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하려고 결혼했습니다: Chapter 871 - Chapter 8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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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2화

주차장.엘리베이터가 올라가자 하준은 주먹으로 세게 벽을 내리쳤다.주먹을 타고 피가 흘렀지만 하준은 아픔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았다. 주먹보다는 마음이 너무 아팠다.‘여름이가… 나에게 총을 겨누다니….’깊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총을 겨누어진 것보다 더 마음 아픈 일이 있을까?‘하아….여름이가 날 사랑하기는 했을까? 어떻게 그렇게 야멸차게 변할 수가 있지?’“지금 이 꼴을 보고도 모르겠어? 강여름은 애진작에 변했어. 총까지 들고 다니잖아?”송영식이 분노에 차서 외쳤다.“내가 보기에는 너에게 숨기는 게 많은 것 같다. 너랑 사귀는 것도 다 거짓인지도 몰라. 널 사랑하는 게 아니라 순전히 너와 지안이에게 복수하려고 그러는 건지도 모른다고. 아직도 이해가 안 돼?”“시끄러워.”하준의 싸늘한 시선이 송영식을 향했다.“내가 말한 건 사실이라고. 정신 차려. 누가 정말 널 사랑하는 사람인지를 알아야지.”송영식은 그렇게 말하더니 혀를 차며 차 문을 열었다.“난 이렇게는 못 넘어가. 오늘은 도망쳤을지 몰라도 절대로 못 놔줘. 일단 나는 지금 잡아놓은 그 납치범 자식 족치러 간다.”----하준과 영식이 떠나고 얼마 뒤.임윤서가 급히 달려왔다.“민관이가 정말 최하준에게 잡혔어?”“응.”막 샤워를 마친 여름이 옷을 깨끗하게 갈아입고 나왔다.밤새 잠을 자지 못해서 얼굴에는 피곤이 가득했다.“얘기를 들어보니 현장에서 민관이가 백지안을 마구 때리고 있었대. 백지안은 그 자리에서 더는 살기 싫다면서 자살을 시도했다나 봐.”“백지안이 꾸민 짓이 분명해. 민관이가 어디 백지안 같은 인간을 건드린 애니? 젠장.”임윤서는 홧김에 욕을 퍼부었다.여름은 골치가 아픈 듯 미간을 문질렀다.“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해. 어쨌든 민관이를 계속 지룡에 둘 수는 없어. 목숨을 잃을지도 몰라.”“어쩌려고?”임윤서가 물었다.“…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어.”여름은 약간 망연자실한 모습이었다.“민관이는 꼭 한번 만나야겠어. 진상을 제대로 파악해야 결백을 밝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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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3화

게다가 내년 대통령 선거를 준비 중인 송연재까지 있었다.“서 회장, 이 시간이 우리 집에 웬일인가?”송우재가 허허 웃으며 물었다.“어르신, 드릴 말씀이 좀 있어서요.”서경주는 분개한 기색이 역력했다.“저도 이제는 도저히 방법이 없어서 딸애를 데리고 좀 찾아뵈었습니다. 송 회장, 거 아들 간수 좀 잘 하지 그래.”송태구가 움찔했다. 두 아들 중 누구를 말하는 것인 것 당황스러웠다.“왜 그런….”“송영식 씨가 오늘 오후에 사람들을 잔뜩 데리고 성운빌로 절 찾아와서 말썽을 부렸습니다.”여름이 단도직입적으로 휴대 전화를 열어 영상을 틀었다.“이건 주차장 CCTV 영상입니다. 제가 복사해 두었어요. 보시죠. 송영식 씨가 제 차를 들이받는 장면입니다.”송영식의 가족이 모두 모여서 화면을 들여다보았다. 송영식이 여름의 차를 들이받더니 여름을 차에서 끌어내 멱살을 잡는 모습이 보였다. 게다가 뒤로는 송영식의 수하가 주르륵 늘어서 있었다.송우재, 송태구 등 식구들의 얼굴이 확 일그러졌다.지금 송씨 집안은 특수한 시기를 지나고 있으니 이런 영상이 퍼져나갔다가는 대통령 후보 경선에도 못 나갈 지경이었다.“이게 대체 어찌 된 일이란 말이야?”