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몽요는 전지의 말투가 너무 공격적이라고 느꼈지만 지금 입을 열면 일만 커지니 어쩔 수 없이 미안한 눈빛으로 경소경을 바라봤다. 경소경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딱딱하게 말했다. “저 사람이 빚진건 그 쪽이 갚을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요. 그땐 두 사람 헤어졌을 때였고, 나도 그쪽 대신해서 챙겨준 게 아니라 그렇게 말하는 건 적잘하지 않은 것 같네요. 나쁜짓 하면 결국엔 다 자신한테 돌아온 다는 말이있죠. 한번 실수는 용서가 되지만 두번째는 용서가 안되요.” 진몽요는 경소경이 전지에서 맞설 줄 몰랐다. 경소경은 늘 대충 남의 일 마냥 일하고 헤프게 웃는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전지는 경소경 말의 의미를 알아듣고 두 주먹을 꽉 쥐며 썩소를 지었다. “보아하니 저한테 불만이 많으신 거 같은데, 무슨 말이 하고싶은 거에요? 말하고 싶으면 참지 말고 그냥 말하세요.” 경소경은 선택권이 없었다. 목청침을 위해서라도 참아야만 했다. 그는 전지의 도발에 넘어가지 않고 진몽요를 한번 쳐다본 후 차를 타고 어둠속에서 사라졌다. 이 싸움은 누가봐도 전지의 승리였다. 그는 경소경이 못 말할 줄 알고 일부러 도발한 것이었다. 경소경은 늘 자신만의 철학을 지켜왔기에, 절대 여자 하나 때문에 친구를 버릴 사람이 아니었다. 차로 돌아와서 진몽요는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한 쪽은 남자친구고 한 쪽은 자신을 도와준 경소경이니 두 사람이 싸울 때 누구 한 쪽에 편을 들어줄 수 없었다. 전지는 그녀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왜? 신경 쓰여? 그런거라면 참지 말고 그냥 말해.” 그녀는 눈썹을 살짝 찌푸리며 “너는 그 사람이 날 도와준 걸 분명히 알았어, 그런데 왜 그런 태도로 말한거야?” 그는 강하게 반박했다. “그럼 너는 자기 여자친구랑 단둘이 데이트하려는 남자한테 어떻게 말해야 된다고 생각하는데? 그래서 기분 나쁘다는 거야 지금?” 이런 전지의 모습이 갑자기 너무나도 낯설게 느껴졌다. 만약에 그가 단순히 저런 이유로 인해 이성을
“몽요야 미안해, 내가 잠깐 정신이 나갔었나 봐. 그런 말 안 하면 안되? 난 너랑 함께하고 싶어…” 그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그녀에게 부탁했다. 진몽요는 우유부단한 성격이지만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만큼은 단호했다. “전지야, 아니야, 내가 아까 생각을 정리해봤는데 내가 처음부터 이렇게 우유부단 했으면 안됐었던 것 같아. 너도 나한테 다시 돌아오지 않는 게 서로에게 더 좋을 뻔했어. 지금 넌 모든 걸 가졌으니 아무 여자나 만날 수 있잖아. 헤어진 그 날부터 넌 더 이상 내 것이 아니고, 나도 이젠 내 소유야. 너를 안 사랑하는 내 마음 더 속이고 싶지 않아.” 말이 끝나자 그녀는 차 문을 열고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떠났다. 가로등 아래 멀리 떠나가는 그녀의 그림자를 보며 전지는 쫓아가지 않고 그저 그녀야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바라만 보았다. 그녀가 한 걸음씩 사라질 때 마다 그의 가슴은 점점 차가워져만 갔다. 그는 점점 과거를 회상하며 서영생과 의지하던 고아시절을 떠올렸다. 사랑은 그에게 사치스러운 감정이었고 복수심과 증오만 가득했어야 했다. 결국 그는 그녀를 쳐다보지 않으려 시선을 애써 피했다. 애초부터 그의 사랑은 이루어 질 수없었다. 그가 직접 그녀를 불구덩이 속으로 밀었기에 그녀와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었다. 아무도 없는 길엔 진몽요 홀로 신발을 들고 맨발로 걷고 있었다. 울퉁불퉁한 바닥 때문에 발다닥이 다 긁혔고 한참동안 택시 한 대 지나가지 않았다. 심란한 마음을 해소하기 위해 그녀는 휴대폰을 꺼내 온연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가 연결되고 온연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진몽요는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연아, 나 전지랑 완전 끝났어. 이제 걔를 안 사랑하는 것 같아서 헤어지자고 했어.” 그녀의 목소리는 약간 떨렸지만 온연은 그녀의 눈물을 알아채지 못했다. “진짜 헤어졌어? 너 지금 어디야? 옆에 차소 리 들리는 데 밖이야?” 그녀는 코를 훌쩍이며 주위를 둘러봤다. “나도 여기가 어딘지 모르겠어. 사랑하지 않아서 헤어진거니 괜
