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몽요는 온연이 목씨 저택으로 들어가는 걸 보고 나서야 전지에게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전지, 너도 알고 있지? 내가 너 체면 차려주려고 네 청혼 받아준 거. 나 아직 결혼 생각 없어. 전에 말했었잖아." 전지는 놀라지 않았다. 알고 있었다는 듯 담담하게 그녀에게 말했다. "그래서?" 그녀는 손가락에 껴진 반지를 뺐다. "결혼에 확신이 생길 때까지 기다려줄래? 그때 다시 얘기하자. 아직은 결혼 생각 없어." 그의 입꼬리가 휘어지더니 냉소가 내뿜어졌다. "옛날에는 네가 나한테 결혼하자고 매달렸는데… 이제는 그 반대네? 뭐가 널 이렇게 바꿔 놓은 건데? 나는 네가 점점 더 좋아지는데 너는 아닌 것 같아. 인정할게. 내 잘못이라는 거. 열심히 고쳐나갈게.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 봐 그래. 일단 결혼부터 하자. 나한테 있는 불만이나 거슬리는 점도 천천히 개선해나갈게. 난 지금 너랑 결혼하고 싶어." 그녀는 고개를 떨구며 입술을 깨물었다. "미안해." 그는 엑셀을 끝까지 밟았다. 화가 머리끝까지 난 것 같았다. "미안하다는 소리 하지 마! 듣기 싫으니까! 한 달 뒤에 나랑 결혼하든가 아님 그냥 헤어지자. 그게 제일 깔끔하네. 몸이 불편하다는 것도 거짓말이지? 집에는 데려다줄게. 10분 뒤에 도착하니까 그동안 잘 생각해봐." 10분이란 시간은 그리 짧지 않았다. 전지는 차를 세운 뒤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래서 결론은?" "지금은 결혼할 생각 없어." 전지는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럼. 네 선택 존중해줄게. 너한테 빚진 거라고 생각하지 뭐. 옛날에 내가 나쁘게 굴었던거 그대로 돌려받았다고 생각할게. 우리 이제 서로 빚진 거 없지? 이제 그만 가." 그는 창문을 열어 담배를 피웠다. 그녀에게 눈길도 주지 않았다. 진몽요는 한숨을 내쉬고는 아무 말 없이 차에서 내렸다. 전지는 여전히 창밖을 쳐다보고 있었다. 담배를 들고있는 손이 바들바들 떨렸다. 진몽요를 궁지에 몰지 말걸…
온연은 그런 시끄러운 곳에 가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도 그녀는 진몽요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제안에 응했다. 온연은 목정침에게 이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목정침이 알면 분명 못 나가게 막을 것이다. 온연은 목정침이 퇴근하기 전에 준비를 다 하고 집 밖을 나섰다. 그녀는 목정침에게 문자를 보냈다. '저 몽요랑 나가서 밥 먹어요. 좀 놀다 올 거라 늦게 들어올 거예요.' 그녀가 하도 집에 박혀있었던 탓에 답답해하는거라고 생각했던 목정침은 아무 생각 없이 그녀에게 답장을 보냈다. '알겠어.' 그녀는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임집사는 그녀는 제로바 근처에 있는 술집에 내려주었다. 임집사가 멀리 사라지고 난 후, 온연은 제로바로 발걸음을 돌렸다. 술집 대문을 열자마자 진한 향수 냄새가 코를 어지럽혔다. 