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하려고 결혼했습니다: Chapter 861 - Chapter 870

1699 Chapters

862화

-내 기억력에 문제가 있는 건가? 최하준 얼마 전에 백지안이랑 결혼한다고 하지 않았어?-결혼 못 했잖아. 결혼식 날 백지안이 경찰에 잡혀갔다지? 아는 사람이 경찰이라서 들었는데 백지안이 최 회장에게 민망할 짓을 했다던데?-그래서 최하준이 전처랑 재결합하기로 한 거야? 왜 최하준이 자꾸 나쁜 놈 같지?-강 대표가 뭐가 부족해서 그러지? 우리나라 최고의 그룹 중 하나인 벨레스 후계자이면서 글로벌 건축 디자이너인데 세상에 남자가 없어서 그러나?-에헤이, 최하준이 잘 생기긴 했지. 돈도 있고. 최하준 감당할 수 있는 여자도 많지 않을걸.- 왜 때문에 나는 최하준이 강여름을 더 좋아한다는 느낌이 들까? 강여름을 업고 있는 모습이 엄청 아끼는 것 같은 기분인데?-나도 그럼. 전에 최하준이 백지안이랑 연애할 때는 업어주기는커녕 길에서 돌아다니는 것도 못 본 듯?“……”해변 별장에 있던 백지안은 네티즌의 댓글을 보다가 폭발하기 일보 직전이었다.사실 그 사람들 말이 맞았다. 백지안은 하준과 십수 년을 사귀었지만 백지안을 업어주기는커녕, 함께 쇼핑 한번 가준 적도 없었다.백지안의 눈가에 굳은 결심이 떠오르더니 누군가의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밤, 산속의 어느 마을.통나무 별장에 누운 여름은 네티즌의 댓글을 보며 입꼬리를 올리고 있었다.샤워를 마치고 나오던 하준은 가만히 여름을 바라보았다. 여름은 커다란 하준의 셔츠를 느슨하게 입고 있었다. 목둘레가 워낙 커서 쇄골에 하준이 남긴 키스 마크가 선명하게 보였다.하준은 자신이 남겨놓은 예술 작품을 보고 있자니 더없이 만족스러웠다.“우리 자기, 뭘 그렇게 보고 있어?”하준이 다가와 휴대 전화 화면 속 자신의 기사를 보더니 난감한 얼굴이 되었다.“사람들 하는 말이 진짜 재미있지 않아?”여름이 그 가운데 댓글 하나를 가리키더니 음미하듯 읽었다.“십수 년을 나랑 백지안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다면서 다들 최하준이 한결같대. 백지안이 싫어지면 날 고르고, 내가 싫어지면 백지안을 고른다면서. 밖에서 새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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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3화

“강여름….”하준의 이 사이로 이름이 새 나왔다. 얼굴은 민망할 정도로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계속 그렇게 자꾸 지안이랑 일 들먹이지 말아 줄래?”“아니, 난 알아야겠어. 신경 쓰이거든.”여름이 하준의 목에 매달렸다.“내가 더 매력적이야, 백지안이 더 매력적이야? 오늘 제대로 말해줄 때까지 계속 물어볼래.”하준은 골치가 아팠다. 화를 내고 싶었지만 억지를 부리는 모습까지도 너무 사랑스러워서 심한 말을 할 수가 없었다.“그게 그렇게 대답하기가 힘들어? 알겠네. 백지안을엄청나게 안았나 보네. 당신이랑 안 놀아.”여름은 화난 척하며 하준을 밀치더니 일어나 나가려고 했다.하준은 당황해서 급히 뒤에서 여름을 안았다.“알았어, 말할게. 사실은… 실은 백지안과는 관계를 가질 수 없었어.”여름의 몸이 굳어졌다. 고개를 돌려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하준을 쳐다보았다.“거짓말 작작 하시지. 그렇게 백지안을 좋아했으면서 어떻게 안지 않을 수가 있어? 거짓말도 정도껏 해야지.”“거짓말이 아니야.”하준이 씁쓸하게 웃었다.“지안이만 안으면 속이 뒤집어져서 몇 번이나 토했다고. 그때 내가 미친 듯이 당신을 찾아왔을 때도 지안이가 나에게 약을 썼는데도 안 돼서 토하고 난 뒤였거든.여름은 정신이 멍해졌다. 시험 삼아 물어본 것이었는데 민정화가 한 말이 사실이었다니….“전에 비뇨기과에서 만난 적이 있었잖아?”하준이 어쩔 줄 몰라 하며 여름의 손을 잡았다.“난 나에게 문제가 있는 줄 알았는데 나중에 보니까 당신하고는… 아주 정상이더라고. 그래서 지안이에게만 안 되는가 싶어서 다른 …여자들도 시도를 해봤는데 역시나 구토만 올라왔어.”“다른 여자에게도…시도를 해봤다고?”여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내 병증을 확인해 보려고 그랬지. 정말로 뭘 어쩌려는 뜻은 없었어. 오해하지 말라고. 내 사생활은 더할 나위 없이 깨끗해.”하준이 급히 변명했다.“그런데 왜 진작에 나에게 그런 말은 안 했어?”여름이 손을 뺐다.“욕구를 해소해 줄 수 있는 게 나뿐이라서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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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4화