10분후, 목정침은 옷을 갈아입고 내려왔다. “가자.” 기쁜 모습을 한 그녀를 보고선 그가 자연스럽게 팔짱을 끼라는 듯 팔을 살짝 올렸다. 그녀는 볼이 빨개지더니 그를 향해 팔을 얻었다. 차에 타고 온연은 진몽요에게 전화를 걸었다. “몽요야, 너 어디야? 위치 찍어서 보내줘, 내가지금 갈게.” 진몽요는 걷다 지쳤는지 이미 길가에 쭈그려 앉아 있었다.위치를 받고 목정침은 속도를 올려 빠르게 달렸다. 운전에 열중한 그의 모습에 온연은 눈을 뗄 수 없었다. 온연은 두사람 사이에 이렇게 평화롭고 설렘 가득한 날이 올 줄 몰랐다. 이런 두근거리는 감정을 좋아해야 하는 걸까? “너 계속 그렇게 쳐다볼거면 차 세운다.” 그녀의 시선을 의식한 그가 장난스럽게 말했다. “나빴어…” 그녀는 시선을 거두고 창 밖을 바라보는 척했다. “진짜 나쁘다고?” 그는 진심으로 물었다. “그냥 해본 말이예요.” 그녀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한참동안 침묵하던 그가 무심결에 물었다. “넌 지금 생활에 만족해? 나랑 이렇게 계속 살아도 괜찮아? 우리 과거는 다 잊어버리고 다시 잘해보는 거 어때?” 그녀가 갑자기 필사적으로 가슴쪽을 가리자 그는 그녀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았다. “안에 안 입었어?” 그녀는 눈을 부릅뜨고 그를 노려봤다. “아니거든요.” 그녀는 그의 말을 듣고 심장이 터질 것처럼 빨리 뛰어서 그런 행동을 한 것이었다. 그는 여전히 인내심이 없었다. “아님 말고. 빨리 대답해줘, 네 대답이 궁금해.” 그녀는 입술을 깨물으며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왠지 모를 안도감이 들었지만 또 완전히 방심할 수는 없었다. 지금의 일어나는 모든 건다 장담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녀가 편지를 읽기 전까지는 다 거품에 불과했고 나중을 위한 희망고문일 뿐이었다. 진몽요에게 도착하자 온연은 그제서야 진몽요 얼굴을 보고 그녀가 울었다는 걸 발견했다. 두사람은 뒷자석에서 껴안으며 우는 그녀를 달래주었고, 목정침은 투명한 기사 취급을 당했다. 목정침은 여자가
경소경은 얼른 일어나서 말했다. “다들 나가 있어. 오늘은 우리끼리 마시면 되니까 해산!” 여자들은 목정침의 기분을 눈치채고 하나둘씩 자리를 피했다. 임립은 경소경 옆으로 자리를땡겼고 온연과 진몽요가 한 쪽에 앉았다. 여자 둘과 그 맞은편에 남자 셋이 앉았다. 아까 같은 격앙된 분위기는 사라지고 어느 덧 싸늘한 공기만 가득했다. 임립은 이 분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할 수 없이 말했다. “청침이 사실 자주 안 와요, 여자들이랑 같이 술 마시지도 않고요, 다른 건 뭐…” 온연은 담담하게 본인과 진몽요의 술을 따르며 “알아요, 괜찮아요.” 그녀가 담담할수록 세 남자는 더 긴장했다. 목정침은 웨이터의 손길이 지나갔던 곳을 만지며 말했다. ”괜찮다면 괜찮은거야. 너희끼리 놀아.” 어색한 분위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술 몇 잔 들어가자 진몽요는 임립과 게임을 했고, 아무도 모르게 진몽요는 경소경의 눈을 마주칠 수가 없었다. 경소경이 여기 오기 전에 원래 그녀와 약속이 있었는데 전지 때문에 어색해져 그를 볼 낯이 없었다. 경소경은 그녀의 생각과는 달랐는지 게임에 동참했고 온연과 목정침까지 부추겼다. 자리에 있는 사람중에 온연만 초보여서 그녀만 벌주를 마셨고, 몇 잔 마시더니 버티기 힘들었다. “나 빼고 하는 게 어때요? 난 게임을 못해서 아니면 남은 술 다 내가 마시겠어요 목정침은 그녀의 술잔을 비웠다. “내가 대신 마실게.” 그의 이런 행동은 진몽요, 경소경 그리고 임립의 눈초리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진몽요는 꼴 사납다는 듯이 말했다. “와이프 있는 거 자랑해요? 나머지 솔로들 부러우라고?” 경소경은 목정침을 흘깃 보더니 표정이 살짝 흔들렸다. 그는 속으로 이미 진몽요와 전지가 헤어졌다는 걸 눈치채고 있었다. 그가 여기 오기전에, 그와의 약속이 그들의 이별로 이어질 줄 생각도 못했다. 바에서 나오자, 이미 새벽 한 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진몽요는 너무 취해서 헛소리만 하고 있었고 경소경이 부축하지 않았다면 그녀는 이미 바닥에 실신했
