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연은 진몽요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시선을 돌렸다. 온연은 심장이 떨어지는 줄 알았다. 사람들중에서 유난히 눈에 띄어서 안볼래야 안 볼 수가 없었다. 술을 마셔서 그런지 그렇게 무섭지는 않았다. 온연은 술을 한잔 더 들이키고는 몽요에게 말했다. "몽요야, 나 먼저 갈게. 무슨 일 생기면 꼭 연락해…" 목정침과 경호원들은 빠르게 자신들이 앉은 자리로 가까워졌다. 온연은 목정침이 화내기 전에 그의 품에 안겼다. "몽요랑 같이 밥 먹다가, 시간이 너무 이르길래 술 마시러 왔어요. 당신은 여기 어떻게 왔어요?" 목정침의 얼굴은 무척이나 어두웠다. 알딸딸하게 취한 온연의 모습을 보자 화가 머리끝까지 차올랐다. 감정을 겨우 가라앉혔다. "너 찾으러 왔어. 집에 가자." 온연은 목정침 몰래 진몽요에게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는 목정침과 클럽을 벗어났다. 그녀는 경소경이 술집에 있다는 사실과 밀고자가 경소경이라는 사실을 차에 탄 후에야 알게 되었다. "경소경이 말해서 내가 찾아오지 않았다면 계속 거기서 놀았겠네? 거기서 언제까지 있으려고 그랬어? 누가 그런데 가래? 여자가 그런 데서 술 마시는 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알아? 내 말은 듣는 척도 안 하지? 간이 배 밖으로 나왔어?" 그녀는 자신에게 화를 내는 목정침에게 침착하게 대답했다. "알겠어요… 다신 안 갈게요. 가게 된다면 당신이랑 같이 갈게요. 됐죠?" 목정침은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머리가 아픈지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며 그녀에게 말했다. "다음은 없어! 나도 이제는 그런데 안 갈 거고." 그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갑자기 속이 메스꺼워지기 시작했다. 더 이상 참을 수가 없던 그녀는 진락에게 차를 세워달라 부탁했다. "저 토하고 싶어요! 차 좀 세워주세요!" 진락이 황급히 차를 길가에 세웠다. 목정침은 한차례의 소격동이 지난 후에야 유유히 차에서 내려 그녀에게 종이와 물을 건네주었다. "진짜 도로에 버리고 가고 싶다!" 그녀는 입
휴대폰이 울렸다. 경소경의 전화였지만 그녀는 받을 생각이 없어 바로 끊어버렸다. 그녀의 머릿속은 이미 복잡해질대로 복잡해져있었다. 더 이상 방해받고 싶지 않았다. 2분정도 지나고, 뒤에서 발걸음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리자마자 경소경의 눈동자와 마주쳤다. 마음이 찔린 그녀는 휴대폰을 천천히 가방안으로 넣었다. “휴..휴대폰 배터리가 닳아서요.” 그는 눈썹을 살짝 치켜 올리며 말했다. “배터리가 나갔으면 전화를 받을 수 없거나 꺼져 있다고 안내음이 나와야 하는데, 왜 신호음이 가다가 끊긴거죠? 내가 바보로 보이나봐요?” 진몽요는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그녀는 고개를 푹 숙였다. 쥐 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경소경은 더 이상 그녀가 왜 전화를 끊었는지에 대해 따져 묻지 않았다. 그가 웃으며 말했다. “됐어요. 데려다 줄게요.” 그가 차 키를 꺼내자 그녀가 말했다. “술 마셨잖아요, 운전하면 안 되죠.” 그가 신기한듯 그녀는 쳐다보았다. “술 마신 거 어떻게 알았어요?” 