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의 모든 챕터: 챕터 421 - 챕터 430

1359 챕터

제421장

온연은 살짝 어이가 없었다. “그런 뜻으로 물어본 건 아니예요. 그냥 궁금해서. 자리는 항상 여기였나요?”  엘리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건물 자체가 워낙 조용해서 자리는 별로 상관없어요. 대표님도 좋은 분이셔서 나름 잘해주세요. 일 할 때 옆에 누가 있는 걸 싫어하셔서. 근데 가끔은 제가 도와드려야 할일이 있어서 여기가 편해요.”  얘기만 들어도 그가 좋은 사람이 아닌게 느껴지는데… 그녀는 그를 좋은 사람이라고 말하는 엘리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한 달 급여는 얼마정도예요? 그 사람 비서 일 꽤나 힘들텐데.”  급여 문제는 사람들이 어딜가나 얘기하기 꺼려했다. 온연이 물어보자 엘리도 딱히 숨기지 않았다. “기본 600만원 정도예요. 연말에는 인센티브도 있고요. 그렇게 힘들지도 않아서 괜찮아요.”  온연은 엘리가 좋은 대우를 받고 있다고 생각했다. 디자이너 일할때보다 월급이 더 많다니. 하긴 직업마다 급이 있으니까. 분명 최고급 디자이너들은 몸값도 엄청 나겠지?  사무실 안, 경소경은 잠시 고민하더니 입을 열었다. “정침아, 전지한테 찍혔다 나.”  목청침은 예상한 결과라는 듯 그에게 대답했다. “왜? 너한테 해코지라도 했어?”  경소경이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아무 일 없었어. 내 생각엔 이렇게 있다가는 진몽요만 피해볼 게 뻔할것 같아. 빨리 해결할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차라리 우리가 아무것도 몰랐다면 좋을텐데. 진몽요 빼고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건 너무한 거 같아. 너랑 전지의 평화도 일시적인 거잖아. 언제 깨질 지 모르고. 나중에 온연한테 사실을 다 말해버리면 결과적으로는 똑같으니까.”  목청침은 짜증나다는 듯 넥타이를 잡았다. “네가 무슨 말 하려는지 알아. 근데 둘 중에 하나를 골라야 한다면 난 온연을 선택할 거야. 다른 방법은 없어. 내가 자비로운 사람이 아니라는 거 너도 알잖아. 난 진몽요한테 어떠한 죄책감도 느끼지 않아. 우리는 그냥 진실을 알고 있을 뿐이잖아? 말을 하든 말든 그건 우리의 권리고. 진몽요랑 연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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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2장

전지가 냉철한 목소리로 말했다. “넌 그냥 네가 억울해서 내가 너 때문에 고통받길 원하는 거지? 나중에 우리 사이가 안정되면 헤어지자고 하면서 나한테 복수하려고. 나는 분명히 말했어. 내가 예전에 잘못한 거 인정해, 그리고 지금은 진심이라는 걸 너한테 보여줬잖아. 내가 더 어떻게 해야 돼? 네가 날 괴롭혀도 좋고 어떻게 하든 다 괜찮은데. 난 가족이 필요해. 너와 함께 꾸려가는 가족. 내 조건은 딱 하나야. 결혼. 오래 못 기다려줘.”  “네가 하고싶은 대로 하겠다면 내가 다 맞출 수 있어. 난 그냥 결혼이 하고싶을 뿐이야. 오늘은 싸우고 싶지 않아. 대화로 해결하고 싶어.”  비록 그의 태도는 온화했지만 진몽요는 그의 타협 속에서 숨겨진 강인함을 느꼈다. 그녀가 유일하게 원하는 건 결혼을 천천히 하는 것 뿐이였다. 긴 고민 끝에 그녀가 입을 열었다. “내 유일한 조건은 일찍 결혼하지 않는거야, 딱 네 조건의 반대지. 이제 문제점을 확실히 알았으니 같이 상의해서 문제를 해결하든지 하자. 아니면 계속 이렇게 싸우든지.”  예상 밖으로 그는 화를 내지 않았다. “당연히 상의해야지. 네가 이렇게 말하니까 생각난 건데. 그냥 결혼 일찍하는게 싫다는거지? 그래. 그럼 우리집으로 들어와서 살아. 이건 괜찮지?”  그녀는 어리둥절했다. 동거? 예전에 3년동안 사귈때도, 그와 같이 집에서 자주 있었지만 그 이상은 하지 않았다. 그 순간 그녀는 고민이 됐다. 생각해보면 그가 무리한 요구를 한 것도 아니고, 결혼만 미루면 된다는 게 그녀의 조건이었으니 충분히 고려해 볼만한 제안이었다.  “생각 좀 해볼 게.” 그녀는 바로 대답해주지 않았다. 그의 집으로 이사가서 둘이서 살 생각을 하니 왠지 불편할 것만 같았다.  “더 이상 네가 생각해본다는 말 듣고 싶지 않아. 난 널 충분히 고려해서 결혼 얘기도 접었는데, 동거도 안된다고? 우리 이렇게 오래 만났는데, 단순히 널 어떻게 해보겠다는 목적이었으면 이미 그랬겠지. 지금 당장 대답해, 나랑 같이 살던, 한 달 뒤에 결혼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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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3장

