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몽요는 전지의 말투가 너무 공격적이라고 느꼈지만 지금 입을 열면 일만 커지니 어쩔 수 없이 미안한 눈빛으로 경소경을 바라봤다. 경소경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딱딱하게 말했다. “저 사람이 빚진건 그 쪽이 갚을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요. 그땐 두 사람 헤어졌을 때였고, 나도 그쪽 대신해서 챙겨준 게 아니라 그렇게 말하는 건 적잘하지 않은 것 같네요. 나쁜짓 하면 결국엔 다 자신한테 돌아온 다는 말이있죠. 한번 실수는 용서가 되지만 두번째는 용서가 안되요.” 진몽요는 경소경이 전지에서 맞설 줄 몰랐다. 경소경은 늘 대충 남의 일 마냥 일하고 헤프게 웃는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전지는 경소경 말의 의미를 알아듣고 두 주먹을 꽉 쥐며 썩소를 지었다. “보아하니 저한테 불만이 많으신 거 같은데, 무슨 말이 하고싶은 거에요? 말하고 싶으면 참지 말고 그냥 말하세요.” 경소경은 선택권이 없었다. 목청침을 위해서라도 참아야만 했다. 그는 전지의 도발에 넘어가지 않고 진몽요를 한번 쳐다본 후 차를 타고 어둠속에서 사라졌다. 이 싸움은 누가봐도 전지의 승리였다. 그는 경소경이 못 말할 줄 알고 일부러 도발한 것이었다. 경소경은 늘 자신만의 철학을 지켜왔기에, 절대 여자 하나 때문에 친구를 버릴 사람이 아니었다. 차로 돌아와서 진몽요는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한 쪽은 남자친구고 한 쪽은 자신을 도와준 경소경이니 두 사람이 싸울 때 누구 한 쪽에 편을 들어줄 수 없었다. 전지는 그녀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왜? 신경 쓰여? 그런거라면 참지 말고 그냥 말해.” 그녀는 눈썹을 살짝 찌푸리며 “너는 그 사람이 날 도와준 걸 분명히 알았어, 그런데 왜 그런 태도로 말한거야?” 그는 강하게 반박했다. “그럼 너는 자기 여자친구랑 단둘이 데이트하려는 남자한테 어떻게 말해야 된다고 생각하는데? 그래서 기분 나쁘다는 거야 지금?” 이런 전지의 모습이 갑자기 너무나도 낯설게 느껴졌다. 만약에 그가 단순히 저런 이유로 인해 이성을
“몽요야 미안해, 내가 잠깐 정신이 나갔었나 봐. 그런 말 안 하면 안되? 난 너랑 함께하고 싶어…” 그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그녀에게 부탁했다. 진몽요는 우유부단한 성격이지만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만큼은 단호했다. “전지야, 아니야, 내가 아까 생각을 정리해봤는데 내가 처음부터 이렇게 우유부단 했으면 안됐었던 것 같아. 너도 나한테 다시 돌아오지 않는 게 서로에게 더 좋을 뻔했어. 지금 넌 모든 걸 가졌으니 아무 여자나 만날 수 있잖아. 헤어진 그 날부터 넌 더 이상 내 것이 아니고, 나도 이젠 내 소유야. 너를 안 사랑하는 내 마음 더 속이고 싶지 않아.” 말이 끝나자 그녀는 차 문을 열고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떠났다. 가로등 아래 멀리 떠나가는 그녀의 그림자를 보며 전지는 쫓아가지 않고 그저 그녀야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바라만 보았다. 