개성 있는 인테리어와 휘황찬란한 홀이 클럽을 더 고급스럽게 보이게 했다. 홀을 지나 따뜻한 불빛이 비치는 복도를 들어서자 신세계에 들어온 듯한 착각이 들었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손님은 많지 않았다. 디제이가 아직 출근을 안해서 그런지 그리 시끄럽지는 않았다. 진몽요는 그녀를 끌고 테이블을 하나 잡았다. "여기 주문할게요!" 직원은 무척이나 능숙하게 주문을 받아냈다. 진몽요가 통이 큰 걸 알아챘는지 그녀에게 비싼 술 몇 가지를 추천해주었다. 진몽요는 기분이 너무 더러웠다. 그녀는 직원이 추천해준 술 전부를 주문했다. 서비스로 올라온 메뉴만 해도 한가득이었다. "몽요야, 너무 많이 마시지는 마. 이런 데서 취하는 건 너무 위험해. 특히 여자한테는 더." 온연은 진몽요가 정신이 없이 마실까 봐 겁이 났다. "뭘 그렇게 겁내? 술 오랜만에 마시는 건 맞긴 한데, 좀만 지나면 옛날 기량 돌아올 거야. 내 주량 몰라? 걱정하지 마. 아무리 취해도 넌 꼭 집에 데려다줄 테니까." 진몽요는 나만 믿으라며 어깨를 툭툭 치더니 주문한 술을 전부 열어버렸다. 진몽요가 자신의 어
남자의 얼굴색이 어두웠다. "얼마나 마신 거야?" 귀에 익은 목소리에 그녀는 고개를 들어 그 남자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얼어버렸다. 경소경이었다. 그녀의 머릿속으로 얼마 전에 봤던 뉴스가 스쳐 지나갔다. 그녀는 담담한 척하며 그를 놀려댔다. "왜요? 또 취미 즐기러 오셨나? 많이 안 마셨어요. 연이가 저기서 기다리고 있어요. 그러니까 먼저 갈게요. 혼자 노세요. 경소경은 그녀를 놓아주지 않았다. 아무도 없는 계단으로 끌고 갔다. "온연이랑 같이 왔다고요? 혼자가 아니라? 목정침이 알면 어쩌려고 단둘이서 왔어요?" 진몽요는 경소경을 밀쳐냈다. "맞아요. 단둘이서 왔어요. 연이가 이런데 어디 와봤겠어요? 목정침이랑 사는데? 인생의 낙도 못 즐기는데, 사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그리고, 지금 저 가르치시는 거예요? 듣기 싫으니까 저리 비키세요!" 진몽요가 취한 걸 눈치챈 그는 더 이상 그녀와 실랑이를 벌이지 않았다. "그만 마시고 이제 그만 가요. 데려다줄 테니까." 진몽요가 눈살을 찌푸렸다. "지금 나 신경 쓰는 거에요? 상관없지 않나? 그리고 저 아직 갈 생각 없거든요!" 경소경의 인상이 찌푸려졌다. 그의 아름다운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프러포즈 받은 지 얼마나 됐다고 이런 데를 오는 거예요? 결혼하기 전에 마음껏 즐기자 뭐 그거에요? 아니면 너무 기뻐서 축하주 마시러 온 건가? 이렇게 노는데 전지가 뭐라 안 해요?" ‘전지’ 두 글자에 진몽요는 경소경의 멱살을 잡았다. "사람 속을 꼭 그렇게 긁어야 속이 시원해요? 우리 지금 헤어지기 일보 직전이거든요? 한 달 안에 결혼하자고 얼마나 보채는지…. 난 결혼 생각 없는데… 그리고 옛날 그 느낌도 없단 말이에요… 성급하게 결정하고 싶지 않아요." 그는 꼿꼿하게 서 있었다. 아무리 잡아당겨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옛날의 그 느낌이 없다는 말에 뭐에 홀린 듯이 입을 열었다. "망설여진다는게 뭘 의미하겠어요? 그냥 헤어져요.