목정침은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 걔는 믿어도 돼. 설령 집에 안 데려다 줬어도 아무 일 없을거야.” 그녀도 경소경을 비교적 믿는 편이었지만 술을 마셔서 안전하지 못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알겠어요… 그리고 예전에 술집 자주 갔었죠? 그쪽 사람들이 잘 아는 거처럼 대하던데…” 그 여우가 그한테 기댄걸보면 잘 아는 게 당연했다. 목정침은 답하지 않고 반문했다. “질투나?” 그녀는 부인했다. “절대 아니요! 잘 거에요.” 그는 자세를 고쳐 앉고선 그녀는 품 속에 끌어안았다. “내일 같이 휴가가자, 거절은 안 돼.” 그는 다 생각해두었다. 전지와 진몽요가 헤어졌으니 그가 할 수 있는 건 시간을 끄는 것 뿐이었다. 온연은 이곳에서 떨어트려 편지를 열어 볼 수 없게 해 시간을 끌으려는 속셈이었다. 온연은 거절하지 않았지만 조건을 제시했다. “몽요랑 같이 가도 되요? 몽요가 실연당해서 바람 좀 쐬면 좋을 것 같은데. 그리고 단 둘이 가면 좀 불편하기도 하고, 그래도 되죠?” 그는 잠시 고민하더니 수긍했다. “그래…” 그는 혹시 그녀가 가기 싫을까봐 그녀의 부탁을 들어줘야 이 곳을 떠나게 할 수 있었다. 진몽요가 아니고 탕위엔을 데리고 간다고 해도 허락해줘야 했다. 그들 과는 다르게 경소경 쪽의 분위기는 반대였다. 백수완 빌리지 안에 경소경네 별장만 불이 켜져 있었다. 진몽요는 집에 도착하자 마자 밤새 토를 했고, 경소경은 그녀가 변기에 빠지지 않게 잡아줘야 했다. 토를 다 하고 진몽요는 굳이 샤워를 하고 그는 샤워가운을 갖고 문 앞에서 기다렸다. 안에서소리가 나지 않자 그제서야 그가 문을 두드리고 그녀의 대답을 기다렸다. 갑자기 안에서 양치소리가 들리자 그가 깜짝 놀라서 “설마 내 칫솔 쓰고 있는 거 아니죠?” 진몽요가 수건을 두르고 문을 살짝 열어 입가에 치약 자국을 묻힌 채 머리를 내밀었다. “당신 칫솔? 여기 내 집 아니예요?” 그는 “괜찮아요…그냥 써요. 칫솔 바꾼지 얼마 안됐는데 그 쪽이 괜찮으면 된거죠…”
그는 서서히 물러났지만 계속 그녀를 잡고 있었다. “이제와서 놔달라고요? 장난 그만치겠다고 먼저 말해요 그럼.” 그녀는 팔을 흔들며 그의 머리를 헝클러 놓았다. “싫어요! 마음이 불편하다구요! 계속 귀찮게 할래요.” 지금까지 그 어떤 여자도 그의 머리를 건들였던 적이 없어 그는 더욱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그녀의 팔을 들어 머리 위에 고정시켰다. “그쪽이 나 건들인거에요, 후회하지 마요.” 그녀가 말대꾸를 하기도 전에 그가 다시 그녀의 입을 맞췄다. 마지막 순간에 그는 이성을 되찾고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전지랑 한 적 있어요?” 그녀는 미친듯이 고개를 저으며 “아니요! 적절한 때가 아니었어요. 헤어지기 전이나 지금이나…” 그는 무의식중에 그녀가 전에 본인은 깨끗한 여자라고 했던 말이 생각났다. 그 말은 그녀가 아직 순결하다는 뜻이었다. 그는 불타는 마음을 애써 누르고 일어나서 거실로 나와 그녀를 안방에 가뒀다. 어둠속에서그의 담뱃불만이 빛나고 있었고, 만약 그녀가 전지와 한 적이 있었다면 그는 절대 고민하지 않았을 것이다. ...... 점심, 온연은 일어나자 마자 제일 먼저 진몽요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가 연결되고 그녀가 말을 하기도 전에 진몽요가 소리를 질렀다. “내가 왜 경소경네 집에 있어? 어제 그 사람이 우리집에 데려다 준 거 아니였어? 그 사람도 우리집으로 온 것 같았는데….” 온연은 폰을 살짝 귀에서 떼더니 “몽요야, 소리 좀 줄여 귀 터질 뻔했잖아. 너 그래서 지금 경소경네 집이라고? 너네 아무 일 없지?” 진몽요는 정신을 차리더니 샤워가운이 좀 흐트러진 것 빼고는 별로 이상한 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응, 아무 일 없는 것 같아… 그 사람 소파에서 잔 것 같아, 소파에 자고간 흔적이 있더아. 지금은 나가고 없어, 나 혼자 집에 두고 뭐 훔쳐갈까 불안하지도 않나?” 온연은 이 상황이 웃기다고 생각했다. “저번에 내가 경소경네 집에 가서 봤는데 집은 커도 막상 별 거 없었어. 딱히 비싼 거 없는 거 같은데