“오후에 뭘 산다고 나가서는 실종되었어. 나도 연락이 안 돼. 일하는 아주머니에게 물어봤더니 해변 별장에도 안 돌아왔다는 거야. 그래서 CCTV를 찾아봤더니 쇼핑몰 주차장에서 누군가가 코와 입을 막더니 차에 태워 갔더라고.”송영식이 화가 나서 말했다.“당장 돌아와. 지안이 혼자 버려져서 혹시라도 건달 같은 놈들에게 끌려간 거라면 살아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어.”“지금 바로 갈게.”하준이 일어섰다.뒤에서 여름이 하준을 안으며 달라붙으며 애교스럽게 물었다.“나 버리고 가는 거야?”“같이 가자.”하준이 낮은 소리로 말했다.“하지만 난 백지안 일에는 간여하고 싶지 않은걸. 송영식이랑 이주혁에게 가보라고 하면 되잖아.”여름이 조그맣게 속삭였다.하준의 깊은 눈동자가 더욱 어두워졌다.곧이어 아직 끊기지 않은 전화기 저쪽에서 송영식의 고함이 들려왔다.“강여름! 정말 못됐구먼. 지안이가 납치됐다고! 여차하면 놈들이 지안이를 죽일지도 모르는데 지금 이 와중에 질투를 한다고? 사람이 되어서 동정심도 없는 거야? 하준이는 대체 어쩌자고 저런 여자를 마음에 들어 하는 거야?”“영식아!”하준이 송영식에게 더는 말할 기회를 주지 않고 끊어버렸다.진지한 얼굴로 여름을 돌아보았다.“함께 돌아가고 싶지 않다면 여기 남아 있어도 좋아. 내일 내가 차 실장에게 마중하라고 할게. 아니면 남아서 며칠 더 있어도 좋고.”“차 실장은 당신이 어디 멀리 보내지 않았어?”“당장 돌아오라고 할게”하준은 말을 마치더니 바로 옷을 입고 휴대 전화를 들었다.문을 여니 산에서 부는 밤바람이 그대로 들어왔다. 여름은 몸을 감싸 안았다. 하준은 추운 줄도 몰고 그대로 나갔다.여름은 무릎을 감싸 안고 조용히 웃었다.‘아까는 그 달콤한 말에 속아서 넘어갈 뻔했네. 이렇게 바로 얼굴을 바꿀 줄이야.뭐, 이런 것도 괜찮네. 최소한 내가 앞으로 쉽게 마음 줄 일은 없겠어.다 백지안 덕이지. 낮에 최하준이랑 산에 올라갔던 일로 뉴스가 난리가 나니 밤에 백지안이 납치라, 이렇게 타이밍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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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5화