순간 목정침의 얼굴 색이 변했다. “다른거라… 뭐 아무것도 없진 않겠지. 내가 걔였으면 더한짓도 했어. 네가 묻고 싶은 게 뭐야?”  온연은 그가 전지를 대변한다고 느꼈고 이 또한 그 답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의아해하지 않았다. “그냥 내 생각엔…그의 행동들을 당신이 용서할 수 있으면 나도 당연히 용서할 수 있어요. 그 사람이 앞으로 몽요랑 함께 아무 일 없이 행복하고, 나중에 당신을 형으로 대할 수 있으면 그럼 된거죠.”  목청침은 더 이상 대꾸하지 않고 식사 후 서재로 향했다. 그는 진지한 표정으로 잠시 고민한후 경소경에게 문자 한 통을 보냈다: 진몽요 전지랑 동거한데.  문자가 왔을 때 경소경은 경가네 공관에서 하람과 식사중이었다. 문자를 본 그는 아무렇지 않은 듯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이 문자에 답장하면 목청침한테 진몽요를 좋아한다고 인정하는 꼴이 되고 그에게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일은 터무니없는 일이었다. 아직 본인도 확실하지 않은데 목청침은 왜 이렇게 확신하는 걸까?  하람은 그를 보고선 퉁명스럽게 물었다. “누구한테 온 문자야? 왜 답장 안해? 너 참 못났다. 겨우 며느리 보는 줄 알았더니 남한테 뺐겨서 프러포즈나 받게하고. 너도 신경 좀 써야지 않겠니?”  경소경은 머리가 아파왔다. “엄마, 그만 좀 하세요. 아들이 실연 당해서 마음이 아픈데 걱정은못해주실 망정 그렇게 야단만 치시면 계속 신경 쓰이잖아요.”  하람은 그를 노려보며 “신경 쓰이면 다행이네. 내가 보기엔 넌 실연 당한 사람 같지가 않아. 일반 사람들처럼 울고 술 마시고 해야 되는데 넌 안 그러잖아! 네가 진몽요를 정말 좋아했다면 그 애가 헤어지자고 안 했겠지. 다 네 탓이야.”  경소경은 반박하지 않았다. “그래요 다 제 탓이에요… 천천히 드세요, 저는 다 먹었으니 먼저가볼게요.”  하람은 답답한듯 말했다. “그래 가라 가, 앞으로 별 일 없으면 여기와서 밥 먹지마. 네 얼굴만보면 속이 터져 내가.”  경가네 공관에서 나온 경소경은 긴 한숨을 쉬었다. 그의 머릿속에는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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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4장