그녀는 시선을 어디에 둘지 몰라 눈빛이 이리저리 헤맸다. 절대로 그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 보고싶지 않았다. 그가 키스를 하지 않았다면 아마 몰랐을 거다. 그의 입 안에 남아있던 알코올이 느껴졌다. 이런 곳에 오면 당연히 술을 마실 거라 생각했다. “이런데서 술 안 마시면 물만 마시게요?” 그녀가 민망해하는 걸 눈치챈건지 그가 대리운전을 불렀다. 옆에 누군가가 있어야 조금 더 편할 것 같았다. 가는 길에, 두 사람은 눈을 감은 채 별다른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술을 많이 마셔서 그런지 속이 안 좋은 듯 했다. 차가 진몽요의 집 아래 도착해서도 그녀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자 그가 그녀를 툭툭 쳤다. “도착했어요.” 그녀는 비몽사몽 눈을 떠서 밖을 쳐다보았다. 자신의 집에 도착 한 걸 확인 한 그녀는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차에서 내렸다. 경소경의 차가 출발하지 않았다는 걸 눈치챘지만 그녀는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걸음걸이가 너무나도 멀쩡했다. 아까
그녀는 의심을 품은 채 부엌으로 내려와 진몽요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제 그녀가 바에서 떠날 때 경소경도 있었으니 경소경이 진몽요를 신경 써줬을거라고 생각했다. 신호음이 한참 울리고 나서야 전화가 통했다. 진몽요는 잠이 덜 깬 목소리로 그녀에게 물었다. “무슨일이야? 너 왜 이렇게 일찍 일어났어?” 온연은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일찍? 벌써 10시야. 나도 금방 깼어. 어제 경소경이 데려다줬어? 너 얼마나 마셨어?” 진몽요는 한동안 아무말도 못했다. 어제 경소경과 키스했다는 사실이 그제야 생각났다. 술이 모자랐는지 어제의 일들이 생생하게 기억이 났다. 그녀가 대답이 없자 온연이 걱정되는 말투로 물었다. “왜 아무 말이 없어? 어제 무슨 일 있었어?” 진몽요가 한숨을 쉬었다. “아니. 나중에 만나서 얘기할게. 오늘 전지랑 점심 먹기로 했거든. 걔랑 얘기 좀 해보려고. 그만 일어나서 씻고 준비해야겠다. 너가 전화 안 했으면 전지 바람 맞힐 뻔했네. 나중에 전화할게.” 전화가 끝나자마자 목정침으로부터 문자 한통이 왔다. 지금 그녀는 목정침의 이름만 봐도 깜짝깜짝 놀란다. 목정침이 그녀에게 일어났는지 물었다. 그녀는 어제 일에 대해서 묻고 싶었지만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어 그냥 일어났다고 대답만 했다. 문자에 답장하자마자 그에게서 전화가 왔다. “이제 일어났어?” 기분이 꽤나 좋은 듯한 목소리였다. 어제 클럽 간 것에 대해서 그리 화가 나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 그녀가 안도했다. “네. 지금 아침 먹고 있어요.” 그는 평소와 다르게 대화를 이어나갔다. “싱거운 거로 먹어. 술 마셔서 속 안 좋잖아. 이따가 할 일 없으면 회사로 와. 어차피 집에만 있는거 심심하잖아.” 그녀가 대답하자 전화가 끊겼다. 그녀는 방금 용기 있게 물어보지 못한 것에 대해 후회했다. 그냥 어제 저녁에 무슨 일 없었는지 물어보고 싶었을 뿐인데 말이다. 왜 말을 못 꺼낸걸까? 안 물어보면 계속 신경 쓰일텐데… 오후 2시가 다 되어서야 그녀는 느긋하게
