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연의 얼굴이 눈물에 흠뻑 젖어버렸다. 그녀는 히스테리적으로 울부짖고 있었다. 맑은 목소리에 슬픔과 아픔이 섞여 있었다. 적막한 어둠에서 메아리치는 그녀의 목소리가 진몽요의 심장을 아프게 했다. 온연이 그녀 앞에서 복잡한 감정을 드러낸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사건이 발생했을 때도 잠시 울먹거렸을 뿐이었는데... 진몽요는 이제야 알았다. 온연이 그동안 얼마나 버티고 살았는지. "미안해… 연아… 내가 괜한 얘기를 꺼냈나 봐. 그만 울어, 응? 우리 돌아가지 말자. 못 들은 거로 해줘. 내가 계속 옆에 있어 줄게!" … 이틀이나 쉬었을까, 온연은 가게를 다시 열기로 마음을 먹었다. 목정침이 술집에 나타난 일이 온연의 마음을 심란하게 했다. 하루종일 아무것도 안 하면서 살고 싶지 않았다. 머릿속에 잡생각이 계속 들었다. 차라리 눈 코 뜰 새 없이 바쁜 게 더 나을거라 생각했다. 시간이 모든 걸 해결해줄거라고 생각했다. 과거도, 그 남자도 기억에서 지울 수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점점 더 그리워진다. 그에 대한 감정이 그냥 단순한 가족의 감정인 줄 알았는데… 이제 알았다. 그를 사랑하고 있었다는 것을. 그동안은 사랑이 뭔지 모르고 있었다. 그가 사랑이 뭔지 가르쳐주지 않았다. 새해라 그런지 가게의 매출이 평소와 같지 않았다. 배달주문이 첫 주문으로 들어왔다. 아직 안야와 이순의 출근 시간이 아니었다. 그녀는 진몽요한테 가게를 보라고 부탁하고는 배달을 하러 나갔다. 배달장소에 도착하자 그녀는 고객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는 빠르게 걸어졌다. 수화기 너머로 짜증 섞인 여자 목소리가 전해졌다. "배달이죠? 도착하셨어요? 그럼 집 앞까지 배달해주세요. 8층이에요. 엘리베이터 없으니까 걸어서 올라오세요. 안 올라오시면 악플 달거에요!" 전화가 끊겼다. 온연이 아무리 성격이 좋다고 해도 이건 참을 수가 없었다. 4층 이하면 배달해주고 5층부터는 고객한테 직접 내려오라고 분명히 안야한테
무슨 일인지 백소가가 알아챘을 때 온연은 이미 계단을 내려가고 있었다. 화가 머리끝까지 올라온 백소가가 소리를 쳤다. "이러면 내가 그만둘 줄 알고?! 전화번호 새로 개통해서 다시 주문할 거야! 매일매일! 그리고 매일 환불 요청할 거야! 어디 한번 해보자고! 누가 이기나!" 온연은 무척이나 담담했다. 감정의 파동이 없어 보였다. "네 마음대로 해. 젊은 사람이 그렇게 패기가 있어야지. 하고 싶은거 다 해. 이미 다 녹음했으니까. 신고 할 수 있는 거 알지? 젊어서 감옥 가는 것도 나쁘지 않잖아? 꼭 그렇게 되게 계속 노력해야 해. 알겠지?" 백소가와 같이 사는 여자가 무서웠는지 그녀에게 말했다. "그만하자. 우리 그동안 얼마나 잘 먹었어. 솔직히 말해서 맛이 없는 건 아니잖아. 계속 이렇게 악플 다는 것도 그만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음식에 이물질 나왔다고 사진 찍어서 올려도 이젠 소용없잖아. 이미 다 녹음 해놨는데. 우리 고소하려 할거야. 할거면 너 혼자 해. 우린 이제 안 할 거니까. 돈도 많이 들고, 그리고 디저트도 가끔 먹어야지. 그거 매일 먹기에는 우리 지갑이 감당 못 해." 친구가 하는 말에 백소가도 흔들렸다. 하지만 도무지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됐어. 나중에 얘기해. 돈 안드는 방법으로 다시 찾아보자!" 가게로 돌아온 온연은 기쁨에 노래를 흥얼거렸다. 그녀의 기쁜 모습에 진몽요가 온연에게 제안했다. "연아, 우리 며칠만 더 쉴까? 해 바뀐지 하루 지났어. 좀 쉬어도 되지 않아?" 온연이 손을 휘적거렸다. "쉬고 싶으면 너나 쉬어. 요즘 손님이 적어서 혼자서도 가게 볼 수 있으니까. 며칠 배달 안 하지 뭐. 맞다. 백소가 문제 해결했어. 아까 그거 백소가가 주문한 거더라." 진몽요가 그녀에게 엄지손가락을 들이밀었다. "역시 넌 참 대단하다니까. 난 싸우는 거 말고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데. 네가 안 쉰다면야 그럼 나도 여기서 일해야지. 가게에서 노나, 집에서 노나 그게 그거지. 난 보던 드라
