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하는 거지?”송영식이 싸늘하게 웃었다.“선택지를 두 가지 주겠다. 하나는 감옥에 가는 거고, 하나는 우리 애들 손에 실컷 두들겨 맞는 거야. 둘 중 하나를 고르면 끝내주겠다.”여름은 피식 웃었다.“쿠베라 후계자도 못된 인간 따위가 쿠베라의 고수들을 데려왔을 리 없지. 자신 있으면 다 같이 덤벼 봐. 어디 실력 한번 보자.”송영식은 분노로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때 하준이 도착했다.하준의 차가 두 사람 코앞에서 급브레이크를 밟으며 멈춰서더니 하준이 내렸다.몸에 걸친 셔츠는 어제와 같은 것이었지만 어제의 다정함은 온데간데없이 살기 등등한 얼굴이었다.송영식은 하준을 보더니 냉랭하게 웃었다.“마침 잘 왔다. 강여름이 이미 다 인정했어. 자기가 했다고. 이번에는 이 못된 인간에게 제대로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해. 이번에는 저지른 잘못에 응당의 처벌을 받아야지.”여름은 어이가 없었다.“내가 언제 백지안을 납치했다고 인정했어?”“납치범이 네 수하라고 인정했는데 네게 벌인 짓이 아니면 그놈이 저 혼자서 가서 납치를 했다는 거야?”송영식이 딱 집어서 말했다.여름은 인상을 썼다.‘민관이는 내 사람이니까 내 명령이 아니고서는 절대로 사람을 납치하거나 할 애가 아니야. 누군가에게 모함을 당한 게 틀림없어.하지만 민관이는 내내 내가 꽁꽁 감춰두고 있어서 아주 가까운 몇몇 사람만 그 존재를 알고 있었는데 며칠 전 호프집에서 찍힌 사진 때문에 누군가가 눈치챈 것일까?그게 대체 누구지?니아 만에 갔다는 그 젊은 남자도 백지안을 배후에서 돕는 한 패가 아닐까?혹은… 이것도 백지안의 새로운 계획일지도 모르지. 백지안의 목표는 나와 최하준 사이에 갈등을 일으키고 내 오른팔인 민관이를 제거하는 것이었을 지도 몰라.배후에 있는 인물이 누군진 몰라도 너무나 악랄해.’귀국 후 여름은 처음으로 한기를 느꼈다.‘내가 백지안을 너무 얕잡아봤어.지금까지 백지안의 배후에 있는 인간이 누군지 땅짐도 못 하고 있잖아.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민관이를 구출하는 거야. 민관
하준은 아무 말이 없었다. 송영식의 말에 동의하는 것이 틀림없었다.하준의 눈이 서서히 싸늘해지는 것을 보며 여름은 자조적인 웃음을 지었다.‘하루 전까지만 해도 내가 이런 사람에게 흔들렸었다니.그 수많은 일을 겪고도 난 아직도 남의 말을 너무 잘 믿는단 말이야.저 사람은 내가 필요할 때는 입으로 어떤 말도 할 수 있는 사람이었어.’“한 마디만 물어볼게. 어떻게 해야 민관이를 풀어줄 거야?”여름이 낮은 소리로 물었다.“놓아줘?”송영식이 우습다는 듯 말했다.“꿈 깨시지. 지안이를 그렇게 괴롭힌 인간은 죽도록 고통을 당해 봐야 해. 겨우 보디가드에게 그렇게 촉을 곤두세우다니 둘이 무슨 관계인데 그러지?”“말 함부로 하지 마시지.”여름의 분노에 찬 경고가 끝나가 하준의 차가운 눈동자에서 살기가 뿜어져 나오는 게 느껴졌다.여름은 속으로 송영식을 오천만 번 저주했다.“풀어달라? 가능하지.”하준이 매서운 말투로 입을 열었다.“죽으면 풀어줄 수 있어.”“나랑 민관이는 결백해. 아무 말이나 내뱉는 송영식의 말은 믿고 당신과 한 베개를 베고 누웠던 내 말은 못 믿겠다는 거구나. 알겠어.”여름은 눈을 내리깔아 속눈썹으로 눈에 어린 살기를 감추었다.하준은 그 모습을 보니 심장을 칼로 에는 듯 아팠다.‘날 겨우 그런 놈으로 보는 건가? 어째서 육민관을 구하지 못해서 저렇게 목을 매는 거야?’“강여름, 너무나 실망스럽군. 