그녀가 한 걸음씩 사라질 때 마다 그의 가슴은 점점 차가워져만 갔다. 그는 점점 과거를 회상하며 서영생과 의지하던 고아시절을 떠올렸다. 사랑은 그에게 사치스러운 감정이었고 복수심과 증오만 가득했어야 했다. 결국 그는 그녀를 쳐다보지 않으려 시선을 애써 피했다. 애초부터 그의 사랑은 이루어 질 수없었다. 그가 직접 그녀를 불구덩이 속으로 밀었기에 그녀와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었다. 아무도 없는 길엔 진몽요 홀로 신발을 들고 맨발로 걷고 있었다. 울퉁불퉁한 바닥 때문에 발다닥이 다 긁혔고 한참동안 택시 한 대 지나가지 않았다. 심란한 마음을 해소하기 위해 그녀는 휴대폰을 꺼내 온연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가 연결되고 온연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진몽요는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연아, 나 전지랑 완전 끝났어. 이제 걔를 안 사랑하는 것 같아서 헤어지자고 했어.” 그녀의 목소리는 약간 떨렸지만 온연은 그녀의 눈물을 알아채지 못했다. “진짜 헤어졌어? 너 지금 어디야? 옆에 차소 리 들리는 데 밖이야?” 그녀는 코를 훌쩍이며 주위를 둘러봤다. “나도 여기가 어딘지 모르겠어. 사랑하지 않아서 헤어진거니 괜
10분후, 목정침은 옷을 갈아입고 내려왔다. “가자.” 기쁜 모습을 한 그녀를 보고선 그가 자연스럽게 팔짱을 끼라는 듯 팔을 살짝 올렸다. 그녀는 볼이 빨개지더니 그를 향해 팔을 얻었다. 차에 타고 온연은 진몽요에게 전화를 걸었다. “몽요야, 너 어디야? 위치 찍어서 보내줘, 내가지금 갈게.” 진몽요는 걷다 지쳤는지 이미 길가에 쭈그려 앉아 있었다.위치를 받고 목정침은 속도를 올려 빠르게 달렸다. 운전에 열중한 그의 모습에 온연은 눈을 뗄 수 없었다. 온연은 두사람 사이에 이렇게 평화롭고 설렘 가득한 날이 올 줄 몰랐다. 이런 두근거리는 감정을 좋아해야 하는 걸까? “너 계속 그렇게 쳐다볼거면 차 세운다.” 그녀의 시선을 의식한 그가 장난스럽게 말했다. “나빴어…” 그녀는 시선을 거두고 창 밖을 바라보는 척했다. “진짜 나쁘다고?” 그는 진심으로 물었다. “그냥 해본 말이예요.” 그녀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한참동안 침묵하던 그가 무심결에 물었다. “넌 지금 생활에 만족해? 나랑 이렇게 계속 살아도 괜찮아? 우리 과거는 다 잊어버리고 다시 잘해보는 거 어때?” 그녀가 갑자기 필사적으로 가슴쪽을 가리자 그는 그녀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았다. “안에 안 입었어?” 그녀는 눈을 부릅뜨고 그를 노려봤다. “아니거든요.” 그녀는 그의 말을 듣고 심장이 터질 것처럼 빨리 뛰어서 그런 행동을 한 것이었다. 그는 여전히 인내심이 없었다. “아님 말고. 빨리 대답해줘, 네 대답이 궁금해.” 그녀는 입술을 깨물으며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왠지 모를 안도감이 들었지만 또 완전히 방심할 수는 없었다. 지금의 일어나는 모든 건다 장담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녀가 편지를 읽기 전까지는 다 거품에 불과했고 나중을 위한 희망고문일 뿐이었다. 진몽요에게 도착하자 온연은 그제서야 진몽요 얼굴을 보고 그녀가 울었다는 걸 발견했다. 두사람은 뒷자석에서 껴안으며 우는 그녀를 달래주었고, 목정침은 투명한 기사 취급을 당했다. 목정침은 여자가