그들은 하루종일 바삐 돌아쳤다. 진몽요는 오늘의 매출을 계산했다. "연아, 오늘 꽤 많이 벌었는데? 맞은 편에 건물이 있어서 망하지는 않겠다. 며칠 뒤에 사람 뽑을 준비 해도 될것 같아. 솔직히 말하면 배달 어플이 중간에서 수수료 빼가잖아. 전화로 주문하면 더 많이 벌고 더 좋지 않겠어? 다음에 안야가 배달 갈 때 명함 좀 들고 가라고 해야겠다." 안야가 말을 꺼냈다. "몽요 사장님, 이미 드렸어요. 앞으로 전화로 주문하면 된다고 이미 말했어요." 진몽요는 준비해놓은 돈 봉투를 꺼냈다. "자. 오늘 일당." 안야는 기쁘게 돈 봉투를 받아들었다. 돈 봉투의 무게를 느끼자 그녀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이건… 너무 많아요… 아무리 세배라고 해도 이건 너무 많은데…" 진몽요는 가벼운 말투로 대답했다. "너한테 주는 거니까 그냥 받아. 연이랑 상의한 거야. 계속 여기서 열심히 일 해줘." 안야는 눈물을 글썽거렸다. 할아버지 말고 그녀에게 이렇게까지 잘해준 사람이 없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감사해요." 진심으로 대하는 것, 그게 인간 사이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다. 목씨 저택. 어둠이 드리우자 목씨 저택이 환하게 빛이 났다. 목정침은 창가에 조용히 앉아있었다. 탕위엔은 나른하게 그의 다리에 누워 자고 있었다. 목정침은 천천히 부드럽게 탕위엔의 등을 쓰다듬었고 탕위엔은 그릉그릉 기분 좋은 소리를 냈다. 이 모습… 예전이었다면 절대로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다. 온연이 떠난 후, 그는 탕위엔에게 애정을 퍼부었다. 탕위엔을 온연 대신이라 생각하는 것 같았다. 한쪽에 두었던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문자였다. 그는 핸드폰을 들어 확인하고는 이내 답장했다. '내일 가게로 다시 출근해. 열심히 일하고, 다른 남자가 걔한테 접근하지 못하게 해.' 문자를 보낸 후, 그는 몸을 일으켜 탕위엔을 의자에 올려두었다. 그리고는 밥을 먹으러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유씨 아주머니는
이순이 웃었다. "아니에요. 아까 허리 숙이느라 숨 참아서 그래요. 그냥 숨 쉰 거에요." 그때 스무 살 넘는 젊은 남자 몇 명이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모두 정장을 빼어입고 있었고 목에는 사원 카드를 걸고 있었다. 무리에는 여자가 없었다. 그 점이 진몽요의 주의를 끌었다. 남자들이 모여서 디저트 가게에 찾아오는 일은 흔한 일이 아니었다. 보통 여자들이 디저트 먹기 좋아하지 않나? 여자친구 대신 사러 온 것이라고 그녀는 의식적으로 생각했다. "안녕하세요. 어떤 거로 드릴까요? 저희 가게에 요즘 새로 나온 메뉴가 많아요. 여자분들이 다 좋아하세요. 추천 필요하세요?" 제일 앞에선 깔끔하게 생긴 남자가 쑥스러워하며 대답했다. "저기… 그냥 제일 잘나가는 거로 사람수대로 준비해주세요." 진몽요는 눈썹을 들썩였다. "네? 여기서 드시려고요? 여자친구분 드리는 게 아니고요?" 같이 들어온 일행들은 이미 자리에 앉았다. "네? 여자친구 없는데요? 여자친구 찾으러 여기 온건데. 이 가게 직원 다 미인이잖아요. 직원이 몇 명 더 있던 걸로 기억하는데?" 진몽요가 입을 열기도 전에 이순이 영수증을 들이밀었다. 그녀는 영수증을 테이블에 쾅 내려쳤다. "잠시만 기다리세요. 금방 됩니다." 이순은 아무 표정 없이 그들에게 말했다. 인상이 좋지 않았음에도 그들은 그녀에게 추파를 던졌다. "번호 좀 알려줄래요? 그럼 연락하기 더 편하니까. 아니, 나중에 혹시라도 디저트가 먹고 싶으면 그냥 그 쪽한테 연락하면 되잖아요." 이순이 냉랭하게 대답했다. "저기 가게 번호 저장하시면 됩니다. 저기 벽에 쓰여 있네요." 거절당했음에도 하나도 어색하지 않은지 그가 웃으면서 말했다. "저기다 전화치면 그쪽이 받나?" 이순은 몸을 돌려 카운터로 발걸음을 향했다. "그때그때 한가한 사람이 받아요." 깔끔하게 생긴 남자는 주문을 끝내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주방 쪽을 두리번댈 뿐이었다. 진몽요는
남자는 아무 핑계나 대기 시작했다. "그냥 배달시키기 편하잖아요." 안야는 온연의 전화번호를 그에게 주며 말했다. "매일 가게로 전화 쳐서 주문하시잖아요? 온연 사장님, 평소에 주방에 계시느라 바빠서 주문받으실 시간 없으실 거예요. 그냥 평소대로 가게로 연락하세요." 남자는 조심스럽게 전화번호를 저장했다. "알겠어요. 고마워요." 가게로 돌아온 그녀는 이 사실을 온연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하지만 가게가 너무 바쁜 바람에 그만 잊어버리고 말았다. 저녁, 곧 문 닫을 시간. 온연의 핸드폰으로 문자 한 통이 날라왔다. '우유 한잔 주세요. 설탕 조금 넣어서요.' 주문이 왜 내 핸드폰으로 들어왔지? 그녀는 의아했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답장했다. '어디로 보내드리면 될까요?' 빠르게 답장이 왔다. '맞은편 건물이요. 먼저 만드세요. 다 만드시면 구체적인 주소 알려드릴게요.' 우유 한잔, 만들기 너무 쉬웠다. 그냥 데워서 포장만 하면 된다. 우유를 주문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준비를 끝마친 그녀는 그에게 문자를 보내 자세한 주소를 물어봤다. 그때 문자가 왔다. '배달 안 해주셔도 돼요. 당신 주려고 시킨 거니까. 연락처 추가해줄래요? 돈 보내드릴게요.' 그녀의 머리가 멍해졌다. 갑자기 목정침 생각이 났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아닌 것 같았다. 목정침이 이런 행동을 할 리가 없었다. 그럼 누구지? 그녀는 전화를 걸었다. 한참이 지나서야 전화가 걸렸다. 그녀는 친절하게 물었다. "누구세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숨소리가 몇 번 들리더니 몇 초 뒤 남자 목소리가 들렸다. "아마 기억 못하실 수도 있는데… 가게에도 몇 번 갔었어요. 배달주문도 많이 했었고요. 다른 게 아니라 그냥 친해지고 싶어서 연락드린건데… 괜찮을까요?" 목정침이 아닌 걸 확인한 그녀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마음속에 왠지 모를 실망감이 차올랐다. 수화기 너머에 있는 남자가 누군지 알 것만 같았다
