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Chapter 411 - Chapter 420

1359 Chapters

제411장

그의 몸에 뭔가 변화가 있다는 걸 그녀도 알 수 있었다. 이불이 너무 얇았다. "이… 이러지 마요." 그녀의 저항은 무척이나 부드러웠다. 하나도 강압적이지 않았다. 온연이 저항한다고 해서 그만둘 목정침이 아니었다. 그는 단숨에 그녀를 자신의 팔 아래에 가둬두었다. 목정침은 버둥대는 그녀의 팔목을 움직이지 못하게 단단히 잡아두었다. 온연의 팔목은 한 손에 다 잡힐 정도로 얇았다. 곧 일어날 일을 의식해버린 온연은 당혹감에 빠져버렸다. "목정침…! 안하면 안 돼요?.." 그녀는 마음속 깊은 곳에서 거부하고 있었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느낌이 그녀의 머릿속에서 소용돌이쳤다. 목정침은 자신의 감정을 억제할 수 없었다. 그는 그녀의 입술에 살짝 입을 맞추며 말했다. "왜?" 왜? 그녀도 알 수가 없었다. 왜 거절하는 건지. 그의 질문에 어떻게 대답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법적으로 문제없는 부부 사이인데, 더할 나위 없이 정상인 일인데. 왜 이렇게 거부감이 드는걸가? 목정침과 강연연의 과거, 사흘 만에 세상을 떠난 자신의 아이, 그리고 그날 병원에서 겪었던 고통이 그녀에게 트라우마가 돼버렸다. 그리고 덮어둔 옛날의 일들도. 심개, 그리고 심씨 집안 사람들이 소리 없이 사라진 것까지. 모두 그녀에게 어느정도 책임이 있는 일들이다. 그녀가 편하게 지내면 지낼수록 그 일들에 대한 죄책감이 그녀를 숨 막히게 했다. 온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온연이 부끄러워한다고 생각한 목정침은 그녀의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 그녀는 긴장감에 눈을 질끈 감았다. 속눈썹까지 바들바들 떨며. 얼마 만에 느끼는 평화로운 생활인데? 그녀는 이 평화로움을 깨트리고 싶지 않았다. 그러니 그냥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결정적인 순간 온연은 갑자기 눈을 떴다. "안 돼요! 그거…" 잠깐 멍해 있던 목정침은 갑자기 뭐가 생각난 듯 그녀에게 말했다. "까먹고 준비 안 했는데…" 그녀가 입술을 깨물었다. "그럼 그만 해
Read more

제412장

진몽요가 극구 부인했다. "관심이라니. 그냥 말하는 거지. 그나저나 디저트 연구한다는 건 어떻게 됐어? 목정침이 그거 먹다가 죽을 뻔했다던데? 사실이야? 병원에서 링거까지 맞았다던데." 그 말에 온연의 가슴이 답답해졌다. "진전이 없어. 이쁘게 만드는 건 어떻게 되겠는데, 맛이 문제야. 탕위엔도 먹기 싫어한다니까. 다들 내가 주방에만 들어가면 덜덜 떨어. 정말 걱정이야." 진몽요는 호탕하게 웃었다. 그렇다고 온연을 너무 비웃지는 않았다. "연아, 나랑 같이 집 보러 갈래? 엄마가 자꾸 이사하겠다고 난리야. 빨리 결정 할 수 있게 나 좀 도와줘. 헛고생하지 않게 말이야." 마땅히 할 일도 없었던 온연은 그녀의 요청을 순순히 응했다. 진몽요는 온연을 만나자마자 그녀를 한쪽으로 끌고 갔다. "우리 엄마, 아마 별장 같은 집만 볼걸? 너 목씨 집안사람이잖아. 그 집에서 그렇게 오래 살았는데 집 보는 눈이야 당연히 있을 거고. 상태 괜찮고, 가격도 한20억 정도면 그냥 사버리려고. 엄마랑 하루종일 집 볼 겨를 없어. 너무 힘들어." 온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전지랑 결혼하기로 한 거야? 집은 전지가 사주는 거야?" 진몽요는 인상을 찌푸리더니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렇게 빨리 결혼할 생각 없어. 우리 엄마가 하도 이사 가자고 닦달해서. 나 시집 못 보내서 안달 났다니까. 그렇게 되면 이사도 더 빨리 갈 수 있고 전지가 집도 사주니까. 근데 아직은 결혼 생각이 없단 말이야. 그래서 엄마한테 말했지. 이사 가는 집 우리 돈으로 내야 한다고. 제대로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오전동안 동네를 세 군데나 돌아봤다. 둘러본 별장만 해도 7, 8채가 넘는데… 강령은 아직도 마음에 드는 별장을 고르지 못했다. 집이 맘에 들면 위치가 맘에 안 들고, 위치가 맘에 들면 집이 맘에 안 들었다. 그들은 점심을 먹으러 레스토랑으로 들어갔다. 진몽요는 그동안 둘러보았던 단독주택의 건축도를 강령에게 보여주었다. "빨리, 빨리 하
Read more