경소경은 아무렇지 않아 보였다. “진짜 동거하게요? 둘이서 같이 살면 불편할텐데. 연애하는거랑은 달라요. 결혼한 거처럼 사소한 일도 많고, 일찍부터 같이 살면 서로에 대한 감정도 무뎌지고, 시간 지나면 헤어질 확률도 크고요. 젊은사람들이 참, 벌써부터 결혼생활 하고싶어하는데 나중에 막상 해보면 상상했던거랑은 달라서 일찍 결혼한 사람들이 후회하는거에요.”  진몽요는 그의 말투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런 어르신들 말투로 말하지 말아줄래요? 누가 들으면 나이 엄청 많은 줄 알겠어요. 그 나이 되도록 결혼 안 하는 건 그쪽 일이지만, 우리 같은 여자들은 이 나이에 결혼 안 하면 노처녀되요. 됐고, 이런 얘기 그만하죠. 불편해서 앞으로 그쪽이랑 술 마시러 못 가겠네요.”  맞는 말이다. 앞으로 전지와 함께 살게되면 그와 함께 있을 일은 없을듯했다.  경소경은 왠지 모르게 마음이 초조했다. “만약에 어느날 보니까 전지가 평생 함께할 수 없는사람이라면요? 뭐든 큰 일 하기전에 차선책을 준비해둬요, 나중에 머리 아플 수 있으니.”  이상하다고 느낀 진몽요는 “무슨 뜻이에요? 이해를 못 하겠네.”  하고 싶은 말이 한 가득이지만 그녀에게만큼은 말할 수 없었고, 어느새 시속 120키로를 밟고 있었다. “못 알아들어서 다행이네요. 나중에 이해하면 이렇게 가볍게 무슨 뜻이냐고 묻지 않을거에요. 오늘 이 얘기 더 이상 안 하고 딱 한마디만 하고 끝낼게요. 전지랑 일찍부터 같이 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녀는 방법이 없었다고 말하고 싶었다. 결혼 외에 지금 전지를 안정시킬 수 있는 방법은 동거 밖에 없었다고. 지금 전지에게 그녀는 절대 놓치면 안되는 사람이었고 잠시 떨어 있기도 싫은 그런 상태였다. 그녀도 예전에 감정을 되찾아 오기가 어려워 아직도 헤매고 있었다. 사랑은 알다가도 모르겠고 뗄래야 뗄 수 없는 그런 감정이었다.  다른 사람의 고충을 듣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없으니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바에 도착하기전에 그녀의 휴대폰이 울렸다. 화면에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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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5장

진몽요는 전지의 말투가 너무 공격적이라고 느꼈지만 지금 입을 열면 일만 커지니 어쩔 수 없이 미안한 눈빛으로 경소경을 바라봤다.  경소경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딱딱하게 말했다. “저 사람이 빚진건 그 쪽이 갚을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요. 그땐 두 사람 헤어졌을 때였고, 나도 그쪽 대신해서 챙겨준 게 아니라 그렇게 말하는 건 적잘하지 않은 것 같네요. 나쁜짓 하면 결국엔 다 자신한테 돌아온 다는 말이있죠. 한번 실수는 용서가 되지만 두번째는 용서가 안되요.”  진몽요는 경소경이 전지에서 맞설 줄 몰랐다. 경소경은 늘 대충 남의 일 마냥 일하고 헤프게 웃는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전지는 경소경 말의 의미를 알아듣고 두 주먹을 꽉 쥐며 썩소를 지었다. “보아하니 저한테 불만이 많으신 거 같은데, 무슨 말이 하고싶은 거에요? 말하고 싶으면 참지 말고 그냥 말하세요.”  경소경은 선택권이 없었다. 목청침을 위해서라도 참아야만 했다. 그는 전지의 도발에 넘어가지 않고 진몽요를 한번 쳐다본 후 차를 타고 어둠속에서 사라졌다.  이 싸움은 누가봐도 전지의 승리였다. 그는 경소경이 못 말할 줄 알고 일부러 도발한 것이었다. 경소경은 늘 자신만의 철학을 지켜왔기에, 절대 여자 하나 때문에 친구를 버릴 사람이 아니었다.  차로 돌아와서 진몽요는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한 쪽은 남자친구고 한 쪽은 자신을 도와준 경소경이니 두 사람이 싸울 때 누구 한 쪽에 편을 들어줄 수 없었다.  전지는 그녀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왜? 신경 쓰여? 그런거라면 참지 말고 그냥 말해.”  그녀는 눈썹을 살짝 찌푸리며 “너는 그 사람이 날 도와준 걸 분명히 알았어, 그런데 왜 그런 태도로 말한거야?”  그는 강하게 반박했다. “그럼 너는 자기 여자친구랑 단둘이 데이트하려는 남자한테 어떻게 말해야 된다고 생각하는데? 그래서 기분 나쁘다는 거야 지금?”  이런 전지의 모습이 갑자기 너무나도 낯설게 느껴졌다. 만약에 그가 단순히 저런 이유로 인해 이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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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6장