경소경은 얼른 일어나서 말했다. “다들 나가 있어. 오늘은 우리끼리 마시면 되니까 해산!” 여자들은 목정침의 기분을 눈치채고 하나둘씩 자리를 피했다. 임립은 경소경 옆으로 자리를땡겼고 온연과 진몽요가 한 쪽에 앉았다. 여자 둘과 그 맞은편에 남자 셋이 앉았다. 아까 같은 격앙된 분위기는 사라지고 어느 덧 싸늘한 공기만 가득했다. 임립은 이 분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할 수 없이 말했다. “청침이 사실 자주 안 와요, 여자들이랑 같이 술 마시지도 않고요, 다른 건 뭐…” 온연은 담담하게 본인과 진몽요의 술을 따르며 “알아요, 괜찮아요.” 그녀가 담담할수록 세 남자는 더 긴장했다. 목정침은 웨이터의 손길이 지나갔던 곳을 만지며 말했다. ”괜찮다면 괜찮은거야. 너희끼리 놀아.” 어색한 분위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술 몇 잔 들어가자 진몽요는 임립과 게임을 했고, 아무도 모르게 진몽요는 경소경의 눈을 마주칠 수가 없었다. 경소경이 여기 오기 전에 원래 그녀와 약속이 있었는데 전지 때문에 어색해져 그를 볼 낯이 없었다. 경소경은 그녀의 생각과는 달랐는지 게임에 동참했고 온연과 목정침까지 부추겼다. 자리에 있는 사람중에 온연만 초보여서 그녀만 벌주를 마셨고, 몇 잔 마시더니 버티기 힘들었다. “나 빼고 하는 게 어때요? 난 게임을 못해서 아니면 남은 술 다 내가 마시겠어요 목정침은 그녀의 술잔을 비웠다. “내가 대신 마실게.” 그의 이런 행동은 진몽요, 경소경 그리고 임립의 눈초리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진몽요는 꼴 사납다는 듯이 말했다. “와이프 있는 거 자랑해요? 나머지 솔로들 부러우라고?” 경소경은 목정침을 흘깃 보더니 표정이 살짝 흔들렸다. 그는 속으로 이미 진몽요와 전지가 헤어졌다는 걸 눈치채고 있었다. 그가 여기 오기전에, 그와의 약속이 그들의 이별로 이어질 줄 생각도 못했다. 바에서 나오자, 이미 새벽 한 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진몽요는 너무 취해서 헛소리만 하고 있었고 경소경이 부축하지 않았다면 그녀는 이미 바닥에 실신했
목정침은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 걔는 믿어도 돼. 설령 집에 안 데려다 줬어도 아무 일 없을거야.” 그녀도 경소경을 비교적 믿는 편이었지만 술을 마셔서 안전하지 못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알겠어요… 그리고 예전에 술집 자주 갔었죠? 그쪽 사람들이 잘 아는 거처럼 대하던데…” 그 여우가 그한테 기댄걸보면 잘 아는 게 당연했다. 목정침은 답하지 않고 반문했다. “질투나?” 그녀는 부인했다. “절대 아니요! 잘 거에요.” 그는 자세를 고쳐 앉고선 그녀는 품 속에 끌어안았다. “내일 같이 휴가가자, 거절은 안 돼.” 그는 다 생각해두었다. 전지와 진몽요가 헤어졌으니 그가 할 수 있는 건 시간을 끄는 것 뿐이었다. 온연은 이곳에서 떨어트려 편지를 열어 볼 수 없게 해 시간을 끌으려는 속셈이었다. 온연은 거절하지 않았지만 조건을 제시했다. “몽요랑 같이 가도 되요? 몽요가 실연당해서 바람 좀 쐬면 좋을 것 같은데. 그리고 단 둘이 가면 좀 불편하기도 하고, 그래도 되죠?” 그는 잠시 고민하더니 수긍했다. “그래…” 그는 혹시 그녀가 가기 싫을까봐 그녀의 부탁을 들어줘야 이 곳을 떠나게 할 수 있었다. 