깜짝 놀란 진몽요는 입안에 물었던 음식을 책상에 떨어트렸다. "당신 아니에요? 그럼 누가 잘못 배달한 거겠네요? 이미 열어서 먹었는데. 그게 아니라면 누가 독이라도 타서 준거겠죠? 어떡해요? 나 이제 곧 죽어요!" 경소경이 갑자기 큰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마음 놓고 먹어요. 제가 한 게 아니긴 한데 사람 시켜서 한 거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그쪽에 2호점 냈거든요. 저녁에 퇴근하고 집에 가면 배고플 거 같아서 만들어서 보내라고 했어요. 아마 너무 늦어서 그냥 놓고 간 것 같은데." 진몽요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왜 이렇게 못 됐어요? 주면 주는 거지 놀래키기는 왜 놀래켜요. 됐어요! 배고파 죽겠어요! 밥이나 먹을래요. 끊어요!" 전화가 끊긴 후, 온연은 진몽요의 이마를 밀었다. 그녀의 행동을 멈추었다. "아까 네 말투, 경소경이랑 통화하는 네 말투가 어땠는지 알아? 왜 이렇게 못됐어요~ 둘이 나 몰래 연애라도 하는 거야? 여기에 2호점 낸 것도 너 때문인 것 같은데? 너 밥 먹이려고?" 진몽요의 눈빛이 반짝거렸다. "그… 그래? 막말하지 마. 그거 그냥 내 원래 말투잖아. 나 때문이기는? 그래도 좋은데? 확실히 밥 먹기는 편해졌네. 그동안 못 먹어서 그리웠는데. 넌 아니야?" 온연은 그녀의 말을 믿지 않았다. "진짜 아무 사이 아니야?" 진몽요의 눈빛이 달라지더니 말투가 진지해졌다. "진짜 아니야. 그럴 일도 없고. 아마 평생 그럴 일 없을 테니까 밥이나 먹자. 얼른 쉬어야지." 진몽요가 이렇게 진지하게 얘기하는데, 온연도 더 이상 장난칠 수가 없었다. 그녀는 젓가락을 들어 밥을 먹기 시작했다. 그 김에 핸드폰을 열어보았다. 채팅 목록에 모르는 사람이 떴다. 꽤 멀끔하게 생긴 남자였다. 나이도 그녀와 비슷하고. 아마 가게에 왔었던 것 같은데. 그녀는 프로필을 눌러 확인해보았다. 저녁에 우유를 시킨 그 남자였다. 아까 친구 하자는 말에 대놓고 대답하지 않았는데. 이렇게 추가가 올 줄은 생
목정침은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그는 빠르게 인파 속으로 사라졌다. 온연은 창백한 웃음을 지었다. 하긴… 만나고 싶어하면 안 되는 거지… 그게 나아… 그날 술집에서의 포옹은 그냥 잊어버리면 그만이니까. 회사에 도착한 목정침은 고위관리자의 인솔하에 각 부서를 시찰했다. 안경에 가려진 그의 눈에서 차갑고 험악한 분위기가 뿜어져 나왔다. 주위 사람들은 덜덜 떨고 있었다. 모두 혹여나 그의 눈앞에서 실수라도 저지를까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이고는 방금 온연에게 커피 주문을 했다. 그는 목정침이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다는 걸 곁눈질로 확인하고는 황급히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계속 일에 열중했다. 아침에 목정침이 온다고 분명히 말했었다. 이런 때에 농땡이 부리다 들키면 잘릴 게 분명했다. 목정침은 이고의 옆을 지나가더니 갑자기 멈춰섰다. "여기, 복도가 너무 좁아요." 고위관리자는 인상을 찌푸리며 황급히 대답했다. "네네! 알겠습니다. 얼른 재배치 시키겠습니다!" 갑자기, 책상 위에 올려져 있던 이고의 핸드폰이 울렸다. 온연의 답장이었다. '네. 금방 만들어드릴게요.' 메시지 알림음이 목정침의 주의를 끌었다. 문자를 보낸 사람이 온연이란 걸 확인하자 목정침의 눈동자가 어둡게 드리워졌다. 그는 아무 말 없이 앞쪽에 있는 사무실로 걸어 들어갔다. 그의 뒤에 서 있던 고위관리자가 이고를 째려보더니 낮은 목소리로 이고를 나무랐다. "너! 앞으로 근무 시간에 핸드폰 보지 마!" 이고는 조금 긴장되었다. 고작 문자 하나 온 것뿐인데. 뭐 어떻게 되겠어? 사무실에 도착하자 목정침이 입을 열었다. "아까 그 직원, 들어오라고 해요." 고위관리자가 대답하더니 핸드폰을 꺼내 이고에게 문자를 보냈다. 문자를 확인한 이고는 일의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그는 황급히 사무실로 뛰어 들어갔다. "목 대표님…" 목정침은 고위관리자를 밖으로 내보냈다. 고위관리자는 웃으며 방을 나섰다.