“몽요야 미안해, 내가 잠깐 정신이 나갔었나 봐. 그런 말 안 하면 안되? 난 너랑 함께하고 싶어…” 그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그녀에게 부탁했다.  진몽요는 우유부단한 성격이지만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만큼은 단호했다. “전지야, 아니야, 내가 아까 생각을 정리해봤는데 내가 처음부터 이렇게 우유부단 했으면 안됐었던 것 같아. 너도 나한테 다시 돌아오지 않는 게 서로에게 더 좋을 뻔했어. 지금 넌 모든 걸 가졌으니 아무 여자나 만날 수 있잖아. 헤어진 그 날부터 넌 더 이상 내 것이 아니고, 나도 이젠 내 소유야. 너를 안 사랑하는 내 마음 더 속이고 싶지 않아.”   말이 끝나자 그녀는 차 문을 열고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떠났다. 가로등 아래 멀리 떠나가는 그녀의 그림자를 보며 전지는 쫓아가지 않고 그저 그녀야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바라만 보았다. 그녀가 한 걸음씩 사라질 때 마다 그의 가슴은 점점 차가워져만 갔다. 그는 점점 과거를 회상하며 서영생과 의지하던 고아시절을 떠올렸다. 사랑은 그에게 사치스러운 감정이었고 복수심과 증오만 가득했어야 했다.  결국 그는 그녀를 쳐다보지 않으려 시선을 애써 피했다. 애초부터 그의 사랑은 이루어 질 수없었다. 그가 직접 그녀를 불구덩이 속으로 밀었기에 그녀와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었다.  아무도 없는 길엔 진몽요 홀로 신발을 들고 맨발로 걷고 있었다. 울퉁불퉁한 바닥 때문에 발다닥이 다 긁혔고 한참동안 택시 한 대 지나가지 않았다. 심란한 마음을 해소하기 위해 그녀는 휴대폰을 꺼내 온연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가 연결되고 온연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진몽요는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연아, 나 전지랑 완전 끝났어. 이제 걔를 안 사랑하는 것 같아서 헤어지자고 했어.”  그녀의 목소리는 약간 떨렸지만 온연은 그녀의 눈물을 알아채지 못했다. “진짜 헤어졌어? 너 지금 어디야? 옆에 차소 리 들리는 데 밖이야?”  그녀는 코를 훌쩍이며 주위를 둘러봤다. “나도 여기가 어딘지 모르겠어. 사랑하지 않아서 헤어진거니 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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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7장

10분후, 목정침은 옷을 갈아입고 내려왔다. “가자.”  기쁜 모습을 한 그녀를 보고선 그가 자연스럽게 팔짱을 끼라는 듯 팔을 살짝 올렸다. 그녀는 볼이 빨개지더니 그를 향해 팔을 얻었다.  차에 타고 온연은 진몽요에게 전화를 걸었다. “몽요야, 너 어디야? 위치 찍어서 보내줘, 내가지금 갈게.”  진몽요는 걷다 지쳤는지 이미 길가에 쭈그려 앉아 있었다.위치를 받고 목정침은 속도를 올려 빠르게 달렸다. 운전에 열중한 그의 모습에 온연은 눈을 뗄 수 없었다. 온연은 두사람 사이에 이렇게 평화롭고 설렘 가득한 날이 올 줄 몰랐다. 이런 두근거리는 감정을 좋아해야 하는 걸까?  “너 계속 그렇게 쳐다볼거면 차 세운다.” 그녀의 시선을 의식한 그가 장난스럽게 말했다.  “나빴어…” 그녀는 시선을 거두고 창 밖을 바라보는 척했다.  “진짜 나쁘다고?” 그는 진심으로 물었다.  “그냥 해본 말이예요.” 그녀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한참동안 침묵하던 그가 무심결에 물었다. “넌 지금 생활에 만족해? 나랑 이렇게 계속 살아도 괜찮아? 우리 과거는 다 잊어버리고 다시 잘해보는 거 어때?”  그녀가 갑자기 필사적으로 가슴쪽을 가리자 그는 그녀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았다. “안에 안 입었어?”  그녀는 눈을 부릅뜨고 그를 노려봤다. “아니거든요.” 그녀는 그의 말을 듣고 심장이 터질 것처럼 빨리 뛰어서 그런 행동을 한 것이었다.  그는 여전히 인내심이 없었다. “아님 말고. 빨리 대답해줘, 네 대답이 궁금해.”  그녀는 입술을 깨물으며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왠지 모를 안도감이 들었지만 또 완전히 방심할 수는 없었다. 지금의 일어나는 모든 건다 장담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녀가 편지를 읽기 전까지는 다 거품에 불과했고 나중을 위한 희망고문일 뿐이었다.  진몽요에게 도착하자 온연은 그제서야 진몽요 얼굴을 보고 그녀가 울었다는 걸 발견했다. 두사람은 뒷자석에서 껴안으며 우는 그녀를 달래주었고, 목정침은 투명한 기사 취급을 당했다.  목정침은 여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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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8장