난 당신이 그렇게 못된 인간인지 몰랐어.”그런 소리는 송영식에게 수도 없이 들었지만 여름은 신경도 써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하준의 입에서 그 말이 나오자 여름은 어쩔 수 없이 자조적인 웃음이 흘러나왔다.눈물이 다 날 지경이었다.‘내가 못됐다고?3년 전에도, 3년이 지나도, 여전히 눈이 멀었군.아직도 백지안의 가면 뒤 얼굴이 안 보인단 말이야?’“지금 웃음이 나와?”송영식이 분노에 차서 소리쳤다.“너무 웃겨서.”강여름은 눈가의 눈물을 닦더니 돌아서서 엘리베이터를 타러 갔다.“거기 서!”송영식이 바로 손으로 여름을
지난번 일로 이미 집안의 명예를 한번 더럽히기는 했지만 그건 그래도 사생활의 영역이었다. 그러나 송영식이 사적으로 사람을 처벌하고 감금한다면 내년 대선에서 삼촌에게 크게 누가 될 일이었다.“날 잡아가고 싶다면 증거를 가져오시라고.”여름은 냉랭하게 말하더니 돌아서서 가버렸다. “기다려! 내게는 가도 좋은지 물어보지도 않았잖아?”하준이 무표정한 얼굴로 나섰다.“내가 가도 좋다고 했던가?“그래서, 날 잡아가시게?”여름이 하준을 똑바로 마주 보았다. 하준은 본적도 없는 한기가 서려 있었다.심장이 욱씬했다. 갑자기 뭐라 말해야 좋을지 알 수가 없었다.지금 여름을 잡으면 두 사람 사이의 틈은 분명 더욱 깊어질 것이라는 점을 잘 알았다. ‘하지만 여름이가 그렇게 잔인무도한 짓을 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정말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지낼 수 있을까?’“하준아, 대체 뭘 망설이고 있어?”송영식이 외쳤다.“지안이가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했다는 사실을 잊었어? 절망한 나머지 자살하려던 모습을 잊었냐고?”여름은 깜짝 놀랐다.‘백지안이 자살을 시도했구나. 이번에는 아주 독한 수를 썼는걸.’“나랑 지룡으로 같이 가자.”하준의 눈에 위엄이 서리더니 거칠게 손을 뻗어 여름의 손을 잡아채려고 했다.그러나 손이 닿기도 전에 여름이 가스총을 꺼내 하준을 겨누었다.하준은 멈칫했다. 눈에는 물음표가 가득했다. 여름이 총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놀란 건지, 자신을 겨누었다는 사실에 놀란 건지도 파악이 잘 안됐다.“난 당신이랑 같이 돌아가지 않아. 강제로 잡아가겠다면 쏘는 수밖에 없어.”여름의 눈은 이상스러우리만치 침착했다. 강제로 끌고 가려고 한다면 진짜로 발사를 할 것으로 보였다.심장이 갈가리 찢기는 고통이 가득한 하준은 잔뜩 잠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나에게 총을 쏘겠다는 건가, 지금?”“그러면 내가 순한 양처럼 끌려가야 한다는 거야?”여름의 표정은 사뭇 냉랭했다.“난 아무 짓도 안 했는데 끌려가서 문초를 당하고 싶지는 않다고. 다 나를 스스로
주차장.엘리베이터가 올라가자 하준은 주먹으로 세게 벽을 내리쳤다.주먹을 타고 피가 흘렀지만 하준은 아픔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았다. 주먹보다는 마음이 너무 아팠다.‘여름이가… 나에게 총을 겨누다니….’깊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총을 겨누어진 것보다 더 마음 아픈 일이 있을까?‘하아….여름이가 날 사랑하기는 했을까? 어떻게 그렇게 야멸차게 변할 수가 있지?’“지금 이 꼴을 보고도 모르겠어? 강여름은 애진작에 변했어. 총까지 들고 다니잖아?”