제413장

그들은 백화점 근처에 있는 카페에 들어갔다. 날씨가 너무 더웠다. 겨우 좀 시원해지려는 찰나 진몽요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진몽요는 전화를 받지 않을 생각이었다. 강령이 걸어온 것인 줄 알았는데… 발신자 번호에 전지가 뜬 것을 보고 나서야 전화를 받았다. 지금 회사에서 일할 시간인데? "여보세요? 왜?" 전지가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백화점으로 들어와. 보여줄 게 있어." 그들은 커피가 다 돼서야 카페 바로 옆에 있는 백화점으로 느릿느릿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백화점에 가득 찬 핑크색 풍선이 눈에 들어왔다. 그 모습을 본 온연이 싱글벙글 웃었다. "오늘 이벤트 하는 날인가 봐. 너무 이쁘다. 이것 봐, 풍선 엄청 많다." 진몽요는 생각이 조금 남다른 사람이다. "이쁘다고? 에어컨 바람 없었으면 벌써 다 터졌을걸. 폭탄 터진 것처럼 여기저기 널브러진 모습도 보고도 이쁘다고 할지 모르겠다." 진몽요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백화점 스크린에 두 사람의 모습이 나왔다. 이게 무슨 상황인지 파악하기도 전에 전지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몽요야, 오늘이 우리가 만난 지 3년 9개월째 되는 날이야. 너는 내가 만난 사람들 중에서 제일 아름다운 사람이야. 내가 너한테 부족한 사람이란 거 알아. 앞으로 만나면서 너한테 최선을 다할게. 너한테 빚진 결혼식, 난 할 준비 됐는데. 너는? 너는 준비 됐어?" 그때 정장을 입은 젊은 남자가 인파 속을 걷고 있었다. 그는 꽃다발을 손에 들고 진몽요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핑크색 풍선과 빨간색 꽃다발이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어느 누구 부러워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온연도 이렇게 감동 받았는데, 진몽요는 말할 것도 없지. 이렇게 성대한 청혼에 설레지 않는 여자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진몽요는 얼굴이 새빨개져서는 내내 두리번거렸다. 드디어 전지가 인파를 뚫고 그녀의 앞까지 걸어왔다. 전지는 한쪽 무릎을 꿇고는 반지를 꺼내 진몽요를 그윽하게 쳐다보았다
Read more