그는 그녀를 놀리고 싶은 마음을 꾹 참았다. “당연히 했지. 안 했다고 생각했어? 너 디저트 좋아하는 거 같아서 시켜놨어. 이따 오면 먹어봐. 내가 먹어본 것 중에 제일 특별한 걸로 시켰으니까.” 그는 말을 끝내자마자 책상으로 가더니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가져오세요. 아메리카노 두 잔이랑 같이요.” 전화를 끊은 그는 아직도 발그레한 온연의 얼굴을 보며 장난스럽게 물었다. “설마 부끄러운 거 아니지? 우리 서로 안지가 몇 년인데… 아직도 부끄러워하는 건 좀 이상한 거 아닌가?” 그녀는 부정했다. 하지만 그녀의 얼굴은 여전히 빨갰다. “그런 거 아니거든요!” 그는 그녀가 거짓말하고 있다는걸 알았챘지만 모르는 척 했다. “아직 함께 할 날이 많이 남았는데… 매번 네가 고양이 앞에 쥐 마냥 기죽어 있는 건 싫어. 안 잡아먹으니까 긴장 풀어.” 잠시 후 엘리가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 “대표님, 디저트 왔습니다.” 목정침이 들어오라고 하자 앨리는 문을 열고 방안으로 들어왔다. 그녀는 따뜻한 커피와 함께 예쁘게 포장된 디저트 상자를 온연 앞에 내려놓았다. 온연은 아기자기한 디저트를 보고 깜짝 놀랐다. 보기만 해도 너무 특별해 보이는 디저트였다. 목정침이 칭찬할 정도면 맛은 보장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녀는 먼저 딸기 케이크를 한 입 먹어 보았다. 입 속에 들어가자 마자 살살 녹았다. 달지도 않고 느끼하지도 않은 게 지금까지 먹어본 디저트중에 단연 최고였다. “커피랑 같이 먹어.” 그가 말했다. 그의 말을 듣고 커피를 한 모금 입안으로 넘겼다. 고소한 커피향이 디저트와 입안에서 섞이며 또 하나의 색다른 맛이 입안에서 펼쳐졌다. “맛있어요! 저는 평생을 연습해도 이런 맛은 못 낼거예요.” 그가 그녀가 만드는 디저트를 먹지 않은 데는 이유가 있었다. 눈 앞의 디저트와 비교하니 그녀가 만든 건 ‘지옥’이나 다름없었다. 그가 걸어오더니 녹색 디저트를 한 숟갈 떴다. 그는 포크를 그녀의 입가에 갖다 댔다. “이것도 먹어봐.” 그녀는 신
온연은 살짝 어이가 없었다. “그런 뜻으로 물어본 건 아니예요. 그냥 궁금해서. 자리는 항상 여기였나요?” 엘리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건물 자체가 워낙 조용해서 자리는 별로 상관없어요. 대표님도 좋은 분이셔서 나름 잘해주세요. 일 할 때 옆에 누가 있는 걸 싫어하셔서. 근데 가끔은 제가 도와드려야 할일이 있어서 여기가 편해요.” 얘기만 들어도 그가 좋은 사람이 아닌게 느껴지는데… 그녀는 그를 좋은 사람이라고 말하는 엘리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한 달 급여는 얼마정도예요? 그 사람 비서 일 꽤나 힘들텐데.” 급여 문제는 사람들이 어딜가나 얘기하기 꺼려했다. 온연이 물어보자 엘리도 딱히 숨기지 않았다. “기본 600만원 정도예요. 연말에는 인센티브도 있고요. 그렇게 힘들지도 않아서 괜찮아요.” 온연은 엘리가 좋은 대우를 받고 있다고 생각했다. 디자이너 일할때보다 월급이 더 많다니. 하긴 직업마다 급이 있으니까. 분명 최고급 디자이너들은 몸값도 엄청 나겠지? 사무실 안, 경소경은 잠시 고민하더니 입을 열었다. “정침아, 전지한테 찍혔다 나.” 목청침은 예상한 결과라는 듯 그에게 대답했다. “왜? 너한테 해코지라도 했어?” 경소경이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아무 일 없었어. 내 생각엔 이렇게 있다가는 진몽요만 피해볼 게 뻔할것 같아. 