그녀는 힘 없이 반박했다. “내가 헤어지자 했어요. 걔랑 예전으로 돌아갈 수가 없어서, 안 맞으면 당연히 빨리 결정을 해야죠. 그리고 이건 제 일이라서 엄마랑은 상관없거든요? 내가 남자도 못 사귈까봐 그래요? 전지가 목정침 동생만 아니었어도 엄마는 걔 마음에 안 들어했을 거예요. 돈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엄마한테 집 선물할 사람 이제 없어요, 집 옮길려면 이제 알아서 벌어야 한다고요. 그러니까 돈 아껴쓰세요, 없이 살아봐서 알잖아요.” 딸의 성격을 알았던 강령은 이렇게 된 이상 다 물거품이라는 걸 알아챘다. “됐고, 너한테 잔소리하기도 귀찮다. 며칠 놀다 와, 우리 굶어 죽을 일 없게 일자리부터 찾고. 내 돈으로 별장은 못 사도 엘리베이터 딸린 아프 정도는 살 수 있어. 앞으로 남자 찾을 땐 내 생각도 좀 고려해줘. 차 없고 집없는 남자는 엄마 성에 안 차!” 강령이 왠일로 싸우려 하지 않자 진몽요도 웃으며 대답했다. “알겠어요 엄마.” 오후 4시가 되자 목정침과 온연은 목가네에서 캐리어를 들고 진몽요를 픽업한 후 5명이서 공항에서 모였다. 목정침을 제외한 경소경과 임립은 수트를 입지 않고 캐주얼하게 꾸미고 나와서 그런지 오히려 목정침이 눈에 띄었다. 진몽요는 경소경과 임립을 보고도 놀라지 않았다. 그때 술집에서처럼 세 사람만 가는 줄 알았는데 결국엔 또 5명이었다. 정확히 그땐 웨이터까지 있었지만, 어쨌든 목정침은 늘 예기치 못한 행동을 한다. 온연 조차도 이런 상황이 익숙해졌으니, 그녀 또한 익숙해져야만 했다. 비행기 탑승 후, 목정침과 온연이 같이 앉고, 임립과 진몽요과 같이 앉고, 경소경만 혼자 앉았다. 비즈니스석에 탑승한 그들은 비교적 편하게 갈 수 있었다. 이륙하기 몇 분 전, 선글라스를 쓴 키 큰 여자가 비행기에 타 경소경 앞으로 걸어왔다. “죄송한데 제 자리가 바로 옆이라서요.” 경소경은 고개를 들어 그 여자를 쳐다봤고, 여자는 갑자기 놀란듯한 표정으로 선글라스를 내리고 성형을 많이한 얼굴을 내밀었다. “도련님? 어떻게
리사는 비행기에서부터 그녀에게 불만이 많았다. 술 취한김에 그녀에게 삿대질을 하며 물었다. “무슨 고모할머니? 도련님 새 여자친구죠? 괜히 자만하지 말아요. 언젠간 버림받게 되있으니깐. 우리 어차피 다 같은 배를 탄 사람들인데 서로 이럴 거 있나요? 그 쪽이 좀 젊고 돈 있어도 3개월 안에 차일걸요. 나도 그 사람이랑 3개월은 좋았어요, 이정도면 뭐 오래 만난거죠. 필요한 거 있으면 다 사주는 건 말할 필요도 없고. 아쉽게도 오래는 못 갈 것 같네요, 행운을 빌어요.” 진몽요는 이 얘기가 역겨워 속으로 경소경을 미친듯이 욕했다. 리사가 떠나기도 전에 그녀는방문을 확 닫아버렸고 폰을 꺼내 경소경에게 문자 한 통을 보냈다. ‘필요한 거 있으면 다 사준다고 리사가 그러던데, 부탁인데 아무리 염치가 없어도 이러지는 말죠. 다시 나 깨우면 진짜 두고봐요 그땐!’ 경소경은 문자를 보고선 답장하지 않고 침대에 누워 긴 한숨을 쉬었다. 자기라고 여기서 또아는 사람을 마주칠 줄 알았을까? 그는 그저 방탕했던 과거를 탓할 뿐이었다. 한편, 온연은 침대에 누워서 잠이 오지 않아 뒤척거렸다. 호텔 침대는 너무 푹신했고, 베게도집에 있던 거보다 높아 편하게 잠에 들 수가 없었다. 목정침은 잠에 들었지만 그녀의 뒤척이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왜 그래?” 그녀는 불편한 듯 말했다. “잠이 안 와요, 새침대라 그런가봐요.” 그는 그녀의 베게를 치우고 자신의 팔을 그녀의 머리 아래에 품에 안았다. “이러면 좀 괜찮아? 집이라고 생각해봐.” 자세를 바꾸니 괜찮아진 것 같았다. 근데 집이랑은 완전 다른 느낌이었다. “왠지 여행 온 게 벌 받으러 온 느낌이에요. 잠도 잘 못자고.” 그는 눈을 감고 중얼거렸다. “난 좋은데… 이러면 네가 집 떠날 생각은 안 할 거 아냐. 새 침대에선 잠을 잘 못 자니까.” 그녀는 멈칫하더니 대화주제를 돌렸다. “비행기에서 그 리사 말이예요, 경소경이랑 사겼었죠? 게다가 무명 연예인이라던데. 당신도 예전에 그런 취향이었어요?”