진몽요가 아니고 탕위엔을 데리고 간다고 해도 허락해줘야 했다. 그들 과는 다르게 경소경 쪽의 분위기는 반대였다. 백수완 빌리지 안에 경소경네 별장만 불이 켜져 있었다. 진몽요는 집에 도착하자 마자 밤새 토를 했고, 경소경은 그녀가 변기에 빠지지 않게 잡아줘야 했다. 토를 다 하고 진몽요는 굳이 샤워를 하고 그는 샤워가운을 갖고 문 앞에서 기다렸다. 안에서소리가 나지 않자 그제서야 그가 문을 두드리고 그녀의 대답을 기다렸다. 갑자기 안에서 양치소리가 들리자 그가 깜짝 놀라서 “설마 내 칫솔 쓰고 있는 거 아니죠?” 진몽요가 수건을 두르고 문을 살짝 열어 입가에 치약 자국을 묻힌 채 머리를 내밀었다. “당신 칫솔? 여기 내 집 아니예요?” 그는 “괜찮아요…그냥 써요. 칫솔 바꾼지 얼마 안됐는데 그 쪽이 괜찮으면 된거죠…”
그는 서서히 물러났지만 계속 그녀를 잡고 있었다. “이제와서 놔달라고요? 장난 그만치겠다고 먼저 말해요 그럼.” 그녀는 팔을 흔들며 그의 머리를 헝클러 놓았다. “싫어요! 마음이 불편하다구요! 계속 귀찮게 할래요.” 지금까지 그 어떤 여자도 그의 머리를 건들였던 적이 없어 그는 더욱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그녀의 팔을 들어 머리 위에 고정시켰다. “그쪽이 나 건들인거에요, 후회하지 마요.” 그녀가 말대꾸를 하기도 전에 그가 다시 그녀의 입을 맞췄다. 마지막 순간에 그는 이성을 되찾고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전지랑 한 적 있어요?” 그녀는 미친듯이 고개를 저으며 “아니요! 적절한 때가 아니었어요. 헤어지기 전이나 지금이나…” 그는 무의식중에 그녀가 전에 본인은 깨끗한 여자라고 했던 말이 생각났다. 그 말은 그녀가 아직 순결하다는 뜻이었다. 그는 불타는 마음을 애써 누르고 일어나서 거실로 나와 그녀를 안방에 가뒀다. 어둠속에서그의 담뱃불만이 빛나고 있었고, 만약 그녀가 전지와 한 적이 있었다면 그는 절대 고민하지 않았을 것이다. ...... 점심, 온연은 일어나자 마자 제일 먼저 진몽요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가 연결되고 그녀가 말을 하기도 전에 진몽요가 소리를 질렀다. “내가 왜 경소경네 집에 있어? 어제 그 사람이 우리집에 데려다 준 거 아니였어? 그 사람도 우리집으로 온 것 같았는데….” 온연은 폰을 살짝 귀에서 떼더니 “몽요야, 소리 좀 줄여 귀 터질 뻔했잖아. 너 그래서 지금 경소경네 집이라고? 너네 아무 일 없지?” 진몽요는 정신을 차리더니 샤워가운이 좀 흐트러진 것 빼고는 별로 이상한 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응, 아무 일 없는 것 같아… 그 사람 소파에서 잔 것 같아, 소파에 자고간 흔적이 있더아. 지금은 나가고 없어, 나 혼자 집에 두고 뭐 훔쳐갈까 불안하지도 않나?” 온연은 이 상황이 웃기다고 생각했다. “저번에 내가 경소경네 집에 가서 봤는데 집은 커도 막상 별 거 없었어. 딱히 비싼 거 없는 거 같은데
그녀는 힘 없이 반박했다. “내가 헤어지자 했어요. 걔랑 예전으로 돌아갈 수가 없어서, 안 맞으면 당연히 빨리 결정을 해야죠. 그리고 이건 제 일이라서 엄마랑은 상관없거든요? 내가 남자도 못 사귈까봐 그래요? 전지가 목정침 동생만 아니었어도 엄마는 걔 마음에 안 들어했을 거예요. 돈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엄마한테 집 선물할 사람 이제 없어요, 집 옮길려면 이제 알아서 벌어야 한다고요. 그러니까 돈 아껴쓰세요, 없이 살아봐서 알잖아요.” 