그래도 송태구가 제일 먼저 정신을 차렸다. “필시 무슨 원인이 있지 않겠는가?”“회장님은 그래도 이성적인 분이시지만 사정을 잘 모르실 테니 제가 사실대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어제 백지안이 납치당했습니다. 그런데 하필 어쩐 일인지 현장에 있었던 제 보디가드가 잡혔습니다. 그랬더니 송영식 대표는 제가 했다고 생각한 겁니다.사실 저도 대체 어째서 제 보디가드가 현장에 있었는지조차도 모릅니다. 며칠 오천에 가 있었거든요. 그런데 제가 돌아오자마자 송영식 대표가 제 차를 들이받고 자기 수하들에게 절 잡아가라고 명령을 하지 뭡니까?”순식간에 송태구의 얼굴이 어두워졌다.본시 쿠베라는 대대손손 엄격한 규율로 자식들을 가르쳐 성실하고 반듯한 자손들을 키워왔는데 어쩌다가 이런 망나니 같은 자식이 태어났는지 모를 일이었다.여름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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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4화

“그렇습니다. 사실 하준 씨와 사귀는 동안에도 내내 마약 상습 복용자를 만나고 있었죠. 외국에 있을 때 알았다는 것 같습니다. 백지안은 매주 몇 번씩이나 그 남자를 찾아갔죠. 그 남자를 살해한 살인범은 아직 잡지 못했는데 경찰에서는 백지안을 의심했지만 확실한 증거를 잡지 못했죠.”그 말을 들은 송영식의 가족들의 반응기 각기 다 달랐다.송영식이 은근히 백지안을 지켜주고 있다는 사실을 모두들 알고 있었다.최근 백지안과 관련된 그다지 좋지 않은 이야기가 들려오기는 했지만 다들 내막을 자세히 알지는 못했던 것이다.“하신 말씀이 사실인가요?”송근영이 의아한 기색으로 조심스럽게 물었다.“이 일은 송영식 대표도 잘 알고 있습니다. 다만 백지안이 대체 무슨 수를 썼는지 주변 남자들의 정신을 좀 쏙 빼놓아서 송 대표는 백지안을 아주 여신처럼 여기더라고요.“그렇게 말하는 여름의 말투에는 무력함이 역력했다.“남자들이 여자에게 홀려있을 때는 무슨 말을 해도 다 믿어주더라고요. 그런데도 최하준이 백지안과 결혼하지 않은 것만 봐도 제 말씀이 거짓말이 아니라는 방증이죠. 자신을 배신하고 다른 사람을 만난 연인과 관계를 지속할 사람은 많지 않죠.”송영식의 가족은 그 말을 듣고 모두 입을 다물었다. 사실 최하준은 며칠 뒤에 다시 식을 치르겠다고 하더니 이후로 결혼식에 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고 그 집 식구들에게 물어도 다들 말을 얼버무릴 뿐이었던 것이다.서경주는 딸이 할 말이 끝나가는 것을 보고 냉랭하게 말을 받았다.“저희는 오늘 대충 이런 내막을 알려드리러 왔습니다. 우리 두 가문이 알고 지낸 지도 오래되어 어르신이 인품은 제가 잘 알고 있습니다. 다만 다들 송영식 군을 좀 잘 살펴주셨으면 합니다. 이렇게 불법적으로 우리 애를 끌고 가려고 했던 영상이 잘못된 마음을 먹은 사람 손에 들어가기라도 했다가는 내년에 대선에 크게 영향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말입니다.”점잖은 송연재가 긴장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경주 형님, 그 영상 원본은….”“우리가 이미 단지 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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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5화