예군작은 갑자기 흥미가 떨어져 일어나 옷깃을 정리한 뒤, 바로 클럽에서 나왔다. 온 몸에 술냄새를 풍기며 예가네 저택으로 돌아온 뒤, 저택은 너무 불안할 정도로 조용했다. 그는 취했고, 술기운이 너무 올라와서 비틀거리며 위층으로 올라가며 국청곡의 이름을 불렀다. 국청곡은 자고 있다가 놀라서 깼고, 아이가 혹시라도 시끄러워서 깰까 봐 잠옷 원피스를 입고 일어나서 나와봤다. 그가 계단 입구에 앉아 인사불성이 된 걸 보고 그녀는 마음속 분노가 삭으라 들었다. “왜 이렇게 많이 마셨어요? 저녁에 그렇게 시끄럽게 하면 아이가 깰까 봐 걱정도 안돼요? 가요, 방에 가서 쉬게 내가 부축 해줄게요. 술 많이 마셨는데 속은 괜찮아요?” 그녀가 팔을 뻗어 그의 팔을 잡았을 때, 그는 갑자기 일어나서 그녀를 품에 안았고, 예전에는 느껴보지 못했던 힘으로 안았다. 그녀는 살짝 발꿈치를 들었고, 그를 밀어내야 할지 계속 안고 있어야 할지 몰랐다. 그가 분명 사람을 착각한 게 아닐까? 아니면 어떻게 이렇게 평소와 다를 수 있지? 그녀가 여러가지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그가 갑자기 중얼거렸다. “당신은 나중에 다른 사람을 사랑해서 갑작스럽게 나를 떠날 거예요?” 그녀는 살짝 힘으로 그를 밀어냈다. “아니요. 당신 취했어요, 그만해요. 너무 늦었어요.” 그는 그녀의 말을 듣지 않고, 그녀의 턱을 잡은 뒤 강제로 그를 보게 만들었다. “지금 나한테 왜 이렇게 성의가 없어요? 내가 당신이 싫어하는 일을 많이 했었잖아요, 그럼 날 떠날 생각 해본 적 있어요?” 그녀는 술 취한 남자를 상대하기 피곤해서 솔직하게 답했다. “있어요, 됐죠? 난 당신이 완전 체념할 때까지 기다리다가 아이를 데리고 당신을 떠날 거예요.” 그는 침묵했다. 갑작스러운 고요함은 사람을 두렵게 만들었다. 그의 차가운 눈빛을 보고 국청곡은 단호하게 대답한 걸 후회했다. “당신 술 먹고 주정부리면 나 계속 무시할 거예요.” 그는 무섭게 그녀의 입술을 덮쳤다. 그는 강제로 그녀를 안아서 안방으
목정침은 여유롭게 그를 보았다. “어디서 날 봤는데? 목가네는 절대 아닐 테고. 네 당시 그 신분으로는 목가네에 들어올 자격이 없었잖아.” 예군작은 그가 총구를 겨누는 것 같은 그의 말을 신경 쓰지 않고, 여자들을 다 쫒아 낸 뒤 두 사람만 남았을 때 말했다. “맞아, 목가네는 아니야. 우리 엄마랑 내가 살던 아파트 밑이였지.” 아파트 밑? 목정침은 자세히 회상을 했다. 전에 한번 그가 아버지를 따라서 회사에서 회의를 한 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한 아파트에 들른 적이 있었다. 아버지는 그에게 오랜 친구를 금방 만나고 올 테니 차에서 기다리라고 했었다. 그는 의구심을 갖지 않고 다른 쪽으로 생각하지 않았었다. 대충 10 여분 정도 기다렸던 것 같은데 아마 그때였던 거 같다. 생각해보니 웃겼다. 아버지는 애인을 만나러 가는 거였는데, 그는 아무것도 모르고 밑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만약 그가 미리 알았더라면 어쩌면 그 후에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이런 일들 때문에, 그는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미움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왜 그가 그런 일을 알게 만든 걸까? 왜 그가 그런 곳에 가게 한 걸까? 아버지는 그를 완전히 바보취급 했었다… 그의 반응을 보며 예군작이 이어서 말했다. “아마 생각났겠지. 그때 나도 밑에서 놀고 있었어. 아버지가 위로 올라가는 걸 보면서, 나도 예전처럼 신나게 따라올라 가려다가 형을 봤어. 그 순간 내 두 다리는 굳어버리고 말았지. 형한테 호기심도 생기고 질투도 나면서, 처음으로 내가 사생아라는 걸 확실히 알게 됐어. 형은 외제차 안에 타고 있고, 제일 좋은 대우를 받고 있었지만, 나는 엄마랑 빛도 안 들어오는 곳에 살면서, 당당하게 아빠랑 나가 보지도 못 했어. 단 한 번도… 나랑 우리 엄마가 아파도, 아버지는 사람을 보내셔서 우리를 병원에 보내주셨지. 난 언제부터 아빠를 싫어했을까…? 거의 기억도 안 나. 근데 갑자기 싫어한 게 된 건 아니고, 시간이 점점 지나면서 감정이 쌓였어. 난 우리 엄마도 싫