제414장

진몽요는 온연이 목씨 저택으로 들어가는 걸 보고 나서야 전지에게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전지, 너도 알고 있지? 내가 너 체면 차려주려고 네 청혼 받아준 거. 나 아직 결혼 생각 없어. 전에 말했었잖아." 전지는 놀라지 않았다. 알고 있었다는 듯 담담하게 그녀에게 말했다. "그래서?" 그녀는 손가락에 껴진 반지를 뺐다. "결혼에 확신이 생길 때까지 기다려줄래? 그때 다시 얘기하자. 아직은 결혼 생각 없어." 그의 입꼬리가 휘어지더니 냉소가 내뿜어졌다. "옛날에는 네가 나한테 결혼하자고 매달렸는데… 이제는 그 반대네? 뭐가 널 이렇게 바꿔 놓은 건데? 나는 네가 점점 더 좋아지는데 너는 아닌 것 같아. 인정할게. 내 잘못이라는 거. 열심히 고쳐나갈게.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 봐 그래. 일단 결혼부터 하자. 나한테 있는 불만이나 거슬리는 점도 천천히 개선해나갈게. 난 지금 너랑 결혼하고 싶어." 그녀는 고개를 떨구며 입술을 깨물었다. "미안해." 그는 엑셀을 끝까지 밟았다. 화가 머리끝까지 난 것 같았다. "미안하다는 소리 하지 마! 듣기 싫으니까! 한 달 뒤에 나랑 결혼하든가 아님 그냥 헤어지자. 그게 제일 깔끔하네. 몸이 불편하다는 것도 거짓말이지? 집에는 데려다줄게. 10분 뒤에 도착하니까 그동안 잘 생각해봐." 10분이란 시간은 그리 짧지 않았다. 전지는 차를 세운 뒤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래서 결론은?" "지금은 결혼할 생각 없어." 전지는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럼. 네 선택 존중해줄게. 너한테 빚진 거라고 생각하지 뭐. 옛날에 내가 나쁘게 굴었던거 그대로 돌려받았다고 생각할게. 우리 이제 서로 빚진 거 없지? 이제 그만 가." 그는 창문을 열어 담배를 피웠다. 그녀에게 눈길도 주지 않았다. 진몽요는 한숨을 내쉬고는 아무 말 없이 차에서 내렸다. 전지는 여전히 창밖을 쳐다보고 있었다. 담배를 들고있는 손이 바들바들 떨렸다. 진몽요를 궁지에 몰지 말걸…
Read more

제415장

온연은 그런 시끄러운 곳에 가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도 그녀는 진몽요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제안에 응했다. 온연은 목정침에게 이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목정침이 알면 분명 못 나가게 막을 것이다. 온연은 목정침이 퇴근하기 전에 준비를 다 하고 집 밖을 나섰다. 그녀는 목정침에게 문자를 보냈다. '저 몽요랑 나가서 밥 먹어요. 좀 놀다 올 거라 늦게 들어올 거예요.' 그녀가 하도 집에 박혀있었던 탓에 답답해하는거라고 생각했던 목정침은 아무 생각 없이 그녀에게 답장을 보냈다. '알겠어.' 그녀는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임집사는 그녀는 제로바 근처에 있는 술집에 내려주었다. 임집사가 멀리 사라지고 난 후, 온연은 제로바로 발걸음을 돌렸다. 술집 대문을 열자마자 진한 향수 냄새가 코를 어지럽혔다. 개성 있는 인테리어와 휘황찬란한 홀이 클럽을 더 고급스럽게 보이게 했다. 홀을 지나 따뜻한 불빛이 비치는 복도를 들어서자 신세계에 들어온 듯한 착각이 들었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손님은 많지 않았다. 디제이가 아직 출근을 안해서 그런지 그리 시끄럽지는 않았다. 진몽요는 그녀를 끌고 테이블을 하나 잡았다. "여기 주문할게요!" 직원은 무척이나 능숙하게 주문을 받아냈다. 진몽요가 통이 큰 걸 알아챘는지 그녀에게 비싼 술 몇 가지를 추천해주었다. 진몽요는 기분이 너무 더러웠다. 그녀는 직원이 추천해준 술 전부를 주문했다. 서비스로 올라온 메뉴만 해도 한가득이었다. "몽요야, 너무 많이 마시지는 마. 이런 데서 취하는 건 너무 위험해. 특히 여자한테는 더." 온연은 진몽요가 정신이 없이 마실까 봐 겁이 났다. "뭘 그렇게 겁내? 술 오랜만에 마시는 건 맞긴 한데, 좀만 지나면 옛날 기량 돌아올 거야. 내 주량 몰라? 걱정하지 마. 아무리 취해도 넌 꼭 집에 데려다줄 테니까." 진몽요는 나만 믿으라며 어깨를 툭툭 치더니 주문한 술을 전부 열어버렸다. 진몽요가 자신의 어
Read more