전성은 보안 전문가에게 화면을 띄우도록 했다.“백지안 님을 납치한 차량은 주차장을 떠나서 교외 놀이공원 인근 주차장으로 갔습니다. 그 놀이공원은 새로 개장한 곳이라 주차장에 아직 CCTV가 없어서 추적에 애를 먹고 있습니다.저희 쪽 애들이 갔을 때는 차에 이미 아무도 없었습니다. 납치범이 다른 차로 바꿔 타고 떠난 것으로 보입니다. 어젯밤 저희가 인근 CCTV를 하나하나 뒤져서 추려낸 것은 이 검은색 차량입니다.이주혁이 다가와 말했다.“방금 들어온 소식인데 검은 차량은 천운그룹 소유의 야산으로 들어간 뒤에 종적을 감췄어.”“뭘 어정거리고 있어? 일단 그쪽으로 움직이자고.”송영식이 다급히 말했다.“벌써 하룻밤이 지났어.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 알 수가 없단 말이야.”다들 그 말을 듣고 안색이 어두워졌다.하준은 차에 오른 뒤 교외로 내달렸다. 가는 길에 물었다.“어떤 놈의 소행인지는 밝혀졌나?”“지금까지 납치법의 얼굴이 잡히지 않아서 잘 모르겠어. 아마도 네 경쟁자 중 하나일지도 모르지.”이주혁이 머뭇거리며 말했다.“그동안 널 고깝게 여긴 인사들이 적지 않잖아. 지안와 네 관계가 가볍지 않으니 많은 사람들이 지안이를 잡아서 널 협박하려고 했을 수도 있어.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잖아?”송영식이 잡아먹을 듯한 시선으로 노려보았다.“이것들이 진짜 눈이 멀었나? 납치하려면 강여름을 데려가던지, 왜 지안이에게 지랄이야? 지안이는 이미 하준이에게 상처를 받을 대로 받아서 너덜너덜해졌는데. 대체 지안이는 무슨 팔자가 이렇게 험해서 너 같은 놈을 사랑했는지 모르겠다.”하준은 얇은 입술을 핥을 뿐 아무 말이 없었다.“넌 지안이에게 아무 일도 없기만 기도해라.”송영식은 힘줄이 튀어나올 정도로 주먹에 힘을 꽉 주었다.----곧 한 무리의 사람들이 천운그룹 소유의 야산 인근으로 모여들었다.30분도 안 되어 누군가가 서쪽에서 검은 차량이 발견되었다고 전화를 걸어왔다.하준 일행은 즉시 그곳으로 달려갔다. 전성이 말했다.“인근을 뒤져본 결과 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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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6화

그러더니 백지안은 죽은 듯 스르르 눈을 감았다. “지안아!”하준이 다급히 외쳐 부르더니 코 밑에 손을 대보았다. 아직 미약하게 숨이 붙어 있었다.“주혁아! 빨리! 이쪽으로!”하준이 다급하게 이주혁을 소리쳐 불렀다.송영식은 화가 나서 눈에 벌겋게 핏발이 섰다.“주혁아, 살려줘. 제발….”“알겠어.”이주혁은 급히 지안을 바닥에 눕히고 가지고 온 응급처치 키트를 펼쳤다.10여 분을 분투한 끝에 기절했던 백지안에게서 낮은 신음 소리가 들렸지만 깨어나지는 못했다.“난 최선을 다했어. 일단은 위기는 넘겼지만 서둘러 병원으로 옮겨야 해.”이주혁이 무거운 소리로 말했다.“알겠어. 바로 이송하지.”하준이 곧 백지안을 안고 내달렸다. 차에 타자마자 그대로 가장 가까운 병원으로 내달렸다.한바탕 처치 끝에 마침내 백지안의 목숨은 보전할 수 있게 되었다.하준은 의자에 앉아서 피범벅이 된 손을 바라보았다. 이루 말할 수 없이 피곤했다.“회장님, 놈은 지룡 보호소에 넣어두었습니다.전성이 하준에게 와서 보고했다.하준이 고개를 들더니 전성의 얼굴에 상처를 보았다. 그리고 괴로워 보이는 송영식의 얼굴을 보더니 미간을 찌푸렸다.“겨우 한 놈인데 자네랑 영식이 둘이 덤볐는데도 부상을 입었나?”전성이 헛기침을 했다.“저 혼자서 상대했으면 얼추 괜찮았을 텐데 송 대표님께서 끼어드는 바람에….”“무슨 소리야? 내가 실력이 없다고 우습게 보는 거야?”송영식이 불같이 화를 냈다.“……”전성은 매우 난처한 얼굴이 되었다.하준의 날카로운 동공에서 한기가 흘러나왔다.“어쨌든 우리나라에서 자네와 맞붙을 수 있을 정도 고수라니 드문 상대군. 도대체 어떤 놈인지, 왜 지안이를 납치했는지, 배후에 지시한 놈은 누구인지 최대한 빨리 알아내도록 하지.”“알겠습니다. 지금 즉시 가보겠습니다.”전성은 말을 마치더니 자리를 떴다.VIP병실로 옮길 때 머리에 칭칭 붕대를 감은 지안을 보는 하준 매우 괴로운 심정이 되었다.지안이 그렇게나 결연하게 자살을 하려고 들 줄은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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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7화