온연은 진몽요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시선을 돌렸다. 온연은 심장이 떨어지는 줄 알았다. 사람들중에서 유난히 눈에 띄어서 안볼래야 안 볼 수가 없었다. 술을 마셔서 그런지 그렇게 무섭지는 않았다. 온연은 술을 한잔 더 들이키고는 몽요에게 말했다. "몽요야, 나 먼저 갈게. 무슨 일 생기면 꼭 연락해…" 목정침과 경호원들은 빠르게 자신들이 앉은 자리로 가까워졌다. 온연은 목정침이 화내기 전에 그의 품에 안겼다. "몽요랑 같이 밥 먹다가, 시간이 너무 이르길래 술 마시러 왔어요. 당신은 여기 어떻게 왔어요?" 목정침의 얼굴은 무척이나 어두웠다. 알딸딸하게 취한 온연의 모습을 보자 화가 머리끝까지 차올랐다. 감정을 겨우 가라앉혔다. "너 찾으러 왔어. 집에 가자." 온연은 목정침 몰래 진몽요에게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는 목정침과 클럽을 벗어났다. 그녀는 경소경이 술집에 있다는 사실과 밀고자가 경소경이라는 사실을 차에 탄 후에야 알게 되었다. "경소경이 말해서 내가 찾아오지 않았다면 계속 거기서 놀았겠네? 거기서 언제까지 있으려고 그랬어? 누가 그런데 가래? 여자가 그런 데서 술 마시는 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알아? 내 말은 듣는 척도 안 하지? 간이 배 밖으로 나왔어?" 그녀는 자신에게 화를 내는 목정침에게 침착하게 대답했다. "알겠어요… 다신 안 갈게요. 가게 된다면 당신이랑 같이 갈게요. 됐죠?" 목정침은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머리가 아픈지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며 그녀에게 말했다. "다음은 없어! 나도 이제는 그런데 안 갈 거고." 그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갑자기 속이 메스꺼워지기 시작했다. 더 이상 참을 수가 없던 그녀는 진락에게 차를 세워달라 부탁했다. "저 토하고 싶어요! 차 좀 세워주세요!" 진락이 황급히 차를 길가에 세웠다. 목정침은 한차례의 소격동이 지난 후에야 유유히 차에서 내려 그녀에게 종이와 물을 건네주었다. "진짜 도로에 버리고 가고 싶다!" 그녀는 입
휴대폰이 울렸다. 경소경의 전화였지만 그녀는 받을 생각이 없어 바로 끊어버렸다. 그녀의 머릿속은 이미 복잡해질대로 복잡해져있었다. 더 이상 방해받고 싶지 않았다. 2분정도 지나고, 뒤에서 발걸음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리자마자 경소경의 눈동자와 마주쳤다. 마음이 찔린 그녀는 휴대폰을 천천히 가방안으로 넣었다. “휴..휴대폰 배터리가 닳아서요.” 그는 눈썹을 살짝 치켜 올리며 말했다. “배터리가 나갔으면 전화를 받을 수 없거나 꺼져 있다고 안내음이 나와야 하는데, 왜 신호음이 가다가 끊긴거죠? 내가 바보로 보이나봐요?” 진몽요는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그녀는 고개를 푹 숙였다. 쥐 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경소경은 더 이상 그녀가 왜 전화를 끊었는지에 대해 따져 묻지 않았다. 그가 웃으며 말했다. “됐어요. 데려다 줄게요.” 그가 차 키를 꺼내자 그녀가 말했다. “술 마셨잖아요, 운전하면 안 되죠.” 그가 신기한듯 그녀는 쳐다보았다. “술 마신 거 어떻게 알았어요?” 그녀는 시선을 어디에 둘지 몰라 눈빛이 이리저리 헤맸다. 절대로 그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 보고싶지 않았다. 그가 키스를 하지 않았다면 아마 몰랐을 거다. 그의 입 안에 남아있던 알코올이 느껴졌다. 