일이 대충 마무리되어 가는 분위기인 것을 보고 서경주가 말했다.“늦었으니 저희는 이만 가보겠습니다.”“아니 앉아서 차라도 한잔하고 가지.”송태구가 일어서며 잡으려고 했다.“아니야. 우리는 이제 또 여름이 보디가드가 어떻게 됐는지 좀 알아보러 가야지. 누군가가 배후에서 우리 여름이를 해치려고 계략을 꾸민 것 같아. 내가 끝까지 조사해서 알아내고야 말 거야.”서경주가 손을 휘휘 저으며 여름을 데리고 자리를 떴다.서경주 부녀가 떠나가 송우재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서경주 부녀가 하는 말이 사실이라고 생각하느냐?”송윤구가 미간을 찌푸렸다.“아무래도 여름이가 하는 말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경주야 뭐 워낙 반듯하고 착한 친구니까요.”“맞습니다.”전유미도 고개를 끄덕였다.“사람이 그렇게 순진하고 착하지 않고서야 수십 년간 바람을 피우는 위자영을 믿고 살 수는 없었겠죠. 여름이도 지난번에 윤서랑 왔을 때 보니 괜찮은 애 같더라고요. 뒤로 무슨 꿍꿍이가 있는 애처럼 보이진 않았어요. 원래 바둑은 옆에서 훈수 두는 사람에게 잘 보이는 법이라고, 영식이고 최 회장이고 지금 한창 홀려서 정신을 못 차리고 있으니 걔들이 주장하는 강여름 납치 사주설은 다시 잘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난 납치가 백지안이 벌인 자작극이라는 생각이 들어요.”송근영이 돌연 입을 열었다.“지금 백지안은 최하준과 결혼하고 싶은 상황인데 요즘 최하준과 강 대표 재결합설이 나오니 백지안은 급할 수밖에 없어요. 그러니 분명 무슨 수를 쓰던 강여름을 모함하고 싶었을 거예요.”다들 깜짝 놀라서 송근영을 바라보더니 잠시 다들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한참 만에야 송우재가 그나마 고개를 끄덕였다.“그럴 가능성을 배제할 수가 없구나.”송태구가 점점 긴장되어 보였다.“어쨌든 영식이에게 무슨 수를 써야지 안 되겠습니다. 이번에 서경주 회장 쪽에 걸렸기 망정이지 다른 사람에게 이런 일이 벌어졌더라면 지금쯤 우리 집안 사람이 갑질을 한다며 난리가 났을 겁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우리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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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6화

여름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 송영식의 집에 다녀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최소한 백지안이 송영식과 결혼하게 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는 효과는 기대할 수 있게 된 것이다.막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휴대 전화가 울렸다. 오래도록 연락이 없던 양유진이었다.“윤서 씨에게 민관이 얘기 들었습니다.”여름은 어이가 없었다.“윤서 얘가 입이 이렇게 가벼워서….”“걱정되니까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해서 제게 연락한 거죠. 우리 한번 봅시다.”양유진이 말했다.“제가 도울 방법이 있는지 상의를 좀 해보죠.”여름은 양유진이 지룡을 상대할 파워가 있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무작정 호의를 거절하기도 어려워서 만나기로 약속을 했다.----지룡 보호실.송영식의 고함소리가 울려 퍼졌다.“불어! 강여름이 시킨 거지?”“아닙니다. 난… 아무 짓도 안 했어요.”육민관은 이를 악물고 버티다가 결국 기절하고 말았다.“빌어먹을! 이놈의 자식이 아무리 해도 입을 안 여는구먼.”송영식이 씩씩거리면서 보호실에서 나와 올라갔다. 하준은 바에서 와인을 마시고 있었다. 조각 같은 얼굴은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조각처럼 아무런 온기가 느껴지지 않았다.“놈이 기절해 버렸어.”송영식이 분에 차서 내뱉었다.“아무 말도 안 해?”하준이 눈을 가늘게 떴다. 하준은 놈이 그저 평범한 보디가드인 줄 알았는데 여름에 대한 충성심이 이정도이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어쩐지 그렇게 집착을 하며 풀어달라고 하더니만….’송영식이 고개를 저었다.“한 마디도 안 불어. 난 일단 지안이 보러 병원에 좀 다녀올게. 