딸의 성격을 알았던 강령은 이렇게 된 이상 다 물거품이라는 걸 알아챘다. “됐고, 너한테 잔소리하기도 귀찮다. 며칠 놀다 와, 우리 굶어 죽을 일 없게 일자리부터 찾고. 내 돈으로 별장은 못 사도 엘리베이터 딸린 아프 정도는 살 수 있어. 앞으로 남자 찾을 땐 내 생각도 좀 고려해줘. 차 없고 집없는 남자는 엄마 성에 안 차!” 강령이 왠일로 싸우려 하지 않자 진몽요도 웃으며 대답했다. “알겠어요 엄마.” 오후 4시가 되자 목정침과 온연은 목가네에서 캐리어를 들고 진몽요를 픽업한 후 5명이서 공항에서 모였다. 목정침을 제외한 경소경과 임립은 수트를 입지 않고 캐주얼하게 꾸미고 나와서 그런지 오히려 목정침이 눈에 띄었다. 진몽요는 경소경과 임립을 보고도 놀라지 않았다. 그때 술집에서처럼 세 사람만 가는 줄 알았는데 결국엔 또 5명이었다. 정확히 그땐 웨이터까지 있었지만, 어쨌든 목정침은 늘 예기치 못한 행동을 한다. 온연 조차도 이런 상황이 익숙해졌으니, 그녀 또한 익숙해져야만 했다. 비행기 탑승 후, 목정침과 온연이 같이 앉고, 임립과 진몽요과 같이 앉고, 경소경만 혼자 앉았다. 비즈니스석에 탑승한 그들은 비교적 편하게 갈 수 있었다. 이륙하기 몇 분 전, 선글라스를 쓴 키 큰 여자가 비행기에 타 경소경 앞으로 걸어왔다. “죄송한데 제 자리가 바로 옆이라서요.” 경소경은 고개를 들어 그 여자를 쳐다봤고, 여자는 갑자기 놀란듯한 표정으로 선글라스를 내리고 성형을 많이한 얼굴을 내밀었다. “도련님? 어떻게
리사는 비행기에서부터 그녀에게 불만이 많았다. 술 취한김에 그녀에게 삿대질을 하며 물었다. “무슨 고모할머니? 도련님 새 여자친구죠? 괜히 자만하지 말아요. 언젠간 버림받게 되있으니깐. 우리 어차피 다 같은 배를 탄 사람들인데 서로 이럴 거 있나요? 그 쪽이 좀 젊고 돈 있어도 3개월 안에 차일걸요. 나도 그 사람이랑 3개월은 좋았어요, 이정도면 뭐 오래 만난거죠. 필요한 거 있으면 다 사주는 건 말할 필요도 없고. 아쉽게도 오래는 못 갈 것 같네요, 행운을 빌어요.” 진몽요는 이 얘기가 역겨워 속으로 경소경을 미친듯이 욕했다. 리사가 떠나기도 전에 그녀는방문을 확 닫아버렸고 폰을 꺼내 경소경에게 문자 한 통을 보냈다. ‘필요한 거 있으면 다 사준다고 리사가 그러던데, 부탁인데 아무리 염치가 없어도 이러지는 말죠. 다시 나 깨우면 진짜 두고봐요 그땐!’ 경소경은 문자를 보고선 답장하지 않고 침대에 누워 긴 한숨을 쉬었다. 자기라고 여기서 또아는 사람을 마주칠 줄 알았을까? 그는 그저 방탕했던 과거를 탓할 뿐이었다. 한편, 온연은 침대에 누워서 잠이 오지 않아 뒤척거렸다. 호텔 침대는 너무 푹신했고, 베게도집에 있던 거보다 높아 편하게 잠에 들 수가 없었다. 목정침은 잠에 들었지만 그녀의 뒤척이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왜 그래?” 그녀는 불편한 듯 말했다. “잠이 안 와요, 새침대라 그런가봐요.” 그는 그녀의 베게를 치우고 자신의 팔을 그녀의 머리 아래에 품에 안았다. “이러면 좀 괜찮아? 집이라고 생각해봐.” 자세를 바꾸니 괜찮아진 것 같았다. 근데 집이랑은 완전 다른 느낌이었다. “왠지 여행 온 게 벌 받으러 온 느낌이에요. 잠도 잘 못자고.” 그는 눈을 감고 중얼거렸다. “난 좋은데… 이러면 네가 집 떠날 생각은 안 할 거 아냐. 새 침대에선 잠을 잘 못 자니까.” 그녀는 멈칫하더니 대화주제를 돌렸다. “비행기에서 그 리사 말이예요, 경소경이랑 사겼었죠? 게다가 무명 연예인이라던데. 당신도 예전에 그런 취향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