이런 곳에 오면 당연히 술을 마실 거라 생각했다. “이런데서 술 안 마시면 물만 마시게요?” 그녀가 민망해하는 걸 눈치챈건지 그가 대리운전을 불렀다. 옆에 누군가가 있어야 조금 더 편할 것 같았다. 가는 길에, 두 사람은 눈을 감은 채 별다른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술을 많이 마셔서 그런지 속이 안 좋은 듯 했다. 차가 진몽요의 집 아래 도착해서도 그녀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자 그가 그녀를 툭툭 쳤다. “도착했어요.” 그녀는 비몽사몽 눈을 떠서 밖을 쳐다보았다. 자신의 집에 도착 한 걸 확인 한 그녀는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차에서 내렸다. 경소경의 차가 출발하지 않았다는 걸 눈치챘지만 그녀는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걸음걸이가 너무나도 멀쩡했다. 아까
그녀는 의심을 품은 채 부엌으로 내려와 진몽요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제 그녀가 바에서 떠날 때 경소경도 있었으니 경소경이 진몽요를 신경 써줬을거라고 생각했다. 신호음이 한참 울리고 나서야 전화가 통했다. 진몽요는 잠이 덜 깬 목소리로 그녀에게 물었다. “무슨일이야? 너 왜 이렇게 일찍 일어났어?” 온연은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일찍? 벌써 10시야. 나도 금방 깼어. 어제 경소경이 데려다줬어? 너 얼마나 마셨어?” 진몽요는 한동안 아무말도 못했다. 어제 경소경과 키스했다는 사실이 그제야 생각났다. 술이 모자랐는지 어제의 일들이 생생하게 기억이 났다. 그녀가 대답이 없자 온연이 걱정되는 말투로 물었다. “왜 아무 말이 없어? 어제 무슨 일 있었어?” 진몽요가 한숨을 쉬었다. “아니. 나중에 만나서 얘기할게. 오늘 전지랑 점심 먹기로 했거든. 걔랑 얘기 좀 해보려고. 그만 일어나서 씻고 준비해야겠다. 너가 전화 안 했으면 전지 바람 맞힐 뻔했네. 나중에 전화할게.” 전화가 끝나자마자 목정침으로부터 문자 한통이 왔다. 지금 그녀는 목정침의 이름만 봐도 깜짝깜짝 놀란다. 목정침이 그녀에게 일어났는지 물었다. 그녀는 어제 일에 대해서 묻고 싶었지만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어 그냥 일어났다고 대답만 했다. 문자에 답장하자마자 그에게서 전화가 왔다. “이제 일어났어?” 기분이 꽤나 좋은 듯한 목소리였다. 어제 클럽 간 것에 대해서 그리 화가 나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 그녀가 안도했다. “네. 지금 아침 먹고 있어요.” 그는 평소와 다르게 대화를 이어나갔다. “싱거운 거로 먹어. 술 마셔서 속 안 좋잖아. 이따가 할 일 없으면 회사로 와. 어차피 집에만 있는거 심심하잖아.” 그녀가 대답하자 전화가 끊겼다. 그녀는 방금 용기 있게 물어보지 못한 것에 대해 후회했다. 그냥 어제 저녁에 무슨 일 없었는지 물어보고 싶었을 뿐인데 말이다. 왜 말을 못 꺼낸걸까? 안 물어보면 계속 신경 쓰일텐데… 오후 2시가 다 되어서야 그녀는 느긋하게
그는 그녀를 놀리고 싶은 마음을 꾹 참았다. “당연히 했지. 안 했다고 생각했어? 너 디저트 좋아하는 거 같아서 시켜놨어. 이따 오면 먹어봐. 내가 먹어본 것 중에 제일 특별한 걸로 시켰으니까.” 그는 말을 끝내자마자 책상으로 가더니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가져오세요. 아메리카노 두 잔이랑 같이요.” 전화를 끊은 그는 아직도 발그레한 온연의 얼굴을 보며 장난스럽게 물었다. “설마 부끄러운 거 아니지? 우리 서로 안지가 몇 년인데… 아직도 부끄러워하는 건 좀 이상한 거 아닌가?” 그녀는 부정했다. 하지만 그녀의 얼굴은 여전히 빨갰다. “그런 거 아니거든요!” 