제416장

남자의 얼굴색이 어두웠다. "얼마나 마신 거야?" 귀에 익은 목소리에 그녀는 고개를 들어 그 남자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얼어버렸다. 경소경이었다. 그녀의 머릿속으로 얼마 전에 봤던 뉴스가 스쳐 지나갔다. 그녀는 담담한 척하며 그를 놀려댔다. "왜요? 또 취미 즐기러 오셨나? 많이 안 마셨어요. 연이가 저기서 기다리고 있어요. 그러니까 먼저 갈게요. 혼자 노세요. 경소경은 그녀를 놓아주지 않았다. 아무도 없는 계단으로 끌고 갔다. "온연이랑 같이 왔다고요? 혼자가 아니라? 목정침이 알면 어쩌려고 단둘이서 왔어요?" 진몽요는 경소경을 밀쳐냈다. "맞아요. 단둘이서 왔어요. 연이가 이런데 어디 와봤겠어요? 목정침이랑 사는데? 인생의 낙도 못 즐기는데, 사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그리고, 지금 저 가르치시는 거예요? 듣기 싫으니까 저리 비키세요!" 진몽요가 취한 걸 눈치챈 그는 더 이상 그녀와 실랑이를 벌이지 않았다. "그만 마시고 이제 그만 가요. 데려다줄 테니까." 진몽요가 눈살을 찌푸렸다. "지금 나 신경 쓰는 거에요? 상관없지 않나? 그리고 저 아직 갈 생각 없거든요!" 경소경의 인상이 찌푸려졌다. 그의 아름다운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프러포즈 받은 지 얼마나 됐다고 이런 데를 오는 거예요? 결혼하기 전에 마음껏 즐기자 뭐 그거에요? 아니면 너무 기뻐서 축하주 마시러 온 건가? 이렇게 노는데 전지가 뭐라 안 해요?" ‘전지’ 두 글자에 진몽요는 경소경의 멱살을 잡았다. "사람 속을 꼭 그렇게 긁어야 속이 시원해요? 우리 지금 헤어지기 일보 직전이거든요? 한 달 안에 결혼하자고 얼마나 보채는지…. 난 결혼 생각 없는데… 그리고 옛날 그 느낌도 없단 말이에요… 성급하게 결정하고 싶지 않아요." 그는 꼿꼿하게 서 있었다. 아무리 잡아당겨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옛날의 그 느낌이 없다는 말에 뭐에 홀린 듯이 입을 열었다. "망설여진다는게 뭘 의미하겠어요? 그냥 헤어져요.
Read more

제417장

온연은 진몽요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시선을 돌렸다. 온연은 심장이 떨어지는 줄 알았다. 사람들중에서 유난히 눈에 띄어서 안볼래야 안 볼 수가 없었다. 술을 마셔서 그런지 그렇게 무섭지는 않았다. 온연은 술을 한잔 더 들이키고는 몽요에게 말했다. "몽요야, 나 먼저 갈게. 무슨 일 생기면 꼭 연락해…" 목정침과 경호원들은 빠르게 자신들이 앉은 자리로 가까워졌다. 온연은 목정침이 화내기 전에 그의 품에 안겼다. "몽요랑 같이 밥 먹다가, 시간이 너무 이르길래 술 마시러 왔어요. 당신은 여기 어떻게 왔어요?" 목정침의 얼굴은 무척이나 어두웠다. 알딸딸하게 취한 온연의 모습을 보자 화가 머리끝까지 차올랐다. 감정을 겨우 가라앉혔다. "너 찾으러 왔어. 집에 가자." 온연은 목정침 몰래 진몽요에게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는 목정침과 클럽을 벗어났다. 그녀는 경소경이 술집에 있다는 사실과 밀고자가 경소경이라는 사실을 차에 탄 후에야 알게 되었다. "경소경이 말해서 내가 찾아오지 않았다면 계속 거기서 놀았겠네? 거기서 언제까지 있으려고 그랬어? 누가 그런데 가래? 여자가 그런 데서 술 마시는 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알아? 내 말은 듣는 척도 안 하지? 간이 배 밖으로 나왔어?" 그녀는 자신에게 화를 내는 목정침에게 침착하게 대답했다. "알겠어요… 다신 안 갈게요. 가게 된다면 당신이랑 같이 갈게요. 됐죠?" 목정침은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머리가 아픈지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며 그녀에게 말했다. "다음은 없어! 나도 이제는 그런데 안 갈 거고." 그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갑자기 속이 메스꺼워지기 시작했다. 더 이상 참을 수가 없던 그녀는 진락에게 차를 세워달라 부탁했다. "저 토하고 싶어요! 차 좀 세워주세요!" 진락이 황급히 차를 길가에 세웠다. 목정침은 한차례의 소격동이 지난 후에야 유유히 차에서 내려 그녀에게 종이와 물을 건네주었다. "진짜 도로에 버리고 가고 싶다!" 그녀는 입
Read more