송영식이 분노에 차서 외쳤다.“내가 보기에는 너에게 숨기는 게 많은 것 같다. 너랑 사귀는 것도 다 거짓인지도 몰라. 널 사랑하는 게 아니라 순전히 너와 지안이에게 복수하려고 그러는 건지도 모른다고. 아직도 이해가 안 돼?”“시끄러워.”하준의 싸늘한 시선이 송영식을 향했다.“내가 말한 건 사실이라고. 정신 차려. 누가 정말 널 사랑하는 사람인지를 알아야지.”송영식은 그렇게 말하더니 혀를 차며 차 문을 열었다.“난 이렇게는 못 넘어가. 오늘은 도망쳤을지 몰라도 절대로 못 놔줘. 일단 나는 지금 잡아놓은 그 납치범 자식 족치러 간다.”----하준과 영식이 떠나고 얼마 뒤.임윤서가 급히 달려왔다.“민관이가 정말 최하준에게 잡혔어?”“응.”막 샤워를 마친 여름이 옷을 깨끗하게 갈아입고 나왔다.밤새 잠을 자지 못해서 얼굴에는 피곤이 가득했다.“얘기를 들어보니 현장에서 민관이가 백지안을 마구 때리고 있었대. 백지안은 그 자리에서 더는 살기 싫다면서 자살을 시도했다나 봐.”“백지안이 꾸민 짓이 분명해. 민관이가 어디 백지안 같은 인간을 건드린 애니? 젠장.”임윤서는 홧김에 욕을 퍼부었다.여름은 골치가 아픈 듯 미간을 문질렀다.“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해. 어쨌든 민관이를 계속 지룡에 둘 수는 없어. 목숨을 잃을지도 몰라.”“어쩌려고?”임윤서가 물었다.“…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어.”여름은 약간 망연자실한 모습이었다.“민관이는 꼭 한번 만나야겠어. 진상을 제대로 파악해야 결백을 밝히지.”“
게다가 내년 대통령 선거를 준비 중인 송연재까지 있었다.“서 회장, 이 시간이 우리 집에 웬일인가?”송우재가 허허 웃으며 물었다.“어르신, 드릴 말씀이 좀 있어서요.”서경주는 분개한 기색이 역력했다.“저도 이제는 도저히 방법이 없어서 딸애를 데리고 좀 찾아뵈었습니다. 송 회장, 거 아들 간수 좀 잘 하지 그래.”송태구가 움찔했다. 두 아들 중 누구를 말하는 것인 것 당황스러웠다.“왜 그런….”“송영식 씨가 오늘 오후에 사람들을 잔뜩 데리고 성운빌로 절 찾아와서 말썽을 부렸습니다.”여름이 단도직입적으로 휴대 전화를 열어 영상을 틀었다.“이건 주차장 CCTV 영상입니다. 제가 복사해 두었어요. 보시죠. 송영식 씨가 제 차를 들이받는 장면입니다.”송영식의 가족이 모두 모여서 화면을 들여다보았다. 송영식이 여름의 차를 들이받더니 여름을 차에서 끌어내 멱살을 잡는 모습이 보였다. 게다가 뒤로는 송영식의 수하가 주르륵 늘어서 있었다.송우재, 송태구 등 식구들의 얼굴이 확 일그러졌다.지금 송씨 집안은 특수한 시기를 지나고 있으니 이런 영상이 퍼져나갔다가는 대통령 후보 경선에도 못 나갈 지경이었다.“이게 대체 어찌 된 일이란 말이야?”그래도 송태구가 제일 먼저 정신을 차렸다. “필시 무슨 원인이 있지 않겠는가?”“회장님은 그래도 이성적인 분이시지만 사정을 잘 모르실 테니 제가 사실대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어제 백지안이 납치당했습니다. 그런데 하필 어쩐 일인지 현장에 있었던 제 보디가드가 잡혔습니다. 그랬더니 송영식 대표는 제가 했다고 생각한 겁니다.사실 저도 대체 어째서 제 보디가드가 현장에 있었는지조차도 모릅니다. 며칠 오천에 가 있었거든요. 그런데 제가 돌아오자마자 송영식 대표가 제 차를 들이받고 자기 수하들에게 절 잡아가라고 명령을 하지 뭡니까?”순식간에 송태구의 얼굴이 어두워졌다.본시 쿠베라는 대대손손 엄격한 규율로 자식들을 가르쳐 성실하고 반듯한 자손들을 키워왔는데 어쩌다가 이런 망나니 같은 자식이 태어났는지 모를 일이었다.여름은