“일어나.”하준은 주먹을 꽉 쥐었다.“싫어.”송영식이 간절한 눈을 하고 이를 악물었다.“하준아, 의사가 지안이 목숨을 살려는 두었지만 희망이 없다면 지안이는 앞으로 어떻게 되겠어? 어렸을 때 지안이가 정신병원에서 널 격려해 주지 않았더라면, 넌 이미 삶을 포기했을지도 모르잖아? 지안이는 너 때문에 의학을 공부했어. 3년 전 지안이가 아니었다면 넌 미쳤을지도 몰라. 넌 쟤한테 일말의 연민도 없어? 어떻게 그렇게 잔인할 수가 있냐?”하준의 태양혈이 불뚝불뚝 튀었다. 하준은 병실에서 걸어 나갔다.송영식이 하준의 다리를 잡았다.“하준아. 제발 부탁한다. 들어주기 전까지 난 이렇게 꿇어앉아 있을 거야.”“영식아, 네가 내 친구라면 이렇게 사람을 압박하면 안 되지.”하준은 송영식의 손을 뿌리치고 그대로 걸어 나갔다.“영식아, 일어나자.”이주혁이 한숨을 쉬었다.“네가 지안이를 기쁘게 해주려는 마음은 이해가 간다만 그렇다고 지안이의 기쁨을 다른 사람에게 강요해서 만들어서는 안 되지. 하준이는 안 그래도 지안이에게 죄책감과 목숨을 빚지고 있어서 마음이 무거울 텐데.”그러더니 이주혁도 병실에서 나갔다.복도에 서 있던 하준이 입을 열었다.“난 가끔 3년 전에 지안이가 날 구해주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너무 스트레스받지 마. 사실 네가 잘못한 것도 없지, 뭐.”이주혁이 하준의 어깨를 두드려주었다.“전에 지안이랑 결혼하려고 했을 때도 그렇게 마음이 내켜서 하려고 한 일은 아니었잖아.”“알아주니 고맙다.”하준은 씁쓸하게 웃었다.하준은 휴대 전화를 꺼내 여름에게서 온 톡이 없는지 확인해 보았지만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전화도 한 통 없었다.하준은 인사를 남기려다가 백지안이 결연하게 머리를 들이박던 모습을 떠올리고 마음이 너무나 피곤해져서 결국 아무것도 안 하고 말았다.----해 질 녘.전성이 소식을 가져왔다. 전성은 송영식과 이주혁을 보더니 우물쭈물 망설였다.“그냥 말하지. 다들 내 친구니까.”하준이 담담히 입을 열었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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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8화

사진을 받아든 하준의 몸이 찬물을 뒤집어쓴 듯 부르르 떨렸다.너무나 놀라웠다.아무리 해도 놈을 여름이 사주했다고는 믿을 수 없었다.“이래도 강여름을 믿어?”송여식이 사진을 빼앗아 들고 하준의 눈앞에서 흔들었다.“보이냐? 완전히 똑같잖아. 이래도 모르겠어? 이건 강여름의 계략이라고, 네가 당한 거야!진작부터 지안이를 공격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던 거야. 그리고는 널 오천으로 꾀어내서 지안이를 납치한 거지. 우리가 일찍 발견했기 망정이지 조금만 늦었었더라면 지안이는 놈에게 완전히 당했을 거야. 강여름… 어떻게 그렇게 악랄할 수가 있지.”하준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저 이주혁을 바라볼 뿐이었다.“네 생각은 어때?”이주혁은 심경이 복잡했다.“내 생각에는 영식이 말이 아주 일리가 없지는 않은 것 같은데. 강여름에게는 동기도 있고, 납치범도 강여름의 사람이고. 전에도 강여름이 너에게 접근하는 건 다른 꿍꿍이가 있는지도 모른다고 내가 경고한 적도 있었잖아.”“일이 이 지경이 되었는데도 못 믿겠냐? 너는 차마 어떻게 하지 못할 것 같으니 지안이 복수는 내가 하겠어. 내가 경찰서에 끌고 갈 거야.”송영식이 병실에서 뛰어나갔다.하준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곧 따라 나갔다.그러나 송영식이 엘리베이터를 잡아타고 내려갔기 때문에 하준은 할 수 없이 계단으로 뛰어 내려가야 했다.----이때 아무리 해도 육민관을 찾을 수 없었던 여름은 A국 번호로 문자를 보냈다.“양우형, 속히 귀국 요망. 육민관에게 사고 발생”문자를 보내고 여름은 차를 몰아 성운빌로 돌아갔다.마음속 불안은 점점 더 커져갔다.2년을 알고 지냈지만 육민관은 연락이 닿지 않은 적이 없었다. 귀국해서 처음으로 완전한 무력감에 사로잡혔다. 육민관은 여름이 가장 믿을 수 있는 오른팔이었던 것이다.차를 막 주차 시키던 참이었다.웬 자가 미친 듯 여름의 차에 달려들어 충돌했다. 여름은 피할 겨를도 없이 그대로 받혀버렸다. 에어백이 튀어나와 보호해 주긴 했지만 온몸에 크게 충격을 받았다.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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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9화