그는 그녀가 거짓말하고 있다는걸 알았챘지만 모르는 척 했다. “아직 함께 할 날이 많이 남았는데… 매번 네가 고양이 앞에 쥐 마냥 기죽어 있는 건 싫어. 안 잡아먹으니까 긴장 풀어.” 잠시 후 엘리가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 “대표님, 디저트 왔습니다.” 목정침이 들어오라고 하자 앨리는 문을 열고 방안으로 들어왔다. 그녀는 따뜻한 커피와 함께 예쁘게 포장된 디저트 상자를 온연 앞에 내려놓았다. 온연은 아기자기한 디저트를 보고 깜짝 놀랐다. 보기만 해도 너무 특별해 보이는 디저트였다. 목정침이 칭찬할 정도면 맛은 보장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녀는 먼저 딸기 케이크를 한 입 먹어 보았다. 입 속에 들어가자 마자 살살 녹았다. 달지도 않고 느끼하지도 않은 게 지금까지 먹어본 디저트중에 단연 최고였다. “커피랑 같이 먹어.” 그가 말했다. 그의 말을 듣고 커피를 한 모금 입안으로 넘겼다. 고소한 커피향이 디저트와 입안에서 섞이며 또 하나의 색다른 맛이 입안에서 펼쳐졌다. “맛있어요! 저는 평생을 연습해도 이런 맛은 못 낼거예요.” 그가 그녀가 만드는 디저트를 먹지 않은 데는 이유가 있었다. 눈 앞의 디저트와 비교하니 그녀가 만든 건 ‘지옥’이나 다름없었다. 그가 걸어오더니 녹색 디저트를 한 숟갈 떴다. 그는 포크를 그녀의 입가에 갖다 댔다. “이것도 먹어봐.” 그녀는 신
온연은 살짝 어이가 없었다. “그런 뜻으로 물어본 건 아니예요. 그냥 궁금해서. 자리는 항상 여기였나요?” 엘리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건물 자체가 워낙 조용해서 자리는 별로 상관없어요. 대표님도 좋은 분이셔서 나름 잘해주세요. 일 할 때 옆에 누가 있는 걸 싫어하셔서. 근데 가끔은 제가 도와드려야 할일이 있어서 여기가 편해요.” 얘기만 들어도 그가 좋은 사람이 아닌게 느껴지는데… 그녀는 그를 좋은 사람이라고 말하는 엘리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한 달 급여는 얼마정도예요? 그 사람 비서 일 꽤나 힘들텐데.” 급여 문제는 사람들이 어딜가나 얘기하기 꺼려했다. 온연이 물어보자 엘리도 딱히 숨기지 않았다. “기본 600만원 정도예요. 연말에는 인센티브도 있고요. 그렇게 힘들지도 않아서 괜찮아요.” 온연은 엘리가 좋은 대우를 받고 있다고 생각했다. 디자이너 일할때보다 월급이 더 많다니. 하긴 직업마다 급이 있으니까. 분명 최고급 디자이너들은 몸값도 엄청 나겠지? 사무실 안, 경소경은 잠시 고민하더니 입을 열었다. “정침아, 전지한테 찍혔다 나.” 목청침은 예상한 결과라는 듯 그에게 대답했다. “왜? 너한테 해코지라도 했어?” 경소경이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아무 일 없었어. 내 생각엔 이렇게 있다가는 진몽요만 피해볼 게 뻔할것 같아. 빨리 해결할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차라리 우리가 아무것도 몰랐다면 좋을텐데. 진몽요 빼고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건 너무한 거 같아. 너랑 전지의 평화도 일시적인 거잖아. 언제 깨질 지 모르고. 나중에 온연한테 사실을 다 말해버리면 결과적으로는 똑같으니까.” 목청침은 짜증나다는 듯 넥타이를 잡았다. “네가 무슨 말 하려는지 알아. 근데 둘 중에 하나를 골라야 한다면 난 온연을 선택할 거야. 다른 방법은 없어. 내가 자비로운 사람이 아니라는 거 너도 알잖아. 난 진몽요한테 어떠한 죄책감도 느끼지 않아. 우리는 그냥 진실을 알고 있을 뿐이잖아? 말을 하든 말든 그건 우리의 권리고. 진몽요랑 연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