“그렇습니다. 사실 하준 씨와 사귀는 동안에도 내내 마약 상습 복용자를 만나고 있었죠. 외국에 있을 때 알았다는 것 같습니다. 백지안은 매주 몇 번씩이나 그 남자를 찾아갔죠. 그 남자를 살해한 살인범은 아직 잡지 못했는데 경찰에서는 백지안을 의심했지만 확실한 증거를 잡지 못했죠.”그 말을 들은 송영식의 가족들의 반응기 각기 다 달랐다.송영식이 은근히 백지안을 지켜주고 있다는 사실을 모두들 알고 있었다.최근 백지안과 관련된 그다지 좋지 않은 이야기가 들려오기는 했지만 다들 내막을 자세히 알지는 못했던 것이다.“하신 말씀이 사실인가요?”송근영이 의아한 기색으로 조심스럽게 물었다.“이 일은 송영식 대표도 잘 알고 있습니다. 다만 백지안이 대체 무슨 수를 썼는지 주변 남자들의 정신을 좀 쏙 빼놓아서 송 대표는 백지안을 아주 여신처럼 여기더라고요.“그렇게 말하는 여름의 말투에는 무력함이 역력했다.“남자들이 여자에게 홀려있을 때는 무슨 말을 해도 다 믿어주더라고요. 그런데도 최하준이 백지안과 결혼하지 않은 것만 봐도 제 말씀이 거짓말이 아니라는 방증이죠. 자신을 배신하고 다른 사람을 만난 연인과 관계를 지속할 사람은 많지 않죠.”송영식의 가족은 그 말을 듣고 모두 입을 다물었다. 사실 최하준은 며칠 뒤에 다시 식을 치르겠다고 하더니 이후로 결혼식에 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고 그 집 식구들에게 물어도 다들 말을 얼버무릴 뿐이었던 것이다.서경주는 딸이 할 말이 끝나가는 것을 보고 냉랭하게 말을 받았다.“저희는 오늘 대충 이런 내막을 알려드리러 왔습니다. 우리 두 가문이 알고 지낸 지도 오래되어 어르신이 인품은 제가 잘 알고 있습니다. 다만 다들 송영식 군을 좀 잘 살펴주셨으면 합니다. 이렇게 불법적으로 우리 애를 끌고 가려고 했던 영상이 잘못된 마음을 먹은 사람 손에 들어가기라도 했다가는 내년에 대선에 크게 영향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말입니다.”점잖은 송연재가 긴장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경주 형님, 그 영상 원본은….”“우리가 이미 단지 경비
일이 대충 마무리되어 가는 분위기인 것을 보고 서경주가 말했다.“늦었으니 저희는 이만 가보겠습니다.”“아니 앉아서 차라도 한잔하고 가지.”송태구가 일어서며 잡으려고 했다.“아니야. 우리는 이제 또 여름이 보디가드가 어떻게 됐는지 좀 알아보러 가야지. 누군가가 배후에서 우리 여름이를 해치려고 계략을 꾸민 것 같아. 내가 끝까지 조사해서 알아내고야 말 거야.”서경주가 손을 휘휘 저으며 여름을 데리고 자리를 떴다.서경주 부녀가 떠나가 송우재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서경주 부녀가 하는 말이 사실이라고 생각하느냐?”송윤구가 미간을 찌푸렸다.“아무래도 여름이가 하는 말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경주야 뭐 워낙 반듯하고 착한 친구니까요.”“맞습니다.”전유미도 고개를 끄덕였다.“사람이 그렇게 순진하고 착하지 않고서야 수십 년간 바람을 피우는 위자영을 믿고 살 수는 없었겠죠. 여름이도 지난번에 윤서랑 왔을 때 보니 괜찮은 애 같더라고요. 뒤로 무슨 꿍꿍이가 있는 애처럼 보이진 않았어요. 원래 바둑은 옆에서 훈수 두는 사람에게 잘 보이는 법이라고, 영식이고 최 회장이고 지금 한창 홀려서 정신을 못 차리고 있으니 걔들이 주장하는 강여름 납치 사주설은 다시 잘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난 납치가 백지안이 벌인 자작극이라는 생각이 들어요.”