국청곡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가 언제부터 자신이 같이 자주길 원했었나? 예전에는 그녀가 방에서 자는 않는 것은 물론, 집에서 자지 않더라도 그는 절대로 묻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일부러 그를 피하고 있었다. 그녀는 요즘 자꾸 그가 이상한 생각을 하는 것 같았는데, 그녀는 출산을 하고 상처부위가 아직 회복이 되지 않은 것 같아 마음에 걸렸다. 그는 절대 남은 이해해 주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회사로 가는 길, 예군작의 얼굴은 매우 어두웠지만, 아택의 얼굴엔 봄바람이 부는 것처럼 기분이 매우 좋아 보였다. 예군작은 아택이 꼴보기 싫었다. “연애라도 시작했어? 아침부터 왜 그렇게 기분이 좋아.” 아택은 정직하게 말했다. “아니요, 그냥 단순히 기분이 좋아서요. 도련님은 왜 아침부터 화가 나셨어요?” 예군작은 국청곡을 떠올리자 화가 났다. “물어보지 마, 말하기 싫어. 오늘은 일찍 퇴근하고 클럽 가서 스트레스 좀 풀자.” 아택은 황급히 말했다. “저는 못 갈 것 같습니다, 도련님 혼자 다녀오세요. 안야씨가 저녁은 집에 와서 먹으라고 해서요.” 예군작은 그의 말에서 눈치를 챘다. “오, 그렇게까지 마음을 쓰는 거야? 이제 놀러도 안 가게? 남자가 그렇게 성실해서 어따 쓰게?” 아택은 사실대로 말했다. “단지 노는 게 지겨워서지, 다른 뜻은 없습니다. 그런 곳에서는 자기자신을 잃기 마련이니 안 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예군작은 아택을 강요하지 않았고 한 사람이 떠올랐다. 그 사람은 목정침이었다. 목정침과 그런 곳에 가면 재밌지 않을까? ...... 저녁. 목정침은 접대가 있다고 말한 뒤 집에 돌아와서 밥을 먹지 않았다. 온연도 그를 매우 믿었기에 더 묻지 않았다. 만약 그가 예군작에게 끌려가서 논 걸 알게 되면 화가 나서 미쳐 버릴 테다. 목정침은 장소에 도착한 후에서야 예군작이 음란하게 놀려는 걸 알았다. 룸 안에는 야릇한 조명이 켜져 있었고, 여자들은 다리를 훤히 내놓고 여러가지 자세를 취하고 있었으며, 예군
아택은 어떤 반응을 해야 할지 몰랐다. 예전에 예가네에서 어르신 밑에서 목숨을 받쳐 일하느라 너무 힘들어서 연애를 할 시간도 없었다. 나중엔 예군작 밑에서 일을 하면서, 클럽도 다니고 여자를 만나봤지만, 진짜 연애를 하려니 그는 하지 못 했다. 그는 꼭 찌질한 사내자식처럼 어쩔 줄을 몰라했다. 그가 대꾸를 안 하자 안야는 살짝 실망했다. “대체 이유가 뭐예요? 난 진짜 모르겠어서 그래요, 우리 정상적인 부부처럼 살기로 한 거 아니었어요? 근데… 우리가 지금 부부처럼 살고 있는 게 맞아요?” 아택은 그녀와 처음 자게 되었을 때가 떠올랐고, 그때는 예군작 때문에 임무를 완성해야 한다는 느낌으로 했었다. 그의 목젖이 살짝 움직였다. “가면 되잖아요…” 안야는 그가 매우 원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고, 꼭 그녀가 강요하는 느낌이었다. 그녀는 수치스러워서 입술을 깨물었다. “당신이 싫으면 나도 강요하지 않아요. 어차피 당신도 예군작 같은 사람 밑에서 일하니까 밖에서 많이 해봤을 거 아니에요. 원래 돈 많은 남자들은 다 그렇잖아요, 나 이해해요.” 아택은 머리가 아파왔다. “아니에요, 정말 아니에요. 도련님은 다리를 그렇게 오랫동안 다치셨는데 밖에 나가서 놀 시간이 어딨었겠어요? 이미 성실해지신지 오래 되셨고, 나도 매일 그 분만 따라다니니 혼자서는 더욱 그럴 일이 없어요. 나도… 싫은 거 아니에요. 그냥 시간 좀 필요해서 그래요.” 그가 젓가락을 내려놓자 안야는 빠르게 주방을 정리했다. “당신한데 준비할 시간을 주면 언제까지 시간이 필요할지 모르잖아요. 일단 들어와요.” 그녀는 말을 끝내고 먼저 안방으로 들어갔다. 아택은 어쩔 수 없이 따라 들어갔다. 안야는 갑자기 그를 안았고, 먼저 그에게 키스를 했다. 그녀의 부드러운 입술이 느껴지자, 아택은 숨이 멎었지만 이내 그녀의 허리에 팔을 감쌌다. …… 예군작은 하루종일 일을 하고 집에 돌아왔고, 국청곡이 안방이 아닌 아이방에서 자고 있는 걸 발견했다. 아이 방은 잠겨 있어서
아택은 침을 삼켰다. “아… 그냥 궁금해서 여쭤봤습니다.” 예군작은 일어나서 시계를 보고 외투를 챙겼다. “나 혼자 운전해서 퇴근할게, 너도 들어가.” 예군작은 대답을 한 뒤, 그를 위해 사무실 문을 열어주었고, 두 사람은 회사 문 앞까지 걸어간 뒤 각자의 길을 갔다. 예군작 밑에서 이렇게 오래 일을 하면서, 아택은 여전히 그의 심리를 알 수 없었다. 그는 어르신보다 더 파악하기 힘들었고, 사람의 마음은 깊기 때문에 한 사람을 파악하지 못 한다는 건 절대적으로 두려운 일이었다. 아택이 집에 돌아왔을 때 안야는 아직 자고 있지 않았고, 그들 대신해서 신발장에서 슬리퍼를 꺼낸 뒤, 또 능숙하게 주방에 들어가 그에게 줄 요리를 했다. 그녀가 바삐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서 아택은 왠지 모르게 마음이 놓였다. 아무리 집에 늦게 들어가도 누군가 불을 켜 놓고, 누군가 그를 기다리고, 따뜻한 밥이 준비되어 있는 건 인생에서 가장 편안함을 주는 일이었다. 그는 평소처럼 바로 샤워를 하지 않고, 소매를 걷어 올린 뒤 주방에 들어가 그녀가 요리하는 걸 도왔다. “오늘은 애기가 말 잘 들었어요?” 