제418장

휴대폰이 울렸다. 경소경의 전화였지만 그녀는 받을 생각이 없어 바로 끊어버렸다. 그녀의 머릿속은 이미 복잡해질대로 복잡해져있었다. 더 이상 방해받고 싶지 않았다.  2분정도 지나고, 뒤에서 발걸음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리자마자 경소경의 눈동자와 마주쳤다. 마음이 찔린 그녀는 휴대폰을 천천히 가방안으로 넣었다. “휴..휴대폰 배터리가 닳아서요.”  그는 눈썹을 살짝 치켜 올리며 말했다. “배터리가 나갔으면 전화를 받을 수 없거나 꺼져 있다고 안내음이 나와야 하는데, 왜 신호음이 가다가 끊긴거죠? 내가 바보로 보이나봐요?”  진몽요는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그녀는 고개를 푹 숙였다. 쥐 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경소경은 더 이상 그녀가 왜 전화를 끊었는지에 대해 따져 묻지 않았다. 그가 웃으며 말했다. “됐어요. 데려다 줄게요.”  그가 차 키를 꺼내자 그녀가 말했다. “술 마셨잖아요, 운전하면 안 되죠.”  그가 신기한듯 그녀는 쳐다보았다. “술 마신 거 어떻게 알았어요?”  그녀는 시선을 어디에 둘지 몰라 눈빛이 이리저리 헤맸다. 절대로 그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 보고싶지 않았다. 그가 키스를 하지 않았다면 아마 몰랐을 거다. 그의 입 안에 남아있던 알코올이 느껴졌다. 이런 곳에 오면 당연히 술을 마실 거라 생각했다. “이런데서 술 안 마시면 물만 마시게요?”  그녀가 민망해하는 걸 눈치챈건지 그가 대리운전을 불렀다. 옆에 누군가가 있어야 조금 더 편할 것 같았다.  가는 길에, 두 사람은 눈을 감은 채 별다른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술을 많이 마셔서 그런지 속이 안 좋은 듯 했다. 차가 진몽요의 집 아래 도착해서도 그녀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자 그가 그녀를 툭툭 쳤다. “도착했어요.”  그녀는 비몽사몽 눈을 떠서 밖을 쳐다보았다. 자신의 집에 도착 한 걸 확인 한 그녀는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차에서 내렸다.  경소경의 차가 출발하지 않았다는 걸 눈치챘지만 그녀는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걸음걸이가 너무나도 멀쩡했다. 아까
Read more

