이기는? 그래도 좋은데? 확실히 밥 먹기는 편해졌네. 그동안 못 먹어서 그리웠는데. 넌 아니야?" 온연은 그녀의 말을 믿지 않았다. "진짜 아무 사이 아니야?" 진몽요의 눈빛이 달라지더니 말투가 진지해졌다. "진짜 아니야. 그럴 일도 없고. 아마 평생 그럴 일 없을 테니까 밥이나 먹자. 얼른 쉬어야지." 진몽요가 이렇게 진지하게 얘기하는데, 온연도 더 이상 장난칠 수가 없었다. 그녀는 젓가락을 들어 밥을 먹기 시작했다. 그 김에 핸드폰을 열어보았다. 채팅 목록에 모르는 사람이 떴다. 꽤 멀끔하게 생긴 남자였다. 나이도 그녀와 비슷하고. 아마 가게에 왔었던 것 같은데. 그녀는 프로필을 눌러 확인해보았다. 저녁에 우유를 시킨 그 남자였다. 아까 친구 하자는 말에 대놓고 대답하지 않았는데. 이렇게 추가가 올 줄은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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