송근영이 돌연 입을 열었다.“지금 백지안은 최하준과 결혼하고 싶은 상황인데 요즘 최하준과 강 대표 재결합설이 나오니 백지안은 급할 수밖에 없어요. 그러니 분명 무슨 수를 쓰던 강여름을 모함하고 싶었을 거예요.”다들 깜짝 놀라서 송근영을 바라보더니 잠시 다들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한참 만에야 송우재가 그나마 고개를 끄덕였다.“그럴 가능성을 배제할 수가 없구나.”송태구가 점점 긴장되어 보였다.“어쨌든 영식이에게 무슨 수를 써야지 안 되겠습니다. 이번에 서경주 회장 쪽에 걸렸기 망정이지 다른 사람에게 이런 일이 벌어졌더라면 지금쯤 우리 집안 사람이 갑질을 한다며 난리가 났을 겁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우리
여름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 송영식의 집에 다녀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최소한 백지안이 송영식과 결혼하게 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는 효과는 기대할 수 있게 된 것이다.막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휴대 전화가 울렸다. 오래도록 연락이 없던 양유진이었다.“윤서 씨에게 민관이 얘기 들었습니다.”여름은 어이가 없었다.“윤서 얘가 입이 이렇게 가벼워서….”“걱정되니까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해서 제게 연락한 거죠. 우리 한번 봅시다.”양유진이 말했다.“제가 도울 방법이 있는지 상의를 좀 해보죠.”여름은 양유진이 지룡을 상대할 파워가 있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무작정 호의를 거절하기도 어려워서 만나기로 약속을 했다.----지룡 보호실.송영식의 고함소리가 울려 퍼졌다.“불어! 강여름이 시킨 거지?”“아닙니다. 난… 아무 짓도 안 했어요.”육민관은 이를 악물고 버티다가 결국 기절하고 말았다.“빌어먹을! 이놈의 자식이 아무리 해도 입을 안 여는구먼.”송영식이 씩씩거리면서 보호실에서 나와 올라갔다. 하준은 바에서 와인을 마시고 있었다. 조각 같은 얼굴은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조각처럼 아무런 온기가 느껴지지 않았다.“놈이 기절해 버렸어.”송영식이 분에 차서 내뱉었다.“아무 말도 안 해?”하준이 눈을 가늘게 떴다. 하준은 놈이 그저 평범한 보디가드인 줄 알았는데 여름에 대한 충성심이 이정도이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어쩐지 그렇게 집착을 하며 풀어달라고 하더니만….’송영식이 고개를 저었다.“한 마디도 안 불어. 난 일단 지안이 보러 병원에 좀 다녀올게. 같이 갈래?”“난 좀 씻고 이따가 가볼게.”하준은 무표정한 얼굴로 와인을 더 따랐다.송영식은 하준을 한 번 쳐다보더니 뭐라고 말할 것처럼 입을 씰룩거리다가 결국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돌아섰다.송영식이 탄 차가 막 지룡 본부를 빠져나오자마자 몇 대의 차에 둘러싸였다.곧 쿠베리어 멤버들이 차에서 내려 다가왔다.송영식은 그들을 보자 차에서 내려서 다가갔다.“수한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