같이 갈래?”“난 좀 씻고 이따가 가볼게.”하준은 무표정한 얼굴로 와인을 더 따랐다.송영식은 하준을 한 번 쳐다보더니 뭐라고 말할 것처럼 입을 씰룩거리다가 결국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돌아섰다.송영식이 탄 차가 막 지룡 본부를 빠져나오자마자 몇 대의 차에 둘러싸였다.곧 쿠베리어 멤버들이 차에서 내려 다가왔다.송영식은 그들을 보자 차에서 내려서 다가갔다.“수한이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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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7화

전수한이 공손하게 앞으로 나섰다.“안녕하셨습니까? 죄송합니다만 이건 저희 쿠베라 집안일이니 끼어들지 않으시는 게 좋겠습니다.”“어르신께서 너희들에게 영식이에게 손대고 좋다고 하셨단 말인가?”하준은 믿을 수가 없었다.맞아서 피투성이가 된 송영식이 분에 차 악을 썼다.강여름이 우리 할아버지에게 일러서 이간질을 한 게 틀림없어!”하준의 눈에 노기ㅏ 어렸다.‘강여름, 감히 이런 비열한 짓을….’전수한이 냉정하게 말했다.“어르신께서 만약 대표님이 반항하거든 무력을 행사해서라도 끌고 오라 했습니다. 더 이상 집안 망신을 시킬 수 없다고요.”“할아버지가 정신이 어떻게 되셨나…?”송영식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자 뒤에 있던 몇몇이 송영식의 복부를 가격했다.“정신은 대표님이 차리셔야겠습니다.”전수한이 싸늘하게 경고했다.“작은 어르신 대선이 코앞이라 집안사람들이 하나같이 언행을 고르며 대선을 위한 계획을 짜고 있는데 지금 대표님만 걸림돌입니다. 그저 여자 하나 때문에 이렇게 정신을 못 차리시다니….”그렇게 말하더니 손짓을 했다. 쿠베리어 멤버들이 전광석화처럼 송영식을 들어 차에 태웠다.“더는 시끄럽게 하지 않고 저희는 이만 가보겠습니다.”전수한이 굽신 인사를 하고 갔다.전성의 눈에 하준의 어두운 얼굴이 들어왔다.“회장님….”“그냥 둬. 확실히 영식이네 집안일이니까 우리가 멋대로 손을 대서 지룡과 쿠베리안에 큰 싸움을 일으킬 수는 없어.”하준이 고개를 저었다.지금 쿠베라는 나라 안에서 한 손에 꼽을만한 그룹은 아니다.그러나 쿠베라는 배후가 매우 든든했다. 한동안 쿠베라는 몸을 낮추고 송태구를 대통령 만드는 데만 집중해 왔다. 그래서 재계에서는 최대한 눈에 띄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었다.그러니 정말 붙으려고 든다면 쿠베리안도 지룡에 쉽게 무너질 정도의 수준이 아닐 터였다.어쨌거나 강여름이 쿠베라에서 아끼는 송영식에게 이렇게 손을 대게 만들 정도로 도발을 했다는 점은 아무리 생각해도 놀라웠다.‘대체 뭘 어떻게 한 걸까?이제 나랑 제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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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8화

양유진은 그 말을 듣더니 여름을 가만히 들여다보더니 너무나 다정하게 말했다.“당신이 괴로운 모습을 보느니 회사를 포기하겠어요.”여름의 가녀린 몸이 파르르 떨렸다.진작부터 양유진이 자신을 매우 사랑한다는 건 알았지만 자신을 위해서 회사의 미래까지도 던지려고 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유진 씨, 저는 그럴 만한 가치가….”여름이 작은 소리로 진심을 전했다.“아니에요. 당신은 지금 큰 그룹의 이사장이고, 서경주의 유일한 혈육이면서 헤이즐의 이사라는 어마어마한 신분을 여러 가지 걸치고 있어요. 당신과 결혼하고 싶은 남자가 얼마나 많을 텐데 그런 소리 말아요.”양유진이 웃었다.“오히려 내게 여름 씨는 너무나 근사한 사람이에요”“농담하지 마세요. 이제 진영 그룹도 꽤 큰 회사가 되었잖아요. 요즘 언론에서도 젊은 새 리더 양유진에 대해서 종종 보도하던걸요. 얼마나 굉장한 아가씨들이 유진 씨와 결혼하고 싶어 할….”