경소경은 얼른 일어나서 말했다. “다들 나가 있어. 오늘은 우리끼리 마시면 되니까 해산!”  여자들은 목정침의 기분을 눈치채고 하나둘씩 자리를 피했다. 임립은 경소경 옆으로 자리를땡겼고 온연과 진몽요가 한 쪽에 앉았다. 여자 둘과 그 맞은편에 남자 셋이 앉았다. 아까 같은 격앙된 분위기는 사라지고 어느 덧 싸늘한 공기만 가득했다.  임립은 이 분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할 수 없이 말했다. “청침이 사실 자주 안 와요, 여자들이랑 같이 술 마시지도 않고요, 다른 건 뭐…”  온연은 담담하게 본인과 진몽요의 술을 따르며 “알아요, 괜찮아요.”  그녀가 담담할수록 세 남자는 더 긴장했다. 목정침은 웨이터의 손길이 지나갔던 곳을 만지며 말했다. ”괜찮다면 괜찮은거야. 너희끼리 놀아.”  어색한 분위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술 몇 잔 들어가자 진몽요는 임립과 게임을 했고, 아무도 모르게 진몽요는 경소경의 눈을 마주칠 수가 없었다. 경소경이 여기 오기 전에 원래 그녀와 약속이 있었는데 전지 때문에 어색해져 그를 볼 낯이 없었다.  경소경은 그녀의 생각과는 달랐는지 게임에 동참했고 온연과 목정침까지 부추겼다.  자리에 있는 사람중에 온연만 초보여서 그녀만 벌주를 마셨고, 몇 잔 마시더니 버티기 힘들었다. “나 빼고 하는 게 어때요? 난 게임을 못해서 아니면 남은 술 다 내가 마시겠어요  목정침은 그녀의 술잔을 비웠다. “내가 대신 마실게.”  그의 이런 행동은 진몽요, 경소경 그리고 임립의 눈초리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진몽요는 꼴 사납다는 듯이 말했다. “와이프 있는 거 자랑해요? 나머지 솔로들 부러우라고?”   경소경은 목정침을 흘깃 보더니 표정이 살짝 흔들렸다. 그는 속으로 이미 진몽요와 전지가 헤어졌다는 걸 눈치채고 있었다. 그가 여기 오기전에, 그와의 약속이 그들의 이별로 이어질 줄 생각도 못했다.  바에서 나오자, 이미 새벽 한 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진몽요는 너무 취해서 헛소리만 하고 있었고 경소경이 부축하지 않았다면 그녀는 이미 바닥에 실신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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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9장