“인정하는 거지?”송영식이 싸늘하게 웃었다.“선택지를 두 가지 주겠다. 하나는 감옥에 가는 거고, 하나는 우리 애들 손에 실컷 두들겨 맞는 거야. 둘 중 하나를 고르면 끝내주겠다.”여름은 피식 웃었다.“쿠베라 후계자도 못된 인간 따위가 쿠베라의 고수들을 데려왔을 리 없지. 자신 있으면 다 같이 덤벼 봐. 어디 실력 한번 보자.”송영식은 분노로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때 하준이 도착했다.하준의 차가 두 사람 코앞에서 급브레이크를 밟으며 멈춰서더니 하준이 내렸다.몸에 걸친 셔츠는 어제와 같은 것이었지만 어제의 다정함은 온데간데없이 살기 등등한 얼굴이었다.송영식은 하준을 보더니 냉랭하게 웃었다.“마침 잘 왔다. 강여름이 이미 다 인정했어. 자기가 했다고. 이번에는 이 못된 인간에게 제대로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해. 이번에는 저지른 잘못에 응당의 처벌을 받아야지.”여름은 어이가 없었다.“내가 언제 백지안을 납치했다고 인정했어?”“납치범이 네 수하라고 인정했는데 네게 벌인 짓이 아니면 그놈이 저 혼자서 가서 납치를 했다는 거야?”송영식이 딱 집어서 말했다.여름은 인상을 썼다.‘민관이는 내 사람이니까 내 명령이 아니고서는 절대로 사람을 납치하거나 할 애가 아니야. 누군가에게 모함을 당한 게 틀림없어.하지만 민관이는 내내 내가 꽁꽁 감춰두고 있어서 아주 가까운 몇몇 사람만 그 존재를 알고 있었는데 며칠 전 호프집에서 찍힌 사진 때문에 누군가가 눈치챈 것일까?그게 대체 누구지?니아 만에 갔다는 그 젊은 남자도 백지안을 배후에서 돕는 한 패가 아닐까?혹은… 이것도 백지안의 새로운 계획일지도 모르지. 백지안의 목표는 나와 최하준 사이에 갈등을 일으키고 내 오른팔인 민관이를 제거하는 것이었을 지도 몰라.배후에 있는 인물이 누군진 몰라도 너무나 악랄해.’귀국 후 여름은 처음으로 한기를 느꼈다.‘내가 백지안을 너무 얕잡아봤어.지금까지 백지안의 배후에 있는 인간이 누군지 땅짐도 못 하고 있잖아.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민관이를 구출하는 거야. 민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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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0화

