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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2화

주차장.

엘리베이터가 올라가자 하준은 주먹으로 세게 벽을 내리쳤다.

주먹을 타고 피가 흘렀지만 하준은 아픔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았다. 주먹보다는 마음이 너무 아팠다.

‘여름이가… 나에게 총을 겨누다니….’

깊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총을 겨누어진 것보다 더 마음 아픈 일이 있을까?

‘하아….

여름이가 날 사랑하기는 했을까? 어떻게 그렇게 야멸차게 변할 수가 있지?’

“지금 이 꼴을 보고도 모르겠어? 강여름은 애진작에 변했어. 총까지 들고 다니잖아?”

송영식이 분노에 차서 외쳤다.

“내가 보기에는 너에게 숨기는 게 많은 것 같다. 너랑 사귀는 것도 다 거짓인지도 몰라. 널 사랑하는 게 아니라 순전히 너와 지안이에게 복수하려고 그러는 건지도 모른다고. 아직도 이해가 안 돼?”

“시끄러워.”

하준의 싸늘한 시선이 송영식을 향했다.

“내가 말한 건 사실이라고. 정신 차려. 누가 정말 널 사랑하는 사람인지를 알아야지.”

송영식은 그렇게 말하더니 혀를 차며 차 문을 열었다.

“난 이렇게는 못 넘어가. 오늘은 도망쳤을지 몰라도 절대로 못 놔줘. 일단 나는 지금 잡아놓은 그 납치범 자식 족치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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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준과 영식이 떠나고 얼마 뒤.

임윤서가 급히 달려왔다.

“민관이가 정말 최하준에게 잡혔어?”

“응.”

막 샤워를 마친 여름이 옷을 깨끗하게 갈아입고 나왔다.

밤새 잠을 자지 못해서 얼굴에는 피곤이 가득했다.

“얘기를 들어보니 현장에서 민관이가 백지안을 마구 때리고 있었대. 백지안은 그 자리에서 더는 살기 싫다면서 자살을 시도했다나 봐.”

“백지안이 꾸민 짓이 분명해. 민관이가 어디 백지안 같은 인간을 건드린 애니? 젠장.”

임윤서는 홧김에 욕을 퍼부었다.

여름은 골치가 아픈 듯 미간을 문질렀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해. 어쨌든 민관이를 계속 지룡에 둘 수는 없어. 목숨을 잃을지도 몰라.”

“어쩌려고?”

임윤서가 물었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어.”

여름은 약간 망연자실한 모습이었다.

“민관이는 꼭 한번 만나야겠어. 진상을 제대로 파악해야 결백을 밝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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