고위관리자는 황급히 사무실로 들어갔다. "저기… 목 대표님. 이고 사원과의 일, 전해 들었습니다. 모르는 게 죄라고 하잖아요? 이제 알았으니 다시는 그러지 않을 겁니다. 이고 엄청 능력 있는 사원이에요. 목 대표님, 어떻게… 선처라도…?" 목정침은 의자에 앉아 담담하게 문서를 보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 뿜어내던 냉기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자른다는 말은 안 하지 않았나? 당신 말대로 모르는 게 죄니까. 회사 전체에 전해. 온연이 내 부인이라고. 걔가 만든 디저트는 좋아해도 상관없는데, 걔를 좋아한다면…" 고위관리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뜻인지 압니다. 모두 알아들을 겁니다. 근데 사모님은 왜 이런 데서 디저트 가게를?" 그의 질문에 목정침은 그를 째려보았다. "당신이 알아야 할 문제인가? 디저트 하나만 사다 줘.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이랑." 고위관리자는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냈다. "사모님네 가게에서 사면 될까요?" 목정침이 한심한 눈으로 그를 쳐다봤다. "그럼?" 고위관리자는 더 이상 못 있겠는지 빠르게 대답하고는 사무실을 떠났다. 일자리를 잃게 될까 두려웠던 이고가 그에게 다가와 물었다. "관리자님, 저 자르신데요?" 고위관리자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런 말씀 안 하셨어. 모르는 게 죄라고. 걱정마. 너 안 잘려. 지금 사모님 가게로 디저트 사러 가야 하니까 귀찮게 굴지 말고 가서 일이나 해! 목 대표님 엄청 부드럽다고 들었는데 다 가짠가 봐! 땀 난 것 좀 봐!" 고위관리자는 급하게 온연의 가게로 향했다. 통통한 체격과 술 때문에 한껏 나온 배가 그를 힘들게 했다. "사모님… 여기… 여기… 디저트 하나랑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이요!" 가게에 새로운 카운터는 젊은 엄마였다. 이름은 란샹. 이제 갓 유치원에 다니는 세 살짜리 아이가 있었다. 고위관리자가 이렇게 부르자 그녀는 조금 부끄러웠다. "저 사모님 아니에요. 저희 가게에는 사모님이 없는데? 사장님은 있어도. 사장
예군작은 갑자기 흥미가 떨어져 일어나 옷깃을 정리한 뒤, 바로 클럽에서 나왔다. 온 몸에 술냄새를 풍기며 예가네 저택으로 돌아온 뒤, 저택은 너무 불안할 정도로 조용했다. 그는 취했고, 술기운이 너무 올라와서 비틀거리며 위층으로 올라가며 국청곡의 이름을 불렀다. 국청곡은 자고 있다가 놀라서 깼고, 아이가 혹시라도 시끄러워서 깰까 봐 잠옷 원피스를 입고 일어나서 나와봤다. 그가 계단 입구에 앉아 인사불성이 된 걸 보고 그녀는 마음속 분노가 삭으라 들었다. “왜 이렇게 많이 마셨어요? 저녁에 그렇게 시끄럽게 하면 아이가 깰까 봐 걱정도 안돼요? 가요, 방에 가서 쉬게 내가 부축 해줄게요. 술 많이 마셨는데 속은 괜찮아요?” 그녀가 팔을 뻗어 그의 팔을 잡았을 때, 그는 갑자기 일어나서 그녀를 품에 안았고, 예전에는 느껴보지 못했던 힘으로 안았다. 그녀는 살짝 발꿈치를 들었고, 그를 밀어내야 할지 계속 안고 있어야 할지 몰랐다. 그가 분명 사람을 착각한 게 아닐까? 아니면 어떻게 이렇게 평소와 다를 수 있지? 그녀가 여러가지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그가 갑자기 중얼거렸다. “당신은 나중에 다른 사람을 사랑해서 갑작스럽게 나를 떠날 거예요?” 그녀는 살짝 힘으로 그를 밀어냈다. “아니요. 당신 취했어요, 그만해요. 너무 늦었어요.” 그는 그녀의 말을 듣지 않고, 그녀의 턱을 잡은 뒤 강제로 그를 보게 만들었다. “지금 나한테 왜 이렇게 성의가 없어요? 내가 당신이 싫어하는 일을 많이 했었잖아요, 그럼 날 떠날 생각 해본 적 있어요?” 그녀는 술 취한 남자를 상대하기 피곤해서 솔직하게 답했다. “있어요, 됐죠? 난 당신이 완전 체념할 때까지 기다리다가 아이를 데리고 당신을 떠날 거예요.” 그는 침묵했다. 갑작스러운 고요함은 사람을 두렵게 만들었다. 그의 차가운 눈빛을 보고 국청곡은 단호하게 대답한 걸 후회했다. “당신 술 먹고 주정부리면 나 계속 무시할 거예요.” 그는 무섭게 그녀의 입술을 덮쳤다. 그는 강제로 그녀를 안아서 안방으