“하지만 난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결혼할 생각은 없습니다.”양유진이 여름의 말을 끊었다.“나는 조건에 맞추어서 대충 결혼할 생각은 없습니다.”“……”여름은 목이 멨다.“지금 바로 추성호 대표에게 연락을….양유진이 일어섰다.“잠시만요!”여름이 갑자기 양유진을 불러 세웠다.“제가 다시 최하준을 찾아가 볼 생각이에요.”“최하준과 다시 이야기를 해본다고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양유진이 물었다.“나에게 빚진 게 너무 많다고 생각해서 그러는 겁니까, 아니면 그동안 최하준에게 다시 애정이 생기기라도 했나요?”“그런 게 안에요.”여름은 양유진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아 얼른 부인했다.“아직 당신이 회사를 걸 정도로 상황이 어렵진 않아서 그래요. 앞으로도 최하준과 더 길게 싸워야 할 텐데 우리가 가진 최후의 카드까지 다 꺼내서 쓸 수는 없어요.”“하지만….”“저도 다 생각이 있어요. 유진 씨의 뜻은 제가 잘 알겠어요. 최소한 유진 씨가 저에게 가장 좋은 사람이라는 건 알았어요.”여름이 일어섰다.“늦었네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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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9화

“아침에 여울이를 데리고 나가서 하루 좀 놀다 와.”여름이 임무를 주었다.“그게 답니까?”양우형은 좀 얼떨떨했다.“일단은 그래. 여울이 말고 다른 사람은 절대 널 알아보게 하지 말고.”“알겠습니다.”------아침 6시 반.여름은 차를 몰고 지룡 본부로 향하는 길에 최하준에게 전화를 걸었다.“결국 전화를 하셨군.”하준의 낮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난 당신이 그 떨거지 놈을 포기한 줄 알았지.”“아무래도 민관이를 한 번 만나야겠어요. 40분이면 지룡 본부에 도착해요.”여름이 입을 열었다.“웃기시네. 뭘 근거로 나와 담판을 지으시려고 이러지?”하준이 매섭게 물었다.“강여름, 내가 당신을 너무 얕봤어. 쿠베라에 쳐들어가서 이간질을 할 줄이야. 아주 영식이를 처참한 지경으로 몰아넣었더군. 아직까지 연락도 안 돼. 갇혔다고.”“그 댁 어르신께서 일을 이렇게 빨리 처리하실 줄은 몰랐는데.”여름이 입을 비죽거렸다. ‘흥, 요 며칠 들은 소식 중에 유일하게 기쁜 소식이구먼.’“역시 당신이 벌인 짓이었군.”하준이 싸늘하게 말했다.“사람을 시켜서 지안이를 납치하고, 쿠베라에서 영식이를 상대하게 만들어? 당신처럼 악랄하고 지독한 인간은 내가 본 적이 없어.”여름이 피식 웃었다.‘본 적이 없겠지. 눈에 콩깍지가 껴서 아무것도 안 보이니까.’“뭐가 웃겨?”여름의 웃음에 하준이 울컥했다.“보고 싶으니까 빨리 와요.”갑자기 여름이 연인에게 하듯 나지막이 속삭였다.하준은 당황했다. 두 사람이 사귈 때도 여름은 이렇게 애교스럽게 말한 적이 없었다.하준의 얇은 입술이 씰룩거리며 막 입을 열려는데 간병인이 후다닥 와서 말했다.“회장님, 백지안 씨가 깨어났습니다.”하준은 전화를 탁 끊더니 바로 병상으로 달려갔다.----여름은 끊긴 전화를 보며 시옷 입술을 했다.‘아주 백지안이라면 열 일을 제치고 달려가는구먼. 불철주야 곁을 지키고 있다가 깨어났다니까 하던 전화도 끊고 달려갈 정도로 두 눈에, 마음속에 백지안 밖에는 없는 거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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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0화