안야는 고개를 끄덕였다. “말 잘 들었어요, 사실 나 혼자서도 잘 챙길 수 있는데, 아주머니는 안 써도 되지 않을까요? 그러면 매달 소비를 좀 아낄 수 있잖아요. 당신 돈 버는 것도 힘든데, 우리끼리 아껴서 살면 좋잖아요. 당신은 움직이지 말고 좀 쉬어요, 하루종일 일하느라 피곤했을 텐데 이런 건 내가 하면 돼요.” 아택은 그녀에 의해 강제로 옆으로 쫓겨나서 완전히 끼어들 수 없었다. “그런 돈은 아낄 필요없어요. 집안 일도 하고 애도 보는데 당신도 힘들겠죠. 내 일은 엄청 힘든 편은 아니에요. 평소에 대부분은 거의 한가해서요.” 안야는 고개를 돌려 그를 향해 웃었다. “안 힘들면 다행이에요. 사실 내가 봤을 때 예군작씨도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 적어도 당신한테는 잘해주니까요.” 아택은 평소에 뒤에서 예군작의 얘기를 하진 않지만, 이 점은
진몽요는 억울해했다. “그러게 누가 나한테 장난치래요? 나도 순간 머리가 안 돌아가서 그런 거잖아요. 그래서 손부터 나간 거고요… 내가 잘못했어요. 나도 민망했어요, 당신 부모님이 다 봤잖아요. 지금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서 목구멍 밖으로 튀어나올 거 같고, 진짜 창피한 건 나라고요! 어머님 아버님이 봤을 때 내가 엄청 예의 없는 아이로 보였을 거 아니에요! 근데 내가 방금 식당 입구 봤었는데, 우리 몇 명 밖에 없었어요~” 경소경도 진짜로 화가 난 게 아니었다. 그는 그녀의 생각이 단순한 걸 알았기에, 생각이 짧은 건 정상이었다. “알겠어요, 그만 해명해요. 해명하는 건 감추려는 거고, 감추려는 건 사실이라는 거잖아요. 내가 나이를 이렇게 먹고도 참… 됐어요, 어차피 당신이 맨날 집에서 안 그러는 것도 아니니까요. 우리 엄마 아빠는 당신이 이런 사람인 거 이미 알고 있으시고, 이미 머릿속에 깊이 각인되어 있을 거예요. 이번 생에 그 인식은 달라지지 않을 거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진몽요는 호기심에 물었다. “부모님 눈에는 내가 어떤 사람인데요?” 경소경은 입꼬리를 올린 뒤 못된 웃음을 지었다. “생각이 간단하고 사지가 발달된 사람이요.” 이 간단한 한 마디는 당연히 매를 벌었다. 백수완 별장으로 돌아온 후, 진몽요는 시간이 어느정도 됐으니 강령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물었다. “엄마, 집에 들어갔어요? 어떻게 됐어요? 말 좀 해줘봐요.” 전화 너머 강령은 너무 웃어서 주름이 졌다. “난 괜찮은 거 같아. 그 분이 나한테 선물도 준비해 주셨더라고, 근데 사람이 많아서 민망해서 바로 못 주셨데, 그래서 차에서 주셨어. 그 분이 그리신 그림이었어, 그럴듯하게 도장도 찍혀 있더라고. 그 분은 짝을 찾아서 안정적으로 삶을 살고 싶다고 하시는데, 다들 알다시피 그분은 불만이 없고, 내가 마음에 든다길래, 내 의견을 물어봐서 나도 괜찮다고 했지. 그 분 얼굴이 너무 빨개지셔서 어둠속에서도 빨개지신 게 보이더라. 난 그저 그 분이랑 공통된 관심사가 없
강령은 얼굴이 빨개졌다. “네, 좋네요… 제 딸도 샤브샤브를 좋아해서요, 나중에 같이 갈게요.” 진몽요는 이 좋은 소식을 듣고, 이런 자리만 아니었다면 이미 신나게 웃었을 테다. 허영준이 샤브샤브 가게를 갖고 있는 줄은 몰랐고, 이 가게는 정말 그녀의 입맛을 저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건 그녀가 앞으로 샤브샤브를 배 터질 때까지 먹을 수 있다는 뜻인가? 허영준은 경성욱처럼 말이 많지 않아서, 식탁에서는 거의 대화가 없었다. 밥을 다 먹고 식당에서 나온 뒤, 허영준은 강령을 보며 물었다. “혼자 사시죠?” 이 말은 첫 맞선 자리에서 묻기엔 조금 이상했고, 마치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못 하는 목적이 있는 것 같았다. 진몽요는 허영준의 바른 모습을 보고 이상한 생각이 들지 않아 강령을 대신해서 대답했다. “엄마는 지금 혼자 살고 계세요. 그래서 제가 자주 보러가요, 어차피 멀지도 않으니까요.” 허영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다들 가는 방향이 다르시니, 제가 가는 길이 같아서 데려다 드리고 싶다는 말을 하고 싶었어요. 그러면 다들 왔다 갔다 하실 필요 없잖아요.” 그랬다. 허영준은 그저 말이 별로 없었지만 마음씨는 세심해서 이미 가는 길이 같은지 아닌지도 생각하고 있었기에 진몽요는 웃었다. “네, 그럼 부탁드릴게요, 아저씨.” 강령과 허영준이 차를 타고 멀어지자 하람은 진몽요에게 물었다. “네가 봤을 땐 어떤 거 같아?” 진몽요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경소경이 끼어들었다. “이게 이 사람 맞선도 아닌데, 이 질문을 왜 이 사람한테 하세요? 이 사람 생각은 중요하지 않죠, 어머님 마음에 드셔야 하는 거잖아요.” 하람은 그를 노려봤다. “그럼 네가 봤을 땐 어떤 것 같은데? 너희 생각도 중요하지, 아니면 왜 다같이 밥을 먹었겠어? 그럴거면 그냥 두 사람 따로 만나서 얘기 나누게 했지…” 경소경은 생각을 하다가 말했다. “사람은 괜찮은 거 같아요, 성실하고, 근데 말은 잘 못 하시네요.” 진몽요는 경소경의 피드백이 너무 일반적이라고