목정침은 여유롭게 그를 보았다. “어디서 날 봤는데? 목가네는 절대 아닐 테고. 네 당시 그 신분으로는 목가네에 들어올 자격이 없었잖아.” 예군작은 그가 총구를 겨누는 것 같은 그의 말을 신경 쓰지 않고, 여자들을 다 쫒아 낸 뒤 두 사람만 남았을 때 말했다. “맞아, 목가네는 아니야. 우리 엄마랑 내가 살던 아파트 밑이였지.” 아파트 밑? 목정침은 자세히 회상을 했다. 전에 한번 그가 아버지를 따라서 회사에서 회의를 한 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한 아파트에 들른 적이 있었다. 아버지는 그에게 오랜 친구를 금방 만나고 올 테니 차에서 기다리라고 했었다. 그는 의구심을 갖지 않고 다른 쪽으로 생각하지 않았었다. 대충 10 여분 정도 기다렸던 것 같은데 아마 그때였던 거 같다. 생각해보니 웃겼다. 아버지는 애인을 만나러 가는 거였는데, 그는 아무것도 모르고 밑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만약 그가 미리 알았더라면 어쩌면 그 후에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이런 일들 때문에, 그는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미움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왜 그가 그런 일을 알게 만든 걸까? 왜 그가 그런 곳에 가게 한 걸까? 아버지는 그를 완전히 바보취급 했었다… 그의 반응을 보며 예군작이 이어서 말했다. “아마 생각났겠지. 그때 나도 밑에서 놀고 있었어. 아버지가 위로 올라가는 걸 보면서, 나도 예전처럼 신나게 따라올라 가려다가 형을 봤어. 그 순간 내 두 다리는 굳어버리고 말았지. 형한테 호기심도 생기고 질투도 나면서, 처음으로 내가 사생아라는 걸 확실히 알게 됐어. 형은 외제차 안에 타고 있고, 제일 좋은 대우를 받고 있었지만, 나는 엄마랑 빛도 안 들어오는 곳에 살면서, 당당하게 아빠랑 나가 보지도 못 했어. 단 한 번도… 나랑 우리 엄마가 아파도, 아버지는 사람을 보내셔서 우리를 병원에 보내주셨지. 난 언제부터 아빠를 싫어했을까…? 거의 기억도 안 나. 근데 갑자기 싫어한 게 된 건 아니고, 시간이 점점 지나면서 감정이 쌓였어. 난 우리 엄마도 싫
국청곡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가 언제부터 자신이 같이 자주길 원했었나? 예전에는 그녀가 방에서 자는 않는 것은 물론, 집에서 자지 않더라도 그는 절대로 묻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일부러 그를 피하고 있었다. 그녀는 요즘 자꾸 그가 이상한 생각을 하는 것 같았는데, 그녀는 출산을 하고 상처부위가 아직 회복이 되지 않은 것 같아 마음에 걸렸다. 그는 절대 남은 이해해 주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회사로 가는 길, 예군작의 얼굴은 매우 어두웠지만, 아택의 얼굴엔 봄바람이 부는 것처럼 기분이 매우 좋아 보였다. 예군작은 아택이 꼴보기 싫었다. “연애라도 시작했어? 아침부터 왜 그렇게 기분이 좋아.” 아택은 정직하게 말했다. “아니요, 그냥 단순히 기분이 좋아서요. 도련님은 왜 아침부터 화가 나셨어요?” 예군작은 국청곡을 떠올리자 화가 났다. “물어보지 마, 말하기 싫어. 오늘은 일찍 퇴근하고 클럽 가서 스트레스 좀 풀자.” 아택은 황급히 말했다. “저는 못 갈 것 같습니다, 도련님 혼자 다녀오세요. 안야씨가 저녁은 집에 와서 먹으라고 해서요.” 예군작은 그의 말에서 눈치를 챘다. “오, 그렇게까지 마음을 쓰는 거야? 이제 놀러도 안 가게? 남자가 그렇게 성실해서 어따 쓰게?” 아택은 사실대로 말했다. “단지 노는 게 지겨워서지, 다른 뜻은 없습니다. 그런 곳에서는 자기자신을 잃기 마련이니 안 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예군작은 아택을 강요하지 않았고 한 사람이 떠올랐다. 그 사람은 목정침이었다. 목정침과 그런 곳에 가면 재밌지 않을까? ...... 저녁. 목정침은 접대가 있다고 말한 뒤 집에 돌아와서 밥을 먹지 않았다. 온연도 그를 매우 믿었기에 더 묻지 않았다. 만약 그가 예군작에게 끌려가서 논 걸 알게 되면 화가 나서 미쳐 버릴 테다. 목정침은 장소에 도착한 후에서야 예군작이 음란하게 놀려는 걸 알았다. 룸 안에는 야릇한 조명이 켜져 있었고, 여자들은 다리를 훤히 내놓고 여러가지 자세를 취하고 있었으며, 예군