하준은 아무 말이 없었다. 송영식의 말에 동의하는 것이 틀림없었다.하준의 눈이 서서히 싸늘해지는 것을 보며 여름은 자조적인 웃음을 지었다.‘하루 전까지만 해도 내가 이런 사람에게 흔들렸었다니.그 수많은 일을 겪고도 난 아직도 남의 말을 너무 잘 믿는단 말이야.저 사람은 내가 필요할 때는 입으로 어떤 말도 할 수 있는 사람이었어.’“한 마디만 물어볼게. 어떻게 해야 민관이를 풀어줄 거야?”여름이 낮은 소리로 물었다.“놓아줘?”송영식이 우습다는 듯 말했다.“꿈 깨시지. 지안이를 그렇게 괴롭힌 인간은 죽도록 고통을 당해 봐야 해. 겨우 보디가드에게 그렇게 촉을 곤두세우다니 둘이 무슨 관계인데 그러지?”“말 함부로 하지 마시지.”여름의 분노에 찬 경고가 끝나가 하준의 차가운 눈동자에서 살기가 뿜어져 나오는 게 느껴졌다.여름은 속으로 송영식을 오천만 번 저주했다.“풀어달라? 가능하지.”하준이 매서운 말투로 입을 열었다.“죽으면 풀어줄 수 있어.”“나랑 민관이는 결백해. 아무 말이나 내뱉는 송영식의 말은 믿고 당신과 한 베개를 베고 누웠던 내 말은 못 믿겠다는 거구나. 알겠어.”여름은 눈을 내리깔아 속눈썹으로 눈에 어린 살기를 감추었다.하준은 그 모습을 보니 심장을 칼로 에는 듯 아팠다.‘날 겨우 그런 놈으로 보는 건가? 어째서 육민관을 구하지 못해서 저렇게 목을 매는 거야?’“강여름, 너무나 실망스럽군. 난 당신이 그렇게 못된 인간인지 몰랐어.”그런 소리는 송영식에게 수도 없이 들었지만 여름은 신경도 써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하준의 입에서 그 말이 나오자 여름은 어쩔 수 없이 자조적인 웃음이 흘러나왔다.눈물이 다 날 지경이었다.‘내가 못됐다고?3년 전에도, 3년이 지나도, 여전히 눈이 멀었군.아직도 백지안의 가면 뒤 얼굴이 안 보인단 말이야?’“지금 웃음이 나와?”송영식이 분노에 차서 소리쳤다.“너무 웃겨서.”강여름은 눈가의 눈물을 닦더니 돌아서서 엘리베이터를 타러 갔다.“거기 서!”송영식이 바로 손으로 여름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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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1화

지난번 일로 이미 집안의 명예를 한번 더럽히기는 했지만 그건 그래도 사생활의 영역이었다. 그러나 송영식이 사적으로 사람을 처벌하고 감금한다면 내년 대선에서 삼촌에게 크게 누가 될 일이었다.“날 잡아가고 싶다면 증거를 가져오시라고.”여름은 냉랭하게 말하더니 돌아서서 가버렸다. “기다려! 내게는 가도 좋은지 물어보지도 않았잖아?”하준이 무표정한 얼굴로 나섰다.“내가 가도 좋다고 했던가?“그래서, 날 잡아가시게?”여름이 하준을 똑바로 마주 보았다. 하준은 본적도 없는 한기가 서려 있었다.심장이 욱씬했다. 갑자기 뭐라 말해야 좋을지 알 수가 없었다.지금 여름을 잡으면 두 사람 사이의 틈은 분명 더욱 깊어질 것이라는 점을 잘 알았다. ‘하지만 여름이가 그렇게 잔인무도한 짓을 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정말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지낼 수 있을까?’“하준아, 대체 뭘 망설이고 있어?”송영식이 외쳤다.“지안이가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했다는 사실을 잊었어? 절망한 나머지 자살하려던 모습을 잊었냐고?”여름은 깜짝 놀랐다.‘백지안이 자살을 시도했구나. 이번에는 아주 독한 수를 썼는걸.’“나랑 지룡으로 같이 가자.”하준의 눈에 위엄이 서리더니 거칠게 손을 뻗어 여름의 손을 잡아채려고 했다.그러나 손이 닿기도 전에 여름이 가스총을 꺼내 하준을 겨누었다.하준은 멈칫했다. 눈에는 물음표가 가득했다. 여름이 총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놀란 건지, 자신을 겨누었다는 사실에 놀란 건지도 파악이 잘 안됐다.“난 당신이랑 같이 돌아가지 않아. 강제로 잡아가겠다면 쏘는 수밖에 없어.”여름의 눈은 이상스러우리만치 침착했다. 강제로 끌고 가려고 한다면 진짜로 발사를 할 것으로 보였다.심장이 갈가리 찢기는 고통이 가득한 하준은 잔뜩 잠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나에게 총을 쏘겠다는 건가, 지금?”“그러면 내가 순한 양처럼 끌려가야 한다는 거야?”여름의 표정은 사뭇 냉랭했다.“난 아무 짓도 안 했는데 끌려가서 문초를 당하고 싶지는 않다고. 다 나를 스스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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