목정침은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 걔는 믿어도 돼. 설령 집에 안 데려다 줬어도 아무 일 없을거야.”  그녀도 경소경을 비교적 믿는 편이었지만 술을 마셔서 안전하지 못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알겠어요… 그리고 예전에 술집 자주 갔었죠? 그쪽 사람들이 잘 아는 거처럼 대하던데…” 그 여우가 그한테 기댄걸보면 잘 아는 게 당연했다.  목정침은 답하지 않고 반문했다. “질투나?”  그녀는 부인했다. “절대 아니요! 잘 거에요.”  그는 자세를 고쳐 앉고선 그녀는 품 속에 끌어안았다. “내일 같이 휴가가자, 거절은 안 돼.” 그는 다 생각해두었다. 전지와 진몽요가 헤어졌으니 그가 할 수 있는 건 시간을 끄는 것 뿐이었다. 온연은 이곳에서 떨어트려 편지를 열어 볼 수 없게 해 시간을 끌으려는 속셈이었다.  온연은 거절하지 않았지만 조건을 제시했다. “몽요랑 같이 가도 되요? 몽요가 실연당해서 바람 좀 쐬면 좋을 것 같은데. 그리고 단 둘이 가면 좀 불편하기도 하고, 그래도 되죠?”  그는 잠시 고민하더니 수긍했다. “그래…”  그는 혹시 그녀가 가기 싫을까봐 그녀의 부탁을 들어줘야 이 곳을 떠나게 할 수 있었다. 진몽요가 아니고 탕위엔을 데리고 간다고 해도 허락해줘야 했다.  그들 과는 다르게 경소경 쪽의 분위기는 반대였다. 백수완 빌리지 안에 경소경네 별장만 불이 켜져 있었다. 진몽요는 집에 도착하자 마자 밤새 토를 했고, 경소경은 그녀가 변기에 빠지지 않게 잡아줘야 했다.  토를 다 하고 진몽요는 굳이 샤워를 하고 그는 샤워가운을 갖고 문 앞에서 기다렸다. 안에서소리가 나지 않자 그제서야 그가 문을 두드리고 그녀의 대답을 기다렸다.  갑자기 안에서 양치소리가 들리자 그가 깜짝 놀라서 “설마 내 칫솔 쓰고 있는 거 아니죠?”  진몽요가 수건을 두르고 문을 살짝 열어 입가에 치약 자국을 묻힌 채 머리를 내밀었다. “당신 칫솔? 여기 내 집 아니예요?”  그는 “괜찮아요…그냥 써요. 칫솔 바꾼지 얼마 안됐는데 그 쪽이 괜찮으면 된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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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0장

그는 서서히 물러났지만 계속 그녀를 잡고 있었다. “이제와서 놔달라고요? 장난 그만치겠다고 먼저 말해요 그럼.”  그녀는 팔을 흔들며 그의 머리를 헝클러 놓았다. “싫어요! 마음이 불편하다구요! 계속 귀찮게 할래요.”  지금까지 그 어떤 여자도 그의 머리를 건들였던 적이 없어 그는 더욱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그녀의 팔을 들어 머리 위에 고정시켰다. “그쪽이 나 건들인거에요, 후회하지 마요.”  그녀가 말대꾸를 하기도 전에 그가 다시 그녀의 입을 맞췄다. 마지막 순간에 그는 이성을 되찾고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전지랑 한 적 있어요?”  그녀는 미친듯이 고개를 저으며 “아니요! 적절한 때가 아니었어요. 헤어지기 전이나 지금이나…”  그는 무의식중에 그녀가 전에 본인은 깨끗한 여자라고 했던 말이 생각났다. 그 말은 그녀가 아직 순결하다는 뜻이었다.  그는 불타는 마음을 애써 누르고 일어나서 거실로 나와 그녀를 안방에 가뒀다. 어둠속에서그의 담뱃불만이 빛나고 있었고, 만약 그녀가 전지와 한 적이 있었다면 그는 절대 고민하지 않았을 것이다.  ......  점심, 온연은 일어나자 마자 제일 먼저 진몽요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가 연결되고 그녀가 말을 하기도 전에 진몽요가 소리를 질렀다. “내가 왜 경소경네 집에 있어? 어제 그 사람이 우리집에 데려다 준 거 아니였어? 그 사람도 우리집으로 온 것 같았는데….”  온연은 폰을 살짝 귀에서 떼더니 “몽요야, 소리 좀 줄여 귀 터질 뻔했잖아. 너 그래서 지금 경소경네 집이라고? 너네 아무 일 없지?”  진몽요는 정신을 차리더니 샤워가운이 좀 흐트러진 것 빼고는 별로 이상한 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응, 아무 일 없는 것 같아… 그 사람 소파에서 잔 것 같아, 소파에 자고간 흔적이 있더아. 지금은 나가고 없어, 나 혼자 집에 두고 뭐 훔쳐갈까 불안하지도 않나?”  온연은 이 상황이 웃기다고 생각했다. “저번에 내가 경소경네 집에 가서 봤는데 집은 커도 막상 별 거 없었어. 딱히 비싼 거 없는 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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