아택은 어떤 반응을 해야 할지 몰랐다. 예전에 예가네에서 어르신 밑에서 목숨을 받쳐 일하느라 너무 힘들어서 연애를 할 시간도 없었다. 나중엔 예군작 밑에서 일을 하면서, 클럽도 다니고 여자를 만나봤지만, 진짜 연애를 하려니 그는 하지 못 했다. 그는 꼭 찌질한 사내자식처럼 어쩔 줄을 몰라했다. 그가 대꾸를 안 하자 안야는 살짝 실망했다. “대체 이유가 뭐예요? 난 진짜 모르겠어서 그래요, 우리 정상적인 부부처럼 살기로 한 거 아니었어요? 근데… 우리가 지금 부부처럼 살고 있는 게 맞아요?” 아택은 그녀와 처음 자게 되었을 때가 떠올랐고, 그때는 예군작 때문에 임무를 완성해야 한다는 느낌으로 했었다. 그의 목젖이 살짝 움직였다. “가면 되잖아요…” 안야는 그가 매우 원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고, 꼭 그녀가 강요하는 느낌이었다. 그녀는 수치스러워서 입술을 깨물었다. “당신이 싫으면 나도 강요하지 않아요. 어차피 당신도 예군작 같은 사람 밑에서 일하니까 밖에서 많이 해봤을 거 아니에요. 원래 돈 많은 남자들은 다 그렇잖아요, 나 이해해요.” 아택은 머리가 아파왔다. “아니에요, 정말 아니에요. 도련님은 다리를 그렇게 오랫동안 다치셨는데 밖에 나가서 놀 시간이 어딨었겠어요? 이미 성실해지신지 오래 되셨고, 나도 매일 그 분만 따라다니니 혼자서는 더욱 그럴 일이 없어요. 나도… 싫은 거 아니에요. 그냥 시간 좀 필요해서 그래요.” 그가 젓가락을 내려놓자 안야는 빠르게 주방을 정리했다. “당신한데 준비할 시간을 주면 언제까지 시간이 필요할지 모르잖아요. 일단 들어와요.” 그녀는 말을 끝내고 먼저 안방으로 들어갔다. 아택은 어쩔 수 없이 따라 들어갔다. 안야는 갑자기 그를 안았고, 먼저 그에게 키스를 했다. 그녀의 부드러운 입술이 느껴지자, 아택은 숨이 멎었지만 이내 그녀의 허리에 팔을 감쌌다. …… 예군작은 하루종일 일을 하고 집에 돌아왔고, 국청곡이 안방이 아닌 아이방에서 자고 있는 걸 발견했다. 아이 방은 잠겨 있어서
아택은 침을 삼켰다. “아… 그냥 궁금해서 여쭤봤습니다.” 예군작은 일어나서 시계를 보고 외투를 챙겼다. “나 혼자 운전해서 퇴근할게, 너도 들어가.” 예군작은 대답을 한 뒤, 그를 위해 사무실 문을 열어주었고, 두 사람은 회사 문 앞까지 걸어간 뒤 각자의 길을 갔다. 예군작 밑에서 이렇게 오래 일을 하면서, 아택은 여전히 그의 심리를 알 수 없었다. 그는 어르신보다 더 파악하기 힘들었고, 사람의 마음은 깊기 때문에 한 사람을 파악하지 못 한다는 건 절대적으로 두려운 일이었다. 아택이 집에 돌아왔을 때 안야는 아직 자고 있지 않았고, 그들 대신해서 신발장에서 슬리퍼를 꺼낸 뒤, 또 능숙하게 주방에 들어가 그에게 줄 요리를 했다. 그녀가 바삐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서 아택은 왠지 모르게 마음이 놓였다. 아무리 집에 늦게 들어가도 누군가 불을 켜 놓고, 누군가 그를 기다리고, 따뜻한 밥이 준비되어 있는 건 인생에서 가장 편안함을 주는 일이었다. 그는 평소처럼 바로 샤워를 하지 않고, 소매를 걷어 올린 뒤 주방에 들어가 그녀가 요리하는 걸 도왔다. “오늘은 애기가 말 잘 들었어요?” 안야는 고개를 끄덕였다. “말 잘 들었어요, 사실 나 혼자서도 잘 챙길 수 있는데, 아주머니는 안 써도 되지 않을까요? 그러면 매달 소비를 좀 아낄 수 있잖아요. 당신 돈 버는 것도 힘든데, 우리끼리 아껴서 살면 좋잖아요. 당신은 움직이지 말고 좀 쉬어요, 하루종일 일하느라 피곤했을 텐데 이런 건 내가 하면 돼요.” 아택은 그녀에 의해 강제로 옆으로 쫓겨나서 완전히 끼어들 수 없었다. “그런 돈은 아낄 필요없어요. 집안 일도 하고 애도 보는데 당신도 힘들겠죠. 내 일은 엄청 힘든 편은 아니에요. 평소에 대부분은 거의 한가해서요.” 안야는 고개를 돌려 그를 향해 웃었다. “안 힘들면 다행이에요. 사실 내가 봤을 때 예군작씨도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 적어도 당신한테는 잘해주니까요.” 아택은 평소에 뒤에서 예군작의 얘기를 하진 않지만, 이 점은