# “그래, 지안아.”백윤택이 큰 소리로 끼어들었다.“어제 사고가 나고 나서 최 회장이 여기서 꼼짝도 안 하고 너만 보고 있었다니까. 너한테 무슨 일이 생겼다가는 최 회장도 큰일났을 거라고.”그 말을 듣고 하준이 인상을 썼지만 백지안의 눈에서 반짝이는 희망을 보고는 뭔가를 말하려다가 그만 삼키고 말았다.“정말?”백지안이 기대에 차서 하준을 바라보았다.“준, 정말 날 버리지 않아? 내가 더럽다고 생각…”“그런 소리 마.”하준이 말을 끊었다.“쓸데없는 생각하지 마. 무슨 일이 생기기 전에 우리가 도착했으니까.“왜 나한테는 이런 일만 생기는 걸까?”백지안이 절망스러운 얼굴을 했다.“난 알지도 못하는 사람인데. 너무 무서웠어. 흑흑…”백지안이 갑자기 머리를 감싸 쥐고 울었다.“아무 생각도 하지 마”하준이 백지안의 손을 잡자 지안은 하준의 품으로 뛰어들어 바들바들 떨리는 얼굴을 하준의 몸에 바짝 붙였다.“준, 왜 날 구했어? 난 이제 너무 지쳐서 그만 살고 싶었는데. 어제 일로 예전에 당했던 일이 생각나서 너무 힘들어. 내 곁에는 이제 아무도 없어. 제발 날 떠나지 마.”“…그래. 내가 여기 있을 거야.”하준은 어쩔 수 없이 백지안을 달랬다.백지안은 하준이 품에 한동안 안겨있더니 겨우 안정을 찾은 듯 보였다. 백윤택이 갑자기 물었다.“그런데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야? 그놈은 왜 널 잡아 간 거야?”“나도 모르겠어. 기분이 안 좋아서 쇼핑이라도 할까 하고 나갔는데 주차장에서 뭔가에 맞고 쓰러졌어. 깨어나 보니까 동굴이었는데 그 사람이… 그 사람이… 내 몸 사진을 찍어 온라인에 뿌리겠다고….”백지안은 울먹이며 말을 이었다.“난 알지도 못하는 사람인데 나한테 왜 그랬을까?”“정말 너무 하구먼.”백윤택이 벌컥 화를 냈다.“어제 송 대표가 그러는데 그놈이 강여름의 수하라며? 우리 지안이 대신 제대로 복수해 줘.”“가, 강여름이 시킨 짓이야?”백지안이 공포에 질린 얼굴을 했다.“나한테 왜 그러는데? 하준이도 빼앗아 갔으면서 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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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1화

하준이 병실에서 나가자 백지안은 곧 번쩍 눈을 떴다.“우리 지안이 아주 대단해.”백윤택이 엄지를 치켜올리며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흐흐흐, 강여름이 그렇게 소중하게 여기는 녀석의 손가락이 잘려 나갔다는 걸 알면 얼마나 화가 날까?”백지안이 눈을 가늘게 떴다.‘얼마나 화가 나기는, 흥!’백지안는 그자가 강여름의 보디가드로 강여름이 가족처럼 아끼는 사람이라고 들었다.‘강여름은 정에 휘둘리는 인간이니 가족 같은 녀석의 손가락이 잘렸다고 하면 미칠 듯 길길이 날뛰겠지.그러고 나면 강여름은 준이 죽도록 원망스러울 테니 영원히 준과 강여름이 재결합하기는 어려울 거야.’----지룡 본부.강여름이 차에서 내려 대문으로 걸어갔다.입구를 지키던 사람이 여름이 나타난 것을 보고 즉시 안쪽에 통보했다.몇 분이 지나자 차윤이 사람을 하나 데리고 나왔다. 여름을 보더니 완전히 깜짝 놀랐다.“사모님….”“사모님은? 애진작부터 난 사모님이 아니에요.”여름이 빙그레 웃으며 차윤을 바라보았다.못 본 사이에 차윤은 피부가 깨나 그을어 있었다. 딱 봐도 그리 좋은 곳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오랜만이에요. 그동안 잘 지냈어요?”“네. 귀국한 지 얼마 안 됐습니다.”여름의 다정한 목소리를 듣더니 차윤은 괴로운 듯 말했다.“잘 지낸 건 아니지만, 사모님 힘드셨던 것에 비하면 저야 뭐 아무것도 아닙니다.”하준이 여름에게 얼마나 매몰차게 대했는지 눈에 담아두었던 차윤은 아랫사람이라 전혀 도움이 되지도 못해 괴로웠던 것이다.“저기, 회장님 안 계실 때 얼른 돌아가세요. 겨우 보디가드 하나 때문에 이러실 것 없습니다.”차윤이 다급히 권했습니다.여름이 쓴웃음을 지었다.“보디가드도 사람이에요. 게다가 민관이는 나에게 그냥 일개 보디가드가 아니라 가족이나 다름없어요. 나에게 충성스러운 그 아이를 나는 온 힘을 다해서 지켜주고 싶어.”차윤은 깜짝 놀랐다.“정말 여전하시군요. 하지만…일단 저기 들어가시면 나오지 못하실까 걱정됩니다. 이번에 회장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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