진몽요는 이런 일을 참고 있을 수 없어서, 경가네 공관에서 나오자마자 강령에서 살짝 얘기를 흘렸다. 강령의 태도는 사람을 본 다음에 다시 얘기해보자는 느낌이었고, 이미 한번의 실패를 통해서 조금 더 현명해졌기 때문에, 이번에는 제대로 상대를 봐야 했다. 순식간에 주말이 다가왔고, 진몽요는 원래 온연이랑 놀러 나가기로 했던 약속을 취소했다. 온연은 진몽요가 엄마에게 맞선을 주선하려는 걸 알고 의아해하지 않았다. 사람은 늘 그런 것 같았다. 나이가 젊든 많든, 다들 짝이 있어야 했다. 사람은 원래부터 무리지어 사는 동물이니 그 누구도 혼자 외롭게 살고싶어 하지 않았다. 백수완 레스토랑에 예약한 룸에 경소경은 요리를 배치한 뒤, 모든 게 준비가 다 되어 있었고, 이제 봄바람만 불어오면 됐다. 그 ‘봄바람’은 아직 오지 않았다. 강령은 잘 관리한 얼굴에 홍조를 띄웠다. “사돈, 그 분 만나 뵌 적 있으시죠? 좀 웃기실 것 같지만, 저 조금 긴장되네요. 이런 일까지 다들 출동해주시니 조금 죄송해서요.” 하람은 웃었다. “만난 적 있어요, 저희 집 사람보다 더 바르게 생겼으니 걱정 마세요. 마음이나 겉모습이나 다 이 사람보다 나으니까요.” 경성욱은 옆에서 감히 반박하진 못 했다. 그의 동문이 어디가 더 낫단 말인가? 그가 그렇게 후졌나? 사람들이 거의 30분정도 기다린 뒤, ‘봄바람’이 도착했다. 얼굴엔 비록 세월의 흔적이 묻어 있었지만, 여전히 젊었을 때의 풍채가 보였다. 유유상종이라는 말이 있듯이, 경성욱의 동문은 여러 방면에서 못난 게 없었다. 젊은 사람을 사이에 있어도 경소경처럼 인기가 많았고, 이 나이를 먹었어도 여전히 잘생긴 아저씨였다.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제가 나올 때 근처에서 차가 막혀서, 마음은 급했는데 방법이 없었어서요. 제가 사죄의 의미로 이번 식사 대접하겠습니다.” 경성욱이 말수가 적은 걸 알고 분위기를 살리는 일은 다 하람이 했다. “괜찮아요 허씨, 저희가 남도 아닌데요 뭘.” 말을 하면서 그녀는 강령의
경소경은 경성욱이 아이를 안고 싶어하는 걸 알고 바로 아이를 건네주었다. “한번 보세요.” 경성욱은 기쁘게 아이를 받은 한번 살펴보았다. 사실 기저귀는 갈은지 얼마 안돼서 깨끗했다. 경소경이 한가한 걸 보자 진몽요는 그를 째려봤고 경소경은 눈물없이 울고 있었다. 그는 아이를 안기 싫은 게 아니라 기회가 없었던 거였다. 식사 시간. 아이는 유모차 안에서 분유를 먹고 있었고, 유모차는 하람 옆에 있어서 하람은 밥을 먹으면서도 아이를 놀아주었다. 진몽요는 하람은 완전 존경했다. 처음에 그녀는 하람이 아이에 대한 열정이 한 순간일 줄 알았고, 시간이 지나면 아이를 귀찮아 할 줄 알았다. 그런데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그녀의 모습은 여전했고, 늘 손에서 놓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니 하람에게 아이를 맡겨서 그녀도 안심이 되었다. 갑자기, 하람은 그녀를 보며 물었다. “요즘 내가 애 보느라 사돈이랑 쇼핑할 시간도 없었고, 연락할 새도 없었는데, 넌 사돈이 혼자 계시는데 걱정 안되니?” 진몽요는 걱정이 없는 편이라, 많은 생각을 하지 않았어서 대답했다. “걱정할 게 뭐 있어요? 집에 대문 보안도 최고로 설치해 두었으니 괜찮아요. 제가 엄마 집에 가기도 해요, 시간만 있으면 가거든요.” 하람은 헛기침을 두 번 했다. “그… 사돈한테 새 짝 찾아드릴 생각은 없어? 너도 이제 시집왔고, 사돈도 계속 혼자 계시면 심심하시잖아, 나중에 나이 들었을 때 짝이 있으면 좋잖아. 지금은 비록 젊으셔서 마음대로 노실 수 있어도 혼자면 있으면 외롭기 마련이니까…” 중매하는 일은 하람도 처음이라 어떻게 얘기를 꺼내야 할지 몰랐고, 진몽요가 신경쓸까 봐 더 걱정했다. 진몽요는 그제서야 하람의 뜻을 이해하고 문득 깨달아서 말했다. “아아아… 그 일은 저도 생각 했었어요. 엄마도 예전에 스스로 노력해보셨는데, 적절한 사람을 못 찾았어요, 다 이상하고 못 미더운 사람들이었거든요. 저도 지금은 거기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어서, 제가 생각을 많이 못 해드린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