진몽요는 억울해했다. “그러게 누가 나한테 장난치래요? 나도 순간 머리가 안 돌아가서 그런 거잖아요. 그래서 손부터 나간 거고요… 내가 잘못했어요. 나도 민망했어요, 당신 부모님이 다 봤잖아요. 지금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서 목구멍 밖으로 튀어나올 거 같고, 진짜 창피한 건 나라고요! 어머님 아버님이 봤을 때 내가 엄청 예의 없는 아이로 보였을 거 아니에요! 근데 내가 방금 식당 입구 봤었는데, 우리 몇 명 밖에 없었어요~” 경소경도 진짜로 화가 난 게 아니었다. 그는 그녀의 생각이 단순한 걸 알았기에, 생각이 짧은 건 정상이었다. “알겠어요, 그만 해명해요. 해명하는 건 감추려는 거고, 감추려는 건 사실이라는 거잖아요. 내가 나이를 이렇게 먹고도 참… 됐어요, 어차피 당신이 맨날 집에서 안 그러는 것도 아니니까요. 우리 엄마 아빠는 당신이 이런 사람인 거 이미 알고 있으시고, 이미 머릿속에 깊이 각인되어 있을 거예요. 이번 생에 그 인식은 달라지지 않을 거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진몽요는 호기심에 물었다. “부모님 눈에는 내가 어떤 사람인데요?” 경소경은 입꼬리를 올린 뒤 못된 웃음을 지었다. “생각이 간단하고 사지가 발달된 사람이요.” 이 간단한 한 마디는 당연히 매를 벌었다. 백수완 별장으로 돌아온 후, 진몽요는 시간이 어느정도 됐으니 강령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물었다. “엄마, 집에 들어갔어요? 어떻게 됐어요? 말 좀 해줘봐요.” 전화 너머 강령은 너무 웃어서 주름이 졌다. “난 괜찮은 거 같아. 그 분이 나한테 선물도 준비해 주셨더라고, 근데 사람이 많아서 민망해서 바로 못 주셨데, 그래서 차에서 주셨어. 그 분이 그리신 그림이었어, 그럴듯하게 도장도 찍혀 있더라고. 그 분은 짝을 찾아서 안정적으로 삶을 살고 싶다고 하시는데, 다들 알다시피 그분은 불만이 없고, 내가 마음에 든다길래, 내 의견을 물어봐서 나도 괜찮다고 했지. 그 분 얼굴이 너무 빨개지셔서 어둠속에서도 빨개지신 게 보이더라. 난 그저 그 분이랑 공통된 관심사가 없
강령은 얼굴이 빨개졌다. “네, 좋네요… 제 딸도 샤브샤브를 좋아해서요, 나중에 같이 갈게요.” 진몽요는 이 좋은 소식을 듣고, 이런 자리만 아니었다면 이미 신나게 웃었을 테다. 허영준이 샤브샤브 가게를 갖고 있는 줄은 몰랐고, 이 가게는 정말 그녀의 입맛을 저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건 그녀가 앞으로 샤브샤브를 배 터질 때까지 먹을 수 있다는 뜻인가? 허영준은 경성욱처럼 말이 많지 않아서, 식탁에서는 거의 대화가 없었다. 밥을 다 먹고 식당에서 나온 뒤, 허영준은 강령을 보며 물었다. “혼자 사시죠?” 이 말은 첫 맞선 자리에서 묻기엔 조금 이상했고, 마치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못 하는 목적이 있는 것 같았다. 진몽요는 허영준의 바른 모습을 보고 이상한 생각이 들지 않아 강령을 대신해서 대답했다. “엄마는 지금 혼자 살고 계세요. 그래서 제가 자주 보러가요, 어차피 멀지도 않으니까요.” 허영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다들 가는 방향이 다르시니, 제가 가는 길이 같아서 데려다 드리고 싶다는 말을 하고 싶었어요. 그러면 다들 왔다 갔다 하실 필요 없잖아요.” 그랬다. 허영준은 그저 말이 별로 없었지만 마음씨는 세심해서 이미 가는 길이 같은지 아닌지도 생각하고 있었기에 진몽요는 웃었다. “네, 그럼 부탁드릴게요, 아저씨.” 강령과 허영준이 차를 타고 멀어지자 하람은 진몽요에게 물었다. “네가 봤을 땐 어떤 거 같아?” 진몽요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경소경이 끼어들었다. “이게 이 사람 맞선도 아닌데, 이 질문을 왜 이 사람한테 하세요? 이 사람 생각은 중요하지 않죠, 어머님 마음에 드셔야 하는 거잖아요.” 하람은 그를 노려봤다. “그럼 네가 봤을 땐 어떤 것 같은데? 너희 생각도 중요하지, 아니면 왜 다같이 밥을 먹었겠어? 그럴거면 그냥 두 사람 따로 만나서 얘기 나누게 했지…” 경소경은 생각을 하다가 말했다. “사람은 괜찮은 거 같아요, 성실하고, 근데 말은 잘 못 하시네요.” 진몽요는 경소경의 피드백이 너무 일반적이라고