빨리 해결할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차라리 우리가 아무것도 몰랐다면 좋을텐데. 진몽요 빼고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건 너무한 거 같아. 너랑 전지의 평화도 일시적인 거잖아. 언제 깨질 지 모르고. 나중에 온연한테 사실을 다 말해버리면 결과적으로는 똑같으니까.” 목청침은 짜증나다는 듯 넥타이를 잡았다. “네가 무슨 말 하려는지 알아. 근데 둘 중에 하나를 골라야 한다면 난 온연을 선택할 거야. 다른 방법은 없어. 내가 자비로운 사람이 아니라는 거 너도 알잖아. 난 진몽요한테 어떠한 죄책감도 느끼지 않아. 우리는 그냥 진실을 알고 있을 뿐이잖아? 말을 하든 말든 그건 우리의 권리고. 진몽요랑 연결
전지가 냉철한 목소리로 말했다. “넌 그냥 네가 억울해서 내가 너 때문에 고통받길 원하는 거지? 나중에 우리 사이가 안정되면 헤어지자고 하면서 나한테 복수하려고. 나는 분명히 말했어. 내가 예전에 잘못한 거 인정해, 그리고 지금은 진심이라는 걸 너한테 보여줬잖아. 내가 더 어떻게 해야 돼? 네가 날 괴롭혀도 좋고 어떻게 하든 다 괜찮은데. 난 가족이 필요해. 너와 함께 꾸려가는 가족. 내 조건은 딱 하나야. 결혼. 오래 못 기다려줘.” “네가 하고싶은 대로 하겠다면 내가 다 맞출 수 있어. 난 그냥 결혼이 하고싶을 뿐이야. 오늘은 싸우고 싶지 않아. 대화로 해결하고 싶어.” 비록 그의 태도는 온화했지만 진몽요는 그의 타협 속에서 숨겨진 강인함을 느꼈다. 그녀가 유일하게 원하는 건 결혼을 천천히 하는 것 뿐이였다. 긴 고민 끝에 그녀가 입을 열었다. “내 유일한 조건은 일찍 결혼하지 않는거야, 딱 네 조건의 반대지. 이제 문제점을 확실히 알았으니 같이 상의해서 문제를 해결하든지 하자. 아니면 계속 이렇게 싸우든지.” 예상 밖으로 그는 화를 내지 않았다. “당연히 상의해야지. 네가 이렇게 말하니까 생각난 건데. 그냥 결혼 일찍하는게 싫다는거지? 그래. 그럼 우리집으로 들어와서 살아. 이건 괜찮지?” 그녀는 어리둥절했다. 동거? 예전에 3년동안 사귈때도, 그와 같이 집에서 자주 있었지만 그 이상은 하지 않았다. 그 순간 그녀는 고민이 됐다. 생각해보면 그가 무리한 요구를 한 것도 아니고, 결혼만 미루면 된다는 게 그녀의 조건이었으니 충분히 고려해 볼만한 제안이었다. “생각 좀 해볼 게.” 그녀는 바로 대답해주지 않았다. 그의 집으로 이사가서 둘이서 살 생각을 하니 왠지 불편할 것만 같았다. “더 이상 네가 생각해본다는 말 듣고 싶지 않아. 난 널 충분히 고려해서 결혼 얘기도 접었는데, 동거도 안된다고? 우리 이렇게 오래 만났는데, 단순히 널 어떻게 해보겠다는 목적이었으면 이미 그랬겠지. 지금 당장 대답해, 나랑 같이 살던, 한 달 뒤에 결혼하
순간 목정침의 얼굴 색이 변했다. “다른거라… 뭐 아무것도 없진 않겠지. 내가 걔였으면 더한짓도 했어. 네가 묻고 싶은 게 뭐야?” 온연은 그가 전지를 대변한다고 느꼈고 이 또한 그 답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의아해하지 않았다. “그냥 내 생각엔…그의 행동들을 당신이 용서할 수 있으면 나도 당연히 용서할 수 있어요. 그 사람이 앞으로 몽요랑 함께 아무 일 없이 행복하고, 나중에 당신을 형으로 대할 수 있으면 그럼 된거죠.” 목청침은 더 이상 대꾸하지 않고 식사 후 서재로 향했다. 그는 진지한 표정으로 잠시 고민한후 경소경에게 문자 한 통을 보냈다: 진몽요 전지랑 동거한데. 문자가 왔을 때 경소경은 경가네 공관에서 하람과 식사중이었다. 