제419장

그녀는 의심을 품은 채 부엌으로 내려와 진몽요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제 그녀가 바에서 떠날 때 경소경도 있었으니 경소경이 진몽요를 신경 써줬을거라고 생각했다.  신호음이 한참 울리고 나서야 전화가 통했다. 진몽요는 잠이 덜 깬 목소리로 그녀에게 물었다. “무슨일이야? 너 왜 이렇게 일찍 일어났어?”  온연은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일찍? 벌써 10시야. 나도 금방 깼어. 어제 경소경이 데려다줬어? 너 얼마나 마셨어?”  진몽요는 한동안 아무말도 못했다. 어제 경소경과 키스했다는 사실이 그제야 생각났다. 술이 모자랐는지 어제의 일들이 생생하게 기억이 났다.  그녀가 대답이 없자 온연이 걱정되는 말투로 물었다. “왜 아무 말이 없어? 어제 무슨 일 있었어?”  진몽요가 한숨을 쉬었다. “아니. 나중에 만나서 얘기할게. 오늘 전지랑 점심 먹기로 했거든. 걔랑 얘기 좀 해보려고. 그만 일어나서 씻고 준비해야겠다. 너가 전화 안 했으면 전지 바람 맞힐 뻔했네. 나중에 전화할게.”  전화가 끝나자마자 목정침으로부터 문자 한통이 왔다. 지금 그녀는 목정침의 이름만 봐도 깜짝깜짝 놀란다. 목정침이 그녀에게 일어났는지 물었다.  그녀는 어제 일에 대해서 묻고 싶었지만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어 그냥 일어났다고 대답만 했다.  문자에 답장하자마자 그에게서 전화가 왔다. “이제 일어났어?”  기분이 꽤나 좋은 듯한 목소리였다. 어제 클럽 간 것에 대해서 그리 화가 나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 그녀가 안도했다. “네. 지금 아침 먹고 있어요.”  그는 평소와 다르게 대화를 이어나갔다. “싱거운 거로 먹어. 술 마셔서 속 안 좋잖아. 이따가 할 일 없으면 회사로 와. 어차피 집에만 있는거 심심하잖아.”  그녀가 대답하자 전화가 끊겼다. 그녀는 방금 용기 있게 물어보지 못한 것에 대해 후회했다. 그냥 어제 저녁에 무슨 일 없었는지 물어보고 싶었을 뿐인데 말이다. 왜 말을 못 꺼낸걸까? 안 물어보면 계속 신경 쓰일텐데…  오후 2시가 다 되어서야 그녀는 느긋하게
Read more

제420장

그는 그녀를 놀리고 싶은 마음을 꾹 참았다. “당연히 했지. 안 했다고 생각했어? 너 디저트 좋아하는 거 같아서 시켜놨어. 이따 오면 먹어봐. 내가 먹어본 것 중에 제일 특별한 걸로 시켰으니까.”  그는 말을 끝내자마자 책상으로 가더니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가져오세요. 아메리카노 두 잔이랑 같이요.”  전화를 끊은 그는 아직도 발그레한 온연의 얼굴을 보며 장난스럽게 물었다. “설마 부끄러운 거 아니지? 우리 서로 안지가 몇 년인데… 아직도 부끄러워하는 건 좀 이상한 거 아닌가?”  그녀는 부정했다. 하지만 그녀의 얼굴은 여전히 빨갰다. “그런 거 아니거든요!”  그는 그녀가 거짓말하고 있다는걸 알았챘지만 모르는 척 했다. “아직 함께 할 날이 많이 남았는데… 매번 네가 고양이 앞에 쥐 마냥 기죽어 있는 건 싫어. 안 잡아먹으니까 긴장 풀어.”  잠시 후 엘리가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 “대표님, 디저트 왔습니다.”  목정침이 들어오라고 하자 앨리는 문을 열고 방안으로 들어왔다. 그녀는 따뜻한 커피와 함께 예쁘게 포장된 디저트 상자를 온연 앞에 내려놓았다.  온연은 아기자기한 디저트를 보고 깜짝 놀랐다. 보기만 해도 너무 특별해 보이는 디저트였다. 목정침이 칭찬할 정도면 맛은 보장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녀는 먼저 딸기 케이크를 한 입 먹어 보았다. 입 속에 들어가자 마자 살살 녹았다. 달지도 않고 느끼하지도 않은 게 지금까지 먹어본 디저트중에 단연 최고였다.  “커피랑 같이 먹어.” 그가 말했다.  그의 말을 듣고 커피를 한 모금 입안으로 넘겼다. 고소한 커피향이 디저트와 입안에서 섞이며 또 하나의 색다른 맛이 입안에서 펼쳐졌다. “맛있어요! 저는 평생을 연습해도 이런 맛은 못 낼거예요.” 그가 그녀가 만드는 디저트를 먹지 않은 데는 이유가 있었다. 눈 앞의 디저트와 비교하니 그녀가 만든 건 ‘지옥’이나 다름없었다.  그가 걸어오더니 녹색 디저트를 한 숟갈 떴다. 그는 포크를 그녀의 입가에 갖다 댔다. “이것도 먹어봐.”  그녀는 신
Read more
PREV
1
...
4041424344
...
136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