진몽요는 이런 일을 참고 있을 수 없어서, 경가네 공관에서 나오자마자 강령에서 살짝 얘기를 흘렸다. 강령의 태도는 사람을 본 다음에 다시 얘기해보자는 느낌이었고, 이미 한번의 실패를 통해서 조금 더 현명해졌기 때문에, 이번에는 제대로 상대를 봐야 했다. 순식간에 주말이 다가왔고, 진몽요는 원래 온연이랑 놀러 나가기로 했던 약속을 취소했다. 온연은 진몽요가 엄마에게 맞선을 주선하려는 걸 알고 의아해하지 않았다. 사람은 늘 그런 것 같았다. 나이가 젊든 많든, 다들 짝이 있어야 했다. 사람은 원래부터 무리지어 사는 동물이니 그 누구도 혼자 외롭게 살고싶어 하지 않았다. 백수완 레스토랑에 예약한 룸에 경소경은 요리를 배치한 뒤, 모든 게 준비가 다 되어 있었고, 이제 봄바람만 불어오면 됐다. 그 ‘봄바람’은 아직 오지 않았다. 강령은 잘 관리한 얼굴에 홍조를 띄웠다. “사돈, 그 분 만나 뵌 적 있으시죠? 좀 웃기실 것 같지만, 저 조금 긴장되네요. 이런 일까지 다들 출동해주시니 조금 죄송해서요.” 하람은 웃었다. “만난 적 있어요, 저희 집 사람보다 더 바르게 생겼으니 걱정 마세요. 마음이나 겉모습이나 다 이 사람보다 나으니까요.” 경성욱은 옆에서 감히 반박하진 못 했다. 그의 동문이 어디가 더 낫단 말인가? 그가 그렇게 후졌나? 사람들이 거의 30분정도 기다린 뒤, ‘봄바람’이 도착했다. 얼굴엔 비록 세월의 흔적이 묻어 있었지만, 여전히 젊었을 때의 풍채가 보였다. 유유상종이라는 말이 있듯이, 경성욱의 동문은 여러 방면에서 못난 게 없었다. 젊은 사람을 사이에 있어도 경소경처럼 인기가 많았고, 이 나이를 먹었어도 여전히 잘생긴 아저씨였다.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제가 나올 때 근처에서 차가 막혀서, 마음은 급했는데 방법이 없었어서요. 제가 사죄의 의미로 이번 식사 대접하겠습니다.” 경성욱이 말수가 적은 걸 알고 분위기를 살리는 일은 다 하람이 했다. “괜찮아요 허씨, 저희가 남도 아닌데요 뭘.” 말을 하면서 그녀는 강령의
경소경은 경성욱이 아이를 안고 싶어하는 걸 알고 바로 아이를 건네주었다. “한번 보세요.” 경성욱은 기쁘게 아이를 받은 한번 살펴보았다. 사실 기저귀는 갈은지 얼마 안돼서 깨끗했다. 경소경이 한가한 걸 보자 진몽요는 그를 째려봤고 경소경은 눈물없이 울고 있었다. 그는 아이를 안기 싫은 게 아니라 기회가 없었던 거였다. 식사 시간. 아이는 유모차 안에서 분유를 먹고 있었고, 유모차는 하람 옆에 있어서 하람은 밥을 먹으면서도 아이를 놀아주었다. 진몽요는 하람은 완전 존경했다. 처음에 그녀는 하람이 아이에 대한 열정이 한 순간일 줄 알았고, 시간이 지나면 아이를 귀찮아 할 줄 알았다. 그런데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그녀의 모습은 여전했고, 늘 손에서 놓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니 하람에게 아이를 맡겨서 그녀도 안심이 되었다. 갑자기, 하람은 그녀를 보며 물었다. “요즘 내가 애 보느라 사돈이랑 쇼핑할 시간도 없었고, 연락할 새도 없었는데, 넌 사돈이 혼자 계시는데 걱정 안되니?” 진몽요는 걱정이 없는 편이라, 많은 생각을 하지 않았어서 대답했다. “걱정할 게 뭐 있어요? 집에 대문 보안도 최고로 설치해 두었으니 괜찮아요. 제가 엄마 집에 가기도 해요, 시간만 있으면 가거든요.” 하람은 헛기침을 두 번 했다. “그… 사돈한테 새 짝 찾아드릴 생각은 없어? 너도 이제 시집왔고, 사돈도 계속 혼자 계시면 심심하시잖아, 나중에 나이 들었을 때 짝이 있으면 좋잖아. 지금은 비록 젊으셔서 마음대로 노실 수 있어도 혼자면 있으면 외롭기 마련이니까…” 중매하는 일은 하람도 처음이라 어떻게 얘기를 꺼내야 할지 몰랐고, 진몽요가 신경쓸까 봐 더 걱정했다. 진몽요는 그제서야 하람의 뜻을 이해하고 문득 깨달아서 말했다. “아아아… 그 일은 저도 생각 했었어요. 엄마도 예전에 스스로 노력해보셨는데, 적절한 사람을 못 찾았어요, 다 이상하고 못 미더운 사람들이었거든요. 저도 지금은 거기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어서, 제가 생각을 많이 못 해드린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