문자를 본 그는 아무렇지 않은 듯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이 문자에 답장하면 목청침한테 진몽요를 좋아한다고 인정하는 꼴이 되고 그에게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일은 터무니없는 일이었다. 아직 본인도 확실하지 않은데 목청침은 왜 이렇게 확신하는 걸까? 하람은 그를 보고선 퉁명스럽게 물었다. “누구한테 온 문자야? 왜 답장 안해? 너 참 못났다. 겨우 며느리 보는 줄 알았더니 남한테 뺐겨서 프러포즈나 받게하고. 너도 신경 좀 써야지 않겠니?” 경소경은 머리가 아파왔다. “엄마, 그만 좀 하세요. 아들이 실연 당해서 마음이 아픈데 걱정은못해주실 망정 그렇게 야단만 치시면 계속 신경 쓰이잖아요.” 하람은 그를 노려보며 “신경 쓰이면 다행이네. 내가 보기엔 넌 실연 당한 사람 같지가 않아. 일반 사람들처럼 울고 술 마시고 해야 되는데 넌 안 그러잖아! 네가 진몽요를 정말 좋아했다면 그 애가 헤어지자고 안 했겠지. 다 네 탓이야.” 경소경은 반박하지 않았다. “그래요 다 제 탓이에요… 천천히 드세요, 저는 다 먹었으니 먼저가볼게요.” 하람은 답답한듯 말했다. “그래 가라 가, 앞으로 별 일 없으면 여기와서 밥 먹지마. 네 얼굴만보면 속이 터져 내가.” 경가네 공관에서 나온 경소경은 긴 한숨을 쉬었다. 그의 머릿속에는 지
경소경은 아무렇지 않아 보였다. “진짜 동거하게요? 둘이서 같이 살면 불편할텐데. 연애하는거랑은 달라요. 결혼한 거처럼 사소한 일도 많고, 일찍부터 같이 살면 서로에 대한 감정도 무뎌지고, 시간 지나면 헤어질 확률도 크고요. 젊은사람들이 참, 벌써부터 결혼생활 하고싶어하는데 나중에 막상 해보면 상상했던거랑은 달라서 일찍 결혼한 사람들이 후회하는거에요.” 진몽요는 그의 말투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런 어르신들 말투로 말하지 말아줄래요? 누가 들으면 나이 엄청 많은 줄 알겠어요. 그 나이 되도록 결혼 안 하는 건 그쪽 일이지만, 우리 같은 여자들은 이 나이에 결혼 안 하면 노처녀되요. 됐고, 이런 얘기 그만하죠. 불편해서 앞으로 그쪽이랑 술 마시러 못 가겠네요.” 맞는 말이다. 앞으로 전지와 함께 살게되면 그와 함께 있을 일은 없을듯했다. 경소경은 왠지 모르게 마음이 초조했다. “만약에 어느날 보니까 전지가 평생 함께할 수 없는사람이라면요? 뭐든 큰 일 하기전에 차선책을 준비해둬요, 나중에 머리 아플 수 있으니.” 이상하다고 느낀 진몽요는 “무슨 뜻이에요? 이해를 못 하겠네.” 하고 싶은 말이 한 가득이지만 그녀에게만큼은 말할 수 없었고, 어느새 시속 120키로를 밟고 있었다. “못 알아들어서 다행이네요. 나중에 이해하면 이렇게 가볍게 무슨 뜻이냐고 묻지 않을거에요. 오늘 이 얘기 더 이상 안 하고 딱 한마디만 하고 끝낼게요. 전지랑 일찍부터 같이 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녀는 방법이 없었다고 말하고 싶었다. 결혼 외에 지금 전지를 안정시킬 수 있는 방법은 동거 밖에 없었다고. 지금 전지에게 그녀는 절대 놓치면 안되는 사람이었고 잠시 떨어 있기도 싫은 그런 상태였다. 그녀도 예전에 감정을 되찾아 오기가 어려워 아직도 헤매고 있었다. 사랑은 알다가도 모르겠고 뗄래야 뗄 수 없는 그런 감정이었다. 다른 사람의 고충을 듣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없으니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바에 도착하기전에 그녀의 휴대폰이 울렸다. 화면에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